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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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이다.

환타지 소설이다. 해서 독자들은 지금껏 가보지 못한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책장을 열어야한다. ,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여기와 다른 상황이 이 소설의 배경이기에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등장 인물은?

 

이 책은 1,2,3 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등장인물중 전편에 걸쳐 나타나는 인물도 있지만,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인물도 있다. 이하 소개하는 인물을 거의 전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물론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인물일지라도 줄거리 이해를 위해 알아두어야 할 인물도 있다.

 

영위 :

영유 ; 왕 영위의 형.

영윤해 : 영유의 딸

    보기대대영솔(步騎隊大令率) 59

    술름고리의 보병과 기병을 모두 거느리는 관리.

호미 : 윤해의 몸종

은난조 : 윤해와 혼담이 있던 사람, 서운관감.

종마금 : 윤해의 약혼자

다르나킨 : 술름고리 좌기기대감 (48)

    달낙현 (61),

토르가이 : 마목인

한음사

한사량 : 술름마리의 토박이 지주, 한음사의 당숙 (58)

한채주 : 보사대영감, 중기대대감, 성주

하살루타 : 맹골차리의 거간

위요제 : 좌향의 칸

 

마로하 : 위대한 예언자 (279)

 

상황은? 지리적 배경

 

영씨 왕국 : ‘사라(47)

소라울 : 사라국의 수도, 왕이 있는 곳

거문담 : 초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요새 (46)

경작인 (耕作人) (47)

마목인 (馬牧人) :

술름고리 :

술름의 뜻 : 술 빚는 고을 (75)

술름오름 : 마목인이 사는 천막촌 (58)

술름마리 :

지금의 술름은 셋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리와 마리, 그리고 오름입니다.(165)

 

고리, 오름, 마리 : 제주도에서는 고리와 오름을 다음과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체적으로 설명하는 지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고리: 제주도에서 작은 언덕이나 산을 가리키는 말. 주로 낮은 지형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고이오름(고리오름)처럼 "고리"가 붙은 지명이 있습니다.

오름: 제주도에서 높은 산이나 험준한 지형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주로 해발이 높은 산이나 절벽과 같은 지형을 지칭할 때 사용됩니다.]

 

주인공 영윤해의 뒤를 따라가보자

그녀가 마법을 연마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윤해다. 영윤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 보자.

1부에서 벌써 그녀의 신비한 능력을 조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것은 2, 3부에 나타날 그녀의 능력을 미리 암시하는 것인데, 맨처음 그녀가 종마금의 마수로부터 벗어난 것, 그리고 토르가이의 군대를 물리친 것 등이 그렇다.

 

은난조가 와서 한 말에 그녀의 능력을 암시하고 있다.

 

제일 떠들썩했던 소문은 역시 누님의 마법이었습니다. 종마금의 죽음은 연유를 알아낼 방도가 없었거든요. (143)

 

그뒤로 본격적으로 마법을 연마하게 된다.

 

윤해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꿈속에서 마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288)

 

내가 바로 그 자리에서 문이 되었어. 곰개는 거기로 튀어나온 거야. 열려있는 문으로, 나를 통과해서, 내가 바로 열린 문이야. (291)

 

다르나킨은 대영솔의 잠이 마법을 연마하는 방법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다. 순서도 대강 짐작이 됐다. (300)

 

또 하나의 이야기, 사라 왕국의 상황

 

십이년 동안 성군이었던 왕은 이듬해 3월에 폭군이 되었다. (9)

 

그렇게 시작한 이 소설은 사라 왕국의 폭군이 된 영위가 펼치는 정치 행태에 어떤 변동이 있을까 하는 것도 독자들은 관심이 갈 것이다.

 

뭐가 반역이고 뭐가 아닌지 정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소라울이지요. (133)

 

사라의 권세가 작동하는 방식

무작정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드는 방식 (138)

 

그리고 윤해는 은난조에게 말한다.

