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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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르셀 뒤샹, 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 파우스토 질베르티 / 신형건 역 / 보물창고 / I LOVE 아티스트 / 2025.05.15 / 원제 : Marcel Duchamp(2016년)


그림책을 읽기 전


보물창고의 '쿠사마 야요이'를 만나면서 '마르셀 뒤샹' 출간 소식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기대되었던 기다림이었던 것 같아요.

파우스토 질베르티 작가님은 어떤 그림과 이야기를 보여주실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뒤샹은 소변기를 구매하고 미술 전시회에 예술 작품인 것처럼 출품했어.

그는 거기에 붓으로 사인을 하고는 '샘'이라고 제목을 붙였어.



뒤샹의 작품은 정말 이상하고 특이했지.

그것들은 그림도 아니고 조각품도 아니잖아! 그럼, 무엇이었을까?



레디메이드, 딱 맞는 이름이야!

그것들을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키는 거야. 놀이야, 예술과 함께 노는 거야.





그림책을 읽고


‘예술은 꼭 예뻐야 할까?’

‘화가는 꼭 그림을 그려야 할까?’

마르셀 뒤샹은 그런 질문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용기 있게 던졌던 사람이지요.


이 그림책은 바로 그 질문들에서 출발해, 뒤샹이라는 독특한 예술가의 삶과 생각을 따라가요.

그의 발자취는 단순한 예술가의 여정을 넘어서, 예술의 판을 뒤흔든 시간 그 자체였지요.



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화가로 출발했지만 곧 ‘그리는 것’ 자체보다는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몰두하게 되었어요.

그가 ‘샘’이라 이름 붙인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았을 때,

세상은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예술의 정의는 흔들리기 시작했지요.

그 낯설고도 낯선 시도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어요.

예술은 기술이나 아름다움의 완성도로 만들어진 손의 솜씨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일지도 모르겠지요.

어쩌면 예술은 누군가의 ‘익숙함’을 무너뜨리는 일,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생각’을 꺼내는 작업인지도요.


그림은 여백이 많고 먹선이 중심이 되면서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표현된 장면들은 뒤샹의 독창적인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하지요.

특히 뒤샹의 커다란 눈과 뒤샹의 기이한 작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있는 장면들은

‘관찰’이라는 행위 자체가 예술의 시작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 뒤샹이 말하고픈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이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히 인물과 사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뒤샹의 사유와 실험 작품이 지닌 독특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요.

몇몇 장면은 마치 그의 작품처럼 낯설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것 같아요.

뒤샹의 작품을 보여주는 이 그림책까지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네요.


“그림이나 조각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 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 – 마르셀 뒤샹


책 소개에는 그의 인생을 보여주는 말들도 인용되어 있어요.

이 말은 뒤샹이 단순히 작품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삶 전체를 예술로 ‘살아낸’ 사람이었음을 보여주지요.

그에게 예술은 대상이 아니라 태도였고, 결과가 아니라 질문이었어요.

그의 시선은 사물을 새롭게 보게 했고, 그의 질문은 예술을 다시 묻게 했지요.

이 그림책을 덮고 나면, 나의 삶은 과연 어떤 질문으로 채워져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 <마르셀 뒤샹> 독후 활동지 -



출판사 보물창고에서 <마르셀 뒤샹>의 독서 활동지를 공유하셨어요.

그림책 읽기 전, 읽기 중, 읽은 후 활동까지 꼼꼼하게 챙기셨네요.

온라인 서점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요. ​


출판사 보물창고 SNS : https://www.instagram.com/proonibook/




- 출판사 보물창고 'I LOVE 아티스트' 시리즈 -



놀라운 상상력, 예리한 통찰, 깊은 사유!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과 삶에는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내 마음을 빼앗고 온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가들을 만나 보세요.



<쿠사마 야요이, 왜 호박을 자꾸 만드는 거야?> : https://blog.naver.com/shj0033/223855022213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 > : https://blog.naver.com/shj0033/223741181682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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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국수 - 202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쿄 매클리어 지음, 그레이시 장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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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국수 - 202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 쿄 매클리어 글 / 그레이시 장 그림 / 신형건 역 / 보물창고 / I LOVE 그림책 / 2025.05.15 / 원제 : Noodles on a Bicycle(2024년)



그림책을 읽기 전


쿄 매클리어 작가님의 글이 담긴 그림책이네요.

