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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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역사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 가지 면에서 얻는 기쁨이 쏠쏠하다.

 

첫째, 알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만나는 기쁨

둘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셋째,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이렇게 읽으면, 내가 그 분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알 수 있고, 또한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 그 분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음악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살펴보는 것, 흥미로운 일이고 또한 내가 몰랐던 것, 또는 알았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쁜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역사책과는 결이 다르다.

 

뭐가 다를까? 그게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역사 하면 대개는 시간 순이나, 사건 별로 기록을 하는데 비하여 이 책에서 음악 역사를 다루면서 그런 기존의 역사 서술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의 음악 역사서는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대부분의 음악 역사는 이런 식이다.

 

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국민주의 음악

현대 음악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한 가지 주제를 통하여 시대와 지역을 넘어, 음악과 관련하여 기록할 사항을 망라하여 살펴보는 방법으로 음악의 역사를 횡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그건 목차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8 가정에서, 해외에서 연주하는 여인들

29 청중 찾기

30 조국을 찾고픈 갈망

 

각 항목의 타이틀을 보면, 그 안에 역사가 들어있긴 한데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물론 그것도 음악의 역사 안에 들어있지만 서술 방법이 다른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역사 서술에 있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역사책을 읽으면서 체크했던 것처럼 다음 세 가지 면을 주의해서 읽어보았다.

 

이런 정보는 그간 클래식을 공부하면서, 듣지 못한 정보라서 귀하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둔 피아노 제작사가 서른 곳을 헤아렸다. (259)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여제는 1774년 런던 제작사에서 주문한 피아노를 받아 사용했다.

(259)

 

악기가 쓸모 있으려면 악보가 필수였다. 그래서 음악가들은?

하이든은 가정용 음악 시장을 노리고 피아노 4중주를 썼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비교적 연주하기 쉬운 피아노 곡을 지었다,

로베르트 슈만은 <어린이를 위한 앨범>이라는 소곡집을 펴냈다.

멘델스존의 <무언가>와 쇼팽의 짤막한 피아노 곡중에는 그만저만한 기교만으로도 연주할 수 있는 곡이 꽤 된다.

 

피아노 음악은 월간지를 통해서 대중과 만나기도 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사계>가 그 예로, 러시아의 어느 월간지에 한 달에 한 곡씩 소개해 1년분을 만들었다. (260)

 

이런 글을 접하고는 오스틴의 소설을 읽긴 읽었는데, 거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기억나지 않으니 책을 헛 읽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인 오스틴의 가족은 피아노 곡과 하프 곡, 성악곡 악보를 여러 권 소장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스틴의 소설에는 가정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260)

 

베토벤은 1810년 현악 4중주 11F 단조, 작품 95를 쓰면서 악보에 이런 메모를 덧붙였다,

주의, 4중주곡은 전문가와 감식가의 자그마한 동아리를 위해 쓰인 것으로 절대 공개적으로 연주하지 말 것.’ (265)

 

기차의 발달과 관련하여 흥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있다.

 

이전까지는 오케스트라가 자신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벗어나 연주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지만, 기차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전체 오케스트라가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슈트라우스 2세도 운송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847년에서 1848년 사이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헝가리와 루마니아에서 6개월을 보냈고.1856년 여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신설된 철도회사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들의 러시아 방문은 대히트를 기록하여 향후 9년간 이들은 매년 여름을 러시아에서 보냈다. (271)

 

슈트라우스 2세는 가장 유명한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1867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초연했다. (271)

 

이런 새로운 정보는 귀를 반짝 열게 한다.

