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예뻤다 - 그저 행복한 셀렘의 시간, 몽골 90일
안정훈 지음 / 에이블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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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는 예뻤다 


일단 책이 재미있다.

몽골에 가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으로 미루어보면, 그곳 여행도 어지간히 재미있을 듯하다.

 

책의 구성이 이렇다. 아주 요점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학습서를 보는 듯하다.

 

PART1 핵심만 골라 담은 몽골 여행 Summary

1. 몽골몽골한 몽골 100배 즐기기 꿀정보

2. 한눈에 살펴보는 여행 코스

 

PART2 자세히 들여다본 몽골 Hot Place

 

1. 시간이 짧은 여행자를 위한 몽골 맛보기 코스

2.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낭만이 있는 중부 초원 코스

3. 너무나 매혹적인 남부 고비사막 코스

4. 행복한 힐링 여행 북부 흡스굴 호수 코스

 

PART3 느릿느릿 쉬엄쉬엄, 90일간의 Largo 여행

 

그러니까, 이 책의 활용도는

몽골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는 <PART1 핵심만 골라 담은 몽골 여행 Summary>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그중 압권은 첫 번째 항목인 <여행 계획 세울 때 놓쳐서는 안 될 8가지>인데, 이것 먼저 읽고나면 몽골 여행에 대한 그림이 쭉 그려질 것이다.

 

이런 것 꼭 알아두자.

국제운전면허증은 무용지물이다. (15) 우리나라 국제면허증은 제네바협약 가입국에만 해당되는데, 몽골은 비엔나협약가입국이라 우리나라에서 발급한 국제면허증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처음 듣는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어느 나라든지 모두 통과인줄 알았는데, 그게 소용없는 국가가 있다니, 이런 것은 상식으로 알아두어도 좋을 것이다.

 

또한 도시를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단다. 도로가 좋지 않은 오프 로드가 많아, 하루라도 젊을 때 가자는, 저자의 제언 새겨둘만 하다. (16)

 

그러니, 몽골 여행에는 패키지가 짱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자유여행은 비용은 물론 고생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럿이서 차 한 대를 같이 렌트해서 같이 여행하든가 아니면 별 수 없이 패키지 여행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조언 새겨두자.

 

, 문제는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갈만한 여행지가 몽골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가야할 정도인가, 몽골이?

 

저자의 대답, 저자의 확신에 찬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어떤 점이?

 

그것을 저자는 <PART2 자세히 들여다본 몽골 Hot Place>서 풀어놓는다.

 

다음 네 가지 항목별로 소개를 해놓고, 그중 하나 또는 몇 개를 골라 가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 시간이 짧은 여행자를 위한 몽골 맛보기 코스

2.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낭만이 있는 중부 초원 코스

3. 너무나 매혹적인 남부 고비사막 코스

4. 행복한 힐링 여행 북부 흡스굴 호수 코스

 

물론 시간과 돈이 충분해, 위의 네 가지 코스를 모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서, 독자들은 주어진 정보를 비교해가면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기이면서 또한 여행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제 <PART3 느릿느릿 쉬엄쉬엄, 90일간의 Largo 여행>에서는 어떤 일이?

 

몽골에 가면 눈이 시원해진다. 그런데 몽골에 가기 전에도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눈이 시원해진다. 컬, 총천연색 자연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몽골이란 곳이 그런가보다.

한 면 또는 두 면에 걸쳐 나타나는 몽골의 풍광이 그럴진대. 직접 거기 가서 그 경치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것이다.

 

또한 나라 넓이가 몽골하면 적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여기 나오는 길이가 보통이 아니다. 맨처음 그런 길이 표시를 보고, 혹시 오타가 아닐까 했을 정도도 길고 넓다.

 

울란바토르에서 고비사막까지는 직선거리로 714km지만 실제 주행 거리는 900 km 정도다. 우리 나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겨우 400km 인데, 그 두 배가 넘는 거리를 달려 가야만 고비사막에 닿을 수 있는데, 그 가는 길 도로가 좋지 않다니, 넘어야 할 고비가 몇 고비일까?

 

고비사막에 가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무엇이 그 멀고 먼 거리를 가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글 읽어보자.

