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문화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민병덕 지음 / 노마드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진정시켜 가며 읽다보니 저자는 어떻게 이 많은 걸 알아냈을까라는 호기심마저 인다.

역사 공부깨나 했다고 자부했지만 이 책을 펴든 순간 내가 배운 역사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우거나 아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은 마치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을 나에게 조목조목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 같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중 '여덟 번째' 책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부끄러움을 느낀다.

왜 한 번도 이 시리즈 책을 못 봤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얼핏얼핏 비춰지는 삶을 알았다고 생각했다는 데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살았다고 TV에 비쳐지는 대로 생각했다. 물론 TV 드라마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을 테니 따로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역사 공부는 꽤 했다고 자부했기 때문에 누가 뭘 물어도 어렵지 않게 대답하는 정도는 됐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학교에서 배운 역사)로 우리 나라 역사를 제법 안다고 생각하고 '아는 척'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몇 년도에 고려를 세웠고, 조선은 누가 어떻게 세운 정도.

이제 와서 우리 민족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고 있였는지는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생각하니 더 부끄럽다.

그만큼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듯 세세하게 디자인되고 제작됐다.

그래서 TV 드라마나 영화보다 재밌다. 지식을 쌓듯 알아가는 재미도 훨씬 크다.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데 가닥을 잡을 수 있어 값진 독서였다.





이 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문화사전》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여덟 번째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옛날에는 어땠을까?’이다.

역사 교과서와 수많은 역사책에서 그 일단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최첨단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으로서는 옛사람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보는 것이 쉽지 않다. 옛날에도 법적으로 정해진 휴일이 있었을까? 번듯한 집안의 남자와 혼인을 하는 여자는 오늘날처럼 무리해서 혼수를 마련해야 했나?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으니 경주 사람들이 쓰던 말이 표준어였겠네? 그럼 오늘날의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였겠구나.

옛날에도 데이트를 했을까? 연애결혼도 가능했을까? 엣날 사람들은 어떤 스포츠를 즐겼을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궁금증을 풀어줄 마땅한 자료를 접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문화사전》을 읽으면 된다. 아주 쉽게 군더더기 없이 쓰여 읽기도 재밌고 편하다. 머리 아프게 독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누가 옆에서 읽어주는 대로 듣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 한 가지는 꼭 주의해야 한다. 자칫 책을 다 읽고 나면 난 우리 나라 역사를 잘 안다고 누구에게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TV도 없고, SNS는 물론 안 되고, 자동차도 없고, 외국에 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게다가 여자들은 집 밖으로 마음대로 나다니지도 못하던 시대. 생각만 해도 어떻게 살았지 싶은 그 시대.

그러나 그때가 언제이든 그곳이 어디이든 인간은 함께 어울려 살면서 소통하고 정을 나누고 지혜와 지식을 모아 문화를 형성하고, 그것들은 촘촘한 씨줄과 날줄이 되어 거대한 역사를 만든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문화사전》은 우리 역사의 주인공, 그러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던 민초들의 생활상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고리타분하고 교훈적인 얘기가 아닌, 역사시간에도 알려주지 않았고 역사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얘기를 담아낸 만큼, 독자들은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책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좀 더 낮은 곳에서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렸던 민초들의 희로애락 생활상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인간의 존재가치와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깨우치게 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역사’란 그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암기해야 하는 과목에 불과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바쁜 사회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역사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역사를 등진 대신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역사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앞으로 되풀이될 시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해 깊이 알게 될수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앞으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선명해진다.

이 책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로 일관하면서, 차근차근 옛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쪽을 펼치든 역사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고, 현대의 삶 또한 관점과 시각이 좀 다를 뿐 과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역사의 표면과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구성은 소제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사전'이라고 붙인 의도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수백 개의 소제목은 생략하고, 크게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의식주·풍속

2장 종교·예술·교육

3장 과학·기술·천문·의학

4장 제도·법률

5장 경제생활

6장 정치·군사·외교

7장 궁중 생활

독자들을 위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책 마지막 부분에 '찾아보기'를 두었다.





우리 조상들은 5월에는 농사가 잘되기를, 10월에는 풍년에 감사하고 마을의 안녕을 빌기 위하여 마을 별로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내고 나면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었는데, 여기에는 신이 먹었던 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신의 기운을 받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바로 ‘복덕방(福德房)’이었다. 그러므로 복덕방은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인 것이다. 그러면 이렇듯 신성한 장소인 복덕방이 어떻게 해서 부동산 중개업소로 바뀌었을까?

복덕방에는 제사 음식을 받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여러 사람 이 모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으며, 그런 중에 “누가 집을 내놓았다더라.” “누가 땅을 사고 싶어 한다더라.” 하면서 부동산 거래와 흥정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부동산 거래와 흥정이 이루어지면서 복덕방에서 부동산 중개를 하는 것이 하나의 풍속이 되어, 나중에는 복덕방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동산 중개업소의 의미로 바뀌게 되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된 복덕방」중에서





조선시대에 성균관 유생들은 권당(捲堂)을 통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했다. 권당이란 제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시위하느라고 일제히 관을 물러나 던 일을 말한다. 성균관 유생들뿐 아니라 서당이나 승당, 사학(四學)에서 공부하 던 학생들도 권당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했다.

단순히 교실을 비우는 권당 이외에 청맹(靑盲)권당과 호곡(號哭)권당도 있었다. 청맹권당은 수업을 받으면서 눈뜬장님처럼 행동하는 것이고, 호곡권당은 학생들이 궁궐 문 앞에서 함께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통곡하는 것이다.

