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 거인의 어깨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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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는 표제어처럼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이 독자들에게 묻는 것처럼 표현된 표제어는 사실 독자들에게 답하기 위해서다. 특히 철학에서 가장 기초적 질문들이다. 철학이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왜 기초적 질문을 물을까? 저자 벤진 리드는 "우리는 거대한 전환기 위에 서 있다"고 전제한 뒤 "기술과 생명, 종교와 과학,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급격히 재편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 책이 철학 입문서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표제어 가운데 '거인의 어깨'란 귀절이 있다. 이 문구는 과학 혁명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이작 뉴턴의 겸손한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유인력의 발견으로 아이작 뉴턴이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을 해냈다"는 업적을 찬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선 많은 위대한 이들의 사유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이를 '거인의 어깨 위에서' 봤을 뿐으로 뉴턴이 표현했던 것. 「전환과 도약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인의 어깨’」란 제목의 이 책 〈서문〉에서 "이 책은 인간이 지켜야 할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지혜의 빛을 통해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인류는 과거의 위대한 사유를 발판 삼아 오늘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힘을 채우기 위한 삶의 근육을 거인의 어깨에서 질문하는 것을 통해 키워 보고자 한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진승혁 발행인은 〈간행사〉에서 범용 인공지능(AGI)의 시연을 보고 영감을 얻어 클레온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휴먼 '클론(Klone)'과 범용 인공지능의 결합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고민해온 위대한 사유의 흐름을 한 권에 집대성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사상가 57인의 질문과 성찰을 통해,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종교, 철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윤리학, 미래학까지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인간은 단순한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존재이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는 그 다층적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고대의 현자에서 현대의 과학자, 실존주의자에서 행동가까지 사상가들의 질문을 경유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 질문을 자기 삶 속에서 되새기고 실천하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인의 어깨다.” 이 책은 인간’과 ‘삶’을 다시 묻고, 나와 우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사유의 토대를 함께 세워나가는 작은 씨앗이 되고자 집필 발간됐다.

이 책은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의 첫 번째 권으로, 뒤이어 출간될 『존재와 참을 묻다』, 『사회와 힘을 묻다』와 함께 “우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알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인류의 궁극적 질문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획의 하나다. ‘거인의 어깨’ 시리즈는 철학과 역사와 학문 전체를 포괄하는 인류 지성의 위대한 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동시에, 미래의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를 위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방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승혁 발행인은 밝히고 있다. 앞으로 철학, 실천, 문학 과 예술, 학문, 역사 분야에 걸친 방대한 시리즈를 펴낼 예정이고, 그 대장정의 서막을 여는 것이 바로 이 ‘철학 3부작’,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사회와 힘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 을 묻다』이다.

그렇다면 왜 철학에서 시작하는가? 이에 대해 "존재와 참, 사회와 힘, 인간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야말로 인류 사유의 뿌리의 줄기이며, 우리가 마주한 현재와 미래의 복잡한 문제들을 헤쳐 나갈 지혜의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는 진 발행인의 〈간행사〉에 잘 나타나 있다. 

진 발행인은 "이 방대하고 의미 있는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인간 저자 및 연구자분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가능성을 열어준 인공지능을 포함한 '자이언톡' 집필팀 등 모두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의 작은 노력이 과거의 지혜와 미래의 기술을 잇는 다리가 되어, 독자들의 삶과 사유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삶의 의미를 묻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간과 자연, 정체성, 기계, 의식,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의 여러 층위를 따라가며 모두 16장(章)의 '생각덩어리'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나열되었지만, 동시에 인간에 관한 '본질적 질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세하게 정리하면 오히려 쉬워진다는 사실을 이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고 저자 벤진 리드는 〈서문〉에 적시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을 쉽게 설명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피상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사유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이 책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한다."(p.8)

〈서문〉에는 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네 가지 가제를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하는 형식으로 책의 구성을 하기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각각의 가설과 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 사유는 삶의 근육이다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은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없는 힘들이 결정한다. 유전, 무의식, 감정, 시대, 언어, 문화, 기술, 생태··· 이 모든 보이지 안흔ㄴ 요소들이 우리의 욕망을 만들고, 신념을 구성하고, 삶을 이끌어간다. 종종 '삶의 의미' 같은 건 철학자나 예술가나 종교인이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삶 그 자체다. 

② 유희(遊戱, Play)로서의 '생각'

호이징가(1872~1945)의 '호모 루덴스'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 문화의 본질적 요소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는 '생각'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생각'을 읽고, '생각'을 토론하고, '생각'으로 논쟁하고, '생각'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읻. 니체(1844~1900)는 '유희적 사유' 개념을 통해 진리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시각에서 탐색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거인들의 생애나 생각, 업적 등을 평면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고, 일련의 생각덩어리 속에 거인들의 사유를 배치하여 사유와 사유가 충돌하고 사유와 사유가 조화하면서 쉽고 재미있으면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③ 멀리 가기 위한 지도와 나침반

몇 권의 책을 읽었다고 인생의 긴 여정에 필요한 '삶의 근육'이 완전해질 수는 없다. 끊임없이 앞으로 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고 깊이 있게 쌓여 있고 바로 우리의 손이 닿은 곳에 존재한다. 인류의 모든 지혜와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저장되어 있다. 

④ 교양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

무엇보다도 이 책은 빠르고 효울적으로 21세기 교양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줄 것이다. 인류 역사의 사유 중에서도 '존재와 참', '사회와 힘', '인간과 삶'은 가장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사유이다. 그 위에서 인류는 학문과 실용지식을 만들어 왔다. 살아가면서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하거나, 언어를 통해 설득해야 할 때 이 책은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 줄 것이고, 교양을 갈구하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거인들의 사유가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16장으로 구성돼 있다. 또 '생각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 장의 제목만 적어본다. 독자들이 저자가 밝힌 '생각덩어리'와 시대별로 기술됐지만 삶과 연결된 부분이 서로간 유기적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장 〈종교: 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2장 〈인간과 사회와 자연: 조화와 행복〉, 3장 〈신과 인간: 신 안에서의 삶〉, 4장 〈권력의 무게: 그 도덕적 책무〉, 5장 〈개인의 탄생: 자아와 자유를 찾아서〉, 6장 〈철학적 인간학: 인간에 대한 본격적 연구〉, 7장 〈실존과 자유: 자기 자신이 되는 길〉, 8장 〈욕망과 동기: 무의식과 대타자〉, 9장 〈유전자와 환경: 진화와 생명의 시선〉, 10장 〈관계와 책임: 나와 너, 그리고 인간됨〉, 11장 〈자연과 윤리: 인간 너머의 시선〉, 12장 〈몸과 정체성: 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 13장 〈저항과 실천: 바꾸는 인간〉, 14장 〈의식과 자아: 주관과 객관〉, 15장 〈변화하는 존재: 포스트 휴먼〉, 16장 〈기술과 미래: 인간의 경계를 다시 그리다〉 등이다.


