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기술 - 글쓰기, 누구나 잘할 수 있다!, 개정증보판 기자처럼 글 잘쓰기 1
배상복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쓴 글을 점검해 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서평 쓰려면 먼저 책을 잘 읽어야 한다. 그 다음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써야 한다.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것, 그게 부러워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도 어떻게 하면 글 잘 쓸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서평 쓸 때만이라도 글을 제대로 잘 쓰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지금껏 의식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써오던 글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말과 글을 재미있게 풀어 씀으로써 일반인들이 우리말과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중앙일보 어문 연구소 부소장인 배상복 기자가 우리 말 글쓰기를 잘쓰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

 

내가 쓴 글을 점검해보다

 

위의 글을 써놓고, 새삼 책 속의 내용 하나를 떠올려 본다.

<문장은 짧게>라는 항목에 나오는 말이다.

 

<한 문장은 딱히 몇 자가 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30-50자가 적당하다.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 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35)

 

그 가르침에 비추어, 내가 쓴 위의 글을 한번 따져 보았다.

첫째, 문장이 길다. 저자가 말한 바, 한 문장에 들어간 글자 수가 60자를 훨씬 넘는 것이다.

둘째, 한 문장 안에 두 가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하나는 이 책은 배상복 기자가 썼다는 것을 말하는 내용이고, 또 다른 것은 배기자가 받고 있는 평판을 인용해 놓았다. 그 두 가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연결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가르침에 비춰 보았을 때에 어색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 ‘~을 부인할 수 없다란 말을 써놓고 보니, 이것도 역시 마음에 걸린다. 영어식 구문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그렇게 나의 글쓰기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문장의 십계명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글쓰기를 할 때에 필히 참고해야하는 사항들로 엮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문장의 십계명으로 제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중복을 피하라

호응이 중요하다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몇 가지 의아한 항목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잘 못 배운 탓으로, 글을 쓸 때에 잘 못 쓰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고도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여기 적어둔다.

 

<군더더기 없애기> 항목에서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등장한다.

 

먼저 이런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래서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24)

 

그런 문장이 왜 잘 못된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해설해 놓고 있다.

 

<접속사 그래서’‘그러나가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지게 만든다. 접속사를 자제해야 깔끔한 문장이 된다. 특히 일이 순서대로 진행될 때에는 접속사가 글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므로 없애는 게 낫다. 진정한 목수는 못을 박지 않는다.>

 

그렇게 해설한 다음에 수정된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처음 제시된 문장에서 접속사 그래서그러나'를  빼버린 것이다.

그런데 (, 나의 이 버릇. 접속사를 사용하려는 이 본능적인 행동!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할 때에 쓰는 말, ‘그런데 말입니다를 떠올려 보면, 내가 그런데라는 접속사를 사용한 것을 이해해주실 것이다.) 저자가 잘 된 문장으로 제시한 글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문장을 연결시키는 기능을 하는 접속사를 단지 문장이 늘어진다고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아하다.

 

저자가 제시한 문장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부드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언가 그 문장에서 빠진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게 무얼까? 바로 접속사이다. 접속사가 빠져 있으니 앞 뒤 문장이 - 물론 그 의미는 이해되지만 -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언가 더 있다. 저자는 이런 말도 하고 있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 그렇다고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로우므로 길이에 적당히 변화를 주면서 리듬감 있게 써야 한다.> (35)

 

그렇다. 리듬감! (물론 이 말이 정확한 우리말인지 모르겠다, ‘리듬이란 외래어와 ()’이라는 한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말, 리듬감, 이게 괜찮은 말인지?)

저자가 위에서 제시한 문장을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접속사를 그런 식으로 배제하기 보다는 적당히 살려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저자가 제시한 글)

 

(내가 생각해 본 문장들)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는데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글쎄, 내가 저자가 말한 잘쓰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의미 중복>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가 제시한 잘 못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저자는 이 문장이 잘 못되었다며 그 이유를 밝힌다.

<‘정도는 같은 뜻으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57)

 

그런 설명 뒤에, 잘 된 문장으로 다음 두 문장을 제시해 놓고 있다.

 

1.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걸린다.

