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키다리 아저씨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7
진 웹스터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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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말로만 듣던 책이다.

제목만 알고 있던, 그래서 어느 후원자가 고아원에 있던 소녀를 돌보아주며 대학공부를 시킨다는 줄거리로만 알고 있던 책이다.

이번에 읽고나니, 물론 그 기본 줄거리야 그대로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감성과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마침내 즐거운 결말을 맞게 되는 남녀간의 애정 전선 또한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줄거리는?

 

굳이 소개할 필요 없을 것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열일곱 소녀 제루샤 애벗(주디)이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꿈을 이루고, 더하여 사랑도 만나게 된다는 아기자기한 소설이다.

 

특이한 것은 이 소설이 오직 편지로만 진행이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 상대역인 저비의 상황도 알게되는 기법을 쓰고 있다는 것, 그래서 주디의 편지 속에 저비도 같이 등장하면서 소설이 전개되고 있다.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 맛보는 주인공

 

고아원에서 자라서 다양한 책을 읽지 못한 주디에게 대학 생활은 완전히 다른 별천지다.

해서 보이는 것, 만나는 것들이 모두 배워야 할 것들이다. 독자들은 주인공 주디와 함께 하나씩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대학에서 어려운 건 공부가 아니에요. 정작 힘든 건 노는 거예요. (29)

 

제가 얼마나 무지의 심연에 빠져있는지 아저씨는 믿기 힘드실 거예요. 저는 스스로 그 깊이를 깨닫게 되었답니다. (37)

 

조지 엘리엇이 여자라는 것도 몰랐어요. (38)

 

조지 엘리엇이 누구?

그가 남자가 아니었어? 이름이 조지인데?

그래서 주디 덕분에 조지 엘리엇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게 되었다.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181912~ 188011)은 영국의 소설가, 시인, 언론인, 번역자이자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하나이다. 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Mary Anne Evans)이다. 그녀의 작품에 <사일러스 매너>(1861)가 있다


<사일러스 매너>하니까 비로소 생각이 난다. 분명 여자다.

 

도리아식, 이오니아식인지도 모르지요. 전 이 두 가지가 늘 헷갈려요.(81)

 

동지를 만난 기분이다. 그리스 문화를 공부하면서 만난 그리스 신전의 기둥, 도리아식과 이오니아식이 있다. 그런데 그 둘을 구분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기억해야지 각오를 단단히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보면 또 헷갈린다. 그런데 그게 나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이 쓰여질 때도 그랬다니, 천만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행복하면 그만이지 뭐가 또 있겠는가? (인용문이에요, 고전을 읽었거든요.) (105)

 

생각난다. 어릴 적 어떤 책을 읽다가 멋진 문장을 만나면 기억해두었다가 써먹을 데를 찾던 그런 기억말이다. 주디도 그런 시기를 지금 거치는 중이다.

 

고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햄릿>을 읽어보셨나요? 읽지 않으셨다면 지금 당장 읽어보세요. 정말 굉장한 작품이에요. 이제껏 셰익스피어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글을 잘 쓰는 줄은 몰랐어요. 늘 그가 명성만 자자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의심했거든요. (106)

 

<햄릿>은 수업 시간에 분석할 때보다 무대 위에서 보는 게 훨씬 멋졌어요. 전에도 좋은 작품인 줄은 알았지만, 이번엔 정말.......! (111)

 

셰익스피어에 관한 발언은 계속 이어진다.

 

또 봄 연극 무대에도 서게 되었어요. <뜻대로 하세요>를 야외에서 공연할 거예요. 전 로잘린드의 사촌인 실리아 역을 맡게 됐어요. (107)

 

독자를 웃음짓게 하는 주디의 발언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주디, 결코 낙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기야 그도 그럴 것이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대학교에서 마음껏 공부만 해도 될 환경으로 들어섰으니 얼마나 좋으랴. 물론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지만 그때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힘차게 헤쳐 나간다. 그래서 이런 발언들을 읽을 때마다 독자들은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인생에서 인격이 요구되는 때는 큰 문제가 닥쳤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누구든 위기에는 대처하고 참담한 비극에는 대담하게 맞설 수 있지만, 정작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웃으며 마주할 수 있으려면 정신력이 필요해요. (63)

 

세상에 얼마나 비가 퍼붓던지, 오늘밤 예배당까지는 헤엄쳐서 가야 할 판이에요. (98)

 

