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독살사건 2 - 효종에서 고종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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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 독살 사건1'을 읽고, 2권을 읽어 내려갔다. 흡입력있는 이덕일의 글은 너무도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물론, 효종과 관련된 내용은, 이덕일이 쓴 '조선 왕을 말하다2'에서 읽었던 내용이고, 현종은 '윤휴와 침묵의 제국'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경종은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정조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에서 이미 읽었던 내용들이다. 이미 아는 내용이기에 그냥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1. 독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왕들

  2권에서 독살이 확실시 되는 왕은 '고종'이다. 고종은 이태진 교수도 독살되었을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인용되지 않고 있으나, 친일파 윤치호의 읽기에서도 고종이 독살되었다는 전언을 싣고 있다. 사도세자의 후예들은 독살이라기 보다는 모함에 의해서 죽어간 사도세자의 후손들이다.

  경종은 독살 되었을 것으로 짐작은 되나 단언은 하기 힘들어 보인다. 목호룡의 고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종은 그가 살아있을 때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아왔다. 그리고 영조는 자신이 경종을 죽이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것도 경종 독살설을 반증해주는 사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2. 독살되었다고 단정하기에 애매한 왕들

  이덕일은 효종과 현종, 정조도 독살되었다고 단언을 한다. 물론 효종의 경우, 손을 떠는 신가귀를 시켜 침을 놓게한 점, 현종의 경우 갑작스런 복통을 한점, 정조의 경우 노론이 그를 죽이려 끊임없이 노력한 점 등을 본다면 독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독살되었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효종의 경우 단순한 의료 사고로 볼 수도 있으며, 현종의 경우는 그 동안 잠재되었던 지병이 분노로 인해서 죽음으로 그를 몰았을 가능성도 있다. 정조의 경우는, 등에 난 종기가 울화병과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3. 독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왕들.

  효명세자는 독살로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덕일도 명확한 독살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며, 각혈을 했다는 말은 폐병을 앓고 있었다는 증거이기에 독살로 단정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 지난 겨울에 창덕궁에 답사를 갔다. 그때 효명세자가 살았던 전각을 보았다. 정오였는데도 그늘이 지었고 유난히 추운 장소였다. 이런 장소에서 오랫 동안 살았다는 것은 스스로 병을 키웠다는 증거이다. 습하고 추운곳은 사람이 살곳이 아니다. 폐병을 유발 시키기에 너무도 좋은 장소이다. 효명세자는 정조를 본받기 위해서 정조가 있었던 주합루에 가까운 곳이 집을 짓고 살았으나, 오히려 그의 몸을 상하게 하여 정조 곁에 빨리가는 불운을 얻었다.

 

  조선의 왕들에 대해서 독살설이 높아지는 것은 그들이 더 살았다면 우리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특히 정조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그래서 정조가 10년만 더 오래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정조는 독살된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 아쉬움에 이 책을 다시한번 들추어 본다.

 

ps. 이덕일의 책을 많이 읽다보니, 책의 내용이 너무도 많이 곁친다. 알고 있는 내용을 제목과 약간의 주제만 변경하여 다시읽는 느낌이다. 이제는 이덕일의 책을 고를 때는 내가 읽었던 시대와 겹치지 않도록 책을 선정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세도정치기에도 강직한 신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러한 시대에도 강직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 하나의 위안이 된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후 침묵이 너무 지나쳐 정령 등 사무를 일체 아래 신하에게 일임하시고, 장주(상소)와 품계(아뢰는 것)에 모두 '윤(허락함)'자로 판하하시며, 가부에 대하여 재결하시는 분부가 전혀 없으시니, 이해의 구분과 공사의 구별이 저젉로 권병(권력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뇌문(뇌물을 받는 문)이 크게 열려 뇌물이 공공연히 거래되어서 관직 하나, 과거 하나도 족당이 아니고 거실이 아니면 뇌물로 사는 것이 지름길이 되었습니다. -순조실록, 19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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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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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에 계신 교수분들이 조선시대를 강의하다가 '어느 작가는 조선시대 대부분의 왕들이 독살된 것 처럼 주장해서, 조선을 독살왕국 처럼 묘사 한다.'라는 말을 하곤한다. 여기서 '어느 작가'는 바로 이덕일을 지칭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덕일을 '독살중독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덕일의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덕일이 2005년 발간하여 초판 90쇄를 찍었으며, 개정증보판을 여전히 15쇄 이상을 찍어내고 있는 스태디 셀러 '조선 왕 독살사건'을 미처 읽지 못했다. 이덕일의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니는 조선왕 독살설들을 이제는 밀도 있게 읽어보고 싶었다. 이제 그 1권을 살펴보자.

