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늘을 생각한다. 


1913년 세기의 여름,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다. 1913년, 이 불길한 해(13의 이미지!)의 월별로 유럽의 여러 유명인이 어떻게 얽히고 섥혀서 사는지, 현재형으로 보여준다. 히틀러와 스탈린, 예술가들, 프로이트, 루 안드레아스살로메... 이들이 어떻게 반목하고 괴로워하고 (사랑하고!) 사회 부적응으로 살았는지 얘기한다. 


이듬해인 1914년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해이다. 4년 조금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죽은 사람만 천만이요, 부상, 실종자까지 합하면 4천만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민간인 희생자까지 합하면 영향을 받지 않은 유럽인을 찾기 어려울 터이다. 


역사 속에서 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될 지 알았을까. 내년에 유럽을 집어삼킬 대전쟁이 일어날지 알았을까. 모두 자신이 짊어진 내면과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힘들어 보인다. 



더불어 숲 역시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기행문이지만 세계 곳곳을 방문하여 그곳의 역사를 되짚으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1000년 전 마야와 잉카 문명과, 남아메리카를 식민화하고 오늘날의 역사가 되어버린 스페인 제국의 영향을... 


100년 전의 세계와 1000년 전의 세계, 그 속의 사람들, 뭐 하나도 달라졌을 것 같지 않다. 감정의 깊이와 사회적 갈등들이. 


눈을 더 돌려 10,000년 전으로 돌아가면? 농경이 시작되어 사회가 구성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생기면서 엄청난 사회부적응자가 양산되었을 거 같다는 상상?



눈을 미래로 돌리면, 우리가 사는 오늘도 단지 역사책의 한 페이지로만 기록되고, 이 땅 위에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은 단지 쓰레기나 도구나 제대로 묻히지 못한 유해로만 남을 것이다. 수많은 인터넷 데이터 때문에 아마 살아남은 역사학자들은 골치 꽤나 아프겠지. 엄청난 데이터 마이닝이 필요하겠다. 노이즈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려면....


이 지구 상에는 80만년이 넘게 살아남은 대형 포유류 종은 없다고 한다. 10,000년 후, 100,000년 후, ... 뭐 우리는 먼지처럼 원자만 남기고 없어졌겠지. 그래도 원자는 남는다. 아, 원자의 위대함... 그때쯤이면 정말 <혹성탈출>처럼 다른 종이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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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자투리 시간에 몇 자라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전반적으로 문자중독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는 주말에는 좀 진득하니 앉아서 읽으려고 합니다만, 졸음이 쏟아져서...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거의 종이책을 읽습니다. 전자책은 왠지 적응이 잘 되지 않더군요. 책은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교과서가 아닌 다음에는 거의 밑줄을 긋거나 접거나 하지 않습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침대 머리 맡에는 책을 놓을 곳이 없습니다. 요새 집에서는 신영복의 <더불어숲>과 켄 폴릿의 <거인들의 몰락>을 보고 있습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가능하면 주제별로 분류하려고 합니다만, 공간이 모자라 그냥 쌓아두게 되네요. 두 번 볼 것도 아니면서 자꾸 책을 사게 됩니다. 욕망을 자제하려 노력합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이호원의 <태평양전쟁>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굽시니스트의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정도가 아닐까 하네요.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무래도 칼 세이건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냥 당신이 내게 이런 영향을 미쳐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모리스 클라인의 <수학의 확실성>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의 희망입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배명훈의 <첫숨>입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일반물리학>, <레미제라블>, 그리고 아직 정하지 못한, 종교나 철학에 관한 책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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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스토리 - 양자역학 100년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 퀀텀 시리즈
짐 배것 지음, 박병철 옮김, 이강영 해제 / 반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번역이 안 좋아요. ㅠ 그래서 별 두 개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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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5-0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번역이 있을 수 있나요? 박병철씨면 우리나라 과학책 전문 번역가이신데. 저는 이 책은 안 읽었지만 박병철씨 다른 과학책 번역 읽어보았지만 이만한 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blueyonder 2016-05-03 14:4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 박병철 역의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과학책을 번역하셨고 물리를 전공하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네요.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다음은 58페이지에 나온 내용입니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프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회원들의 평입니다.