이 가운데 9장 〈유전자와 환경: 진화와 생명의 시선〉 중 하나인 다윈(1809~1882)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인간으로 되었는가」를 중심으로 과학과 철학이 어떻게 인간 몸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으며 어떻게 진화될 것인가를 미리 짐작해볼 수도 있는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메시지를 낸다거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 그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인류가 진화해 왔는지를 살펴보고 미래 전망을 예측할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공지능과 인간 사유를 결합해 정확한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윈에 대한 설명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1859)의 일부를 인용함으로써 시작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진화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 생명체다. 인간과 고등 유인원은 공통의 조상에서 분화되었으며, 이는 생명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지능과 도덕성 같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도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결과다.(p.258)

책에 따르면 다윈은 영국의 자연주의자로, 자연 선택을 통해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설명하며 현대 생물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지만, 비글호 항해를 통해 세계 곳곳의 생물을 관찰하며 생물 다양성과 진화의 단서를 발견했다. 그의 대표작 『종의 기원』은 '자연 선택'의 개념을 제시하며, 생물 진화의 과학적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그는 『인간의 유래와 성에 관한 선택』(1871)을 통해 인간 기원의 진화론적 관점을 확장했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물음은 19세기 후반 다윈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가 제시한 '자연 선택' 이론은 인간을 창조의 중심이 아니라, 생물학적 연속성과 우연성의 일부로 위치시켰고, 이에 따라 인간 본성과 정체성에 대한 전통적인 철학적 이해는 근본적인 도전을 받게 된다. 다윈 이후, 인간은 더 이상 본질적이거나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 가능한 생물학적 존재, 시간 속에서 구성된 진화적 산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다윈은 모든 생명체가 공통 조상에서 출발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했다고 보았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질학·생물학·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증거를 종합했다. 그 결과 종이 고정된 실체라는 전통적 관념을 뒤집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책은 같은 '생각덩어리'에 「모든 것은 유전자로부터 시작되는가?」(도킨스, p.264), 「진화는 우연과 다양성을 향하는가?」(굴드, p.273), 「생명은 복잡계인가?」(폭스 켈러, p.279)를 함께 다룸으로써 비교와 동질성을 독자들이 직접 판단하고 사유하게 배치했다.


이처럼 이 책의 집필 과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의 실험이었다고 한다. 각 분야의 인간 전문가들과 발행인을 포함한 기획팀, 그리고 쳇지피티, 제미나이, 딥시크 등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들이 하나의 팀처럼 협업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초기 논점 정리에서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쏟아내는 정보의 파편들을 꿰어 의미 있는 맥락을 만들고, 사상의 깊이를 탐색하며, 비판적 시각으로 오류를 걸러내고, 최종적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재구성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들의 몫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블랙홀에서 빛나는 성찰의 조각들을 길어 올리고,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여정이었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적 협력의 모범적 사례였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사회적 불평등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는 충 분하지 않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의 빈곤 과 불평등이 서구 제국주의의 착취적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그 는 제국주의에 저항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혁명이 불가피하다 고 믿었다. 이는 단순한 구조적 변화를 넘어, 인간의 의식과 가치 체계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청년 시절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목격한 빈곤과 불평등은 체의 인간관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 다. 그는 억압받는 민중의 삶 속에서 인간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며, 인간이 단순히 경제적 생산자가 아니라 도덕적 존재로서의 연대와 집단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p.372)


저자 : 벤진 리드(Benjin Reed)


철학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하며, 인류의 사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사상가이자 실천가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IT 교육과 패턴 검색 AI 분야에서 활동하며 철학적 탐구를 기술적 현실과 결합시키는 독창적인 경로를 걸어왔다. 철학적 사유가 단순한 개념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간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21세기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왔다.

벤진 리드가 주도하는 '자이언톡(giantalk, 위대한 대화)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디지털 휴먼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차로 인류의 역사를 통해 사유와 실천의 전 영역에서 위대한 거인들의 사유를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구축 중이며,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은 이 프로젝트 팀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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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여행 2 - 전생퇴행 최면치료, 영혼의 치유와 회복 전생여행 2
    김영우 지음 / 전나무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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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권에서 계속) https://cafe.naver.com/bookuloveful/86410


    1권에서 저자 김영우는 '원종진'이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10개장(章)에 걸쳐 임상치료 사례로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프리카, 죽은 후의 세계와 미래의 예언들」(4장), 「여덟 번째 삶과 교훈, 그리고 예언들」(5장), 「나의 전생, 원종진과의 관계, 교훈과 예언들」(6장), 「제3의 방, 이 만남의 의미, 내 문제들, 빙의 현상과 예언들」(7장), 「동물의 영혼, 사랑, 정치 지도자들의 비밀, UFO, 정신병의 원인」(8장), 「이집트에서의 삶과 지옥, 사랑과 겸손, 자기만족, 인구 증가와 심판에 대한 가르침」(9장), 「고통의 의미, 진정한 수행, 전쟁과 평화, 예언과 교훈들」(10장) 등이다. 환자의 입을 통한 증언(?)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마치 연극이나 시나리오처럼 많은 지문을 사용하여 상황과 당시 환자의 반응이나 손동작, 몸짓 등은 지문으로 처리했다. 또 기억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과거 기억 부분에 대한 설명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어서 소설로 읽는 것보다는 장면 연상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면 상태에서 환자가 말하기 때문에 '끊김'이 잦아 글의 내용이 오래 기억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1권 2부에서 「'원종진'이라는 청년」에 대한 보완적 설명을 첨부하고 있다.

    "전생퇴행의 과정을 거듭하면서, 나는 이 청년에 대해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이에 비해 훨씬 무게가 있고 사려 깊으며, 안정감 있는 태도와 침착한 성격, 뛰어난 직관력을 갖추고 있었다. 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고, 몸에 밴 겸손한 태도로 상대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실제 가장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져야 했던 것도 그런 성격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기억해낸 전쟁 중에는 수행자로서의 삶이 여러 번 있다. 그런 수행 생활도 지금의 성격에 큰 흔적을 남긴 듯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몇 군데 옮기면서 이런저런 고생과 좌절을 겪었고, 심한 자기 불신과 우울에 빠져 방황하던 끝에 기독교인으로 생활하면서 안정을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삶의 궁극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을 이리저리 찾다가 윤회와 환생의 개념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중략) 전생되행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그에게는 몇 가지 성격상의 단점과 나쁜 버릇들이 있었다. 평소에는 순하다가도 부당한 것을 보면 과격하게 화를 내는 것,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독선적 태도, 뭔가 불만스러울 때는 음식을 계속 먹어대는 폭식 습관이 그것이다.(1권, p.222~223)



    이 책 『전생여행 2』는 3부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1부 〈전생퇴행 치유의 기록들〉, 2부 〈지혜의 목소리들〉, 3부 〈그 이후의 이야기〉 등이다. 1권과 비슷하게 1부는 치료 사례와 치료자로서의 특별한 경험, 2부엔 치료 의사로서 '전생퇴행 치료법'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여러 가지 사유를 중심으로 기록했다. 1부에는 새로운 여자 환자 이름이 등장한다 「여러 진단명이 붙은 '신수미'라는 환자」다.

