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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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이건 역사다. 역사책이다.

<조선왕조실록>만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책이야말로 역사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흔적을 남긴, 두 가지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니, 남에게 들어 현장을 기록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역사에 가장 큰 사건, 게다가 불행한 사건이라면?

바로 10.2612.12 사건이다. 숫자로만 기억하면 결코 안 되는 사건이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이에 대하여 수많은 기록들이 이미 있지만, 그래도 더 구체적인 진실 알고 싶은 게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그 현장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금까지 그 사건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신문에 의해 전해진 것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문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전하고 있을까?

그 실체적 진실은 어떤 것일까?

 

그런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을 모두 들어봐야 할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모든 증언을 청취한 다음에 그 증언을 교차 검증하여 서로 어긋나는 사항에 대하여는 다시 심층적으로 캐묻고 다시 검증하고 다시 캐묻고....

그런 과정을 거치고 거친 다음에야 겨우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데...

 

그런 작업은 가능할 것인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있는데, 마침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여기서 수행이란 수행(遂行)이 아니고 수행(隨行)이다.

[정승화 장군의 전속 부관으로 보직된 뒤에는 근접 수행하면서 그 기록을 남겼다. (8)

19778월 모교인 육군사관학교로 돌아와 학교장 정승화 장군의 전속부관 임무를 수행하였다. (9)]

 

저자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뒤흔든 세 번의 사건을 언급했는데, 그 중 두 가지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정승화 장군을 근접 수행한다. 수행(隨行)을 한 것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건 중,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건이란 무엇일까?

 

바로 19791026일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19791212일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사태다.

 

그 사건이 일어날 때, 저자는 어떤 일을 했을까?

저자는 일기 형식으로 그 사건들을 기록해놓고 있다.

 

나는 일기장에 유신 권력이 정지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승화 총장이 총 한 발 쏘지 않고 법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한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9)

 

이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옮겨본다.

 

사건 이후 신군부는 정승화 총장의 탁월한 위기 조치를 왜곡하였는데, 이에 대해 대부분 법적 판결로 규명되어 불명예를 회복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니 10.26 사건과 12.12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총장을 수행했던 전속 부관으로서 사실에 근거하여 다음 세 가지를 밝히고자 한다.

 

그렇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소개한다. (10-11)

 

첫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내란 목적으로 박 대통령을 시해하기 위해 정승화 총장을 초대하지 않았다.

둘째, 김재규 부장은 박 대통령 시해후 어떠한 무력 행위도 하지 않았다.

셋째, 1212일 신군부는 정승화 계엄 사령관을 연행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선제 사격하였다.

 

공관에서 유일하게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권총을 차고 있었던 나와 김인선 경호 장교는 선제 사격할 수 없었음을 그날의 일기가 말하고 있다. (12)

 

이런 기록, 의미있다.

 

- 저자가 피격되는 순간을 기록한 내용이다.

 

나는 다이얼식 전화기를 들고 손가락으로 국방부 장관 공관의 전화번호 5026 5, 0 숫자를 돌렸다. 내 등 뒤에서 탕! ! ! 하는 총소리와 함께 복부에 통증과 중압감이 몰려온 동시에 무거운 물체가 뒤통수를 내리쳤다. 나는 책상 좌측과 소파 사이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세 명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쏘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은 권총으로 김인선 대위의 머리를 내리친 후 허벅지 등에 권총을 수 발 쏘았다. (286)

 

저자가 기록한 19791212() 일기중 일부이다.

저자는 그날 벌어진 일들을 시간 별로, 시간 순으로 기록해 놓았다.

 

그중 19:10 ~ 20:00 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가?

 

1. 두 명의 대령, 총장님에게 직접 인사 요청

2. 총장님, 응접실로 들어가다.

3. 총장님의 호출 벨소리를 듣고 응접실로 뛰어가다.

4. 총장님이 국방부장관과의 전화 연결을 지시하다.

5. 국방부 장관 공관으로 전화를 돌리는 순간, 피격되다.

6. 피격후 정신을 차려 전화기를 들다.

7. 응접실 바로 피신, 육본 상황실로 최초 신고하다.

8. 육본 참모차장에게 총장님 납치를 알리다.

 

위의 8개 사항중 5번째로 자신이 피격된 사항을 적어 놓은 것이 바로 위에 인용한 부분이다.

그러니 이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 기록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그렇게 12·12 사태가 일어난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에서 피격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저자는 반성한다.

