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 남난희의 지리산 살이
남난희 지음 / 마인드큐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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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의 신이자 나의 부모, 나의 연인이고, 영원한 ‘내편’이다. 나에게 산이 그러하듯, 누구에게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꼭 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대상에게 정성을 다하고,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다 보면, 누구나 덜 아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산에서 위로를 받고 산에서 행복하듯, 당신도 그런 대상과 함께 하며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는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있는 산악인 남난희의 네 번째 책으로, 그녀가 10년 만에 내놓는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걷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그리고 시골살이의 행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라는 시구가 저절로 떠오른다.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고 큰 산.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그저 산이 좋아 산에서 사는 거라는데 왜 독자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난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이라는 것(1984년)과,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을 오른 사람이라는 것(1986년), 그리고 ‘금녀의 벽’이라 불리던 설악산 토왕성 빙벽을 두 차례나 등반한 사람이라는 것(1989년) 등이다. 그렇게 ‘오르는’ 산을 추구하며 산악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남난희였지만, 지금은 오르는 것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리산 자락 ‘낮은 산’에서 더 많은 산을 만나고 더 깊은 산과 교감하며 살고 있다.

그의 그러한 지리산살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 저자는 ‘산악인’이라기보다 ‘걷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을 운영하고 있고, 지리산걷기학교에서도 교장을 맡고 있다.

곧 출범을 앞둔 ‘사단법인 백두대간평화트레일’에서도 이사장을 맡아 활동할 계획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걷기’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 저자의 『하얀 능선에 서면』(1990년)이 높은 산을 지향하고, 『낮은 산이 낫다』(2004년)가 낮은 산을 바라본다면, 이번 책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는 그 높고 낮음의 경계가 다 지워진 ‘넓은 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딱 한 번 지리산에 오른 적 있는 독자로서는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산'이 돼버린 지리산. 그곳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다.

산악인에게는 다를지 몰라도 지리산은 엄청나게 큰 산이다. 높이도 그렇지만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린 산맥의 마지막 부분에 자리잡아선지 산세도 험하고(등산 경험이 별로 없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어울리는 상황을 내려다봤을 때 오히려 공포감이 들기도 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다시는 안 온다는 생각을 했겠는가. 그러나 산악인에게는 마치 안방처럼 느껴질 정도라니...

그곳에 살겠다고 결심한 저자의 모습을 그려보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전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산에서 생활의 각종 모습,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글을 써 부럽기도 하다. 그의 다정하면서도 자세한 안내를 따라 그때 맛보지 못했던 지리산에 푹 빠져드는 일은 일종의 행운처럼 느껴진다.

지리산의 사계를 찍은 사진도 책 곳곳에 배치해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사치도 누려본다.





남난희 그가 산악인으로 호칭되는 것은 단순히 지리산에 살아서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거슬러올라가 그의 등산 이력이 밝혀준다. 그의 산에 대한 사랑과 고집은 아마 이때부터 시작됐으리라. 그래서인지 산에 대해 아는 것도 많다.

걷다가 맷돼지를 맞닥드렸을 때의 상황을 묘사한 글에선 정말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그 상황이 아른거려서 긴장케 한다.

덩굴식물은 자세히 보면 한 방향으로만 감고 올라가는 듯 보인다. 지구의 자전때문인지? 어쨌든 한동안 산을 오가며 내가 확인한 덩굴은 모두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으며 올라가고 있엇다. 예외는 없다. 독자는 덩굴식물의 방향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앞으론 덩굴식물을 보면 감고 올라가는 방향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어미새의 다급하던 목소리는 애처로움으로 바뀌었다. 고양이 놈이 나를 보고 놀라서 도망가며 남겼을 아기새의 신체 일부일 것 같은 무언가를 물어다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장작더미 위에 갖다 놓고는 그것이 살아있는 새끼인 양 벌레를 물어나르기 시작했다. 더 부지런히, 더 열심히. 아비새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내 집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던 새들이 순식간에 고양이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본 장면은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이 또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참견할 수 없는 거겠지... 속 깊은 마음까진 헤아릴 순 없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음을 알게 됐다. 지리산살이의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을까. 버티기 힘든 고통 또한 조금씩 산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터. 혼자서 산에 살다보면 무서운 일도 있고, 외롭기도 할 텐데 치유를 위해 산을 택한 것 같아 더 가슴이 찡하다. 험한 산행도 많이 했으니 산에서의 생활도 잘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없다.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닐지.. 길게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애써 감추려 하는 부분이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동물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그들만의 삶과 사이클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는 등 우리가 본받아야 할 많은 것을 배웠다.

