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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라는 책 제목에 매료되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심리학에 관한 책으로 판단했지만, 책의 내용은 뇌과학에 관한 책이었다. 정재승 교수의 '12발자국'을 읽었을 때, 뇌과학과 심리학이 통합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책을 읽으며,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이 뇌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지식을 많이 선사했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살펴보자.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잔다르크가 측두엽 간질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측두엽 간질 환자의 경우, 과종교증, 하이퍼그라피아를 겪는다. 특히 신의 목소리를 듣기도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00년 전쟁을 공부하면서 잔다르크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했다. 역사에서 신이한 것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은 우수운일이다. 그런데, 고대의 일도 아니고, 역사적 기록에 나와있는 잔다르크의 신이한 일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뇌과학이 이를 설명해주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는 기뿜이 밀려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뇌과학이 종교적 신비성을 없애버렸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뇌과학이 이렇게 발전하다보면, 역사를 다시써야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은 합리적 인존재라기 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뇌과학은이를 증명해주었다. 저자가 리드 몬터규와 한 실험에서도 무작위로 카드를 피험자가 고르고나서도 "뇌가 분리된 환자나 질병불객증환자 처럼, 그들은 자신의 할 수 있는 최고의 설명을 내놓는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한일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존재이다. 인공지능의 환각현상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한다. 이것은 역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비슷하다는 놀라운 증거가 아닐까?
어찌보면 인간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도 못한다. "뇌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여러 짐작과 가정을 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세상을 보려한다."(81쪽) 시각을 잃고서도 자신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안톤증후군 처럼, 인간은 세상에 대한 정보로 세상을 미리 그려 놓는다. 맹점이 있음에도 맹점을 우리 뇌가 채워 놓듯이 두개골 안에 갖혀있는 뇌는 세상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모습을 그려 놓고 있다. 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데로 보는 것이라는 말이 진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도, 선입견도 이러한 뇌의 지나친 효율성 추구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효율성 추구는 역설적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저해하기도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뇌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17쪽) 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몇시간, 몇달, 몇년 동안 정보를 통합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이루어진 부단한 정보 조합의 결과 의식 세계에서 좋은 생각이 탄생한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과 협업이 나를 많들고 있었다.
무의식의 힘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법률가 성으로 Law, Lau, Att가 많으며, 의사의 성으로 Doc, Dok, Med가 많았다. 또한 철물점주인 첫글자로 H가 많았다. 의식의 세계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뇌의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성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흔히, 좋은 이름을 지어야한다는 말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한다면, 이것은 미신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과학이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를 뇌과학은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무의식에 의해서 의식세계가 작동한다면, 인간에게서 의식이란 우리가 생각하듯이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더 나아가서, 뇌과학의 연구가 더 발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러한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처벌할 수 있을까?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그 위해서 책임을 묻는 현행 법률체계는 커다란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모든 범죄자에게 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은 지식 추구의 미래도 아니고 목표도 아니다."(239쪽)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처벌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처벌 방식을 더 다듬을 것이다."(239쪽)라고 예견한다. 그렇다. 전전두엽훈련을 통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처벌방식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라는 책은 뇌의 작동방법을 설명하는데서 나아가서, 뇌과학이 계속 전한다면 우리가 부딪히게 되는 문제에 대한 새결방안까지 모색하는 심도 깊은 책이다. 같이 읽고 저자 데이비드이글먼의 제언을 함께 곱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