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 장자 - 자연의 피리 소리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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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장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장자를 읽는다.

중국의 장자(莊子)의 말을 책으로 묶어놓은 책이 장자.

장자는 원래 이름이 장주(莊周)인데,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장자(莊子)라 부른다.

 

그러니 장자 원문은 한자로 되어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해서 장자를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만화다.

중국의 만화가 채지충이 장자를 만화로 그려낸 것이다.

 

채지충이 그린 만화 장자를 읽으면서, 이런 만화를 그려내려면 얼마만큼의 내공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만화로 그려내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우선 장자의 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장자는 어렵다. 논어, 맹자보다도 장자는 더 어려운 책이다.

물론 우화로 되어 있어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우화의 속뜻을 헤아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우화를 읽으면 아동용 동화정도가 될뿐 장자의 그 극진한 생각을 살펴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만화로 옮길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완벽하게 이해된 장자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만화로 옮겨야 하는데, 그게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림으로 장자』에 들어있는 생각까지, 그 속뜻까지 드러내려면 글을 쓰는 것 이상의 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만화로 하나 읽어보자.

 

<소요유> 편에 있는 <참새의 마음>이다.

그림으로 그 내용을 한 페이지로 옮겨놓았다. 컷으로 따지자면 6컷이다.

먼저 그것을 글로 읽어보자.

 

매미와 텃새가 대붕을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결심하고 한번 날면

느릅나무와 빗살나무까지 갈 수 있다.

어쩌다가 가끔 이르지 못하여

땅에 곤두박질 칠 때가 있지만

무엇 때문에 구만리 창공을 날아

남쪽으로 간단 말인가?”
들판에 나가는 자는

두 끼니면 돌아올 때까지 배가 부를 것이다.

그러나 백 리를 가는 자는 하루 묵고 올 양식을 찧어야 하고

천 리를 가는 자는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들 두 벌레가 무엇을 알겠는가?

(장자 (莊子), 기세춘, 65-66)

 

글 중 따옴표 속의 말은 참새의 발언이고, 그 아래의 글은 장자의 발언이다.

 

이번에는 그 글을 만화로 옮긴 채지충의 만화를 살펴보자. (17)



한 페이지에 그 글이 그림으로 옮겨져 있다.

그림과 말이 같이 섞여 있는데. 참새의 발언과 장자의 발언이 말풍선에 들어있다.

 

큭큭 얘들아. 저 새는 왜 굳이 힘들게 높이 날아갈까?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다가 배고프면 내려와

작은 벌레나 잡아먹고 살면 얼마나 자유로운데!

 

장자가 그 참새의 발언을 듣고 평한다.

참새, 너는 딱 네 크기만큼만 알고 딱 네 크기만 한 삶을 살고 누리는구나.

대붕과는 딴판이야.

 

어떤가?

장자를 읽는 두 가지 방법, 비교해보면 물론 일장일단이 있긴 하겠지만, 만화로 보는 것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훨씬 간단하게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굳이 글로 된 내용없이 그냥 만화로만 읽어보자.

그 유명한 <조삼모사>라는 우화이다.



 

어떤가?

물론 우리가 그 우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림으로 보아도 그 내용이 훨씬 이해가 더 빠른 것 같지 않은가?

 

이게 바로 그림의 힘, 만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채지충은 그런 식으로 그 어려운 중국의 고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장자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이 들어있는 장자의 편명을 살펴보자.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변무, 마제. 거협, 재유, 천지,

천도, 천운, 각의, 선성, 추수,

지락, 달생. 산목, 전자방,

지북유, 경상초, 서무귀,

즉양, 외물, 우언,

양왕, 도척, 설검, 어부, 열어구,

 

장자의 모든 편을 망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서 목차를 글로 쓴 장자와 비교해보니, 오직 <천하>편만 빠졌다.

 

그러니 장자를 글로 읽는 것 물론 해야겠지만, 이 책 만화로 그린 장자를 읽으면서, 다른 시각으로 장자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로 쓴 장자가 어렵다 생각하면, 우선 이 책의 내용과 비교해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보다 더 완벽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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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싱가포르 - 싱가포르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2025~2026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백종은, 방연실(비비시스터즈) 지음 / 한빛라이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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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싱가포르 2025~2026년 최신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만났다.