blueyonder 2016-05-03 14:46   좋아요 0 | URL
˝아인슈타인의 논지는 매우 비범하고 뛰어나지만, 가끔 핵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빛의 양자가설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 가설은 순전히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제아무리 정확한 과학이라 해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blueyonder 2016-05-03 14:50   좋아요 0 | URL
위의 문장이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이게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원문을 찾아보면 다음처럼 나옵니다:
`That he may sometimes have missed the target in his speculations, as, for example, in his hypothesis of light-quanta, cannot be really held against him, for it is not possible to introduce really new ideas even in the most exact sciences without sometimes taking a risk.`

blueyonder 2016-05-03 15:19   좋아요 0 | URL
굳이 의미를 살려 번역하자면 다음이 아닐까 하네요.
˝아인슈타인이 때때로 엉뚱한 결론을 추론하기는 하지만--예를 들어 그의 광양자 가설과 같이--이걸 가지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정밀한 과학에서라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 정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blueyonder 2016-05-03 23:52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살펴 본 바로는 _적어도 이 책_에서는 원문에 충실하기 보다 자의적으로 번역된 부분이 종종 눈에 띕니다. 부정확하게 번역되어 이해를 어렵게 하는 부분도 있구요. 지금 예로 든 문장이 있는 2장 `기적의 해`만 해도 대여섯 군데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 의견입니다. 박병철 역의 다른 책은 제가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네요.

기억의집 2016-05-0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방금 흝어봤는데, 문맥상으로 자연스러워 번역가의 자의적인 해석이란 생각 못 했어요. 문장이 껄그럽지 않아서요. 가만 보면 우리 나라 번역계가 일본처럼 국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몇 몇 사람들에게 국한되어 있다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 봅니다. 사실 그 나라의 학문은 번역이 좌우하거든요. 제가 예전에 일본책 읽으면서 놀라면서 한편으로 자괴감을 느끼는 게서구의 책이 번역 안 된 게 거의 없다는 점이었어요. 문학이든 학술서적이든 문학이 고급문학이든 하위문학이든(그러니깐 쟝르문학같은) 간에 왠만한 건 거의 다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더군요. 제가 과학책을 읽으면서 일본인 과학자나 수학자자가 안 낀 곳이 없더라는 점이었어요. 어디든 과학이나 수학분야에 무슨무슨 이론으로 꽤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거였어요. 예전에 학문의 즐거움을 읽는데 거기서 그 수학자가 영어를 하나도 못해도 하버드대에서 초청해서 연구하도록 하더라구요. 옆에 통역가까지 붙여주면서. 그 땐 그런가보다했는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때도 타니야마 시무라의 추론을 끌어온 거 보면, 일본의 과학계나 수학계의 학술 번역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심지어 유카와 히데키가 파인만과 같이 노벨물리학상을 탈 수 었었던 저변에는 학술서적의 번역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부터 번역사업을 국가에서 엄청 지원했다고 박상익씨가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는 저 번역 사업이 겨우 출판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번역의 질이 낮지는 않지만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를 봅니다. 며칠 전에 친정집에 갔다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집에 가져 와서 읽는데, 현진건씨 번역인데 그건 더 못 봐주겠더라구요. 서울대 교수였던 분인데,, 하하 거의 발번역이라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르겠다는. 그나마 저는 이렇게라도 나와주는 게 고맙기는 합니다. 욘더님의 글 참조할께요.

blueyonder 2016-05-04 20:47   좋아요 0 | URL
네, 모든 학문 분야에서 번역의 양이나 질이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지요. 경제 규모나 서구 학문을 시작한 역사에서 우리는 일본과 큰 차이가 납니다. 기질 차이도 있는 것 같구요. 그런 면에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아직도 영어에 목 매달고 살고 있겠지요.
 
