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엄마
김재성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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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엄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인가, 수기인가?

소설 속의 화자는 누구인가?

무당을 엄마로 둔 아들이다. 아들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그린 소설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당이 아니었던 엄마가 갑자기 신을 받고 무당이 된다.

그럴 때 아들의 입장은 어떨까?

그런 과정이 차근차근 펼쳐진다.

 

신기가 들린 어머니의 이야기, 예컨대 이른 아침 누군가(희진이 이모)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 내용은 희진에게 오늘 출근하지 말라는 거다. 엄마의 기분이 무언가 걸리는 게 있어 그러니 오늘은 출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다음날 뉴스에서 아니나다들까, 그 희진이 이모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러니 엄마가 어떤 것을 느끼고, 사전에 조짐을 느끼고 희진이 이모에게 전화를 했다는 거다. (50- 51)

 

이 사건을 화자인 아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그 사건은 내가 무당으로서 우리 엄마는 과연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51)

 

무당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

 

무당은 일반인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알 수 없는 비애에 젖은 직업이다. (51)

 

꺼져, 이제 너랑은 안 놀아. 이 무당 자식아. (83)


잘 지내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화자에게 한 말이다. 무당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다. 

 

사람들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내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닌가 해서 찾아가는 곳이 바로 무당집이라는 것이다. (119)

 

무당의 세계에서는 만신이라는 말은 만 명의 중생들을 먹여살리라는 의미의 단어라 한다. (75)


여지껏 만신 무당이라는 말을 그냥 별 뜻 없이 넘겼는데, 이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록도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싶다.

무당은 자신의 부모가 죽어도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

 

무당이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장례에 참여하게 되면, 자기 부모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무당이 무서워서 부모의 혼백을 데리고 가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부모의 혼백은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것이다. (193)

 

굿에 관한 기록들

 

여기서 저자는 굿에 관한 여러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다. 이런 자료들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여기 몇 가지 적어둔다.

 

한양 12거리 굿 (66- 67)

 

이 굿은 크게 4가지 파트로 이루어지는데

부정거리, 불사거리, 산신거리, 대안주거리.

 

부정거리 : 굿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부정한 것들을 몰아내는 의식.

불사거리 : 가정의 안녕과 건강, 자손들에 대해 빌어주고 공수를 둔다,

산신거리 : 한국의 산신령을 위한 것이다.

대안주거리 : 최영 장군을 위한 거리다.

 

진작 굿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님에게 감사의 의미로 술잔을 올린다는 의미로, 임금님께 진상하다의 진()과 술잔을 의미하는 작()을 써서 진작굿이라 한다. (85)

 

아들인 저자가 굿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어, 굿에 대한 기록이 아주 상세하다.

이 부분은 소설도 읽으면서 지금 여러 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무당의 굿에 대하여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이런 기록도 있다.

 

한남역 뒤편으로 강변에 자리 잡은 작은 기도터가 있다.

그곳은 옛 명성황후가 굿을 하던 자리로 유명해진 성황당 터라 한다. (74)

 

이런 기록도 남을만큼 명성황후의 굿에 대한 집착은 강했나 싶다, 결국 그런 것들이 조선을 망하게 하는데 일조를 했음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런 곳을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그 곳이 명성황후가 굿을 했던 곳이니 그쪽 세계에서는 영험한 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엄연히 저자의 자전적 기록이 많이 들어있다.

<프롤로그>에 보면, 이건 실제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니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수기라 할 수 있다. 해서 자전적 소설.

 

이 수필형 소설을 내 엄마의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형으로 쓴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의 삶과 같이 엄마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가 무당인 아들의 삶이 엄마의 일생과 엮어지는 가운데, 인생의 의미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하여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무당의 세계도 같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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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초한지
이상인 지음, 유환영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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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초한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패권 다툼, 그런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가 즐겨 두는 장기, 파랑색과 빨강색으로 장기판을 물들이며 싸우는 말들, 그것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게 바로 초한지다.

 

그런데 초한지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하도 예전에 읽었던 초한지인지라 기억이 나질 않아 다시 초한지를 들춰보았다.

여러 가지 판이 있는데, 제각기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 모두들 작가의 의도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작이었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은?

 

시작은 진시황부터 시작한다. 아니 진시황이 어머니 뱃속에 있기 전, 그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부터 시작한다.

 

진시황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여불위가 아버지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시작한다.

 

이 책의 끝은 어떻게 끝이 날까?

유방의 죽음이다. 유방이 황제가 되고, 죽는 데에서 끝이 난다.

 

그러니 이 책은 진시황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어, 진시황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호해가 왕위에 오르고, 그리고 혹정에 백성들 원성이 자자하게 되고, 각지에서 반란이 속출한 가운데 유방과 항우가 등장한다.