일본의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네요.

어떤 이야기와 그림이 있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주문한 것이 준비되면, 배달원들은 바삐 떠나요.

우리는 그들이 어깨에 탑을 올려놓고 균형 잡는 모습을 지켜보아요.



그들은 예술가예요. 건축가이자 억센 수다쟁이고요. 날쌘 선수예요.

무엇보다 그들은 곡예사랍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으 ㄴ어떨까요?

그들은 언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까요?





그림책을 읽고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메밀 국숫집에서 출발하는 국수 배달원의 이야기이지요.

그들은 건축가처럼 나무 쟁반 위로 도자기 그릇을 쌓고, 날쌘 선수처럼 자전거를 이끌며, 곡예사처럼 골목을 누비지요.

아이들은 그 모습을 따라 하며 쟁반과 그릇을 어깨에 이고 자전거에 오르지만 엎어지고 말아요.

배달원은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매연을 피해 능숙하게 페달을 밟으며 바쁘고 활기찬 도심을 누비고,

학교와 회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가족이 기다리는 집이지요.


<자전거를 탄 국수>는 아버지의 노고와 가족의 환대를 담백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그림책이지요.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자전거에 국수 냄비를 싣고 하루ㄹㄹ 이어갔을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시간과, 그를 맞이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차분하고 진하게 전해져요.


그림은 부드러운 색감과 구아슈 느낌의 질감으로 채워져 있어요.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 속을 걷는 듯한 인상을 주지요.

아버지의 그림자, 땀에 젖은 이마, 빛이 스며든 실내처럼 감각적인 장면들은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그림자와 매연처럼 차가움도 있지만, 따스함이 이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어요.

그건 바로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온도 때문이겠지요.

이야기와 그림이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아버지의 하루를 그리고 있어요.

그 안에 담긴 사랑과 헌신, 기다림과 반가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요.


빵빵거리는 거리, 아이들의 웃음이 들리는 뒷골목.

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장면처럼 느껴지네요.

장면을 넘기다 보면 저도 그 시대 어딘가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특히 메밀 국숫집의 아이들이 장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캐나다 작가 쿄 매클리어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지요.

어린 시절의 가족들과 함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수 배달원이라는 거리의 풍경을 가족 이야기로 확장시켰다고 해요.





- <자전거를 탄 국수> 독후 활동지 -



출판사 보물창고에서 <자전거를 탄 국수>의 독서 활동지를 공유하셨어요.

그림책 읽기 전, 읽기 중, 읽은 후 활동까지 꼼꼼하게 챙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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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보물창고 SNS : https://www.instagram.com/proonibook/






- 그레이시 장(Gracey Zhang) SNS -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작가·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첫 그림책 <랄라의 말>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했으며, 그림책 <그레이엄 할아버지께>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그레이시 장(Gracey Zhang)의 SNS : https://www.instagram.com/gracey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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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코렛타 스콧 킹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콰미 알렉산더 지음, 데어 코울터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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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 코렛타 스콧 킹 대상 수상작 / 콰미 알렉산더 글 / 데어 코울터 그림 / 신형건 역 / 보물창고 / I LOVE 그림책 / 2025.05.15 / 원제 : An American Story(2023년)


그림책을 읽기 전


표지 그림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궁금해진 이야기이지요.

얼마나 고통스러운 이야기이면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걸까요?

용기 내어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지요.





그림책 읽기



어떻게 말할까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공포로 끝나는 이야기를.

그들의 삶에서 그들을 훔쳐 아메리카 대륙에 팔아 버린 이야기.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목화를 따고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금발의 소년들과 소녀들이 사탕을 먹고, 술래잡기하는 동안, 그들에게 독서는 허용되지 않아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어제의 악몽과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용기에 대하여.




