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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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봐야 할 일이 생기면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사 마셔요. 그리고 24시간 후에 만나는 거예요“

CIA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의 영화보다 더 놀랍고 매혹적인 삶을 담은 『언더커버』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녀가 카라치에서 미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핵무기 테러를 막기 위해 혼자서 파키스탄 카라치의 뒷골목을 누빈다. 이유는 테러범들과의 협상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조력자와의 만남은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를 건네며 시작되었다.

카드잔액을 체크해 라떼 금액이 빠지면 24시간 후에 접선이 이루어졌다. 혹은 특정한 카페 화장실 변기의 물탱크에 메모를 남겨 정보를 교류했다.

『언더커버』에서는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흥미진진한 일화들을 전하고 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CIA 요원들의 회고록 중에서도 가장 디테일하고 풍성하다!”라고 극찬한 반면, CIA에서는 이 책을 두고 지나치게 정보를 오픈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취하며 출간을 우려했다.





『언더커버』 저자 아마릴리스 폭스는 중국 상하이부터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세계 곳곳에 잠입해 10년간 예술품 사업가라는 위장된 신분으로 살았다.

테러를 막기 위한 포섭과 잠입, 협상이 끝없이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 중국 스파이인 가정부가 있었다. 가족, 친구, 주변인들 누구에게도 그녀가 하는 일을 숨겨야 했다. 때로는 동료 요원에게조차.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1년간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미룬다. 그녀는 버마로 가서 군부에 맞서는 이들의 투쟁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아웅 산 수치와 만나게 되고, 버마 국민들을 향한 그녀의 메시지를 언론사에 전달해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버마 정부로부터 신분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영국인 금융전문가와 위장결혼을 선택하는 대담함도 보여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저자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 재학 중, 테러범들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본 CIA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22살에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으로 선발되었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조직을 추적했다.





정향유 한 병으로 테러를 막은 일화도 눈에 띈다. 테러집단 지도자의 아이가 천식으로 호흡이 힘겨워 보였고, 아마릴리스는 가방 속에 있던 정향유를 건넸다. “우리 딸도 가끔 호흡이 가빠질 때가 있어요. 이걸 써본 적이 있어요?” 다음날,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총구를 겨누었지만 아이를 둔 부모라는 순간적인 유대가 두 사람을 감쌌다.

“그러나 그 전쟁을 끝내는 길은 그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테러와 전쟁이 끔찍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 전쟁을 끝내는 길은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최측근에게조차 비밀에 부쳐야 했던 가짜로 가득한 삶, 끝없이 이어지는 위장 속에서도 유일한 진실은 그럼에도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품에서 느껴져 오는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였다고 말한다. 『언더커버』는 영화보다 더 매혹적이고 첩보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긴박한 전개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한 권이 될 것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고, 「캡틴 마블」의 여성히어로 브리 라슨 주연의 애플TV 드라마화가 결정되며 연일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책 표지의 느낌은 '여성 비밀요원'이란 점과 '매혹적인 삶'이란 문구가 첩보원의 상징인 무술과 최신 무기를 잘 다루는 요원보다 '미인계'를 쓴 비밀요원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제 2차 세계대전의 마타하리처럼.

그러나 느낌은 희망이나 느낌일 뿐, 책을 펼치면서 '잘못 생각했네'라는 겸연쩍은 미소가 흐른다.

아마 독자가 나폴레온 솔로의 영국 첩보원 등과 책을 통해 나오는 옛날 첩보원을 머릿속의 편견을 지우지 않고 책을 펼쳤기 때문이리다. '역시 아날로그 세대임이 분명하네'라는 자성과 함께다.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첩보원이 아니라면 대단한 액션 가능한 첩보원? 여기에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했지만 조금은 느슨하다. 액션은 없고 작전 없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자주 나와서 그럴 것이다. 지루하지는 않다.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읽어나가니 곧 훈련, 임무가 반복되어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개인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에세이다. 에세이에서 비밀 첩보원의 대단한 활약상을 기대한 것이 선입견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첩보원이 되기 전 만나 첩보원임을 밝히고 결혼한 앤서니나 농장 훈련을 졸업한 동료 첩보원 딘과의 결혼 생활 등이 일반 직장 생활인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표지나 첩보원의 느낌과는 다른.





저자가 CIA를 사임한 결정적 이유는 조이 때문이었을 것 같다는 자연스런 추정도 해본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고, 심리적 변화나 인생관 등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저자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란다.

국가를 위한 일을 하고, 그 경험이나 노하우를 통해 제 2의 삶을 더 화려하게 살고 있는 비밀요원의 삶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에서 여성의 삶이 부럽기조차 하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정보요원들의 삶과 비교도 해보면서 우리의 실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책을 읽어가면서 몇 가지 비밀요원다운 일을 하는 저자를 발견하면서 첩보원의 삶이 쉽지 않으리란 믿음에 더 무게가 간다.

첩보원을 누군가 따라 붙었다면 최대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소개자를 통해 만난 소련제 잉여 군수품 조달업자와의 만남 장면에선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긴장감도 준다. 핵 테러와 관련돼 만난 사람에게 미행이 따라 붙으면서 작전을 중단하는 모습에선 '엘리트 비밀요원 맞네' 하며 인정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만나는 여러 가지 문구도 스릴 있고 으스스하다. 치밀하고 실전에 유용한 것이란 사실에 대테러 첩보원 생활이 얼마나 어려을지 짐작케 한다.

'오늘은 현장 답사, 작전일은 내일이다'

'상대가 원하는 건 국제 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다 - 테러 조직의 목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술에 취해 있는 사람이 타겟으로 적합하다'





"10년간 미술품 사업가라는 위장 신분으로 세계 곳곳에 잠입하여 테러를 막는 임무를 수행하였고, 남편도 동료 요원이었지만 서로의 임무를 역시 숨겨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 삶일지 상상이 쉽지 않다. 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일하고 쉬고, 삶의 행복도 같이 느끼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는 보통사람의 삶과는 너무 다르다.