 

그런 사건을 거친 다음에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겪은 저자, 이런 발언 들어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19778월부터 19791212일까지 30여 개월 동안 육사 교장, 1군사령관, 육군 참모총장을 모셨던 내 임무를 돌이켜 보면서 반성하였다. 육군 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의 전속부관으로서 상관을 잘 모시지 못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극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전속부관 임무의 핵심은 공인인 장군의 신변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함이다. 특히 야간은 전적으로 전속부관인 나의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로 전속부관 방은 공관 입구에 배치되어 공간 출입과 경계 임무를 통제하고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다. 결국 1212일 저녁 출입자 통제는 0점이었다. (306)

 

저자가 보안사 서빙고 대공분실에 갇혀 있으면서, 들었던 소회를 기록한 것이다.

날짜는 1980110()의 일이다.

 

이런 기록, 과연 지금은?

 

적어도 내가 본 10월 유신은 뿌리 깊은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국력의 조직화에 있는 것 같았다. (75)

 

정치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유신헌법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먹고사는 데 급급한 사람에게는 잘살아 보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는 위정자가 사사건건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91)

 

각각 19721125, 1975213일자 일기에 적은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바로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10.26 사건과 12.12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날짜별, 시간별로 기록해놓고 있으니, 이 부분은 우리 현대사의 귀중한 사료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의미있는 기록이다.

 

510·26 사건 현장에서

부산 · 마산지역 비상계엄령 발령

10 · 26 사건이 발생한 궁정동 현장

대통령 유고 상황을 수습하다

 

6장 유신 권력 이양과 12·12 현장

유신 권력 이양 현장 수행

12 · 12 사태,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 현장

국군수도통합병원 입원 생활

보안사 서빙고 대공분실 수감 생활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기록해야 역사가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기록이 의미있는 것이다.

저자가 기록해 놓은 일기장에는 말 그대로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부분을 가감없이 기록해 놓은, 사료로 평가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를 지닌,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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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해방이다 - 자유이자 금지였고 축복이자 저주였던 책 읽기의 역사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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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해방이다 

 

박홍규 교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어떤 책이든 얻는 게 많다.

저자의 박학이 독자를 기쁘게 한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기쁘고 즐겁다.

 

책을 그려라, 아니 책 읽는 사람들을 그려라.

그런 그림이 여기 무려 70점이 들어있다.

그리고 각 그림마다 사연이 소개되고, 그에 따르는 해설 또한 읽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첫째 방법으로, 역사적 인물들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단테 알리기에 (46)

니콜로 마키아벨리 (66)

에라스무스 (72)

마르틴 루터 (75)

길릴레오 갈릴레이 (109)

카사노바 (130)

보들레르 (147)

투생 루베르튀르 (159)

푸르동 (162)

에밀 졸라 (166)

레프 톨스토이 (184)

버지니아 울프 (214)

 

이런 인물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우선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그들 자신이 인생 이야기를 펼치면 그것만으로도 내용이 풍성해지는데, 거기에 덧붙여 책 이야기까지 더하면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책과 더불어 이어지고 있으니, 이 책 잡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또하나 역사적 인물들을 찾아 읽으며 든 생각, 이 밖에도 많은 인물 그림이 있는데, 그들 중 아직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더 살다보면 그런 사람들 중에 얼굴 익은 사람이 또 나타날 테니, 그런 날도 기대해봄직 하다.

 

<수태고지>, 책 읽는 마리아

 

<수태고지>는 중세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사건이다.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장차 예수를 낳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수태고지, 그 제목으로 그린 그림은 많은데, 이 책에서 특이한 모습의 수태고지를 만난다.

바로 마리아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로베르 캉팽의 그림이다. (24)

 

탁자에도 책이 있고, 마리아도 손에 책을 들고 읽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해설이 따른다.

 

이처럼 대천사가 찾아와 수태고지를 하는데도 마리아가 계속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은 보기 드물다. (25)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그림 속에 있는지

 

인물따라 읽는 것도 좋고 또 책도 좋으니, 이번에는 인물들이 들고 있거나 읽고있는 책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알베르토 3세 피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69)

라우라 바티페리,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작품집 (88)

 

그밖에도 저자는 그림 속 인물들이 읽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책들을 열거하고 있다.

그림 속의 인물은 과연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인물과 시대 상황을 결합하면서 어떤 책일지를 추측해보는 것도 고도의 지적 게임이 될 듯 하다.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책 그림

 

이번에는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알고 있을 정도면 아주 유명한 화가들일텐데, 그들이 책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린 것들이다.

