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살인 계획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콤한 살인 계획

 

사람을 죽이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

사람 목숨을 끊는 것 말이다. 그게 쉽진 않겠지만, 여하튼 방법은 있겠지.

그렇게 사람을 죽이려는 한 여자가 있다. 해서 그 여자는 사람 죽이는 방법을 찾아본다.

 

여자 이름은 남홍진, 죽이려는 대상은 이지하.

죽이려는 이유는, 글쎄 그게 참말로 아리송하다. 그 이유가 도통 명징하게 드러나질 않는다.

그래서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대체 왜 죽이려는 거야? 이유가 뭐야?

이유는 그렇다쳐도 죽이는 방법이나 똑바로 알아둬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그야말로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그렇게 서투른 살인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참을 헤맨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지칠만도 한데, 그게 아니다. 그 여주인공에게 이윽고 감정이입이랄까, 그런 상태가 되어서 어느새 그녀를 어느새 응원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응원을 부탁해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처지가 여간 옹색한 게 아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자가 자기 자식을 죽이고 그녀도 죽이려다 상처만 입힌 것이다.

그 자는 감옥에 가고.... 하여튼 신세가 말이 아닌데, 거기에다가 그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녀는 절에서 거의 20년간을 일했다. 하루 세 번의 예불과 스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그녀의 생업이었다. (17) 생업이라고 해봐야 어디 뭐 뾰쪽한 수도 나지 않는, 하여튼 독자들의 응원이 필요한 주인공이다.

 

어쨌든 그녀는 살인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나름 계획도 세워가면서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살인을 시도한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암 죽여야지. 그때 뜻밖의 조력자가 등장한다.

 

조력자의 정체는 죽이려는 대상인 이지하의 친구이면서, 직업은 경찰관.

그 조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나?

이지하와 그의 고교 동창들이 모여 회식을 하는 자리에 역시 같은 학교 동창인 서화인이 참석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경찰관이다.

 

뜻밖의 조력자, 고마워

 

이 소설, 치밀하다. 저자가 살인 계획을 잘 짜놓았다.

살인을 하려는 자가 허술한 반면에 그 허술함이 오히려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가 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시나브로 빠져 들어가 자기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데, 그런 심정을 저자는 잘 파악해서 조력자를 붙여준다.

 

그런데 그 모임이 있는 식당의 자리에 홍진도 와 있었던 것이다.

그 동창들 모임이 이야기하는 중에 사람 죽이는 방법에 관해 묻는 대화가 이어지고, 그걸 마침 홍진이 옆의 자리에서 듣게 된 것이다.

귀가 솔깃해진 홍진은 마침 전화 통화를 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서화인을 따라 나간다. 그에게 접근한 여자, 이런 대화를 시도한다.

 

사람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

조금 전 저기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주 어려워요, 아줌마. 꿈도 꾸지 마세요.” (63)

 

꿈도 꾸지 말라고?

그런데 이야기가 진척이 될수록 꿈도 꾸지 말라던 그 살인에 알게 모르게 화인은 홍진을 도와주는 셈이 되어간다.

 

여기서 홍진이 살인 시도한 방법을 알아두자.

맨처음에는 트럭으로 이지하가 타고 다니는 차를 들이받아 버리는 방법이다.

생각하고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시도했다. 실패다.

그 다음 방법은 케이크에 농약을 넣고 이지하 집에 보낸다. 먹고 죽으라고. 역시 실패다.

 

그러는 동안에는 그녀는 차분하게 살인을 할 실력을 기른다.

고기를 사다가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그 고기를 가지고 칼로 써는 연습을 한다. (68)

살인을 대비한 실력연마다. .이건 정말 나중에 잘 써먹었다; 

 

칼이 고기 안으로 들어갈 때 고기는 근육과 힘줄을 당겨 저항을 한다. 죽어있는 고기도 마찬가지다. 홍진은 잘려나가지 않으려는 저항을 칼로 썰었다. 그녀를 죽이려고 할 때 그녀의 살도 이렇게 속절없이 버팀을 포기했을까. (70)

 

칼로 써는 살인연습은 또한 남편에게 당했던 상황을 저절로 떠올리게 만든다.