그림책을 읽고


말할 수 없다는 건,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아팠기에, 지금도 아프기에 말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그 침묵을 걷어내야 비로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그 ‘말 걸기’에서 시작된 그림책입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그 '말 걸기'에서 시작된 그림책이에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역사,

하지만 반드시 말해야만 했던 진실을 건네고 있지요.

한 선생님이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노예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과거와 현재, 침묵과 목소리, 고통과 희망을 전하고 있지요.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고통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그리고 왜 말해야만 하는지를 깊이 묻고 있어요.

말한다는 건, 기억하는 일이며, 반복하지 않기 위한 행동이지요.


우리에게도 아픈 역사가 있지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이 그러하지요.

얼마 전, 106번째 3.1절을 앞두고 또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제 생존자는 단 7명뿐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보고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분들의 아픔을 껴안는 마음,

그리고 그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지요.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절실한 ‘기억의 책’, ‘말의 책’이라 생각돼요.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기억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깊이 일깨워 주니까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림이었어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는 표정들, 색채, 그리고 질감…

점토로 빚어 만든 조각 인형과 목탄화의 거친 결들로 표현된 인물들은

그들이 얼마나 견디며 살아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지요.

특히 과거의 어두운 시간은 검고 탁한 색으로, 지금의 희망은 따뜻한 노랑으로 대비되어 있어요.

두 겹의 시간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화면 속에서,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이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우리가 왜 기억해야 하는가’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지요.

마지막 장면, 아이들을 감싸안는 노란빛은

상처와 회복,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는 시간의 끝이자 시작처럼 느껴졌어요.





-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독후 활동지 -



출판사 보물창고에서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의 독서 활동지를 공유하셨어요.

그림책 읽기 전, 읽기 중, 읽은 후 활동까지 꼼꼼하게 챙기셨네요.

온라인 서점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요. ​


출판사 보물창고 SNS : https://www.instagram.com/proonibook/




- 콰미 알렉산더(Kwame Alexander) 글 작가님 -



196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시인이자 교육자이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쓴 소설 <크로스오버>는 뉴베리 상을 수상했습니다. 연극과 TV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고 있으며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고 있습니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로 ‘칼데콧 대상’과 ‘뉴베리 아너상’을 동시에 수상하여 큰 화제를 모았으며,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로 ‘코렛타 스콧 킹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 : https://blog.naver.com/shj0033/222185934919




- 한 장면에 담긴 상징적 의미들 -



해방 참나무(Emancipation Oak)

웅장한 참나무는 약 310년이 넘었고, 버지니아 주 햄튼 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역사적인 나무이지요.

1861년 9월 17일 메리 스미스 피크(Mary S. Peake)라는 흑인 여성이 20여 명의 해방 노예의 자녀들을 수업을 했다고 하지요.

1863년, 버지니아 반도의 흑인 공동체가 이 참나무 아래에 모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해방 선언문을 남부에서 처음으로 낭독했는데, 이로 '해방의 참나무'가 된 계기였다고 해요.



그림작가 데이 코울터 SNS : https://www.instagram.com/darecoulter/




-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의 원작 표지 -



원작은 덧싸개가 있고 표지가 한글 번역판의 그림과 같네요.

덧싸개가 없어서 쪼금 아쉬운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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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내리면 -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4 공모전 당선작 달리 창작그림책 20
이지선 지음 / 달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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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꽃비가 내리면 -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4 공모전 당선작 / 이지선 / 달리 / 달리 창작그림책 20 / 2025.05.19



그림책을 읽기 전


맑고 청량한 느낌이 가득한 표지를 보고 읽고 싶었지요.

한국그림책출판협회의 첫 번째 공모전 당선작이라 더 궁금했고요.

어떤 이야기와 그림을 보여줄지 두근두근...





그림책 읽기



방학이면 나는 아주 멀리 가요.

꽃비가 내리는 그곳으로요.



기차를 타고 한숨 잠에 들었다가 깨기를 다섯 번쯤 하고 나면 도착해요.

"오메, 우리 아가."



할머니와의 시간은 언제나 화살같이 지나가요.

"오메, 우리 아가. 또 놀러 오너라."



