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남자는 붉은 소나무의 갈라진 둥치 틈에 앉아, 까무룩 잠들어 버리지 않도록 밤하늘에 떠오른 하얀 낫 모양의 달을 내내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허기와 피로가 쌓일수록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머리는 맑아졌기에, 그는 계속 나아갈 작정이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3

남자는 눈이 되고, 바위가 되고, 바람이 될 것이다. 그의 내장은 표범의 먹이가 되고, 그의 피는 어린 소나무들의 영양분이 될 것이다. 마치 그가 산 아래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던 인간의 삶을 아예 가져본 적도 없었던 것처럼.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9ccc4b99aefa406c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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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 부력에서는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지. 아빠는 도담이가 중성 부력에서처럼 평온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 <급류>, 정대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b9e7aa6e3e04ec4 - P11

해솔은 활짝 웃고 있는 도담을 지켜봤다. 도담의 쾌활하고 독특한 웃음소리가 해솔의 마음에 새겨졌다. 기쁨을 전혀 숨기지 않는 구김살 없는 웃음소리. 한껏 존재감을 내뿜는 높고 큰 웃음소리였다. 그 웃음에 전염이 되어서 해솔도 해맑게 웃었다. - <급류>, 정대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b9e7aa6e3e04ec4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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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0

시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다. 콧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말이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던 때로부터 증기기관과 기차의 시대로 넘어가자 사람들은 그 속도에 경탄을 내뱉기도 했지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인지하기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라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1

책을, 그중에서도 옛날 책을 읽어 보기로 생각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문장은 시대의 호흡을 반영한다. 문장이라는 좁은 길을 따라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시대의 속도와 사고에 동기화되려면 독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1

100이란 아주 믿음직스런 숫자다. 백,이라는 발음에서는 탄탄한 기백이 느껴지고, 50대 50으로 나뉘는 형평성은 좌우 페이지가 공평하게 균형 잡힌 책의 형식과도 잘 들어맞는다. 종이책으로 100페이지쯤 읽으면 왼쪽으로 넘어가 차곡차곡 쌓인 종잇장들의 두께가 제법 두툼해지고, 전자책으로 읽어도 스크롤바에 표시되는 읽은 분량이 점이 아니라 길쭉한 선으로 보일 만큼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의 두뇌도 쉽게 무시 못 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2

그런데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는 ‘100페이지의 법칙’까지도 필요하지 않은 책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가장 짧다.

-알라딘 eBook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음) 중에서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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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중수와 중창과 재건의 차이 같은 것. 면접을 끝내고 받아 온 『고건축용어사전』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말들이었다.

-알라딘 eBook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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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6

그러니까 영화평론가는 경험을 사유하며 다시 시작하는 자다. 영화의 감흥을 동력 삼아 다시 시작하며 설레는 자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신비를 손에 쥐어보려고 다시 시작하다가 아득해지는 자다. 영상을 문자로 바꾸어 짚어내려고 무망한 투망질을 되풀이하는 자이고, 또렷한 발화점과 아득한 소실점 사이에서 헤매다 종종 길을 잃고 망연해지는 자이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런 불가능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bcbeac8a04832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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