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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읽기 - 무성 영화부터 디지털 기술까지
마크 커즌스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5년 6월
평점 :
세계 영화 읽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게 진짜 역사책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알아보는 시간,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서 이 책, 곳곳에 밑줄 그어가면서,또는 여기 저기 자료 더 찾아보면서 읽었다.
읽고나니, 아. 영화가 그렇게 태어났고, 이토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이런 역사와도 결부되니 흥미를 더할 수밖에 없다.
<기즈 공작의 암살>
프랑스 역사에서 공부했던 앙리 2세, 앙리 3세 그리고 앙리 4세 순으로 프랑스의 왕권이 바뀌는 시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기즈 공작을 암살한 사건이다. 그냥 역사로만 읽을 때에는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았는데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었다니, 다시 그 사건을 챙겨읽기도 한 계기가 되었다.
[1588년 12월 23일, 신구교도의 갈등 속에서 앙리 3세는 자신의 정적(政敵)인 기즈 공작을 침실로 부른 다음 자신을 따르는 충신들과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암살하였다.]
그에 관한 기록을 여기 옮겨본다.
1908년 앙드레 칼메츠와 샤를 르 바지는 프랑스의 영화사, 필름 다르에서 제작한 <기즈 공작의 암살>을 연출했다.
<기즈 공작의 암살>을 비롯해 연극계의 스타 사라 베르나르가 출연했고,,,,,,(47쪽)
사라 베르나르는 알폰소 무하가 등장하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우가 아니던가,
<기즈 공작의 암살>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정적일 수 있으나 당시에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촬영과 동선 등이 혁신적이었다.
이 영화에 관련된 사진(48쪽)을 살펴보자.

또한 영화를 지금도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D0s6550wx0
더하여 이런 기록도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록이다. (43쪽)
1903년에 세계 최초로 비행기가 날았다.
2년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원리를 발표했다.
1907년에 파블로 피카소가 아비뇽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나체 여인들 중 두명의 얼굴을 마치 아프리카 가면과도 같은 모습으로 처리했다.
1908년 미국 포드사의 자동차 모델 T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1910년 뉴올리언스에서 재즈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탄생했다.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했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 한방이
1917년에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그렇게 20세기 초의 사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영화사(史)에서는 그 때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1903년부터 1918년까지 서양 영화는 이렇게 기록된다.
이야기 중심의 서양 영화는 순차 편집, 클로즈업, 평행편집, 풍부한 조명, 미묘한 연기, 리버스 앵글 편집 등 인상적인 기법으로 가득했다. (68쪽)
그러니 그 시대에 영화는 활동사진에서 탈피하여 영화로 도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세계 1차대전이 일어나고.....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그 예를 찰리 채플린을 들 수 있다.
채플린의 영화를 모두 살펴보면서 그가 영화사에 남긴 족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과 같이 그를 정리한 멘트는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채플린은 모든 순간을 깊이 있고 세련되게 다듬었으며 거기에 혁신적인 디테일을 더했다.(85쪽)
조지 버나드 쇼는 그를 가리켜 ‘영화관에서 자생한 유일한 천재’라고 평했다. (86쪽)
채플린은 영화의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영화의 사회학적 관점과 영화 문법도 변화시켰다. (86쪽)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무성 영화와 유성 영화로 우선 나눌 수 있고
그 아래 세부적으로 그 역사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무성 영화
1. 기술의 묘미(1895~1903): 돌풍을 몰고 온 초창기 영화
2. 이야기의 힘(1903~1918): 서사로 발전한 기술적 묘미
3. 영화 스타일의 범세계적 확장 (1918~1928): 영화사와 개인의 괴리
유성 영화
4. 일본의 고전주의와 할리우드의 로맨스(1928~1945): 영화의 황금기
5. 전쟁의 상흔과 새로운 영화 언어 (1945~1952): 사실주의 영화의 범세계적 확장
6. 비장한 이야기(1952~1959): 1950년대 영화의 분노와 상징
7. 파괴적인 이야기(1959~1969): 낭만주의 영화의 붕괴와 모더니즘의 시작
8. 자유와 갈망(1969~1979): 정치적 영화의 범세계적 확장과 미국 블록버스터의 비상
9. 엔터테인먼트의 팽창과 철학(1979~1990): 세계 영화의 극단
10. 가시화(1990~2004): 기존의 영상을 뛰어넘는 컴퓨터 그래픽
11. 스트리밍(2004~현재)
이 책으로 영화사, 그 탄생부터 지금 스트리밍의 시대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영화, 기록해 두고 싶은 말들
한 영화학자가 말하길,
오락영화의 ‘풍성함, 에너지, 투명성, 공동체 의식’이 관객에게 파고든 이유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는 실제 삶의 ‘결핍, 피로, 따분함, 분열’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141쪽)
이것이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힘이 아닐까?
그 학자는 이어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결여된 감정을 채워주는 엔터테인먼트의 원리다. 유토피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보다는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141쪽)
물론 때로는 영화가 유토피아에 대한 소망을 증폭시켜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나 덧붙여본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 가지 기쁨을 맛보았다.
첫째, 알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만나는 기쁨
둘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셋째,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더하여 읽는 내내 만났던 영화들, 이미 본 영화를 비롯하여 미쳐 보지 못한 영화일지라도 순간 순간 영화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세계와 위의 학자가 말한 바 유토피아의 그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 확실히 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