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방글 글, 정림 그림 / 책고래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지만 강한  어른 동화 

 

이 책을 한 마디로 평한다면, 짧지만 강하다.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간의 욕심에 평화는 사라진다. 마치 그것이 겉으로는 평화롭고 태평한 것 같이 보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불과한 것이지, 그 속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저자인 방글이 딸과 함께 읽고 싶어서 쓴 책이라 하는데, 그렇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글은 짧고 내용은 깊고 의미 있는데, 혹시 아이들이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엄마와 같이 읽으면서, 그 동물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면 어떨까?

아마 그 것이 저자의 의도인 듯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기 토끼가 아빠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아빠를 잃어버린 것이다. 대체 아빠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렇게 아빠를 찾으러 길을 나선 토끼는 가는 길목에서 여우를 만난다.

여우 역시 엄마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둘은 일행이 되어 같이 길을 간다.

그 둘은 가다가 사슴을 만났는데, 그 사슴 역시 친구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토끼, 여우, 사슴은 일행이 되어 같이 길을 간다.

또 뱀을 만나는데, 뱀 역시 동생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길을 간다.

또 곰과 너구리를 만나는데, 그들 역시 아이들을 잃어버려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동물들 토끼, 여우, 사슴, , , 너구리 은 각자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으러 함께 길을 간다.

이윽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거기 찾고자 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사람들과 같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토끼 모자가 되어, 또 너구리 목도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 아이들- 은 그 모자로, 그 목도리로 따뜻하게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그 들의 평화로운 방안 풍경이 그려진다.

박제가 되어 벽에 걸린 사슴, 방바닥에 카페트처럼 깔려있는 곰.

그렇게 인간의 평화스러운 모습에 동물들은 그렇게 주검으로 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것 하나. 벽에 걸려있는 총,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들고 있는 총. 그게 인간이 동물과 함께 하는 방법이었다.

 

그것을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사람들만? 아니면 동물과 사람들 함께?

 

그 '우리'가 단지 '사람들만 우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열 아들 안부러운 딸 하나 

 

이 책은?

 

이 책은 저자인 다카기 나오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다.

 

책을 집어들게 하는 많은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으뜸가는 것은 주인공이 아닐까?

주인공이 매력적이라면, 그래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면, 그 책은 많이 그것도 저절로 읽히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주인공인 나오코가 은근히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다.

뭐 별로로 내세울 것은 없지만, 얼마나 귀한 딸인지 모르겠다.

 

이상적인 딸

 

이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런 제목을 붙이는 장을 덧붙였다.

이상적인 딸은 아니지만

 

아니, 더 이상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딸이라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만화 속의 주인공 나오코는 이상적인 딸이다.

 

자라나서 사회인이 되어서는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잘 처리하며, 집안으로는 부모에게 잘하고, 그 밖에도 사려깊은 행동으로 속 썩이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이상적인 아이 아닌가?

그런 아이인 나오코가 이상적인 딸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어떤 딸이 이상적인지?

 

평범한 딸

 

평범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인공이 평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나오코는 그야말로 평범한 딸이다. 시골에서 자라나, 이제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아주 평범한 시골처녀다.

 

효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런 주인공과 부모와의 관계만 오로지 집중해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부모님의 집이 오래 된 집이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 때문에 그 집을 리모델링 해 주려고 생각하는 것, 이제 은퇴한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 등, 그런 것을 생각하는 사려깊은 딸의 효성스런 모습을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효도할 수 있을까?>이다.

 

이 책에서 나오코가 효도하는 모습은 이렇게 등장한다.

 

그러고 보니 요새 연락이 없는데 건강하게 지내실까?

그렇게 내가 걱정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4)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는 부모와 딸. 그 딸은 바쁜 일과 중에서도 부모를 걱정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부모가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한 걱정을 한다는 것, 그게 효도의 근본이 아닌가?

 

나오코가 효도하는 것은 또 이렇게 나타난다.

도쿄에 가끔 올라오는 아빠를 위해서 아빠하고 같이 도쿄 여기저기를 구경가기도 하고, 또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가 할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25) 아빠를 맞이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 그게 효도하는 자세이다.

 

그밖에도 주인공 나오코는 부모를 모시고 한 번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위해 한국으로 나들이를 가게 된다.

