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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 - 미지의 청정 여행지로 떠나는 생애 가장 건강한 휴가, 최신개정판 ㅣ 대한민국 가이드 시리즈 1
이준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거도(可居島)는 중국과도 가깝다. 435km 떨어져 있다.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옛말도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배가 무시로 드나들고, 가거도 주민들도 중국어 한두 마디쯤은 했다고 한다. 지금도 폭풍이 불면 중국 어선의 피항지 노릇을 하고 있다. 가거도는 작은 섬이다. 길이 7km, 폭 1.7km밖에 되지 않는다. 섬 가운데에 독실산(639m)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이 산을 중심으로 22km에 달하는 해안선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는 '소흑산도'라고 불리웠다. 대한민국 최서남단 섬이다. 그래도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이 살 만한 섬이다.
시인 조태일은 과거 80년대 초반 송기숙, 황석영, 이문구, 한승원, 이시영, 손춘익 작가 등과 함께 가거도에 낙시하러 왔다가 태풍을 만나 보름 동안 섬에 갇혀(?) 지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후로 조태일은 '가거도'라는 시를 지었다. 유신 군부정권의 말기와 5.18의 비극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지나온 문학인이자 투사들이었던 이들이 가거도에서 몇날며칠을 보냈다니.... 지금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의 이름도 보인다. 그들에게도 가거도는 미지의 섬이었던 것이다. 국토의 마직막 끝자락에 있는 작은 섬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거대한 섬 가거도.
가거도
너무 멀고 험해서 / 오히려 바다같지 않는 //
거기 / 있는지조차 /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 이곳까지는 / 차마 생각 못 했던, //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 파도로 성 쌓아 / 대대로 지켜오며 /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 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 //
비바람 불면 자고 / 비바람 자면 일어나 / 파도 밀치며 / 바다 밀치며 /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
산아 산아 회룡산아 / 눈이 오면 백두산아 / 비가 오면 장내산아 //
바람불면 회룡산아 / 천산 하산 넘어가면 / 부모형제 보련마는 / 원수로다 원수로다 / 산과 날과 원수로다 //
낯선 사람 찾아오면 죄 많은 사람 찾아오면 / 태풍 세실을 불러다가 / 겁도 주고 달래 보고 묶어 보고 풀어 주는/ 바람 바람 바람섬, / 파도 파도 파도섬. //(이하 생략)

한반도는 산지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해에만 유·무인도를 합쳐 4,000개에 이른다고 들은 바 있다. 보통 등산이나 휴일엔 가까운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1,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예전에는 야외 활동 중 가장 돈이 적게 드는 것이 '등산'이라고 했다. 특히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산이 대도시 근처에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없는 산이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골프 등으로 옮겨 갔지만 여전히 등산을 즐기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일요일 하루 혹은 주말 이틀을 이용한 레저 활동에 적합한 산들이 도시 근교에 굉장히 많다는 것은 큰 잇점이다. 대기 오염을 늦추거나 완화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섬으로의 여행은 쉽지 않다. 차삯이나 배삯 등이 만만찮고 하루에 다녀 오기가 많지 않아서 숙박과 음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텐트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유인도에는 함부로 텐트 치긱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멀미를 앓는 사람도 있고, 위험 요소도 많아 안전도에서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섬은 먼 바다에 있는 섬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교통이 불편해서 폭풍 같은 것이 몰려오거나 세찬 바람이라도 만나면 아예 운항을 할 수 없게 돼 뜻하지 않은 섬에서 하루이틀쯤 더 묵어야 할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섬 여행이라는 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산업화 시대까지만 해도 '탐험'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고 국민 소득 수준도 높아진 이후 가까운 섬은 연도교, 연륙교로 이어져 있어 전혀 문제가 안 되고 조금 먼 바다에도 큰 배가 정기선이 오가고 있어 이젠 대한민국 영해 내의 배는 안전도 면에서 거의 100%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는 친환경, 비대면 여행을 위한 궁극의 휴가지를 찾는다면 이제 섬으로 떠나볼 것을 안내하고 있다.

싱그러운 해풍과 투명한 물빛, 무성한 녹음과 다정스러운 둘레길 등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옛날 교통 편이 안 좋을 때는 오고가는 길이 고생길이었자만 지금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고속 페리선이 하루 몇 차례씩 오간다. 배의 속도뿐만 아니라 크기도 매우 커서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 여행 안내서가 나오면 독자는 귀를 쫑긋한다. 30년 전쯤 교통편이 별로 좋지 않을 때 홍도와 백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고, 근처 조도, 관매도, 안도·연도요 등 적지 않게 돌아다닌 적이 있다. 물론 홍도를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르는 흑산도와 백도를 가기 전 체류지인 거문도도 방문했다. 다만 그때는 경치만 보고 먹는 것만 즐기다 온 것 같다. 사전 준비도 미흡했다. 다시 간다면 이젠 미리 계획하고 준비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 책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은 여행 작가 이준휘가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지만 흥미롭고 역동적인 섬, 여행하며 노닐기 좋은 우리 섬 53곳을 샅샅이 누비며 그곳의 다채로운 액티비티와 황홀한 자연 환경을 안내한다고 하니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독자가 여행 갔을 때와 많이 달라졌다. 배의 속도나 크기, 운항 횟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섬 자체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 30년 전쯤에는 연도교나 연륙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큰 섬인 흑산도와 거문도를 오가는 배편도 하루 한 번, 혹은 두 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더 많아졌다. 이 책에서는 교통편과 항로, 섬에서의 답사 코스와 추천 활동, 섬의 공간감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를 인포그래픽으로 설계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독자가 비교하기가 수월했다.
이 책에서는 섬에서도 얼마든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을 제안한다. 걷고, 자전거 타고, 산을 오르고, 물놀이 하고, 때때로 카약을 타거나 해루질을 즐기고, 반려동물과 함께 마음껏 뛰놀아도 된다. 낭만적인 고립감 속에서 조촐하게 캠핑을 해보아도 좋다. 광공해 없는 맑은 밤하늘, 밀려 왔다 멀어지는 파도 소리, 해풍에 실려 온 나뭇잎의 속살거리는 소리가 평화롭고 건강한 휴식을 선사할 것이다.