그 둘은 천하의 패권을 두고 싸우다가 결국은 유방이 승리하고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어느날 갑자기 유방과 항우가 나타나 천하를 다투는 게 아니라, 중국의 역사를 진나라 진시황 때부터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다.

 

특징, 두 번째

 

<초한지 고사성어> 가 중간 중간에 들어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책인지라,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 고사성어는 물론 초한지와 관련되어 생겨난 것들이니, 그런 고사성어를 배우면서 초한지를 더욱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선즉제인 (先則制人) : 상대가 준비하기 전에 얼른 선수를 쳐서 제압한다. (153)

파부침선 (破斧沈船) :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 (210)

낙백 (落魄) : 뜻을 얻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있다. (215)

 

이런 고사성어들을 공부하면, 그 말의 유래와 쓰임새를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초한지에서 영웅들의 활동상과 아울러 한자 고사성도도 같이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되겠다.

 

특징, 세 번째

 

초한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알아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거명하지 않더라도 이런 인물들 이름은 어디선가 분명 나오게 되어 있다.

항우, 유방, 그리고 그 두 인물을 도와 천하쟁패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닌데, 그런 이름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읽거나 만나게 될 책들, 이야기들에 분명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지금 그들 이름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떻게 활동하며 중국의 역사 한 페이지를 이끌어갔는가,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읽어간다면, 큰 유익을 얻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이 책은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겸하고 있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국의 역사 공부

역사에서 비롯한 고사성어

그리고 초한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들 이름.

 

그렇게 세 가지 유익을 취할 수 있는 초한지.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는 목표에 걸맞게 내용을 쉽고도 알아보기 쉽게 편집을 해놓아서, 부담없이, 쉽게 읽어갈 수 있다.

청소년일 때에 이 정도 초한지는 꼭 읽어두어야 한다. 청소년에게 아주 유익하다.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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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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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무덤 관리인의 하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주인공은 수영, 강수영.

 

무덤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 사람이다. 삼촌의 장례를 치르다가 우연히 무덤 관리인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에 성공하게 된다.

그 과정부터 흥미를 끈다. 바로 면접을 보러 가면서 워낙 시간이 없어 장례식장에서 입었던 상복 차림으로 갔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가점 포인트가 되어, 합격!

그래서 무덤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애틋한 사연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수영이 무덤 관리인이 되고자 했던 이유, 참된 이유는?

 

이 소설의 특징, 하나

 

소설의 맨 앞에 보면 특이한 도표가 제시되고 있다.

바로 <근무자 명단><방문객 명단>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더하여 <공동묘지 지도>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하여 공동묘지를 종횡무진 관리인들을 따라다니며 여간해서는 만날 수 없는 신기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모든 일어나는 일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특징, 또 하나

 

등장인물들이 다른 데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특이한, 그러니까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런 개성 만점의 인물을 창조해낸 작가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인 수영은 말할 것도 없고, 수영의 사수 노릇을 하는 동윤도 개성 만점인 인물이다. 물론 무덤 관리라는 특이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인지라, 그 업무에 맞게 특이하다는 점도 있지만, 인물이 특이하니 그 업무가 더욱더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선주라는 인물은 어떻고?

선주는 근무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선주와 수영이 같이 일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근무하는 한 달 동안 셀 수 없는 다툼이 있었다. 당연히 수영과 선주의 싸움이었다. (226)


어떤 싸움일까?

그리고 그런 싸움의 결론은?

 

이런 대화가 동윤과 수영간에 오고 간다.

 

뭐야, 진짜 친해졌나 본데?

그런 것 같아요. (228)

 

누가 누구와 친해졌다고 하는 것일까?

 

무덤 관리, 그리고 생자와 망자에 대한 관리도

 

이 책에서 배울 게 많다. 이 책을 단순하게 무덤 관리의 차원에서 읽을 게 아니다.

무덤 관리, 물주고 풀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 장비함 관리 등등 그러한 일을 처리하는 관리인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밖에 다른 일도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망자를 보러온 생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들은 망자를 참배하러 온 생자들도 관리를 해야 한다. 어찌보면 그게 더 중요한 업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대화가 오간다.

 

주말에 근무하는 것도 괜찮고, 고객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괜찮고, 묘지를 관리하는 것도 다 괜찮아. (150)

 

그렇게 다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도 일들간에 힘듦의 차이가 없을 리 없다.

그럼 어느 게 더 힘들까?

 

확실히 고객님들 상대하는 게 제일 어렵긴 해요. (235)

 

여기서 고객이라 함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망자, 생자?