진짜 싱가포르를 만나는 시간” (109)

part 3의 타이틀이다.

 

그 말은 단지 part 3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 책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싱가포르에서 살아보고, 또한 그 뒤로도 싱가포르 여행을 해본 사람으로, 이 책으로 진짜 싱가포르를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변하는 나라다.

 

그냥 어느 한 해, 잠깐 변하는 나라가 아니다. 항상 변한다.

일례를 들어보자.

싱가포르에 거주할 때, 센토사를 자주 들렀다. 휴가차 거길 가기도 하고, 또 관광으로 싱가포르에 오는 사람들을 모시고,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센토사이니 자주 들렀다. 그곳을 둘러보지 않고서는 싱가포르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으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길 들러야 한다.

 

그렇게 살다가, 이번에는 내가 관광객으로 싱가포르에 가서 맨먼저 들른 곳 역시 센토사였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하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바뀌는 곳이 그곳이니까.

내가 있을 때에도 이것저것 바뀌더니, 이제 확 바뀐 모습을 보니 내가 이곳에 왔었던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으로 센토사를 다시 살펴보니, 또 다시 바뀌었다.

 

바뀐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말은 이 책이 그런 바뀐 모습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말이다.

300쪽 이하를 살펴보면, 센토사가 어떤 곳인지 잘 알 수 있다.

그 섬, 섬이라고 하니 이상하지만 어쨌든 섬은 섬이다. 해서 그 섬에 들어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케이블카부터 다리로 가는 방법 등 다양하다. 예전에 내가 살았을 때는 배도 있었는데, 그게 없어져서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그리고 이것도 있다. 센토사에 그게 있다. 바로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다.

미국에 있고, 그게 싱가포르에 있다. 오사카에 이어서 2010년에 싱가포르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센토사를 단지 몇 시간 동안 구경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하루, 아니 며칠을 두고 다녀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이런 항목이 당연히 있다.

센토사 섬에서 하루 종일 놀기(19)

물론 자세한 내용은 센토사 섬 편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렇게 센토사에서 며칠을 지내고, 다시 싱가포르 내로 들어온다면?

볼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이런 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니 싱가포르에 적어도 10일 이상은 묵을 생각하고 비행기를 탈 일이다.


2~ 3? 택도 없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서 여행 가시는 분을 위해 이 책에서는

단기 집중 23일 코스

정석대로 핵심 34일 코스

느긋하게 즐기는 45일 코스

등으로 세분해서 가야할 곳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것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짜고 시작하자.

이 책은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쇼핑까지,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여행 이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것들을 챙겨주고 있다.

맨먼저 책을 열면, 이런 게 보인다.

<여행 준비 체크리스트>

여기에는 D-50부터 시작하여 Dday까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리스트가 제공된다.

그리고 이어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가 제공된다.

필수 준비물, 기내 용품, 전자 기기, 의류 신발, 세면도구 & 화장품, 기타 용품.

 

이런 리스트를 보면서 준비하면, 적어도 공항에서 당황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해서 이 책,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 책이 여행 준비물에서 0순위다.

 

싱가포르의 매력을 7개만 추린다면?

 

먼저, 안전하다.

싱가로르에서 법, 질서를, 안전을 외부인이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실례다.

그만큼 싱가포르는 안전한 나라다.

 

청결하고 깨끗한 나라다.

잘 알려진 것처럼 도로에 껌을 버리지 않는 나라가 되어서인지, 깨끗하다.

물론 어떤 때,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간혹 볼 수 있지만, 다른 동남아 나라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깨끗한 나라다.

 

영어가 공식 언어.

그러니 관광이나 쇼핑에서 필수 영어 몇 마디만 한다면 전혀 불편이 없다.

 

정원 속 도시

 

한 나라 안에서 즐기는 세계 문화

 

미식의 천국

이것은 장담한다. 싱가포르 음식은 우리 입맛에서 맞다. 또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통과 현대 건축의 조화

싱가포르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옛 건축물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해서 새로 지어지는 건물과 옛 건물들이 같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책을 읽어보니, 대체 이런 것까지!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제공되는 정보가 많다.

