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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 시즌1 신들의 행성
남근우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판타지소설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21세기 '대세 문학'은 판타지소설임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독자는 판타지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상태에서 21세기를 맞았고, 또 '해리포터'(1997~2007)를 읽기 전까지는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은 판타지 소설이 없었다. 내용이 환상보다는 공상에 가깝다는 독자만의 그릇된 인식이었겠지만, 읽으려 해도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마음 잡고 읽는다 치더라도 수십 페이지를 읽고선 그냥 내팽겨쳤다. 이런 편식(?) 성향은 독자가 고등학교 때 이미 길들여진 것 같다. 다름 아닌 무협소설이다. 무협소설이라면 밤 새워 읽는다는 친구의 권유로 읽기 시작했으나 불과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들고 말았다. 무협지나 판타지소설 모두 권선징악, 해피엔딩, 정의 실현 등이 주제였다. 너무나 뻔한, 주제와 결말이지만 마니아들은 의외로 많다는 점을 그 친구를 통해 들은 적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책 안에서 사용된 무술에 대해 논하기도 하고, 정말 진지하게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화제가 무궁무진하다고도 전해 들었다. 무협지와 오늘날 판타지소설은 다소 다른 점이 있지만, 리얼리즘 입장에서 본다면 황당무계한 공상적 내용에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판타지소설은 21세기 들어 문학계를 뒤흔들었다. 도화선에 해피포터의 조앤 K. 롤링이 불을 붙였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시리즈 발표 10년 동안 전 세계가 해리포터 신드롬을 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로도 제작되고, 이후 쏟아진 판타지소설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판타지 문학은 히어로(영웅) 영화와 더불어 최다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른바 '판타지 전성시대'다. 철학자 이정우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대중들의 심리와 그 심리를 파고들어 이익을 남기려는 자본주의, 그리고 이 두 존재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와 대중문화의 뒷받침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판타지소설 또는 환상소설에 대한 국내 문학평론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세계문화사전』(2005)에 쓴 강준만 교수의 「판타지 소설」에 따르면 김성곤은 대중적 환상소설을 ‘저질 문화 쓰레기’라고 비난했으며, 하응백은 ‘문학이라기보다는 활자로 된 신종 문화 산업’으로 규정하면서 그것의 문학적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최강민은 다른 자세를 취했다. 환상소설을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는 “일반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중적 판타지소설에 대한 평론계의 작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기존 평론계가 ‘본격문학/대중문학’이라는 이원적 구도에 여전히 갇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문학에 관심 있는 전문 비평가의 부재가 초래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판타지소설에 대한 비평적 무관심이 서구중심주의를 확산시키는 데에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평론계의 직무유기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민은 “우리는 종종 비현실적 환상의 서사에서 당대의 진실을 발견한다. 한국에서 환상소설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더 이상 기존의 현실이라는 프리즘만으로 당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반성적 자각의 소산이다. 상상력의 벽에 부딪친 일부 작가들은 환상을 새로운 상상력의 돌파 수단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문학의 지형을 탐색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문화를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의 롤플레잉게임(RPG)도 환상소설을 유행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강민은 “환상이 구축한 초월적 세계는 무(無)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현실을 비틀고 찢는 콜라쥬와 몽타주 등에 의해 변용된 세계”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곳은 현실의 규율이 적용되지 않기에 억압된 욕망이 마음껏 탈주하는 해방의 시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환상문학은 문화적 억압이 야기하는 결핍을 보상하려는 욕망의 문학’이다. 환상이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는 것은 기존 지배질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환상문학이 현실의 제반 모순을 망각하는 최음제라는 일부의 시각은 그 타당성을 상실한다. 물론 일부의 환상문학이 현실도피와 정체성 혼란을 부추긴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환상문학을 싸잡아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 『생존 1』은 저자 남근우가 대하 시리즈로 기획 출간한 첫 번째 책이다. 화성과 지구를 연결하는 대서사시로서 첫 발자국을 뗀 셈이다. 화성에서 시작된 화성인과 지구인의 운명을 넘나드는 웅장한 서사는 신과 생명의 기원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전혀 새롭고 신선한 가설을 바탕으로 펼쳐진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한다. "화성과 지구를 연결하는 숨겨진 비밀과 인류의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풀어보는 신비한 작품"이라고 야심찬 기획이라는 것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이 소설 작품은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닌, 과학적 공감대 위에 세워진 흥미롭고도 논리적인 가설을 바탕으로 집필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저자는 화성이 지구보다 먼저 문명을 꽃피운 서식 행성이었으며, 대형 혜성 충돌로 멸망했다는 가설을 통해 인류 문명의 기원을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화성과 지구 사이의 억만 년 문명 격차가 지구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치밀하게 풀어내며, 단순한 상상이 아닌 “있을 법한 이야기”로 독자를 설득한다. 『생존』은 단순히 흥미로운 소설을 넘어, “만약 인류가 화성 문명의 후예라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다시 쓰여야 하는가?”라는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과학과 상상,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새로운 우주사를 모색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독자도 기대한다.