유생들의 저항이 가장 거셌던 때는 중종 때였다. 개혁의 선봉인 조광조가 훈구파에 의해 쫓겨나자, 성균관 유생들은 상소문을 올려 조광조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중종이 이를 거절하자 궁궐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이를 말리는 군졸들과 충돌이 일어나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옛날 학생들의 시위」중에서





1940년 조선총독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라는 창씨개명을 실시했으나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6개월 동안 전체 가구수의 7퍼센트밖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선총독부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녀의 학교 입학 금지, 직장 취업 불가, 식량 배급 금지, 우편배달 금지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

이 같은 일본의 조치에 우리나라 가구의 80퍼센트가 창씨개명을 했다. 그러나 무조건 일본식으로 바꾼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바뀐 이름에도 자신의 성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하여 김씨는 ‘김본(金本)’이나 ‘김산(金山)’으로, 이씨는 ‘이가(李家)’로, 청주 한씨는 청주의 옛 이름인 ‘서원(西原)’ 으로 각각 성을 바꾸었다.

일본인들을 희롱하기 위해 성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부모가 물려준 성을 바꾸는 자는 개새끼와 다름없다고 여겨 ‘개새끼’의 한자어인 ‘견자(犬子)’로 바꾸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누군가 그들의 왕을 지칭하는 ‘덴노(てんのう)’를 입 밖에 내면 하던 일도 멈추고 일어서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 발음과 같은 한자를 찾은 것이다. 바로 ‘전농(田農)’이다. 이 사람의 성을 부를 때마다 일본인 관리들은 벌떡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전농’이라고 성을 바꾼 사람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일본인들은 자연환경과 관련해서 성을 지었고, ‘전농’이란 성 또한 밭농사를 지어 지은 성이기 때문이다.

속이 까맣게 탔을 일본인들을 생각하면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일제의 강요로 실시한 창씨개명에 항거하는 방법」중에서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갔던 여인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의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다.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인원은 60만 명가량인데 이 중 50만 명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귀국하자 엄청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적지에서 고생한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는커녕 그들이 오랑캐들의 성노리개 노릇을 하다 왔다면서 몸을 더럽힌 계집이라고 손가락질했다. 병자호란 이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에 포로로 잡혀갔던 여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까스로 귀국한 환향녀들에게 남편들은 이혼을 요구했으나 선조와 인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인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첩을 두는 것을 허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다.

환향녀가 이렇게 사회문제가 되자 인조는 청나라에서 돌아오는 여성들에게 “홍제원의 냇물(오늘날의 연신내)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 그 죄를 묻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환향녀들의 정조를 거론하는 자는 엄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핍박은 그치지 않았다.

특히 환향녀의 남편들은 왕명 때문에 이혼은 못했지만 첩을 두고 죽을 때까지 돌아보지 않는다거나 갖은 핑계를 대서 스스로 나가도록 유도했고,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들은 자결하거나 문중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등 수많은 환향녀들이 죽을 때까지 수모를 겪었다.

-「환향녀가 화냥년으로」중에서





조선시대의 의료기관으로는 의료 행정과 의학 교육을 맡아보던 전의감, 서민들을 위한 병원인 동서대비원, 빈민 치료기관인 제생원, 약국인 혜민국이 있었다. 물론 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원들은 모두 남자였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던 때이니만큼 여자가 아플 경우에는 문제가 생겼다. 진맥할 때 환자의 팔목에 헝겊을 걸치거나 가는 실을 묶어 맥의 진동을 느끼는 것으로는 제대로 질병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아예 남자 의원에게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태종은 창고나 궁사에 소속된 어린 여자아이 수십 명을 뽑아 침술과 진맥법을 가르쳐 의녀(醫女)로서 제생원에서 일하게 했다. 그런데 이들을 가르치는 의원들이 남자였기에 양반집 규수들은 아예 참여를 하지 않으니, 주로 중인이나 하층민 출신 중에서 뽑았다.





의녀 외에 또 다른 전문직 여성인 다모(茶母)도 있었다. 다모는 일반 관아에서 차와 술대접 등의 잡일을 맡아 하던 관비인데, 연산군 때부터 지배층들이 혼인을 하면서 사치에 따른 문제점이 일어나자 혼수품 조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오늘 날로 치면 경찰관의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선조 22년(1589) ‘정여립 모반사건’이 일어났을 때 강견(姜?)의 무고로 최영경(崔永慶)을 그의 집 안방에서 체포한 것도 다모였다.

다모는 키가 152센티미터가 넘어야 했고, 막걸리 세 사발을 단숨에 마실 수 있어야 하며, 쌀 닷 말은 번쩍 들어 멜 정도로 힘이 세야 될 수 있었다. 안방에 대한 조사가 주된 임무인 다모는 포도청과 형조, 의금부 등에 소속되었다.

반역과 관련된 정보가 들어오면 다모는 치마 속에다 2척쯤 되는 쇠도리깨와 포승줄을 지니고 가서, 죄가 분명하다고 생각되면 아무리 고관의 집이라도 도리깨로 들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죄인을 묶어 의금부로 압송했다.

다모들이 실수로 도리깨를 잘못 휘둘러 사람을 죽이더라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고 귀양 가는 정도의 가벼운 벌을 받았다고 한다.

-「조선의 전문직 여성인 의녀와 다모」중에서





저자 : 민병덕

중앙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이후 경기도 용인시 용동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으며 교감으로 재직했다.

1990년부터 한국사 관련 저술을 기획했으며, 역사 소설가 이재운 작가와 함께 한국사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MBC 문화방송과 EBS 교육방송 등에 출연,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요?》(1, 2), 《옛날에도 변호사가 있었나요》, 《이황-역사학자 33인이 추천한 역사 인물 동화 26》, 《이이-역사학자 33인이 추천한 역사 인물 동화 27》, 《박은식-역사학자 33인이 추천한 역사 인물 동화 40》,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오천년 우리 부자》, 《역사인물백과》, 《깨어나라, 고구려》, 《한국의 인물 시리즈》(7종), 《옛날에도 일요일이 있었나요?》, 《김만덕》, 《LTE 한국사》, 《LTE 세계사》, 《반역의 한국사》, 《밥상 위의 한국사》, 《꾸밈의 한국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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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양장) - 공감을 이끄는 성공학 바이블, 책 읽어드립니다
데일 카네기 지음, 강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비지니스에서 상대를 어떻게 설득시켜 내가 원하는 걸 받아내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다.