과학하고 앉아있네 4 -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 스낵 사이언스 Snack Science 시리즈 4
원종우.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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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 사이언스 시리즈인데, 내용이 결코 `스낵`이 아니다. 이 정도 내용을 나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김상욱 교수께 경의를 표한다. 진행하는 입장인 원종우 씨의 요약이나 추임새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이, 이 내용을 일반인이 정확히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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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하면 뭔가 어려운 것 같지만, 신기한 현상을 말한다는 측면에서 이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학문 분야도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수준의 물리학 주제로는 '상대성 이론'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역학에 관해 이미 많은 책이 출간됐지만 최근 출간되어 관심이 가는 책을 모아 놓는다. 
















위의 2권은 거의 문고판 수준이고 가격도 저렴하다. 팟캐스트 대담 내용을 모아 놓은 것인데, 비교적 흥미롭게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알려주고 있다.  


더 깊이 알고 싶으면 양자역학의 역사와 의미를 자세히 짚은 다음의 책도 좋을 것 같다(오른쪽은 최근 다시 나온 원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미 양자역학의 이론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기기들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 가장 가까운 예가 반도체에 바탕한 기기들이다. 광통신도 마찬가지. 이쯤 되면 그야말로 현대문명의 기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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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6-04-22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하고 앉아있네` 3권 24페이지에 오타가 있네요. `달도 떨어지고 있다. 낙하를 하는데 수직 방향의 속도가 있어서, 낙하를 하면서 수직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그 진행이 지구의 굽은 정도와 일치하기 때문에 계속 낙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거였죠.` 여기서 `수직`을 `수평`으로 고쳐야 합니다.

blueyonder 2016-04-27 22:39   좋아요 0 | URL
뉴턴의 `프린키피아`에 있는 그림:
http://www.kcvs.ca/martin/astro/au/unit1/45/chp4_5_files/newtmtn.gif

blueyonder 2016-04-27 22:39   좋아요 0 | URL
지금 팟캐스트를 들어봤는데, 거기서도 `수직`으로 얘기하는군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수직`을 `떨어지는 방향(지구의 중심을 향하는 방향)과 직각`의 의미로 썼다는 걸 깨닫게 됐네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blueyonder 2016-04-2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퀀텀스토리` 17페이지: `그 후에 실행된 일련의 실험들은 자연의 불가지론을 입증하면서 열성적인 실존주의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여기서 `실존주의자들`이란 말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찾아보니 원서에는 `realist`군요. `There followed a series of experiments demonstrating the truly incomprehensible nature of this world, leaving the committed realist grasping for straws.`입니다. 박병철 선생님도 실수하시는군요. realist는 실재주의자 쯤이 좋을 것 같습니다.

blueyonder 2016-04-27 22:48   좋아요 0 | URL
다음 영어 사전을 보니 realist의 뜻이 1. 현실주의자, 2. 사실주의 작가, 3. 실존주의자 라고 나와 있군요. ㅋ 실존주의자는 existentialist이지요. 일본어 사전을 보니 `실재론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정답이네요!

blueyonder 2016-04-27 22:49   좋아요 0 | URL
realist (다음 어학사전):
a philosopher who believes that universals are real and exist independently of anyone thinking of them
[철학] 인간이 인식하는 대상이 의식이나 주관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

blueyonder 2016-04-2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하고 앉아있네` 4권 71페이지에 파란약, 빨간약 얘기에서 `광년`의 개념을 헷갈리게 쓰고 있네요. `광년`은 빛이 1년동안 가는 _거리_를 나타내는 단위이니, `4.3광년 뒤에 손을 펴서...`라고 얘기하는 것은 개념을 헷갈리게 합니다. `4.3년 뒤에 손을 펴서...`라고 얘기하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뒤에도 이런 식으로 좀 혼동스럽게 얘기가 나옵니다.
74페이지의 오류: 얽힘을 나타내는 수식에서 |파>a|빨>b + |빨>a|파>b로 나와야 될 것이 앞 항과 뒤 항이 같은 것으로 잘못 인쇄되었네요.

blueyonder 2016-05-0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퀀텀스토리`를 읽고 있는데 실망스럽게도 번역이 썩 좋지는 않네요. 번역이 어려웠으리라는 건 짐작하지만, 좀 더 신경 썼다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것 같습니다.

blueyonder 2016-05-02 20:58   좋아요 0 | URL
`energy element`는 `에너지 요소`보다 `기본 에너지`로 번역하면 어떨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