책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압도적인 항공사진으로 구성한 총천연색 화보다. 당시에 독자가 봤던 항공사진은 당시 홍보 사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때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소관으로 섬의 개발은 일체 불허됐다. 특히 몇몇 섬은 입도(섬 안에 걸어들어가는 것)가 허락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 책에서 보이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섬은 청색과 녹색으로 그려낸 거대한 색면 회화와 같다. 당시의 카메라나 드론 등 항공사진 촬영기법이 다양화됐기에 색다른 사진이 마음껏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는 개인적으로는 항공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모두 홍보용 자료에 의지했다. 개인 여행이라면 당연히 섬의 전경 찍기가 어려웠다.
이 책의 매력적인 사진을 보고 눈길을 끄는 섬을 취향껏 골랐다면, 이제 입도 방법과 즐길 거리를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이 책은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배편 예약 방법부터 항로 지도와 수역, 여객선의 종류를 촘촘히 소개하고, 최적의 답사 코스와 즐길 만한 액티비티를 알차게 수록했다. 언제, 어디로, 누구와 떠나든 섬으로의 여정을 손쉽게 설계할 수 있다.
미리 잘 챙기지 않는 밀물과 썰물, 급변하는 기상 현상으로 점철된 ‘바다의 시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날씨와 물때 정보를 꼼꼼하게 제공한다. 낚시나 해상 액티비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섬 고유의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를 담아 섬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미식 여행자를 위한 식도락 스폿,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을 위한 숙소 정보까지 마련했으니 ‘섬이 당기는 날’이면, 이 한 권만 들고 훌쩍 어디로든 떠나보아도 좋다. 이 책은 대략 다섯 가지 장점으로 정리될 수 있다.

① 캠핑하기 좋은 섬부터 반려동물과 가기 좋은 섬까지 총망라
내게 꼭 맞는 섬은 어디일까?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의 섬 추천 리스트인 [나만의 섬을 찾자]를 살펴본다면 어렵지 않게 행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캠핑하기 좋은 섬, 반려동물과 가기 좋은 섬, 한나절 걷기 좋은 섬, 등산하기 좋은 섬, 자전거 타기 좋은 섬을 각 5~6곳씩 수록했으니 누구라도 이 추천 리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섬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② 여객선 예약부터 레저 장비 이동하는 법까지 ‘여행 준비’ 완전 정복
섬 여행의 시작은 배를 타는 것이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에서는 한국해운조합의 여객선 예약 웹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의 이용법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쾌속선과 차도선 등 다양한 여객선의 종류를 소개하며, 여행을 앞둔 이들을 위해 뱃멀미를 피하는 방법과 선박의 흔들림을 덜 느낄 수 있는 좌석의 위치를 귀띔한다. 또한 배편으로 각종 장비, 반려동물 등과 동반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뜰히 살폈다.
③ 섬 여행의 일정을 관장하는 ‘중요 정보’ 상세 안내
섬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배편과 운항 일정은 섬의 날씨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므로, 섬이 위치한 수역과 기상예보를 살피는 것은 여행 일정을 결정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책에서는 풍랑, 폭풍, 해일주의보 등으로 내항여객선이 출항 통제되는 기준을 상세히 설명하고, 본격적인 섬 답사에 영향을 미치는 물때와 날씨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안내한다.

④ 각기 다른 매력의 섬을 즐기는 ‘최적의 방법’ 제안
섬에 들어왔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여정을 계획하기 막막하다면, 각 섬의 추천 활동을 소개하는 표지 [뭐 하고 놀까]를 눈여겨 보자. ‘걸어서 섬 한 바퀴’ ‘황해도식 냉면 맛보기’ ‘카약 타기’ ‘탐조 관광’ 등 53개 섬에 꼭 맞는 답사 방식을 요약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추천한다.
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섬에 대한 짧고 얕은 지식’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 보다 풍성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섬 고유의 역사와 문화, 풍습, 음식 등을 망라해 소개하는 페이지 [섬에 대한 짧고 얕은 지식]을 경유해야 한다. 기암괴석에 얽힌 신묘한 전설, 섬 이름의 탄생 비화,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 대중매체에 등장한 섬의 모습, 무엇보다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감칠맛 나는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콸콸 쏟아지니, 언제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섬 여행 준비〉, 2장 〈인천의 섬 여행〉, 3장 〈충남의 섬 여행〉, 4장 〈전북의 섬 여행〉, 5장 〈전남의 섬 여행〉, 6장 〈경남의 섬 여행〉, 7장 〈제주의 섬 여행〉 등이다.
저자 : 이준휘
낯선 곳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여행 작가다. 두 발로 걷고 자전거로 달리며 텐트를 잠자리 삼아 여행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독자들에게 여행지에서 느낀 설렘과 의미를 전달하고, 친절하게 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 《대한민국 자전거길 가이드》, 《대한민국 자연휴양림 가이드》, 《자전거 여행 바이블: 국토종주편》, 《자전거 여행 바이블: 수도권편》, 《일본 자전거 여행 바이블》, 《인생술집》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