2.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정도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 낸 두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

[관형사] ‘대강2’,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

유의어 : 1

 

정도 (程度) [명사]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유의어 : 가량5, 4, 분량

 

사전적 의미에서는 두 단어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니 원래의 문장은 잘못된 문장이 아니지 않을까?

 

2부의 <우리말 칼럼>중에서, 너무 예쁘다(?)

 

이책이 인쇄된 것은 112015525일이다. 그러니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이 책에서 잘 못 쓰는 사례로 든 사항이 바뀐 것이 있다.

 

바로 너무 예쁘다(?)’란 항목. ‘너무란 말은 그 뒤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 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너무 예쁘다라는 말은 잘 못 쓰여진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종전까지 유지해오던 그런 견해를 바꿨다,

 

다음은 관련기사 중 일부이다.

 

<그동안 부정적인 표현에만 사용 가능하던 부사 너무를 이제는 긍정적인 표현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틀린표현으로 교열 대상이던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는 말도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5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변경했다.>

 

지난 15일이라 함은 2015515일을 말한다. 그러니 이책을 읽는 분들은 이 부분 고쳐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다양한 문장 사례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문장이 어때야 잘써진 글인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1부의 문장의 십계명에서는 구체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2부의 우리말 칼럼에서는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던 단어, 용법들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내 글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여, 결국 글을 잘 쓰게 지도해주는 교사의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거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는 점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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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불타는 반도 1~5 세트 - 전5권
윤규창 지음 / 밥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를 이렇게도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이점

 

저자는 누구인가?

 

현재 구미에서 영어 학원 원장인 저자 윤규창은 "코끼리 쌤" 으로 불린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언어(러시아어)를 전공한 교사가 지은 것이다.

 

이 책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쓴 책이다.

 

그러니 이런 궁금증이 든다. 왜 학원 원장이 이런 역사 소설을 썼을까?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우리 역사를 바로 알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역사 소설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역사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저자는 소설 형식을 빌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교과서적인 전개를 넘어서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치를 해 놓고 있다.

 

소설적 장치, 이야기를 맛있게 만들다

 

이야기의 전개와 서술 방식

 

이 소설의 주제가 되는 이야기는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다. 임오군란, 동학 혁명, 명성황후 시해 사건들.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줄거리의 전개를 날짜별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기대어 소설가가 창조한 인물을 역사적 사건에 진입시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역사적 사건의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직접 뛰어 들어가 체험하고 같이 일들을 겪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글이 더 사실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는 독자라면, 마치 역사적 사건의 한 복판에 들어서서 몸소 그 사건을 겪고 있는 듯 느껴질 것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

 

저자는 이 소설에서 비단 사람들만 주인공으로 역할하도록 하는게 아니라, 개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그 개에게 부여한 재능이 특이하다, 그 개 - 진스칸- 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글을 읽을 줄 알며, 또한 육체적 능력도 탁월하다. 지구력은 물론이고, 태견과 유도를 응용한 기술도 습득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연장도 사용한다. 그러니까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재능을 가진 개 진스칸은 이 소설에서 아주 유용하게, 즉 이야기에 재미와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활약도 볼만하게 펼치고 있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자료 제시

 

<1894년에 비단 한 필은 쌀 한 가마와 바꿀 정도로 비싼 것이었습니다.>(1126)

 

동학 농민군과 정규 군사들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실제 사망, 부상자 수 까지도 자세히 서술하였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 사실감을 부여하여 전투장면을 자세하게 그려놓고 있다.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 4천명도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사망자가 50명 부상자가 180명이나 되었고 이 방언이 이끄는 농민부대에서는 사망자가 90명 부상자가 280명이 되었습니다.> (1132)

 

줄거리 한번 살펴보자

 

구 한말, 이야기는 임오군란에서 시작된다. 역사 교과서에서 임오군란 이란 항목에서 배운 내용들이 주인공 이장식의 입장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임오군란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동학혁명으로 이야기를 옮겨간다. 그 후 명성황후 시해 사건도 등장하고,

이러한 사건의 와중에서 주인공 이장식은 결국 전사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그의 딸인 서희가 진스칸과의 재회, 그리고 이장식의 제사에 가족이 모이고,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의 가치

 

이렇게 구한말의 주요 사건들이 이 소설에 소재가 되는데, 이를 - 앞서 말했지만 - 일자를 제시하면서 기록하고 있으니 마치 넌픽션같은 기록성이 느껴지기도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 넌픽션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역사 교과서에서 몇 줄로 설명이 되는 사건들을 드라마처럼 연결된 구체적인 장면 장면들로 바꾸어 볼 수 있게 되어, 역사적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역사의 앞 뒤를 꿸 수 있는 이점도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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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찌질함도 위대함의 일부인가?