곧장 소라울로 돌아가서 태보어른께 말씀드려. 거사를 일으키라고. (207)

 

이런 표현, 의미있다.

 

은난조와 관련하여 :

어느 때든 그가 있는 계절이 바로 좋은 시절인 듯했다. (142)

 

다르나킨과 은난조, 그리고 윤해 :

그는 그 초원에서 윤해를 그리워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였다. 그래서 그를 고리에 두고 싶었다. 자기가 없는 동안 자기 대신 그리움으로 불침번을 서도록. (269)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장편소설이지만, 380쪽으로 양이 그리 많지 않은 책이다.

그런데도 그 안에 들어있는 세계는 장대하다. 배명훈이 상상하며 만들어낸 그 세계, 그 세계에 독자들은 빨려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병과 마법사의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이다. 재미있다.

그래서 배명훈, 배명훈 하는가보다.

 

기병인 다르나칸의 이야기, 언뜻 언뜻 소개되는 그의 가족사, 그리고 마목인 또한 경작인이기도 한, 그의 정체와 맞물려서 마법사인 윤해의 마법사로서의 성장 과정도 무척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어서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3부에서는 그 대단원의 막이 내리게 되는데.......

 

맞닥뜨린 적들, 그것들을 하나씩 무찌르고 나아가는 윤해의 모습에 독자들은 매력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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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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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이점을 작가는 <감사의 글>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깊은 고뇌 끝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용기 있는 환경 보호 운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노력하는 것처럼 자연을 재야생화하려는 시도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

특히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멋진 팀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늑대가 사라지고 70년이 지난 1995, 그들은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에 꼭 필요했던 포식자를 다시 들여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이루어냈고, 그 결과로 그곳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그곳의 모든 팀원과 늑대들, 그리고 그들의 믿기지 않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484)

 

이 소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복원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그 일을 토대로 하여, 스코틀랜드의 케언곰스에 늑대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가상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100)

 

그러니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작가는 이 책에서 옐로스톤 프로젝트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데려갔을 때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공원이 되살아났고, 지역주민이나 농장에 부정적 영향도 거의 끼치지 않았구요. (56)

 

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관한 책, 열네 마리 늑대(캐서린 바르)를 읽은 적이 있다.

 

[늑대가 돌아오면서 생태계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먹이사슬 연쇄 효과로 생태계 전체가 바뀐 것입니다. 이른바 영양 종속(trophic cascade)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70년 만에 생긴 변화였습니다. 늑대는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들은 왜 포식자의 역할이 중요한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늑대들은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열쇠였던 것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늑대와 같은 핵심 종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연 생태계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열네 마리 늑대의 소개글에서)

 

다시, 이 책으로 이 책의 지리적 배경은?,

 

스코틀랜드 케언곰스다.

 

케언곰스 늑대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선례가 있었기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선례가 우리의 결정에 기반이 되기는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늑대들은 옐로스톤에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100)

 

캐언곰스는 스토틀랜드 동부 고산지대의 산맥이다. (24)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케언곰스다.

 

등장 인물들은?

 

인티 플린 : 케언곰스 늑대 프로젝트의 책임자

애기 플린 : 인티의 쌍둥이 동생.

아버지 알렉산더 플린과 어머니.

프로젝트 팀원들 :

마을 주민들 :

던컨 맥타비쉬 : 마을에 주재하는 경찰관

 

케언곰스 늑대 프로젝트 (100)

 

주인공 인티 플린은 현재 동생 애기 플린과 함께 스코틀랜드에 와 있다.

케언곰스 늑대 프로젝트의 책임자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늑대 14마리(옐로스톤에서도 14마리였다)를 데려와 그곳에 풀어놓는다.