그림책을 읽고


방학마다 기차를 타고 달려갔던 할머니 댁.

엄마의 무릎을 베고 졸다 깨기를 반복하던 긴 여정의 끝에는, 포근한 미소로 맞아주시던 할머니가 계셨지요.

하얗던 손톱이 꽃잎으로 물들던 일, 조막만 한 손으로 캔 쑥, 쑥으로 만든 포슬포슬한 떡,

자전거를 타고 잠자리 떼 사이를 가르던 저녁, 쏟아지던 별빛 아래 아쉬운 이별까지…


저는 유년 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지만 따스함보다는 엄마에게 '시어머니'였던 기억으로 남아 있지요.

외할머니는 도시의 할머니,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꼿꼿한 허리와 까칠한 목소리의 분이셨어요.

엄마를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우리 세 자매에게도 잔소리가 많으셨지만,

매번 처음 보는 과자와 인형, 옷가지, 그리고 돌아가실 때 손에 꼭 쥐어주신 큰돈들은 특별한 선물이었지요.


외할머니보다도 외삼촌과 숙모, 이모와 이모부의 따뜻한 환대가 제겐 외갓집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라는 이미지를 다시 그리게 된 건 친정엄마 덕분이었어요.

손주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주는 그 모습에서 진짜 '외할머니'의 따뜻함을 보게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조카들은 여전히 외할머니를 자주 찾아요.


특히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친정집 대문은 참 인상 깊어요.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그 사진들이 어느새 대문 안쪽을 가득 채웠고,

십 년이 지나며 따뜻해지더니, 이십 년이 흐른 지금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 되었지요.


시골 생활은 못해봤지만, 봉숭아 물들이기,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기 등

그림책 속 풍경들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교차되며 추억을 불러왔어요.

특히 쑥으로 만든 떡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외할머니표 간식이었지요.

아이들이 종종 외할머니를 찾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말하지 않았던 그 마음.

이 그림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건 누군가에게 한없이 사랑받고 싶은 날,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것이었지요.

참 부럽지요. 그런 사랑을 주는 외할머니가 있고, 그 사랑을 마음에 간직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요.


<꽃비가 내리면>을 읽으며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조용히 불려 나오는 듯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추억은 지금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라고 건네는 메시지였어요.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 “잘했어. 네가 해낸 거야.”라는 한마디가 떠오르더군요.

그 말이 얼마나 오래 마음을 지탱해 주는지요.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의 자랑이었던 그 시절,

무조건적인 사랑 속에서 자라난 기억들이 지금의 저에게 자신감과 긍정의 뿌리가 되어주고 있었어요.


봄날의 꽃비처럼 조용하고 따뜻하게, 그러면서도 깊은 감정을 담아낸 그림이 인상 깊은 책이에요.

그림 속 배경은 연둣빛이 감도는 초록으로 가득 차 있지요.

생명과 순환, 기억의 색인 초록 안에 자연처럼 머물러 있는 따뜻한 할머니의 존재가 담겨 있어요.

초록빛 자연과 할머니는 따뜻한 감정으로 이어지며 그림책을 읽는 이에게 위로와 쉼을 선사하지요.


수채화의 번짐은 흐릿한 기억과 닮아 있고, 초록은 기억의 온도처럼 느껴졌어요.

아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말, 손길, 함께한 풍경에서 눈으로 감정을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든 장면이 강렬하거나 과장되지 않아서, 점점 흐려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처럼 느껴졌지요.




🌸 이지선 작가 인터뷰 🌸



<꽃비가 내리면>의 저자 이지선 작가님의 인터뷰 전문은 달리 블로그를 통해 보실 수 있어요.

원화부터 작가님의 작업 공간, 더 많은 인터뷰 내용도 있거든요.

인터뷰 사진 몇 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네요.