 

네델란드 태생의 바리올리니스트 앙드레 류와 그가 이끄는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클래식과 팝을 막론하고 투어 소득이 가장 놓은 그룹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왈츠와 가벼운 클래식 작품에 집중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한 무대에 있다. (379)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던 클래식 음악중에 앙드레 류의 프로그램이 있다. 그가 이끄는 음악을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것을 보면서 어떤 사람인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궁금해했는데, 이 몇 마디 정보로 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영화 음악에 대하여

 

저자는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적 시도 외에 모든 사람이 부지불식 간에 음악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면서 그 예로 TV에서 방영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거론하고 있다. 이어서 영화 음악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379)

 

영화 음악은 다큐맨터리 음악보다도 스케일이 크고 때로 섬세하다. 미국 존 윌리엄스는 영화의 서사와 이미지에 안성맞춤인 음악을 창조하는 거장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는 <스타워즈>, <ET>, <쉰들러 리스트> 등 수많은 영화음악으로 다수의 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음악의 만듦새 덕분에 클래식 음악가들의 인정도 얻어냈다.

 

다시 말하면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클래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이게 진짜 역사책이다.

단순하게 시대별로, 사조별로 주욱 일어난 사건을 나열하는 역사가 아니라 진짜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난다.


해서 음악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시대마다 지역마다 음악이 어떻게 살아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서술 방법과 시대를 횡단하는 안목을 지닌 저자 덕분에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더하여 역사를 이렇게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또하나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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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읽기 - 무성 영화부터 디지털 기술까지
마크 커즌스 지음, 윤용아 옮김 / 북스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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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읽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게 진짜 역사책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을 알아보는 시간,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서 이 책, 곳곳에 밑줄 그어가면서,또는 여기 저기 자료 더 찾아보면서 읽었다.

읽고나니, . 영화가 그렇게 태어났고, 이토록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게다가 이런 역사와도 결부되니 흥미를 더할 수밖에 없다.

<기즈 공작의 암살>

 

프랑스 역사에서 공부했던 앙리 2, 앙리 3세 그리고 앙리 4세 순으로 프랑스의 왕권이 바뀌는 시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기즈 공작을 암살한 사건이다. 그냥 역사로만 읽을 때에는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았는데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었다니, 다시 그 사건을 챙겨읽기도 한 계기가 되었다.

 

[15881223, 신구교도의 갈등 속에서 앙리 3세는 자신의 정적(政敵)인 기즈 공작을 침실로 부른 다음 자신을 따르는 충신들과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암살하였다.]

 

그에 관한 기록을 여기 옮겨본다.

 

1908년 앙드레 칼메츠와 샤를 르 바지는 프랑스의 영화사, 필름 다르에서 제작한 <기즈 공작의 암살>을 연출했다.

 

<기즈 공작의 암살>을 비롯해 연극계의 스타 사라 베르나르가 출연했고,,,,,,(47)


사라 베르나르는 알폰소 무하가 등장하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우가 아니던가,


 

<기즈 공작의 암살>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정적일 수 있으나 당시에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촬영과 동선 등이 혁신적이었다


이 영화에 관련된 사진(48)을 살펴보자.




또한 영화를 지금도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D0s6550wx0

 

더하여 이런 기록도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록이다. (43)

 

1903년에 세계 최초로 비행기가 날았다.

2년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원리를 발표했다.

1907년에 파블로 피카소가 아비뇽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나체 여인들 중 두명의 얼굴을 마치 아프리카 가면과도 같은 모습으로 처리했다.

1908년 미국 포드사의 자동차 모델 T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1910년 뉴올리언스에서 재즈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탄생했다.

1912년 타이타닉 호가 침몰했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 한방이

1917년에는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그렇게 20세기 초의 사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영화사()에서는 그 때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1903년부터 1918년까지 서양 영화는 이렇게 기록된다.


이야기 중심의 서양 영화는 순차 편집, 클로즈업, 평행편집, 풍부한 조명, 미묘한 연기, 리버스 앵글 편집 등 인상적인 기법으로 가득했다. (68)

 

그러니 그 시대에 영화는 활동사진에서 탈피하여 영화로 도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세계 1차대전이 일어나고.....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그 예를 찰리 채플린을 들 수 있다.