마치 내가 잠시 여기에 살짝 얹혀살다 떠날 거란 생각으로, 유난스럽지 않게 산생활을 하고, 산을 걷고 산이 허락하는 만큼만 누린다는 신념은 산에 대한, 산이 품은 모든 것에 대한 사랑 없이는 생기지 않을 것이리라.





"산은 제게 운명인 것 같아요. 누구나 산에 가고 싶어하지만 제 경우는 산이 저를 받아줬다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산에게 감사하며 삽니다. 젊은 날의 나는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지금의 나는 산에게 감사해요. 사람들이 지금 나 사는 것을 보고 이렇게 TV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면, 누가 전화기 만들고 누가 공장 돌리느냐 하는데요. 다 나처럼 살아라 말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세상이 된다 생각해요. 여긴 제 자리고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그의 이런 인생관은 산을 사랑하고 산과 함께하는 사람이 지닌 산의 품성을 닮았다.

"산은 예수님, 부처님처럼 대답이 없잖아요. 산이란 게 대답이 없어 좋고 그래서 나에겐 산이 일종의 종교예요. 그런데 아무리 혼자 다녀도 사람을 만나야 이야깃거리가 나와요. 나 같은 사람은 산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나니까 산이 참 고마울 수밖에 없지."

"젊을 때 나는 열혈 알피니스트죠. 세상에 오르고 정복해야 할 존재가 산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산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은 안줄에 두지도 않았죠.오로지 오르고 올랐다 할까요. 하지만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도 개인적인 여러 곡절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산이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냥 묵묵히 들어주고 받아주는 포용해주는 산에게서, 나또한 그렇게 살아야겠디는 걸 느꼈습니다."





저자 : 남난희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 교사, 지리산걷기학교 교사, (사)백두 대간평화트레일 이사장.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81년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1984년 1월 1일부터 국내 최초로 76일 동안 백두대간 단독 종주에 성공하여 산악계의 샛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세계 최초로 해발 7,455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뒤 ‘금녀의 벽’으로 불리던 350미터의 국내 최장 설악산 토왕성 빙벽 폭포를 두 차례나 등반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1994년부터 지리산에 내려와 살다가, 2000년 강원도 정선에서 일반인을 위한 자연 생태 학습의 장인 ‘정선자연학교’를 세워 교장을 맡았다.

그러다 2002년 여름 태풍 루사가 온 나라를 휩쓰는 바람에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룬 모든 것을 잃고 나서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현재 지리산학교와 지리산걷기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국제적 수준의 트레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백두대간 단독 종주의 기록 에세이 『하얀 능선에 서면』과 산문집 『낮은 산이 낫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한 57일의 백두대간 등산 에세이 『사랑해서 함께한 백두대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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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4
찰리 N. 홈버그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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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상상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마법과 독창적인 세상의 모습에서 자신이 주인공처럼 활약하는 듯 몰입함으로써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 마니아가 돼 간다. 독자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화처럼 현실성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어쩌면 현실 삶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 풀이해도 될 듯하다. 그러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해리포터』를 접하면서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포터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로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가 더 끌렸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해리포터 이후 한동안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다가 이 책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를 접하면서 다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디즈니에서 영화화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디즈니가 '눈독' 들일 만큼 스토리나 배경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판타지 팬들을 흥분시킨 화제작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화려한 마법으로 판타지 소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작가 중 한 사람인 찰리 N. 홈버그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기발한 세계관으로 판타지 팬들을 열광시켰다.

독자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과 다른 판타지의 세계관에 '몰입하는 재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재료들-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기대를 충족시킨다. 찰리 N. 홈버그가 창조한 독창적인 마법 세계관이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독자를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져들 수 있다.

이 책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전작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에 이은 4번째 작품이다.

전작 세 작품을 통해 저자는 로맨스, 성장소설, 복합적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발굴하고 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줬다. 특히 독자는 세 번째 작품에서 모든 재료의 마법을 다루게 된 시어니가 사건을 해결하며 '다양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스릴감 넘치는 액션 장면 묘사, 주인공의 독창적인 마법의 세계에 매료됐다. 4번째로 나온 이 작품은 전작 3편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마법을 선보인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앨비 브레켄마커'라는 소녀다. 미국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 이 소녀는 수학과 과학기술에도 뛰어난 데다 당차고 똑똑하다. 시어니는 처음엔 종이 마법을 탐탁치 않았지만, 앨비는 처음부터 플라스틱 마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플라스틱 마법이 여러 마법 분야중 가장 핫한, 새 분야라 흥미진진한 모험이 되리라 믿었다.