 

이곳은 뜨겁지 않은 사막이다. 바람에 파여서 생긴 작은 웅덩이들은 한 폭의 멋진 추상화다. 황금색 웅덩이에 햇살과 그림자가 모아져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의 다른 버전 같아 보인다. (147)

 

올라가다가 발자국에 파인 웅덩이 옆에 앉아 바람과 모래가 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행복과 평안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148)

 

그렇게 그림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몽골에 가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의 글솜씨 때문인지 몽골이라는 나라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곳곳에 활기가 넘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책이 마음에 든다. 몽골은? 몽골도 마음에 든다.

 

해서 이 책을 읽고나니, 몽골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몽골, 이제 칭기스칸의 나라가 아닌, 고비가 예쁘게 살아 움직이는 나라, 그런 나라가 몽골이다. 어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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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BLISS - 내 안의 찬란함을 위하여
임현정 지음 / CRETA(크레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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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BLISS

 

이 책 <블리스>의 저자 임현정은 누구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런 소개 한 줄이면 된다.

‘201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임현정은 그렇게 간단히 한 줄로 소개가 어렵다.

피아니스트라고만 소개하면 누가 알아줄까?

해서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필요하다.

 

한국인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

한국인 최초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

세계 최연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전곡 앨범 발매

프랑스 콩피에뉴음악원 최연소 수석 졸업

프랑스 루앙국립음악원 최연소 조기 졸업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최연소 및 조기 수석 졸업

 

그래도 클래식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게 누군데? 할 것이다.

그런 곤란함을 느끼는 건 비단 일반시민 뿐만 아니다. 관련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연 관계자가 저자에게 이런 말을 하더란다.

 

한국에서 뜨기 위해서는 간략한 타이틀이 필요한데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그런 게 없어서 너무 안타깝네요.”

최고의 음반사에서 최연소로,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전 세계에 음반을 발매한 피아니스트라는 소개글은 대단하지만 간략하지 않아서 매력적으로 어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83)

 

사실 여기까지 읽어도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피아니스트인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모두 몇 곡인지 안다면 조금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32곡이다. 그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 많다. 예컨대, <비창>, <월광>, <열정>, <발트슈타인> 등등, 해서 모두다 유명한 곡인데, 그것들을 모두 연주한다는 것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이 바로 이 책 <블리스>의 저자 임현정이다.

 

콩쿠르가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연주자들 대부분이 콩쿠르를 통해 데뷔를 했다. 조수미. 조성진, 정명훈, 임윤찬 ...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콩쿠르라는 관문을 뚫고 음악계에 들어섰다.

그러면 연주자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오직 콩쿠르를 통과해야 할까?

 

아니다. 콩쿠르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많이 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얼마든지 그런 경로도 있다.

일례로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굴렌 굴드가 그렇고,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소피 무터도 그렇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임현경이 그런 케이스다.

 

저자 임현정은 그런 경우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내 개인적인 음악 여정을 낱낱이 펼쳐보이는 이유는, 정작 콩쿠르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클래식 음악 세계에서 나는 콩쿠르 없이 전 세계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유일한 한국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 가능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콩쿠르 없이, 경쟁의 밀림 속에서 싸울 필요도 없이 나만의 유일무이한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전달하는 것이다. (53)

 

저자는 남들과 다르다, 어떻게?

 

우선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임현정은 스스로 기획사를 차렸다는 것, 그리고 인터스텔라 오케스트라를 창립해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

 

지휘자와 감독의 위치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젊은 음악인에게 데뷔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다. (96)


알고 있는 음악가 중에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펠릭스 멘델스존이 그런 경우였다. 물론 그것도 자기가 아니라 부모의 덕을 본 것이지만.

그러니 임현정의 경우는 정말 특별하다는 것이다.

 

<아들- 멘델스존- 의 생일 선물로 아버지가 아들이 단장인 악단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당시 음악가들에선 흔치 않은 예라서 많이 질투받기도 했다.> (나무위키 중에서)

 

음악 공부는 덤으로 하게 된다.

 

음악에서는 프로코피예프나 풀랑크, 혹은 바흐나 쇼팽같이 시그니처, 즉 개성이 뚜렷한 작곡가의 음악은 몇 마디만 들어도 누구의 곡인지 금방 알아차린다. (189)

 

스트라빈스키가 흑백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렀을 만큼 피아노는 가장 완전한 악기다. (112)

 

음악은 힘이 있다.