비지니스 맨은 상대를 설득해 당장 이익을 실현시켜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이 책이 매우 유용하다.

그렇다고 평소 우리의 삶에서의 평범한 인간관계를 제외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지금 비지니스 일선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 책에서 대화 기술이나 상대 설득 능력을 새롭게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대인 관계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어서 읽기로 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는가를 아는 것은 우리 삶에 거의 모든 면에서 꼭 필요한 대화 기술이고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성공학 측면에선 이 책은 이미 '바이블'로 불리워지고 있다.

케네디, 레이건, 부시, 오바마 등 미국의 대통령들과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코비가 곁에 두고 읽었으며, 워런 버핏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책이라고 적극 추천했다. 이 책은 사람을 다루는 핵심 원리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젊어서 카네기를 모르면 아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한 세기를 지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책이 전 세계적으로 6000만 권 이상 판매되고 계속해 출판사, 판형, 편집을 달리하여 꾸준히 발간되고 있을까?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서양에서 성경처럼 읽는 책이다.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카네기의 조언은 탁상공론으로 나오는 정책처럼 허황된 것이 아니라 그 모두가 셀 수 없이 많은 사례들로부터 깨쳐 낸 실전이다. 또한 카네기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짓밟는 수완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 데서 순수한 관심과 진심으로 화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말하였다.

그럼으로써 상대는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기분 좋게 흔쾌히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 주게 되는 것이다.

서로가 윈윈함으로 신뢰감이 쌓이고 돈독한 관계가 영구히 지속된다.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자문하면 인간관계에서의 기교가 현저하게 늘어날 뿐 아니라, 원인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해결책에 집중하게 된다.

중복되는 사례에 대해 실험, 검증, 순환의 과정을 거쳐 명쾌한 원칙으로 기록한 것이 카네기 성공 철학의 핵심이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소위 처세술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성공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전화기의 개설과 대공황이 있었다. 우선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요한 사안이 문서로서 오고 갔으나,

10~20년 사이에 사람들이 전화기를 기하급수적으로 개설함으로써 의사 전달을 ‘말’로 하게 되었다.

실재의 사람을 대면하고서 이루어지는 말하기란 글쓰기와는 전연 달라서 사람들은 직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곤란을 겪는 일이 많았다. 이때까지는 대화법이니 화술이니, 성공적인 인간관계 기술이니 하는 등의 자기 계발 분야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두 번째는 1920년대 말의 경제공황이다. 대공황에 따른 실업 사태로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절박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인간관계, 대화법, 의사 전달법, 리더십 등의 자기계발이라는 최초의 장르를 들고 나온 사람이 바로 데일 카네기였다.

그것도 고색창연한 상아탑 속 해결책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혀 경험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반복 검증한 원리를 설파하였으니 사람들의 열광은 당연한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카네기는 자신의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들을 기회 외에 직접 말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감을 채우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 내도록 도왔다. 그랬으니 한 번 강연회에 2천, 3천의 관중들이 몰린 것이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 책은 당시 강연회의 최종 집합체이다.





크롤리는 결국 체포되었고 뉴욕 경찰국장인 멀루니는 쌍권총 크롤리가 뉴욕 범죄 사상 가장 흉악하고 위험한 자였으며 아주 하찮은 동기만으로 능히 사람을 죽이던 악한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쌍권총 크롤리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크롤리가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쓴 유서에 나와 있다.

총상에서 흘러내린 피로 흠뻑 젖어 있는 유서의 한 구절이 그의 심정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나의 육신 속에는 삶에 지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온화하고 다정하다. 또한 어느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 p.17,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말라」 중에서

이튿날 오후 나는 그 사장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의 아들을 위해서 우표를 가지고 왔노라고 말했다.

물론 대환영이었다. 설사 대통령이 그의 사무실에 찾아왔다고 해도 나를 맞이했던 것처럼 그렇게 친절하게 맞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장은 우표를 한 장씩 살펴보며 자기 아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좋아했다. 사장과 나는 그로부터 30분 동안 우표에 관한 얘기를 했으며 그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사장은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자기가 알고 있는 해당 회사의 정보를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부하 직원을 불러 물어보기도 했으며,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어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나는 그에게 조그마한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신문기자의 표현대로, 이른바 특종을 낚은 셈이 된 것이다.

- p.89, 「순수한 관심을 보인다」 중에서





“언제나 모가 나지 않도록 피하라!”

가몬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가 나에게 가르쳐 준 이 교훈은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 있다. 그리고 나는 상습적인 언쟁꾼이었기 때문에 이 말은 나에게 참으로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형이나 주위 사람들과 지칠 때까지 논쟁을 하기 좋아했으며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본격적으로 논리학과 변론을 공부했다.

그 후 나는 뉴욕에서 토론과 논법에 관한 강의도 했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토론에 관한 책을 저술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수많은 논쟁에 대한 자료를 구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접 실험도 하며 그 효과를 관찰하기도 했다.그 결과, 나는 논쟁에 있어서의 최고의 유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 p.159, 「논쟁은 피한다」 중에서

“우리는 지금 파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조차도 우리를 저버린 것같이 생각됩니다. 나는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도 찾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링컨은 이 유명한 편지를 만들게 한 암담한 슬픔과 혼란의 시기를 말하고 있다. 국가 운명이 장군들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을 때, 링컨이 들떠 있는 장군들을 바로잡기 위하여 어떤 방법을 썼는가를 더듬어 보기 위하여 여기에 그 편지를 수록한다.