바람대로 영국의 유명한 플라스틱 마법사인 프래프의 견습생 자격을 얻어 유학길에 오른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 The Plastic Magician』의 시작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작가 중 하나인 찰리 N. 홈버그가 본편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마법들을 선보인다.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시어니와 에머리가 결혼한 이후의 마법사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온 당찬 마법사 견습생 앨비 브레켄마커가 마법 발명 대회를 준비하며 플라스틱 마법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시리즈〉 1~3권이 눈부신 마법과 화려한 액션을 바탕으로 마법 판타지 소설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다양한 마법들이 마법사들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조금 더 면밀하게 묘사한다.



새로운 마법을 위해 마법사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치 실제로 마법 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찰리 N. 홈버그가 만들어낸 세계관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온 천재 마법 소녀 앨비 브레켄마커의 당찬 매력과 풋풋한 로맨스도 볼거리다. ‘플라스틱 마법은 여자가 하기에 어렵다’는 말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발명품을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앨비의 모습을 보면, 매일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그녀를 누구보다도 응원하게 된다.

시어니와 에머리의 성숙한 로맨스와 대비되는, 사랑에 서툰 앨비의 로맨스는 지켜보는 내내 덩달아 설레고 흐뭇한 마음이 든다. 시어니와 에머리를 포함하여 1~3편에 나온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본편과 외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면서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시킨다. 시리즈의 메인 주인공 시어니와 에머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장할지를 기대하며 읽는 것도 외전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시어니와 에머리의 깜짝 등장은 본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했을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찰리 N. 홈버그는 이번 책에서 앨비의 성장과정을 통해 그동안 작품 속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마법들의 기원이 어떻게 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우정, 사랑, 용기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마법 연구와 발명의 기원이 된다는 점은 우리에게 마법이란 과연 무엇인지 돌이켜보게 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마법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일상 속의 마법같은 순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찰리 N. 홈버그는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법보다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가는 마법의 발명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의 대단원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세계관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의 이야기를 더욱 완전하게 마무리 지었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재료들-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기대를 충족시키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독자는믿는다.



저자 : 찰리 N. 홈버그(Charlie N. Holmberg)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소설가. 1988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태어나 세 명의 자매와 함께 〈스타트렉〉의 팬으로 자랐다. 브리검영 대학교에서 영어와 편집을 전공했고 졸업 후 수년 동안 출판사 편집자 겸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했다. 2014년 첫 장편소설인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을 펴냈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출간 예정이고, 디즈니플러스와 영화 판권 계약이 되었으며, 세 번째 시리즈 《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는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은 책으로는 《윌 앤 와일즈The Will and the Wilds》, 〈누미아Nummia〉시리즈, 《황금 정맥Veins of Gold》, 2018년 위트니상 수상작《다섯 번째 인형The Fifth Doll》, 《달콤 씁쓸한 마법Magic Bitter, Magic Sweet》, 2016 RITA 어워드 베스트 청소년 로맨스 후보작《서리가 따르다Followed by Frost》 등이 있다.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안경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며, 현재 반려견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 유타주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김지원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여성의 설득》, 《오버스토리》, 《나의 살인자에게》, 《지구 100 1·2》, 《루미너리스 1·2》, 《티어링 3부작》,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비하인드 허 아이즈》, 《7번째 내가 죽던 날》, 《리허설》, 《비밀을 삼킨 여인》, 《오버스토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는 《바다기담》과 《세계사를 움직인 100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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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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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은 무한한 친절과 배려가 아닌 단호한 선 긋기에서 나온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쌓고 접촉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요구와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혹사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일을 망칠 것 같을 때는 ‘미안하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의 집필 취지가 드러나는 이 서문은 굉장히 당연한 말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이 평범한 진리 같은 말을 독자는 진작 숙지하지 못하고 대인 관계에서 많은 실패를 거듭했을까 성찰하게 한다.

성격 탓이기도 했겠지만 대인 관계에서 '선 긋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독자처럼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다. '내가 거절하면 나를 싫어할 거야' '난 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선 긋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독자 스스로 과거의 수많은 실패와 손해를 성찰할 기회가 이 책으로부터 주어진 셈이다.





30년 동안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고 심리 치료를 해 온 룰프 젤린은 상담실에 찾아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책임감 강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더 친절해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걸까 의아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아무리 졸려도 상대가 할 말을 다 끝낼 때까지 전화를 끊지 못한다. 이토록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 독자는 이 대목에서 마치 '나를 상담하신 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그들이 끝없이 챙기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확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이 책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일, 사랑, 가정, 우정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은 보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지나치게 간섭하는 가족, 친하다고 해서 선을 넘는 친구, 나이와 직급을 무기로 함부로 대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힘들어 한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스스로를 지켜야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가 멀어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싫어도 좋은 척한다.





