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의 시대가 곧 시작해 우리의 삶이 확 바뀔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사람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잔치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정보통신 기술과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제아무리 번성한다 한들 인간 또한 자연선택이 지배하는 생태계의 환경 앞에서는 취약한 존재다. 다만 인간에게는 놀라운 공학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뛰어난 지적 능력이 있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성취가 과거, 현재,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이끌었다고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저자 김명철은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바꿔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전문가의 강연을 듣는다.
우리 상상력의 무한함을 이끌어내 높은 문명을 이룩한 인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갈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불가피하게 앞당겨지는 역설적인 현실 앞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배터리, 자율주행, 웨어러블 로봇, 3D 프린팅, 레이저, 나노 로봇, 생물 모방 기술 등 7개 분야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기술 혁명의 방향에 모두 관심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대체에너지 확장 정책은 거대한 도시를 어떻게 바꾸고 인구 감소에 대해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우려스러운 눈초리를 언제 어디서나 마주한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인류는 자국 이익 우선이라는 대전제를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극한의 대결로 '인류 멸망' 임계치에 다다른 듯한 크고 작은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사람들이 살기에는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사이 지구는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벌목과 개간으로 숲은 사라지고 플라스틱과 각종 쓰레기로 바다는 오염되었다. 자동차와 난방 기구, 공장에서 쏟아낸 미세먼지는 대기의 질을 떨어뜨렸고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온도를 높였다. 온난화는 극지의 얼음을 녹이고 사막화를 가속했으며 지엽적인 폭우를 쏟아부었다. 올해 유럽의 폭우와 폭염은 유럽이 열대성 기후로 변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암울한 기후 변화 현상을 보여준다. 또 얼마 전에는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들의 터전에까지 난입한 인간의 욕망이 인류 사회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선진국 대도시에서 더 큰 피해를 낳았다. 인구밀도가 높은 거대 도시가 바이러스나 기후 변화의 역습에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환경과 자원을 무작정 섭취하고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빌려 쓰고 가능한 한 원상태를 보존해야 한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연과의 공존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류 번영의 사회보다는 인류 멸망의 사회로 변해가는 듯한 모습에서 인구와 관련된 노동 문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노동'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돼 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기후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 책 『모두를 위한 자유』에서 저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류 번영을 지속하는 노동 정책, 나아가 기업과 노동자와의 관계, 그리고 국가의 책임 등을 촘촘히 살핀다. 저자는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가 외쳤던 기적의 무기로는 세계를 정복하지 못했지만, 사회적 시장 경제라는 경제 기적의 무기로는 세계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메르세데스 벤츠 로고로 대체되고, 나치의 상징색인 갈색이 가톨릭의 검은색으로 바뀐 것에 불과할지 몰라도 독일의 성실함과 유능함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모두를 위한 번영'은 독일의 무한한 노동력과 능력에 대한 믿음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실현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인류의 꿈을 표준적으로 실현한 것이기도 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모든 것이 모두에게 충분할 만큼 존재했다고 선언하고 필요한 것은 커다란 파이 한 조각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성실함뿐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디지털 변화 3부작〉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모두를 위한 자유』를 집필했다. 전작 『사냥꾼, 목동, 비평가』에서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일반적 개요를 설명하고, 그다음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에서는 말 그대로 인공 지능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았다면, 이번 『모두를 위한 자유』에서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심도 있게 다룬다. 컴퓨터와 로봇, 인공 지능이 주도하는 급진적인 기술 진보는 우리를 제2차 기계 시대로 진입시키며, 노동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 프레히트는 현대인이 더 이상 생존을 위해서만 일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사회적 소속감을 추구하려고, 즉 임금 노동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려고 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 노동 및 성과 사회가 점차 〈의미 사회〉로 전환되면서, 물질적 번영과 양적 성장보다는 일의 질과 조건, 자유로운 삶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책은 오늘날 완전하게 달라진 노동 개념이 우리의 일상과 사고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보여 준다. 특히 진보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조건적 기본 소득을 탐구하며, 이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재편이 왜 불가피한 과제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간다. 이 책은 일이 아닌 삶 전체에 충만한 의미를 부여하고, 느끼며, 교류하는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변화의 시대에 누가 살아남을지에만 몰두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어도 마땅한 존재는 없음을 알리는 〈의미 사회〉 개념은 강렬하다. 혁신이란 말이 많아질수록 사유가 얕아지는 역설을 꾸준히 비판한 저자는, 복지 개념에 머물러 있는 기본 소득을 몇 단계 확장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현실로 만든다. 인공 지능에 익숙해질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노동의 공허함을 극복하는 사회적 의미를 찾게 하는 희망의 설계도다.