 

1. 독살 의혹이 제기된 7명의 왕들

   1권에서 다루고 있는 왕은 7명이다. 이중에서 소현세자의 경우는 독살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선조의 경우는 이덕일이 유일하게 독살설을 부정하고 있다.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밀도있는 구성과 박진감은 이책의 커다란 매력이다.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가서 3시간 동안 줄을 서는 동안 1권을 읽어내려갔다. 금새 한권을 다 읽었을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은 타당할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소현세자의 경우는 독살 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이덕일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다. 단종의 경우도 사육신 사건 처럼 단종 복위운동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집권세력들이 단중을 죽였을 가능성에 깊은 공감이 된다. 그러나 문종과 예종, 인종의 경우는 독살의 가능성은 있지만, 독살이라고 단정지어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독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독살되었을 개연성만을 가지고 독살설을 주장하는 것은, 도둑을 잡으려다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이덕일의 주장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다. 연산군의 경우는 독살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못난 임금 인조가 광해군을 죽이지 않았듯이,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 특히 권력에서 밀려나 실권이 없는 경우는 죽이기는 것 보다는 살려두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특히 연산군의 경우는 못난 왕으로서 반정이 일어났을 때, 어느 누구도 연산군의 편을 들지 않았다. 반란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도 못난 왕이었기에 궂이 그를 죽일 이유는 없다.

 

2. 역사 대중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다.

  이덕일은 분명, 다양한 문학서적과 추리소설들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많은 문학적 표현과 극적 구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 '조선왕 독살사건'에서는 그만의 탁월한 역사추리 기법이 돋보였다. 역사를 이렇게 문학작품처럼 서술할 수 있고, 추리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덕일 만의 글재주를 보면 볼 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덕일을 따라 다니는 또하나의 꼴표는 다작이다. 많은 역사 책들을 이렇게 잘 써내려갈 수 있는 비결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다작'의 비밀 중에 하나는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주제로 중복해서 서술하는 방법이 있다. 이 책에서 서술된 문종 독살 설은 이미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편에서 접했으며, 예종을 비롯한 연산군은 '조선의 왕을 논하다.'라는 책에서 이미 접해본 내용들이다. 그밖의 왕들도 이덕일의 다양한 책들에서 한번은 다루었던 인물들이다. 그러하기에 이전에 읽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흐릿하게 머릿속에서 그 내용이 떠오를 때가 자주 있었다.

 

  역사는 끊임 없이 재해석 될 때, 생명력을 갖는다. 이덕일은 기존의 우리역사를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끊임 없이 재해석 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덕일이 어떠한 책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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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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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유독 시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물론 성우가 낭독해주는 시는 나의 가슴을 울렸던 적이 많았지만, 내가 직접 시를 읽고 이를 풀어내지는 못했다. 난해한 파편 조각을 어디서부터 맞추어야할지 길을 잃어버리기를 수차례.... 철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에서 철학 개론 수업을 들으며 내가 배운 것은 철학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마치 수학을 배우며 수학이 어렵고 지겹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처럼... 그런데 이 책은 그 난해한 시를 어려운 철학으로 쉽게 풀어내려 도전하고 있다. 물론 강신주이기에 믿고 책을 꺼내들었다. 무모해보이는 이 도전을 강신주는 어떻게 즐겁게 풀어냈을까?

 

1. 철학하는 시인 시를 읽는 철학자!

  과거! 나는 시인들은 그저 문학서적만을 읽고, 사회과학서적이나 철학서적을 읽지 않는 것으로 오해했다. 추상화를 그리듯이 난해한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들을 이해하려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인들은 온몸으로 사회를 느끼고, 니체를 비롯한 철학서적을 읽으며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스스로 넓히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서양의 많은 철학자들의 이론을 동원하여 풀이해 볼 때, 보다 그 심도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장의 시를 읽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신주가 설명해주는 철학자의 이론을 음미하고는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시를 읽어보았다. 이제서야 시속에 담긴 철학이 이해되었으며, 철학을 통해서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의 시에 이렇게 깊은 철학이 숨어있었을 줄이야.....

 

2. 한국 사유의 논리

  강신주의 철학강의를 많이 듣다보면, 강신주는 장자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서양의 철학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단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 장자를 읽었을 뿐인가?라는 생각을 여러번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도 생각난다. 우리의 철학자들이 서양의 철학자의 이론을 소개할 뿐 자신의 철학이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을 때, 지식수입상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고민을 우리의 담론으로 풀어내는 철학자가 나와주기를 기대했다.