아마도 이 편지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 재임 시에 쓴 것들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내용일 것이다. 특히 후커 장군에게 그의 중대한 과오를 책망하기에 앞서,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그 과오야말로 참으로 중대한 것이었으나 링컨은 이것을 과오라고 부르지 않았다. 링컨은 더 신중하고 더욱 외교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본인이 장군에 대하여 충분히 만족스럽게 책임질 수 없는 몇 가지 일이 있습니다.’

- p.273, 「장점을 먼저 말한다」 중에서





‘기적적인 효과를 거두는 편지’

정말 과장된 문구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소개하는 편지는 기적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편지는 전에는 회사의 판매 부장이었고, 현재는 전 미국 광고업 협회의 회장이며, 또한 콜게이트 팜오일 피트 회사의 선전부장으로 있는 켄 R. 다이크 씨가 쓴 것이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업태 조사의 앙케트에 대한 회신률은 5내지 8퍼센트가 고작이고, 20퍼센트만 되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소개할 이 편지에는 42.5퍼센트의 회답이 왔다고 한다. 결국 기적이라 할 수 있는 2배 이상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그 비결에 대해 다이크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편지를 쓴 것은 카네기 씨의 강좌에 출석한 직후의 일입니다. 나는 그 동안의 방침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강좌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기존의 5백에서 8백퍼센트가 넘는 회신의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 p.334, 「부록1 기적적인 효과를 거두는 편지」 중에서

자기를 아름답게 보이려는 여성의 노력을 남성들은 칭찬해야 한다. 여성은 복장에 놀라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에 대하여 모든 남성은 너무나 무관심하다. 가령 한 쌍의 남녀가 길 모퉁이에서 다른 한 쌍과 마주쳤다고 하자.

여성의 경우는 좀처럼 남성을 보지 안는다. 상대 여성의 옷차림에 우선 눈이 간다.

우리 할머니는 지난 해에 98세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 30년 전에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드리자 희미해진 눈으로,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라고 물으셨다.

100세가 다 된 할머니가 임종 직전에 30년 전 자기의 복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깊은 감명을 받으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남성은 5년 전에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이나 속옷을 생각해낼 수가 없으며, 또 생각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않다. 남성들은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 p.356, 「부록2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특별한 방법」 중에서





데일 카네기

1888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나 워렌스버그 주립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세일즈맨 등으로 일하며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1912년 뉴욕 YMCA에서 대화 및 연설 기술을 강연하면서 이름이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사례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의 강의는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한 실질적 기술들을 제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의 강연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성취를 나누는 나눔의 장이 되었다. 이어서 그는 카네기 연구소를 설립해 인간 경영과 자기 계발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처세, 자기 관리, 화술, 리더십 등에 대한 그의 가르침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1936년에 출간된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부나 판매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카네기 최고의 장점은 바로 단순, 명료함에 있다. 많은 문제에 단순하지만 진리가 되는 철학들을 제시,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우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주었다.

카네기의 책들은 핵심을 찌르는 원칙들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펴낸 책 중에서도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삼부작은 불후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처음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6천만 부 이상 판매된 최고의 인간관계 바이블이다.

『성공대화론』은 대중 앞에서 자신 있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그는 이 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말하는 빠르고 쉬운 방법’을 알려주었고 세계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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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 - 고통으로 얼룩진 세상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법
팀 데스몬드 지음, 허윤정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명상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다.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다짐은 많이 느슨해졌고, 심지어는 매일 습관처럼 5분이라도 하던 명상을 거를 때가 종종 있다. 각오를 다시 다지고 새출발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더 없이 좋은 말과 글로 다시 명상을 다짐하는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명상가로 알려진 한 분의 책 『명상하라』를 읽고부터다.

물론 명상의 중요성이나 좋은 점에 대해 많이 듣고 읽고 해서 명상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 책의 일부분 내가 크게 공감하며 느꼈던 부분을 두어 문장 인용한다.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는 지금 여기 이 삶입니다. 그러므로 바로 이 시간에 이 모습으로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 각인되어 있는 수많은 인상을 지워내는 것이 명상의 첫 번째 관문이며, 저절로 떠오르는 끝없는 생각을 소멸하는 것이 두 번째 관문입니다."

지금 보면 단순히 명상을 왜 하며, 어떤 점을 유념해 시작하라는 충고일 뿐이다. 책을 읽던 순간의 공감과 감동을 지금 부족한 글 실력으로 되살리기는 어렵다.

어떤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변명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명상을 하려는 분에게는 주옥 같은 글이 잔뜩 실려 있다.





『당신이 명상을 하면 좋겠어요』는 갈등과 고통으로 얼룩져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어떻게 우리 삶의 터전인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연하고, 구글에서 정신 건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신뢰받는 불교 철학자 팀 데스몬드는 우리가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자기 성장, 연결,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저자의 명상수련은 자신의 삶을 넘어 다른 이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 등을 통해 삶의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해법을 제시하고,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변화된 마음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인생의 폭풍우를 뚫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에 겪은 노숙 생활, 아내를 암으로 잃는 시련 속에서도 저자인 팀 데스몬드는 내면의 힘과 즐거운 회복탄력성, 그리고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로 그 역경을 딛고 일어났다.

일상에서 수행되는 그의 마음챙김은 자신의 삶을 넘어 세상 곳곳에서 해를 끼치는 사람들의 고통에까지 확장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생산성이나 수면 때문에 마음챙김 수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은 종교나 철학, 가상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로 지금 여기의 고통과 슬픔, 외로움,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챙김만이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때로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을 위한 진정한 해독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단한 수련과 연구를 통해 데스몬드가 얻은 깨달음이다.

