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 오심과 권력, 그리고 인간을 심판한 법의 역사
김웅 지음 / 지베르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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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인간, 정의, 권력, 공동체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성찰을 소개한다. 고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사형으로 이끈 재판에서 시작해 수천 년에 걸친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진화를 서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 정치적 배경, 대중 감정의 동학, 인간의 심리가 판결을 좌우했던 역사를 통해 법과 권력, 정의와 본성 사이의 충돌을 밝힌다. 저자 김웅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서 18년 동안 검사로 재직했으며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부부장검사를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검사내전』(2018)을 출간했다.

『검사내전』은 독자들의 적잖은 호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주목받기도 했다. 『검사내전』에서 일반 국민들은 검사가 사회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는 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 『검사내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검사란 권력과는 상관없이 그저 직업으로서 밥벌이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반 국민들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고시 공부해 검사가 됐다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을까?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검사란 '거악의 근원'이거나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소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저서에서의 주장은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 같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저자는 송파구(국민의힘)에서 제21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저자가 『검사내전』에서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쓴 것이라면 『검사내전』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쓴 책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독자는 '정치검찰'로 권력의 하수인이란 비판을 받는 일부 검사에 불과하지, 전체 검사가 그렇지는 않다는 저자의 기술엔 동의할 수 있다. 법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독자는 법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검사나 판사를 꿈꾼 적도 없다. 한마디로 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검사의 숫자가 2,000~3,000명이라는 사실도 새 정부 들어 추진하는 '내란 특검' 숫자가 유례 없이 큰 규모라고 해서 뉴스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는 인류가 법 체계를 세우고 명문화하고 법에 의해 통치하기 시작한 지 4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지혜와 희생의 결정체인 형사사법제도가 어떻게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펼쳐준다. 저자 김웅은 〈서문〉을 통해 '망치론'을 제시한다. 작은 곳이 고장 나 뾰족 튀어나온 못을 다시 박을 땐 작은 망치를 사용해야 보다 효율적이다. 그러나 작은 망치가 안 보이면 뭉툭한 큰 망치를 사용해 오히려 완전히 고장나게 하는 힘을 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사용자의 비효율적인 힘의 사용으로 오히려 완전히 망가진 경우를 예로 든다. 망치는 분명 굉장히 효율적인 공구임이 틀림없다는 논리의 전제다. 그러나 모든 게 망치처럼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의외로 복잡한 것이 많다는 말이다. 그중 하나가 권력에 관한 제도라고 저자 김웅은 말한다. 이때 적절한 단어가 '정치공학'이다. 엔지니어링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예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특히 비효율의 최고봉은 역시 형사사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범인을 잡고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을 통해 죗값을 치르게 하는 절차 말이다. 그것은 그 어떤 제도보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어렵고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죄를 지었다고 실토해도 마찬가지다. 죄인이 자기 죄를 인정하는데도 그 자백만으로는 죄인을 처벌할 수 없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찬찬히 뜯어보면 도대체 이해 안 되는 내용이 많다. (중략)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p.8) 형사소송제도에는 "4,000년이 넘는 사람들의 역사가 쌓여 있다. 오래되었다고 다 낡은것은 아니다. 자연이 오래되었지만, 낡은 것이 아닌 것처럼." 〈서문〉의 마지막 문장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망치는 빗나가도 고작 수전을 깨뜨리지만 빗나간 형사사법은 사람의 운명을 깨뜨린다. 형사사법이라는 망치는 운명적인 파괴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뉴턴의 운동 법칙만을 고려하면 되는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인간의 본성, 본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망치와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부정확하게 사용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류가 깨달은 효율성이다. … 다른 것들과 달리 형사사법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 위에 쌓아 올려졌다.”(p.8~9)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4,000년 법의 역사에서 정의는 항상 옳은가? 대중은 늘 현명한가?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먼저 이 책은 그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고대 법전에서부터 현대의 사법 원칙까지, 인간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실수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소크라테스 재판을 통해 ‘무엇이 법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뿐만 아니라, ‘법이 어떻게 권력과 대중에 의해 왜곡되는가’를 역사적 사례로 풀어낸다. 단순한 대중 법학서를 넘어, 인간 본성과 제도의 충돌을 꿰뚫는 인문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검사내전』 이후,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출판사 측 소개글도 저자의 이러한 노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 "고전의 언어로 오늘을 말하고, 과거의 망치를 들어 현재를 두드린다."

이 책은 법과 제도가 중요하고,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나 환경 변화, 정치적 판단 등에 의해 변화해 온 지점을 하나씩 풀어낸다. 4,000년 동안 27개 지점, 사건, 환경 등에 의한 법이 변화, 발전해온 내용을 더듬는다. 모두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고대법과 약자 보호」 2장 「세상을 바꾼 오심」 3장 「로마시대와 대중의 법 감정」 4장 「게르만족의 대이동」 5장 「봉건제와 신판」 6장 「교회재판과 신판」 7장 「직권주의의 탄생과 고문」 8장 「영미법계의 당사자주의와 배심제」 9장 「신의 뜻을 찾는 잔 다르크 재판」 10장 「마녀재판과 대중의 본능」 11장 「마녀재판은 진행형」 12장 「종교개혁과 인문주의 부흥」 13장 「종교재판과 근대국가의 형성」 14장 「대항해시대와 자연법」 15장 「국민국가의 형성과 규문주의」 16장 「식민지 미국의 법제」 17장 「적법절차의 시작」 18장 「프랑스 대혁명과 규문주의 극복」 19장 「규문주의 타파」 20장 「미란다 원칙」 21장 「인터넷 시대의 적법절차」 22장 「할 일」 23장 「검찰개혁」 24장 「사법통제」 25장 「검찰 직접수사」 26장 「수사권조정」 27장 「한국형 FBI」 등이다.



저자는 고대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사형으로 이끈 ‘오심(誤審)’이라는 재판의 순간에서 시작해, 수천 년에 걸친 형사사법제도의 역사와 그 진화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성문법부터 중세의 마녀재판, 근대국가 형성과 함께 변모해 온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 그리고 현대의 미란다 원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며 동시에 얼마나 자주 틀려왔는지를 되짚는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배경, 대중 감정의 동학, 그리고 법이 아닌 ‘인간의 심리’가 판결을 좌우했던 비극의 역사를 통해, 법과 권력, 정의와 본성 사이의 오래된 충돌을 조명한다.