  강신주는 마지막 21번째 시를 김준태의 '길'로 택했다. 마치 우리 한국철학의 길을 찾는 듯이... 이를 풀어내는 철학자는 유일하게 한국의 철학자 '박동환'이다. 동양의 장자도, 서양의 니체도 아닌, 한국의 박동환을 통해서 한국적 사유의 길을 찾으려 시도해본 것이다. 지식의 수입국에서 지식의 창조국으로서의 길을 우리가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강신주는 마지막 21번째 장에서 찾고 있다.

 

  시를 읽는 방법이 어디 철학이라는 길을 통해서만이겠는가?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를 읽을 수도 있으리라! 이 책은 철학을 통해서 시라는 세계로 침잠해갈 수 있도록 나를 도왔다. 그래서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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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몽골 제국과 고려 3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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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화려한 역사를 읽기를 꿈꾼다. 나 자신의 화려한 20대를 그리워하듯이, 우리역사의 활기차고 진취적인 시대를 탐닉한다. 화려한 우리의 역사를 읽는 것은 고려시대사에도 적용된다. 화려한 후삼국의 주인공들이 새시대의 주인공이 되려 칼과 지략을 겨루던 시대를 지나서, 거란과 여진의 침략을 물리치고 몽골에 저항하며 자주성을 지키려 했던 역사를 기억하려한다. 그러나 공민왕이 반원자주개혁을 추진하기 직전까지의 고려역사는 우리 기억속에 없다. 어두운 고려의 역사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프로이드를 중심으로한 정신분석학에서는 나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는 것이 그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 말한다. 고려의 아픈역사! 그 역사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서가에서 뽑은 책이 '고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라는 이승한 작가의 책이다.

 

1. 역설의 시대! '세계화 시대'는 '고려왕조의 위기의 시대'였다.

  '세계화 시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고려의 '세계화 시대'는 곧 '고려왕조의 위기의 시대'였다. 고려의 위기!와 세계화 시대! 이 두단어의 양면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인 세계화인가? 와 타국의 종으로서의 세계화인가?의 차이일 것이다. 고려의 국제적인 나라였다. 이슬람 상인이 벽란도를 드나들었으며, 거란의 포로중에서도 기술이 좋은 사람은 장인으로 발탁했다. 중국인들 조차도 고려에 와서 높은 벼슬살이를 했다. 이렇게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나라 고려! 그 고려가 몽골에 굴종하고 몽골의 부마국으로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내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남의 종으로서 맞이한 세계화 시대는 고려로서는 너무도 불행한 시대였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에게 '주인장 계신가?'를 외친 노스님의 말은 원간섭기를 살았던 고려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법어이다.

 

2. 왕이기를 포기한 왕들! -충숙왕, 충혜왕, 충정왕

  학생들 중에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사고를 치는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과 대화를 하면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것은 방황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간은 시련을 겪어도 어떠한 학생은 가정의 경제적 불운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어느 학생은 인생의 막다른 길로 걸어간다. 고려의 왕들은 스스로 패배자의 길을 걸어갔다. 누가 자신을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자신이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든다. 충숙왕은 충선왕의 견제속에서, 심양왕의 입성책동과 왕위를 위협하는 상황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치를 멀리하고, 심지어는 충혜왕에게 양위하고는 자기 아버지 충선왕이 했던 것처럼 아들과 권력투쟁을 한다.

  이러한 비극은 충혜왕에 이르러 비극으로 치닫는다. 비정상적인 아버지를 둔 아들의 반항이었을까? 아니면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원나라에서 숙위를 해야만했던 자신의 비운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였을까? 신하들의 부인을 겁탈하고, 욕정을 참지 못해서 아버지의 여자까지도 범하는 패륜을 저지른다. 그리고 원나라의 신하들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원나라에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어린 충목왕에 이어, 충정왕이 왕이 되지만, 충정왕 또한 멀쩡한 백성들에게 달려가서 행패를 부린다. 너무도 억눌린 숙위생활에서 온 스트래스를 애꿋은 고려의 백성에게 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은 스스로의 명을 재촉한다. 충정왕도 왕위에서 끌려내려오고, 원나라는 공민왕을 왕위에 앉힌다.