 

<성인의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음악 : 체계적인 검토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수술 전과 중간 또는 후에 음악을 들으면 환자의 불안과 통증이 줄어들고, 회복이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7천명을 대상으로 한 72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이 실험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141)

 

작가 아멜리 노통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141, 142)

 

17살에 자살을 결심했는데 우연히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아름다움이 진정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돼, 다시 살 결심을 했다.

 

열 다섯 살에 삶에 대한 어떠한 의욕도 사라진 채 자살할 결심을 세웠는데, 바로 직전에 의무적으로 관람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소프라노의 노래를 듣고 소멸해 버렸던 의욕이 다시 살아났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음악가라는 직업은 자신의 음악을 다른 이와 나누는 사람이다. (88)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예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나만 있는 방 안에서 내 귀에만 들리는 음악을 한다거나, 나만 보는 그림을 그리거나, 혼자만 읽을 글을 쓰는 것은 그 작품이 아무리 세기의 걸작이라 할지언정 자기만족의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89)

 

작곡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음악과 사랑에 빠져 연주하고 또 연주한다. 나중에야 이렇게 위대한 음악을 만든 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함을 견디지 못해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가 느꼈던 감정과 하나가 되어 함께 숨 쉰다. (135)

 

악보에는 작곡가 마음의 5분의 1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 작곡이란 음악 기호들을 사용해서 아이디어나 마음을 적기에 그 음표들은 사실 기호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음표와 음표 사이, 그리고 음표 뒤를 읽어 더 넓은 우주와 작곡가의 마음, 한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마음이 곧 우주고 우주가 곧 마음이다. (136)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침묵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은 인종, 국경, 문화, 종교, 전통, 성별, 나이를 초월해 사람을 하나로 모으고, 함께 감동하고, 공감하게 하는 순수 언어다. 그 아름다운 울림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레이어들을 벗어내고 존재의 근본적인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찰나가 영원이 되면서 우리의 숭고한 본질의 여운이 우주를 감싼다. (145)


예술에는 어떤 특정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최상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예술인의 수만큼 정답이 존재한다. 감정 팔레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며 이것이라고 가슴을 관통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191)

 

예술에 정답이 있다면 같은 나무를 열 명의 화가가 그렸을 때 열 개의 똑같은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피카소는 말했다. 하지만 화가의 수만큼 각자 유일한 그림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유일무이한 영혼의 소리를 내는 것이 예술의 아름다운 역할이기 때문이다. (190)

 

다시, 이 책은?

 

실상 콩쿠르를 통해 데뷔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때에 이런 선입견이 먼저이지 않을까?

이 연주 뭔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어려운 콩쿠르에서 인정받았다니까, 좋은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콩쿠르와 관계없이 데뷔한 음악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런 검증을 마쳤다는 말이다. ‘, 이 사람 연주, 정말로 좋은데,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 와닿는 그런 느낌이 있어

그렇게 느끼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 할 수 있겠다.

 

책 제목 블리스 BLISS더없는 행복, 지복이란 의미다.

 

이 책으로

연주자 임현정의 삶을 읽는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음악을 읽는다.

철학자 임현정의 마음을 읽는다.


임현정의 마음을 읽고 임현정의 음악 그 너머에 있는 우주를 만나는 일, 그게 클래식의 본령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음악을 한 걸음 들어가 음미하게 되고, 클래식 음악 전반에 걸쳐 식견을 쌓아갈 수 있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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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욕망과 삶
이문균 지음 / 밥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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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욕망과 삶

 

<음식남녀>의 의미는?

 

전에 영화 <음식 남녀>를 본 적이 있다.

기억하기로는 딸 셋을 둔 남자, 호텔 주방장인 주인공이 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잔잔히 흘러가는 줄거리를 통해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그 제목, ‘음식남녀의 의미를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게 단순하게 음식만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 가운데 가장 강한 욕망이 무엇일까? 옛날 중국 사람들은 음식 먹는 것과 남녀관계가 가장 커다란 욕망이라고 했다. 그러한 생각이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있는 음식남녀(飮食男女)라는 말에 담겨있다. ‘음식남녀관계가 인간의 근본 욕망이요, 삶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4)

 

이걸 분명하게 하기 위해 <음식 남녀>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음식남녀(飮食男女)라는 말은 예기(禮記)』「예운(禮運)편에 "음식과 남녀는 사람의 큰 욕심이 존재한다 [飮食男女 人之大慾存焉]"고 한 데서 비롯되어, 인간의 가장 본능적 욕정을 가리키는 것이 되었다. 즉 식욕과 성욕이 인간의 큰 욕정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음식남녀는 음식과 남녀를 합하여 인생의 근본 욕망을 의미하는 말인 것이다. ()과 성()이다.