 

어쩔 수 없는 모순적 존재, 인간

 

저자는 보잘 것 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 지질하다를 발음대로 표기한 찌질함과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위인전의 결합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라 말한다.(5) 맞다. 찌질함과 위인전이라는 말은 같이 사용할 수 없이 모순적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인간치고 모순 없는 존재가 어디 있던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순의 존재이고, 따라서 이 책 그런 모순을 찾아내어 위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목적을 지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위인 11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처음 각인되었던 처음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니 위인의 위인다운 모습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그러한 위인들의 이면을 만나게 되는 재미, 그게 이 책을 접했을 때 처음 갖게 되는 생경함이요, 신선함이다.

 

위인의 찌질함을 보는 두가지 방법

 

그러면 저자는 어떤 측면에서 위인들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가?

저자는 위인을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자리에 놓고, 마치 하늘의 별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위인을 다시 보자는 주장을 한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첫째로, 위인에게서 우리가 듣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낸다. 지금껏 듣지 못했던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그들을 인간답게바라보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예로는 김수영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김수영의 시를 읽으며 저자는 김수영이 아내를 구타한 사건을 보여준다. 왜 김수영은 길에서 아이들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는 곳에서 아내를 구타했는가? 그리고 거기에 얽힌 사연은 무엇인가? 등등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껏 몰랐던 김수영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둘째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느냐,하는 점이다.

예로는 간디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저자는 간디에게서 한계적 인간의 전형을 찾아낸다.

 

<간디의 한계는 그가 카스트 제도의 철폐까지는 주장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0쪽)

 

<간디는 기존의 틀 자체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201쪽)

 

<20세기 이후 세계 역사에 있어서 간디만큼이나 정치적, 종교적 색채가 혼재되어 있는 인물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어떤 관점을 갖고 간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218)

 

여기서 찾아낸 새로운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알게 되는 위인들의 찌질함은 실상은 위대함의 일부이다. 결코 그것이 분리되거나 따로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들은 위인의 그러한 면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러한 찌질함을 읽게 되어, 결국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헤밍웨이의 경우, 찌질함 자체

 

헤밍웨이의 경우는 처음부터 위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품은 어쩔지 모르겠으나, 그 작품 몇 편만으로 그를 위인의 대열에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의 판단이 이 책을 읽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위인이라는 분류에는 처음부터 들어갈 사람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여기 소개된 일화들, 사건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찌질함 그 자체가 아닐까 판단된다.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철학

 

저자가 찌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진짜 찌질한 것은 무엇이든 그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내 목숨이 영원할 것 같고, 내가 가진 권력이나 돈이 영원히 나에게 머물 것 같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대한 찌질함의 가능성이 열린다. 때문에, 불안이 반드시 영혼을 잠식하는 것도 아니고, 불안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도 아니며, 반드시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더 찌질해질 수도, 덜 찌질해질 수도 있다.>(249)

 

그들의 찌질한 면들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찌질함이 결코 위인의 모습을 허물거나 가리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찌질한 면모를 지닌 그들도 결국은 사람이었고, 사람인 이상 모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찌질함이 결코 그들의 위인됨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 가려진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니,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거기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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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 마키아벨리처럼 - 위기를 창조적 도약으로 바꾸는 자기혁신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3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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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처럼 탁월한 사람을 모방해서 정치하라

 

이 책의 장점, 저자 그 자체

 

저자 신동준은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찾아낼 수 있는 리더십의 요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저자의 탁월한 경력에 기인한다.

그는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한 사람이다.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필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펴낸 책을 살펴보면,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그의 능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은 <탁월한 사람을 모방하라, 마키아벨리처럼>인데, 단순히 마키아벨리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그저 사변적인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왜 타당한지,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내어 놓는 점이다.