책의 초반부는 우르남무 법전, 함무라비 법전, 로마 12표법 등 인류 최초의 법 제도를 통해 법의 탄생 목적이 단지 질서 유지가 아니라 '약자 보호'였음을 강조한다. 이후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시대적 상황에서 재판을 받았는지를 세밀히 그려낸다. 전쟁의 패배, 참주정의 상처, 민주정의 회복 이후 분노에 가득 찬 대중의 심리가 어떻게 판결에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제자들이 독재에 협력했다는 사실과 소크라테스가 가진 대중적 비호감도, 법적으로 무리한 죄목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선고된 배경을 통해, ‘재판’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인간 사회와 그 심리에 휘둘리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이후 근대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되는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의 기원과 차이를 설명하고,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 미란다 원칙 등 제도의 진화 속에 숨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형사사법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비효율성이야말로 억울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온 대가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저자는 형사사법제도의 복잡성과 경직성이 결코 미흡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본성과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진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대중적 법사학 개론서가 아니라, 인간과 권력, 대중과 정의의 관계를 천착하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그리하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는 왜 계속해서 틀리는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만든다.


1장 「고대법과 약자 보호」에서 저자는 먼저 질문 하나를 세운다. 법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책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성문법이라 불리는 우르남무 법전(기원전 2100년경)은 수메르 도시국가 우르에서 등장했다. 이 법전은 ‘신의 명령’이라는 형식으로 주어졌지만, 그 실질은 당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통치권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하면, 그 사람도 눈을 멀게 하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조항(196조)은 보복법의 전형이며, 신의 뜻이라기보다 평등한 처벌을 통한 질서유지가 목적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내려졌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 사회의 갈등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욕망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전들은 신화와 정치를 결합시켰다. 함무라비는 법전 서문에서 자신이 태양신 샤마쉬로부터 직접 법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법을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만들었다. 법은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신의 계시로 포장됨으로써 비판을 초월하고 영속성을 확보했다. 고대인들에게 법은 단지 질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자 신적 권위의 구현이었다.

법의 기원은 종종 신화 속 이야기와 얽혀 있다. 예컨대 이집트에서는 마아트(Maat)라는 신이 정의와 질서를 관장했으며, 죽은 자의 영혼은 마아트의 깃털과 저울질되어야 했다. 이는 단지 종교적 상징에 그치지 않고, 생전의 도덕적 삶이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되는 세계관을 형성했다. 고대 사회에서 법은 신화와 도덕, 정치가 하나로 융합된 ‘신성한 장치’였다. 법조문의 내용도 당시 사회의 현실을 반영했다. 히타이트 법전은 가축 절도에 대해 세세한 배상을 명시하고 있었고, 함무라비 법전은 사회 계층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차별적 조항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귀족이 상인을 다치게 한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는 형량이 달랐다. 법은 이상적 정의가 아니라, 철저히 권력구조를 반영하는 현실적 장치였다.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신의 뜻을 어길 수 없기에 자살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렇다! 소크라테스는 무신론자가 아닏. 결국, 이 재판은 오심이다. 내가 변호인이었다면 소크라테스를 살려냈을 텐데, 아쉽다."(p.30)


2장 「세상을 바꾼 오심」에서는 기원전 399년, 아테네 광장에서 재판이 벌어졌다.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이 재판의 본질은 단순히 종교적 혹은 교육적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패배로 인해 큰 혼란과 상실을 겪고 있었고, 그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불온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의 제자였던 알키비아데스와 크리티아스는 모두 전쟁과 참주정의 핵심 인물이었고,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사적 인연을 공유한 자로서, 정치적 책임을 간접적으로 묻는 대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그는 신화적 세계관 대신 이성의 힘을 강조했고,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발언으로 시민들의 전통적 신념을 도전했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 보수적 정서와 충돌하며, 대중의 감정은 철학자에게 적의를 품게 되었다. 재판정은 단지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는 공간이 아니라, 대중의 불안과 분노가 표출되는 극장이 되었다.

당시 아테네의 재판은 시민 배심원 500명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유죄 여부와 형벌을 결정했다. 소크라테스는 변론 과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보다, 오히려 아테네의 무지를 지적하고, 덕과 진리를 강조하는 강연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변론의 기회를 활용해 오히려 아테네 민주정의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철학이 공동체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재판에서 무죄를 호소하기보다는, 철학자로서의 사명을 변호했고, 결국 배심원의 과반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가 제안한 형벌은 벌금형이었지만, 고소인은 사형을 주장했고, 다시 투표한 결과 다수는 사형을 선택했다.

저자 : 김웅

1970년 전라남도 여천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인천지검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이래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평검사 생활을 했으며,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시작으로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부부장검사 시절을 보냈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과 법무부 법무연수원 대외연수과장, 인천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을 지냈고, 법무연수원의 부장검사이자 검사 교수로 일하다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국회 통과에 반대하여 사표를 제출한 뒤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 송파구갑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첫 국정감사에서는 초선 의원이지만 ‘팩트로 무장한 공격수’라는 평을 들으며 국정감사 종합평가에서 출입 기자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았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 검사법〉이 상정되었을 때,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그따위 당론은 따를 수 없다”라며 소속당에서 혼자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하여 전자인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자인의 주식을 거래하는 전자인거래소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인법〉을 발의했고, 정보경찰 폐지를 담은 〈국가안전정보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되었고, 22대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뒤 법조인으로 돌아왔다.

현재 법무법인 남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검사내전》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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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2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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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 존 그리샴은 이 소설 『자비의 시간』을 통해 가정 폭력이 발생하는 배경과 그러한 문제가 왜 밖으로 드러나기 어려운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나라에서 사회 문제로 드러난 가정 폭력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는 나라의 가정에서 다양화하고,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가정이라는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조사나 예방이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거주지를 경찰도 강제로 들어갈 때에는 분명한 이유와 고발 등이 있어야 들어가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사생활 보호'라는 까다로운 법적 뒷받침 때문에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부각된 지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가정 폭력 근절은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문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가정 폭력은 대상이 가족이지만 주로 가장인 남편, 혹은 아버지가 아내나 자녀들에게 가해지는 일이어서 피해 신고도 어려운 데다, 증거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확실한 물적 증거나 피해 가족 진술이 없으면 조사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가정 폭력은 자녀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사회로의 자연스러운 진출이 어렵다는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가 책임을 함께 떠맡아야 한다는 심각한 실정에 이르렀다. 존 그리샴은 『자비의 시간』에서 전적으로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어머니가 학대 받다 사망한 것으로 착각한 열여섯 살 아들 드루를 중심으로 피해자에게 드리워진 각종 부정적 시선을 배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는 이에 따라 드루의 범행 동기와 다른 가족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보다 그저 하루빨리 사형선고를 내리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지역 사회로부터 배제시킨다. 이로써 저자는 제이크와 드루의 재판 과정을 보여주면서 폭력의 악순환을 지적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드루를 비롯한 세 사람은 코퍼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났으나 지역 사회와 검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으로부터 또 다른 폭력을 당하게 된다. 드루의 재판을 통해 그들이 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려 하지만 그 시작부터도 쉽지 않다.


‘이미 사형선고라는 결과를 예단하고 진행하는 재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그 불합리함을 깨뜨리고자 한다. 법의 이름으로 열여섯 살 소년에게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지키는 것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드루는 코퍼를 죽인 살인범인가, 아니면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인가?’ 우리 모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때이기도 하다.