 

그런 음식남녀, 저자는 그것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망원경, 현미경을 들이댄다.

 

소설 속 음식이 있는 삶의 풍경

영화 속 음식남녀

한계 상황 속의 음식 인생

이 사람 예수의 인생 식탁

 

이 책 덕분에 그간 설렁설렁 허투루 읽고 보았던 소설과 영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먼저, 소설에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

 

작가인 한강은 이 소설을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해 식물이 되려는 여자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식물이 되려는 이유가 인간의 폭력을 거부해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폭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육식 동물을 식물(食物)로 만들기 위해 가해지는 폭력이 있다.

짐승을 잡아 음식의 재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인간의 폭력이 수반된다. 짐승의 목숨을 끊기 위해서는 폭력이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 그런 폭력이 하나요. 두 번째 폭력은 그런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에게 강제로 고기를 흡입시키기 위해 폭력이 자행된다.

 

결국 주인공은 그런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식물(植物)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니. 그리스 신화에서 식물이 되고자 했던 님프 다프네.

 

에로스의 화살을 맞게 된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따라다녔지만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고 도망다녔다. 그럼에도 아폴론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지나치게 쫓아다니자 자신의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부탁해서 월계수로 변해 버렸다는 그리스 신화.

 

그 신화에서도 남성인 아폴론의 일방적인 구애 - 일방적인 것은 폭력이니까 - 에 저항해서 식물로 변한다는 줄거리가 <채식주의자>의 근저에 있는 폭력에 대한 저항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그중 또 하나, <레미제라블> :

 

이 책에서 환대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 가져온 이런 말로 환대의 의미를 규정한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환대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 구성원이 된다, 비로소 사람이 된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것은 그를 자기 공간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 그에게 접근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75)

 

구체적으로 <레미제라블>에서는 환대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식탁에서 나타난다. 장발장이 가석방되어 사회에 나오게 된 후 그 누구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문전박대만 당했던 것인데, 유일하게 주교관의 주교가 그를 맞아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차려준 음식, 그건 환대의 식탁이었다. 주교관에서 장발장에게 차려준 음식은 다음과 같았다.

 

물과 기름과 빵과 소금을 넣은 수프, 약간의 비계, 양고기 한 조각, 무화과, 신선한 치즈, 커다란 호밀빵 한 덩이. 그런 신부의 평소 식단에다가 오래된 모브산 포도주 한 병을 추가했다. (76)

 

이런 음식과 <춘향전>의 남자 주인공 이도령이 어사가 되어 남원 고을에 와서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끼어들었을 때, 받은 밥상을 비교해보면, 주교의 환대가 어떤 것이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개다리 소반에, 닥나무 젓가락, 콩나물 깍두기, 막걸리 한 사발 (248)

 

그렇게 음식은 인간이 인간을 대할 때에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다음 영화에서는?

 

먼저 <음식남녀 (飮食男女)> :

 

<음식남녀(飮食男女)>를 그저 음식을 먹는 남과 여로만 생각했던 나의 단순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수정해본다. 그렇게 하고 영화를 다시 보니, 그제야 딸들의 다른 모습, 그리고 주인공 남자가 재혼한 후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그러니까 그 영화를 허투루 본 것이다.

 

인생을 알기 위해서는 철학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소설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생이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이야기. 남녀가 만나서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4)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인생이란 결국 남녀가 만나서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이런저런 사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영화 <음식남녀>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이 영화를 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음식남녀, 음식과 남녀관계 중에서 후자에만 치중하고 보았다.

 

저자는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공간(空間)’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고 있다.

 

적절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남녀 사이에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작동하지 않는다.

먼저 물리적 공간이 허락되어야 한다.

농가 마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묻고 대답하던 남녀는 자동차라고 하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운전하는 남자가 우연히 손을 뻗다가 여자의 몸에 닿게 된다.

(중략)

그 다음에는 물리적 공간과 함께 마음의 공간이 열려야 한다.

그런 단계를 위한 것인지, 여자는 남자에게 집에 가서 차 한잔을 하자고 청한다.