 

게다가 그 실례는 어느 한 곳이나 한 시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동서양을 넘어서, 또한 시대를 넘어서 풍부한 사례들을 끌어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별히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이 책의 주재료로 삼으면서 <한비자>를 곁에 놓는다.

 

천년을 두고 내려온 동서양의 고전, <군주론>과 <한비자>를 같이 엮어 놓았는데, 어찌 그뿐이랴, 해박한 저자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그 두 고전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생동감으로 넘친다. 그래서 이 책은 먼 옛날의 고전이 현대에 살아나 팔짝 팔짝 뛰는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 간언을 둘 수 있는 좋은 참모를 두라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런 식이다.

 

<마키아벨리의 시각에서는 군주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은 산하들에게 얕보여 경멸을 당하고, 나아가 탐욕스런 모습으로 인해 백성의 증오 대상이 되는 경우다. 존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넘어 경멸을 받고, 비나의 차원을 넘어 증오의 대상이 되면 군주는 보위을 유지할 길이 없게 된다. 권신에 의한 시군찬위(弑君簒位)가 빚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조가 뒤집히고 정권이 뒤바뀌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68)

 

이렇게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설명한 다음에 저자는 바로 이어서 한비자를 들어 그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한비자도 마찬가지다,. 한비자가 간겁시신(姦劫弑臣)에서 이를 집중 거론한 것이 그 증거다. ....한비자는 간신과 겁신 및 시신에게 휘둘리는 군주를 문둥병자만도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68)

 

그럼 저자는 이런 주장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들어 이해를 촉구한 다음에 어떻게 글을 마무리하는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는 요즘의 나라나 회사에 대입해도 똑같다. 복잡한 세상에서 대통령이나 CEO는 모든 것을 다 알고 판단할 수는 없다. 믿을만하고 유능한 참모를 곁에 두어 그들의 의견을 듣고, 깊이 생각하여 자신만의 판단을 하고, 일단 정해진 결론은 인내를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나라나 회사는 풍전등화 앞에 있는 것이며, 자리를 보전하기도 쉽지 않다. >(69)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에서 찾아낼 수 있는 리더십 관련 항목을 36가지 추출해 낸다.

 

<군주론>의 요체

 

36개 항목을 대분류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어떤 모습으로 리더십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는 리더십

끊임없이 새로운 성공을 이루는 리더십

너그러우면서도 두려운 지도자가 되는 리더십

원할 때 들을 수 있는 조언자를 두는 리더십

사자의 위엄과 여우의 지혜를 동시에 가지는 리더십

탁월한 사람을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리더십

 

이렇게 리더십으로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요체에 접근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삶과 사상에 관하여>라는 항목으로 마키아벨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친절한 안내를 해주고 있다.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잘하는 게, 정치가

 

이 책을 읽고 난 서평의 마무리는 이런 말을 인용하면 어떨까?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윤리,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을 거부했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현실이고, 이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390)

 

정치는 그런 것이라는 것을 특히 우리나라 정치가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굳이 다른 말로 말하자면 마키아벨리처럼 탁월한 사람을 모방해서 정치하라는 말이다. 물론 국민들은 이것을 명심해서 현실에서 선택을 잘 하는 정치가에게 투표하는 것을 두말할 나위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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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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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화정(華政)’의 불씨를

 

<정명공주는 천수를 누리고 83세에 세상을 떴다. 정명은 늙어서도 공주였고 죽을 때도 공주였다. 얼굴에서 발하는 존귀함은 죽어서도 다르지 않았다, 숙종은 정명공주가 죽어서도 예우를 다했다. 실록에도 숙종이 정명공주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대목이 따로 나올 정도다.>(315)

 

정명공주!

선조의 딸로 태어나 숙종대에 이르러 죽었으니, 조선임금 선조, 광해군, 인조를 거쳐 숙종에 이르기까지 6명의 임금을 겪었다. 때로는 영화를 누리며 때로는 고난을 당하며 살았는데, 그 생을 초지일관 지탱하고 있던 것은 바로 화정(華政)’이란 두 글자였다.

