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지만 선생님은 운이 좋은 분입니다. 추방당했지만 안전하시잖아요. 서로로부터, 그리고 그 하찮은 탐욕이며 시시한 드라마들로부터는 안전하지 않을지 몰라도, 더 큰 광기로부터는 안전하시죠. 그 광기로부터 안전해질 수만 있다면 전 일평생 기꺼이 추방당해 사는 삶을 택할 겁니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96

"달은 뜨고," 남자는 말했다. "기울고, 부서지죠.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내고요."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97

방 건너편에 있는 그에게서 밀려오는 낯선 열기는 마치 아주 늙어서 둔해진 곰에게서 나오는 것 같았다. 여러 생을 살아온 끝에 이제는 지치고 성마른 눈빛을 하고 동굴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곰 한 마리.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99

은혜는 하나의 결정이 어떻게 삶에 존재하는 그 모든 다양한 겹들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런 겹겹의 삶은 은혜에게는 꽃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210

국내에는 장편소설 『스노우 헌터스』로 먼저 소개된 폴 윤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미국 문학계에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라는 주제 의식,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213

폴 윤의 인물들은 길 잃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장소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잃어버리거나 무엇으로부터 도망쳐 왔는지, 혹은 눈앞의 복잡한 풍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낯선 곳에 던져져 있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2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빛 속에서 운식의 몸이 뻣뻣해졌다. 아이는 처음에는 골짜기를 내려다보았고, 그다음에는 은혜를 바라보았다. 은혜는 양 무릎을 세워 가슴께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순간, 은혜의 그런 모습을 본 동수가 손아귀 힘을 풀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운식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그러고는 은혜의 무릎을 가볍게 두드렸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 다음 두 아이 모두에게 자신의 아내가 거기 묻혀 있다고 했다.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밤 여기서 달이 뜨고, 기울고, 부서졌단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냈지. - <벌집과 꿀>, 폴 윤 지음 / 서제인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a33d594ec2c34d6a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느껴 보는 어두컴컴하고 불안정한 감정이었다. 그 칠흑 같은 구멍에 잡아먹혀 버리고 말 것 같았다. 이런 케케묵고 질척한 기분은 아주 오래전, 막 유령이 되었을 때나 겪었던 것이다. 산에서 떨어진 흙이 뒤섞여 불길한 황토 빛을 띠는 하천의 한복판에서, 물의 까만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669427668c54faa - P52

물은 이영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영이 건넨 이름을 받아 들었다. 이영도 물의 눈을 바라봤다. 흙과 비는 끝없이 쏟아졌다. 그것은 마을을, 하천을, 소나무 숲을, 물과 숲의 세상을, 물과 숲의 울타리를 모조리 뒤덮었다. 나무는 하천으로 구르고 하천은 마을을 침범했다. 지붕이 가라앉고 벽과 바닥에 붙어 있던 집기들이 물 위로 떠올랐다. 물은 세상이 뒤집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또다시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이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물은 있는 힘껏, 이영을 껴안았다. 이영도 여울을 껴안았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669427668c54faa - P57

어머니를 괴롭히고, 늘 따라다니면서 그녀를 무섭게 했던 나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미래에서 온 아들, 비극의 증거, 불행의 씨앗인 바로 나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시간을 되돌려 준다며 깔깔깔 웃던 목소리의 주인은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669427668c54faa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은 어째선지 무서워졌다. 저렇게 자신을 직시하는 눈빛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유령이 된 후로 처음일지도. 공포에 떨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지껄이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빨리 도망가 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대로, 희고 마른 손목을 휘휘 흔들었다. -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669427668c54faa - P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