의례적인 말 같지만, 차나 음식을 권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기의 마음이 열려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91)

 

그러니까 전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았다.

남녀 관계(?)만 들여다 보았던 게다. 영화를 허투루 보았음이 명백하다.


이제 다시 보니, 영화 속에서 비로소 공간이 보인다. 두 남녀 사이에 실제 물리적인 공간이 서서히 보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보인다. 그래서 실제적인 공간이 둘 사이에 사라지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남을 보게 된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식탁과 침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이 열리고 몸이 열린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먹으면서 서로에게 다가가고 사랑하며 하나가 된다. (95)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채식주의자>를 비롯하여 소설 <겨울의 환()- 밥상을 차리는 여자>, <구시대의 지주들>, <다이어트의 여왕>, <레미제라블>에서 음식과 관련된 사항을 뽑아내, 우리 인생의 모습을 성찰하고 있다.

 

영화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음식남녀>를 비롯하여 <초코릿>, <바베트의 만찬>에서 음식이 가져다 주는 신세계를, 새로운 관계 형성을 조명하고 있다.

 

3장과 4장의 각 사항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 덕분에 그간 설렁설렁 허투루 읽고 보았던 소설과 영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고,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삶도 진지하지 못하고 허투루 대하고 살았던 음식남녀가 얼마나 많았을까, 되짚어 보게 된다. 아쉽고 안타까운 시절들은 또 얼마나?

 

이 책은 그래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철학책이다. 음식남녀에 철학은 양념으로 맛을 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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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서양 고전 - 슈퍼히어로물의 원형, 수천 년 서양문명의 기원을 단숨에 파헤치는
안계환 지음 / 나무발전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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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서양 고전

 

이 책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알아야 할 서양 고전을 정리해 놓았다.

요즘 문화라 함은 동양의 고전도 물론 알아야 하지만, 문화 영역에서 서양 고전의 위치는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대단히 높다.

 

하지만 고전이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막연하고 다양해서, 어느 부분까지 알아야 하느냐에 대한 답변,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겠는데,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신화 고전

역사 고전

종교 고전

 

이렇게 정리된 항목을 보니, 우리가 알아야 할, 읽어야 할 서양 고전이 어떤 것인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화 고전 ;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신들의 계보>, <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아이네이스>, <변신 이야기>

역사 고전 :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바나시스>, <알렉산드로스 원정기>, <리비우스의 로마사>, <갈리아 전쟁기>

종교 고전 : 기독교 또는 유대교의 성경, 이슬람의 <꾸란>

 

이 정도가 저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서양 고전이다.

해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문화를 습득(?)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알아야 할, 그러기 위해 읽어야할 책들을 최소한도로 정리해놓았다. 그중 몇 가지 기록해 둔다.

 

그리스 인들에게 신은 어떤 존재였는가?

 

신이 만든 세상에서 인간은 언제나 신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헬라인은 생각했다. (34)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항상 궁금한 게 바로 이점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신화를 받아들였을까?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헤시오도스의 인간 역사 시대 구분

 

황금의 시대, 은의 시대, 청동의 시대, 영웅의 시대, 철의 시대 (57)

 

그리스 신화와 현재의 지명을 연결해서 읽어보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오늘날의 그리스 공화국 영역에서 일어난 일로 착각하기 쉽다. 모든 일들이 아테네와 그 주변에서만 일어난 일로 생각하기 쉬운데, 지도를 놓고 일어난 사건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는 헬라인이 활약했던 동서 지중해 전역과 흑해 곳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55)

 

해서 이 책에 언급된 그리스 신화의 사건들과 현재의 지명을 찾아, 정리해 본다.

 

프로메테우스 : 지금의 조지아, 카프카즈 산맥 언덕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고 있다.

북아프리카 서쪽 끝의 아틀라스 산맥은 티탄이었던 아틀라스가 벌을 받고 있다.

오늘날 튀르키예 -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모셔졌던 곳이 튀르키예 서부 해안지역을 의미하는 이오니아.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태어난 곳은 키프로스 섬.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이야기가 전개된 지역은 에게 해와 지중해 동쪽.