명상 스승인 틱낫한 스님에게 배우고 공부해온 여정을 담아낸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매 순간 더 고요하고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끄는 도움말로 채워진 이 책은, 우리에게 자기 연민, 감사, 희망으로 인생의 많은 폭풍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누구와 비교해도 거칠고 힘겨웠다고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냉담한 여자친구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맛보아야 했던 절망감, 명상에 관한 책을 쓰는 동안에도 암과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과 마음의 흔들림 등, 팀 데스몬드는 과거의 경험은 물론이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고통이 일순간의 깨달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련법을 상황별로 차분하게 이끌어준다.

고통을 없앨 수는 없지만 고통에 압도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어떤 조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해 준다.





심리상담가이자 명상 수련자인 저자는 상담 사례와 자신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실제 상황을 예시하며,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문득문득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기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지난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괴로움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선택은 최선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 생각이 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함으로써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인도한다.

명상 수련을 통해 자신이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 발견하기, 불행을 다루는 기술, 오래된 고통 치유하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명상가이자 심리상담가인 동시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기획한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저자는, 세상의 번거로운 일들과 등지고 오로지 자기만족의 세계에 좀비처럼 머무르게 하는 도구로써의 마음챙김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며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명상 수련을 추구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내 고통의 근원에 있는 욕구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듯이 타인의 고통 역시 나와 같은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불안과 괴로움 등에 대처하는 명상수련법을 제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수련을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저항과 의식의 방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놓아두고 바라보거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명상 수련은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명상 중 일어나는 괴로운 감정이 너무 강하면 어떡하나?”

“‘이 수련은 도움이 안 돼. 난 이런 데 정말 소질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하나.” “생각이 이어지며 멈추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등과 같이, 명상수련을 하는 중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딴생각’이나 명상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목소리’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사안별로 세밀하게 알려주며, 각 개인의 기질별로 선택할 수 있는 명상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명상을 실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자 데스몬드는 우리 삶에서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져야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한 어리석은 행동들이 우리가 멍청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자신에게 있는 싫은 점들이 어떤 연유에서 비롯한 것이며,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전환의 순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자신의 아름다움 발견하는 것이고, 치유는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기억과 자책으로 인한 절망감, 어지러운 생각의 폭풍우를 고요하게 잠재우고 아름다운 자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이유가 다 사라질 때까지 행복을 미룬다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 스스로 행복해지지 않으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에너지도 얻지 못한다.

- p.27





인간은 항상 생명을 유지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대신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불완전한 모형을 근거로 최선을 다한다.’

- p.76

우리는 모두 남들이 어떤 보답을 바라서 혹은 부정적인 결과가 두려워서 우리의 청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나에게 흔쾌히 베풀게 만드는 비결은 나 자신의 욕구와 더불어 그들의 욕구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94

우리는 심지어 어떤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난 후에도 그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한다. 오늘은 끔찍해 보이는 일이 내일 일어날 멋진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엿 같은 경험이 미래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생각나지 않을 때, 나는 고통이 그 자체로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고통은 연민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름이다.

- p.128





우리는 모두 과거 세대로부터 전달받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서 있는데, 이 공장의 노동자로서 우리는 각자 두 가지 임무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전해진 아름다운 것을 모두 음미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과거 세대의 고통을 전환하는 일이다.

- p.144

치유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상처 준 일에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은 일에도 만족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도 않고, 우리가 그 일을 잊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 대신 치유는 우리를 현재로 데려다준다.

- p.160

우리 자신의 추한 부분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훨씬 쉬워진다. 이게 바로 우리가 느끼기에 나쁜 것이든, 어리석은 것이든, 비이성적인 것이든, 결함이 있는 것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수련이다.

- p.182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한 나의 이야기에 집착할 때 이는 내가 그 사람의 실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착한다는 것은 내 모형이 실제와 들어맞지 않는 경우에 내 모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는 뜻이다. 에잇, 빌어먹을 실제 같으니.

- p.198

마음챙김, 연민, 감사를 비롯해 모든 수련의 요점은 더욱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수련은 온전히 인간다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이는 인간이 경험하는 전체 범위의 것들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하는 감정 표현을 좁은 대역으로 제한하려는 것과는 상반된다.

- p.224




저자 : 팀 데스몬드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의 저명한 연구원으로,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기연민에 뿌리를 둔 전문 심리학(PROFESSIONAL PSYCHOLOGY)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거친 후 대학에 들어가 책으로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나서 직접 플럼 빌리지로 가서 수련하고 공부했다. 2011년 빈부 격차의 심화와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해 뉴욕에서 일어났던 시위인‘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의 공동 조직자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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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박정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생경한 단어 '휴탈리티(hutality)'는 첫 대면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인재의 잠재성을 의미하는 탤런트(talent)를 합해 인간의 본질, 기계와 달리 우리만 가지고 있는 해석 역량, 우리 안에서 나오는 인재성을 합친 뜻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저자 박정열은 프롤로그를 통해 이 단어가 어떻게 조합된 말인지는 밝혔지만 자신이 창안한 신조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독자로서도 의구심이 들지만 저자가 이 단어가 왜 이 시점에서 필요한지를 밝힌 것으로 보아 저자의 신조어로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단어가 아닌데 이렇게 정확하게 만든 과정을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의 제목으로 선택된 단어 휴탈리티의 뜻을 알고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전에도 아직 정식으로 등재되지 않은 단어를 주제로 왜 필요한가를 역설하는 저자의 뜻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사유의 리더'라고 말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고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AI 시대'에 돌입했고, 어떤 인재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얻었다.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바둑에 대한 얘기로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비유해 여기에 써둔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의 대국은 전 세계 바둑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관계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 판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파고에 패배, 인공지능 바둑의 놀라운 발전을 목격했다.