또 CIA 요원들도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는다. CIA 로비의 벽에 박힌 희생자를 기리는 별들이 늘 그런 사실을 상기시켜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건 다른 종류의 위험이었다.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건 무기가 아니라 위장신분이었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건 상대의 목숨이 아니라 신뢰였다."는 말은 국가 비밀 첩보원의 삶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해준다.


"20년간 벽장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위장신분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어. 하지만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밖으로 나가. 정보원을 포섭해. 테러 위협을 막아. 그러다보면 언젠가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을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며 빈둥거리는 것보다 그게 낫지."

"잘 기억해둬, 넘어질거면 앞으로 넘어지라고."






저자 : 아마릴리스 폭스


전 CIA 비밀요원이자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다. 현재는 작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방송활동도 겸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법과 신학을 공부한 아마릴리스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본 CIA가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결국 그녀는 22살에 CIA 비밀요원으로 선발되었다.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집단을 추적했다.

대 테러 센터에서 알 카에다에 납치된 포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범들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테러 조직 출신의 수감자들을 만나는 한편, 국제 암시장에서 무기상들로부터 생화학무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아마릴리스 폭스는 2010년 CIA에서 은퇴 후 CNN,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알자지라, BBC 등 세계적인 뉴스 매체에서 시사 문제를 분석해왔다. 또한 세계 각지를 돌며 다양한 행사와 대학 연단에서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녀의 매혹적이고 놀라운 삶을 담은 책 『언더커버』를 원작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캡틴 마블」의 여성히어로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은 기대작이다. 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중독의 비즈니스THE BUSINESS OF DRUGS」의 진행을 맡았다. 세 번의 결혼을 거쳐 현재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증손자인 로버트 주니어 3세와 결혼을 해 미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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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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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오랜 수명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들이 많다. 또 1,000살이 넘는 수명에 전설 같은 역사적 사실들이 덧대져 사람 이상의 대접을 받는 나무도 있다. 오래된 나무들은 사람들에겐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무는 오랜 수명과 함께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너무나 커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가구 등 목재, 배 등 군용, 난방용 식사용 땔감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오래된 나무를 대할 때마다 독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어디에 있는, 어떤 나무일까 궁금했다. 백과사전이나 기타 책 등을 찾아보아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기 않았다.(독자가 못 찾은 것은 책에 없어서가 아니라 독자가 지식이 부족해 못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궁금증에 그쳤지만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 사진작가 레이첼 서스만은 삼림 보호 차원에서 오래된 나무를 찾아 기록해둬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지구 끝까지 샅샅이 뒤졌다. 전 세계 학자들과 함께다. 필요하다면 바닷속까지 찾아다녔다.

이렇게 10여 년간 아시아, 아메리카, 호주, 유럽은 물론 시베리아와 남극까지, 사막부터 바닷속까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2,000살이 넘는 생명체를 기록했다.





저자가 모진 고생을 겪으며 지구를 몇 바퀴 돌았을 거리를 나무 찾아 헤맨 끝에 내린 결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와 함께 생명체들은 나름의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3만 평에 펼쳐져 있으나 뿌리가 하나인 판도는 영양분과 수분을 부족한 쪽으로 고르게 분배할 줄 아는 아량을 지녔다. 불이 잘 나는 남아프리카 저지대에서 살아가는 지하 삼림은 아예 몸통을 땅속으로 숨겨버리고 머리 쪽만 땅 위로 나와 있어 화재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브리슬콘 파인은 개체 전체의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시스템은 모두 닫고 제한된 영양분으로만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터득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 생명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생명체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리고 이제는 인류의 보물이 된 생명체를 둘러싼 이야기들, 그리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사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책이다. 세계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1위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칼 짐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책을 보는 관점과 시야를 넓혀주며, 생물 위치 지도와 ‘심원한 시간’의 연표 등 인포그래픽이 고령 생명체의 지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의 기록이자 행동을 촉구하는 현재의 목소리이며 미래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으로, 아마존에서 뽑은 올해 최고의 책(예술 분야)에 선정되었고 서스만의 TED 강연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저자와 함께 나무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여기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남은 생명체들이 있다. ‘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고령 생물들. 하나하나가 지구의 역사를 품은 생태적 초상화인 그들은 남극부터 그린란드까지, 모하비 사막에서 호주 아웃백까지 지구상 곳곳에 분포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이며 뉴욕 필름 아카데미 석학회원인 사진작가 레이첼 서스만은 10년간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들을 찾아다녔다. 최소 2,000살 이상을 기준으로, 초고령 나무들과 균류와 지의류, 뇌산호 등을 사진에 담고 기록을 남겼다. 레이첼 서스만이 기록한 생명체들은 오래 산 생물답게 그들만의 지혜를 활용해 살고 있다.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고령의 나무들은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린란드로 3,000살이 넘은 지도 이끼를 찾으러 떠난 서스만은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8시간을 보낸 서스만은 광막한 곳에서 수천 년을 세월을 살아간 고독한 생명체를 생각한다. 또, 4년마다 올림픽 선수들을 위해 자신의 가지를 떼어주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살고있는 그리스의 3,000살 올리브 나무를 보며 인간의 상처도 너무 깊지 않다면 치유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계획에 없던 7,000살의 조몬 소나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에는 자신의 경험과 예상 이상의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며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원전에 탄생한 생명체들과 연결되는 인간의 삶을 허무하게 느끼기보다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단순히 고령 생명체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영혼을 담아낸 사진들은 비애에 찬 감동을 전한다. 나무를 향한 존경심이 샘솟는 사진들, 지구 생태계가 적대적으로 변해갈수록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선택은 마치 ‘생각하는 뇌’를 지닌 듯 현명한 결정으로 가득하다.

오래된 생명체를 찾아가는 파란만장한 여정과 그리고 이제는 인류의 보물이 된 생명체를 둘러싼 더욱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며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서정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사진들이 조화를 이룬 책이다. 세계 미술계 파워 인물 100인 중 1위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칼 짐머의 에세이가 책을 보는 관점과 시야를 넓혀주며 생물 위치 지도와 심원한 시간의 연표 등 다양한 인포그래픽이 고령 생명체의 지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세상이 어떠했는지, 어떠할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지구상의 오랜 생명체들은 생명의 진정한 의미를 몸으로 보여주는 현자들이다.