 

뒤러 <책을 먹는 성 요한> (28)

뒤러 <애서광> (57)

뒤러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72)

엘 그레코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43)

한스 홀바인 <바니티스> (81)

렘브란트 <환전상> (102)

렘브란트 <책을 읽는 노파> (106)

벨라스케스 <책과 함께 있는 광대> (115)

페르메이르 <가톨릭 신앙에 대한 알레고리> (1210

고야 <독서> (138)

쿠르베 <샤를 보들레르의 초상> (147)

쿠르베 <프루동과 아이들> (162)

마네 <에밀 졸라> (166)

모네 <봄날> (169)

드가 <에드몽 뒤랑티의 초상> (181)

고흐 <프랑스 소설과 장미가 있는 정물> (191)

고흐 <아를의 여인> (194)

고갱 <램프 불빛 아래 메이예르 드 한의 초상화> (197)

세잔 <귀스타프 제프루아> (200)

 

이런 방식으로 찾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화가와 그림의 대상간의 관계를 알게 된다.

고흐가 프랑스 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것도, 마네와 에밀 졸라와의 사이가 어떤지도 알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시녀들>에서도 광대를 등장시키더니, <책과 함께 있는 광대>도 그렸다.

그렇게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이, 내가 알고 있는 미술 지식에서 폭을 넓히고 있었다.

 

더하여 이런 것도 알게 된다.

 

이단 심문은 중세 이후 로마 교황청에서 정통 기독교 신학에 반대하는 가르침(이단)을 전파하는 혐의를 받은 사람을 재판하기 위하여 설치한 제도로 종교재판이라고도 한다.

이단 심문을 실시하는 시설은 이단 심문소’, 이단 심문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이단 심문관이라 한다.

 

중세의 이단 심문에 비해 더욱 가혹하게 실시된 것이 근대 스페인의 이단심문이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것도 스페인 종교재판소가 로마에 의뢰해서 열린 것이다. (110)


<종교재판에 직면한 길릴레오>

 

다시, 이 책은?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책 이야기, 끝이 없다.

이 책은 앞 부분의 <저자의 글>부터 시작해서 끝 부분의 <맺는 글>까지 온통 책과 독서에 관한 글로 가득하다, 더하여 중간에는 책과 관련된 아름다운 그림까지 담고 있으니, 눈으로 읽기도 하면서 보기도 하니, 눈이 호강한다. 그래서 독서와 그림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해서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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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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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이 책은 고흐에 관한 책이다.

그렇게만 소개하면 아쉽다. 이런 표현 어떨까? 고흐에 관한 새로운 소식.

그간 고흐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읽어왔는데, 이 책에서 그런 책에서 듣지 못한 새로운 소식들을 접하게 되니, 그런 표현이 적절한 것이다.

 

새로운 소식은?

 

먼저 고흐의 자살에 관하여, 새로운 소식이 있다.

 

<고흐의 서툰 자살 | 살해당한 고흐?>

 

고흐는 과연 자살했을까?

궁금한 점이 많은 사항이다.

그간은 대체적으로 그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책에서 약간 다른 정보가 나온다.

 

총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두 명의 십대가 있고, 카우보이 놀이를 좋아하는 소년 등 술을 많이 마신 세 사람이 있었다, 는 증언도 있었다면서 타살설을 말하고 있다. (188)

 

그러나 고흐가 직접 경찰에게 자신이 쏜 것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자살설로 굳혀져 왔는데, 이 것은 여러 정황상 고흐가 소년들이 쏜 총에 치명상을 입은 것을 오히려 환영했다고 본다. 즉 죽음을 바라고 있었고, 그 소년들이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가셰박사의 초상화를 다시 보자.

 

고흐가 그린 그림에 <가셰박사의 초상화>가 있다.

그 초상화를 볼 때에 얼굴 부분만 자세히 보았던지, 이런 기록을 보니, 새롭다.

 

그가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을 보면 가셰 박사가 디기탈리스 줄기와 그 식물에서 뽑아낸 디기탈리스를 들고 있다. 디기탈리스를 과다하게 복용하면 구토, 현기증, 시각적 혼란이 올 수 있다. (205)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초상화를 살펴보았다.

가셰 박사를 그린 초상화를 두 점 보았더니, 과연 그의 앞에 식물 잎이 보인다.