이 책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됐다. 단호하지 못한 사람은 늘 대인 관계에서 손해만 보는 실패에 가까운 행위를 중단하지 못하는가를 설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Chapter1.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Chapter2. 거절합니다,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Chapter3.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Chapter4. 누구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지 마라


더 이상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솔직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나 불친절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배려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롤프 젤린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를 존중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라고 말한다.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관계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섬세하게 조율할 때 만들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람들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 좋은 관계를 해치게 될까봐 불안해한다.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면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섭섭해 하지 않을까?” 등등.

그래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고 착하고 온화한 모습만을 보여 주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욕구를 따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욕구부터 충족시켜 주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상처를 스스로에게 입히게 된다. 남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은 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내 가족이 상처받는 것은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내가 원하는 일은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경고는 이어진다. 단호한 태도를 이기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 혹은 조직을 위해 손해를 감수할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단호해지는 것의 최종 목표는 나를 지키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그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기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는 있다.

또 부탁을 거절해서 상대를 섭섭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오래도록 힘들게 하고 상처 입힐 것 같다면 경우에 따라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라.





저자는 말한다. “단호해지는 것은 이상적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존중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 쓸데없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싫어도 좋은 척, 화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해 온 사람,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 상처받아 온 사람들에게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 준다.





한계침입자들의 공통점은 선을 긋는 행위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선을 긋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말하며 그로 인해 자신이 희생자가 된 것처럼 연기한다.

- 「한계침입자들이 우리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방법」 중에서


무리한 호의는 자신의 한계선을 넘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의 한계선까지 침범하게 만든다. 요청한 적 없는 도움은 지배와 간섭을 의미하고 상대에게 지나치게 베풂으로써 도움을 받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지도 모른다.

-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보살펴라」 중에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희생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 사항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쉽게 포기해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되거나 그들이 원하는 일을 먼저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자신이 훌륭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안다.

- 「호감 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인가」 중에서





단호해지는 것의 최종 목표는 나를 지키는 것이지 모든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의를 제기하고 자기 주장을 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클 때는 갈등을 피하는 편이 낫다. 나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의견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전면전을 펼치는 것보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기습전을 준비하는 것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 「싸움에서 이기려고 단호해지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는 일은 어렵다. 누군가 우리를 소유하려고 할 때 우리는 강렬하게 저항하지만, 가까운 관계에서는 죄책감이 작동한다. 그 사랆이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마치 사랑의 징표라도 되는 것처럼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심지어 부모라고 해도 인생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정도로 희생해서는 안 된다.

-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에서





저자 : 롤프 젤린


독일 최고의 관계심리 전문가. 다름 슈타트 공과대학에서 건축학 디플로마(학·석사 통합 과정 학위)를 취득한 후 13년간 건축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직업상 하루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몇 명씩 만나며 늘 시간에 쫓겼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 점점 힘들고 어려워졌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솔직한 감정을 숨기며 더 많은 일을 떠안고 늘 손해를 감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대로 자신을 혹사시키며 일한다면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인간관계에 치여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치유해오고 있다. 롤프 젤린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HSP 연구소HIGHLY SENSITIVE PERSONS INSTITUTE를 운영하며 심리 상담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과 기질, 능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여유와 능력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심리 치료와 관계 코칭을 접목한 자기 한계 설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심리 치유 프로그램으로 독일에서 크게 호평 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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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간, 성과 - 일 잘하는 시간관리 습관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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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최근 십수 년간 한 직장에서 일을 했다. 한 분야에서 십수 년이 되다보니 일의 전체적인 윤곽과 개별적 지식은 한눈에 꿰고 있다.

회사에서도 그동안 성과와 경륜까지 인정하면서 이른바 승승장구했다. 더욱이 조그만 회사 창설 멤버로 독자의 사생활까지 알 정도로 회사 대표와도 친밀한 관계다. 나름대로의 맡은 일에 대한 자신감도 있어서 모두 독자에 대한 믿음이 꽤 강한 편이라고 자부한다.

이젠 스스로 발전하지 않으면 오래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회사 규모도 안정적으로 커졌다. 중소기업이지만 흑자로 꾸려갈 정도로 탄탄한 회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성장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된다는 '성장론'은 기업의 생리인 것 같다. 그래서 업무보다 업무외적인 계발에 더 힘쓴게 된다.