    책에 따르면 전생퇴행 최면 치료를 하면 한두 번 만에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그런 경우도 꽤 있지만, 다른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여러 증상의 원인들이 여러 번의 힘든 삶 속에서 쌓인 것이라면 치료는 더 길고 복잡해진다. 여기 소개하는 환자의 이야기는 그런 길고 힘들었던, 그러나 만족스럽고 감동적인 결과를 가져왔던 치료 과정의 요약이다. 

    2003년 9월, '신수미'라는 이름의 31세의 여성 환자가 방문했다. 최면 치료를 예약해둔 상태였지만 한동안 차례를 기다리려야 해서 우선 힘든 증상 완화를 위한 약 처방이 필요해 미리 방문한 것이다. 차분하고 수려한 외모의 그는 조용하고 조리 있는 말투로 긴장과 불안, 공포, 심한 불면과 깊은 우울감 등 여러 정신 증상과 함께 가슴 조임, 소화불량, 원인을 모르는 여러 부위의 통증 등 자신이 늘 겪고 있는 증상들을 몹시 긴장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스물다섯 살부터 정신과에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진단명이 달라졌어요. 약도 이것저것 오래 먹었는데 몸이 너무 처지고 효과도 잠시뿐이라, 근본적인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아버지께서 권유하셔서 선생님을 찾아온 거예요."

    그동안 자기를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가 모두 열 명이 넘는다고 했고, 그들이 내렸던 진단명은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해리장애, 공포증, 경계성 인격장애 등 여러 가지였다. 자살 시도도 두 번 있었다고 했다. 가는 병원마다 진단명이 달랐다는 의미는, 이 환자의 문제와 원인이 종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의사마다 제각기 두드러져 보이는 증상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결과였다. 여러 종류의 항정신병 약물과 우울증 약을 오래 먹은 결과 체중 증가와 함께 다른 부작용도 많이 겪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현재의 주변 상황과 가족관계, 성장 과정, 증상의 시작 등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다.(2권, p.81~82)


    저자는 그녀의 치료 전 증상과 성격, 치료에 임하는 태도, 일상적인 말투와 몸가짐 등 여러 각도에서 관찰했다. 그리고 그녀를 단정한 매무새에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긴장된 태도로,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고 술회한다. 여자 환자의 과거 기억에 대한 부분이 이어지고 저자의 진단이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이에 따르면 그는 조현병이나 조울증이 아니었다. 단편적 증상들만 보면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조현병의 특징적인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고, 그의 태도와 말하는 내용도 일관되게 지적이고 논리정연했으며,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도 무척 생생하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보기엔 적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신경증에 더 가까워 보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조금씩 더 긴장을 풀고 편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나친 긴장감과 계속되는 불면증에 도움이 될 가벼운 안정제와 수면제만 소량 처방해 주고 그날의 상담을 마쳤다고 저자는 밝힌다. 환자는 그 이후 첫 최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까지 같은 처방으로 비교적 잘 지냈고, 첫 최면 치료는 2004년 6월 18일에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또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나 질문이 있으면 하라는 저자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약을 먹으면서 상당히 편하게 지냈어요. 중간중간 불안이나 우울이 더 심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나아졌고요. 사실 최면 치료를 마지막으로 선택했을 때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자는 최면 치료와 다른 상담치료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최면 현상의 이해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설명해주고 간단히 긴장을 푸는 연습을 한 후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치료 의자에 누워 잠시 긴장을 푼 다음 "건강해지기 위해 떠올려봐야 할 생각이나 기억이 있는가?"라는 의사의 질문에, 처음부터 과거 삶의 힘든 기억들 속으로 쉽게 들어갔다.


    신수미 환자 자신의 입을 통해 구술한 '전생'에는 19세기 초 조선, '순덕'의 삶이 등장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에서의 '마리'의 삶, 그리고 일본 승려의 삶도 나온다. 전생과 윤회에는 말 그대로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즉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2006년 5월 어느 날, 그는 의사에게 이메일의 첨부 파일로 나란히 놓인 두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고 한다. 하나는 피부의 붉은 반점을 확대한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지역의 윤곽을 표시한 흑백 지도였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첨부한 사진들을 잘 비교해보시고 선생님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두 장의 사진 속 형태가 서로 비슷하게 닮아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말입니다. 몇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의견이 나뉘는 것 같아서요. 자세한 설명은 치료 시간에 해드리겠습니다."(p.140)

    저자에 따르면 두 사진은 상당히 닮아 있었다. 흑백 지도는 마치 바다에 사는 해마처럼 보였고, 붉은 반점은 꼬리만 잘린 해마처럼 보였다. 꼬리 부분만 제외하면 두 사진 속의 형태가 거의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을 그대로 답신에 적어 보내고 다음 치료 시간을 기다렸다. 치료 시간에 그로부터 들은 설명은 흥미로웠다.

    "선생님께 보내드린 사진 한 장은 제 팔의 붉은 반점을 확대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인터넷에서 찾아낸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전체 부지를 표시한 지도예요. 그 수용소에 관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는 별것이 없었어요. 며칠 찾아보다 포기하려고 하던 때 그 지도 사진이 눈에 띄었죠."

    이후 치료를 지속했던 그녀는 통증과 정신적 이상 증세도 거의 없어 치료를 완료할 무렵 의사인 저자는 주의 사항을 전달해주고 일단 치료 완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증상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앞으로도 나타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경혐해보지 못한 새로운 증상들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의를 주었다고 밝힌다. 완전히 낫기 위해서는 지금도 자신의 내면에 많이 남아 있는 과거의 상처들이 충분히 치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예전에는 미신, 주술 등으로 치부됐던 최면 치료의 현주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또 과학자인 자신이 보는 최면 치료는 분명히 과학이 아직 규명해내지 못한 부분인 '전생'의 기억을 끄집어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신념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과 치료의 한 방법으로 최면 치료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필요한 경우 환자 직접 치료에도 참가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에서 최면 치료는 물론 양자물리학과 인간 의식에 대한 첨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2권의 신수미 환자 치료의 결과를 언급하는 본문의 마지막 부분에 밝힌 내용은 최면을 통한 전생퇴행 치료의 필요성과 연구의 결론을 말하는 듯해 더욱 깊이 뇌리에 남는다. 

    "내면의 상처는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낫는 법이 없다. 반드시 어떤 식으로건 치유 과정을 거쳐야 낫는 것이다. 어린 시절이나 아주 오래된 과거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해 평생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듯 과거 다른 삶에서의 상처도 똑같이 현재의 우리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우리 내면에는 과거라는 시간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의 모든 경험은 에너지의 형태로 축적되어 현재 속에서 그대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평균 한 달에 두 번 정도 치료를 이어가며 충분한 상담과 최면 치료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마리'의 상처들은 끝없이 반복되어 올라오며 매번 그를 공포와 고통 속에 다시 묶어놓았다.