전 아무래도 천국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세상에서 좋은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누리고 있으니까요. 사후에도 그런 호사를 누린다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107)

 

전 그 애들이 예쁜 이상 멍청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 애들이 하는 얘기가 남편들을 얼마나 질리게 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운 좋게도 똑같이 멍청한 남편을 얻지 않은 한 말이지요. 꽤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멍청한 남자들이 넘쳐나는 듯 보이거든요. 올 여름에 만난 사람만 해도 꽤 되니까요. (187)


특히 마지막 문장 읽으면 주디의 당당한 모습, 지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핸 모습이 떠오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손모아장갑 (28)

 

드디어 찾았다. 예전에 무심코 사용하던 장갑의 이름, 장애인을 비하한다고 고쳐부르자던 장갑의 이름을 실제로 사용한 것을 드디어 발견했다. 손모아장갑, 이제 다시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 하지 않기를 손모아 빌어본다.

 

전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있으니까요. (120)

 

이곳 사람들의 세계는 여기 있는 언덕 꼭대기가 전부랍니다. 제 말뜻을 이해하실지 모르겠네요. 이곳 사람들은 시야가 아주 좁다는 뜻이에요. (139)

 

전 이제 사람들이 물질에 눌려 중압감을 느낀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166)

 

대학생인 주디의 당찬 발언, 속깊은 발언에 독자들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두 번 읽기를 권한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주디 애벗에만 집중하면서 읽어본다.

그 다음에는 저비라는 이름이 나오면 새로운 각도로 읽어본다. 저비가 등장하면 주디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또 저비가 어떻게 주디에게 대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읽어본다.

 

그렇게 두 번을 읽게 되면, 이 책이 단순히 성장소설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달콤한 사랑의 향기도 담뿍 맡을 수 있는 러브 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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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대에듀 이슈&시사상식 205호 + 무료동영상 - 공기업ㆍ대기업ㆍ언론사ㆍ대입 시사상식 | 논술 + 면접 대비
시사상식연구소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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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대에듀 이슈&시사상식 205

 

세상 돌아가는 일을 꼭꼭 짚어서 알려주는 책,

세상 돌아가는 것, 신문이나 미디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누군가 정리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 읽어보니, 이 책이 바로 그렇게 정리를 착착 해주는 책이다, 좋다. 

간결하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진 것이 없다.  

 

먼저, 지금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들은 어떤 게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세상, 그런 좁은 우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핫이슈는 어떤 게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런 핫이슈를 1위부터 30위까지 뽑아놓았다. 해서 어떤 일이 세상에서 중요한지  순위별로 알아볼 수 있다.

 

1위는?

우리나라의 문제이니, 당연코 명태균이다.

여론 조작에 공천, 이권 개입까지 그야말로 어느 한 군데 빼놓을 수 없는 큰 이슈다.

이 사건을 무려 6쪽에 걸쳐 다루고 있다.

물론 신문에 나온 이야기 이상 더 깊은 이야기는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한 눈에 꿸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게 독자에게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도표와 사진 등, 자료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해놓은 점도 돋보인다.

 

그럼 두 번째 핫이슈는 무엇일까?

이번에는 눈을 해외로 돌린다면? 그렇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온 인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이 건은 4쪽에 걸쳐 다루고 있다.

 

3위는? 한강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기쁜 소식이다.

노벨문학상을 대한민국 작가가 받다니?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무려 노벨문학상 작품을 우리말로 직접 읽을 수 있다는 데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여태껏, 우리는 번역으로만 노벨문학상을 읽어오지 않았던가?

해서 이 기사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한강이 불지핀 문학 열기.......판매량 급증 (23)

 

판매량 급증은 한강의 책이 많이 팔렸다는 것, 더하여 이런 일도 생겼다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독자들이 다른 책들도 함께 구매하며 오랜만에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내수가 빠지는 바람에 국내 경제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런 일로 인하여 그나마 업계가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렇게 무려 30위까지 핫이슈를 정리해 놓고 있다.

그러면 국제, 국내 뉴스에서 독자가 챙겨보아야 할 이야기는 거의다 다루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상식 더하기>라는 타이틀 아래 다양한 소식과 내용을 전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3분 고전 : 폭노위계(暴怒爲戒)> (172)

 

갑작스런 분노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왜 필요할까?

분노는 경계해야 한다. 더하여 일단 폭발하면 나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큰 상처를 입히게 되니, 경계하고 경계해야만 한다.