저자들의 센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저자들은 2013년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도슨트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를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한다. 어쩐지 다른 책에선 별 언급이 없는 싱가포르 국립 미술관과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더라니..... 그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를 가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고, 머리에 싱가포르를 품고 그 다음에 비행기를 타면 될 것이다. 잊지 말자, 준비물 리스트에 이 책을 0순위로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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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임영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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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전도사라는 말이 있다.

교회에서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도사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신명나게 전하러 애쓰는 사람을 또한 전도사라 부른다.

저자를 한국문학 전도사라 하는 것은 그래서 맞다. 저자가 하는 일이 바로 전도사의 일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전파하는 전도사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기에, 저자를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라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을 갔다가, 거기에서 한국 문학을 번역하며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전도사 활동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파리에서 한국문학의 전도사가 되다

2장 운명의 방향

3장 한국문학 번역가의 일상과 과제: 현재와 미래

 

1장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한국 문학을 번역하게 되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서는 한국에서 석사를 받은 다음 강단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다시 프랑스로 가서 박사 학위를 얻기까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으며

3장에서는 번역사로서의 일상과 한국 문학의 번역 작업에 대한 전망도 담아놓고 있다.

 

먼저, 저자가 프랑스에 전한 한국문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그중 몇 작품 적어보자면 이렇다.

 

저자의 손으로 번역되어 나온 책들

 

고양이 학교, 토끼전, 달려라, 봉구야등이 있고,

작가들은?

김진경, 김탁환, 반디, 공지영, 편혜영, 김영하, 정유정 등이 있다.

 

책을, 작가들을 만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해주는 작품들, 그리고 작가들을 만난다.

몰론 그 작품들, 작가들은 저자와 인연을 맺은 책과 작가이니만큼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그 작품들과 작가들을 다른 시각으로 대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도가니가 출판되다.

 

우리에게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 의미를 새기게 되는 작품, 공지영의 도가니도 프랑스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물론 그 전에 공지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봉순이 언니, 높고 푸른 산이 이미 저자의 손에 의해 번역 출판되었다.


처음 소개했을 때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꺼려했지만,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온갖 종류의 성폭행 사건 고발이 잇달아 난무하는 프랑스의 당시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볼 때 도가니가 동떨어진 딴 세상의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20209월에 침묵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82)

 

그런 것을 보니, 아무래도 세상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고 생각이 된다.

 

리옹 제 3대학, 카멜레온 문학상과 김탁환 작가 (70- 75)

 

리옹 제 3대학에서는 해마다 한 나라를 지정해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는데, 2018년이 한국의 해로 지정되어 한국 문학중에서 문학상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때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다음 세 권이다.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한강 채식주의자

 

이중에서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20181월 말의 일이다.

그래서 작가 김탁환은 프랑스로 초청을 받아 와, 여러 곳을 다니며 여러 행사에 참여한다.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을 접해볼 수 있었다.

, 내가 읽었던 책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이 그런 책이었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까지.

 

저자의 프랑스 학업

 

우리 나라와 프랑스의 교실 풍경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자가 박사 학위 공부를 위해 도착한 프랑스, 그곳의 교실 풍경은 우리와 달랐다.

그런 달라진 환경에서 언어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고군분투한 저자의 모습에서 많이 배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수업 내용과 방식은 한국에서 경험한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고, 나는 그런 수업들에 매료되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교수가 선택한 한 권의 교과서나 누군가가 직접 쓴 책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수들이 자신들이 직접 연구하고 창조해낸 이론과 지식들을 강의했다. (143)

 

이미 만들어진 지식들을 수동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딱딱하고 경직된 수업 분위기가 아니라 자유분방함 속에서 새로운 지식의 잉태를 논하는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144)

 

다시, 이 책은?

 

요즈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문학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외국인이 읽어주어야 하는데, 번역이 되지 않으면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 격이니, 스웨덴 한림원은 고사하고 다른 외국인들이 알 리가 있나. 그러니 번역이 참 중요한 것이라는 것,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이미 30년부터 외국에서 우리문학을 소개하고 있었다니, 이런 분의 노고가 쌓이고 쌓여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외국에서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또한 그것을 위해 수고하는 많은 기관과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특히 저자는 한국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프랑스에서 홀로 갖은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우리 문학을 알리는 데 앞장 섰다는 점, 높이 사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수고의 기록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하여 많은 우리 문학작품이 외국에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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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현장 과학수사관 28명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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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에만 나오지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건이 벌어졌다. 어떤 집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다급하게 119 응급차가 도착한다. 그 때 같이 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학수사관이다. 그들은 사건 현장을 보존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 찾아낸다.