『자비의 시간』은 하나의 사건이 두 권으로 구성된 긴 소설 작품이지만 사건의 원인과 조사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경찰과 일부 법조계의 인사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어 해결하려는 노력엔 미흡하다. 중대한 살인 사건이고, 피해자가 경찰이고, 유력한 백인 지역 유산자라는 의미에서다. 1권에서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클랜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가 휴일 이른 아침 동료의 전화를 받으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지역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가 자기 집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동거하던 여자친구의 아들이 범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열여섯 살 소년 드루 갬블은 어머니 조시와 함께 보안관보 스튜어트 코퍼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살해된 스튜어트는 평소 조시와 그녀의 자녀들인 드루와 딸 키이라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했다. 그날 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잔뜩 술에 취한 스튜어트가 조시에게 폭력을 가해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 이때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스튜어트를 향해 권총을 쏘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 사회에서 스튜어트는 보안관으로서 좋은 평판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의붓아들에게 살해당하자, 자연스럽게 드루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된다. 검찰은 드루의 사형을 주장하지만, 이에 맞서 제이크는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고 맞선다. 드루가 가정폭력에서 가족을 지키려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이러한 사건의 발단, 그리고 제이크가 사건을 맡게 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특히 드루의 복잡성을 부각시킨다. 권위적인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가정폭력이 은폐되기 쉬운 구조적 문제를 들춰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자주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다. 드루는 단순히 피해자나 가해자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이고, 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잘 반영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법정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미 그의 작품을 접했다면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배심원제도라는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재판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공방에 흥미를 돋군다. 법적 논리와 인간적 감정 사이의 긴장감은 법정을 가득 채우며,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동일하다는 묘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변호사였던 저자 존 그리샴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다이어는 8×10 크기로 확대한 컬러 사진 하나를 오지에게 건네고 말했다. “월스 보안관, 이 사진은 검찰의 증거 제2호입니다. 무슨 사진인지 알아보겠습니까?”

오지는 사진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곤 말했다. “이건 스튜어트 코퍼 사진으로 그의 침실 입구에서 찍은 것입니다.”

“증인이 본 장면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오지는 사진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다이어가 말했다. “재판장님, 같은 사진의 사본 세 장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스크린에도 보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세요.”

제이크는 커다란 스크린에 피투성이 사진을 비추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누스가 그의 이의를 기각했다. 갑자기 침대에 누워 다리를 매트리스 너머로 뻗은 스튜어트의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 옆에는 권총이 놓여 있고, 흘러내려 고인 검붉은 피가 시트와 매트리스를 적시고 있었다.

방청객들이 신음을 내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이크가 슬쩍 배심원들을 훔쳐봤는데, 몇 명은 사진과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렸다. 몇몇 다른 배심원들은 강한 경멸을 담아 드루를 바라보았다.(2권, p.216~217)



『자비의 시간』은 존 그리샴이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초기 작품들이 보여준 그 압도적인 스릴과 몰입감은 약간 무른 느낌도 들지만, 세월의 흐름은 저자의 경륜으로 고스란히 흡수돼 깊이 있는 인간 탐구와 사회적 성찰로 담아낸다. 단순한 장르 소설을 넘어서 진정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을 위치에 우뚝 선 느낌이다. 『자비의 시간』은 오락성과 문학성, 현실성과 이상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숙한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잘 빚어진 도자기를 감상하는 느낌을 독자에게 안긴다. 소설의 결말부로 가면서 저자는 백인, 교회, 이웃 주민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한 소년의 살인 사건이 가정 폭력으로부터 일어났음을 상기시키며 이들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형제를 좋아하는 백인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거죠?"

"그냥 지역이 그런 거야. 우린 그런 세상에서 자랐어. 집에서 교회에서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자라지. 이곳은 바이블 벨트야. 눈에는 눈, 뭐 그런 거지."

"신약성경과 예수님이 하신 용서에 대한 설교는 다 어떻게 된 거죠?"

"그건 받아들이기 불편하잖아. 예수님은 사랑이 먼저라고 하셨고 인내, 포용, 평등도 가르치셨지. 그렇지만 내가 아는 기독교인 대부분은 성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내는 데 아주 솜씨가 좋아."

"그건 백인 기독교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2권, p.346-347)


우리나라 재판 과정과 전혀 다른 배심원제가 눈에 띄이기도 했다. 배심원들이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 판결을 해야 한다는 배심원제는 우리나라에 도입해 일부 재판에서 이용된 적이 있지만 자주 등장하는 제도가 아니라서 독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배심원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재판은 다시 시작된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이 제이크 혼자라면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 이야기는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이크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드루의 미래를 계획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어에 쓰인 '자비'란 단어의 의미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와 담기는 느낌이다.

저자 : 존 그리샴(John Grisham)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샴은 불공정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 캐릭터를 창조한 전문 스토리텔러다. 미국 주 의회 하원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던 그는 변호사 생활을 하며 구상하고 집필한 첫 장편소설인 《타임 투 킬》 출간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언론과 평론가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존 그리샴의 책은 50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3억 부 이상 판매되었다. 수많은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으며,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자비의 시간》도 매슈 매코너헤이 주연의 HBO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하퍼 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미국 의회 도서관 평생 공로상을 받은 그는 작품 집필 외에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

페이스북 @JohnGrisham | 트위터 @JohnGrisham | 인스타그램 @JohnGrishamAuthor | www.jgrisham.com

역자 : 남명성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PD와 IT 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수호자들》, 《카미노 아일랜드》, 《육질은 부드러워》, 《마지막 거짓말》, 《메이든스》, 《스노 크래시》(전 2권), 《경계선》, 《사일런트 페이션트》,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문의 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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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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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자비의 시간』의 저자 존 그리샴은 미국에서 활약한 변호사로서의 경험과 법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법정 미스터리 작가로 전업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렸다. 그의 첫 작품인 『타임 투 킬』이 국내에서 선보인(2005) 뒤 국내 독자들의 두터운 호응을 얻었다. 독자는 우연히 친구가 사다 준 『소환장』(2002)이 그와의 첫 인연이 됐다. 독자는 이번에 처음 들은 이야기지만 그의 작품 중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레인 메이커』 등은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작품마다 거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은 실제 변호사로서 활동하기도 했던 경험과 사회의식을 작품 속에 녹여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독자가 처음 접했던 『소환장』은 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사이에 놓고, 보이지 않는 적과 벌이는 두뇌싸움이 박진감있게 펼쳐진다. 버지니아 법대 교수인 레이 애틀리는, 어느 날 전직 판사인 아버지로부터 미시시피의 집으로 오라는 소환장을 받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자식보다는 자신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만 매달려 온 아버지의 소환장은 레이에게 반가울 리 없다. 더구나 최근 아내마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고 늙은 갑부의 아이를 낳은 상태다. 레이의 동생 포레스트는 멀쩡한 정신으로 있는 날보다 마약과 술에 취해 있는 날이 더 많은 집안의 골칫거리다. 같은 날 아버지의 소환장을 받은 이 두 형제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애틀리 가문의 저택인 메이플 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동생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 레이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는 아버지의 주검을 발견한다. 잦은 심장 발작과 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모르핀, 죽음을 예견한 듯 이미 작성되어 있는 유언장,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책장 속에 숨겨진 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이다. 미시시피 주 판사의 평생 월급을 다 합한다 해도 300만 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아버지의 유산이라고는 낡은 저택 메이플 런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뒷거래를 통해 착복한 검은 돈을 남긴 것인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이 거액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레이는, 동생 포레스트는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 돈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놀라운 반전은 새로운 독자들을 위해 여기에 적시하지는 않을 터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반전'이 탁월한 작가라는 사실이 이 소설 『소환장』을 한층 더 각인된다. 독자 역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법정스릴러의 대가답게 『소환장』 역시 법률적인 상황과 지식이 배경으로 삼는다.

