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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펄럭이는 세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몇 개 퀴즈를 풀어보자
국기가 정사각형인 나라는?
국기를 연구하는 학문은?
첫 번째 퀴즈의 정답은 ‘스위스’. 또 바티칸 시국의 국기도 정사각형이다. (12, 13, 103쪽)
두 번째 퀴즈 정답은 ‘기학’(旗學) (vexillology) (12쪽)
[국기를 연구하는 학문은 기학(旗學) 또는 벡실로지(vexillology)라고 불립니다.
기학은 깃발의 역사, 디자인, 상징, 분류 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기학(旗學)은 깃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연구합니다:
역사: 깃발의 발생과 발달 과정을 연구합니다.
디자인: 깃발의 색상, 모양, 패턴 등을 연구합니다.
상징: 깃발의 상징적 의미와 그것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연구합니다.
분류: 다양한 유형의 깃발을 분류하고 연구합니다.] (인터넷에서 가져옴)
그러니까, 이 책은 세계 각국의 국기에 얽힌 역사, 유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펄럭이는 (깃발로 살펴보는) 세계사, 다.
이런 책, 처음이다. 아주 독보적인 존재감이 넘치는 책이다.
이 책의 구조
전세계의 국기를 통해서, 그 나라를 알 수 있다.
그 나라가 건국된 사건의 이면과 거기에 따른 국기 제정의 스토리와 국기 변천 과정도 알게 되는데, 이 책은 세상 나라들의 국기를 이렇게 분류하며 살펴보고 있다.
01 세계 곳곳의 삼색기
02 유니언잭
03 깃발 속 불길한 징조
04 깃발에 십자가가 등장한다면
05 로마에서 날아온 독수리
06 깃발들의 탱고
07 아메리칸 드림
08 오렌지색 줄무늬
09 오각별의 세계
10 육각별의 세계
11 동유럽의 가로 줄무늬
12 범아프리카색
13 범아랍색
14 깃발에 초승달이 등장한다면
15 깃발에 태양이 등장한다면
16 이색적인 아프리카 국기
17 영국이 거쳐 간 섬나라
우리가 흔히 보는 ‘십자가가 들어있는 나라들’의 국기, 그리고 ‘세 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많은 나라들의 국기’ 등을 살피다 보면, 나라가 다른 데에도 비슷한 국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건 왜 그런 것일까?
그런 데 얽힌 사연들을 통해 세계 나라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태극기는 위의 목차에서 어느 부분에 해당할까?
(09 <오각별의 세계>에 들어있다. 아시는 것처럼 오각별은 공산주의 깃발에 특징적인 것인데, 우리나라는 소련, 중국 등을 소개하다가 북한을 소개하게 되고, 북한이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태극기도 소개가 되는 식이다.)
그래도 이 책에 우리나라 태극기도 소개되고 있다는 것,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느낌이 든다. 왜냐면 심지어 서문 격인 <한국에서 이 책을 읽을 당신께>라는 항목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비상계엄의 여파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다는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11쪽)
저자가 웃음을 터트린 이유는?
분노한 젊은이들이 태극기가 아니라, 인터넷 밈과 가상 단체의 상징이 담긴 기발한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11쪽)
‘만두 노총’, ‘화난 고양이 집사 연맹’, ‘일정이 밀린 사람 연맹’ 등
그런 말을 듣게 된 우리나라의 처지가 한편으로는 서글프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으로 역사를 새롭게,
그동안 역사를 공부한다고 딴에는 열심을 내면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새롭게 나라를 살펴본 적은 없어서, 이 책에서 전해주는 내용들이 무척 신선했다. 따라서 역사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어, 저자에게 감사했다.
영국이 국기에 백합을 사용한 이유 (22쪽)
포르노크라시라는 말은?
오토대제와 교황 간에 얽힌 갈등에서 그 이름이 등장한다.
오토 대제는 당시 교황 요한 12세를 폐위시키고 역사가들이 말하는 소위 포르노크라시라 부르는 시대를 끝냈다. 포로노크라시는 욕망과 무절제에 빠진 교황들이 지배하느 ‘창부정치’를 말한다. (135쪽)
베니스와 베네수엘라의 관련은?
피렌체 출신의 탐험가인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1499년 최초의 정복자들과 함께 베네수엘라에 도착하여 이곳이 베네치아처럼 물 많고 다리가 많은 곳이라고 해서, 이 곳 이름을 베네수엘라라고 지었다. (162쪽)
아메리고 베스푸치 때문에 현재의 아메리카 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가 바로 베네수엘라 이름도 지은 것이다.
따라서 베니스와 베네수엘라는 그런 관련이 있다.
역사에서 이런 사항도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 :
교황을 불러 대관식에 불러 자신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게 했는데, 그 찰나에 왕관을 낚아채 제 스스로 왕관을 썼다. (21쪽)
레오 10세와 프랑수아 1세 그리고 다빈치 :
1515년 교황 레오 10세는 프랑수와 1세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다빈치에게 대형 기계식 사자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 걸어다니는 이 나무 사자는 가슴이 열리면 백합을 가득 쏟아냈다. 꽃은 프랑스의 힘을 상징했고, 사자는 교황 레오 자신을 상징했다. (23쪽)
무솔리니와 교황의 나라 :
1929년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교황 비오 11세와 라테라노 조약을 맺어 바티칸 시국을 독립국가로 선포했다. (116쪽)
무솔리니가 아니었더라면, 바티칸은 지금도 이탈리아에 통합된 채로, 국가라는 정체성을 각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 역사에서 가장 강력했던 군주 스페인의 카를 5세다.
카를 5세는 재위중 유럽의 상당 지역을 지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초로 대서양 너머까지 제국을 확장했다. 하지만 1556년 퇴위하고 수도원으로 물러났다. (202쪽)
카를 5세는 동시대에 살았단 영국의 헨리 8세, 그리고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와의 관계 때문에 알고 있던 인물인데, 그의 퇴위 후 이야기가 수도원으로 갔다니, 조금더 공부할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게 공부할 것을 제시하는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현재 영세 중립국인 나라는?
영세 중립국이 스위스 하나인줄 알았는데,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나라가 영세중립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투르크메니스탄, 스위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코스타리카. (63쪽)
그리고 또한 우리나라 태극기는?
이 책 232쪽에서부터 235쪽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조선시대 쇄국정책, 그리고 일본에 병합, 한국 전쟁, 그리고 한반도기라는 통일기도 소개한다.
한반도기에 작은 점으로 표시된 독도가 들어있어, 일본이 항의하고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1910년 한국을 강제 합병한 일본은 태극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일장기를 게양하도록 강요했다. 그 결과 태극기는 한국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234쪽)
이런 이야기를 외국인의 입으로 듣게 되니, 요즘 아스팔트 위에 버려져 굴러다니는 태극기가 불쌍해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깃발을 다루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기를 통해 주변의 모든 나라에 관심을 기울여보라고 권하는 초대장이다.
한나라의 국기가 왜, 그리고 어떻게 특정 형태를 띠게 되었는지 배우다 보면 그 나라의 역사, 지리, 문화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다. (14쪽)
저자가 이 책의 목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말 그렇다. 국기를 통해서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모두 알 수 있었다.
국기의 변화는 그 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평화로웠는지 혹은 격동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그래서 이 책으로 독자들은 각 나라의 국기와 그 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어지간한 역사책 수십 권을 읽은 듯하다고 느낀 것은 비단 나만의 혼자 생각이 아닐 것이다.
세계 역사를 이런 식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