이 말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 재밌는 코너가 있다. <취업 실전 문제>


그러니 이 책은 현재 취준생들에게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시사문제를 싣고 있으며, 또한 취업 실전문제도 구비해 놓고 있으니말이다.

그런데 취업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런 문제를 읽어보고, 풀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다. 문제의 난이도가 제법 해볼만하다. 그래서 나의 시사 문제에 관한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볼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 안에는 특히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문제도 들어있다.

 

다시, 이 책은?

 

하루 하루 세상 돌아가는 것이 참 눈부시다.

눈이 부셔서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다.

그렇게 세상일이 바쁘게 돌아가니,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경과가 어떤지 또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대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상일이 어지럽게 돌아갈지라도, 이 책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간다면 적어도 길 잘 못 짚어 넘어질 일은 없을 듯하다. 이 책 격월간이니, 두 달에 한번씩 읽어 시사 상식 업데이트 해두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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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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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저자는?

 

이 책은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19791년 동안 서울의 건국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했다.

그런 체류때 경험한 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일본인이기에, 외국인의 시점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 책에 들어있다.

우리는 늘상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 것들도 외국인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것이니. 이 책의 내용 중 우리를 깨우쳐 주는 것들이 많다.

 

연구실 벽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분명 공적 장소에는 의무적으로 걸게 되어 있나보다. 나는 일본에서 전전 (戰前)시대 국민학교에 내걸렸다는 천황 초상화를 떠올렸다. 일본 메이지 유신을 모방해 '정신 유신' 같은 말을 고안하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독재자인만큼 당연히 여기도 모방의 힘이 작동하리라 (41)

 

이런 것을 보면, 당시에 이미 일본에서는 국가원수의 초상 사진 같은 것을 걸지 않았던가 보다. 우리나라만 메이지 유신을 따라 하느라 철지난 짓을 따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일은 전두환 때까지도 그랬었다.

 

식수는 박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행해졌다. (94)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자주 보는 기관장이나 유명인사들이 어떤 것 혹은 일을 기념하여 식수를 하는 장면의 기원이 바로 새마을운동에서라는 것.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저자는 우리나라로 오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전 정보를 듣는다. 그런 사전 정보들을 갖고 온 저자, 이런 것들을 뇌리에 주입하게 된다.

 

군사 독재 정권 하에 있으며 얼마나 부조리하고 공포로 가득 찬 곳인지 알게 되었다, (26)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연행되어 시체로 발견되었다. (27)

 

그곳 한국에서는 적어도 일본에서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주의에 만전을 다하지 않으면 뜻밖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 (28)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자, 그가 중앙정보부에서 데리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일하는 학교로 찾아온 중년 남성에게 이끌려 그는 중앙정보부로 가게 된다.

그런 일을 당하자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오만 생각을 다하게 된다.

무슨 잘 못이 있는 것일까? 말을 잘 못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연루된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

 

심지어 학과 공동연구실에 있던 책,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도 떠올린다.

김석범은 한때 조총련 측에 섰던 소설가로, 이 소설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다. (161)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에서는 뜻밖의 일을 제안한다.

일본어에 능숙한 직원을 뽑는데 면접관이 되어 달라는 것, 물론 1회만 해달라는 것이다.

 

기록해두고 새겨볼 말들, 사건들

 

당시 그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나라는 사회는 돌아갔을까?

일본인이 보고 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았는지라 다르다. 특별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더 특별한 외국이기에 더더욱 특별한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일본에서 온 잡지와 책을 받으려면 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우체국에서 출두하라는 요청이 인쇄된 엽서가 도착한다. 그러면 버스를 갈아타고 신촌 앞 철도 밑을 지나 연세대학교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에 가야 한다. 오전 중으로 시간대가 지정돼 아무래도 출퇴근 러시아워에 맞닥뜨린다.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튕겨 나와 우체국 바깥 계단을 올라가 2층 창구에서 서류를 보여주고 외국에서 온 소포 수령을 신고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령 절차가 끝날 리 없다. 담당자가 커터 칼로 소포 포장을 거칠게 뜯으면 안에서 나온 책과 잡지에 대해 한 권 한 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산주의와 반정부 관련 문서가 없는지 검사하려는 목적이다. (114)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저자는 일본 대사관 홍보실에 가서 신문을 열람한다. 물론 일본 신문을 보러 간 것이다.