채플린의 영화를 모두 살펴보면서 그가 영화사에 남긴 족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과 같이 그를 정리한 멘트는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채플린은 모든 순간을 깊이 있고 세련되게 다듬었으며 거기에 혁신적인 디테일을 더했다.(85)

 

조지 버나드 쇼는 그를 가리켜 영화관에서 자생한 유일한 천재라고 평했다. (86)

 

채플린은 영화의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영화의 사회학적 관점과 영화 문법도 변화시켰다. (86)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무성 영화와 유성 영화로 우선 나눌 수 있고

그 아래 세부적으로 그 역사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무성 영화

1. 기술의 묘미(1895~1903): 돌풍을 몰고 온 초창기 영화

2. 이야기의 힘(1903~1918): 서사로 발전한 기술적 묘미

3. 영화 스타일의 범세계적 확장 (1918~1928): 영화사와 개인의 괴리

 

유성 영화

4. 일본의 고전주의와 할리우드의 로맨스(1928~1945): 영화의 황금기

5. 전쟁의 상흔과 새로운 영화 언어 (1945~1952): 사실주의 영화의 범세계적 확장

6. 비장한 이야기(1952~1959): 1950년대 영화의 분노와 상징

7. 파괴적인 이야기(1959~1969): 낭만주의 영화의 붕괴와 모더니즘의 시작

8. 자유와 갈망(1969~1979): 정치적 영화의 범세계적 확장과 미국 블록버스터의 비상

9. 엔터테인먼트의 팽창과 철학(1979~1990): 세계 영화의 극단

10. 가시화(1990~2004): 기존의 영상을 뛰어넘는 컴퓨터 그래픽

11. 스트리밍(2004~현재)

 

이 책으로 영화사, 그 탄생부터 지금 스트리밍의 시대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영화, 기록해 두고 싶은 말들

 

한 영화학자가 말하길,


오락영화의 풍성함, 에너지, 투명성, 공동체 의식이 관객에게 파고든 이유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는 실제 삶의 결핍, 피로, 따분함, 분열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141)

 

이것이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힘이 아닐까?

그 학자는 이어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결여된 감정을 채워주는 엔터테인먼트의 원리다. 유토피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보다는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141쪽)


물론 때로는 영화가 유토피아에 대한 소망을 증폭시켜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나 덧붙여본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 가지 기쁨을 맛보았다.

 

첫째, 알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만나는 기쁨

둘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자세한 내용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는 기쁨

셋째, 모르고 있던 사건이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

 

더하여 읽는 내내 만났던 영화들, 이미 본 영화를 비롯하여 미쳐 보지 못한 영화일지라도 순간 순간 영화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세계와 위의 학자가 말한 바 유토피아의 그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 확실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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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 서울올림픽이 만든 88년 체제의 등장과 커튼콜
박해남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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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제목은 1988 서울, 극장도시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서울은 극장도시인가?

극장도시가 된 것이 1988년인가?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이 모두 그렇다는 것이면, 그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시작한다.

 

해서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찾아보았다. 왜 저자는 그런 제목으로 책을 쓰게 되었을까

이런 대목이 보인다.

 

서울올림픽이라는 공연과 주 무대인 서울의 연출,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습속의 연출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그럼으로써 서울올림픽이 사회를 창출하는 과정을 무대로서의 도시를 만들어낸 효과로 설명하고자 했다. (6)

 

이 말을 다시 이해하면서 읽어보자.

서울올림픽이 사회를 창출했다.

그런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그 방법을 무대로서의 도시를 만들어낸 효과가 있다는 점을 연결해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이 책 내용을 개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목차를 요약해 본다.

 

서론. 도시가 극장이 될 때 : 1988년 서울올림픽과 공연의 정치

1. 군인들의 드라마투르기 : 1960~1970년대 군인들의 극작법

2. 막간 이후 : 재등장한 군인들의 극작법

3. 스펙터클을 연출하기 : 1988년 서울올림픽을 향해

4. 동시 상연 : 서울올림픽의 안과 밖

결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서울올림픽과 88년 체제

 

이렇게 목차를 요약하고 보니까 큰 의미를 지닌 단어가 보인다.