우석대학교 전자공학과 맹성렬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생존』은 지구에 지적 생명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화성에서 먼저 지적 생명체가 등장했다는 매우 합리적인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설에는 최근에야 알려진 놀라운 과학적 지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남근우 작가의 소설은 이미 8년 전에 탈고되었는데, 화성의 지하 깊숙한 곳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맹 교수는 1938년 10월 미국의 연극 연출가 오손 웰스는 CBS 라디오 방송을 위해 아주 실감나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한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한 〈뉴스〉를 연출했다고 언급한다. 이 프로그램은 천문학자들이 화성 표면에서 빛을 감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지구에 운석이 떨어진다. 이 운석이 화성인들의 우주선임을 알리는 뉴스 속보가 이어진다. 현장에 출동한 특파원은 화성인들이 쏜 광선의 희생자가 된다. 이 방송이 나가는 사이 미 전역에서 큰 난리가 일어났다.(p.8)

이 〈뉴스〉가 너무 실감 나게 연출된 나머지 진짜 화성인 침공이 일어나는 줄로 착각한 많은 시민이 대피 소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웰스의 연출 탓도 있었겠지만 화성에 진짜 어떤 문명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많은 사람의 믿음 또한 이 소동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맹 교수는 전한다. 1947년 6월 이후 미국에선 UFO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쇄도하며 외계인 침공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때도 사람들은 1945년 원자폭탄 폭발이 화성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그들이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다. 이는 단지 민간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고려되었던 사실이이라고 맹 교수는 이야기한다.
특히 이런 우려를 한 이들 중에 칼 세이건이 있었다고 맹 교수는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대학교 1학년이던 1952년 세이건은 애치슨 미 국무부 장관에게 편지를 써서 외계인 침공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방안을 따져 물었다. 1976년 바이킹 계획*에 깊숙이 개입했던 칼 세이건은 착륙선이 화성의 어느 지역에 착륙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 맨 처음 그는 피라미드를 닮은 지형들이 밀집되어 있는 '큐도니아(Cydonia)'라는 곳에서 생명체 발견 확률이 높다고 보고 곳을 착륙장소로 선정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통신 문제 등을 이유로 그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착륙선이 내렸다. 결국 생명체 발견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그러나 최근 '큐도니아' 부근에서 인공적인 구조물로 보이는 지형들이 발견되어 여전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랭크 드레이크와 칼 세이건 등이 주도해 SET1 계획이 추진된 시기는 1960년이다.
먼 우주에서 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적 외계인의 전파 신호를 포착하자는 취지의 이 프로젝트는 50년이 넘었어도 아직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하버드대 천문학과 아비 로브 교수 등에 의해 우리 태양계에서 지적 외계인 흔적을 발견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활발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지구 바깥에서 그런 발견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은 곳은 화성이다.
* 바이킹 계획 : 화성 탐사 계획. 화성에 생물체의 생존 여부와 지형의 모습, 양극의 극관 모양 등을 탐사했다.(독자 주)

저자 남근우는 〈서문〉을 통해 "우주공상 작품 속 내용에는 수많은 가설과 설정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공상과학 작품에 대한 특혜인지는 모르겠으나 터무니없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허구들이 그저 순간적인 흥미거리는 될지언정 실질적인 우주과학에 대한 많은 공감을 얻어내는 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생존』을 집필할 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합리적이며 공감 가득한 가설에 바탕을 두었다고 밝힌다. 즉 가능할 수 있거나 최대한 공감될 수 있는 상황을 가설화시킨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형식의 가설로 완성된 작품은 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으로 저자는 주장한다. 아무리 가설이라도 전혀 터무니없다든지 논리에 역행하고 합리적이지 않는다면 과학소설로서의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순간적인 흥미거리 외에는 큰 여운이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작품에서 저자의 가설에 대한 설정은 분명하다. 화성을 모티브로 한 모든 작품 자료를 종합해보면 태양계에서 다른 어떤 행성보다 스토리에 대한 가설의 퍼즐을 완성된는데 화성이 최적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화성은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지금까지 화성 관련 작품의 가설들이 자초지종이라는 완성도가 없었으며 내용에 대한 바탕과 뿌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그 바탕과 뿌리는 다음 세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① 화성이 대형 혜성 충돌로 멸망했다는 설정의 가설이다. 이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이지만 이를 통한 스토리 연결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자초지종이 있는 완성된 가설이라는 것이다.