 

또 하나,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 남홍진만 살인을 하려는가 했는데, 뜻밖에 경찰관인 서화인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교묘하게 사법의 그물을 빠져나간, 법을 교묘하게 피해간 그 사람, 그걸 서화인이 뒤늦게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서화인도 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그러니 누군가를 죽이려는,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나, 차근차근 살인을 계획하는 게 이 소설의 즐거리다.

 

남홍진이 죽이려는 자. 그리고 서화인이 죽이려는 자,

그 둘은 같은 인물일까, 아니면 다른 인물일까?

그것도 관심사다.


그래도 죽이지는 말아야지.

 

쓰레기만도 못한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일 필요가 뭐가 있어요? 무슨 깊은 원한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은 증오할 가치도 없어요. (72)

 

대신 그 사람이 죽으면 지옥으로 보내는 게 어떨까?

 

있잖아요. 지옥이란 게 정말로 있어요?”

있어야 돼.” (114)

 

홍진과 (이미 죽어버린) 소명과의 대화중 한 대목이다.

죽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이니 실상은 홍진이 스스로 다짐하는 소리다.

그런데 죽어도 마땅한 자가 이 세상에 살면서 잘 살다가 죽으면, 정의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정의, 저세상에라도 이루어져야지.

그래서 지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정의가 살아있다면?

 

저자는 정의를 실현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한 게 기억난다.

그런 정의, 그래서 저자는 이 세상에서 정의를 실현한다.

이 세상에서 정의를 이뤄야지 죽은 다음에 지옥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에, 거기에 희망을 둘 수는 없잖아?

 

그래서 홍진은 살인을 수행한다. 이루어낸다. 이지하를 죽인다. 기어코 죽인다.

? 이지하가 나쁜 짓을 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정의가 치밀하게 이루어진 전말을 기록한 것이다.

달콤한 살인 계획이라 제목을 붙였는데, 살인 계획은 실상 달콤하지 않다,

대신 읽어가는 내내 살인에 자신도 모르게 가담자가 되어, 그 살인 이루고 싶어지는 달콤한 독서를 했다는 점에서, 책 제목에 공감한다. 


그러니 이 땅에. 이 소설의 마지막 같은 장면이 자주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살인 말고 정의 구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자의 어원 사전 - 이 세계를 열 배로 즐기는 법
덩컨 매든 지음, 고정아 옮김, 레비슨 우드 서문 / 윌북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자의 어원 사전

 

이 책 제목 여행자의 어원 사전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여행자의 어원사전이라 하면 무엇에 대한 어원인지 불분명한데. 그 어원의 대상은 여행지인 '나라'다. 여행자가 여행하는 나라들, 세계 이곳 저곳에 있는 나라들 이름의 유래를 찾아내어 기록한 책이다.

 

그러니 <나라 이름 어원사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나라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어원, 설화, 역사가 총망라되고 있다.

그런만큼 독자들의 견문이 넓어진다는 게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이다.

 

먼저 용어 정리

이 책에서 타칭명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다.

타칭명 exonym 이라는 말은 어느 지역에 대해 외국인이 붙인 이름을 말한다. (16)

타칭명에 반대되는 것은 당연히 자칭명(自稱名)이다.

 

그럼 나라 이름 유래 그중 몇 가지 적어둔다.

 

국가명의 어원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 (15)

 

주요 지형 : 예컨대, 아이티 높은 산들의 나라

위치나 방향 : 일본 중국의 동쪽에 있어서 해가 뜨는 나라

민족 : 프랑스 - 게르만 족의 일파인 프랑크 족에서 유래

유명하거나 중요한 인물 : 아메리카 이탈리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

 

또 하나, 나라 이름이 오해나 착각에 기원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탐험가와 원주민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 :

세네갈 국명은 오해로 인해 카누에서 비롯되었다. 민간 어원에 따르면 세네갈(Senegal)우리 카누라는 뜻인데, 이는 여기가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들이 타고 있던 배를 묻는 말인줄 알고 대답한 것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 한다.

세네갈이란 국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162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또한 지도를 잘 못 읽어서 생긴 경우도 있다.

마다가스카르 섬은 마르코 폴로가 모가디슈 항구로 착각하고 붙인 이름이다.

 

국명 끝부분에 ~ ia~ stan가 붙는 나라들

 

그리스계 라틴어인 접미사 ~ ia 는 장소와 사람을 가리킨다. (145)

 

오스트레일리아

몽골리아

볼리비아

나미비아

Rosia는 루스족의 나라.