전 하버드대 교수, 에드워드 윌슨의 말처럼 ‘우리를 둘러싼 생명의 세계에 대해 가장 매력적인 관점을 부여해주는 놀라운 책’이다. 이 책을 손에 쥔 독자에게도 소장의 행운과 행복감이 오롯이 전해온다.





다시 저자의 관점에서 이 책을 보면 의미가 한층 더 깊다. 2000년 이상의 세월, 사람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 그 기나긴 세월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나무의 말을 얻어낸 저자는 책을 통해 밝힌다.

나무로부터 명쾌한 답변이 아닌, 더 깊이있는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 자신이 맡은 일이라고...

이 책은 단순히 나무의 특성과 위치 그리고 오랜 세월을 유지하게 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지식 추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 책의 의미를 헤아리기 어렵다. 나무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스스로 하나의 질문을 떠올리고, 나아가 조금이나마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을 하며 읽는다면 더욱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책의 처음 부분에 있는 생물 위치 지도를 보고 "지구 곳곳에는 이렇게 많은 고령의 생물들이 있구나"였다. 탐험하면서 갖는 신비감과 발견의 기쁨 같은 것이다. 무더운 사막 또는 극한으로 추운 시베리아 지역 등 거친 환경을,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기이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방선균과 모하비유카는 상당히 흥미롭다. 물 속의 뇌산호에서 남극의 이끼 등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물의 신비로움과 기이한 진화의 역사를 추정해가며 다시 한번 자연의 신비와 웅장함에 감탄이 나온다. 칼 세이건이 던진 "인류가 꾸며온 앞무대를 한없이 작아 보이게 만드는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의 문턱에 우리가 서 있다"는 한마디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사진으로 세이건의 말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저자의 세심한 설명엔 미묘한 두근거림마저 생긴다.





저마다의 방식을 뽐내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의 모습이 책에 담겨 있지만, 그 사진들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전히 분리된 '상태'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진행 경과에 따라 그들의 생태계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 얼마나 우리들과 함께 지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을지 모론다. 인간의 이익에 눈먼 듯한 무차별적 행위가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에 미치는 엄청난 결과에 안타까움만 더한다. 수많은 생태계 지도를 하나하나 되짚어 가며, 자연의 웅장함 그리고 안타까운 자연의 상태.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은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자연의 웅장함을 떠올리며 수많은 작가와 학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의미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모습을 문명이라는 껍데기 뒤편으로 밀쳐낸다면 더 이상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사진들을 보면서 우아한 소박함을 보았다. 나무는 그저 묵묵히 지나온 세월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에 터를 잡고 다른 생명체들과 유기적으로 얽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2,000살이 넘는 나무가 말하는 것들이 저자에게는 나무의 '생존법'이고 '지혜'라고 지혜로운 결정에 다가간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2,000살 넘은 생물을 촬영하러 다녔다. 4만3,600살 된 로마니아를 찾으로 타즈마니아에도 갔는데 이 관목은 자기복제 방식으로 번식하는 관목이라고 한다. 지금 멸종위기다. 환경이 바뀌면 몇 시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아이러니하게 이 생물은 이론적으로는 불멸이지만 환경에 적응을 못해 멸종 위기인 생물이다. 사람도 스스로 자기 복제가 되는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하루살이처럼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온갖 오지를 다니면서 힘들게 2,000살 넘는 생물들을 만나는 시간이 저자는 즐거워보였다. 팔이 부러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과목을 보기도 전에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이때는 좀 위태로웠던 것 같다. 제때 쓰지 못할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2,000살 넘은 뇌산호를 만나기 위해 잠수하다 불산호에 쏘인 사건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얼굴까지 퉁퉁 부었다고 한다. 불산호는 자신을 건드린 녀석에게 들러붙어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 소개되는 판도는 나이가 8만 살로 나무가 각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가 한 그루의 나무라고 해서 놀랐다. 판도는 사시나무 무성번식 군락인데 하나의 거대한 뿌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나무(총 4만7,000개가 있다)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이다. (p. 101)

이처럼 거대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미미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들 최소 2,000살 이상 세상을 버텨온 위대한 조상님이다. 아레타는 바위 위에 뭉쳐진 이끼처럼 보인다. 아레타는 작은 잎들이 엉켜 있는 수천 개의 줄기로 이뤄진 관목이라고 한다. 고도가 4,500미터에서 살기 때문에 아레타를 보기 위해서는 어지러움을 참아야 했다. 아레타는 불에 잘 타서 연료로 쓰여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버텼는데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짓으로 불타거나 수명이 다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은 생명체들은 과거의 기념이자 기록이고, 현재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며, 미래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다. (p. 15)

저자의 주장은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도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지, 곧 멸종위기에 처할지 알 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해 더욱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걱정해야 할 때다.

이 책을 읽기 전에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보았다. 기온이 상승하고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상에서 나무들은 얼마나 오래 버텨낼 수 있을까. 호주의 대형 산불, 시베리아의 산불, 무분별한 개발로 뽑혀나가는 산림. 나무의 말에 등장하는 이 오래된 나무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지닌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 성장하고 살아간다. 이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식물도 자신을 방어하고 산다고 한다. 분노하면 독성을 내뿜기도 한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독이기도 하고 인간에게 내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체는 소멸하고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식물의 생존 유무는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긴 수명을 자랑하는 생명체는 마법처럼 신비롭다.

무려 2000년 이상을 살고 있는 생명체를 보며 세월의 깊이만큼 거칠고 두꺼워진 껍질과 험난한 역사를 상징하는 상처들을 보며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나무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다면 치유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유된다는 점이다." (p. 187)





미래는 과거에서 온 조각들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곧 현재는 미래의 자원을 빌려 쓰며 살아간다는 얘기와 동의어로 들린다. 우리는 미래를 너무 당겨쓰고 있다. 마치 영원하고 무한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당장 누군가의 생명이 끊어지는 것은 슬퍼하면서도 식물이 서서히 죽어가는 현상에 대해선 그냥 지나친다. 이젠 나무를, 생명을, 자연을 보호하고 챙기며 살아야 한다.