그렇게 한국에 여행을 와서 며칠을 지내고 가는데, 그 모습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 버릴 만한 여러 곳과 여러 가지 장면들이 일본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도 여기 만화의 재미거리이기도 하다.

 

열 아들 안부러운 딸 하나 

 

그렇게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만화는 시작하고, 끝이 난다.

또 어디 딸만 효성있는 게 아니다. 부모도 특히 여기서는 아버지 딸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아버지와 딸의 사이가 그렇게 보기 좋을 수 없다.

여기 마지막 장에서는 딸이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책을 구하기 위하여 동네 방네를 다 돌아다녀서, 결국 한 권 가장 큰 서점에서 한 권만 팔더라 하면서 - 을 구해 오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그려진다.

 

다 읽고 나서, 입가에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지는 책이다.

만화니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고, 나도 모르게 저런 딸, 제법인데, 하고 칭찬해주고 싶어진다. 열 아들 안부러운 그러한 딸이다. 그런 주인공이 너무 사랑스럽게 여겨져, 그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디 - 변화하는 세상을 위한 지혜 지혜의 씨앗 씨리즈 2
마하트마 K. 간디 지음, 앨런 제이콥스 엮음, 조계화 옮김 / 지와사랑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디, 그의 위대한 삶

 

모처럼 간디를 읽는다.

모처럼이 아닐지 모른다. 간디를 여기저기서 많이 접했기에, 간디를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디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접하는 것은 모처럼이 아니라,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 책은 간디에 대한 정수만을 모아놓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간디의 자서전으로부터 발췌하여, 간디의 일생 중 주요한 내용을 알게 해 놓았으며, 간지 전집에서 그의 중요활동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간디의 행적을 더듬어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더하여 간디에 관한 신문기사 또는 저서로부터 그가 남긴, 우리가 이 시점에서도 기억해야 할 어록들을 실어 놓았다.

 

간디를 만든 사상들

 

간디는 소극적 저항운동과 시민 불복종운동을 이끌었는데. 그를 그렇게 만든 사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았고, 인도의 위대한 유산 <바가바드기타>도 그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시민운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사상들을 접하면서 그는 서서히 그의 사상을 정립해 나갔으며, 결국 그런 사상들이 그를 위대한 행동가로 만든 것이다.

 

또한 그가 아힘사(비폭력)의 힘을 깨닫게 된 계기도 거기에 집어 넣을 수 있으리라.

어려서 그는 도둑질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것이 결국 그로 하여금 아버지께 용서를 비는 편지를 쓰게 만들었는데, 아버지는 그를 나무라거나 때리거나 하지 않고 용서해 주셨다. 이를 기화로 간디는 아힘사 (비폭력)이 힘이 얼마나 센가를 경험하게 되고, 그 뒤로 그를 이끄는 주요 사상이 된 것이다 .

 

그의 편지 중에서

 

돈과 땅, 여자는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악의 근원입니다. 이 세 가지가 없더라도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남들이 불안해한다고 덩달아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상을 실천한다면 악의적인 활동은 줄고, 공공을 위한 활동은 늘어날 것입니다. (120)

 

120쪽에 실린, 간디의 연설문 중 일부이다.

그런데 이상을 실천한다면이란 글에 유감이 있다. 문맥을 따져보자면, 이상이 이상(以上)인지, 이상(理想)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전자(前者) 같은데, 혹시 그것을 간디는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러니 번역할 때에 불분명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하여 다른 말 위와 같은 사항들이라고 하면 어떨까? - 을 쓰거나, 혹은 한자를 병기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어록 중에서

 

모두의 발에 묻은 먼지 같은 사람이 신과 더 가까이 있다.(185쪽)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에는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 나쁜 음식을 먹을수록 몸도 나빠지는 법이다. (188쪽)

 

진정한 기쁨은 한입 가득 머금은 물이 아닌 한 방울의 물에서 나온다.(188쪽)

 

간디, 그의 위대한 삶

 

간디는 역시 위대한 인물이다. 그를 설령 자세하게 모를지라도 몇 개의 에피소드만으로 그는 위대한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자세하게 들여다본 그의 삶은 위인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위대한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조상은 이름으로 추론해 본다면 식료품 파는 일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간디라는 성이 구자라트어로 식료품 장수를 뜻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심상치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가 한 일이 어떻게 보면 백성들을 먹이고 살리는 일이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들러 심리학 입문 - 오늘을 살아가는 무기, 용기의 심리학, 개정 증보판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들러 심리학 입문

 

이제 아들러의 육성이 담긴 책을 세 권 째 읽는 셈이다.