 

묘지라니, 이런 질문?

 

당연히 이런 질문 나오게 되어있다

묘지에서 근무하면 무섭지 않나요? 혹시 귀신은 나오지 않나요?

 

역시 있다. 묘지 괴담이 있다.

도깨비불과 소복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속에서 인정이 넘처나는 일이 있었다는 것, 바로 심령사진을 찍는 전에 일하던 직원 준호의 이야기다.

거기에 하나 알게 된 것, 비네팅 효과. (211)

 

사진이나 상의 밝기가 중앙보다 가장자리에서 어둡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게 찍으면 뭔가 신비한 느낌이 나고, 심령사진처럼 보인다는 것.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사람이든 지식이든 이해하는 게 먼저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바보 같아 보이는 일이어도 직접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137)

 

특히 공휴일에는 묘지가 인산인해를 이루죠. 거리가 멀어도 삶이 바빠도 여전히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묘지를 찾는 분들이죠. (271)

 

다시, 이 책은?

 

오호, 이게 뜻밖에도 재미있다. 즐겁다.

무덤 관리인의 하루가 이렇게 후다닥 지나갈 줄이야.

따라서 소설도 페이지가 바로 바로 넘겨진다. 한마디로 소설이 재미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이 소설 이전에 발간한 작품이 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이다

제목 자체로 벌써 흥미로운 주제이고, 그 안에 담겨있을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작가의 특이한 시각이 병원과 묘지, 정말 특이한 소재를 다루는 특별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해서 일단 관심 작가로 분류해 놓고 작가의 행로를 지켜보며 응원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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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일본어 + 한국어) (미니북) -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미니북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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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 왕자 (미니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금까지 어린 왕자를 몇 번이나 읽었을까?

아마 10번도 더 읽었을 것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없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책이라 여러 번 읽게 된다.

읽을 때마다 무언가 새롭게 건져오는 게 있으니 말이다.

 

어떤 때는 이 말에 끌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지난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문장이 훅하고 가슴으로 뛰어들어오는 경험, 책읽는 사람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이 문장은 영어로 어떻게 번역이 될까, 또는 일본어로는 어떻게 말할까, 등등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다른 언어로 번역해본다고 머릿속으로 아는 단어 총동원해가면서 더듬 더듬 다른 나라 말로 바꿔보기도 하는데......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나의 경우를 알아차렸는지, 이런 책이 나왔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어린 왕자

 

그러니까 어린 왕자를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어로 '어린 왕자'는?

<さな王子さま>

 

이 책을 읽으면 다음 세 가지의 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린 왕자독서 기록에 한 번 더 숫자를 더하는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잠시라도 어린 왕자를 따라 별나라 여행, 사막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지금껏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새롭게 다가올지 모른다.

 

둘째, 이 책으로 어린 왕자를 읽다가 보면, 이런 번역의 차이를 만나게 된다.

 

시중에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 여러 종 나와있다.

그중 몇 권을 읽으면서 번역이 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흥미롭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이런 부분 읽어보자.

 

재치있게 말하려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내가 가로등 켜는 사람들에 대해 정직하게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지구에 대해 틀린 생각을 갖게 할 염려가 없지 않다. 사람들은 지구 위의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있다.

(어린 왕자, 최영희 역, 59)

 

이 번역 부분을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보자.

 

누구나 기지를 발휘하려다 보면, 약간의 거짓말을 하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나는 가로등지기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면서 완전히 정직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 별에 대한 인식을 잘 못 전달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180)

 

두 가지 번역본을 대조해 보았는데, 밑줄 친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차이가 난다, 다르다. 그럼 이 책에서는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먼저 한글 부분을 보자.

 

잘 말하려다 조금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가로등지기에 관한 이야기도 전부가 사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의 별을 이상하게 이야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185)

 

, 그럼 이제 세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자.

 

지구에 대해 틀린 생각을 갖게 할 염려가 없지 않다.

우리 별에 대한 인식을 잘 못 전달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별을 이상하게 이야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별이 어디일까? 

화자가 비행사이니, 우리의 별은 곧 지구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라고 하는 것과 우리의 별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함의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럼 이 책에서 일본어 번역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らの

[][ぼく] , 나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별이라고 되어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비교하면서 읽어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번역이 차이가 있다는 것, 알게 된다.

    

셋째,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일본어로 어린 왕자를 읽는다는 점이다.

해서 일본어 실력이 는다는 것, 그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편자는 독자들이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페이지마다 하단에 어려운 단어, 설명이 필요한 단어들에 대한 설명을 붙여놓았다. 해서 위의 번역본과 일본어 본을 같이 읽다가 조금 어려운 곳이 나타나면, 얼른 하단의 설명을 찾아보면 된다.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어린 왕자와 친해져, 일본어도 배우고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보는 방법, 괜찮다. 좋다. 해볼만 하다.