이번에 택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시간관리팀이 펴낸 『일, 시간, 성과』는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계발 책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직장에서 베테랑이 되어갈수록 명확히 알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곧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장인들 대부분은 시간관리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일의 가치’와 ‘시간제한’이라는 두 요소를 바탕으로 일의 유형을 ‘본질적 업무’, ‘미래준비성 업무’, ‘단발성 업무’, ‘보조적 업무’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일의 성격이 다른 만큼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읽기만 하면 바로 익힐 정도로 체계적으로 펴낸 책이다.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탐구하는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온 연구팀은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관리법으로 ‘몰입’, ‘투자’, ‘통제’, ‘축소’라는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며, 더불어 ‘70 : 15 : 10 : 5’라는 4가지 업무 구성의 황금 비율도 알려준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의 시대,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여 성과를 높이는 ‘일, 시간, 성과’의 명쾌한 방정식도 보여준다.





첵에 따르면 바다 건너 유명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제일 먼저 시간관리부터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시간관리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더욱이 학교도 아니고 직장에서 시간관리법을 배울 기회를 갖기란 특별한 운이 따라주지 않고선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직장에서 근무연수가 늘어나고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함께하는 경험이 쌓여갈수록 명확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 곧 성과가 높은 사람들은 시간관리를 잘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역도 성립하느냐고 묻는다면 직장인들 대부분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어느 곳에서보다 시간관리가 중요한 직장에서, 일과 성과를 결정짓는 시간관리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습득할 기회가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놀라운 동시에 안타깝다. 이 책은 누구도 쉽게 가르쳐주지 않지만, 몰라서는 결코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직장에서의 시간관리 해법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현장의 고민을 듣고 그 해법을 모색해온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은 또 우선적으로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일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업무를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우리는 직장에서 매우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주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수시로 다른 부서나 상사, 동료의 업무 협조 요청에 응해야 하고, 후배에게 업무를 가르치거나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자료의 정리와 공유, 일정 점검, 회의록 작성 등등 자신의 성과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조직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다양한 업무도 있다.

이처럼 한정된 시간 속에 다양한 층위의 복잡한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업무를 판단하고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일 것이다. 연구팀은 ‘일의 가치’와 ‘시간제한’을 두 축으로 하여 크게 ‘본질적 업무’, ‘미래준비성 업무’, ‘단발성 업무’, ‘보조적 업무’ 4가지로 직장에서의 일을 구분하고, 일의 가치와 특성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시간관리를 고민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먼저, 본질적 업무를 위해 연구팀이 제시하는 시간관리 키워드는 ‘몰입’이다. 본질적 업무는 개인이 맡고 있는 본업과 주요 과제를 뜻한다.

관련하여 제1장에서는 업무계획을 세우고 오류를 관리하는 방법,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시간을 배분하는 방법, 그리고 방해물을 제거하여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방법,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 등을 다룬다.

더불어 과도한 몰입으로 인한 번아웃 예방법 등 자칫 예사롭게 생각하기 쉽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컨디션 조절법과 에너지 관리법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다음으로, 미래준비성 업무를 위한 시간관리 키워드는 ‘투자’이다. 미래준비성 업무는 당장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 현재 꼭 수행해야 하는 장기적 과업이다. 그만큼 중요한 업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시간의 압박이 없기 때문에 간과하거나 놓치기 쉽다. 관련하여 제2장에서는 자신의 경쟁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강점을 발전시키는 방법,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상호 학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후배 육성의 가치와 맞춤형 방안에 대해서도 다룬다.





단발성 업무를 위한 시간관리 키워드는 ‘통제’이다. 단발성 업무는 다른 부서나 상사, 동료로부터 업무 협조, 회의 참석, 자료 제공 등을 요청받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일시적이나 시간제한이 있고 예측하기가 어려워 무작정 이를 수행하다 보면 자신의 본질적 업무를 방해받기 쉽다.