 

열람실에 놓인 일본 신문은 무참할 정도로 검열을 받았다. 제목과 하단 광고를 남겨두고 1면 모든 기사가 잘려져 있었다. 그만큼 심각한 사태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났음을 말해주었다. (265)

 

이런 기록도 만난다.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텔레비전에서는 그리그의 <오제의 죽음>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대통령 공적을 칭송하며 61세로 끝난 그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 라디오 역시 클래식 음악 일색이었다. (271)

 

이런 기록을 읽으니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다시 읽으니 음악 관련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바흐의 파르티타 (32)

 

비틀스부터 드뷔시까지 조잡한 흑백 재킷으로 감싼 해적판 레코드가 팔려나간다. (63)

 

내가 에릭 사티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하자 부인은 안쪽에서 레코드를 꺼내 내게 빌려주었다. (242)

 

텅빈 전시장에는 모차르트<레퀴엠>만 흘러나왔다. (264)

 

이런 기록 가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과 만난 기록들이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다.

최인호, 하길종 영화 감독의 부인 전채린, 하길종 감독의 동생 영화배우 하명중.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비록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저자가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경험한 시간 - 하필이면 비상계엄의 엄중한 시간- 에 관한 기록이다. 해서 역사다.

 

이 책을 손에 잡은 날짜가 2024125일이다.

계엄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계엄이 이 나라에 울려퍼진 날이 2024123, 그로부터 이틀 뒤다. 그러니 이 책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역사 속에 한번 분명하게 정리된 단어, 그 단어가 박제된 개념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책을 뚫고 역사를 비집고 현실로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펼치면서, 그래서 2024123일 나타난 비상계엄에 관한 이야기가 나중 나중에 이런 책으로 엮어져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과거의 계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역사책을 읽어가는 심정으로 읽었다.

 

이 책, 역사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가치있는데, 특히 외국인의 눈으로 본 것들이라 더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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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을 위한
권승호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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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이 책을 접할 때에 든 생각은?

한자, 아무리 한자 세대가 아니라고 해도 웬만큼 한자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 펼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이건 몰랐네가 아니라 이것도 몰랐던 것이다.

 

이 책, 그래서 차근차근 한자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부와 부, (116쪽 이하)

 

이 두 자 똑같은 줄 알았다, 같은 글자인데 그저 모양만 다르게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글자였다. 그러니 쓰는() 것만 다른 게 아니라 쓰는() 용도도 다른 것이다.

 

()?

뒤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부당(不當), 부정(不正), 부재(不在) .

 

()?

아니라고 말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부정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표시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부()not, ()no 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이런 것까지 알아두자.

 

긍정의 반대는? 부정(否定)이다.

시인의 반대는? 부인(否認)이다.

거부권은 거부권이 아니라 거부권(拒否權)이다.

 

그렇다면 왈가왈부도 당연히 曰可曰否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부()와 부()가 다른 글자이니,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할 때 찬성하면 가()라 쓰고 찬성하지 않으면 부()라고 쓰는데 만약 어떤 의원이 부()라고 하지 않고 부()라고 썼다면?

 

당연히 무효가 된다. (116

정말 한자 한 자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섭다.

 

반성유전병인 혈우병은? (114)

 

반성유전이 무슨 의미일까? 반성한다는 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말, 잘못을 뉘우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서 반성유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다.


반성은 반성(伴性)이다.

따를 반(), 성 성()으로 성을 따라 유전한다는 말이다. 성도 이런 성()이 아니라, 남성(男性)과 여성(女性) 할 때의 성()이다.

 

일체와 일절, 무엇이 다른가? (193쪽 이하)

 

이 단어 정말 헷갈린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두 문장에서 사용된 일체와 일절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一切

그런데 왜 읽기는 다르게 읽는 것일까?

다르게 읽어도 뜻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일까?

 

읽는 게 다르니, 당연하게도 그 뜻도 다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이 경우 쓰인 일체’(一切)는 전부라는 의미다. 가진 재산 모두 전부를 기부한다는 말이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쓰인 일절’(一切)전혀라는 말이다. 조미료 그 어떤 것도, 조금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글자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자고 한다.

 

일체에서는 모두 체()’로 쓰이고, 일절에서는 끊을 절()’로 쓰인다.

각각 전체절단을 연관해서 떠올리면 쉽다.

일절 하지 마’, ‘출입을 일절 금합니다등에서의 일절(一切)은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 쓰인다. (194)

 

다시 이 책은?