『소환장』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법대 교수이고, 그의 아버지는 전직 판사란 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 줄거리는 법정 내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벌어진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집착'이라는 주제의식은 존 그리샴 특유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존 그리샴은 법정 소설을 연거푸 발표하면서 독자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그가 창조한 캐릭터 ‘제이크 브리건스’도 주목 받고 있다. ‘제이크 브리건스’는 존 그리샴을 소설가로 데뷔시킨 문제의 데뷔작인 『타임 투 킬』에서 비롯되었다.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한 소도시에서 열 살배기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백인들에게 참혹하게 강간당한다. 소녀의 아버지 칼 리는 만신창이가 된 딸 앞에서 오열을 터뜨리고 범인들은 곧 체포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미시시피에서 오히려 보석으로 풀려날 상황에 이른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칼 리는 법정에서 이송중이던 범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함으로써 법의 정의가 아닌 아버지의 정의로서 딸을 대신하여 복수한다. 이 희대의 살인사건은 급기야 흑백 간의 처참한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전국적인 이슈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칼 리의 백인 변호사 제이크는 KKK단의 협박 전화와 방화, 테러에 시달리던 중 미모의 법학도 엘렌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게 되고, 정치적 야심에 불타오르는 노련한 검사를 상대로 벅찬 힘겨루기를 해나간다.



이처럼 그리샴의 캐릭터이자 페르소나인 ‘제이크 브리건스’는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정의로운 변호사이다. 이번 『자비의 시간』에서는 의붓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힘겹게 살아온 한 소년을 돕기 위해 나선다.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의붓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체포된다. 드루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제이크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변호를 맡아 힘겨운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자비의 시간』은 가정 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존 그리샴의 뚜렷한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긴박한 서사 속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가정 폭력의 폐해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법정 스릴러물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존 그리샴은 앞서 언급한 대로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인 ‘제이크 브리건스’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 소설에서 딸을 무참히 강간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두 범인을 살해한 ‘칼 리 헤일리’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존 그리샴은 소설 속에서 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 차별 없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속죄 나무』가 출간되면서 존 그리샴의 유일무이한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한다.

『타임 투 킬』과 『속죄 나무』를 잇는 『자비의 시간』은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에서 미국 사회의 팽배한 인종차별과 사회적 갈등 문제를 다룬 존 그리샴은 『자비의 시간』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정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의붓아버지인 ‘스튜어트 코퍼’의 끔찍한 폭력과 학대 속에서 고통받던 열여섯 살 소년인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스튜어트의 가족과 주변 사람은 물론 지역 사회마저 격앙된 목소리로 드루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제이크 브리건스는 드루의 살해 동기와 가정사를 알게 되면서 그를 변호하기로 했다. 그를 통해 존 그리샴은 제이크과 드루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가정 폭력의 폐해를 명징하게 짚어낸다. 특히 드루가 처한 현실을 날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가족 구성원 간의 비정상적인 관계와 위계에 의한 폭력이 한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자비의 시간』 1권에서는 드루가 스튜어트 코퍼를 총으로 쏘게 된 이유와 안타까운 가정사, 제이크가 드루의 변호를 맡게 되는 과정, 드루의 범행에 대한 주변 사람들과 지역 사회의 인식 등이 소개된다. 드루와 어머니 조시, 여동생 키이라는 코퍼와 함께 지내는 동안 끔직한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웠던 그들은 도움을 받을 만한 가까운 친척이나 다른 연고가 없던 까닭에 코퍼의 지속적인 폭력을 그저 묵묵히 감내해왔다. 반면 코퍼는 지역 보안관으로서 동료나 지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고, 세 사람과 달리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자립할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드루를 포함한 세 사람은 마치 ‘주종 관계’처럼 코퍼에 종속된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두 시쯤 됐어."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침실로 가자고."

"뭐 하러 그런 걸 걸치고 있는 거야? 걸레가 따로 없군. 오늘 밤 누가 놀다 가기라도 한 거야?"

요즘엔 툭하면 이런 의심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자려고 입은 거야."

"창녀 같은 년."

"그러지 마, 자기. 나 졸려. 자러 가자고."

"어떤 놈이야? 그는 뒤로 비틀거리다 문에 등을 부딪치며 으르렁댔다."(1권, p.8)



술에 취해 온 남편과 집에서 기다리다 남편을 맞은 아내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남편 스튜어트는 게다가 경찰관 신분이다. 드루에게 일어난 비극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코퍼의 폭력 행위로 이미 여러 차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별 조치 없이 끝났고, 동료 경찰관들도 그의 도박 전력과 잦은 폭력 행사를 알고 있었지만 묵인해왔다. 또한 범행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드루는 불안과 정신적외상 증세를 보였으나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제이크가 변호를 준비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드루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비난은 드루와 조시, 키이라를 더욱더 고립시킨다. 심지어 제이크는 재판 진행을 못마땅하게 여긴 괴한들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포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모르겠어요. 늘 생각하지만, 정말이지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 아이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했어요. 자기 엄마가 죽은 줄 알았고 결국—”

“그리고 자신과 여동생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했어. 코퍼가 깨어나서 계속 날뛸 거라고 알았다고. 젠장, 그자는 전에도 아이들을 때리고 죽이겠다고 위협했어. 드루는 그가 술에 취한 걸 알았지만 코퍼가 너무 독한 술을 마셔서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건 몰랐어. 그 순간 드루는 스스로 여동생과 자신을 지킨다고 생각했다고.”

“그럼 괜찮다는 거예요?”