우선 생물 위치 지도를 보며 제일 오래된 나무부터 찾아보았다. 역시 시베리아에 있다. 어렸을 때 영구동토라고 배운 곳이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영구동토로 알고 있단 땅도 녹고 있다. 해수면을 상승시킬 정도로 빨리 녹는다. 잦은 산불로 신음하고 있는 땅도 많다. 언제까지 자연의 경고음을 무시할 것인지, 눈앞에 벌어지는 자연 재앙 현상을 보면서도 인간은 욕망을 내려놓지 않는다.

수많은 가지와 뿌리가 뒤엉켜 있는 판도의 사시나무 군락과 휴언 파인 군락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하고 어린 왕자의 행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설이 있는 바오밥 나무도 기괴한 모습을 넘어 판타지 영화의 세트장 같은 느낌도 받는다.

지하 세계라고 저자의 방문이 끊어지지 않는다.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지하 삼림은 사진으로만 보아선 가늠이 잘 되지 않는데 뭔가 독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저자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적 이유(이란)로 찾아가지 못한 곳도 있고 중간에 새로운 종의 기사를 접하기도 한다. 사진 촬영을 하다 다치기도 하고 맘에 드는 사진을 얻지 못해 다시 찾기도 하는 등 저자는 노력이 눈물겹다. 저자는 그래도 최대한 생명체의 경이로움을 전하고자 지난한 노력을 한 것은 사명감이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극히 험한 환경 여건은 오히려 굉장히 적응성이 강한 생물로 키워낼 수 있다.(p. 71)

나무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면서 흙과 햇살과 바람과 비에 적응하고 인내한다.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을 변모시켜 왔다. 그런 나무가 장수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에는 많다. 최대의 방해물은 역시 시간이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는 나무는 고독을 넘어서 생명의 무성생식을 통해서 시간을 거슬러 생명의 꿈을 이어왔다. 거기에는 가깝게는 가끔 번개, 동물이 있다.

사막 쥐들이 수분 섭취를 위해서 잎을 갉아먹기도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의 불장난으로 사라진 상원의원 나무, 훼손된 나무 반면에 속이 비어 있어서 땔감으로는 효용이 낮아서 살아남았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오밥 나무는 화장실이나 술집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관광객들은 기념품 삼아 나무를 떼어 가기도 한다. 꿀버섯(Honey Mushroom)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성장과 번식을 막는 유일한 생물이다.(p. 78) 이런 장애를 꿋꿋이 이겨내고 현재 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존재를 보면, 꼭 사람이 아니라도 존경심이 절로 난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기후변화이다. 시간은 나무의 편이 아니라는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령 생물들은 우리를 심원한 시간에 연결시켜 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찰나적인 감각, 생각, 감정에 묶여 있고 그것들로 구성돼 있다."(p. 198)

저자의 말이 가슴을 두드리며 책을 덮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마치 탐험가가 탐험여행을 시작하는 것처럼. 대문호의 명작 한 편을 읽었을 때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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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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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는 유럽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작자라고 전해진다.

그의 출생지나 활동에 대해서는 그 연대가 일치하지 않으나, 작품에 구사된 언어나 작품 중의 여러 가지 사실로 미루어 보아 앞의 두 작품의 성립연대는 BC800∼BC750년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의 성장지로 추측되는 도시가 7군데나 되나 그 중 소아시아의 스미르나(현재 이즈미르)와 키오스섬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이 지방을 중심으로 서사시인으로서 활동한 것으로 보이며, 이오스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앞의 2대 서사시 외에 『호메로스 찬가』라는 일군(一群)의 찬가집(讚歌集)이나 익살스러운 풍자시 『마르기테스』와 『와서회전(蛙鼠會戰)』 등 몇 가지 서사시가 그의 작품이라고 하나 이것도 불명확하다. 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동일인의 작품이냐의 문제로 오래 전부터 논쟁이 많았다.

18세기 후반 F.A.월프가 『호메로스 서설(序說)』(1795)을 발표한 이래, 그의 존재 그 자체와 작품의 성립과정, 2대 서사시의 작자의 진부(眞否) 등 여러 가지 시비가 있었으나 어떻든 두 서사시는 한 작가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일리아스』는 1만 5693행(行), 『오디세이아』는 1만 2110행의 장편 서사시이며, 각각 24권으로 되어 있다. 두 서사시는 고대 그리스의 국민적 서사시로, 그 후의 문학 ·교육 ·사고(思考)에 큰 영향을 끼쳤고, 로마제국과 그 후 서사시의 규범이 되었다.

역사는 그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대 서사시의 저자로 기록했지만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이 두 편의 서사시를 정말 그가 썼는지 아닌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으로 남은 두 서사시가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가장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고의 걸작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상 호메로스와 시 암송, 인물, 그림 사진 포함 『두산백과사전』, 『인물세계사』 등 참조)



그리스인들에게 산문을 암송하는 호메로스



호메로스는 누구일까? 강가를 떠도는 고독한 천재일까, 아니면 여러 세기로 이어진 한 무리의 음유시인들일까?

1957년 역사가 버나드 베렌슨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일평생 호메로스에 관한 자료들을 읽었다. 문헌학·역사학·고고학·지리학의 자료들을. 이제 나는 그저 순수예술로서 호메로스를 읽고 싶다."

호메로스는 어떤 인물이기에, 그 옛날에, 그토록 예리하게, 우리가 아직 되지도 않은 상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을까?

2,500년 묵은 그 이야기들은 어찌하여 오늘날에도 이토록 친숙하게 울리는 걸까?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라디오 방송국 〈프랑스 앵테르〉에서 2017년 여름에 방송된 '호메로스의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 실뱅 테송이 우리에게 제안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펼쳐 들고 바다 앞에서, 방 창문 앞에서, 산꼭대기에서 큰 소리로 몇 구절 읽어볼 것을.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고, 『오디세이아』는 자기 왕국인 이타케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이야기한다. 『일리아스』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분노, 그리고 그 분노가 불러온 재앙이다. 『오디세이아』는 영웅과 탐험의 이야기이다. 하나는 전쟁을, 다른 하나는 질서의 복원을 묘사한다.