 

언어가 다르면 품고 있는 그 함의도 다를 것이니, 이번 기회에 일본어를 구사하는 어린 왕자를 만났다 생각하고, 일본어도 공부하고 또 어린 왕자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그의 따뜻한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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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 발레 뤼스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루퍼트 크리스천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에포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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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제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러시아 음악가와 발레 관련 인물들이다. 물론 다른 나라 음악가들도 많이 등장한다.

음악가뿐만 아니다, 예술가들이 종횡무진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 댜길레프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며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된 수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댜길레프의 시대는 그가 1872~ 1929년에 살았던 인물이니, 그야말로 세계사는 격변의 시기였다.

그가 발레 뤼스를 설립하여 활동한 시기는 1909년부터였다.

 

발레 뤼스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조르주 발랑신(George Balanchine)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90~ 1950)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1881~ 1931)

이다 루빈슈타인(Ida Rubinstein)

리디아 로포코바(Lydia Lopokova)

알리씨아 마르코바(Alicia Markova)

타마라 카르사비나(Tamara Karsavina)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

레오니드 마신 (1896~ 1979)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 책은 러시아 발레에 대한 조금더 깊고 넓은 지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발레 뤼스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단지 발레리나, 발레리노만은 아니다.

작곡가 면면을 살펴보니, 그 시대 대단한 작곡가들이 관련을 맺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만 챙겨보아도, 그 시대의 음악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겠다.

 

드뷔시, 라벨, 사티, 레스피기, 플랑크, 다리우스 미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이 있다.


또 거론할 인물, 반드시 거론될 인물은 바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그는 댜길레프와 만나 인생의 행로가 변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밖에도 더 있다.

피카소를 비롯하여 장 콕토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등장하고 있으니, 예술, 특히 음악과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아주 좋은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향, 먼저 짚어둔다.

 

공연 예술의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놓고 있는데, 이런 말이다.

 

19세기 후반에는 오페라가 공연 예술에서 상상력과 창조력과 파급력이 가장 큰 분야였던 반면 20세기 전반에는 영화와 더불어 발레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이르게 되었다. (18)

 

그래서 20세기 전반의 예술, 특히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발레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 그럼 발레 뤼스에서 무대에 올린 작품들은 어떤게 있을까?

 

목록만 적어둔다, 목록 자체만으로도 화려하다.

 

<장미의 정령>, <페트루슈카>, <아르미드의 별장>

<셰에라자드>, <불새>, <목신의 오후>, <봄의 제전>

<결혼>

 

발레 뤼스의 운명은?

 

1929년에 댜길레프가 사망하자, 발레 뤼스의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이 책에서는 8장에 <계승자>라는 항목으로 잘 그려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벌어져, 점점 그 명성을 잃어가고, 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도달한다.

 

발레 뤼스의 해는 저문다

 

모스크바를 출발한 볼쇼이 발레단이 19567월 처음으로 런던에 도착했다.

그 뒤로 발레 뤼스는 빠르게 활력을 잃기 시작한다.

볼쇼이와 마린스키 발레단은 그 뒤를 채우기 시작한다. (367)

 

이 책에서 알게 된다, 배운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후에, 발레의 영역도 흥미롭게 다가와 이 책을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해서 이런 용어들, 새로 알게 된다.

 

발레트망(balletomane)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저기 등장하는 발레 용어들, 예컨대 피루엣, 부레, 푸에테, 파드 되, 코다 등등.

 

그리고 음악에 관한 이런 이야기들, 흥미롭게 읽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4>에 맞춰 안무한 <코레아르티움>이 나왔다. (326)

 

거기에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브람스의 <교향곡 4>은 명확한 주제가 없는 작품이다. 완전히 추상적이며 표제 음악이 아니다. 그걸 안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영웅적인 것을 표현한 미켈란젤로 같은 조각가가 인간의 몸을 재료로 삼아 조각할 필요가 있다. (326)

 

음악과 안무의 관계를 이처럼 잘 설명하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밖에도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도 마신의 작품으로 상연되었는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제목 그대로 환상적인 발레로 재탄생 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만 알고 있던 나에게 댜길레프의 발레 뤼스는 발레에 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댜길레프가 스트라빈스키와 손을 잡고 만들어낸 <봄의 제전>은 말 그대로 발레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그런 사건을 포함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 하나 하나, 모두다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깊게 한, 작품들이다. 그런 결과물을 가능하게 한 댜길레프와 여러 무용수들의 모습,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고, 또한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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