중국의 커제라는 바둑기사와의 대결은 한 판도 내주지 않고 3대0으로 끝냈다.

이후 세계 정상급 기사들은 물론 프로바둑 기사들도 인공지능 바둑을 교과서처럼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바둑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영원히 컴퓨터를 스승으로 모시고 살 수는 없다. 승부 자존심을 떠나서 스스로 만든 기계와의 경쟁에서 지다니. 이렇게 되면 인간의 존립을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당하게 되는 꼴이다.

이 지점이 저자가 고민해서 이 책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했다.

독자로서는 생경한 휴탈리티에 대해 배우고, 우리 시대 어떤 지식을 얻어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에 크게 공감한다.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완벽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어. 난 내 존재 자체로 경이로워지면 돼."

소설가 조지 오웰이 남긴 말이다.

나직이 자신에게 건네보자.

어떤가? 선물 같지 않은가?

내 존재 자체로 경이로워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공지능이란 슈퍼 기계가 등장하고 인간은 미래의 일자리를 걱정하며 위축되어 있다.

지금처럼 우리 인간이 저평가된 시대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마치 근대 산업화를 지나며 나타났던 ‘인간 소외’의 최신판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의 생존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업의 테마로 정하고 23년간 고민의 여정을 이어 오고 있는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의 저자 박정열은 나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의 여정을 통해 우리 삶의 존패 또는 번영의 스토리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제 그가 말하는 ‘휴탈리티’를 통해 기술이 진보해도 여전히 주목받아야 할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고, 기술보다 해석이, 데이터보다 의미 연결이 더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해마다 열리는 수많은 채용박람회장은 늘 인산인해이고, 학력도 높고 스펙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데도 말이다.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이 책에서는 인재는 누구인지 인재라면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역량은 무엇인지부터 알아나간다.



인재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 역량은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이다.

기술 역량은 외부로부터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해석 역량은 경험으로부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미 체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기술 역량이 데이터, 알고리즘, 생명공학을 통해 보다 나은 슈퍼 기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면 해석 역량은 슈퍼 기계와 우리의 관계는 어때야 하며, 슈퍼 기계를 어떤 용도로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기술 역량이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대한 것이라면 해석 역량은 우리의 어떤 욕구가 얼마나 충족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런 해석 역량은 감수성(sensing)과 감지성(sense making), 두 가지로 대별된다.

감수성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섬세한 촉과 같다면, 감지성은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만들고 연결하는 능력이다.

이렇게 볼 때 기술 역량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하지만 해석 역량은 갈수록 세련돼져야 한다.

인재라면 어때야 할까? 업데이트되는 지식과 기술을 잘 소화해 실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 계속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세상이 맺어야 할 유의미한 관계를 주체적으로 형성해나가는 사람이 바로 인재이다.

이에 따라 AI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는 배우고(learning), 배운 것을 폐기하고(unlearning), 새로 배우는 (relearning)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 데이터, 알고리즘에게 미래의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우리 인간의 모습은 〈루시〉,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 세상만큼이나 현실 세계의 변화도 무섭도록 빠르다.

이런 기세와 속도라면 머지않아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인간을 직업 시장에서 몰아내고, 세계의 부와 권력은 슈퍼 기계를 소유한 집단이나 개인의 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마도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는 우리 고유의 영역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AI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각각의 개별자, 즉 개인으로 존재한다. 개인(individual)이라는 영단어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 ‘더 이상 나뉠 수 없다’는 뜻으로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완전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이고 거기서 세상의 모든 의미와 권한이 나온다. 개개인의 독특함(unique)은 바로 경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에서 비로소 도드라진다.

데이터화되지 않기에 슈퍼 기계가 원천적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청정 지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이 진행되는 바로 그 지점, ‘감지(sense making)’가 시작되는 바로 그곳이다. 기술이 진보해도 여전히 주목받아야 하는 인간의 능력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휴탈리티(hutality)는 우리 인간 고유의 속성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와 인재의 잠재성을 의미하는 탤런(talent)를 합해 인간의 본질, 기계와 달리 우리만 가지고 있는 해석 역량, 우리 안에서 나오는 인재성을 뜻한다. ‘

휴탈리티’는 슈퍼 기계의 진보에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에 있을 인간 경험의 질감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해석의 힘을 가능하게 해준다. 빅데이터를 이기는 인간의 조건인 해석과 의미 연결은 휴탈리티를 통해 기능하게 된다.




아이폰을 처음 개발할 당시 애플의 직원들은 주당 100시간씩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모두 자발적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컴퓨터와 폰과 인터넷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손 안에’라는 신념을 이 세상에 실현하려는 내적 동기(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은 성장, 존중, 기여 및 관계 욕구)로 충만해 있었고, 그 일에 스스로(자율성 욕구) 몰입했다.

근로 시간의 길고 짧음에 대한 시시비비는 그들에게 의미 없었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그들은 평범한 존재의 순간을 넘어 더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며 이를 만끽했다.

20세기 미국의 화가이자 미술 교사였던 로버트 헨리(Robert Henri)는 내적 욕구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림 그리기의 목적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혹시 그림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며, 그리기 과정이 유용하고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예술 작업의 목적은 언제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 순간에 이르는 데 있다.”



그의 말을 단어만 조금 바꿔보면 아래와 같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하는 목적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혹시 성과가 나왔다면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며, 일하는 과정이 유용하고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일의 목적은 언제나 평범한 존재의 순간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 순간에 이르는 데 있다.’