 

이런 효과를 기대하면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늑대들이 사냥하기 시작하면 사슴은 원래 습성대로 돌아갈 거예요. 다시 이동하기 시작할테고, 땅에 있는 모든 것이 자라날 기회를 얻게 되고, 많은 생명체가 다시 땅으로 돌아올 테며, 언덕이 다시 푸르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땅의 형태도 바뀌기 시작할 거예요. (85)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인티는 그 지역의 경찰관 던컨 맥타비쉬와 알게 되고,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 러브라인도 들어있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물론이다. 그로 인한 갈등도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에 속한다.

 

그런 갈등 속에서 그곳 주민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자, 그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인티는 혹시 늑대 프로젝트에 문제가 될까봐 몰래 그 시신을 묻는다.

 

주민 한 명이 사라지자, 곧 마을에서는 그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고,,,,

그런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타임라인을 생각해본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임라인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주인공의 어머니의 말이다.


주인공 인티의 어머니는 호주 시드니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다. 경찰이니 일어난 범죄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 해결에 필요한 게 바로 타임라인을 구성해서 사건을 추론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타임라인을 만들어보면, 이 소설의 얼개가 보인다.

 

그것을 작가는 흩어 놓아,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그래서 중간 중간 길을 잃고 헤매게 하며, 줄거리 속으로 따라들어오게 만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소설 작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다가 차츰 차츰 마치 직소퍼즐을 맞추어 나가듯이 하나 하나 구멍난 곳을 맞추어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는 ......

 

앞뒤 정황아 하나씩 맞추어 가면서 느끼는 희열, 바로 이게 소설을 읽는 기쁨이 아닐까.

독자들도 이 소설의 중간쯤 가다보면 이야기가 늑대에서 사람으로, 늑대를 매개로 하여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타임 라인에 대한 주인공 어머니의 이런 말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나쁜 짓을 저지르지. 그리고 우리는 그 사건의 경위와 고통을 기억하고. 하지만 우리가 그런 것들을 왜 기억하는 걸까? 그 이유는 그것은 쉽게 드러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타임 라인의 오류, 즉 맞춰지지 않는 어긋난 틈 같은 것이지. (476)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스코틀랜드에서 어떤 일이 있어나고 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저자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풀어놓은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 무대를 스코틀랜드로 해서 써내려간 이 소설, 그렇다면 과연 소설과는 별개로 스코틀랜드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났을까?

 

아쉽게도 저자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감사의 말>에서다.

 

비록 스코틀랜드에서 아직 늑대를 재도입하는 발의가 통과되지 못했지만, 나의 고향 호주와 더불어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재야생화에 필수적인 작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희망합니다. (486)

 

작가가 그런 아쉬움을 이 소설에 담았다.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깊은 고뇌 끝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용기 있는 환경 보호 운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노력하는 것처럼 자연을 재야생화하려는 시도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고 또 살아가야 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저자는 소설로 그런 이상향을 형상화해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를 무대로 하여,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 사이에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를 잘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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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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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인물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인물따라라는 말이 있지만, 공간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그게 확연하게 드러난다.

 

1부 왕실의 역사, 궁궐 속으로

2부 갈등과 변화의 공간, 서울

3부 외곽의 역사, 경기도

4부 선비의 고장, 경상도

5부 유배지에서 꽃핀 학문, 전라도

6부 청백리와 천주교의 흔적, 충청도

7부 허난설헌과 김만덕, 강원도·제주도

 

7부만 제외하고 모두가 장소를 기준으로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해서 장소별로 기록하기에 추사 김정희는 <추사 김정희와 과천 과지초당>(166)<세한도의 탄생과 제주추사관>(332)으로 이 책에서 두 번 등장한다.

 

우선 여행안내서로 읽어보자

 

요즘에는 해외여행이 대세이지만, 국내여행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는 것,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공연히 외화 소비하느니 국내에서 볼만한 곳을 찾아, 아기자기하게 여행을 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그런 여행, 이 책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서울에 산다면 훌쩍 저 아래 동네로 가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가볼 만한 데가 많다.

 

양산보와 소쇄원 그리고 다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강진

더하여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도 가볼만하다.