출판사 달리 블로그 : hhttps://blog.naver.com/dahli01/223864259707





🌸 이지선 작가님 SNS 🌸


자연과 가까이 지낸 유년 시절의 기억들은 마음 깊은 곳에 심겨 있다가 형형색색의 새로운 이야기와 상상들로 피어납니다. 그렇게 피어난 이야기를 열심히 쓰다듬어 만든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출판사 달리 작가 소개 내용 중


이지선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sol_jisun_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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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파다 보면 국민서관 그림동화 292
마크 데이비드 스미스 지음, 릴리 스노든파인 그림, 신수진 옮김 / 국민서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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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서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꾸자꾸 파다 보면 / 마크 데이비드 스미스 글 / 릴리 스노든파인 그림 / 신수진 역 / 국민서관 / 국민서관 그림동화 292 / 2025.04.21 / 원제 : The Deepest Dig(2021년)



그림책을 읽기 전


자꾸자꾸 파다 보면 뭐가 나올까요?

어릴 적 땅을 파던 기억이 스쳐가지만 그땐 딱히 찾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림책 속 주인공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그림책 읽기




케이든은 뒷마당에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아빠, 나 보물을 찾았어요. 이제 어떡할까요?"

"진짜로 보물을 찾았다면, 카드값 걱정할 일은 없겠구나."




케이든이 땅을 파고 또 파자 무언가가 불쑥 솟아올랐습니다.

오래되고 지저분한 갈고리 같았어요.





그림책을 읽고


호기심 많은 케이든이 뒷마당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걸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되지요.

하지만 아빠도, 엄마도, 선생님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헛된 희망에 빠진 것처럼 바라보며, 아이의 호기심을 가볍게 여기지요.


그럼에도 케이든은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을 꺾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곁을 지켜보며 조용히 응원해 준 이웃 마사가 있었지요.

마사의 믿음과 지지는 케이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지지해 주었지요.

결국 케이든은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되지요.


케이든이 발견한 것은 단지 땅속에 묻힌 물건만이 아니었어요.

세상을 향한 궁금증, 새로운 것을 마주할 용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해 주는 소중한 사람까지 이 모든 것들이 케이든의 보물이었지요.


저도 '누군가의 마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누구도 믿지 않을 때 자신을 믿는 용기, 그리고 옆에서 함께 기다려주는 누군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런 ‘숨겨진 보물’을 종종 놓치곤 하지요.


책 제목처럼, 자꾸자꾸 파다 보면… 그 끝에 있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어요.

그 말이 신기하게도 오늘 제 일상과 맞닿아 있었지요.


후배가 “요즘 수영이 너무 즐겁다"라며 유튜브 영상으로 영법을 배우고, 이불 위에서 동작 연습도 한다고 말했어요. 저는 “자꾸자꾸 빠져들수록 즐거운 어려움이 많아지는 것 같아”라고 말해주었지요.

무언가에 푹 빠져드는 경험, 그 꾸준함이 결국 더 깊이를 낳고, 그 깊이는 또 다른 공부를 부르지요.

그렇게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꾸자꾸’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보물이라는 사실을, 이 그림책이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었지요.


이 책은 실제로도 미국 미시간주의 농부가 땅을 파다가 매머드 화석을 발견한 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어요.

글 작가 마크 데이비드 스미스는 어릴 적부터 땅속 바윗덩이와 뿌리, 생물을 파내는 걸 즐겼고, 그림 작가 릴리 스노든파인은 골동품 시장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걸 좋아하지요.

두 작가의 감성이 만나,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과 설렘이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그림책 속에 녹아 있네요.





- <자꾸자꾸 파다 보면> 독후 활동지 -



<출판사 국민서관에서는 출간되는 대부분의 그림책 독후 활동 보따리를 만나 볼 수 있어요.

네이버 카페 '국민서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모두 4장의 독후 활동지 중에서 2장만 보여드린 거예요. ​

국민서관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kmbooks/54849




- 릴리 스노든파인(Lily Snowden-Fine) 작가님 -



땅을 파 본 적은 없지만 숨겨진 보물을 찾아 골동품 시장을 파헤치고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그녀가 그림을 그린 책 <The Family Tree>, <Jeffrey Loves Blue> 등이 있어요.

그녀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화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해요.

2004년 첫 방영된 페파피그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였다고 해요.


릴리 스노든파인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lilyfine/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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