 

~ stan 은 페르시아어로 ~ 이 많은 장소 정도의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흔히 ~ 의 나라라고 해석한다. (229)

~ stan 이 붙는 나라는 모두 7개국이다.

아프카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자키스탄,

 

이중 파키스탄이란 나라 이름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름을 pak stan 으로 나누면 멋진 이름의 뜻이 된다.

즉 페르시아어로 pak은 순수한, stan~ 이 가득한 장소.

둘을 합하면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라는 뜻이 된다. (232)

 

흥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나라 이름들

 

이 책에는 6개 대륙, 모두 60여개 나라를 보여준다.

여기 일일이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나라로 여행을 간다면, 미리 이 책을 읽어서 그 나라의 이름 유래부터 파악하고 간다면, 그 나라에 대한 이해가 훨씬 잘 될 것이고, 따라서 여행의 즐거움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사람도 알게 된다.

 

아프리카에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가 있다. 처음 들어본 나라다.

1960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나라인데 지금의 나라 이름인 부르키나파소라는 이름은 1984년에 채택되었다.

 

그 유래를 간단히 소개하면, 당시 대통령이자 아프리카의 체게바라 일컬어지는 토머스 산카라가 선포한 이름이다. 그 뜻은,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

Burkina는 정직한 사람, Faso 는 조국, 원래는 아버지의 집이라는 뜻이다.

해서 둘을 합하니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 이름을 정한 토머스 산카라, 그는 누구인가?

 

세계 최빈국을 떠맡게 된 그는 나라에 경제적 평등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실현했는데 예를 들면 장관들의 차를 벤츠에서 르노 5로 바꾸고, 급여에 상한선을 두고, 족장들의 땅을 빈민에게 분해하고, 자신은 녹슨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죽었을 때 남긴 것은 고양이, 자전거 몇 대, 냉장고 그리고 은행 잔고 500달러가 전부였다.

그는 또한 채권국에 빚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오히려 받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피의 채무라고 주장했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이건 리더는 꼭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얻어먹으면 조종당한다.” (175)

 

우리나라는 밖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나라도 이 책에 들어있다. 남한과 북한이란 타이틀로, Korea의 유래를 잘 설명해놓고 있다. 남한과 북한, 그 안타까운 역사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기록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을 북한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북쪽은 자국을 북조선’, 남쪽을 남조선이라 부른다. 어쩌다 양국이 공식 모임을 가졌을 때는 남측과 북측이라는 단순한 말을 쓴다. 이는 양쪽 모두 아직도 서로를 같은 나라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56)

 

다시, 이 책은?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세종대왕에게 찾아와, 나라 이름을 지어주기를 간청했단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먼저 온 그 사람의 나라 이름을 한글 자모음 순서대로 가나라고 지어주었다. 그러자 그 사람과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고 주장하는 아메리카 사람이 있었다.

그사람이 먼저 왔다고 주장하니. 세종대왕이 그런 것을 가지고 다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모두다 좋은 이름을 가져야 한다며, ‘가나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역사 공부하면서 들었던 우스개다.

 

그래서 지금 아프리카 가나라는 나라, 그리고 캐나다(가나다)라는 나라 이름이 만들어졌다는 게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우스개 이야기이니, 당연히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런 우스개가 의미하는 바는 있다.

나라마다 국가명이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국가명의 의미, 유래를 이 책에 재미있게 찾아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없는
도키요시 히데야 지음, 김의정 옮김 / 더북에듀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의 영문법 100법칙

 

이 책은 영어 문법을 공부하는 책인데. 영어에 관한 생각을 처음부터 바꾸어 놓는다.

이런 것, 먼저 알아두자.

더 나갈 필요없다. 1장부터 뭔가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1 , 영어 세계의 3가지 법칙>에서 뭔가 느낌이 번쩍이며 다가온다. 이거다!

 

그 하나, ‘여기가 어디지?’ 라는 말을 영어로 해보자.

 

저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거기서부터다.

 

여기가 어디지?’ 그 말을 영어로 하자면, 나 같은 경우는 먼저 주어 동사 찾아가면서 한참을 헤맨다.

