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농담을 통해 물리학의 기본적 접근 방법 하나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름하여 "공모양 젖소 철학spherical-cow philosophy"이다. 어느 농부가 우유 생산 문제를 겪다가 근처 대학에 가서 해결책을 문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론물리학자(!)에게 갔다. 이론물리학자는 복잡한 계산을 한 후 엄청나 보이는 방정식들을 보여주며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농부가 흥분해서 말했다. "답이 뭐에요?" 이론물리학자의 대답: "자, 먼저 공모양 젖소를 가정해 봅시다..."


이 농담의 교훈은 물리학이 실제로 이렇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요소들은 모두 무시하고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만 남겨두고 문제를 푼다. 이렇게 문제의 핵심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여기에 무시한 요소들을 넣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고민한다. 저자가 드는 예는 마찰이다. 맞다, 마찰을 넣으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잘 풀리지 않지만 마찰을 무시하면 문제가 간단해지고 잘 풀린다. 이상적 운동에 대한 통찰을 얻은 후, 마찰의 역할--운동을 방해해서 속도를 줄임--을 추후 고려하여 실제적 상황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물리학의 파워는 자연에서 이러한 방식이 잘 작동한다는 데 있다. 젖소에게는 잘 작동하지 않지만... 물리학의 이러한 측면, 또는 물리학자들의 이러한 성향을 저자는 "공모양 젖소 철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리학의 강점과 한계를 우스꽝스럽게 잘 요약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어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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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mperor's New Mind (Paperback, Reprint)
Penguin Books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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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는 노벨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1]는 이 책에서 ‘의식’이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길고 다양한 예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전반부의 튜링 기계와 수학에 대한 얘기는 좀 어렵고 지루했으나 펜로즈의 박식함과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의 물리 얘기는 좀 더 읽을 만했고 뇌에 대한 지식은 알아둘 만했으며 그가 생각하는 ‘의식’의 본질에 대한 내용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출간된 지 이미 30년이 넘은 책이다(1989.11.09 출간). 이 당시에는 ChatGPT도 없었고 인공지능 연구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로즈 주장의 핵심은 아직도 유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펜로즈는 의식 현상을 결코 알고리즘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컴퓨터는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므로 이는 인공지능이 결코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얘기이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당연히 생각을 달리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은 울프 다니엘손이 <세계 그 자체>에서 한 얘기이기도 하다. 펜로즈는 그가 CQG(correct quantum gravity)라고 부르는 양자중력이론이 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거라고 추측한다. 이 이론이 무엇인지는 그도 모른다. 단지, 파동함수가 시간에 따라 중첩되어 진행하다가 그 차이가 중력적으로 커지면(한 개의 중력자 정도로?) 자연적으로 붕괴한다는 특성을 지니지 않을까 추측한다. 여기에 더해 비알고리즘적이라는 면모를 가질 것이다. 


펜로즈는 수학자이자 수리물리학자이므로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수학적 개념이나 논리를 순식간에 깨닫는 경험은 이데아 세계를 인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난 다니엘손의 주장에 더 끌리는 편이다. 수학적 개념은 인간의 머리 속에 있을 뿐이다. 완벽한 원이 어딘가에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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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 95.06.16에 샀던 책의 독서를 이렇게 (30년 만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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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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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작가 모리스와 ‘초식남’ 고위직 공무원 헨리의 아내 세라가 주인공이다. 단순히 이들의 ‘불륜 이야기’로 알고 읽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사랑의 싹틈--과 결국 어떻게 둘이 상처를 안고 헤어지게 되는지--사랑의 종말--을 보여주나 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바로 헤어진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진실이 밝혀지는데, 남자는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을 버린 여자를 증오하고, 여자는 남자를 너무 ‘사랑’해서 그를 버린다.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과 상황에 기인한 ‘오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1951년에 발표됐다.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 당시 런던공습과 전쟁이 끝난 후 몇 년간이다. 둘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한 서술이 별로 없어 사실 감정이입이 잘 안 됐다. 둘 사이에 언급할만한 에피소드도 없는데 그냥 사랑하게 되나? 죽도록…?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감안해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오해와 관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반면 교사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바람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누구나 정도는 달라도, 인생에서 여러 후회를 안고 산다. 과거에 머물러봐야 상처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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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델의 정리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수학의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없음을 얘기해 준다는 펜로즈의 지적. 펜로즈는 명제의 참/거짓 판단에 외부의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는 의식이 알고리즘일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주장이다. 


In particular, a conclusion from the argument in Chapter 4, particularly concerning Gödel's theorem, was that, at least in mathematics, conscious contemplation can sometimes enable one to ascertain the truth of a statement in a way that no algorithm could... Indeed, algorithms, in themselves, never ascertain truth! ... One needs external insights in order to decide the validity or otherwise of an algorithm. I am putting forward the argument here that it is this ability to divine (or 'intuit') truth from falsity (and beauty from ugliness!), in appropriate circumstances that is the hallmark of consciousness. (p.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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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인상 깊었던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 찾아보니 원작 소설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감독이 영감을 받은 영화가 있다[Vineland (1990)]


세월의 흐름, 인간의 신념, 부성애, 이 세상의 부조리 등 풍자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다. 근래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여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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