지난번에는 <행복해지는 관심><그 사람이 나를 진짜 도와주는 진짜 이유>을 읽었으니, 이 번이 아들러의 저작집으로 세 번 책이다. 그런만큼 나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책이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아들러의 주요 저서로는 다음과 같은 책이 있다 한다. (224)

 

신경쇠약의 특색에 관하여

개인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삶의 과학

의미있는 삶 (What Life Could Mean to You)

인간 본성의 이해

 

이 중에서 <의미 있는 삶 (What Life Could Mean to You)><그 사람이 나를 진짜 도와주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아들러의 육성이 담긴 책이다.

아들러의 육성과 함께 아들러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항목에서는 아들러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별히 아들러의 심리학중 요체라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정리해 놓았다.

그러니 이 책으로 아들러의 생애부터 그가 주장하는 바의 에센스까지 한꺼번에 읽어볼 수 있다 하겠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서 아들러 심리학에 대하여 언급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협력의 의미

2. 몸과 마음의 관계

3. 열등감 보상과 우월감 추구

4. 기억이 알려 주는 비밀

5. 꿈의 이해와 사용법

6. 어려움을 해방시키는 용기

 

(아들러 심리학 관련되어 번역된 책이 어려 권 있을 것인데, 이렇게 책마다 포함된 내용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밝혀주면 독자들에게는 중복되는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번역되는 책마다 원제를 밝혀주면 더 좋을 것이다.)

 

아들러가 말하는 용기

 

역시 이 책에서도 용기는 중점적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이제 아들러 하면 용기가 저절로 떠오르게 생겼다.

지금껏 읽어왔던 아들러의 책들이 모두다 아들러를 용기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프롤로그에서도 용기를 강조하고 있었고, 별도로 6장에서 어려움을 해방시키는 용기라는 항목을 마련, 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밑줄 긋고 싶은 구절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경험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

 

사람이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 부여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을 통해서이다.

기억을 떠올릴 때 그 일은 인생에 대해 어떤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 해석과 현재 및 미래의 인생에 대해 갖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38)

 

현재 아들러 심리학의 위치

 

오늘날에 있어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환자의 치료적인 면이나 문제아들의 교육에도 원용되고 있으며, 학술적인 평가에 있어서도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모든 사람이 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프로이트의 심리학과 견주어 보아도, 프로이트의 이론은 심리학자들에게만 선호되고 있는 반면에 아들러의 심리학은 보다 더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일개인 스스로도 아들러의 이론을 자기 인생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용하다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 ....

그러니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이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352)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심정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이리라. 안전하지 않은, 즉 나라없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보는 그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소설은 그런 저자의 심성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그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인도하여 우가 미처 깨닫지 못하던 역사의 구석구석을 당시의 언어로 보여준다.

그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나라없는 나라의 모습

 

<-왜놈이 궁을 터는 일에 편역을 드니 개화당이로구만.

대오의 뒤편에서 비아냥대는 소리가 날아왔다.

-말이 과하다. 나는 어명을 따를 뿐이다. 어명을 거역할 셈인가

잠시 말이 끊기고 추녀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병사 하나가 일어나 들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내리쳐 두 쪽을 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총을 동강 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자는 입고 있던 군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195)

 

조선병사의 입으로 말한, ‘나라 없는 나라가 당시 조선의 모습이었다. 나라라는 이름은 있으나, 나라가 아닌 나라.

나라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나라에 속한 백성들 먹이고 입히고 지켜 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 것 하나 해주지 못하는 나라라면 임금이 있다한들 그게 나라인가?

그 병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시에만 맞는 말이 아니라. 누천년을 두고 두고 해당되는 말이기에 이 책에서 외치는 가장 큰 함성이며, 고함이다. 우리 모두가 외어야 할 금과옥조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학군, 장팔의 최후

<- 불을 질러라. 음험한 것들이다.