그래서 영작을 다 마쳤을 때쯤이면 다음 장소로 넘어가버리고 이제 여기저기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영작하는데 한참 뇌에서 작업 아닌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바꿔라. (17)

 

한국어 : 자신이 카메라가 되어 바깥 풍경을 비추는 언어

영어 : 외부에서 또 다른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언어

 

쉽게 말하자면 영어는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언어이다.

 

나로부터 나오는 말인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이렇게 한다. Where is here?

나는 안 보이고, ‘여기자리만 보인다.

 

영어는 Where am I?‘

영어에서는 분명히 남의 눈에 보이는 I 가 문장에 나타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데, 그 방법은?

바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그게 급선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면 이런 문장도 우리가 뭣을 잘 못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 와 친구가 되다.”를 영어로 번역해보자.

나는 태국에서 온 그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make friend with 가 바로 나올 것이다.

그건, 그런데 그건 내 입장에서 나오는 말이다.

영어 뇌의 사고방식으로는, 외부에서 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보이는 사람은 당연히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다. 그렇다면 friend 가 단수가 돼서는 안 되고 복수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I made friends with a man from Thailand. (19)

 

그 두 번째, 하고 싶은 말부터 먼저하라.

 

영어 어순이 우리말 어순과 다르다고 몇 천번 들어 다알고 있는데, 바로 그게 문제다.

어순이 다르다고만 배웠지, 그 이유가 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SVO SVOO SVC 이런 순서 따지느라고 영어 배우다 지쳐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영어의 어순이 우리와 다른 것,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어 어순은 영어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 (20)

 

그 세 번째, 영어 어순은 이런 원칙에 따라 진행이 된다.

 

첫째,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기

둘째, 가벼운 정보를 먼저, 무거운 정보는 나중에 말하기. (22)

 

To finish this work in a day is difficult.

위의 문장을 가주어를 사용해서 바꿔보라는 문제,

이런 문장 변환 열심히 연습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고 가주어, 진주어 하는 식으로 배우지 않았던가?

 

다음과 같이 바꾸면 오케이!

It is difficult to finish this work in a day.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왜 가주어 진주어 따져야 하는가, 알려고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영어 문법은 일단 이유불문하고 외워야 한다, 고 우리 외우며 공부했다.

 

그 이유가 뭔가 하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쉽게 이해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먼저 가벼운 것을 던지는 것이다. It 이 가벼운 것이고, To finish 는 무거운 것이다.

그러니 가주어를 사용해서 일단 가볍게 말문을 열어 놓고, 그 다음에 무거운 것을 던지게 하는 것이다. 그게 영어의 문법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것 외울 필요 없다는 게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 필요 없는>이란 말이 바로 그것이다.

외울 필요도, 외울 겨를도 필요 없이 읽어가면 그 내용이 바로 머릿속에 박히는 것이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우리의 사고 방식을 흔들면서 영어식으로 뇌를 움직일 것을 말해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라는 가사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이 책, 영어 문법책을 들고 책장을 열면서 말이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웬 영문법이냐고!

그런 자조 섞인 푸념이 절로 나오는데, 그 가사도 절로 따라나오니 참 못말릴 일이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이 책을 읽어볼까, 했는데 그게 참.... 이게 허실삼아 읽었던 책에서 그야말로 황금 광맥을 만난 격이다. 요즘 아이들 말로 대박이다.

 

영어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왜 이런 것을 모르고 영어 한다고 머리를 싸매고 그 긴긴밤을 고민하며 지새웠던가?

이 책에서 배우는 영어는 지금까지 배웠던, 헤매게 했던 SVO 어쩌구 하는 영문법이 아닌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 아예 생각을 바꿔놓은 획기적인 설명에 그만 넋이 나갈 정도로, 영어를 새로, 다시, 새삼스럽게 공부하게 만든다. 이 책이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런의 속사정 십대를 위한 고전의 재해석 앤솔로지 3
전건우 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빌런의 속사정

『빌런의 속사정』

제목을 보니 빌런도 나름 고충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빌런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스파이더맨>, <배트맨>에 등장하는 빌런을 말하는 것일까?

그런 빌런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이야기에 등장하는 빌런들이다.

<잭과 콩나무>, <사람이 된 쥐>, <헨젤과 그레텔>, <놀부전>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중 빌런을 불러내,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는 것이다.