내면의 동기부여 상태는 어떤 행동 그 자체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외부의 조명에도 여과 없이 우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 오직 내 안의 것들만이 나를 움직일 수 있도록 허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내적 욕구는 무엇인지, 그것이 외적 욕구와 자극들에 억눌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나의 안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실제로 우리는 본질을 캐내는 질문보다는 현상을 확인하는 질문을 압도적으로 많이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양은 적더라도 우리의 삶에서 진보를 일궈내는 것은 현상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본질을 깨내는 질문이다.

삶의 동력을 주고 의미 있는 여정을 계속하도록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야 한다.

본질적 자문과 이에 대한 성찰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사람은 삶을 이끄는 화수분 같은 동력이 흘러나온다.

그 동력은 몰입의 강을 만들고 창의의 바다로 연결되며 나의 ‘오리진(Origin)’을 끌어낸다. 이때 우리는 AI시대 생존력인 휴탈리티를 만나게 된다.



우리 각자가 가지는 인간 고유의 특유함에 대한 본질적 성찰과 그로부터 나오는 동력을 폄하하는 태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만든 것들에 의해 우리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그리고 숱한 복잡성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해온 최고의 동력 원천을 근원적으로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만큼 소외의 피폐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기계에 둘러싸여 기계와 비교되며 잦아들어버린 나만의 청정 영역인 휴탈리티를 찾고 밝혀 드러내야 한다.

- p.10, 「우리는 모두 저평가되어 있다」 중에서

기술 역량은 자신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발명한 것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능력이 없다. 진보한 유전공학 기술을 암 치료에 이용해야 할까, 슈퍼 히어로를 만드는 데 써야 할까,

우유 생산량이 대폭 증가된 젖소를 만드는 데 써야 할까에 대해 기술 역량은 말이 없다. 어떤 용도를 다른 용도보다 더 선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 역량은 중립을 고수한다. 이 이유를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해석 역량의 역할이다.

우리에게는 기술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 자신과 세상을 객관화해서 인지하고 의미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방향을 제시해 그 결과를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 p.37, 「인재를 검증하는 두 가지 역량: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 중에서



21세기는 우리를 해킹해서 우리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초기 관건은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소유하는가에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뭔가를 공짜로 자꾸 주어야 한다.

상호 이득이라며 공짜로 나누도록 하는 와중에 데이터 부스러기가 떨어진다.

이 데이터에 대한 미래의 진짜 임자는 당장 공짜로 뭔가를 제공한 자가 될 것이다. 데이터 소유자는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독점할 확률이 높다. 공유 경제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더 고도화된 소유 경제인 것이다.

- p.136, 「데이터를 소유한 자가 미래를 소유한다」 중에서

내재화가 잘 되지 않고 내사화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재화와 내사화의 갈림길에서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의미로의 전환’ 여부다.

자기 의미로 전환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인재상 제시의 세 가지 요소가 힌트다. 가치판단,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 이 세 가지가 모두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그 인재상은 내재화되지 않는다.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상태로 인재상이 제시되면 ‘자기 의미로 전환’하는 데 결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나 경험이 완전히 자기 의미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의미가 가치판단, 사실적 기준, 행동 지침이라는 세 겹 줄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 p.162~163, 「내재화 VS. 내사화」 중에서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으려면 경험에 대한 감수성과 감지성이 필요하다.

뭔가 세상에 대해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싶다면 우리의 감각을 최대한 동원해 열린 마음으로 경험을 수용하고,

수용한 경험을 맥락 속에서 감지해 프로네시스를 얻어내야 한다.

이 프로네시스는 결국 느낌표에서 나온다. 삶의 모든 국면에서 느낌표를 만들어내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 p.241,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어내는 법, 프로네시스」 중에서

저자 : 박정열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업의 테마로 정하고 지금까지 23년간 그 고민의 여정을 이어 오고 있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이어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철학, 경영학, 교육학의 학제적 통섭과 콜라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LAND, LG LEADERSHIP ACADEMY, INSIGHTGROUP, NEMOPARTNERS, KPMG를 거치면서 공공기관 및 중소대기업 약 109개 조직, 18,000여 명과 만나 소통하며 교감하였다. 학문을 통한 체계적 고민과 현장의 질감 있는 경험을 겸비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현재는 HMG(HYUNDAI MOTOR GROUP UNIVERSITY)에 재직하며 그 이해 여정을 더욱 심화(ENRICH), 확장(ENLARGE)시켜가고 있다. 최근 〈지식근로자의 일터학습민첩성 진단도구 개발〉이 한국인력개발학회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미래인재마인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여 인재 개발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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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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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이란 말은 들어본 독자라면 누구든 반대 개념의 '유토피아'를 떠올릴 것이다.

토마스 모어의 책 『유토피아』가 출간되면서 가상의 유토피아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당시 문학적인 추세가 됐다.

특히 19세기 후반 경제불황이 일어나면서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유토피아를 다룬 소설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반사회주의 유토피아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면?’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다룬 소설이 바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1895년에 출간된 H. G. 웰스의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이 디스토피아 소설 장르의 출발점이다. 이 책에서는 한 캐릭터가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인류가 완벽한 사회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그것은 괴물들로 가득한 끔찍한 사회로 판명된다.

웰스의 책에 영향을 받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We)』,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조지 오웰의 『1984』 등이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드러낸 소설로 유명세를 탔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관이나 두려움, 불의에 맞서 싸우려는 욕망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부패한 정부, 뭔가가 잘못된 세상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하도록 만든다.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을 만큼 이상적인 곳을 뜻한다면 디스토피아는 불쾌하고 좋지 않은,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법한 사회를 뜻한다.

정혁용 작가의 『침입자들』이 디스토피아 소설에 속한다고 독자로서 주장해도 크게 비판받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평범한 택배기사다.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을 입고, 카트를 끌며, 엘리베이터보다 빠르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평범한 택배기사.