제이크는 웃으려고 애썼다. 그는 포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심신미약은 잊어. 이건 정당화할 수 있는 살인이야.”(2권,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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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 - 자기 신뢰의 창시자 에머슨의 성공 철학 148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김슬기 옮김, 사토 켄이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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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내가 원하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금언집(아포리즘)으로 생각하면 알맞을 것이다. 부제 「자기 신뢰의 창시자 에머슨의 성공 철학 148」에서 드러나듯 '성공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자기계발서이다. 에머슨(Emerson, Ralph Waldo, 1803~1882)은 미국의 철학자이며 시인이다. 처음에 성직에 있었지만, 교회와 충돌하고 1835년 이래 뉴햄프셔 주의 콩코드에 거주하였으므로 '콩코드의 철학자'로 불리운다. 플라톤, 칼라일, 그리고 영국의 시인 워즈워드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에 비해 에머슨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유명 인사는 너무나 많다.

「왜 지금 에머슨인가?」란 제목의 책의 〈서문〉을 통해 역사와 학문에서 업적을 남긴 많은 위인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서문〉에 따르면 에머슨의 '자기 신뢰' 사상은 니체의 철학을 탄생시키고, 칼 융의 이론을 완성시켰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톨스토이는 에머슨을 평생 애독하며 작품에 자기 신뢰 철학을 녹여냈다. 또한 에머슨의 사상은 간디의 비폭력주의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마이클 잭슨, 스티브 잡스 등 현대에 이르러서까지도 그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에머슨과 니체의 조합은 조금 의외라고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을 추구했던 미국인 에머슨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니체에게는 길잡이 별이자 모델이었다. 삶을 긍정하고 낙관주의를 노래한 니체는 에머슨 없이는 논할 수 없다.(p.7)

이 책은 에머슨의 명문장 148개를 편역자 사토 켄이치가 선별, 번역하고 김슬기가 다시 번역해 한글로 출간됐다. 이들의 프로필은 뒤로 미루고 에머슨에 대해서는 짧지 않은 〈서문〉에 서술된 내용을 중심으로 간추려 여기에 기술한다. 우선 에머슨과 니체의 연결성부터 짚어낸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에머슨도 비슷한 환경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여성들의 손에 자란 니체는 평생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에머슨을 '영혼의 형제'라고 여겼다고 한다. 니체는 17세에 에머슨의 독일어 번역본을 처음 접한 이후 광기의 늪에 빠지기까지 26여 년간 반복해서 탐독했다. 여행을 할 때도 언제나 에머슨의 책을 들고 다녔을 정도로 에머슨에게 위안을 받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에머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의 조국 미국에서는 에머슨과 니체의 유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에머슨의 철학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링컨은 그를 ‘미국의 아들’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에머슨이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국 문학은 탄생할 수 없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문학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미국 사상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로 그가 제시한 자기 신뢰, 민권 개념 등은 지금도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한다. 19세기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로 미국 최초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라는 평가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웅변하는 대목이다.

책에 따르면 에머슨이 1838년 하버드 신학 대학에서 진행한 논란의 강연 내용 중에는 "마치 신이 죽은 것처럼"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마치 ~처럼'이라는 표현만 빼면 니체의 "신은 죽었다"가 된다. 니체가 애독했던 『처세론』에는 「힘」이라는 에세이가 실려 있다. 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가 사랑했던 『에세이 제1집』과 『에세이 제2집』에서도 에머슨은 '힘'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고 있다. 니체가 에머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에머슨을 애독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동서고름의 작가들의 명언을 모은 선집인 『인생독본』은 톨스토이가 '이 책만은 계속 읽히기를 바란다"고 염원하며 말년에 수차례 손을 본 저작으로, 톨스토이 인생의 가장 말기인 1908년에 출판했다. 1년 366일에 걸쳐 명언을 모아 배열해 놓은 이 책의 「1월 1일」은 톨스토이 자신이 쓴 문장으로 시작된다. "부차적인 것, 불필요한 것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진정으로 선하고 필요한 것을 조금 아는 편이 낫다"라는 문장에 이어서 곧바로 에머슨의 인용문이 시작된다. 에머슨의 인용은 『인생독본』의 모든 편에 걸쳐 다수 등장한다.

서양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국의 사상가, 페르시아의 시인들과 같은 동양 고전에 대한 시선에서도 에머슨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에머슨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자기계발서의 고전 『자기 신뢰』의 저자이기도 하다. 에머슨 하면 『자기 신뢰』, 반대로 『자기 신뢰』 하면 에머슨이 떠오를 정도로 에머슨은 이 한 권의 책과 깊이 연결돼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기 신뢰』를 애독서라고 공언하고 2009년 취임 연설에서도 언급한 이후,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에머슨 부활'이 시작됐다고 편역자 사토 켄이치는 강조하고 있다. 에머슨의 말들은 지금 읽어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들이 많다. 특히 현대인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읽어야 할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어떻게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믿고, 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지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토 켄이치는 에머슨의 조언은 개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국민으로서 국가 수준까지 확대해야 할 과제를 남겨준다고 말한다.

에머슨은 조국인 미국에서 정치적인 당파를 초월해 큰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런 미국에서도 『자기 신뢰』 이외의 저작들은 거의 읽히지 않은 듯하다고 사토 켄이치는 지적한다. 그 이유는 '에머슨의 말'이 단편적으로 인용돼 문구 형태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카네기가 인용한 에머슨의 말 역시 안타깝게도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지금은 새롭게 만들어진 '에머슨의 말'이 퍼져 있다. 편역자에 따르면 에머슨이 생애 동안 출간한 저작은 『자연』(1836), 『에세이 제1집』(1841), 『에세이 제2집』(1844), 『대표적 인물들』(1850), 『영국인의 국민성』(1856), 『처세론』(1860), 『사회와 고독』(1870)이며, 그 외에도 만년에 협력자들이 편집한 『문학과 사회적 목적』(1875)과 몇 권의 시집이 있다. 에머슨은 본인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시인으로서 평가는 반드시 높다고만 할 수 없다고 사토 켄이치는 밝힌다.

에머슨의 저작은 『자연』과 시집을 제외하면 대부분 강연 원고를 손본 것들이다. 『에세이 제1집』에 수록된 〈자기 신뢰〉도 그 중 하나다. 에머슨의 문장은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전후 연결이 불분명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본래 구두로 낭독하는 강연 원고로 준비한 글에 수정을 가해 출간했기 때문이라고 편역자 사토 켄이치는 판단하고 있다. 애초에 청중에게 강연이란 왠지 이해한 듯한기분만 들면 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아무리 열성팬이라고 해도 강연 전체에서 한두 가지 단어나 표현이 마음에 꽂히면 그 나름대로 만족하는 법이다. 에머슨 본인도 마음에 드는 문구를 앞뒤 맥락과 상관없이 삽입하기도 했다는 게 사토 켄이치의 설명이다.