인터뷰가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원래의 이야기에서 나쁜 역할을 하는 빌런의 역을 이번에는 거꾸로 좋은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원래 이야기, <잭과 콩나무>에서 빌런인 거인의 모습을 살펴보자.

대체 왜 잭은 거인을 괴롭히는 것일까? 공연히 잘 지내고 있는 거인을 찾아가 물건을 훔치고 나중에는 거인이 살고 있는 나무를 베어버리기까지 해버리는, 이야기 속에서도 실상 거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이 당하기만 하는 역할이지 않는가?

해서 이번에는 그것을 속시원하게 까발리고 거인이 실상은 아주 좋은 역할이었음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작가 전건우가 그런 작품을 썼다. 거인은 원래 좋은 역이니 이번에는 그 거인의 속사정을 들어봅시다, 라고 외치는 것이다.

잘 썼다. 세상에 아무리 나쁜 자라 할지라도 나름 할 말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턱대고 한번 먹었던 생각을 고치려들지 않고, 그저 거인을 나쁘다고 욕을 해대고 있으니, 이번에는 거인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말을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거인이다. 그런 거인을 욕하고만 있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다른 세 편의 이야기 모두 다 그렇다.

<사람이 된 쥐>에서는 쥐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 가정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소녀, 주인공 연하는 나타난 쥐에게 밥을 먹인다. 밥을 얻어먹은 쥐는 그야말로 밥값을 톡톡히 해낸다. 연하가 어려울 때에 오빠의 모습으로 나타나 연하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쥐는 다시 쥐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선한 역의 쥐는 원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쥐와는 다르다. 착한 일을 하고도 쥐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 다음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쥐는 만족스런 찍소리를 내었다. (104쪽)

'찍소리를 내었다.'

쥐니까, 쥐가 내는 소리는 당연히 찍소리니까, 그 문장 하등 이상할 게 없지만 무엇인가 다른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런 문장은 아마 난생처음일 것이다. 찍소리는 그간 어떻게 쓰였던가?

찍소리,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명사로 ‘아주 조금이라도 반대하거나 항의하려는 말이나 태도’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 단어를 항상 ‘찍소리도 못한다’는 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해서 ‘찍소리’의 원래 의미가 ‘찍소리도 못한다’는 말인줄 알았던 게다.

‘찍소리’는 그간 ‘찍소리도 못한다’라는 말에 파묻혀있느라, 지금껏 아무런 찍소리도 못내고 있었던 것이다.

찍소리도 못한다.

찍소리를 내었다.

찍소리, ‘아주 조금이라도 반대하거나 항의하려는 말이나 태도

그래서 ‘찍소리도 못한다’라고 사용하며, 찍소리라는 단어를 아예 처음부터 부정적인 의미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이 글을 쓴 작가 배명은은 ‘만족스런 찍소리를 내었다’는 말로 찍소리의 원래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이제 연하네 집에서 연하도 제법 찍소리를 내면서 살아갈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작가 배명은이 쥐로 하여금 ‘찍소리’의 본래 의미를 찾아주게 했으니.

다시, 이 책은?

<헨젤과 그레텔>, <놀부전>

두 개의 다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인식의 저 깊은 곳에는 항상 이야기의 빌런, 나쁘다고 여겨온 사람 측에 온갖 비난을 서슴치 않고 빌런 짓을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4명의 저자는 이야기 속 빌런의 속사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우리는 착한 빌런에게 아무렇게나 막말을 퍼부은 나쁜 빌런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는 말로 어물쩡 빠져나가려는, 나쁜 빌런이다.

생각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지어낸 네 명의 이야기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궁금증 - 베테랑 조종사가 들려주는 아찔하고 디테일한 비행기 세계
신지수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궁금증

 

그간 궁금했었다.

비행기에 오를 때, 왜 신을 벗어들고 타는지.

그런 농담조차 진짜로 여길만큼 신기한 비행기. 정말 그런 것들도 궁금할 정도로 많은 게 바로 비행기와 관련된 궁금증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면, 그 무엇이든 신기한 법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만큼 경험한 것들이 쌓이면 궁금증 차츰 차츰 해소될 만도 한데, 비행기에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 그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책으로 그런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전부다는 아니지만.

저자도 그걸 인정한다. 해서 책 제목이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궁금증이다. ‘모든이 아니다.