② 화성은 골디락스 존**으로 태양에서의 거리를 바탕으로 지구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었던 완전한 서식 행성이었다는 가설이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함께 유일한 서식 환경이 조성되었던 행성으로 모든 구성 성분이 지구와 같을 수밖에 없어 모든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와 거의 동일하다는 가설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계의 암석행성인 지구와 화성의 구성 물질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이미 세상에 밝혀진 바와 같다. ③ 태초에 불덩이였던 화성은 지구보다 일찍 식어 당연히 생명체가 먼저 생겨나고 지적 생명체 또한 그와 연동하여 유추해볼 수 있다.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적합한 행성의 위치 범위를 뜻하는 천문학 분야의 용어이다.(독자 주)

이 책 『생존 1』은 「시즌 1 신들의 행성」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프리퀄(prequel) 성격이다. 오리지널 영화의 전사(前史)를 다룬 작품이라는 뜻이다. 영화의 프리퀄은 오리지널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 또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을 보여 주어 본편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생존 1』에서는 원시 지구에 지구보다 먼저 문명을 이룬 화성인인 ‘슈카르’와 ‘마야’가 아들 ‘고드’의 첫돌을 맞아 지구로 여행을 온다. 그들이 세운 방어벽인 감마봉에 의해서 지구의 유인원 ‘징카’의 새끼가 죽는다. 이로 인해 복수심에 불탄 징카가 아직 어린 고드를 납치하고, 죽이려 하다가 고드가 ‘어린’ 개체이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키우게 된다. 결국 고드는 우두머리가 되어 무리를 이끈다. 이후 돌연변이 개체를 발견한 화성인 탐사대에 의해 죽은 고드의 시체를 화성 최대 의료기관에서 생체 복원 수술과 뇌기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고드는 다시 화성인으로서의 기억과 지식을 되찾는다. 원래 슈카르가 처음부터 지구에 여행하게 되었던 ‘화성인의 지구 이주’에 대한 도움을 주면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까지가 이 책의 큰 줄기이다.
화성인이 지구 이주를 꿈꾼 이유는 그들의 행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던 ‘초대형 혜성 켈리’ 때문이다. 켈리 혜성이 화성과 충돌하게 되면 화성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 프로그램을 화성인들은 갖추고 있었다. 물론 ‘고드’가 지구에서 유인원 무리와 지내면서 종족 번성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지구에서의 삶이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만 큰 흐름은 화성인의 지구 이주이다. 이로 인해 화성이 얼마나 고도로 발달된 문명과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서술된다. 불량 종족인 '도그리온족'과 '버드리아족'의 위협도 존재해 극적 김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화성의 대기권을 빠져 나올 즈음 멀리 뒤로 보이는 화성은 초대형 혜성인 켈리 혜성의 충돌과 함께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하면서 이글거리고 있었으며 혜성 켈리의 엄청난 충돌 폭발로 인한 후폭풍이 고드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과 시커먼 먼지, 그리고 루이 박사의 핏자국 사이로 한없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p.423)
저자 : 남근우
영화, 방송, 드라마, 연극 등 다채로운 경력의 전문가. 전 사단법인 연극배우협회 영상사업국 국장으로 활동하며 연극계의 발전에 기여했고 영화 및 방송 연기자 캐스팅 전문업체인 액터월드와 서울캐스팅의 대표를 역임했다. 특히 KBS VJ특공대 등 주요 TV 방송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공연기획과 연출 및 제작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이를테면, HOT와 유승준 환경 콘서트 같은 대형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으며, 제1회 전국 청소년 가요제의 기획, 제작, 연출을 맡아 전국 최초의 청소년 가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집필한 책으로 『연예인은 자격증이 없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