마스크를 쓴 방호복 같은 옷을 입고, 분주하게 현장을 살피면서 누군가의 어떤 흔적을 찾아내는 모습들.....

흔히 보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그들은 사라진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신을 부검하는 장면,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범인을 특정, 그리고 그 범인을 체포하는 우리의 주인공 형사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영화,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그들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만 나온다.

그렇게 영화의 한 장면에서 등장한 다음 사라진 그들의 뒤 이야기, 우리는 모른다.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 또 그들을 그저 과학수사대라 불렀지 다른 것들은 모른다. 몰랐다.

그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 28개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죽음이다.

죽음을 맞이한 시신을 만나면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죽어있는 시신,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은 그 말 못하는 시신에서 찾아내야 한다. 죽음의 진실을.

 

시신은 단순히 생명이 사라진 존재가 아니다. 모든 시신에는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과학수사관은 그러한 사연을 제대로 듣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106)

 

그러니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생각하니, 새삼 여기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모두가 귀하고, 감사한 일인 것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이런 일도 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이 침입한 괴한의 총에 맞아 죽었다.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하기 위해 파견된 우리나라 경찰, 34일의 짧은 기간에 무사히 사건을 해결하고 귀환했다. 우리나라 경찰의 솜씨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129-139)

 

모든 이야기가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하다.

<처음 얻은 이름으로 출생 신고가 아닌 사망신고를> (47쪽 이하)

 

검시조사관인 필자가 사건의 현장, 방에 들어서니 아이가 침대 위에 있었다.

죽은 채로 말이다. 죽은 아이, 과연 누가 그 아이를 죽인 것일까?

 

아이 엄마는 아이를 일주일이나 방치해놓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자신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니 시체 검안서에는 무명녀로 기재가 되었다.

그후 아이의 이름을 찾아주기 위해 친모를 설득하여 출생신고가 되었고, 곧바로 사망신고가 이루어졌다. 이름을 얻자마자 사망신고서에 적히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필자들이 사건 현장에서 본 핏자국은?

 

감식이란 범죄 수사에서 지문, 필적, 혈흔 따위를 과학적으로 감정하는 것을 말한다. (59)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사건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흔적이 있다. 바로 핏자국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에 등장하는 게 바로 이 것인데, 현장에 들어서면서도 그들은 혹시라도 핏자국이 뭉개질까봐, 신위에 보호 장구를 덧신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바닥과 벽 등을 샅샅이 훑어내어 혈흔을 찾는다.

피는 흔적을 남긴다. 그런 혈흔을 분석하여 범죄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묻힌 혈흔, 낙하혈흔, 비산혈흔.

그래서 이런 기록이 등장한다.

범인의 옷과 화장실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190)

 

이런 흔적들을 토대로 하여 혈흔 형태 분석을 시행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만인부동 종생불변 (萬人不同 終生不變) 59)

모든 사람의 지문은 서로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몬드 로카드 (112)

 

범행은 그 책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 그 페이지를 앞뒤로 넘기면 그의 복잡다단한 면이 빼곡이 적혀있다. (142)

 

다시, 이 책은?

 

범죄 현장에 가장 빨리 나타나, 사건 진상 파악을 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지, 그저 과학수사대라 불렀지 다른 것들은 모른다. 몰랐다.

이제야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이름도 다른 직책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검시 조사관, 지문 감정관, 수중 과학수사관, 프로파일러,

심지어 법곤충 연구사도 있다.

또 체취증거견 핸들러(154)라는 직책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 28개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과학수사대, 생생한 육성으로 그들의 애환을 듣는다.

새삼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그들의 수고가 이 세상을 안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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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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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죄와 말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하나의 사건에도 수많은 사연이 있다.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많은 판단이 오가는 그 현장에선 무수히 많은 이 오고간다. 기사에 담을 수 없는 수많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법정 속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의 작은 표정부터 그들의 언어까지도.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가 됐다. (5)

 

그래서 이 책은 법정에서 오고간 말을 이렇게 구분, 정리하고 있다.