 

  비극의 시대! 고려의 왕이 원나라의 말한마디에 의해서 왕위에서 쫒겨나는 시대! 왕에게 배신하고도 원나라를 등에 엎고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부원배들의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고려의 왕에게도 고려의 백성들에게도 치욕이었다. 원나라의 천호 벼슬을 하던 사람의 후손이 조선을 건국한다.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믿고 싶은 나에게는 많은 질문을 던져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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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
정영숙 지음 / 진성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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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과 도서관에서 하는 꿈다락에 참여했다. 북 콘서트를 한다기에 저자 정영숙의 인터뷰를 직접 들으며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나의 서가에 꽂아 놓고 언젠가 한가한 날에 읽겠다고 하며 읽기를 미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집에 다녀와서 나는 이 책을 다시 찾았다. 매번 시골에 갈때마다 너무나도 빨리 늙으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너무도 애처러움에 사무쳤는데, 그 날따라 어머니가 너무도 더 늙으셨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책에 소개된 69편의 편지는 나와 같은 애처러움이 밀려드는 편지였다.

 

1.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결 같이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나, 효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더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나서, 더러는 아직 살아계신것을 행복해 하면서, 효도를 해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부모들 중에 한분이, 효를 행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자식에게 말한 한마디가 나의 가슴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그 마음에, 자식을 위로하며 한마디를 했다.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그 말이 나의 가슴을 무척이나 가슴 저리게 했다.

  나의 부모님은 농부이시다. 그리고 초등학교만을 나오시거나, 초등학교를 중퇴하셨다. 한글을 모르신다. 부모님이 창피하기도 했고, 대학까지 나온 부모를 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보다 유식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내가 뭘아냐,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말만을 되뇌이셨다. 이러한 말은 내 진로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난하기에 배울 수 없었던 시절! 장남이거나, 동생들을 키워야하기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 어려운 시절을 사셨던 부모님을 그때는 왜이리도 이해하지를 못했던가?

  '부모는 자식의 거름이다.' 그래! 그 거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거름이 되어 자식을 살찌우는 것을 기쁨으로 알며 하루하루를 사셨던 부모님! 때로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아들 공부를 아주 잘해!'라고 자랑하시던 부모님! 당신의 거름이 있었기에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 부모는 열자식을 키우지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부모는 열자식을 키우지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이 말보다 자식의 현실을 잘 표현한 말은 없으리라.... 정영숙  대표가 편지를 읽어주면서 가장 많이 되풀이 한 멘트인 것 같다. 많은 자식을 두었지만, 쓸쓸히 노년을 보내야하는 현실! 도시에 와서 같이 살자 했으나, 도시에 적응하지 못해서 같이 살 수 없는 자식!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같이 살지 못하는 자식! 기타 가정 형편으로 같이 살지 못하는 자식! 등등의 사연으로 열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

  첫째를 낳기 몇달 전에, 어머니에게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번에 싫다고 했다. 돌잔치를 위해서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일주일 동안 같이 계셨는데, 매형의 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시면서 '감옥 같다.'라고 하셨다. 흙을 밟으며 살아오신 분이, 콘크리트 속에 갖혀 사시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본인이 편한 곳에서 편하게 사시는 것이 어쩌면 효도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골을 토끼 같은 딸들과 내려가면 왜이리도 좋아하시는지.....

 

 

3. 지금부터 실천하자

  정영숙 대표는 부모님에게 아쉬움이 남아 미안해하는 편지의 주인공들에게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그래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실천하자! 너무 늦었을 때, 아쉬움으로 괴로워하지 말자!

  지난주에 시골에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샀던 세탁기를 시험삼아 돌려보았다. '고장날까봐 사용하지 못했다.'라고 말하시는 어머님이 애처러웠다. 매형이 사준 세탁기가 고장나서 탈수가 되지 않아, 손으로 세탁물을 짜서 널어야했기에, 언젠가 세탁기를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때마침 돈이 생겼고, 아내눈치 보지 않고 세탁기를 샀다. 만약 내가 세탁기를 사지 않았다면, 때늦었을 때에는 너무도 가슴이 시렸으리라.... 깔끔하게 탈수를 마친 세탁물들을 꺼내며 나름 흐믓했다. 세탁기 고장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사용하길 바랄 뿐이다. 또 고장난다고 신주처럼 모셔두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밀려온다.

 

  나이가 들면 서러워진다.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고, 강했던 근육은 힘을 잃어 흐늘흐늘 거린다. 뼈는 약해져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혈압은 높아지고, 미각은 둔해진다. 어머니의 종합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나는 나이들면 서러워진다는 말을 몸으로 느꼈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사랑해주시고 키워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리자. 나도 어머니에게 말했다. "키워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무말도 없으셨다. 고맙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에게 사랑을 실천해야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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