어찌 그러십니까?

얼굴은 깨끗할지 몰라도 옷을 보지 못하였느냐? 동학당이 아니라도 같은 부류들이다. 질러라.

사람들이 횃불을 만들어 집 안 곳곳에 던져 넣었다. 분명 부시 치는 소리가 들렸을 터인데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이 다 탈 때까지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332)

 

백성은 나라없는 나라에서 백성은 그렇게 죽어간다.

 

<강직한 것이 병이라면 말세로세> (142)

나라없는 나라에서, 강직한 성품 가진 백성은 죽기 딱 좋다. 제명에 못 산다.

 

이런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살아남아라.”.

 

전봉준이 딸 갑례에게 한 말이다. 그런 나라에서도 모진 목숨 살아야 한다. 아니 마지 못헤 사는 삶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나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내야 한다.

 

다시 돌아가서는 안되는 나라

 

<-받아먹지 못한 환곡을 갚고, 노상 부역에다 군포는 군포대로 내는 세상으로 다시 가겠느냐? 양반의 족보를 만드는 데 베를 바치고 수령들 처첩까지 수발을 들면서 철마다 끌려가 곤장을 맞을 테냐 을개의 목소리가 퉁명해졌다.

-이제는 그렇게 못 살지요.

-나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세상을 살았는데 어찌 돌아간단 말이냐?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301)

 

<비록 적도를 소탕하더라도 예전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리란 예감에 백낙완은 전율했다.> (294)

 

동학군을 치기 위해 싸웠던 조선군 백낙완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에도 이제 조선은 그 예전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다시 양반인 호정의 소리로 그것을 확인해 보자.

<농군이 쫒겨간 후에야 민보군이란 것을 만들어 양반들은 복수를 하는 눈치였으나 세상은 어느덧 돌이켜질 일로 보이지 않았다.>(334)

 

그렇게 세상은 바뀐 것이다. 그래서 그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백성의 소리를 들어보라

 

<우리 일을 우리가 결정하고 득 되는 일을 허는디 신이 안나? 그렁게 이놈들이 지금까지 지들만 해먹었등개벼.> (282)

 

이제 그런 세상을 어제의 일로 만들고 보니, 신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 들린다. 수탈에서 벗어나, 이제 그들은 백성의 힘이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알기 시작한다. 그래서 목소리에 신바람이 들어가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한다. 아니, 기록한다.

 

<지난봄부터 죽어간 사람들은 죄다 누군가의 동무였다. 누ᅟᅮᆫ가의 아들이며 지아비였다. 아비였다.

그가 말끝을 떨었다.

대체 그 사람들은 누가 알아준답니까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을개는 그 말이 야속하여 대꾸도 못하고 눈두덩만 훔쳤다. 바람이 찢듯 옷섶을 헤쳤다 전봉준의 다음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후세가 기억할 것이다. 다음 세상의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다. >(290)

 

지금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위해서인지. 그래서 이런 기록이 고맙다. 우리의 천박한 기억을 되살려줄 수 있기에.

 

이제 하늘의 소리를 들어라

 

<대원군은 원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역을 포함하여 세 사람의 일본인을 둘러보던 그가 말하였다.

참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여 말과 힘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조선인들이 하는 말이 있소. 무엇인지 아시오?

세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원군이 외쳤다,

천벌을 받을 것이다, 너희는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276)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우리 사정을 알아주는 하늘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맺힌 한을 풀어주는 벼락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벼락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저자에게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대원군의 그 말을 가슴에 담으려는데, 나도 모르게 내 입을 열고 나온 말이 있다.

벼락은 뒀다 어디에 쓸꼬?”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그렇게 전봉준의 싸움을 통하여 저자는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어왔던가? 그래도 가끔씩은 역사가 회오리 바람처럼 돌고 돌아 당시로 회귀하는 모습 보이니, 가슴이 막막하지 아니한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대미를 이렇게 장식한다.

<-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아니다. 재는 또 있다.

그럼 그건 어쩝니까요?

그냥 두어도 좋다. 뒷날의 사람들이 다시 넘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가자꾸나.> (346) 

정말, 그렇다. 길이 멀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