호메로스의 탄생지는 오늘날 튀르키예의 3대 도시인 이즈미르.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에도 헬라스의 도시가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 많이 등장한다.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스킬라와 카립디스의 경우, 오늘날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섬 사이인 메시나 해협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전해진다. (36)

 

오디세우스가 귀향 도중에 만나 고생했던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그 괴물과 관련된 지명이 있다. , 폴리페모스가 오디세우스를 잡기 위해 던졌던 바위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시칠리아 동부에 있는 아치레알레. (33)

 

이를 다른 책의 기록으로 보완해 본다.

 

카타니아 해안선을 따라가면 아치트레차(Acitrezz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앞바다에는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나 있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가 던진 바위라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이주에 폭력으로 대응했던 시칠리아 원주민들의 모습이 폴리페모스 신화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김상근, 40)

 

칼립소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은 몰타섬이다. (37)

 

지명과 관련해, 세이렌의 정체에 관한 저자의 추론을 소개한다. (35)

 

고대의 배들은 먼 바다가 아니라 주로 해안선을 따라서 이동했다. 현재의 이탈리아 나폴리 부근은 해안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잘못 항해하면 암초나 절벽에 부딪혀 난파하기 좋은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배들이 난파당한 사건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선원들이 세이렌의 노랫소리 때문이었다고 변명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지역 도시 이름에 세이렌에서 파생한 듯한 이름이 많이 보인다.

살레, 소렌토, 살레르노.

 

그리스 신화 중 저승에 다녀온 사람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저승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기 그런 사람들을 정리해 보았다.

 

오디세우스 : 마녀 키르케의 권유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기 위해. (40)

오르페우스 :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 위해 (96)

페르세포네 :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가 지상으로, 다시 저승으로. (90)

헤라클레스 : 12 과업중 하나, 저승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를 데려오기 위해 (78)

디오니소스 : 어머니 세멜레를 구하기 위해 (39)

아이네이아스 ; 미래를 알기 위해 (83)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에르 (95)

아스클레피오스 : 저승에 다녀와 의료의 신이 되었다. (39)

 

헤라클레스와 황소 (76)

 

뜻밖에 헤라클레스와 황소의 인연(?)이 많다.

 

그리스 신화에서 황소는 첫 번째로 에우로페를 납치하여 크레테로 데려온 황소가 있고,

그 다음으로는 크레테의 왕비 파시파에와 관련된 황소가 있다.

파시파에는 황소와 관계하여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헤라클레스가 수행한 12과업 중에 하나가 바로 두 번째 해당하는 황소와 관련이 있다.

그 황소가 세상을 골치 아프게 하자, 헤라클레스가 크레테로 가서 그 황소를 잡아 죽인다. 그게 일곱 번째 과업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지중해 맑고 깨끗한 이유를 아시나요?

 

유럽 여행을 하면서 지중해의 맑고 깨끗한 물에 감탄한다. 어떤 바다는 푸른빛을 띠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비릿한 바다 내음도 거의 없다.

 

그 이유는 ?

바다가 맑고 냄새가 없는 것은 플랑크톤과 어류, 해조류가 적기 때문이다. 어류와 해조류는 왜 적을까? 바다에 무기물과 유기물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를 바다에 공급하는 땅이 척박하기 때문이다. (59)

 

멜리안 대화 (the Melian Dialogue)

 

정의는 힘 있는 자가 정의하는 것이며,

약자는 힘 있는 자가 만든 정의에 순응할 때 행복과 안정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답을 아테네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멜리안 대화(the Melian Dialogue)로 부르는 이 장면은 후대인들에게 국제 정치와 권력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고 할 수 있다. (122)

 

늑대가 젖을 먹여 키웠다는 로마의 시조

 

리비우스의 로마사에 이런 기록이 나온다.

 

강을 흘러가다가 마른 땅에 머물게 된 두 아들(로물로스와 레무스 형제)을 늑대가 발견해 젖을 물렸다. 목축업자인 파우스툴루스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아내 라우렌티아에게 건네주며 양육하게 했다. (149)

 

그 뒤에 덧붙여진 기록이 의미 심장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근원을 다음 사실에서 찾고 있다.

라우렌티아는 평범한 창녀였는데 당시 목동들에 의해 늑대라고 불렸다고 한다.

 

인신 공양에서 벗어나 동물을 제물로 바치게 된 사건

 

기독교 경전인 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 명령에 아브라함은 순종하여 아들을 잡아 제물로 바치려고 하는데, 그때 하나님이 보낸 천사가 만류하고 대신 그 옆에 미리 준비한 동물을 바치라고 한다.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저자는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이때부터 인간 대신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번제물로 바친다는 개념은 예수가 자기 몸을 제물로 인간의 죄를 씻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교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이기도 하죠. (203)

 

시오노 나나미에 대하여 (153)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이런 기록, 의미있다.