관련해서 제3장에서는 단발성 업무를 최대한 예측하고 대비하는 방법, 허용과 거절의 기술, 똑똑하게 협업하는 법 등을 다룬다. 더하여 단발성 업무로 인한 불편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대처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보조적 업무를 위한 시간관리 키워드는 ‘축소’이다. 보조적 업무는 자신의 본업을 잘 수행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서, 반복적인 것이 많고 아무리 잘해도 티가 나지 않지만 수행하지 않으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관련해서 제4장에서는 이메일 다이어트 등 보조적 업무를 효율화하는 방안과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과 도구를 살펴본다. 또한 스스로 시간압박 가하기 등 보조적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알아본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4가지 업무 유형별 시간관리법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4개의 기둥 각각은 시간관리 전문가들의 다양한 주장과 심리학 및 조직 이론 등을 망라하여 분석한 토대 위에 튼튼하게 세워져 있다. 예컨대 본질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첫 번째 ‘계획 세우기와 우선순위 정하기’를 제시하는데, 업무목표 및 계획 수립과 관련해 ‘이마이즈미 히로아키의 만다라트 기법’, ‘조지 도런의 SMART 방법론’, ‘앤디 그로브의 OKR 툴’ 등의 대표적인 목표관리법을 소개하거나 우선순위 선정과 관련해 ‘데이비드 앨런의 GTD 시스템’, ‘아이비 리 방법’,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ABCDE 방법’ 등을 설명하면서 독자들 스스로 더 적합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녹여내어 한 권으로도 충분히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밖에도 ‘일과 생활의 균형’과 ‘성과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기업 현장에서 시간관리에 가장 목말라하는 관리자들의 요청에도 부응하고자 하였다. 그에 따라 각 장의 소단원을 관리자를 위한 ‘리더십 가이드라인’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업무수행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리더십 실천방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실무적으로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직장에서의 일은 이 4가지 업무를 저글링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저글링을 잘하는 이들의 특별한 노하우는 없을까?

연구팀은 4가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관리 방법을 설명하면서 오랜 연구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얻은 업무 구성의 황금 레시피를 함께 알려준다.

물론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누설하는 비법은 본질적 업무에 70%, 미래준비성 업무에 15%, 단발성 업무에 10%, 보조적 업무에 5%의 시간을 할애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시간관리 스킬이 제시되어 있다. 그 모든 방법론을 한순간에 익히고 실천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론을 고민하고 적용하여 한 가지만이라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성공적인 시간관리로 가는 길도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오늘 업무의 우선순위를 적어보는 작은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똑똑한 시간관리를 위해 이 책이 권하는, 사소하지만 힘 있는 시작 방법이다.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이런 작은 습관이 직장에서의 시간관리가 편해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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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대부분 조문객의 신분으로 찾는다. 독자 역시 조문을 위해 찾은 장례식장은 대한민국 전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어느 곳이든 장례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찾아오는 삶의 마무리 의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건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죽음이 비극이고, 슬픈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어둡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예식 분야 담당자는 슬퍼만 할 수 없는 일이고 가끔은 너무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유도하려 엄숙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독자도 부모님을 최근 10여년 내 모두 여의었다.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보고 장레를 치렀지만 슬픔과 두려움에 장례 절차 따위는 주위에서 하는 대로 방관했다. 그래서 장례식을 치르는 시신부터 장지에 묻힐 때까지의 과정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그때 그 분들이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을 추슬려봤을 뿐이다. 다시 한 번 장례식을 도와준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제목마저 무척 가볍게 다뤘지만 글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폭로성 글로 읽히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저자가 너무 무겁지 않게 쓰려는 흔적이 보일 뿐 내용은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는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TOP10에 진입하며 대만에서 돌풍을 일으킨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20대 청년의 자전적 일화 모음집으로,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블랙 유머 넘치는 코믹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냈다. 저자 다스슝은 매일 시체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명랑하고 낙천적인 인생관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을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라고 칭하면서도, 자기 일을 좋아하고 현재의 삶에서 기쁨을 찾는다.

이런 저자의 태도는 총 57편에 달하는 짧고 유머러스한 경험담 속에 강렬한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보고 들은 죽은 자들의 갖가지 사연과, 시신 복원사나 장의사, 시신 운반사, 안치실 경비원 등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면들, 그리고 이 세계에서만 겪을 수 있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괴담 등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흥미로운 소재를 풀어내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발랄한 문체, 탁월한 글 솜씨가 인상적이다. 이미 이 책을 읽은 독자의 평대로, 한 번 펼치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글의 매력이 느껴질 것이다.





장례식장이라 하면 흔히 어둡고 무겁고 슬픈 장소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다스슝의 시선을 통과하는 순간 이곳은 가볍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따뜻하고 흐믓한 세계로 변모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장례식장에서도 손님들에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가 “내 가족이 죽었는데 넌 반갑냐?”라는 타박을 받고, 어두운 새벽녘 순찰을 돌다가 “나 좀 도와줘”라고 붙드는 여자의 손을 무서워 뿌리치고 도망쳤다가 다음 날 쓰레기 치우는 할머니로부터 버르장머리 없는 청년으로 꾸지람을 듣는 등, 어딘가 허술한 20대 청년이다. 그는 가난하고 못 배웠고 부자가 되겠다는 꿈도 없으며 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라고 칭하는 사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일을 좋아하고 일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낙천적이고 소탈한 사람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오싹한 일조차 저자의 시선을 통과하면 기이하면서도 우습고 이상하면서도 따뜻한 일들로 바뀐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은 매일 시체를 나르거나 꿰매거나 안치실에 보관하거나 경을 읽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그들은 냉정하고 과묵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귀엽고 명랑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등장한다.