그게 바로 디기탈리스라는 것, 이제 알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소식이다.



 


2018년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이 영화는 고흐의 마지막을 다루고 있는데, 고흐 역할을 윌리엄 데포가 맡았다.

 

고흐 귀는 누가 잘랐을까?

 

지금까지 고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자기 귀를 잘랐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폴 고갱이 고흐의 귀를 펜싱 칼로 잘랐다는 버전도 소개하고 있다. (128)

 

찾아보니, 이런 기사가 나온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24일 방송에서 "지난 2009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고갱이 고흐와 언쟁을 벌이던 중 고흐의 귀를 펜싱 검으로 잘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잘려진 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이 아닌 동료 화가 폴 고갱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1/07/24/2011072400021.html>

 

카페 주인 마담 지누를 다르게 그린 고갱와 고흐

 

고흐와 고갱의 그림 그리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23)

바로 그들이 살던 노란집 근처의 카페 주인인 마담 지누를 둘이 그린 적이 있는데, 이렇게 달랐다.

 

고흐는 마담 지누가 포즈를 취한지 단 한 시간만에 그림을 완성했다.

고갱은 종이에 분필과 목탄으로 스케치를 한 후에 여러 날 걸려 그림을 완성했다.


또한 고흐는 인간 내면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반면 고갱은 지누를 마치 남자를 유혹하는 매춘부같은 인상으로 그렸다.

그림 두 점을 살펴보니, 진짜 다르다. 저자가 말한 바가 맞다.

 

고흐 사망 100주년, 그리고 다가올 200주년

 

고흐 사망 100주년을 맞아 네델란드는 대대적인 고흐 전시회를 개최했다.

무려 고흐 작품 중 무려 130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작품들이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모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전시회를 직접 가서 보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겨우 보았다 한다.

하마터면 보지 못할뻔 했는데, 안내원이 이런 말을 했다며 기록해 놓고 있다.

 

반 고흐 기획전은 200주년에도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2190년까지 살아있다면 두 번 볼 수 있겠지요. (217)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그리고 이 리뷰를 읽는 독자중에 200주년 기획전이 열리면 가서 볼 수 있기를......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고흐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많이 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더하여 고흐를 단독자로 그린 게 아니라, 후기 인상파의 일원으로 소개하고 있어,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후기 인상파에 관한 챕터를 별도로 마련하여 후기 인상파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르주 쇠라, 폴 세잔,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그간 쇠라의 점묘법, 그리고 툴루즈로트레크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그런 것들 알게 되니, 이 책의 의미가 더 각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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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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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이 소설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진성 (속명은 강수남)과 순녀 (법명은 청화), 그리고 그 가운데 은선 스님이 있다.

 

진성은 초월적인 이상 세계를 좇는 반면 청화는 파계하고 세속을 떠돈다.

그러면 그 둘중 누가 더 진여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던가?

 

그 답은 진성이 은성 스님의 다비식 앞에서 하는 이런 물음 속에 들어있다.

 

스님은 어찌하여 저의 만행을 우습게 여기시고, 순녀의 미망을 그렇게 값지게 받아들이셨습니까? (418)

 

진성은 깨닫는다. 참된 수도의 모습이 성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 은선 스님은 그 두 명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물론 독자들에게 참된 수행이 무엇인지, 부처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또 줄거리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니, 몇 가지만 적어두고 싶다.

 

이 소설은 그 두 명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문장이 무척 빠르다.

어떤 때는 서너 페이지에 몇 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몇 명의 인생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읽을 적에 앞뒤를 잘 살펴가며 읽어야 한다.

 

그날 밤 할머니는 주지에게 아들의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혀 달라고 말했다. 평생 동안 아주 중노릇을 하게 해달라고 청했다.(196)

 

순녀 할머니가 순녀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다. 그 앞뒤로 순녀의 가족사가 숨가쁘게 진술되고 있다.

 

그런 사건의 빠른 흐름 속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 마음의 변화.

 

그 역시 빠르게 변한다. 대체 어느 게 속마음이고 어떤 게 현실로 움직여지는 마음인지. 역시 정신을 잘 챙겨가며 읽어야 한다.

그러니 줄거리를 쫓아가는 식으로 아 책을 읽을 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심리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꾸중을 들은 이튿날부터 순녀는 혀를 물고 공부했다.