    축적된 부정적이고도 파괴적인 에너지가 큰 기억들은 그 힘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치료 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떠올라온다. 경험상 이런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십, 수백 번이라도 같은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성실하게 계속 치료해가는 것뿐이다."(p.153)


    저자 : 김영우


    신경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MD, 심리학 박사 PhD, 미국 외상성 스트레스 전문의(AAETS). 국내 최초로 ‘최면 전생퇴행요법’을 임상에 도입하여 주류 정신의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치유 가능성을 제시했다. 1996년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 출간 이후 전생과 영혼, 임사체험, 사후 기억, 신들림(빙의) 등 인간의 자아초월적 경험들을 양자물리학과 인간 의식에 대한 첨단 연구를 바탕으로 탐구하며 새로운 정신치료 영역을 개척해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국정신의학학회, 미국임상최면학회, 국제최면학회, 국제해리성장애학회 등에서 활동해왔고, 한국자아초월정신의학회를 설립하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하와이에서 인간 의식과 양자물리학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난치의 정신과 환자들의 완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최면치료 기법의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소피아대학(Sofia University)에서 자아초월심리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국내 김영우 자아초월 최면치료연구소 소장과 하와이의 퀀텀 피스 카운슬링(Quantum Peace Counseling LLC) 디렉터를 겸임하며 최면 상담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내 최초로 최면을 이용한 전생퇴행요법의 임상 사례들을 담은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1996), 세계 최초로 최면 유도 기법과 전문 음악치료 기법을 결합한 자신감 강화와 긴장 이완 프로그램 CD 《쾌청 365》(1998), 《영혼의 최면치료》(2002), 《양자물리학적 정신치료, 빙의는 없다》(2020), 《Pastlife Journeys and Messages of Wisdom》(2020,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의 영문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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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여행 1 - 전생퇴행 최면치료, 존재와 내면의 치유 전생여행 1
      김영우 지음 / 전나무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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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전생여행』은 초간본 출판 후 거의 30년 동안 꾸준히 읽혀온 책이다. 특히 이번 간행본은 저자 김영우의 실제 치료 기록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영혼과 치유에 대한 깊은 탐색을 담고 있다. 1, 2권 전편을 통해 전생을 기억한 환자가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와 내면에서 들려온 지혜의 목소리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자기 탐색과 치유의 여정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전생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바꾸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주장하는 『전생여행 1』은 독자로서는 처음 읽지만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믿음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번 새로운 『전생여행』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① 국내 최초의 전생퇴행요법 임상 기록, 30년 만의 귀환

      ②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영우 박사가 안내하는 과학과 영혼의 교차점

      ③ 한 사람의 내면을 통과해 전해온 지혜의 목소리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비추다.

      ④ 전생은 실재한다. 전생은 고통의 뿌리를 찾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여정이자,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를 다시 쓰는 첫걸음이다.


      저자 김영우 박사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심리학 박사로, 국내 최초로 ‘최면 전생퇴행요법’을 임상에 도입했다. 이후 영혼, 임사체험, 사후 기억, 빙의 등 자아초월적 현상과 인간 의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으며, 이를 양자물리학과 결합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김영우 자아초월 최면치료연구소 소장, 미국 소피아대학 자아초월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하와이에서는 퀀텀 피스 카운슬링 센터를 운영하며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1996년,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심리학 박사인 저자 김영우는 국내 최초로 ‘최면 전생퇴행요법’을 임상에 도입했다. 이 책은 '전생'이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가 되었고, 당시 50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충격을 안겼다. 30년이 지난 지금, 『전생여행』은 새롭게 다듬어진 1, 2권 세트 구성으로 돌아왔다. 『전생여행 1』은 초판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담으면서, 다시 읽어도 깊은 감동과 통찰을 주는 치유 사례들을 중심으로 ‘존재’와 ‘내면의 치유’라는 주제를 보다 선명하게 조명하고 있다. 치유 사례를 좀 더 생생하고 자세하게 기록한 특징이 돋보인다.

      책 내용에서 대표 사례론 언급되는 ‘원종진’ 환자의 10차례 전생퇴행 기록은 단순한 임상 사례를 넘어 삶과 죽음, 영혼과 치유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 보게 한다. 이 밖에도 두 여성 환자의 사례, 전생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혜의 목소리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 전생퇴행요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면의 변화까지 담겨 있다. 『전생여행 1』은 과학과 영혼, 의학과 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전생여행’을 떠나도록 초대하는 책이다.

      『전생여행 1』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신비로운 만남〉, 2부 〈남은 이야기들〉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1부에는 원종진 환자와 함께하며 최면치료에 의한 그의 전생을 자신의 입을 통해 구술토록 하고 치료 의사인 저자는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다. 책에는 독자들이 읽기 불편할 정도로 많은 구둣점을 사용해 현장감과 환자 구술의 생생한 표현에 집중했다. 모두 10번의 만남을 통해 조선 시대 비구니의 삶(1장), 스페인과 인도에서의 삶(2장), 조선, 고구려, 스코틀랜드에서의 삶과 깨달음(3장)을 듣는다. 

      이 책에 담긴 진리의 메시지들은 30년 전 초간본 출간 때 이미 평가를 받았다. 인간 영혼은 죽음 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계속 존재함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인 치료 사례들은 힘든 삶에 지치고 길을 잃었던 수많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30년 전의 우리나라 시대 상황을 되돌아보면 국민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나라의 모습에 희망을 품고 살아오던 때다. 30년 후인 지금은 어떤가? 활기와 정체성을 잃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증오하는 불안한 사회 분위기가 나라 안팎을 휩쓸고 있다.


      온 세계가 도덕과 인간의 기본 가치를 망각하고 집단의 이익과 힘에 따라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혼란과 전쟁 속에 던져진 지금, 인간의 실체인 영혼은 외면한 채 AI에만 열광하고 있는 이런 때일수록 '내가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이 더 절실해 보인다고 저자는 책의 앞 부분 〈『전생여행』을 재출간하며〉에서 적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새로운 치료 사례들을 추가하여 1, 2 권 두 권의 책으로 나누었다. 특히 2권에는 과거에 발표했던 치료 사례들과 함께, 새로운 한 환자의 충격적이고 놀라운 전생 기억을 통해 낫지 않던 정신적·신체적 증상들이 치유되는 과정을 추가로 수록함으로써 증보판 성격의 책으로 제작했다. 추가된 내용의 메시지와 사례들을 통해 삶의 의미와 영혼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재출간 취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저자는 '글을 열며'란 책의 〈서문〉을 통해 집필 취지에 대해 최면 치료, 치료 사례는 물론 '죽지 않는 영혼'에 대한 연구 내용과, 치료 과정에서의 신비로운 체험, 그 만남으로부터 전해지는 여러 가르침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생생한 느낌 전달을 위해 대화 내용은 모두 상담하는 동안 녹취한 그대로이며, 일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충격적인 내용과 극히 개인적인 일들은 접어두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의사로서의 윤리적 의무를 강조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또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이름과 배경도 조금 변형했다는 사실도 미리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며 단 한 가지도 덧붙인 것이 없음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사실적인 내용이라는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신뢰성을 확보한 다음, 자신의 체험과 연구 과정, 환자의 입을 통해 밝혀진 그의 전생 등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독자들에게 '과학'이 놀랍도록 빠르게 발달하면서 인류 문명을 눈부시게 성장시켰고, 오늘날 과학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설명되고 확인되는 명쾌함으로 무장한 과학적 문제 해결 방식은 자연의 신비와 영혼의 신비까지도 물리화학적 법칙 속에서 구하고자 한다고 언급한다. 자연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므로 많은 법칙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현상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고 밝힌다.