그러나 두 시에서 공통으로 엿볼 수 있는 점은, 늘 신들이 그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인간들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신들은 어디서나 끼어들고 주사위 놀이를 하고 인간들을 가지고 논다. 신들은 시도 때도 없이 복잡한 술책을 부리고, 끈질기고 충직한 인간만이 예측불허의 상황에 맞서는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다. 사리에 어긋나게 하지 않는 것, 어기지 않는 것, 이것이 호메로스가 생각하는 삶의 명예다.

이 책을 읽으며 호메로스의 강을 항해하다 보면 오늘날 점점 잊혀 가는 말들이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영광, 용기, 격정, 운명, 힘, 명예… 등. 호메로스가 묘사하는 영웅들은 힘뿐만 아니라 내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현재의 명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지략이 뛰어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며, 마지막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안다. 그들은 고귀한 목적을 위해 죽음을 택할 뿐, 결코 자신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가운데 최고”가 되었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샤를 페기는 2,000년도 더 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대해 “호메로스는 오늘 아침에 읽어도 새롭다. 어쩌면 오늘 신문만큼 낡은 게 없을지 모른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책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인 〈프랑스 앵테르〉에서 여름을 맞아 야심작으로 기획한 〈OOO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의 하나로 진행된 ‘호메로스’ 편을 출간한 것이다. 이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은 프랑스에서 출간된 지 3일 만에 초판 3만 부가 매진되고 2018년 그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에세이이자 전 분야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이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데는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 실뱅 테송의 인기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노숙 인생』으로 2009년 중편소설 부문 공쿠르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시베리아 숲속에서』로 2011년 에세이 부문 메디치 상을 수상한 작가이면서 일찍부터 극한 조건의 여행과 탐험을 일삼아온 그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모험가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도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에 틀어박혀 에게해 해변과 햇빛, 파도거품, 바람과 함께 지내며 그곳의 정기를 느껴 보고서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물질적 본질에 다가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테송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몇 달 동안 나는 호메로스의 리듬에 맞춰 숨 쉬었고, 시의 운각(韻脚)을 들었으며, 전투와 항해를 꿈꾸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더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2,500년 전 에게해의 자갈밭에 던져진(혹은 상륙한) 한 시인이, 몇몇 사상가가, 철학자들이 세상에 내놓은 가르침이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에 감탄한다. 호메로스가 두 권의 책에서 묘사한 전쟁과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분노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호메로스는 어떤 인간이기에, 그 옛날에, 그토록 예리하게, 우리가 아직 되지도 않은 상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을까? 2,500년 묵은 그 이야기들은 어찌하여 오늘날에도 이토록 친숙하게 울리는 걸까?

테송은 “몇 편의 노래로 인간의 윤곽을 그려낸 것”이야말로 호메로스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호메로스 이후로 아무도 다시 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호메로스를 둘러싼 그런저런 논란에 끼느니 차라리 그의 시에 빠져들어 이따금 성경의 시편을 암송하듯 그 시들을 암송해볼 것을 우리에게 권한다. 그러면 누구라도 거기서 자기 시대의 그림자를, 자신의 번민에 대한 답을, 자신의 경험에 대한 예시를 발견할 것이기에.





“하늘의 빛,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 안개에 감싸인 섬들, 바다에 드리운 그림자들, 폭풍우. 거기서 나는 고대 문장(紋章)의 메아리를 감지했다.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문장을 갖고 있다. 그리스의 공간은 바람이 때리고, 빛이 관통하며, 의미심장한 발현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다. 오디세우스는 고통의 배를 타고 그런 신호들을 받았다. 프리아모스와 아가멤논의 병사들은 트로이 평원에서 그 신호들을 지각했다.

지리(地理) 속에 산다는 것은 독자의 육신과 텍스트의 추상 사이의 거리를 넘어서는 일이다.”

<p. 36>


“오디세우스는 초라한 오두막에 머문다. ‘왕의 귀환’을 위한 싸움은 그곳,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돼지들의 오두막에서 궁정까지 이어지는 길은 유혈이 낭자할 것이다. 『오디세이아』는 재탈환과 복원에 대한 우화다. 호메로스는 그 오두막에서 이루어진 왕과 종복의 가장 아름다운 동맹을 그린다. 지금 오디세우스 왕에게는 지지자가 돼지치기 한 사람뿐이다. 그것이 그의 군대의 시작이다.” <p. 142>





테송은 수천 년 전의 신들과 전사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신들과 인간들이 벌이는 사건들을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며, 호메로스의 세상에서 일어난 이야기와 오늘날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다르지 않음을 줄곧 환기한다.

그리고, 사랑과 증오, 권력과 복종, 유혹과 굳건함, 호기심과 용기… 등, 영혼의 불변요소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호메로스의 세계는 내일의 독자가 읽어도 새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호메로스가 트로이 평원의 전사들을 통해, 영웅들을 통해 그린 고대 그리스인이라는 인물상은 “인간의 표본”으로 지금도 우리를 경탄하게 한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오디세우스의 말은 오늘의 인간들에게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탐욕과 욕망의 끝이, 무절제한 삶이, 자신을 망각하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호메로스가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이여! 너는 너의 무절제로 신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왜 네 분수보다 높은 곳에 오르려고 그토록 고집을 부리는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두 권의 사전을 참조해 두 편의 대서사시의 내용과 그리고 작자를 설명한 부분을 옮겨 제재한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와 그리스 간의 전쟁을 다룬 서사시다. 황금 사과에서 비롯된 세 여신의 불화와 ‘파리스의 선택’, 지상 최고의 미녀 헬레네의 납치와 도주로 시작돼‘트로이의 목마’로 끝난 이 전쟁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일리아스』는 이 유명한 신화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지는 않는다. 어느 고전학자는 어린 시절 『일리아스』 번역본을 선물 받고 나서 그 책을 판매한 서점 주인이 사기를 친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가 그 책에는 전혀 안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의 기원과 경과에 관한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시간 순서가 아니라 중간에 회고 방식으로 설명되며, 이것은 그리스 서사시의 특징인 동시에 그 영향을 받은 유럽 역대 서사시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대신 『일리아스』는 10년여에 달하는 트로이 전쟁 가운데 단 며칠 동안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이 서사시의 실제 주인공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다. 서두에서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싸우고 나서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후 그리스 군은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 군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앞서의 맹세를 철회하고 전투에 복귀한 아킬레우스는 결국 헥토르를 죽여서 원수를 갚는다. 그 와중에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디오메네스, 헥토르, 아에네아스, 프리아모스 등 양편의 주요 영웅들의 용맹과 지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전투를 감상하며 종종 여기저기 참견하는 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디세이아』는 흔히 『일리아스』의 속편으로 간주되지만, 역시 두 편의 내용이 곧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면 이후, 계속된 전쟁의 와중에서 아킬레우스는 ‘아킬레스 건’에 화살을 맞고 죽으며, 트로이는 ‘트로이의 목마’에 속아 무너진다. 승자들은 저마다 전리품을 잔뜩 챙겨 고향으로 향하는데, 오디세우스는 이런저런 불운이 겹치며 10년 동안이나 더 바다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오디세이아』 역시 『일리아스』처럼 이야기가 중간에서 시작되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바다 요정 칼립소의 섬을 떠나 알키노스 왕의 궁전에 도착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모험을 회고하는 긴 이야기가 끝나면, 드디어 고향에 돌아간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집을 유린한 자들에게 복수하고 아내와 재회하는 것으로 서사시는 마무리된다.