순녀는 책 속에 검은 활자들 위에서 자꾸만 먹물들인 옷에 바랑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을 만나곤 했다. 머리 박박 깎은 그 스님은 비탈진 골목길을 내려가고 있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고. (생략) (99)

 

새벽녘에 일어나 큰고모한테로 가버려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 버리고 큰고모처럼 머리를 깎고 중노릇을 하며 살아가자.

무슨 소린가. 현종 선생의 고향으로 쫓아가야 한다. 그의 텅 빈 구덩이를 채워 주어야 한다. 그가 그의 고향으로 가 있지 않으면, 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져서 그의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129)

 

그런데 그 두 주인공들의 인생 행로가 그리 썩 좋지 않다. 왜 그리 풍파가 많은지, 불교에서는 본래 인생을 고해에 비교하긴 하지만, 그래도 읽기가 힘들다. 그러니 독자들도 두 주인공처럼, 두 주인공의 행적을 쫓아가면서 수행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여기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미리 나타난다.

 

순녀가 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국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현종, 외자다.

방학 때 우연이 만난 두 사람, 여행을 같이 하게 되는데, 현종 선생의 경우. 가슴에 품고 있는 아픔이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광주가 페스트 창궐하는 오랑 시처럼 되어 있었을 그 때..... 총구를 피해서 골목길로 골목길로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지. 무서웠어.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지. 살고 싶었어. 그런데 집으로 들어오니,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 나를 마중 나간 모양이다, 하고 대문간을 나가서, 우리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어귀, 거기서 한길까지 더듬어 보았지. 하수구 속에 누군가가 머리를 처넣고 있어서, 달려가 일으키고 보니 그 사람이야. 임신 팔개월째였는데.......(118)

 

이 대목을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프롤로그로 삼아도 되는 것일까?

참고로, 이 소설의 작가 한승원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아버지다. 

 

다시, 이 책은?

 

제목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무슨 뜻일까?

 

가자, 가자, 더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가자’,

고해 건너 저 진여의 언덕으로 가자는 뜻이다. (425)

 

그래서 이 책에는 주인공들이 모두다 용맹정진하여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또한 그 방법 어느 게 옳은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

 

진성과 순녀, 그 둘은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진선은 여전히 법명인 진성으로, 순녀는 법명 대신 속명인 순녀로 이 소설을 살아나간다.

 

독자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게 우리네 인생의 모습이니까.

순간 순간 용맹정진하며, 때로는 만행하며 또 때로는 미망속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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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 1등 스타강사가 직접 고른 동양고전 필독서 50 최고의 안목 시리즈 2
데라시 다카노리 지음, 오정화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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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내공 고전 수업

 

동양고전을 읽는다.

모두 50권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물음을 하면서 그간 여러 책을 읽어오긴 했는데, 그저 두서없이 읽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물론, 50권의 동양 고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읽고나면 풍성한 고전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첫째, 책 소개를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그림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과 저자에 관한 소개, 그리고 오른편 윗편에는 책의 분량과 난이도를 표시하고 있다.

 



소개하는 산해경은 분량은 한 권의 절반 이하, 난이도는 다소 어렵다는 표시다,

 

둘째, 동양고전 전체에서 각 권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예컨대근사록』은 주자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근사록』은  북송도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중 621개를 채록해서 만든 책이다.



 

그림에서 북송 도학의 인물 네 명, 주장이정을 열거해 놓았는데, 그 이름은 주돈이, 장재, 정이, 정호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상을 체계화한 것이 주자학이다.

근사록은 주희와 그의 친구 여조겸이 저장이정의 작품 가운데에서 621개의 글을 뽑아 편찬한 책이다.

 

셋째, 동양고전 50권에서 관련있는 책들간의 관계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여씨춘추회남자와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국어좌전?

 

다음 그림을 보면, 그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동양고전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동양고전하면 흔히 공자, 맹자를 비롯하여 사서삼경과 그 비슷한 책으로 한정하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그 범위를 넓혀 독자들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여기 수록된 책들을 보면,

전등신화(剪燈新話), 요재지이(聊齋志異), 당음비사(棠陰比事)등 들어보지 못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광인일기(狂人日記)같은 작품도 들어있어, 동양고전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역자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일단, 한 번 읽으면 뿌듯하다. 두 번 읽으면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세 번 읽으면 필히 깨닫게 될 것이다. (7)

 

역자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동양고전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니 뿌듯하고, 다시 읽으니 숨어있던 문장들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간 제각기 따로 놀던, 다시 말하면 동양고전이라는 타이틀 하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머리 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다. 해서 동양고전의 세계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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