      사실 과학은 믿을 수 있는 학문으로서, 놀랄 만큼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나 만질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불신하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사도 과학자다. 의사가 이런 말을 할 때면 분명 현재까지의 과학은 신뢰할 만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없는 것으로 무시하거나 불신하게 되는 태도는 과학이 문명 발달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과학의 엄청난 힘을 경험한 인류는 이 새로운 힘으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흥분했고 기존의 모든 가치관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종교의 힘과 신비에 대한 사람들의 외경심은 유물론적이고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가치관에 밀려 점차 힘을 잃어갔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 내부에 잠재된 자신의 근원과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줄 수 없었다. 더구나 비윤리적인 사람들이 과학을 이용할 때 인류에게 끼칠 수 있는 엄청난 해악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의 모습은 이런 상황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업의 발달로 망가져가는 자연과 멸종되는 생물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로 고립되어가는 사람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차별을 일삼고 자국의 산업 육성을 위해 타국의 전쟁을 부추기는 강대국들···. 소유와 여유는 어느 시대보다 풍성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없고, 더 심한 경쟁과 초조함 속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부정하는 일은 현대 과학의 수준을 뛰어넘는 숙제로 남았음을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100년 전부터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영혼을 증명하겠다는 심령과학이란 분야가 생기고 강령술과 영혼 사진, 투시와 예시 등 단편적 증거들을 제시하긴 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진 못했다. 이와는 별개로 수십 년 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임사체험(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은 설득력 있고 객관적인 여러 증거와 증언을 통해 의학계와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밝힌다. 임사체험자들이 말하는 공통된 경험들은 죽음의 이해에 중요한 자료들이며, 영혼의 실제에 대한 강력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임사체험(臨死體驗, Near-Death Experience)* : 죽음을 경험한 후 되살아난 사람들의 체험.(저자 주)


      임사체험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최면요법'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최면 상태란 '한 가지 생각이나 현상에 집중함으로써 의식적 긴장이 풀리고 피암시성이 증가된 상태'를 의학과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간단히 말해 평소의 표면 의식을 잠시 접어두고 내면 잠재의식과의 직접 교류가 가능해진 상태를 말한다. 과거 고대로부터 모든 문화권에서 이 최면요법이 실시되어 왔으나 마법사나 주술사, 성직자들의 병 고침과 악령을 추방하는 의식 등에 주로 쓰였다. 근대에 들어와서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의사 안톤 메스머가 고대 치료자들의 방법을 이용하여 최면 치료를 사용했으나, 최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못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치료의 성과는 꽤 있었지만 기존 의학계의 반발과 공격으로 결국 메스머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고, 최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중단되고 말았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영국 의사 제임스 브레이드가 최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현재의 용어인 '최면(Hypnosis)'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저자는 최면의 역사를 짚어본다. 정신분석 이론의 시조이며 잠재의식의 존재를 처음으로 설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최면 유도 방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내면 잠재의식의 존재를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신분석 이론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최면은 잊혀져 갔고, 여전히 마술사나 거리의 흥행사들이 흥미 위주의 왜곡된 이미지를 최면에 심음으로써 사람들은 최면에 대해 지금도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면은 1958년 미국의학협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료 기술로 자리 잡게 되었고, 최근의 의학 학술지들의 논문과 기사에서 최면을 이용한 치료와 연구 결과들이 여러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 브라이언 와이스가 쓴 책으로, 최면을 이용하여 환자를 퇴행(退行)시켜 전생의 기억들을 찾아내고 그 기억들 속에서 현재 문제들의 원인을 찾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과학자라고 여겨지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신비롭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 것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도 저자는 덧붙인다. 이처럼 최면을 이용해 전생의 기억을 환자의 입을 통해 직접 이끌어냄으로써 '임사체험'이란 용어가 제자리를 찾게 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2권으로 계속) https://cafe.naver.com/bookuloveful/86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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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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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언와인드』*는 임신 중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어 벌어진 〈하트랜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먼 미래 소설(SF)이다. 저자 닐 셔스터먼(Neal Shusterman)은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로 미국의 영 어덜트(young adult)**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는 작가라고 한다. 전작 『수확자』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번역 소개돼 국내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작가다. 〈하트랜드 전쟁〉은 오늘날 지구촌의 인구 문제와 맞닿아 있어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 같다. 표제어 '언와인드'(unwind)는 '임신 중절'을 뜻하는 단어로 미래의 인구 문제를 미리 끌어온 느낌이다. 미래 지구촌 인류가 죽음을 완전히 극복하고 영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류의 생명이 죽지 않고 영생이라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까? 상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은 인구 문제가 가장 먼저 닥칠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에 먼 미래 인류는 전작 『수확자』를 통해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의 '사형 집행인'(死神)'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대명사이다. '죽음이 없는 세상'이 유토피아로 보이지만 사실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그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좀 좋은 세상을 찾아나가려고 애쓰는 주인공이 나오고,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소설이 끝난다.

      인구 조절을 위해 생명을 끝낼 임무를 맡은 '수확자'는 컴퓨터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로써 강제로 생명을 끝내는 집행자 역할을 맡는 것이다. 끝내지 않은 〈『수확자』 시리즈〉가 이어받는 느낌이다. 『언와인드』는 소득 없는 싸움을 되풀이하던 양 진영이 '언와인드'라는 기묘한 합의에 도달하며 시작된다. 합의한 법안은 임신 중지를 금지하는 대신, 부모가 원할 경우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자녀를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는 법안이다. 이 제도는 언와인드가 되더라도 자녀의 장기가 다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부모들의 선택을 합리화한다. 