 

1부 살인의 말

2부 단죄의 말

3부 국가의 말

 

왜 이렇게 세 가지 방면에서 말을 살펴보야야 하는지, 이 말에 담겨있다.

 

피고인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법정의 의무이듯이 피고인의 변명을 듣는 것도 법정의 의무다. (27)

 

살인 현장, 사건 현장의 모습, 알 수 있다.

 

이혼소송으로 별거중이던 아내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 (26쪽 이하)

 

목 부위 상처를 보면 상당한 힘이 상당 시간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흔이라고 손톱자국도 확인이 된다.

누워있는 피해자의 목을 매우 강한 힘으로 누른 것이다.

경부 압박

* 경부 (頸部)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에는 설골(목뿔뼈)이 쉽게 부러진다.

목을 조르면 사망하는 이유는 동맥이나 정맥이 막혀서다. 정맥이 바깥에 있고 동맥이 안쪽에 있는데 목을 누르면 정맥부터 압박돼 피가 얼굴에 모이게 된다. 그러면 작은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얼굴, 눈꺼풀 점막에 붉은 점이 생기는데 이를 일혈점이라 부른다.

 

이런 것들을 통해 사람의 목을 누르면, 강하게 압박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고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간병하던 아내를 죽인 남편의 사례 (47쪽 이하)

 

아내는 파킨슨병이 악화되면서 체력 저하로 매일 넘어진다. 아내 다리와 무릎 아래는 멍투성이였고, 매일 붉은 색 멍이 들었다. (51)

 

피해자가 6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최근들어 갑작스레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증세가 심해지자 정신적으로 지쳐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사건의 피고인은 어떤 형벌을 받았을까?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뺏는 살인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형량은 징역 4년이다. (57)

 

일하러 간 엄마와 굶어 죽은 아기 (78쪽 이하)

 

안타까운 사연이다. 아이가 죽었다. 아이가 죽은 시간에 엄마는 일터에 있었다. 그런데 일터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 그렇다면 아이를 홀로 방치하는 대신 가끔씩 아이를 보러 집으로 올 수는 없었을까?

 

이런 사연이 있는 죽음에 대해 법정에서는 어떤 말이 오고 갔을까?

 

아이는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게 아니라 굶주림과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다. 이는 쉽게 회피할 수 있는 피고인 지배 범위의 일이다. 피고인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먹이고 돌봤다면 사망이란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85))

 

재판부의 말이다. 결국 피고인은 징역 15년에 처해졌다.

 

단죄의 말에서 듣게 되는 말

 

갭투자로 전세 사기를 친 피고인들 (113쪽 이하)

 

빌라왕 사건이다, 주범과 그를 도왔던 사람들 모두 공범인데, 그들을 죄가 되는 줄 몰랐다 한다. 피고인 최후의 진술 중 이런 말 들어보자.

 

당시 갭투자는 관행이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죄가 될 줄도 몰랐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했던 것 같다. (139)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조차 자신의 행동이 죄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국가의 말도 들어보자. (257쪽 이하)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국가가 주체가 되어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심지어 그 책임과 배상조차 외면하는 기관으로서의 국가를 말한다.

 

국가가 주연으로 등장한 사건, 즉 진범들의 무고에 성폭행범이 된 아버지의 사연이 등장한다,

진범들은 태연하게 죄를 저지르고 대신 무고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다.

이 때 국가의 책임은?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무고하게 범죄자가 된 사례에서 그 사람의 딸이 겨우 아버지가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무죄를 받아낸 다음에 이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수사기관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패소했다.

 

이 때 그 사람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한다.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했더니, 이제는 수사기관의 잘못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265)

 

다시, 이 책은?


법정드라마에서 보는 사건들은 실제 그런가?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사건은 실제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그런 진짜 사건 진행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실제 일어난 사건 모습 그대로 그리고 있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법정에서 쏟아진 말들을 살펴 숨겨진 범죄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알 수 있다.

웬만한 범죄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법정드라마보다 더 리얼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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