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931호 : 2025.07.22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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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3617‘이라고 쓴 표지 사진에서 떠오른 말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다. 사실 이렇게 빨리 ‘귀정‘할지 몰랐다. 아직 모든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호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기사는 ‘AI와 양자 컴퓨터가 만나면‘이었다. ‘양자‘가 정말 우리의 구세주가 될까. AI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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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5-07-24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필귀정한데 인과응보랑 권선징악 도요 징하고 응이 아직 한참 더 걸릴것같지만.

blueyonder 2025-07-24 21:29   좋아요 1 | URL
네 동감입니다. 계속 지켜봐야겠지요.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에게 듣는 교양 물리학 수업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김범준 감수 / 북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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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것이 인과율이다. 결과가 원인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렇다. 공을 던진 후 공이 날아간다. 공을 던지는 사건이 원인, 날아가는 사건이 결과이다. 만약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공이 던진 사람에게 반대로 날아가 손에 잡힌다. 이런 정도의 간단한 사건에서는 사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매우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뉴턴의 운동법칙에는 시간의 방향이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공 하나가 아니라 여러 물체의 집합을 생각하면 시간의 역진(逆進)이 이상해 보이기 시작한다. 물 컵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떨어진 잉크는 서서히 퍼져나가고 결국 물 컵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게 된다. 시간이 거꾸로 진행한다면 퍼져있는 잉크가 반대로 모이는 것을 보게 될 텐데 이는 매우 이상하다. 왜 공이 반대로 날아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데 잉크가 모이는 것은 이상한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엔트로피이다. '무질서도'라고 종종 번역되는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열역학 제2 법칙이다. 


원인과 결과를 결국 누가 결정하는가. 엔트로피가 결정한다. 엔트로피가 낮은 쪽이 원인이고 높은 쪽이 결과이다. 이 말은 시간의 방향을 엔트로피가 결정한다고 종종 언급된다. 이 문제에 사람을 넣어 생각해 보면 더욱 극적이다. 나는 태어나서 살다가 언젠가 죽는다. 나이를 먹는 노화 역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내가 점점 젊어지다가 아기가 되어 결국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이 이상함의 극단을 보여준다. 


SF에 많이 나오는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에 타고 있는 나는 이 시간의 역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게 가능할까. 만약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면 내가 과거로 가서 부모님을 못 만나게 할 수도 있으며, 이는 모순을 야기한다. 타임머신이 가능하려면 논리적으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하므로, 모순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는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 있을지에 대해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저자가 자유롭게 설명한 책이다. 다양한 물리 개념과 이론이 논의되지만 엄밀한 논증이나 정확한 설명이 부족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물리 초심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책의 몇 부분을 옮겨 놓는다.


... 우주의 팽창을 나타내는 방정식에서 수축은 시간이 음의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응하는 값이다. 우주가 수축할 때는 우리가 추구해 온 시간의 역행이 일어나는 것이다! (213 페이지)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인간은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 위에서 살고, 산이 있는 대지 아래에는 코끼리 세 마리가 있으며, 코끼리 아래에는 거북이 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다. 지금 우주의 모든 물질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입하면, 암흑물질이 코끼리 세 마리라고 했을 때 그 세 배 정도인 암흑에너지는 거북인 셈이다. 지구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의 이름을 코끼리와 거북에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바꿨을 뿐이다. 관측을 통해 그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무엇인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후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우리도 코끼리나 거북이 있는 우주를 생각했던 고대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229~230 페이지)


위는 내가 봤던 가장 신랄한 현대 우주론 비판이다. 


  1729는 두 개의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방법이 두 가지인 가장 작은 수라는 것이다. 1729=123+13=103+93이며, 이런 형태로 쓸 수 있는 가장 작은 수가 1729임을 라마누잔은 순식간에 알아챘다. (248 페이지)


위에서 1729를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수식 표현이 잘못 됐다. "1729=123+13"에서 "123"은 12^3, 즉 12의 세제곱, "13"은 1^3, 즉 1의 세제곱으로 나타내야 한다. "103+93"도 마찬가지다. 103은 10^3, 93은 9^3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생명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거스르며 국소적으로 보여 주는 엔트로피 감소는 생명이 만들어졌더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명이 형성되기 이전에 우주의 시간의 화살에 역행하는 또 다른 시간의 화살이 있어 서 그 시간의 화살이 생명을 만들어 낸 다음, 그 안에 깃들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생명을 존속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또 다른 시간의 화살이 어떤 것인지는 짐작도 되지 않지만. (262~263 페이지)

  물리의 세계에서도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는 시간이 불연속적이었다. 물론 그것과 지금 말하고 있는 연속성의 이야기가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로벨리가 말했듯이 시간이 실제로 불연속적이고 그런 까닭에 시간이 정말로 환상이라면 물리학과 인지과학 사이에는 의외의 흥미로운 연결성이 있는 셈이다. (268 페이지)