호메로스와 길잡이 소년. 프랑스의 화가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1874년 작.



그 웅장함이며 긴박감에 있어서는 『일리아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디세이아』는 오랜 방랑 생활 동안 주인공이 맞닥트리는 갖가지 기이한 사건과 사물(대표적인 것이 감미로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 오디세우스 일행을 가둬두고 한 명씩 잡아먹는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파이아케스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를 구출해 준 나우시카 공주,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구혼자들을 속이기 위해 매일 베를 짜고 또 풀었던 페넬로페, 텔레마코스에게 부친을 찾아갈 방법을 조언하는 멘토르 등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또 수많은 비유를 낳은 바 있다. 분량으로 따지면 『일리아스』 쪽이 더 많지만, 내용의 풍부함으로 보면 『오디세이아』가 단연 압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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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무엇이 문제일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2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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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맬서스는 어떤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 맬서스는 19세기를 유토피아적 환상으로 낙관하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앗아가 버렸다. 그는 인류가 환희에 넘치는 미래를 맞기는커녕 인구 과다로 인하여 사회 붕괴와 소멸을 맞게 되리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언론은 맬서스를 심판하였고 즉각 그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감격적인 순간에 맬서스는 재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아 흥을 깨어 버렸던 것이다. (...) 맬서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애도하러, 일부는 그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왔을 것이다.”

세계 유수의 투자 회사들에서 투자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대통령 경제담당 비서관을 지낸 토드 부크홀츠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한 말이다. 『인구론』을 저술한 토마스 멜서스에 대해 당시 지식인들의 태도를 유머로 비판한 것처럼 느껴진다.

인구 팽창 정책은 식량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멜서스의 주장은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도 멜서스의 인구론은 인구 증가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며 식량 부족 사태를 촉발한다는 이론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멜서스가 인구론을 발표했을 때 당시(1798년) 세계 인구 8억 명에서 200년이 조금 지난 70억 명으로 거의 10배 가량 늘었다.





산업혁명으로 부국이 된 영국 정부에서는 인구를 늘려 더욱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고자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때 『인구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가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맬서스는 이런 선심성 정책이 인구 증가로는 이어지겠지만 결국에는 빈곤의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인구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인구 증가는 식량 부족으로 연결되고, 급여 인상은 출산 증가를 불러오고, 이렇게 해서 생겨난 과잉 노동력은 결국 임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는 조만간 우리를 급습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현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로 한쪽에서는 한파가,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2025년쯤에는 세계 인구 가운데 30%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18억 명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겨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빈곤층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사는 돈도 부족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거나 땅을 마련하는 등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고 그들의 굶주림은 그들을 빈곤의 함정으로 또다시 빠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결국 식량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환경 문제와만 연관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이다.





이 책 『식량 무엇이 문제일까』는 현재 식량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농업 중심으로 짚어 보고 현재 진행 중인 농업의 변화는 이전의 농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데 초점이 있다. 저자 김택원은 아울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새로운 농업에는 무엇이 필요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에 따르면 농업 기반 시설이 굶주림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농지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수로가 부족해서 농지에 물을 대거나 물자를 운반하는 일 등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져 식량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림 벌채, 지나친 경작(다작), 과도한 방목 등 환경의 과잉 이용으로 땅의 지력을 떨어뜨리고, 생산량도 감소시켜 결국 굶주림의 원인이 된다. 거기에 기후 재앙 속에서 식량이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자본주의는 본래의 의도를 넘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자본은 국가를 존엄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대규모화해서 공장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연을 파괴할수록 재앙이 따른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의 농사는 그래서 위험하다. 단 몇 퍼센트의 손아귀에 먹을 것을 쥐어 주면서 재앙의 시발점이 된다.





저자는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장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생물 상태를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온도나 습도 등 중요한 정보들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해 음성으로 농장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술은 농산물 유통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유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하는 플랫폼 시스템도 도입된다.

블록체인은 변조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비자도 도축 날짜나 축사 온도 같은 식품 생산 이력을 확인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농사를 실패할 걱정도 없고, 산출량을 구체적으로 예측해서 시장 수요에 딱 맞는 작물만을 출하할 수도 있다. 고도화된 식물 공장 시스템 하에서는 소비자 개인과의 계약을 통한 맞춤형 작물 생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농촌을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되고 있고, 적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나이가 많은 농업 종사자는 물론, 늦게 귀농을 선택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농업은 소수만의 것이 아니다. 평화와 안정과 행복이 깃드는 농업, 아이들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 같이 따뜻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농업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설득력을 얻는다.