시신 복원사인 여자는 머리의 반쪽이 없는 시체에 충전재를 넣어 봉합하는 일을 하면서도 바퀴벌레는 무서워하는 만화 같은 인물이고, 24시간 대기조로 살며 시체 운반 차량을 모는 기사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언젠가 경험담을 모아 책을 낼 꿈을 꾼다.

가슴팍에 용머리를 문신한 미남 기사는 “전에는 칼로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시신 운반 차량으로 사람을 이쪽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며, 직업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젊은 날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는 기회로 삼는다.

독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으스스한 괴담들도 들려준다. 죽은 시신의 장례를 정성 들여 치러줬더니 보답처럼 위패 앞에 세 개의 숫자가 쓰인 종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게 로또 3등 번호였다든지, 편의점 창가에 스친 여자애의 얼굴이 낯익어서 떠올려 보니 안치실 관속에 누워 있던 그 얼굴이었다든지. 여름밤 더위를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 실화들로 가득하다.





시신의 생김새에 따라 별칭을 부르는 것이 불편할 사람도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평생에 한두 번도 시신을 접할 일이 없는 사람과 매일 몇 차례씩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감정상태가 같을 수 없으며, 직업적으로도 그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장례식장’은 사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장례식장 직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각자의 선입견과 신비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이 특수한 공간에서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생히 묘사하면서, 현장의 실태라든가 죽음을 처리하는 이 시대의 방식을 간접적인 형태로나마 알게 해주는 매개가 된다.





그렇다고 르포 에세이처럼 고발성 짙은 글은 아니다. 오히려 블랙 유머와 인생 교훈이 교차하는 코믹한 철학 에세이에 가깝다.

킥킥거리며 빠르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문체와 탁월한 글 솜씨에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원래 이 책은 대만 유명 사이트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장례식장 직원의 별별 사건>을 모아서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웹상에서 연재될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저자의 글은, 내용이 추가되고 정리되어 출간된 이후에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와 유머, 타인에 대한 호의를 잃지 않는 저자의 인생관은 에피소드마다 진하게 배어 있어 독자의 마음도 덩달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줄 것이다.





유가족들이 자리를 뜨자 장례업자는 슬쩍 몸을 돌리더니 할머니 손에서 반지를 빼 곧장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화장터에 가지도 않은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사실은 화장터 동료가 그날의 일을 말해줬다.

반지를 몰래 가져가는 일이 아주 없진 않은데, 특히 이 할머니는 화장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잘 타지도 않았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난감했을 것이다. 장례식에 들인 비용도 엄청나고 할머니가 가장 아끼던 물건도 챙겨드렸는데 어째서 가시는 길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그때 장례업자가 튀어나와 말했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 미련이 남으셨나 보네요. 우리 할머니 가시는 길 평안하시라고 불사(佛事)라도 지내드리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들인 돈에는 0이 다섯 개나 붙었다는 사실까지만 말하겠다.

- 「금반지의 행방은?」중에서


하지만 아기의 아빠는 줄곧 이 아기가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고, 결국 예감은 적중했다. 아기의 진짜 아빠는 바로 아기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부자관계여야 하는 둘은 형제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아기가 병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도망간 엄마는 당연히 책임지지 않았고, 아빠인 줄 알았던 형 역시 책임질 생각이 없었으며,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친부는 더욱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냉동고에서 2년을 보낸 뒤에야 결국 누군가 나타나 서명을 해줬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 쪽에서 그 사람들을 시신 유기로 고소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기의 시신은 마침내 이곳을 졸업하여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었다.

- 「아무도 찾지 않는 시신」중에서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평화로워 보였다. 아마 손이 차갑게 식어 있다는 걸 몰랐다면 곧 깨어 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장의사를 쳐다봤다. 장의사는 내 표정의 의미를 눈치 채고 유가족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규정상 냉동고 하나에 한 구의 시신만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사망한 남자의 형제로 보이는 가족이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부터 제수씨가 아이를 안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검시가 끝나면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테니 지금은 이대로 냉동고에 넣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돈이 문제라면 세 명 분의 냉동고 이용료를 지불하겠습다. 그냥 같이만 있게 해주세요. 떨어뜨려놓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는 장의사가 나를 향해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만약 같이 보관했다가 나중에 두 시신이 달라붙거나 손상이라도 입으면 뒷일은 책임질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니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 「엄마 품속의 아기」중에서





나는 보디 백을 열어 이름표를 채우면서 시신 상태를 훑어봤다. 기사님이 가족들의 눈길을 피해 내게 말했다.