      언와인드* : 감다(wind)라는 의미의 단어에 'un-'이 앞에 붙어 '풀다'라는 뜻의 영어다. 이 소설에서는 '임신 중지', '임신 중절'의 의미로 사용됐다.(역자 주)

      영 어덜트(young adult)** : 소비자를 연령별로 세분화시킨 경우, 보통은 22~25세까지의 사람들을 말하는데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발생한다.(패션전문자료사전, 1997)



      소설이 시작되기 전 맨 앞 페이지에 「생명법」의 내용이 정리돼 있다.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 닐 셔스터먼이 일부러 써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트랜드 전쟁〉이라고도 알려진 2차 내전은 단 하나의 문제를 놓고 벌어진 길고도 피 튀기는 충돌이었다.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생명법」이라 알려진 일련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생명파와 선택파를 모두 만족시켰다. 생명법은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13세에 이를 때까지 그 생명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다. 그러나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은 부모가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 조건은 아동의 생명이 '기술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을 중절하는 동시에 살려 두는 과정을 '언와인드'라 한다. 언와인드는 현재 사회에서 용인되는 흔한 과정이다."(p.11)

      이 소설 작품은 7부로 나뉘어 있다. 각 부의 제목만 보더라도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여기에 적는다. 1부 〈삼중 복제〉, 2부 〈황새〉, 3부 〈이동〉, 4부 〈목적지〉, 5부 〈묘지〉, 6부 〈언와인드〉, 7부 〈의식〉 등이다. 1부의 시작은 암울하다. 이 나이대의 대상자들의 대화다. "갈 만한 곳이 있어." 아리아나가 그에게 말한다. "넌 똑똑하니까 열여덟 살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코너는 그리 확신이 들지 않지만, 아리아나의 눈을 들여다보니 잠시나마 의심이 사라진다. 아리아나의 눈은 회색 줄무늬가 들어간, 예쁘장한 보라색이다."(p.15)

      슈퍼컴퓨터가 통제하는, 죽음이 사라진 미래를 그린 시리즈 소설이 『수확자』라면 『언와인드』는 그 이후의 더 암울한 미래 세계를 다룬다. 즉 인구 조절을 위해 선발된 수확자로 통제가 안 되는 사회 문제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 작품은 저자 스스로 '디스톨로지'(dysology)***라고 이름 붙인 미래 소설이다. 저자에 따르면 디스톨로지'(dysology)는 단순한 디스토피아 SF가 아닌, 인간 존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청소년 인권의 현실 폭로, 과학의 윤리성와 제도적 억압에 대한 고발 등 수많은 철학적 메시지를 녹인 작품임을 나타내 주는 단어다. 전 세계에 수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현재 TV 시리즈화를 앞두고 있으며, 거대한 스케일과 장대한 서사로 독자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디스톨로지'(dysology)*** : dys(나쁘거나 어려운 것+ology 연구, 즉 나쁘거나 어려운 것에 대한 연구.(저자 주)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장기 이식 수술이 진보한 세상, 임신 중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어 전쟁까지 벌이는 등 인구 조절에 관한 극한 사회 문제다. 지리멸렬한 싸움을 되풀이하던 양 진영은 '언와인드' 법안을 합의에 의해 통과시킨다. 이른바 「생명법」이다. 이 법안은 임신 중지를 금지하는 대신, 부모가 원할 경우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자녀를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는 위헌적 법안이다. 이 제도는 언와인드가 되더라도 자녀의 장기가 다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부모들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 잔혹한 언와인드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 제도를 피해 세 명의 아이들이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 속을 썩이던 코너, 보호 시설에서 자란 고아 리사, 신께 몸을 바치는 '십일조' 레브. 각각의 사연을 지닌 셋은 국가로부터, 경찰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도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살기 위한 모험과 투쟁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어떤 진실을 깨달아 간다. 단순히 지금 당장 죽지 않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쓸모 있는 장기 취급에 분노하고,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인 양 포장하기 위해 언와인드된 신체 부위만을 조합해 '합성 인간'을 탄생시키고, 그 결과 태어난 캠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인간의 자유의지와 정체성의 문제, 인간 존엄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아이들은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캠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낙태에 대한 권리 - 즉 임신 중지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뜨거운 이슈다. 임신한 사람의 신체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임신 중지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태아를 동등한 생명체로 간주하고 보호할 것인가. 저자 셔스터먼는 각각의 주장을 펼치는 '선택파'와 '생명파'의 논리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 임신 중지를 둘러싼 현대 사회 전체의 풍경을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임신 중지가 금지될 때 시도되는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방식의 중절 수술,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누가,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의 문제, 이와 관련한 법안을 내는 정치권과 그 지지자들, 신념을 갖고 물러서지 않는 종교계, 법의 틈새에서 돈만을 좇는 기업인 등의 문제는 지금 우리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현재진행형의 사회 문제다. 어쩌면 인류 존속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의 미래 세계에는 지금 열거된 문제보다, 그 모든 논쟁의 중심에서 사라져 버린 '구체적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사려 깊은 관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실 저자는 지금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사회 문제 가운데 인류 생명의 문제는 먼 미래 빛나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되더라도 '인간애'나 '인간 존중'에 대한 개념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이나 먼 미래나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소설 속 그 이념과 이권의 추상적인 논쟁 속에서, 사랑스럽고도 매력적인 한 명 한 명의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내면에 모순을 안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소년 소녀의 우정과 사랑, 웃음과 눈물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엄해지고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현실을 꼭 닮은 그 복잡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어떻게 하면 다시금 사랑과 애정과 존중으로 통합시킬 수 있을까? 철학적 고민이 가득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장대한 SF의 세계에서, 독자들은 설렘과 재미는 물론 단단한 삶의 태도까지 얻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소설을 번역한 강동혁은 말은 많은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 애초에 '선택파'와 '생명파' 간 갈등의 이면에 있던 '핵심적인 물음은, 즉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소설에서 그 질문은 '태아가 과연 생명인가'라는 식으로 직접 제시되지 않는다. 대신 누구에게서도 태어나지 않은 존재, 언와인드된 사람의 장기만으로 재조합된 '리와인드' 캠의 처절한 고민을 통해 드러난다. 우리는 그를 보면서, 그를 따라서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그를 사람으로 만드는가? 무엇이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가? 정말이지 탁월한 점은, 이토록 진지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이 단 한 순간도 지루한 사변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저자 닐 셔스터먼는 30개가 넘는 상을 수상했으며, 출간 즉시 각종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작품을 올리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다. 저자의 가장 큰 강점은 '재미있는 소설'을 쓴다는 점이지만, 뜨거운 사회적 문제를 절묘하게 끌고 와 독자들로 하여금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도록 만드는 솜씨 또한 매우 탁월하다. 정신 질환을 다룬 『챌린저 디프』,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수확자』 시리즈〉, 다양한 혐오 문제를 그린 『게임 체인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 인권을 깊이 천착한 이번 작품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 모두, 흥미로운 플롯 속에 거대한 사유를 품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세계의 단어들에 대해 출판사 측이 단어 설명을 책 소개글 뒤에 붙였다. 


      - 언와인드: 인간의 신체가 해체되는 과정이다. 법에 따라, 해체된 사람의 99.44퍼센트는 이식에 활용되어 살아 있는 채로 유지되어야 한다.