 

이 책에는 그곳들에 대한 역사가 자세히 나와있으니, 이 책 들고 가보면 여기저기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정원이다. (242쪽 이하)

조선시대 양산보(1503~1557)가 지은 정원인데, 스승 조광조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자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거하며 살았다. 그런 삶을 위해 만든 소쇄원은,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정원과 정자가 어울려 있으니, 휴식하며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특히 강진은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나선다. 필자도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여행지에 대한 추천 요청을 받는데, 남도 답사 1번지라 불리는 전라남도 강진을 추천하곤 한다. 정약용이 유배길에 오른 후, 유배의 시간을 실학의 완성이라는 성과로 승화시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267)

 

 

이번에는 역사 안내서로 읽어보자

 

우리가 역사를 안다고 하지만 얼마나 알 것인가. 저자는 역사학자이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기에, 이 책으로 역사탐방, 역사를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역사는 어떨까?

명분만 내세우다가 치욕과 굴욕의 시간을 만들어낸 인조. 병자호란 이야기다.

병자호란에 청나라의 군대에 맞서지도 못하고,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 엎드려 머리를 아홉 번 찧는 굴욕을 당했다.

게다가 청나라에서는 그걸 기념하기 위하여 승전비를 세우라 했으니, 그게 바로 삼전도비.

 

그 삼전도비는 현재도 남아있는데, 남아있게 된 데에 얽힌 사연도 많다.

 

삼전도비는 청일전쟁 이후인 1895년 고종의 명으로 쓰러뜨렸으나,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다시 그 자리에 세워졌다. 1956년에는 문교부의 주도로 땅속에 묻는 등 비석의 수난은 이어졌다. 1963년의 홍수로 비석의 모습이 드러나자,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현재의 위치인 석촌호수 쪽으로 옮긴 것은 2010년이다. (106)

 

그 삼전도비에 얽힌 이야기 중, 이런 게 가장 의미있다.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삼전도비는 우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명분만을 내걸고 치루는 잘못된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기억시켜 주고 있다’(106)는 그 역사적 의미를 우리는 가슴에 꼭꼭 새겨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정약용와 김정희, 그리고 초의선사


그전에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다시 초의선사를 만났다. 이번에는 김정희가 초의선사와 교류가 있었다는 것,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은 초의선사라는 것이다.(333)

 

맨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이 초의가 그 초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람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 글 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초의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아 정약용을 스승처럼 섬기면서 차와 학문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기도 했다. (333)

 

해서 생몰 연대를 살펴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시대 사람이다.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 1856), 초의 (1786-1866)

 

다시, 이 책은?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중에 편년체(編年體)와 기전체(紀傳體)라는 게 있다.

편년체(編年體)는 연대를 따라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고

기전체(紀傳體)는 인물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편년체는 조선왕조실록, 기전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사건을 기록하되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중심으로 하면 어떨까?

예컨대, 지금 사용하지 않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다든지, 이토 히로부미가 죽은 중국의 하얼빈, 그 중에서도 하얼빈 역을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훨씬 현장감(現場感)이 살아날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할 것이니, 그 기록의 구체성에서 현장감은 다른 기록방법보다 더 할 게 분명하다. 비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현장감이 넘치는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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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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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를 말한다. 아니 수학을 말한다.

아니, 영화 속에서 수학을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관련있는 영화 열네 편을 다루고 있다.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먼저 저자가 영화를 수학의 관련 정도에 따라 어떻게 분류했는지 살펴보자.

 

카테고리 0 : 수학을 다루는 장면이 어디에도 없는 영화.

카테고리 1 : 제목을 봤을 때 수학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영화.

카테고리 2 : 수학이 주요 소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은 수학 관련 장면이 나오는 영화.

카테고리 3 :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영화 플롯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는 영화 <네이든>, <퓨처라마>.

카테고리 4 : 메인 주제가 수학과 연관이 있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넘버스>.