 

1988 서울올림픽, 그리고 군인, 그렇게 두 개의 단어가 키워드로 떠오른다,

그러면 이제 서울올림픽과 군인은 어떤 기능을 했을까?

 

저자는 서울올림픽을 이렇게 본다.

 

나는 서울올림픽이라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동원해 이들에게 배역을 맡기고 능숙한 연기를 수행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29)

 

더 읽어보자.

그럼으로써 올림픽은 연출가들이 사회에 질서를 도입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29)

 

이 문장에서 연출가는 누구인가?

 

저자는 리바이어던 개념을 차용해 연출가를 정의한다.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를 의미한다. (31)


고로, 연출자는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은 거대 권력의 통치 주체.

즉 연출자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다.

하면 1988년에 거대한 권력을 가진 통치 주체는 누구인가?

 

저자는 리바이어던을 다시 이렇게 정의한다.

 

다시 말해 무질서를 끝내고 질서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군인들을 설명하는 데 리바이어던 개념이 적절해보인다. (31)

 

그런 과정을 거쳐 서울올림픽과 군인의 역할을 정리해보니, 이 책의 전체 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목차에 들어있는 함의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가설의 의미가 정확해진다.

첫째, 군인들은 리바이어던이다.

둘째, 서울올림픽은 위기를 배경으로 기획된 공연이었다.

셋째, 서울올림픽은 대안적 정체성의 형성을 목적으로 연출된 스펙터클이자 문화적 공연이었다.

넷째, 연출가들은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장 국가를 만들었다.

다섯째, 서울올림픽을 위한 준비 과정은 다양한 시각 행위 속에서 이뤄졌다.

여섯째, 이러한 과정애 동원되는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이러한 가설과 가설을 뒷받침하는 저자의 질문들을 통해 이책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유도해내고 있다.

 

서울올림픽이라는 아이디어는 군인들이다.

그런 군인들이 어떻게 서울올림픽을 진행했는지를 저자는 극작법으로 설명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서울올림픽의 후과를 성찰한다.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도시와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후에 계속된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스펙터클에서 어떻게 지속이 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지금껏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면서도 저자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문제의식 덕분에 비로소 우리 사회를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군인들 연출가지만, 여전히 그들이 만들어놓은 체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소위 ‘88년 체제

 

다 읽고 나니, 새삼 이 책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역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밀고 나가, 우리나라를 다른 각도로,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하다니, 이 책은 보통 책이 아니라, 문제작이며 그래서 역작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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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3 : 저항과 부활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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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샤의 후예 3 저항과 부활의 아이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오리샤의 후예 제 3권이다.

1권은 피와 뼈의 아이들

2권은 정의와 복수의 아이들

3권은 저항과 부활의 아이들.

 

나는 이 3권중에서 1권과 2권은 읽지 않고 바로 3권을 읽었다.

그러면?

 

일단 이 3권의 개요를 생각해본다.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왕궁을 되찾은 그 밤, 마침내 시작된 줄 알았던 마자이의 시대.

그러나 평화의 환희는 해골을 뒤집어쓴 자들의 습격으로 산산조각 나고,

모든 것을 잃은 제일리는 정체불명의 왕 발디르에게 사로잡혀 미지의 바다를 건넌다.

고대 예언과 함께 그녀의 힘을 노리는 거대한 음모, 낯선 대륙에서 마주한 절체절명의 위기!

새로운 동맹과 함께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라!]

 

일단 마자이 족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본거지는 오리샤.

그런데 그 본거지 오리샤에 칩입한 해골족에 의해 마자이 족들은 붙잡혀 와 있다.

그들은 감옥에 갇혀있는데, 그 감옥에서 탈출하여 오리샤로 돌아가는 험난한 앞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이런 간단한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 나도 작품 속으로 들어가 신나는 모험을 한 셈이다.