      - 황새 배달: 갓난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은 어머니가 아기를 남겨 두고 떠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아기를 다른 사람의 집 문 앞에 두고 떠날 수 있는 행동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이후에는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아기를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 하비스트 캠프: 언와인드가 분열된 상태를 준비하는 허가받은 시설이다. 각 시설은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모든 시설은 언와인드로 지정된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 박수도: 이 어린 테러범들은 혈액을 폭발 물질로 바꾸는, 탐지 불가능한 화학 물질을 자신의 순환계에 주입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강하게 손뼉을 쳐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 청소년 전담 경찰(청담): 전국 청소년 전담국에서 일하며, 언와인드의 통제를 담당하는 법 집행관.

      - 십일조: 〈10퍼센트〉를 의미하는 용어에서 유래한 이 말은 종교적인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언와인드가 예정된 아동을 가리킨다.


      그들은…… 언와인드되어야 한다. 그렇다. 그게 그들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지금 상태로는 그들은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다. 특히 그들 자신에게. 내면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들에게는 언와인드가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안에서부터 부서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깥이 망가지는 것이 낫다. 그렇게 되면 살아 있는 육신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다른 생명을 구하고 누군가를 온전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걸 알고 그들의 분열된 영혼이 마침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레브 자신의 영혼이 곧 안식하게 될 것처럼.(p.108)


      "내가 언와인드당하면, 내 눈은 사진사에게 갔으면 좋겠어."

      헤이든이 말한다. 슈퍼 모델을 찍는 사진사한테. "내 눈으로 슈퍼 모델을 봤으면 좋겠거든."

      "내 입술은 록 스타에게 갈 거야." 코너가 말한다.

      "이 두 다리는 올림픽에 나갈 거야."

      "내 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한테 갈 거야."

      "내 배는 음식 평론가한테."

      "내 이두근은 보디빌더에게."

      "내 코는…… 아무한테도 안 가면 좋겠다."

      비행기가 내려설 때, 그들은 모두 웃고 있다.(pp.253-254)


      저자 : 닐 셔스터먼(Neal Shusterman)


      1962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으며 16세 때 가족과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주해 그곳에서 국제 학교를 다녔다.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심리학과 연극을 전공했다. 전미 도서상을 받은 『챌린저 디프』와 미국 도서관 협회 마이클 L. 프린츠상을 받은 『수확자』, 미국 도서관 협회 최고의 영 어덜트 소설상을 받은 『분해되는 아이들』,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을 받은 『슈와가 여기 있었다』 등을 포함해 30개가 넘는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대중성을 인정받아 「수확자」 시리즈, 『드라이』, 『게임 체인저』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는 중이다.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며 아들인 재러드 셔스터먼과 소설, 시나리오 등을 공동 작업하고 있다.

      홈페이지 storyman.com

      페이스북 @NealShusterman


      역자 : 강동혁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바버라 킹솔버의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 『트러스트』, 커트 보니것의 『타이탄의 세이렌』,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 후의 삶』,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토바이어스 울프의 『올드 스쿨』, 『이 소년의 삶』,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 진 필립스의 『밤의 동물원』, 말런 제임스의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전 2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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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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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자가 이 책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책의 〈서문(프롤로그)〉에서 발견한 '진짜 나'란 문구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저자 '료'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책의 제목이 묘(?)하다는 느낌이 들어 독자의 시선을 잡아 당겼다. 저자 료가 직접 쓴 〈서문〉의 첫 문장을 여기에 옮겨 적어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 나로 살 수 있는 용기를 논하게 되는 것이 아이러니해서 '왜 우리는 이렇게나 진짜의 나로 가는 길에 용기까지 필요하게 된 걸까?" 

      이 문장에 담긴 '진짜 나'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나'는 '가짜'로 살았던 것일까? '진짜'란 단어는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하는 말 중에 섞여 '참'과 '거짓' 중 '참'을 의미하는 것이고, 부족한 영어 실력을 동원하자면 'real' 'true'쯤 아닌가? 독자가 이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 혼란했던 대한민국의 정국이 차츰 안정되면서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 뽑힌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전까지(정확하게는 취임사에서도 들었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한민국은 '가짜'란 말인가? 국가 공동체가 진짜가 있고, 가짜가 따로 있진 않을 텐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이 후보자가 이런 뜻으로 썼을 리는 없다. '더 나은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놔두고 왜 '진짜 대한민국'을 외쳤을까? 더욱이 우리가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이 단어는 사실 한자와 우리말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것이다. '眞'짜와 '假'짜는 상대적 개념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독자는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가짜(거짓말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자신에게 붙은 별칭의 허위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진짜'를 반복 주장한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반대 세력이나 정당에서 비방하기 위해 가짜 프레임을 씌운 것 정도로 독자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 료가 사용한 '진짜 나'는 문맥상 '허상(虛像)'의 반대되는 뜻의 '실상(實像)'을 의미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 표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자 이 대통령의 '진짜 대한민국'의 참뜻에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구호처럼 내세우는 '실용주의'에서 그 깨달음은 '참'에 가깝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저자 료는 ‘런던베이글(bagel)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high waist),’ ‘레이어드(Layered)’ 등의 감각적 공간 브랜드를 창업하고, 브랜드를 전국의 ‘빵지순례객’들이 찾는 명소로 만든 분이다. 그녀가 창조한 공간은 ‘꾸며진 컨셉’이 아닌, 감정이 축적된 풍경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 서는 공간을 만든 그녀는 브랜드보다 오래 남는 감각과 마음을 믿는다. 그 믿음은 그녀가 만들어온 시간의 결, 그리고 켜켜이 쌓인 감정의 레이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다층적인 시간과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길어 올려, 자신의 첫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에 담아냈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이 책 속의 글은 생생한 언어이거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이거나, 비유적 표현이거나 모두 독자들이 바로 이해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밝힌다. "언제나 말보다 시선을 먼저 보내는 그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장르와 형식에 갇히지 않고, 온전히 ‘나다움’을 지켜내는 그녀의 글은 얼핏 가벼운 일상의 스케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깊은 애정, 인간을 향한 다정한 시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담겨 있다"는 출판사의 글에 공감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독자의 감상을 굳이 묻는다면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 과장 없이, 실제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고 독자는 답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마음속 작은 울림을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저자 료는 무심코 들어간 런던의 한 카페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작고 소박했던 런던의 한 카페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사람들이 완벽한 하나의 합을 이루며 각자의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에 커다란 울림을 받았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오랫동안 저는 타인을 관찰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 순간 생각했어요. ‘어쩌면 내가 원했던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었을까? 평생 하리라 믿었던 일을 그렇게 내려놓고, 직업을 일순간에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저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렇게 “목표 대신 자유를 원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 고백은 저자가 "진짜의 나로 가는 길에 용기가 필요한 것은 지금 살아가는 나의 많은 모습들이 사실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묻는 것 같다."며 "내가 나로 태어나 내가 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를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던 생각들이 모여 이 책이 된 것"이라고 말로 대신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아티스트로 태어났으며, 삶이라는 무대에서 모두가 배우로서 각자 자신만의 연기를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얼까?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는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핵심 가치이며, 그녀가 만들어 온 브랜드의 철학이라고 답변한다. 매일, 매 순간을 ‘진짜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녀에게, 일과 삶, 일상과 예술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간을 만들고, 옷을 입고, 음식을 만들고, 타인과 함께하는 모든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 속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점이 저자의 말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고유함에 대한 예찬’이다.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나에게 가장 좋은 레퍼런스는 결국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정답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고,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어로 쓰고 사진도 책 속에 담겨 있다. “Being yourself, not being someone.” 그 과정 속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이 생긴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 속에는 진실과 진심이 잘 녹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겉모습의 화려함이나 장식적인 감상과는 다르다. 그것은 그저 바라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무언가를 저 끝까지 알고 싶은” 사랑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어보려는 이와 같은 ‘몰입’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감정의 동일화”이다. 바게트를 들고 돌아오는 길, 오래된 찻잔의 무늬, 해 질 녘 창문에 드리운 빛과 같은 순간들을 붙잡으며, 저자는 말한다. “그저 세상의 아름다움을 빠짐없이 낚아채는, 아름다운 사냥꾼으로 살고 싶어요. 순간의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요.”라고. 그리고 그 모든 아름다움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고 독자는 짐작한다. “"매일 순간의 아름다움을 스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었다.”는 단순한 집필 취지와도 일치한다. 