코로나 시대에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105개국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세계적 식량 위기 가능성에 맞선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수출 제한 조치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유례 없는 식량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물류 및 생산 피해가 누적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발 빠른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앞다퉈 국경 문을 닫는 많은 나라를 보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을 중단했고, 러시아도 곡물 수출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알제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등도 일부 먹거리 및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코로나19이다. 대한민국은 전방위적인 검역, 그리고 공공과 민간이 어우러진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자발적 참여로 더 빛을 발한 시민 의식 등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 방역을 넘어서서 이제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마저 이겨 내는 대한민국으로 설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굶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먹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걱정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구는 약 77억 명인데, 앞으로 30년 동안 20억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식량 조달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100억 명에 달하는 미래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였다.





사실 지구촌 한편에는 비만과 음식물 낭비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과 아사가 속출한다. 솔직히, 세계에는 70억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까지 먹여 살릴 식량이 있다. 따라서 이 지구 위에 굶주림(기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제 농업은 옛날과 같은 논 매고 밭 가는 식의 원시 형태가 아니다. 농업도 스마트하게 바뀐 지 오래이다. 이제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을 적용해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저자의 문제 의식 도출, 과정 소개, 해결 방법 대안 제시 등을 꼼꼼이 써내려간 이 책에 크게 공감한다. '주자 10회'가 생각난다. "풍요로울 때 빈곤의 위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저자 : 김택원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자,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로부터 독립한 동아에스앤씨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과학 관련 공공기관의 홍보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지휘하며, 다양한 매체에 과학 기술 관련 글을 여럿 기고하고 있다. 취재차 들린 네덜란드 출장 중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농업을 접하고 식량과 미래의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의 집필에 이르게 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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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세계 4대 문명은 발전을 거듭해 인류 역사의 흐름을 가름하는 시작점이 됐다.

문명을 이룩한 인류는 문자 발명과 숫자 발명, 천문학 등 각종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천 년이 흘러왔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세계의 역사는 이 4대 문명을 토대로 기술되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그리스 로마 문명을 이어 받은 서구의 발전이 오랜 세기 동안 지속되면서 서구 중심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론을 제기하기는 독자의 지식 수준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미시사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큰 흐름 속의 작은 갈래를 살펴보거나 유럽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난 세계사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이 문명을 이룬 이래 '경제'는 언제나 당면 과제였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경제는 정치와 짝을 이루고 이념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개념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돈'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가치의 척도가 되고 이를 저장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화폐라는 개념은 도입된 이래로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되었다.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는 이러한 ‘화폐’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이 책에서 ‘화폐’를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서의 돈부터 동전과 지폐, 은행, 보험 등의 탄생 배경, 투자와 투기로 인한 돈의 팽창, 그리고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해온 돈의 역사를 짚어본다.

책에 따르면 돈은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 교환의 매개로 모습을 나타내, 사회를 원활하게 움직이는 문명의 혈액으로서 기능했다. 세계사를 되짚어보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따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도 결정되었다. 부의 지도가 곧 세계 패권의 지도가 되었던 것이다.

돈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알아보고 부의 지도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교양이다.





돈은 크게 금화나 은화처럼 재질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돈과, 동전이나 지폐처럼 재료 자체에는 별다른 값어치가 없는 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영원한 생명과 불멸성을 상징하는 금이 사용되었고, 교역이 발달했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이 주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제가 저렴한 금속인 동에 가치를 부여해 '반량전'을 만들었고, 송 시대에 동이 부족해지자 세계 최초의 지폐라고 할 수 있는 '교자'를 발행했다. 돈의 재료 가운데 특히 금과 은은 통화의 표준 단위가 되면서, 금과 은을 향한 강렬한 욕망이 신항로 개척, 신대륙 발견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강대국들은 재정, 즉 돈이 뒷받침되었다. 즉,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따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도 결정되었던 것이다. 12~14세기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문화 부흥을 이끈 르네상스의 기반을 다졌다. 15~16세기에는 신항로 개척과 신대륙 발견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부를 축적했고, 17세기에는 청어 잡이를 통해 해상 패권을 장악한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며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7세기 후반에는 영국이 대서양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근대적인 은행과 보험을 탄생시켰다. 또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세계의 부가 영국으로 집중되었다. 19세기 후반 중공업의 발달과 더불어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부를 축적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고대국가에서는 이자는 죄악이라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다. 돈이 돈을 낳고 이자를 버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은 비교적 새로운 시대에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단순한 물건으로 간주했다. 그는 모름지기 돈은 교환의 매개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이자를 받는 행위는 돈의 용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중세 유럽 교회도 '돈으로 돈을 낳는 행위'를 죄로 간주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처럼 대부업자는 냉혹하고 무정하다는 인식이 일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

현대 사회와는 너무나 다른 인식이다. 요즘 은행과 같은 기능을 한 것이 그 시대의 대부업이며 대부업은 사회 악으로 간주했다

'각인 화폐'는 금 혹은 은이라는 귀금속의 가치를 보증하는 각인을 지배자가 새긴 돈으로, 많은 문명이 각인 화폐 제도를 선택했다.

주조 화폐는 가공하지 않은 청동처럼 거의 가치가 없는 재료에 신의 대리인으로 칭하던 황제가 그 권위로 가치를 부여한 돈으로, 추상적인 성격이 높다.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본래 상인 출신으로, 이슬람교는 상업적 면모가 강하여 이슬람 제국은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상업 제국을 이룩했다.

이슬람 제국은 금화를 사용하는 이집트 시리아의 금 경제권과 은화를 사용하는 페르시아의 은 경제권을 계승해 금은 복본위제 체제를 정비했다. 황제의 권위로 돈에 가치를 부여했던 중국처럼, 이슬람 세계에서도 유일신 알라의 권위가 돈에 가치를 부여했던 셈이다. 이슬람 제국의 대규모 교역은 산출량이 많은 은이 뒷받침했다. 이슬람제국의 은 주산지는 이란의 호라산 지방과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소그드 지방이다.