“피터팬이야.” 이렇게만 말하면 여러분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끔찍한 시신들을 어울리지 않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는,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유가족들 앞에서 함부로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이는 존중의 유무와는 관련이 없다. 어디까지나 일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은 조금도 소홀하지 않는다.

-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죽음」중에서


다만 궁금한 것은 왜 다들 목매는 방법을 선택했는가인데, 할머니 역시 젊은 시절 목을 매려고 했단다. 밧줄을 동그랗게 매달면 그 동그라미 너머의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마치 그쪽에서 누가 손짓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이다.

“이 동그라미 바깥에선 고생할 필요 없어. 매 끼니 걱정 안 해도 되고, 병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돼.”

남편이 자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도 따라가려고 밧줄을 묶었는데, 밧줄 너머로 남편이 손짓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 동그라미는 할머니를 한 발 한 발 동그라미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순간, 어떤 큰 힘이 할머니를 다시 바깥으로 끌어당겼다. 돌아보니 어린 딸이었다. 그와 동시에 동그라미 밖의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자신 앞에 놓인 잔인한 현실뿐이었다.

- 「동그라미 밖의 세상」중에서





사람이란, 에어컨 켠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는 게 존엄성을 지키는 일일까? 아니면 기저귀를 차고 호흡기를 단 상태로 우유만 받아먹다 어느 날 가래가 목에 걸려 사망하면 존엄성이 있는 걸까. 나는 요양보호사 일과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맞이하는 일 둘 다 할 수 있었기에 기쁘다. 덕분에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 때론 내가 정말 잘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다음 생에는 도박도 하지 않고 엄마도 때리지 않는 아빠를 만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아빠를 만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스물여덟 살 때 만났던 그녀와 용감하게 결혼이란 걸 해볼 수도 있겠지.

어쩌면 다음 생에는 ‘있다’와 ‘이따’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내가 될 수 있겠지…….

- 「존엄성을 지킨다는 것」중에서


나는 청소를 시작했고, 그녀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러 침대로 들어갔다. 바닥을 쓸며 나는 생각했다. 남들은 남녀가 만나서 촛불 켜놓고 로맨틱한 식사도 잘만 하는데, 나는 핏자국 가운데서 점심식사라니. 남들은 남녀가 만나서 콘돔을 끼는데 나는 장갑이나 끼고 걸레질이나 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자기 바닥이 수월하게 닦였다. 뭐지?

바로 내 눈물 때문이었다. 20분쯤 지나자 더 이상 쓸 수 있는 걸레가 없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옷 좀 줄 수 있어? 두 벌 정도만 있으면 청소를 깨끗이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부했다.

여자란 다 그런가 보다. 죽으려고 마음먹은 날에도 옷은 포기를 못한다. 그날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죽은 사람 집을 청소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말이다. 산 사람의 집을 청소하다 보니 여기를 닦고 저기를 정리하라는 둥 참견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 「자살 미수자와의 하룻밤」중에서





저자 다스슝의 레터


저는 장례식장의 직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시신을 냉동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혹은 연고자가 없는 무명인들의 시신을요. 제가 장례식장에서 일하니 괴이한 일을 흔히 겪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많지 않고요. 오히려 시신을 자주 보다 보니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본성을 더 많이 알게 됐습니다. 아, ‘인간’이란 이런 동물이구나! 라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장례식장에서 좋은 동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뚱보 경비아저씨는 제가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극복하도록 같이 노력해주는 분입니다.

제 꿈은 돈을 모아 흉가를 사는 것이고 가장 숨기고 싶은 사실은 저의 어마어마하게 뚱뚱한 몸이죠.

가장 후회되는 일은 스물여덟 살 때 땅에 떨어진 돈 봉투를 줍지 못한 일일 정도로 저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이에요. 장례식장은 모두들 아시다시피 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과 작별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제 직장이기도 하지요. 저는 그전에 계속 서비스업에 종사하다가 이 업계에 오게 된 거라 고객을 미소와 친절로 대해야 한다는 직업정신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실수를 좀 했죠. 전화를 받을 때 밝고 높은 톤으로 “반갑습니다!”라고 했다가 “내 가족이 죽었는데 넌 반갑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요.

장례식장에서 일하지만 기본적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딱히 집이나 차를 사고 싶지도 않고 여자 친구나 큰돈이 있었으면 하지도 않아요. 저는 제 일을 좋아한답니다. 일을 하면서 겪는 일이나 이야기들은 인생의 교훈이 됩니다.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상관없이 다 의미가 있어요. 지금은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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