그럼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1권과 2권에 등장하는 인물을 만나지 못했고, 3권부터 읽어가는 중이라, 부득이 등장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체크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각 장의 소제목에 등장인물들이 화자로 기록되어 있어, 인물 파악은 쉬웠다.

 

그 점 이 소설의 작가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사항이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이런 마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영화화를 하는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그게 아닐까?

다른 소설처럼 화자가 일반 지문 속에 섞여 있으면 나중에 영화화를 할 때, 아무래도 추려내기가 힘들테니까 말이다.


[현재 1권의 내용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며 2027년 개봉 예정이다.]라는 소개글도 보인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욱 짙게 하게 된다. 

 

중요 등장인물

 

각 장의 타이틀 앞에 이름을 적어놓았다, 그 장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다.

그러니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이름과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추론해 보았다.

 

제일리 : 여성

제인 : 제일리의 오빠 (이부분 신선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이름에서 Jane은 여성인데 이소설에서는 제인이 남성이다. 물론 한글로 제인이 영어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난 : 오리샤의 왕자. 아마리의 오빠.

아마리 : 왕족

 

여기서 제일리가 중요한 인물인 것이 드러난다,

해골족은 그녀를 찾고 있는데, 그녀의 심장이 필요해서다.

 

해골족은 제일리의 심장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왕궁을 침략하면서까지, 우리 동포들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면서까지 제일리를 찾으려 했다.(95)

 

이난이 한 말이다.

이난은 또 이런 말도 한다.


제일리를 탈출시키고 아리샤로 돌려보내 내가 준 모든 상처를. 내가 저지른 모든 잘못을 만회하리라 다짐했다. (95)

 

이런 말로 미루어 보아, 왕족인 이난은 제일리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니 그 둘은 오리샤에 있었을 때에는 서로 적대적인 위치에 있거나 설령 적대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위치에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마사이 족이 해골족에게 납치되는 바람에 이제 그 둘은 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해골족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면 그 둘은 힘을 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말도 나오니, 오리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힌트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제 오리샤는 수백년간 이어져온 내전을 지속할 수 없다. (96)

 

다시, 그들의 처지를 살펴본다면

 

이들은 한밤중에 납치되었다. (31) 납치되어 배의 감옥에 갇혀있다.

그들은 각각 마술을 행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마술 부리는 힘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그 마술 능력은 다시 회복이 된다.

 

그러면?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이 된다.

갇혀있는 배에서 마사이족은 탈출한다. 물론 해골족과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싸워서 탈출하게 된다.

 

상대방 국가 - 해골족

 

발데이리크 왕국

발디르 : 발데이리크 왕국의 왕

발디르가 찾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제일리.

그 소녀를 그들은 태양의 피가 흐르는 소녀라 부른다. (34)

 

동물들의 이름도 신선하다.

 

치타너, 검은뿔코뿔소너, 코끼리너, 사자너, (108)

 

맨처음 그런 이름을 읽을 때에 오타인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동물이름을 이 소설에서는 를 덧붙여서 부르고 있다. 영어 원서에서는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을 때에 이런 걱정을 했었다.

1권과 2권을 읽지 않았는데 그냥 3권을 읽어도 지장이 없을까. 줄거리 이해에 문제는 없을까.

 

그런 건 기우에 불과했다.

읽어가면서 오히려 과거의 일(1권과 2권에서 일어났던 일)을 짐작해가면서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바로 3권을 읽는 재미, 그게 바로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3권을 읽으면서 1권과 2권에서 일어났음직한 일들을 상상해보면서, 그걸 가지고 3권에 일어나는 일을 맞춰나가는, 지적 모험도 해보는 그런 재미가 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재미가 두 배가 되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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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와인의 나라 조지아, 돌의 나라 아르메니아 - 대사부부와 함께 떠나는 코카서스 역사문화산책
홍나미.조윤수 지음 / 대부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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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와인의 나라 조지아, 돌의 나라 아르메니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조지아를 비롯해서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아르메니아 이렇게 3개국을 여행한 저자들(부부)이 기록한 여행기다.