      저자가 이 책을 내며 강조하는 말처럼 들리는 반복되는 '나로 사는 것'은 두려움이 동반될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과 섞여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인간이기에 불가피하다고 배웠기에 '나답게' '진짜 나로' 산다는 것은 혁명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는데 쉽게 가능할까? 이 책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가질 만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알고도 그저 시작할 수 있던 '용기'가 필요하며 누구나 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에 젖은 작은 새’와도 같은 마음이 들 때, 우리를 다시 날아오르게 하는 건 무엇일까. 무심코 들어간 런던의 한 카페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오래된 빈티지 물건에서 누군가의 시간을 마주하며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 성장했다는 것은 꼭 성공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두려움을 추구했음을 의미한다. 작든 크든 성장했다는 것은 어둡고 보이지 않음을 알고도 발을 내디딘 용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그 어떤 성공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두렵지만 “첫선을 그을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그저 시작할 수 있다.”고.

      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씩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무엇을 알아냈다.’고 강하고 단단하게, 부족함 없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자꾸만 우스워 눈치 없이 그저 서 있던, 알고 보면 더없이 지루했던 때가 아니라.(p.82)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인터뷰)〉를 제외하고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나를 뒤흔든 런던〉, 2장 〈그저 시작할 수 있는 용기〉, 3장 〈진짜의 베이스는 외로움〉, 4장 〈매일의 아름다움〉, 5장 〈생각 없는 생각〉, 6장 〈준비된 즉흥성〉, 7장 〈내가 나로 산다는 것〉, 8장 〈모든 질문의 끝에 사랑이〉 등이다. 제목을 잘 살펴본다면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순서로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8개 장에는 모두 186개의 단상(斷想)이나, 짧은 생각 등이 수록돼 있다. 모든 내용이 별도의 생각이나 내용이지만 각 글은 모두 한 가지로 수렴된다. '사랑'이다. 

      6장 121번째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타인의 경험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있으리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내가 눈을 떠 직접 느끼는 모든 것들만이 결국은 내가 풀어내는 과정에 베이스가 될 거라는 사실을 제법 정확하게 알게 된 뒤로는, 운전을 하거나, 출근길을 걷거나, 회의를 하거나, 팀원들의 스타일을 구경하거나, 줄 서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운드들을 라디오처럼 듣거나, 같은 책을 계속 읽거나, 컨펌을 하거나, 수정을 하거나, 스케치를 하거나, 테스트를 하거나, 해의 크기와 높이의 다름을 보거나, 물이 끓고 있는 형상을 보거나, 길 건너 신호 대기 중인 사람을 관찰하거나, 무작정 선 채로 매장의 바이브를 느끼는 일까지. 사소한 발견과 미미할지도 모르는 반응과 기억을 의심하던 매일의 사진과 잊지 않기 위해 써댄 글들의 반복이, 매번 기분 좋은 공짜 학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그대로 내가 투영될 때, 그 언젠가의 분주했던, 차분했던, 어려웠던, 즐거웠던 나를 빌려 쓰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저 멀리 언젠가 또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두서없이 무엇이든 채우고, 보고, 쓰던 나를 빌려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두 눈과 귀와 맘이 바빠진다.(p.229)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나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결국 물리적으로 자꾸만 써대는 뭔가라는 점을 나는 잘 알고 있고, 택하고 있다. 고민 같은 것 없이, 자주 생각하고 자꾸 써대는 것들이 모여 잘하는 일이 되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의심 같은 건 접어 두고, 거창하든 사소하든 그저 끌리는 대로 쌓여가는 거대한 시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믿으며, 나는 그저 간다.(p.247)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인터뷰)〉에서 두 가지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적는다. 

      - 예술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료가 생각하는 ‘예술’과 ‘생활’, 혹은 ‘예술’과 ‘일’ 사이의 경계는 어떤 것인가요?

      네. 우리는 이미 예술 안에 살고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아티스트’로 태어났으니까요. 인간의 탄생, 나무의 성장, 벌레의 움직임, 돌과 대리석의 질감 - 이 모든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경이롭고 완벽한 질서 속에 존재하고 있어서, 결국 ‘존재 자체가 이미 예술’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모든 방식들, 글씨체, 말투, 먹는 방식, 작은 습관들까지 모든 것이 예술 활동이죠. 그렇게 보면 이 지구에 수십억 개의 예술이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할 때의 나’, ‘집에서의 나’, ‘사랑할 때의 나’처럼 나를 분리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데,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된 건 삶이 이미 너무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특히 요즘 많은 사람들이 취미 대신 SNS에서 인증된 즐거움으로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요. 하지만 예술은 그런 것들과 별개로,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바라보는 과정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내 몸의 모양을 관찰하거나, 피부의 감각을 느끼는 것, 발가락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것, 그런 일상이 곧 예술 활동인데, 중요한 건 ‘나는 어떻게 남들과 달라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미 다르다’는 점을 아는 것입니다.(p.342~343)


      - “나에게 가장 좋은 레퍼런스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자각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물리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에서 레퍼런스를 찾거나,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정답’을 따라가는데, 오히려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는 이미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가장 ‘나’다운 자료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인 것이죠. ‘자기 자신을 레퍼런스로 삼는다.’라는 자각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는데, ‘자아’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본질이 있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내가 내리는 선택들의 합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스스로 표현하고, 그것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 지켜낼 것인가?’가 나를 결정하기 때문에, 타인의 정답을 따라가며 성공하려는 건 위험한 오해입니다. 결국 그것은 나에게 맞는 삶이 아닐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이 생기고, 그 과정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p.344~345)


      저자 : 료


      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 카페 레이어드를 창업하였으며, 현재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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