동(구리)의 산출량이 적었던 송(宋)은 심각한 원료 부족 상태에 직면했다. 지폐는 송나라 시대에 출현했다.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황제가 발행하는 지폐, 즉 교초를 보고 놀라게 되었다. 종이조각이 금이나 은과 맞먹는 취급을 받는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대항해 시대'라고 부르기도 했던 '신항로 개척 시대'는 경제적 욕망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아즈텍 제국과 잉카 제국이 스페인인에게 단기간에 정복된 이유는 스페인인이 들여온 천연두가 창궐하며 발생한 공포 때문이었다. 피사로와 스페인 국왕이 손에 넣은 금은 당시 유럽 금의 연간 산출량보다 많았다.

피사로는 힘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금'을 챙겼다.

그러나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귀금속은 대개 은이었다. 막대한 양의 은이 신대륙에서 스페인의 세비야 항구로 흘러들어 왔다고 한다. 약 40%가 스페인 왕실의 수입이 되었고, 나머지는 전쟁 비용과 은행가에게 지급되는 이자, 물품 구매비로 유럽 각지로 흘러나갔다. 신대륙에서 들어온 대량의 은 때문에 은 가격은 폭락했고, 16세기부터 17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의 물가는 3배에서 4배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중에 돈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자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돈을 운용하는 사업이 활발해졌다.





상인의 나라 네덜란드는 청어가 가져다준 부와 우수한 뱃사람, 대량의 어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조선업을 무기로 패권 확립에 성공했다.

1609년에는 암스테르담시를 등에 업은 암스테르담 상업은행이 설립된다. 암스테르담 은행에서는 예금자의 의도에 따라 결제를 위해 타인의 계좌로 예금을 이체할 수 있었다. 예금된 돈을 은행에서 기호화하고 손쉽게 타인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었다.

1602년에 동인도회사가 설립되어 네덜란드 경제를 주도하게 되자 암스테르담 은행은 동인도회사의 단기자금을 조율하게 되었고, 은행과 기업의 유착 관계가 심해졌다. 은행은 예금으로 비축된 '돈'을 기호화해 동인도회사 계좌로 옮겨 투자했다. 은행이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버는 방식으로 이자를 벌어들이는 구조가 이렇게 완성되었다.

설탕은 브라질과 서인도제도가 주산지로, 대서양 상권을 먹여 살린 효자 상품은 목돈 마련에 제격이었던 설탕이었다.

설탕 생산이 늘어나자 노예무역의 규모가 덩달아 커졌다. 영국의 리버풀 항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곳에서는 노예무역이 손쉽게 한몫 챙길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로 여겨졌다.

존 뉴턴은 노예무역에 종사했고 노예선 선장이 되었다. 노예무역에서 손을 씻은 존 뉴턴은 영국 국교회 목사로 거듭났고 55세에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가사를 썼다.

소설가 대니얼 디포가 1719년에 쓴 로빈슨 크루소라는 해양 소설도 노예무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신의 가호를 빋으며 인간의 지혜로 역경을 헤져낸 전형으로 교과서와 아동 서적 등에 많이 실렸다. 소설 속 로빈슨크루소는 브라질에서 농장주가 된 영국인으로, 노예를 사기 위해 아프리카 기니로 향하는 배에 올랐고, 1659년에 무인도에 표류한 것으로 나와 있다.





17세기 후반에 접어들자 영국이 대서양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템스강에는 수많은 범선이 오갔고 런던은 유럽 경제의 심장으로 거듭났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에 유럽 경제의 주도권을 영국이 잡은 시기에 체계를 갖춘 로이즈 보험이 탄생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선박이 가입하는 해상보험의 중심지는 런던이고, 최대 보험을 인수하는 조직이 바로 로이즈다. 보험의 발상지도 런던이다. 보험 제도와 도시 활동의 활성화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인 미국은 점점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때 미국은 43년만에 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이는 주택 장만 기회로 보였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주택 건설 열풍이 일었고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사이에 주택 가격은 무려 124%나 상승했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주택 가격은 빠르게 돈을 불리려는 욕망, 즉 투기와 결탁하게 되었다.

미국 주택 대출은 '논리코스론'이라는, 집을 담보로 하는 대출로 주택을 간단히 전매할 수 있었다. 주택은 담보로 활용되어 자동차 대출을 받거나 주택 가격이 오르면 전매해 갭투자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한 대출은 손쉽게 갚을 수 있었고, 거액의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었다. 여차하면 주택을 내놓으면 된다는 사람도 많았기에 점점 주택은 투자를 넘어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주택을 파는 영업사원은 성공보수제로 인해 집을 많이 팔아야 했고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심사한 뒤 집을 판매했다.

채권 불이행 확률이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상품의 판매 확대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출발점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 동안 1조 달러의 돈이 서브프라임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처음에는 서브프라임론도 유망한 신주택 시장 개척 수단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서브프라임론은 2년만 저금리고 이후엔 가파르게 올리도록 설정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는 '티저론'이라 부르는 대출 상품이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대출금이 연체될 확률이 높았고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돈을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값에 감각이 마비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론에 금리가 오르는 시기가 오자 당연히 대출금 연체, 납부 불능이 빈발했다. 버틸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집을 내놓기 시작했고 2006년 6월을 정점으로 급격히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이다.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부동산 대출회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졌고 금융기관에도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통화 위기의 기본 유형은 고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한 신흥국에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등의 돈이 대량으로 유입되며 시작한다.

개발 열풍이 일어나 수입이 증가하고, 국가 경제 수지는 적자인데 엄청난 돈이 유입되어 외환 준비액이 상승한다. 일종의 거품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자금 유출이 시작되면 통화는 하락하고 통화 유출이 연속으로 일어나, 통화 가치가 대폭락한다. 투자가는 동요하고 통화 가치의 폭락을 이용한 투기 자금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판을 키운다.

- 「세계 각지에서 되풀이되는 경제 위기」 중에서





세계적으로 시장에 여유 자금이 흘러들어 와 투자·투기의 비대화, 난개발로 인한 지구 환경 악화, 세계적인 경제·사회 격차 확대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지금, 시야를 넓혀 이상적인 ’돈‘의 모습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돈이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기화화한 돈이 전 세계를 도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의 돈의 흐름,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 미야자키 마사카츠


1942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구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쓰쿠바대학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고교 강좌 〈세계사〉의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K 방송 문화센터, 아사히 컬처센터, 도큐 세미나 BE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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