 

하여튼 이 책, 반갑게 그래서 그런지 재미나게 읽었다.

 

이런 궁금증 먼저 풀어본다.

 

얼마 전인가 이런 비행기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조종사가 잠깐 나간 틈에 부조종사가 조종실 문을 잠그고 혼자 비행하면서 비행기를 일부러 추락시킨 사건. 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조종실은 밖에서 열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그 이유를, 거기에 대한 답이 있을까?

 

있다. <비행중 조종사는 어떻게 화장실에 가나요?>라는 항목에 그 답이 들어있다.

 

조종사도 인간인지라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데, 조종실 안에는 변기가 없으니 부득이 밖으로 나가 화장실로 가야한다. 이런 경우 조종실에는 한 명만 남아있게 되는데, 그렇게 한 명만 남기고 화장실에 가도 괜찮은가?

 

이때, 이런 룰을 따라야 한다.

 

비행 중에는 조종실에 최소 두 명의 승무원이 있어야 한다는 룰, Two Crew Cockpit Rule 이다. (328)

 

이 원칙에 따르면 조종사 한 명이 조종실을 나갈 경우 승무원 한 명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이 승무원의 역할은 혹시라도 나머지 한 명의 조종사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반역자가 되어 항공기를 조종 불능 상태로 빠뜨리지 않는지 지켜보기 위함이다.

 

예컨대 한 명의 조종사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 경우 지상의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비행기에서는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바로 다른 한 명의 승무원을 반드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화물기에서는 다르다. (335)

화물 전용기에는 대체로 조종실 출입문이 없다. 그렇다. 화물기에는 일반 승객이 타질 않으니 조종실에 굳이 출입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두 명의 조종사가 조종실에 있다가 한 명이 자리를 비워도, 나머지 한 명이 문을 잠그고 반역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문이 없으니 문을 잠글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조종실에 문이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때에도 보통 한 사람이 나오면 그냥 문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337)

 

그런 것들이 궁금했는데, 그게 풀렸다. 그런데 이어지는 궁금증.

그 사고난 비행기는 왜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룰을 지키지 않았을까? 아니, 그 룰이 그 사건이 난 다음에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게 비행기에 관한 궁금증은 이어진다.

비행기 재난 영화를 많이 본 탓인지, 이런 궁금증도 있다.

 

비행기에 구멍이 나면? 영화에서는 비행기에 구멍이 나면 사람들이 빨려 나가는 장면들이 연출되던데, 실제에서도 과연 그럴까?

그리고 그렇게 되는 구멍은 어느 정도의 크기여야만 하는 것일까?

 

아주 작은 구멍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비행기 안에서 총을 쏘아 동체에 총알구멍이 생겨도 비행기에는 문제가 없다. (201)

 

하여간, 별 쓸데 없는 궁금증에 쓸데 없는 걱정.

 

바로 이런 장면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비행기 안에서 총을 쏘면 동체에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통해서 안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점점 구멍은 커지게 되고.....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걸 걱정할 필요 없단다. 구멍이 창문만큼 크다면 모를까, 총알구멍 정도야 괜찮다고 하니, 걱정 내려놓자.

 

그래서 이 책에 담겨있는 궁금증 사례들은 모두다 승객인 우리로 하여금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용도에 대하여

 

저자가 예시로 들어둔 궁금증 리스트가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비행기가 고장 나면 어떡해요?’ (17)

비행기 엔진이 모두 꺼져버린다면?’ (51)

비행중 두 명의 조종사가 모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면?’ (80)

 

그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경우, 그런 경우가 상상이 되는 때가 있다.

다른 때말고 비행기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고 이제 마악 이륙하려는 순간, 그런 생각이 떠오르고 몸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온다. 그래서 점점 그런 경우가 실제 일어날 것같은 아찔한 상상으로 연결이 된다면?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이 책을 휴대하면 어떨까?

공연히 알지도 못하면서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펴고 비행기에 앉아 걱정하고 있다면, 즐거워야 할 여행만 잡치는 것 아닌가? 그럴 때 해당 항목을 찾아 읽으면 좋을 것이다. , 아무런 문제 없는데. 있어도 다 해결이 가능하다지 않는가? 그러니, 이제 나는 맛있는 기내식 먹고 잠이나 한숨 자둘까? 이 책은 그렇게 쓰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