사토 켄이치는 '에머슨의 문장을 감상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서문〉 마지막 부분에 싣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에머슨의 대표 저서인 『자기 신뢰』를 중심에 두면서 지금은 거의 읽히지 않는 저작도 포함해 에머슨의 다양한 문장을 폭넓게 소개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자기 계발형 문장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여러 페이지에 걸친 글을 압축해 한 페이지로 요약한 것도 있다. 에머슨의 문장은 앞뒤가 모순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머슨 자신이 『자기 신뢰』에서 "어리석은 수미일관이라는 것은 작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유령이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모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에머슨의 문장은 '삶의 철학'으로서, 자기 계발의 말로서 혹은 일반적인 인생론으로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읻. 관심 있는 부분부터 자유롭게 읽기를 사토 켄이치는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에머슨의 문장 148개를 이 책에 실었다. 편역자 사토 켄이치는 6개 테마별로 이들 문장을 묶었다. 각 테마마다 1개의 장(章)으로 구분했다. 장의 제목은 '나의 ~에 대하여'로 돼 있다. 독자는 '나의 ~에 대하여'를 뺀 나머지 명사만을 여기에 따로 게재한다. 1장 〈자신감〉, 2장 〈성장〉, 3장 〈인간관계〉, 4장 〈부와 성공〉, 5장 〈인생〉, 6장 〈운명〉 등이다. 그리고 각 장의 몇몇 문장을 함께 나열해본다. 독자들이 제목만 보고도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거나 특히 인상적인 것들이다.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장 「자기 신뢰는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다」「내면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을 마주하라」「질투와 모방은 자살 행위다」「본성 외에 따라야 할 신성한 법칙은 없다」, 2장 「성장이란 매일 과거를 벗어던지는 일이다」「위대하다는 것은 갈릴레오와 뉴턴처럼 오해받는 것이다」「후회와 불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라」「신은 묵묵히 혼자 걷는 이에게 찾아온다」, 3장 「기분 좋은 관계의 핵심은 예의범절이다」「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진정한 대화는 일대일일 때만 성립된다」「말해야 할 것을 제대로 말하되 긍정적으로 전하라」「남에게 무작정 고개 숙이지 마라」 등이다. 또 4장에서는 「모든 이의 능력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평범한 사람이 돈을 버는 비결은 머리를 쓰는 것이다」「인간은 부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목표로 가는 최단 루트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성공에 필요한 것은 재능과 지식보다 건강한 정신이다」「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고 향상시켜야 한다」 등이 눈에 띈다.



5장은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엿보는 순간 행복은 사라진다」「어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식물과 우리는 연결돼 있다」「문명의 진보와 인간의 퇴화는 서로 맞물려 있다」「그럭저럭 괜찮으면 행복한 것이다」「여행은 현실로부터 도피일 뿐이다」 등 다소 아리송한 부분도 있다.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어나는 현상일까? 마지막 6장에서는 '운명'에 대한 글들이다. 「인간에게는 의지를 초월한 힘이 있다」「유일한 죄가 있다면 자기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것이다」「내가 하는 일의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지식이 있으면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용기란 문제를 직면하는 힘이다」「나폴레옹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마음으로 쓰지 않는다면 안 쓰는 것이 낫다」 등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6장에서 보이는 '용기'를 다루는 글을 여기에 적어본다.

6장의 한 항목 「용기란 문제를 직면하는 힘이다」에는 출처가 되는 저작물로 두 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용기』, 『사회와 고독』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달린다. "용기란, 눈앞에 놓인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해서 선생님 앞에서 두려움에 떨로 있다. 옆에 있는 소년은 이미 그 문제를 자신 있게 풀고 있는데, 자신은 아직 해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을 깨달으면 아르키메데스처럼 냉정해지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용기란 사건이든 과학이든 무역이든 회의든 행동이든 문제를 대등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나와 마주한 상대가 내가 가진 자원이나 정신력 면에서 나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장군은 자기 군대는 인간이고, 이제 적은 없다는 감각을 병사들에게도 일깨워야 한다. 그렇다. 지식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눈은 쉽게 속는다. 드럼 소리, 군대의 깃발, 번쩍이는 투구, 적군의 수염이나 콧수염은 총검이 닿기도 전에 당신을 제압해 버리는 법이다.(p.260~261)

1장에는 에머슨의 사상이라고 불리워지는 '자기 신뢰'에 대한 글이 가장 먼저 나온다. 「자기 신뢰는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다」에는 『성공』, 『인생훈』(1860) 등 두 저작물이 보인다. 출처다. 설명 글은 간단하다. "자기 신뢰는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읻. 그리고 그 신념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우주의 권위가 당신을 이곳에뒀기 때문읻.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의 성질에 꼭 맞도록 부여된 직무가 정해져 있고, 그 직무에 성실히 임하는 한 당신은 올바르게 가고 있고, 성공하고 있다.(p.31)



세상에 굴러들어 오는 행운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일은 운이 아니라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다. 인과관계의 법칙, 사소해 보이는 일 하나하나와 존재의 원리 사이에는 엄밀한 관계가 있으며 모든 것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법칙이다. 세상에 ‘쉽게 얻는 성공’이나 ‘우연히 굴러들어 온 행운’은 있을 수 없다."(p.166)

저자 :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9세기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인물로 미국 최초의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에머슨이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미국 문학은 탄생할 수 없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미국 사상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로 그가 제시한 자기 신뢰, 민권 개념 등은 지금도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의 철학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링컨은 그를 ‘미국의 아들’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1803년 보스턴의 목사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엄격한 도덕률과 신앙심이 충만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하버드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829년 유니테리언파 보스턴 제2 교회 부목사가 되었다. 정통 교리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성과 자유를 찬미하던 그는 교회와의 충돌이 잦아졌고, 결국 목사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떠나 밀, 콜리지, 칼라일, 워즈워드 등 당대의 지식인과 친분을 맺었다. 1834년 미국으로 돌아와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정착해 저술활동에 전념하면서 초월주의자 클럽을 발족해 미국 초월주의 철학사조를 발전시켰다. 탁월한 대변자로서 ‘콩코드의 철학자’로 불리는 에머슨은 40여 년간 1,500회 이상의 강연으로 개인주의 철학을 전파했으며 남녀평등과 노예제 폐지를 주창했다.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하버드대학교에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882년 콩코드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저서로는 《중세 시대의 종교》 《자연》 《에세이, 제1 시리즈》 《에세이, 제2 시리즈》 《대표적 인간들》 《영국적 기질》 《삶의 태도》 《5월제 외》 《사회와 고독》 《시집》 《시선집》 《신생》 등이 있다.

최근작 : <내가 원하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큰글자책]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자기 신뢰>

역자 : 김슬기

다년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 《현실적 낙천주의자》, 《횡설수설하지 않고 핵심만 말하는 법》, 《비자르 플랜츠》 등이 있다.