3개국 모두 1991년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독립한 나라들인데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 여행객에게는 아주 좋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몇 가지 면에서 관심이 있는 곳이라서 읽을 때에 특별한 감회가 일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라 더욱 궁금하다.

궁금하기로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들 세 나라는 조금 특별하다.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3개국 중 조지아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그리스에서 상당히 거리가 먼 나라인데, 어떻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프로메테우스가 이곳에 유배를 당해 묶여있었기에 그렇다.

 

카즈베기 산의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해발 5000미터의 카즈베기산은 프로메테우스가 묶여 있었다고 알려진 험한 산이다. (157)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기 위해 제우스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그 죄로 벌을 받았는데, 바로 조지아에 있는 카즈베기 산에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설명도 이 책에 자세하게 나오고 있다.

 

신들만이 사용하여야 할 불을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제우스가 벌을 내려 카즈베기산에 강한 쇠사슬로 묶고 매일 독수리가 간을 쪼아 먹도록 벌을 내렸기에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 의해 풀려날 때까지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 (157)

 

그런데 그런 신화 이야기를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왜 프로메테우스가 그리스가 아닌 멀고 먼 이 땅에 묶여있었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불과 관련해서는 이웃 나라인 아제르바이잔이 관련이 있다.

 

저자에 의하면, 세계의 석유 가스전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중동의 페르시아만과 함께 카스피해 연안에 유전 가스전이 몰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스피해를 둘러싼 5개국 모두 석유 가스 생산국이다. (35)

 

5개국 중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해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예로부터 불의 나라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불의 나라’, 뭐가 짚이는 게 있지 않는가?

 

저자는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왜 불의 나라라고 불릴까?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석유가 채집되었던 이곳에 신성한 불이 보존되어 있다고 믿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가스가 땅으로부터 분출되면서 언덕이 불타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불은 생활의 한 부분이었고 불은 신성하다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져 왔다. (35)

 

그러니 그쪽 지역이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그 죄로 형벌을 받기에는 아주 딱 좋은 곳인 것이다. 이렇게 불은 예전부터 그 지역과 관련이 있어왔던 것이다.

 

해서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 아르메니아는 돌의 나라인데

조지아는? , 돌과는 관계없이 와인의 나라다.

 

와인의 나라라는 점과 관련해서, 이런 소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지아 음식 문화를 말할 때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코카서스 지역은 여름에 고온 건조하고 충분한 일조량을 제공하기에 포도가 자라고 숙성되는 적합한 기후이다. 와인은 8,000여 년 전 조지아에서 처음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못지않게 조지아 사람들도 인류 최초로 와인을 생산하여 와인 문명을 창출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조지아에서 와인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점심, 저녁 식사 시에 항상 와인이 곁들어지며 대표적인 수출품이기도 하다. (181)

 

그리스 신화의 이아손도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리스의 용사 이아손이 콜키스라는 나라에 황금양모를 가지러 간 기록이 있다. 그곳이 현재의 조지아다.

그래서 그 이아손이 여기 당연히 등장한다. 이렇게.

 

기원전 8-6세기에 콜키스 지역에서 새로운 금세공 문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콜키스 지역은 예전 문헌에 금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졌고......(125)

그리스 문헌에서도 금을 좇는 신화의 인물인 제이슨(Jason)이 이곳을 탐험할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125)

 

여기 등장하는 제이슨(Jason)이 그리스에서는 이아손이다.

 

다시, 이 책은?

 

여행기다. 여행기인만큼 여행의 경로와 방문 지역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자세하게 기록을 해놓았기에 당장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도 될 정도다.

 

또한 저자의 직업이 외교관이었기에 여행지를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약간은 낯선 나라를 친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가 또한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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