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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 -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 중첩과 얽힘이 만든 신비로운 세계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4
박인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양자 얽힘'에 대한 설명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양자 얽힘에 대한 9, 10부 이전의 내용은 거의 양자역학의 역사에 대한 표준적 교과서에 가깝다. 기존 책과의 차이는 수식을 많이 썼다는 점이다. 수식으로 인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조금 무리처럼 보인다. 대신 양자역학에 관심 있는 이공계 학생이나 졸업생이 보면 좋을 듯 싶다.
프롤로그 다음에 주요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인물의 그림이 바뀌어 한 페이지짜리 교정 간지가 끼워져 있다. 가끔 오타도 보이는 것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문제 없다. '양자 얽힘'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위해 책을 썼다고 저자는 말했지만, '벨의 부등식' 등에 대한 상세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책이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양자 얽힘에 기반한 양자컴퓨터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논의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몇 구절을 옮겨둔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결정적인 인식 차이는 결국 물리적 실재를 입자성에 둘 것인가, 아니면 파동성에 둘 것인가에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스크린에 나타난 입자가 분명 어떤 궤적을 따라 왔을 것이지, 파동함수로 전 공간에 존재하다가 갑자기 한군데서 입자가 나타나고, 다른 곳의 파동함수는 다 사라진다는 '파동함수의 붕괴'를 믿을 수가 없었다.
파동함수의 붕괴는 곧 광속도보다 빠른 원격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곧 양자역학이 비국소적이란 것을 뜻했다. 인과율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인슈타인에게 비국소적 양자역학은 이해할 수 없는 물리학이자, 잘못 설계된 물리학이었다. (222~223 페이지)
... 실험을 통해 아스페는 숨은 변수이론과 비교했을 때 표준편차의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벨 부등식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뜻했다. 이로써 양자역학이 인간의 직관과 달리 비국소적임이 확정되었다. (288 페이지)
큐비트가 |0>과 |1>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을 구현해주고, 이것이 양자컴퓨팅을 통해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큐비트간의 얽힘이다. 대표적인 양자 알고리즘인 쇼어 알고리즘과 그로버 알고리즘은 모두 큐비트 간의 얽힘 상태를 가정하고 개발된 것이다...
예를 들어 n개의 얽힌 큐비트 시스템은 2^n 개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만약 50개의 큐비트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이는 2^50, 즉 대략 100조 개의 서로 다른 비트를 처리하는 것에 해당한다. (298~299 페이지)
2^50은 대략 100조가 아니라 1000조임을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