편역자 : 사토 켄이치

경영 컨설턴트. 1962년 교토부 출생. 히토츠바시 대학 사회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렌슬리어 공과대학(RPI)에서 MBA를 취득(전공은 기술경영). 은행과 광고 대행사 계열 컨설팅 회사 등을 거쳐 중소기업 제조업체에서 이사 겸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다. 태국에서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주요 저서로는 『간디 자서전 : 강하게 살라는 말』, 『초역 베이컨 : 지혜를 여는 말』 등이 있다. 최근작으로는 『초역 명상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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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걸었습니다 - 숲의 말을 듣는 법
김용규 지음 / 디플롯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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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걸었습니다』은 부제 「숲의 말을 듣는 법」에 나타나듯 '숲의 인문학' 책이다. 20년 넘게 숲에 들어가 더 나은 삶의 비결을 탐구한 저자 김용규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숲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람들이 대개 숲의 외면만을 중심으로 파악하고 또 대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숲의 물리적, 자원적, 심미적 특성만을 주로 접촉하게 되고, 숲과 깊이 연결되는 내적 체험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숲은 인류의 오래된 고향으로, 에리히 프롬(Erich Fromm)과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중시한 개념을 인용한다. 이들 두 학자는 생명과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능, 즉 '바이오필리아(bio-phillia)'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본래 자연에 대한 향수를 품은 존재라고 설명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숲을 ‘하늘이 쓴 글자 없는 책’이라는 의미의 ‘무자천서(無字天書)’로서 대우했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고보는 문자이지만, 저자는 "하늘이 지은 글자 없는 책"의 뜻으로 '너무도 정확하고 놀라운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설명은 책의 1장(章) 「삶을 사랑하게 하는 숲으로의 초대」에서 풀어준다. "눈 밝은 사람에게 숲은 깊이 있는 경전이다. 숲을 이루는 모든 존재는 사시사철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숲은 원형이정(元亨利貞), 생장수장(生長收藏), 춘하추동의 리듬을 따라 하늘과 땅이 함께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날마다 보여준다. 우주는 리듬이요, 삶 역시 그 리듬 위에 있어야 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숲이다."(p.29)

이와 함께 숲은 바르고 윤택한 삶에 관한 지혜가 새겨져 있고, 세상을 움직이는 질서가 흐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늘 곁에 있어서, 너무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숲을 인식했기에 우리는 숲의 가르침을 얻지 못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선과 긴 호흡으로 숲을 마주하면 잃어버린 나를 되찾고 나와 타자를 사랑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밖에 숲을 깊이 만나면 세계의 진실에 가닿을 수도 있다. 삶을 흔드는 크고 작은 질문들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책을 펼쳐볼 것을 출판사 측은 소개글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미 ‘숲 사람’, 숲의 철학자로 불린다. 광활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축약인 숲을 배움으로써 한 사람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공동체성이 회복되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가 생기 넘치게 되는 세상으로 변하는 것을 꿈꾼다. 숲을 스승으로 섬기며 글쓰기, 교육과 강연을 주로 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존재에게 부여된 삶의 숙제를 미루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자’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자’는 금언을 숲에서 만난 풀과 나무, 씨앗 등의 사연을 통해 독자와 대중들에게 가르친다. 그가 길러낸 많은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들은 전국 각지에서 숲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서두에서 “자기 삶과 화해하고, 삶을 사랑하게 하는 숲을 만나기 위해” 시선의 교정을 요청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근본적인 무의식이 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대개 사람들은 산국을 차나 술을 담그는 재료, 화병에 꽂아놓을 관상용품 등으로만 본다고 지적한다. 어떤 존재의 효능이나 심미적 쾌감이 중요할 뿐 다른 의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 꽃을 그저 대상으로 여길 뿐 아니라, 자신을 그 꽃보다 더 큰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 매몰되어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한 시대, 나 아닌 모든 것을 그저 ‘물건’으로 취급하는 세태는 꽤 오래된 우리의 민낯이기도 하다. 저자는 ‘타자의 대상화’로 압축할 수 있는 삭막한 시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책 전반에 걸쳐 한결같이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자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존재의 처지를 살필 수 있는 마음이 열릴 때, 순수한 기쁨과 위로에 닿을 수 있다. 저자는 산국이 서리가 내릴 즈음 꽃을 피우는 모습에 주목했다. ‘산국은 왜 서리를 맞으면서도 피어나는 것일까?’ ‘그래야만 하는 사연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산국이 그런 삶의 꼴을 갖게 된 사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새로운 시선은 타자의 사연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이 마음으로 익숙하기만 했던 숲을 거닐기 시작하면 이전에는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환희와 감탄, 위로와 같이 우리가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바람이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해 생명 각각이 극복해내야 할 그 무엇”을 ‘삶의 숙제’로 정의한다. 그런 이유로 “산다는 건 자신에게 부여된 그 숙제를 차곡차곡 풀어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삶의 숙제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세계가 완전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서식지의 로고스’를 토대로 이를 설명한다. 즉,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그 자리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풀어내야 할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양분이 풍부한 곳에는 햇빛이 모자라거나 바람을 맞기 어렵고, 반대로 햇빛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곳에서는 양분이 부족하거나 물을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모든 요소가 갖춰진 곳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숲을 구성하는 풀과 나무의 사연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익숙한 풀 하나의 이야기를 꺼낸다. 책에 따르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풀인 냉이는 쏟아지는 눈보라, 혹독한 추위를 모두 견뎌낸 후에 꽃을 피운다. 냉이와 서식지를 두고 다투는 키 큰 풀들은 성인의 키를 능가할 만큼의 높이까지 냉이에 닿아야 하는 햇빛을 가린다. 그러니 냉이는 그들보다 먼저 줄기를 키우고 꽃을 피워 신속하게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이런 절박함이 냉이가 가을에 발아하여 동토의 시절을 견디는 생활사를 가지게 된 이유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햇살을 움켜쥐고 바람의 결을 따라 살아내는 대나무(11장), 우거진 숲의 녹음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필살기’를 선보이는 여름꽃들(16~17장), 태풍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낸 오동나무(18장) 등의 사연을 읽다 보면 숲에서 태동하는 불굴의 생을 느낄 수 있다. 굴복과 극복 사이에서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기보다는 어떻게든 생의 길을 가기 위해 분투하며 포기하지 않는 식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풀어나가는 풀과 나무의 모습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망을 멈출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끝자락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황무지를 향해가는 것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생명력을 잃고 피폐해진 인간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숲을 비롯한 자연이 파괴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025년 3월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숲을 잃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그 규모는 48,150헥타르(축구장 약 67,400개, 여의도 면적의 166배)나 된다. 숲이 송두리째 불타버린 것뿐 아니라 60여 명의 사상자 또한 발생했다. 이 모든 사태가 한 사람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분노하고 슬퍼했다. 무참한 인간의 ‘흑역사’는 자연의 황폐화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가 없다. 결국, 둘은 같은 문제인 것이다. 불타버린 숲의 자리를 바라보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황무지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지 자연의 이치를 뒤적이게 된다”고 말한다. 숲을 보면 사람이 보이고, 세계가 보인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보편적인 질서, 먹고사는 일을 넘어서는 숭고하고 초월적인 삶의 모범, 더불어 사는 비결 등이 모두 그곳에 전사되어 있다. 조금씩 천천히 숲의 심부를 향해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변화할 수 있다. 의미가 소실되어가는 시대에 숲 생명들의 이야기에 주목하여 삶을 돌아보자는 권면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바로 그 성찰로 하여금 생기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즉 사람 살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은 고요하고 잠잠하게 말을 걸어온다. 잃어버린 숲의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맞이하는 만유의 영장으로 말이다.

