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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드 2 - 하우스메이드의 비밀
프리다 맥파든 지음, 황성연 옮김 / 북플라자 / 2025년 4월
평점 :
32살의 나이에 대학에 다니며 사회복지사가 될 계획을 갖고 있는 밀리 캘러웨이는 살인 전과 때문에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하우스메이드 외에는 일자리를 찾기 힘든 형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IT 재벌인 더글러스 개릭의 연락을 받고 맨해튼 펜트하우스의 하우스메이드가 된 밀리는 자신의 천운에 감격하지만, 이내 평범하지 않은 개릭 부부의 상황을 감지하곤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손님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내 웬디, 처음엔 친절했지만 밀리가 웬디에게 관심을 갖자 싸늘한 태도를 보이는 남편 더글러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인 웬디의 멍투성이 얼굴, 그리고 빨래와 세면대에서 발견되는 핏자국 등 밀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밀리는 웬디가 처한 끔직한 상황을 직접 목격합니다.

서평에 앞서 ‘편집’에 관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빠른 속도로 책을 읽는 편인데도 12개나 되는 오타를 발견했는데, 모든 독자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제 경우엔 책읽기를 방해하는 오타를 견디지 못합니다. 또 그런 상태로 책을 판매한 출판사의 태도도, 일반독자조차 쉽게 찾아내는 12개의 오타를 방치한 편집자와 번역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우스메이드 2’는 내용만으론 별 5개도 충분하지만, 편집에 관한 한 별 1개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10년을 복역한 밀리는 출소 후 하우스메이드로 일하며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여러 번 구해낸 적 있습니다. 때론 불법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남자들을 응징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보면 결코 외면하지 못하는 ‘모태 오지라퍼’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밀리가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한 건 그것이 “법을 어기지 않고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밀리는 맨해튼의 펜트하우스에서 또다시 가혹한 상황에 처합니다. 전형적인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웬디를 모르는 척할 수 없었던 밀리는 그녀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씁니다.
밀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6개월 된 연인 브록의 존재입니다. 은수저 출신의 변호사인 그는 밀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결혼까지 꿈꿉니다. 하지만 밀리는 자신의 살인 전과를 언제까지고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와의 사랑이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그런 와중에 펜트하우스의 일이 터지자 밀리는 자신에겐 사랑과 결혼이란 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허상임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한편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할 때마다 자신과 함께 행동했던 전 연인의 존재가 늘 밀리의 마음 한 편에 남아있습니다. 그가 곁에 있다면 웬디를 구해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생각에 2년 전 일방적으로 소식을 끊고 이별을 초래한 그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연인의 이름이나 캐릭터를 밝히지 않은 건 전작인 ‘하우스메이드’에 대한 대형 스포일러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서평에서 이 연인의 이름을 공개할 텐데, ‘하우스메이드’를 읽지 않은 채 그 서평들을 접한 독자라면 아쉽지만 그 스포일러를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별 1개를 뺄 정도로 아쉬웠던 건 ‘서론’이 너무나도 길고 장황했던 점입니다. 본격적인 사건은 중반부쯤에 터지는데, 그 전까지는 전작과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는데다 유사한 상황들이 반복될 뿐이고, 현재 연인인 브록과의 갈등 역시 밀리를 ‘민폐캐릭터’로 보이게 할 정도로 지루하게 되풀이됩니다.
물론 본격적인 사건이 터진 뒤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몰아치는 반전과 짜릿한 스릴러 서사의 쾌감이 연이어 폭죽처럼 터집니다. 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진 폭력과 학대의 진상이 드러나는가 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 속에서 허우적대던 밀리는 천운 같은 반전 덕분에 큰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모태 오지라퍼 하우스메이드’로서의 타고난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우스메이드 시리즈’는 모두 세 편이 출간됐습니다. ‘The Housemaid's Wedding’이라는 단편이 있긴 하지만, 장편으론 2024년에 출간된 ‘The Housemaid Is Watching’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치명적인 하우스메이드 밀리 캘러웨이의 세 번째 활약도 조만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