시간의 불연속성이 시간이 환상임을 의미하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순환 우주는 인류 원리의 수수께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답을 주는 우주 모델인 동시에 현시점의 거시적 규모에서 시간 역행을 실현할 가능성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모델이기도 하다. 우주 최대급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시간의 역행에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순환 우주 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주목하기를 바란다. (29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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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930호 : 2025.07.15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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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재판을 거치며 새롭게 알게 된 인물이 헌재소장을 대행했던 문형배 재판관이다. 더불어 그에게 장학금을 주어 지원했던 김장하 선생이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탄식이 많이 있지만 이런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세상이 숨 쉴 만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시사인 제930호에 문형배 재판관과 진행한 반가운 인터뷰가 있어 글을 남겨 놓는다. 지면 제한으로 인해 인쇄된 시사인에는 모두 싣지 못했던 인터뷰 전문을 다음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038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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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자 중에는 시간에도 대칭성이 있어서 과거로도 미래로도 흐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생각하는가? 입에 넣었던 주스가 컵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있다면 더 기분 나쁠지도 모른다. 최근에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가 3년 동안 스승으로 모셨던 호킹 교수는 자유로운 발상,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헛소리로 치부할 만한 엉뚱한 발상에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냈다. 시간에는 호킹 교수 같은 도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다. 인류는 아직 시간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다. (41~4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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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7-17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최근 저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당연히 현재로선 비과학적 발상으로 치부될지 몰라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요 픽션으로 타임리프물을 꾸준히 접하다보니 익숙해진 결과인 것도 같아요 ㅋ

blueyonder 2025-07-17 18:05   좋아요 1 | URL
‘시간‘만큼 신기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참 드문 것 같아요! 저도 타임리프물을 좋아합니다. ‘어바웃 타임‘이 제 최애 영화입니다. ㅎㅎ

서곡 2025-07-2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주말에 DC히어로물 ‘플래시‘(2023)를 봤는데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시간여행자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 위에 적으신 대로 참 신기하고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월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blueyonder 2025-07-21 14:13   좋아요 1 | URL
서곡 님 안녕하세요. 저는 ‘플래시‘는 못 봤는데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
평안한 월요일과 한 주간 보내세요!
 
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 -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 중첩과 얽힘이 만든 신비로운 세계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4
박인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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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양자 얽힘'에 대한 설명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양자 얽힘에 대한 9, 10부 이전의 내용은 거의 양자역학의 역사에 대한 표준적 교과서에 가깝다. 기존 책과의 차이는 수식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수식으로 인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처럼 보인다. 대신 양자역학에 관심 있는 이공계 학생이나 졸업생이 보면 좋을 듯 싶다. 


프롤로그 다음에 주요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인물의 그림이 바뀌어 한 페이지짜리 교정 간지가 끼워져 있다. 가끔 오타도 보이는 것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문제 없다. '양자 얽힘'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위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했지만, '벨의 부등식' 등에 대한 상세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책이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양자 얽힘에 기반한 양자컴퓨터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논의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몇 구절을 옮겨둔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결정적인 인식 차이는 결국 물리적 실재를 입자성에 둘 것인가, 아니면 파동성에 둘 것인가에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스크린에 나타난 입자가 분명 어떤 궤적을 따라 왔을 것이지, 파동함수로 전 공간에 존재하다가 갑자기 한군데서 입자가 나타나고, 다른 곳의 파동함수는 다 사라진다는 '파동함수의 붕괴'를 믿을 수가 없었다. 

  파동함수의 붕괴는 곧 광속도보다 빠른 원격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곧 양자역학이 비국소적이란 것을 뜻했다. 인과율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인슈타인에게 비국소적 양자역학은 이해할 수 없는 물리학이자, 잘못 설계된 물리학이었다. (222~223 페이지)

... 실험을 통해 아스페는 숨은 변수이론과 비교했을 때 표준편차의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벨 부등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뜻했다. 이로써 양자역학이 인간의 직관과 달리 비국소적임이 확정되었다. (288 페이지)

큐비트가 |0>과 |1>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을 구현해주고, 이것이 양자컴퓨팅을 통해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큐비트간의 얽힘이다. 대표적인 양자 알고리즘인 쇼어 알고리즘과 그로버 알고리즘은 모두 큐비트 간의 얽힘 상태를 가정하고 개발된 것이다...

예를 들어 n개의 얽힌 큐비트 시스템은 2^n 개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만약 50개의 큐비트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이는 2^50, 즉 대략 100조 개의 서로 다른 비트를 처리하는 것에 해당한다. (298~299 페이지)


2^50은 대략 100조가 아니라 1000조임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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