 

그 두 글자, ‘화정이 곧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정이란 두 글자가 어떻게 정명공주의 삶을 이끌고 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화정(華政)’의 의미

 

저자는 화정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화정(華政)에서 화()는 빛 또는 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화정은 빛나는 다스림혹은 화려한 정치로 해석할 수 있다. 각각의 해석은 다른 느낌을 준다. ‘화려한 정치에는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모습이 담겨있고, ‘빛나는 다스림에는 자기 수양과 애민(愛民)의 의미가 담겨있다.> (6)

 

그러한 화정의 뜻이 정명공주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정명의 행실

 

정명의 행실을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막내아들 홍만화에게 내린 글이 있는데, 그 글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원하건대 너희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었을 때 마치 부모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귀로만 듣고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입에 올리고 정치와 법령을 망령되이 시비하는 것을 나는 가장 싫어한다. 내 자손들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경박하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말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7, 193)

 

정명의 처세술

 

정명의 처세술은 대체로 결정적인 순간에 침묵하는 것이었다. 고난의 시기에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시기에도 침묵했다.(193)

 

정명은 주변의 입방아에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섣불리 대응하다가 오히려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거나 해소되었다.

 

정명은 평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존귀함을 잃지 않아 따르는 무리가 많았다.

 

정명은 스스로 움직여서 표적이 되기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고도의 빛나는 다스림을 체득했다. 안달복달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하는데 능숙했다.

 

정명공주의 일생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명공주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광해군, 인목대비, 영창대군 등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

폐서인되어 죽어 있다 다시 숨을 쉰 공주

당대 최고의 여성 서예가로 평가받는 인물

역대 여섯 왕과 함께 한 최장수 공주. (6)

 

, 소현세자~

 

저자는 정명공주의 화정을 가지고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다,

바로 소현세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해서다.

소현의 자리에 정명이 있었더라면, 더 정확히 말해서 정명의 화정을 소현이 가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자신의 속을 감추고 혼자 꿈을 키웠을 것이다. 꿈은 자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때에 이루어진다. 정명공주는 상대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상대가 싫어하는 점을 거론하는 것을 금기로 여겼다. 소현세자가 정명공주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인조에 이어 왕위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소현세자는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어 인조를 분노하게 했다. 섣불리 움직이면 표적이 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 그때조차도 자신을 노출하면 안된다. 언제 동지가 적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력의 세계에서는 아버지조차 믿을 수 없다. 소현세자는 결국 인조의 표적이 되어 이 세상과 결별하게 되었다. >(273-274)

 

소현세자에 대한 그런 아쉬움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서양문물에 눈뜬 소현세자가 왕위를 이어받아 일본에 앞서 서양문물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조선의 근대화가 100년은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구한말에 외세에 휘둘려 나라를 빼앗기는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273)

   

역사를 보는 시각의 새로움

 

세상에 선과 악의 싸움은 드물다. 선과 선의 싸움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선과 선의 싸움에 대하여 말하기를 우리는 악을 경계하듯이 선도 경계하여야 한다. 서로 선이라고 말할 때 선들은 충돌한다.”(67)며 이런 시각을 가지고 우리 역사를 읽어낸다.

 

대표적인 예가 황윤길과 김성일, 김상헌과 최명길에게서 선과 선의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런 진술은 어떠한가?

<많은 사람이 이이첨은 원래부터 악의 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선이 선을 밀어내자 밀려난 선이 악으로 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103)

 

이 시대에 화정의 불씨를

 

그렇게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는 그 해결책으로 바로 화정을 거론한다.

 

<조선 사회에서 선과 선이 부딪혔을 때에는 어느 한쪽이 결국은 죽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으로 변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악순환을 깨는 방법이 있다. 한 걸음 물러나 상대가 움직일 여지를 주는 빛나는 다스림이다.>(103)

 

그렇게 저자는 정명공주의 화정을 가지고 역사를 읽어낸다. 그러니 정명공주의 화정은 그 자신만의 인생철학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저자를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철학으로, 더 나아가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정명공주의 인생을 그 주변의 역사를 서술하는 가운데 지금 이 시대에 화정의 불씨를 살려내려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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