카테고리 5 : 플롯이 수학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수학 개념인 100% 수학영화, <플랫랜드>을 각색한 애니메이션.

 

이런 분류 방법은 비단 수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주제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문학이라든가 혹은 음악을 수학에 대입해보면 가능해진다.

따라서 먼저 저자가 제시한 이런 분류방법을 듣는 순간부터, 이책은 의미가 있게된다.

 

이 책을 문학과 예술을 보는 방법을 배우고, 알게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 책은?

 

위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34에 해당하는 영화 14편을 다루고 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파이(1998)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옥스퍼드 살인사건(2008)

루이스 피에드라이타 감독과 로드리고 소페냐 감독의 페르마의 밀실(2007)

매슈 브라운 감독의무한대를 본 남자(2015)

모르텐 튈둠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2014)

모건 매슈스 감독의 네이든(2014)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아고라(2009)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1997)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1997)

안드레이 세큘라 감독의 큐브 2: 하이퍼큐브(2003)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2001)

시어도어 멜피 감독의 히든 피겨스(2017)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메리(2017)

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21(2008)

 

이 책은 영화에서 수학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 (9)

 

그렇게 하면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수학을 일단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살펴보고

더하여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또한 살펴보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장면, 수학 영화에서 흔히 본다.

 

칠판에 수학 방정식이 가득 써있다.

그런 칠판이 배경으로 깔리고, 그 앞에 선 교수가 거기에 써있는 방정식을 설명하는 장면.

또는 방정식이 써있는 칠판 앞을 그 학교의 청소부가 지나간다거나.

그렇게 시작하는 영화, 기억할 것이다. 바로 굿 윌 헌팅(1997).

 

굿 윌 헌팅(1997).

이 영화는 출연 배우만으로도 의미있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그 두 사람의 출연에, 수학과 심리 상담, 그 어울림이 벌써 느껴지지 않는가.

 

, 여기서 위에서 말한 저자의 영화속 수학 살피는 방법을 상기해보자.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9)

 

그러면 이 영화에서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는 곳은?

멈출 곳이 많다. 이 책에서 그 중 두 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걸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첫 번째 문제><굿 윌 헌팅에 나오는 두 번째 문제>에서 풀어준다.



 

여기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된다.

, 이 문제가 나왔구나,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가는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압축 설명하고 나서, 이런 말로 그 영화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이게 압권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제작과정에서 참여했던 자문가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방정식들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원했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램보 교수는 신중한 교수로 소개되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수학과 바칼로레아 통과후 대학과정 4년을 밟은 학생의 수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수학 수업을 했고 또 그런 수준의 문제를 냈으며, 이미 선대 수학자들이 해결했던 문제를 푸는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 (166)

 

다시. 이 책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저자의 예리한 수학적 지식을 토대로 매같은 눈으로 살펴본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것, 영화를 보는 재미와는 별도로 이런 것도 독자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살펴볼 영화가 이 책에 무려 14편이나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어떤 것을 살펴보더라도 저자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영화라면 영화, 그 속에 담겨 있는 수학이라면 또 수학도 공부하게 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더하여 이런 깨알같은 정보도 알게 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아는 것처럼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다.

왜 없을까? 그 이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아내가 수학자 예스타 미타그 레플레르와 바람이 나서, 노벨이 수학을 넣지 않았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사실일까? 팩트 체크를 해보니 노벨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155) 해서 바람날 아내가 아예 없는데, 어찌 그런 말이 떠돌까?

그런게 사람들이다. 헛소리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퍼뜨리는 게 인간인데, 그런 경향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수학자 어디 없을까?

 

그런 수학자와는 별개로 수학자 제롬 코당소가 쓴 이 책, 읽어가다 보면 그런 헛소리를 팩트 체크할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는 것, 분명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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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3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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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강은 우리나라 작가다.

우리나라 작가로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니 우리말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그런데 막상 한강의 작품을 손에 잡으면?