하지만 그가 얼마나 평범한지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마저도. 사람들은 그저 그가 활동하는 지역의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게 업계의 관행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줌의 위로, 먼지만 한 한 줌의 위로이다. 그만큼 그는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부딪히게 마련이고, 각자 비밀을 감춘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택배기사를 죽이고 싶은 우울증 환자,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는 동네 바보, 경제철학 공부를 강요하는 노망난 교수와 미모를 자랑하는 손녀,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들과 지옥에 빠진 가난한 인생들…….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의 목소리가 죽어버린 오늘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오래된 낭만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위의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고, 바로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간절한 목소리로 답을 갈구하고 있다. 『침입자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행운동’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버림받은 천사 미하일처럼 어느 날 갑자기 강남고속터미널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택배일을 시작한 이유는 오직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이름 ‘행운동’. 행운동은 그가 맡은 택배 관할 지역이다.





행운동은 평범한 삶을 갈구한다. 일이 있으면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과거를 벗어던지는 삶. 그래서 행운동은 자기 주변에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한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그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운명은 그의 인생에 한 걸음 더 다가오고, 눈 감으면 눈 감을수록 더욱 환하게 나타난다. 그것도 매우 기이한 모습으로. 매일 같은 벤치에 앉아서 택배기사를 기다렸다가 담배 한 개비를 빼앗아가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지껄이는 동네 바보,

난데없이 택배기사를 끌고 가 경제철학 강의를 늘어놓는 노망난 노교수,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빈곤과 가난의 중간에서 삶을 저울질하는 폐지 줍는 소녀까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읽을수록 궁금해진다. 행운동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는 그의 일상에 무례하게 침입하는 사람들을 막아내지 못하는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행운동에게 허락되지 않은 운명은 무엇인가? 끝내 그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면서 서로의 가슴을 상처를 낸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주변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건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혁용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건조하다. 그의 소설 속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은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리고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다가와서 독자의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건 주인공이다.

어둠이 클수록 빛이 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주인공이 던지는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읽는 이의 정신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은 독자들은 알 수 있듯이 건조한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소통은 활발하지만 영혼은 고립된 현대인들이 이 소설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을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믿는다.





물론 독자들이 그런 거창한 주제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책을 볼 의무는 없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

대가는 지불할 생각이에요. 한 번 만날 때마다 백만 원. 결정은 제 얘기를 듣고 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구미가 당겼다. 돈은 날로 먹을수록 좋으니까. 돈의 가치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피땀을 흘려서 번다? 피땀이 아깝다.

노동의 가치? 그런 건 브런치나 먹으며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나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되도록 날로 먹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뿐이다. 안타깝게도 흙을 파먹고 사는 재주도 없고.

“그러니까 당신 얘기는, 커피나 마시면서 얘기나 들어주면 백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까? 듣다가 심심하면 당신 모자나 들어주고?”

“모자는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맞아요.”

여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건 심심해서 나한테 뿌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걸 횡재라 한다. 그러니 당장 대답할 수밖에.

“거절하겠습니다.”

“왜죠?”

“공짜는 믿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은 탓이겠죠.”

- pp.114-115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기사님처럼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버텼을지도 몰라요.”

씁쓸한 얼굴로 마스크가 말했다.

“남자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지뢰밭을 건너는 거예요. 남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걷거나 뛸 때 말이에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몇 번씩 지뢰가 터지고 나아가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친절한 남자라도 쉽게 믿을 수가 없게 돼요.”

마스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된다는 뜻이에요?”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될 리가 없죠. 밤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고,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택시를 타도 기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의 성난 전화도 무서워해본 적 없고, 직장이나 모르는 남자의 성희롱을 견딘 적도 없고, 남자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힘들여 쟁취한 적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습과 싸워 얻어야 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살아온 이의 공포나 괴로움을 이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전 누군가를 짐작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 pp.179-180





“말귀를 좀 알아듣는 오빠일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겠네. 일단 가볍게 마사지 좀 받고 시작할래요? 김 군아!”

망치가 뒤로 빠지자 투피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나머지 떡대들 쪽을 보았다.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이 녀석이 김 군이었다. 궁금증은 풀렸다.

“김 군아, 이 오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마사지 좀 하고 시작하자.”

투피스의 말이 떨어지자 떡대가 나의 몸통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맞는 건지 해머로 맞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왜 그랬어요?”

고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투피스가 다시 물었다. 눈물이 핑 돌고 척추부터 머릿속까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고통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어요?”

투피스가 같은 말을 또 물었다.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쇼. 그러면 없는 사실도 다 말해줄 테니까.”

가까스로 힘을 짜내 투피스를 보며 말했다.

“뭐죠?”

투피스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어와 목적어.”

- pp.258-259





마지막으로 이 책의 차례와 간단한 작가 소개를 덧붙인다.

1. 바닥이 있다면 아직, 진짜 바닥은 아닌 거지

2. 부탁을 하면 부탁을 들어주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고

3. 돌부처와 코알라의 시간

4. 패배자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5.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 된다

6. 오늘도 파도는 높이 일렁인다

7. 난장판에 울리는 축배의 노래(1)

8. 아담하고 조용하게 누가 죽어나가진 않고요

9. 나비를 잡으러 다녔나요

10. 울음이 타는 강가에서

11. I might be crying

12. 진리와 진실은 다르다

13. 우리 사이에는 은혜도 빚도 없다

14. 이건 협박이 아니야

15. 오늘 당신의 나의 과거를 원하니

16. 호밀밭의 파수꾼

17. 게이를 마시는 것도 아닌데

18. 난장판에 울리는 축배의 노래(2)

19. 지옥에 빠진 인간들

정혁용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죽는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했다. [한겨레] HOOK에 칼럼과 장편, 『신들은 목마르다』를 연재했다. 어쩌다 보니, 2011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종심, 2019년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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