 

이 책 부제인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자를 예전에 공부하고 제법 많이 안다 싶었는데

한자를 쓰지 않으니 점점 한자에 약해진 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 나와 있는 것들을 살펴보니, 정말 약하구나 싶다.

 

그래서 옆에 두고 차근차근,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는 심정으로 한자 한 자 소홀히 여기지 말고 읽어가면서 새겨야겠다. 그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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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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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계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식이 아니라 이 시대, 특히 사회와 관련된 지혜와 통찰력이다. (4)

 

목차에서 저자가 어떤 분야에 과한 통찰력을 전해줄지, 목차를 훑어보자.

 

PART 01 사회의 법칙

PART 02 교육의 비밀

PART 03 역사의 법칙

PART 04 미래의 퍼즐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의 사회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교육 그리고 인류가 거쳐온 발자취인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미래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중국인이기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사례도 들을 수 있어 좋다. 서양 학자들이 쓴 책을 보면 아시아 쪽 책이나 인물을 거론하지 않는데 비해 중국인이라 중국의 사례도 익숙하게 거론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서양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자> (310)

<사기> (310)

<중국 대역사>

<삼국연의> (333)

     분구필합 합구필분 (分久必合 合久必分)

고대 중국의 상고시대 (336)

공자 (337)

명나라와 청나라의 역사 (386쪽 이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만나는 사항들,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몇 가지 적어둔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도덕과 감정의 유무?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와 원숭이 역시 감정과 동정심, 심지어 정의감마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312)


도구 사용의 유무?

침팬지 역시 교묘한 방법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은 많이 발견된다.


농업 생산의 유무?

최초로 농업과 목축업을 발명한 생명체는 인간이 아니라 개미였다. (313)


예술의 유무?

침팬지는 낙서같지만 그림을 그린다.

둥지를 짓는 바우어새도 있다.


이런 것으로 보면,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서 그리 독특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발전

 

언어가 만들어지면서 인간은 비로소 마음속에 생겨나는 생각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것이 표현으로 이어지면서 의식적인 도구의 창조가 가능해졌다. (317)

 

이러한 의문도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휴대전화는 왜 전부 직사각형 모양일까?


이런 의문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 비로소 만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싸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만들어야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해서 그런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329)

내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 역시 직사각형이다. 동그란 원 모양이 아니다.

 

지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은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사고방식도 바꿔놓았다.

예컨대 지도와 시계의 출현은 추상적 사고방식을 갖추게 해주었다. 눈앞에 보이는 실제 장면만 볼 줄 아는 사람에 비해 지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338)

 

지도가 개발되자 사람들은 추상적인 점과 선을 통해 그동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지도가 실생활에서만 유용한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 체계에도 아주 유용한 도구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이런 글 읽어보자. 저자의 혜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츠 저비스 교수는 1978년에 기술의 발전과 인류 평화에 관한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역사 속에서 공격성 무기 기술과 방어용 무기 기술이 교대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공격성 무기가 주도권을 잡을 때면 전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방어용 무기가 더 강해지면 전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유럽 역사를 돌아보면 12세기와 13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성벽을 세웠고 상당히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15세기에 대포가 등장하면서 전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6세기에 성형 요새가 만들어지면서 베니스 같은 도시는 거의 난공불락의 땅이 되었고, 유럽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더 길어진 포관을 장착한 자동화포가 등장하면서 평화는 다시 무너졌다. 무기의 교체와 발전은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기관총과 탱크를 거쳐 계속 이어져왔고, 냉전 시대의 궁극적인 방어무기인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현재까지 평화의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 (345)


부디 저비스 교수의 말처럼, 책무기가 방어용으로만 쓰여져,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 생존하려면 타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은 정해진 규칙의 준수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327)

 

우리가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332)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381)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

 

다시, 이 책은?

 

진지하다. 이 책은 무척이나 진지하다.

해서 이 책은 열일 제쳐두고 이 책 들고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으면?

이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다.

더하여 생각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말 읽어보자.


보통 사람들이 사유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감각과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사유한다고 생각하지만사실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8)


그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진지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의 책 <블루프린트>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한다.

이 책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328)

 

이 책 <지식인들의 지적 대화>에 대하여 그 말을 그대로 하고 싶다.

이 책은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더하여 이런 책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 , > (309)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312)

제레드 다이아몬드 <3의 침팬지>(312)

데이비드 S. 랜즈 <국가의 부와 빈곤>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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