그게 쉽지않다. 분명 우리말로 쓴 작품인데도 읽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침 그런 때, 이 책을 만난다. 동국대 문예창작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저자가 한강을 읽어가면서, 한강을 보다 쉽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한강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여기 이 책에서 읽고 있는 한강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내 여자의 열매

채식주의자등 모두 11권의 작품.

 

어떻게 읽어가는가?

 

저자는 한강의 작품 하나씩 붙들고 읽어가면서, 그 안에서 되새김을 할 문장을 골라내 저자만의 읽기 스타일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한강을 친밀하개 다가가도록 해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저자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그중에서 3개의 글을 골라 제시한 후에 그걸 소재로 삼아 3꼭지의 글을 썼는데, 그 중의 하나 살펴보자,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나무 불꽃, 채식주의자, 197)

 

38쪽부터 41쪽의 글이다.

채식주의자는 작품명인데 세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 불꽃채식주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중편 중 하나. 이야기 진행상으로는 맨 마지막 편이다.

 

그 글을 가지고 이렇게 저자의 생각을 펼친다.


<한강의 해당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줄거리 요약 정리>

<저자의 생각 하나>

여기서는 슬라보예 지젝의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이란 책에서 이런 생각을 가져온다.


최후의 인간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오직 안전과 편안함만을 추구한다.”

 

저자는 그 말을 인용한 후에,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오롯이 최후의 인간이었음을 뒤늦게 자각하는 순간,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회한에 자살을 결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39)

 

여기에서 저자의 말 중 자살에 밑줄 긋고 더 읽어보자.

 

누구처럼? 소설에서 영혜의 언니처럼 말이다. (39)

 

영혜의 언니가 자살을 했던가, 아니 시도했던가?

 

먼저 이 책 39쪽에 저자가 한강의 해당 작품을 요약해 놓은 부분에 이런 글이 보인다.

 

남편이 영혜와 사건에 휘말렸던 때, 그녀는 심한 하혈로 산부인과에서 자궁에 생긴 폴립을 제거하게 되는데,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한번도 원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 장난감에서 빼낸 끈으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39)

 

해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해당 부분을 읽어보았다.

 

마치 추운 듯 떨려오는 몸을 일으켜 그녀는 장난감을 놓아두는 방의 문으로 다가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저녁마다 지우와 함께 장식해 걸어놓은 모빌을 떼어낸 뒤 끈을 풀기 시작했다. 단단히 묶어두었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아팠지만, 참을성 있게 마지막 매듭을 풀어냈다.(.......) 끈을 말아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맨발에 샌들을 꿰어 신었다.(............) 아파트 뒤편의 쪽문을 지나 뒷산으로, 어둡고 좁다란 길을 밟아 올랐다.

(.........) (243)

 

, 끈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던 장면, 그게 바로 영혜 언니가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올라갔던 거구나. 나의 독서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장면을 읽고서도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저자는 그걸 생각의 소재로 삼았다니.

해서 한강의 책을 잘 못 읽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한강의 책을 잘 읽어가도록, 한강에서 뽑아낸 생각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다시, 이 책은?

 

또 있다. 같은 글, 더 읽어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저자)는 언니가 섭식을 중단하는 영혜에게 정말 죽고 싶은 거냐고 물을 때, 언니가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201)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묻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40)

 

바로 이거다. 한강의 작품은 분명 우리말로 쓰여진 책이지만, 독자마다 그 이해가 다르니 이런 책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나름 한강을 읽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책을 읽어가면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오독, 오독의 행진이었다니!

한강의 작품 그 의미의 속까지, 끝까지 가지 못하고, 그저 수박껍질만 열심히 핥았던 게다.

 

그러니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한강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면, 한강의 글을 읽고 그 안에서 인생을 찾아내고 싶다면, 이 책을 속속들이, 차근차근 읽어보자. 그러면 비로소 한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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