이 책은 5부 27장(각 부 3~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숲에게 길을 묻다〉, 2부 〈잊어버린 모든 생명의 초상〉, 3부 〈여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 4부 〈생과 극의 향연, 사계절〉, 5부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등이다.



1부 「삶을 사랑하게 하는 숲으로의 초대」「숲의 언어」「생명성, 그리고 삶에 필요한 두 가지」「모든 생명은 사연을 품고」「새로운 시선에 움튼 온기와 생기」「숲의 지혜를 마주하기 위해」 2부 「삶의 근원을 만나기에 앞서」「발아하는 우주, 그 가능성에 대하여」「저마다의 자리와 시간이 있으니」 3부 「굴복과 극복 사이에서」「햇살을 움켜쥐고 바람의 결을 따라 살아내는 법」「오로지 관계, 오롯이 관계」「나아가라 하면 나아가고 물러서라 하면 물러나고」 4부 「차라리 눈을 맞으면서도, 비록 낮은 자리에 있더라도」「여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법」「짙은 녹음 속에서 피워내는 정열의 색, 순백의 향」「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망을 멈출 때」「꽃길에서 풍파를 맞이하는 자세」「포월, 바람을 와락 껴안으며」 5부 「삶의 목적」「죽은 자가 답해야 할 두 개의 질문」「충분히 산다는 것」「먹고사는 일이 전부라고 믿고 있다면」「공허로부터의 자유: 충만한 삶」「다른 생을 일으켜 세우는 꽃처럼: 숭고한 삶」「완벽해지려 애쓰지 말아요: 온전한 삶」「가장자리를 허물다: 초월의 삶」 등이다.

독자는 이 책의 구성과 나눔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모든 내용이 자세하고 꾸준한 관찰과 깊은 사색의 결과를 담았기에 독자들의 감동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 숲을 보고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계기를 숲에 사는 모든 생명이 저마다의 무늬를 그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등산을 하던 어느 날, 수락산 정상 부근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를 뚫고 살아가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발견은 늘 있었던 풍경이 갑자기 말을 건, 한없이 단순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사건이 되었다.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욕망하는 것을 다 추구해볼 수 없었던 터라 은근히 억울해 하던 차였다. 그날 소나무가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흙도 없고 물도 제대로 없는 여기서 이렇게 살아. 바위를 뚫고 산다고. 해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 마음껏 햇살을 누리면서.'"(p.38)

저자에 따르면 이 느닷없는 계기가 시작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숲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홀로 숲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몇 해 뒤에는 스승을 찾아 나섰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명에게 직접 묻기 시작했다. 높은 집중과 맑은 침묵 속에서 생명에 대한 깊은 연민을 품고 묻고 또 물었다. 다른 이들보다 숲의 말을 더 깊고 넓게 들을 수 있게 된 비결은 바로 이 공부 방법에 있다. 나는 저마다 각자 다른 꼴로 사는 생명들의 사연에 대해 끝없이 묻고 다녔다.



책의 모든 글들은 숲에 관해 한 번도 깊은 생각을 해보지 못한 독자로선 신비롭게만 느껴지고, 다른 책들에서 숲에 대해 가졌던 깊은 사유를 연결해주는 '영감'을 준다. 저자의 전작 『숲에게 길을 묻다』 출간 후 예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깊은 사유의 일단이 보인다. 숲은 도시 생활자나 농촌 생활자나 가리지 않고 스스로 찾아와 묻는 사람들에게는 늘 침묵으로 생각의 길을 알려준다. 시대나 장소를 불문하고 숲이 인간이 있는 어느 곳이든 자연으로 존재하며 자연의 깊은 의미를 원하는 만큼 알려준다는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다. " 대하는 농사, 농업, 농부. 세상에서 이미 저 멀리 한편으로 밀려난 이름들.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지금 이 엄혹한 시대에 다시 그 이름을 불러야 할 이유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자립할 수 있으며 비굴해지지 않아도 되고, 착취당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 바로 농부다. 귀농운동본부에서 알았다. 나로 살면서 더불어 살려면 자립, 생태가 필요하고 발자국을 덜 남기는 것이 이로운 것임을.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 이루는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직과 도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스스로 설 용기와 스스로 설 수 없다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비어 있는 농촌이지만 개인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다. 농촌이라는 영역은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 자주 변하는 것보다 자주 변하지 않는 것이 어울리는 법이다."

우리 모두가 위인전 속 인물들처럼 거대한 자기 초월을 감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안의 사랑과 진심을 따라 행동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그렇게만 하면 됩니다. 영웅들의 그것처럼 꼭 거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나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자, 자기 배반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던 맹자의 ‘자포자기’야말로 자기 삶에 대해 최고로 무례하고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자신 안에서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 환한 빛을 세상에 꺼내놓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p.270)

저자 : 김용규

사람들에게 숲의 철학자로 불린다. 숲을 스승으로 섬기며 글쓰기, 교육과 강연을 주로 한다. 하면서도 스스로는 농부라는 직업에 충실할 날을 그리워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 ‘여우숲’ 공간을 연 설립자이자 그곳에 세운 ‘숲학교 오래된미래’의 교장이고 ‘자연스러운삶연구소’의 대표다. 30대의 마지막 7년을 벤처기업 CEO로 일하다가 더 깊고 충만한 삶을 열망하여 홀연 숲으로 떠났다. 그 숲에 백오산방白烏山房이라 이름 지은 오두막을 짓고 다락방에서 이 책을 썼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와의 연결을 회복해가는 기쁨을 오롯이 책에 담았다. 숲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마침내 진정 타자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마침내 잃어버린 생명성을 되찾고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삶으로 돌아오는 길을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후 《숲에서 온 편지》, 《당신이 숲으로 와준다면》 등의 책을 펴냈다.

KBS, EBS, MBC, SBS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강의를 하고 대담을 나눴으며, 매년 150회 이상 다양한 조직과 기관, 대중을 만나는 강연자로 살고 있다. ‘숲 해설가’, ‘유아숲지도자’ 양성과정 등에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숲의 인문학과 생태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숲으로 떠나온 지 10년 되던 해부터는 자신이 마주한 세계를 더 깊게 나누기 위해 ‘자연스러운삶연구소’를 설립, 연구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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