 

지식인중, 특히 역사가들 중에 로마인 이야기를 폄하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이 픽션에 가까워 역사서라고 볼 수 없으며 심지어는 읽지 마라고 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의 책을 역사서라 주장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역사 스토리텔러라고 불리는 것을 즐긴다.

 

다시, 이 책은?

 

여기 등장하는 책들은 문화를 이해하려면, 모두 섭렵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리비우스의 로마사>, <갈리아 전쟁기>를 손에 넣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읽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 말고 나 같은 일반 독자 말이다.

 

해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문화를 습득(?)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알아야 할, 그러기 위해 읽어야할 책들을 최소한도로 정리해놓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서양 문화의 내용을 실제 고전에서는 뭐라고 말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고, 그러다 진짜로 읽고 싶은 고전이 있다면 그때 한 권씩 꺼내 읽으시면 됩니다. (7)

 

그런 저자의 말, 권면을 받아들여 고전 책들 꺼내기 전에 우선 이 책으로 최소한의 서양 고전, 읽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한 권으로 서양 문화를 정리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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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신을 죽이고 초인을 부른 니체, 귀를 자르고 광기를 부른 고흐, 증보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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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니체를 보고, 고흐를 읽는다.

 

니체의 글을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읽게 되는데, 아니 그 반대로 말하는 게 좋겠다.

고흐의 그림을 니체의 글을 읽으면서 보게 된다.

그러니 고흐도 보고 읽고, 니체도 보고 읽게 된다.

 

니체의 글, 조금 어려운데 그때 고흐의 그림이 있으니, 고흐의 힘을 빌려 니체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저자는 공공인문학포럼인데. 아마 많은 논의를 거쳐 그런 식으로 니체와 고흐를 한꺼번에 읽어보자는 생각에 뜻을 같이 했을 것이다.

 

해서 이책의 8장까지는 니체의 글을 하나 읽으면 그 옆면의 고흐 그림을 같이 읽는 것으로 편집을 해 놓았다.

 

이 책의 글은 모두 니체의 글

 

그런데 9장은 <예술가에 대하여>라는 타이틀 하에 1-8장까지와 같은 스타일로 구성하였는데, 그 글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 놓지 않아, 그게 아쉽다.

 

1-8장까지의 글은 글마다 니체의 저작물을 표시해놓았으니, 니체의 글이 분명한데, 9장에는 실린 글에 대하여 설명이 붙지 않았다.

8장까지의 형식을 생각한다면, 9장의 글도 니체의 글 같기도 한데, 밝혀놓지 않았으니 답답하다.

 

더 읽어보니, 내 짐작이 맞다. 니체의 글이다.

9장 글 중 단 하나, 288쪽에는 <니체와 바그너>라는 출처가 붙어있다.

그리고 다시 10장에서는 니체의 글이 출처를 밝혀놓은 상태로 인용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글은 모두 니체의 것이고, 그림은 모두 고흐의 것이다.

 

이 책의 활용 방법

 

그렇게 니체의 글과 그림을 함께 보고 읽어가는 이 책,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일단 고흐의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니, 고흐의 화집으로 활용하면 좋다.

고흐의 그림을 여기 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책으로 엮은 경우는 있긴 하겠지만 드물다, 그러니 먼저 고흐의 화집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참고로 책의 마지막 부분에 <고흐의 그림 찾아보기>라는 타이틀 아래 고흐 그림 목록 색인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다음에는 니체의 글을 읽는데, 고흐와 함께 같이 읽어가는 것이다. 

니체의 글은 한번에 후루룩 읽고 넘어가는 글이 아니다. 무슨 내용을 이해하거나 암기할 그런 글도 아니다. 니체의 글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해서 읽고 또 읽고 하면서 니체의 생각 그 끝에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니체의 글이다.

니체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국물이 우러나는 진국이 된다.

그런 글이니, 묵상하다가 그 옆의 고흐 그림을 보면, 그 그림에서 무언가 글에 관하여 도움이 될만한 영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책은 보기 드물게 니체의 글을 읽으면서, 고흐의 그림도 같이 보는 책이니,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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