점점 더 많은 노동자가 점점 더 완벽해지는 기계 덕분에 소외된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을 한탄해야 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다. (중략) 완전 자동화된 기계 속에는 무한한 노동력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는 예전보다 훨씬 더 적게 일해도 되고, 그로써 〈해방된 노동 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p.220)

저자는 1960년대 서구의 모든 산업국에서 궁핍의 경제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문명을 만든 이후 모두에게 풍족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 산업국에서 기술 진보와 끊임없는 생산성 증대가 그것을 가능케했다. 이제 분배의 문제만 남았다. 원칙적으로 모두에게 충분할 만큼 생산된다면 각각의 사람에게 얼마가 돌아가야 할까? 여기서 한 가지가 궁금하다. 풍요 사회는 모두에게 풍족할 만큼 재화만 생산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성공의 토대가 무엇인지 묻는다. 답은 분명하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했다. 이제 그런 노동이 불필요해진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를 생업 노동 사회의 일부로 정의해야 할까? 저자의 답변은 '그렇지 않다'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스스로를 망가뜨린 노동에 종지부를 찍었고, 대신에 서비스 부문에서 무한 반복되는 무수한 노동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혹독한 노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동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혁명은 과거의 산업 혁명이 일으킨 그 어떤 변화보다도 훨씬 더 큰 격변을 일으킨다. 프레히트는 지금까지 노동 시장의 변화가 주로 생산 기계로 인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전적으로 새로운 정보 기계가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로써 제1차 기계 시대에는 설득력이 있던 경제 이론과 추론이 제2차 기계 시대에는 그렇지 않게 된다. 임금 노동이 점점 불필요해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를 생업 노동 사회의 일부로 정의해야 할까?
노동은 오랫동안 인간 존재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즉, 삶의 지침을 제공하고,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며, 성취 지향적 사회를 유지시키는 수단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형성해 온 것 역시 노동이었다. 하지만 그 노동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프레히트에 따르면, 급속한 기술 발전이 전통적 의미의 노동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자동화와 인공 지능은 단순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임금 노동 자체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이 전환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노동을 삶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저자는 과거에는 노동이 천시되었고, 그것이 노예나 하층민의 몫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본다면,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상황은 어쩌면 진보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의무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단순한 노동 시장의 재편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전반적인 사회적, 경제적, 윤리적, 철학적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거대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더 이상 생존을 위한 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의미를 창출하며 살아가는 사회, 즉 〈의미 사회〉를 제안한다. 이는 노동의 불가결성은 점차 약화되고, 자유로운 삶과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는 강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개념인 듯하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 소외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의 계기로 이해되어야 한다. 심각한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려는 이런 시도를 통해, 인간은 단순한 노동력 공급자를 자처하는 대신 자기 주도적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 프레히트의 논리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노동을 줄이고도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천명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오늘날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21세기에 번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동에 대한 요구가 아닌 삶의 의미가 사회 중심에 선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연금 제도의 불안정성 속에서,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은 필연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은 인간이 생업 노동에 매이지 않고, 자유와 진정한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는 제도다. 온전한 시민의 위상을 지키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 보장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확언하며, 무조건적 기본 소득은 단순한 분배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기본권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호소한다. 이제는 기본 소득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기본 소득을, 언제 도입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때 특히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무조건적인 기본 소득은 역사상 유례없는 갑작스러운 구상이 아니며, 경제적 관점에서도 허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당연히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 프레히트는 인간학적으로, 사회 복지적 차원으로, 경제적으로 반론을 펼쳐나가면서, 현실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 혁명을 두려움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일의 미래와 기본 소득〉에 관한 성찰은 디지털 혁명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우리 스스로 고민하도록 이끌어 준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노동 세계의 혁명」, 2장 「노동이란 무엇인가?」, 3장 「오늘날의 노동과 사회」, 4장 「무조건적 기본 소득」, 5장 「의미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등이다.
저자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철학자. 1964년 독일에서 태어나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중산층 가정에서 유년을 보냈다. 졸링겐 지역의 유서 깊은 김나지움인 슈베르트슈트라세에서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을 통과한 후 교구 직원으로 대체 복무했다. 이후 쾰른 대학교에서 철학, 독일 문화, 예술사를 공부했다. 1994년 독일 문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인지 과학 연구 프로젝트 조교로 일했다. 현재 뤼네부르크 대학교,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 대학에서 철학 및 미학과 초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어권의 가장 개성 넘치는 지성인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발표한 『나는 누구인가』가 100만 부 판매, 32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았다.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는 35만 부, 『사냥꾼, 목동, 비평가』 23만 부, 『의무란 무엇인가』 14만 부 등 프레히트의 책은 현재까지 총 3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는 2012년부터 독일 공영 방송 ZDF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철학 방송 「프레히트」를 진행하면서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한 대중서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역자 : 박종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사람이건 사건이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이면에 관심이 많고, 환경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적인 욕망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가 꿈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세상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사냥꾼, 목동, 비평가』 , 『의무란 무엇인가』,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를 포함하여 『1일無식』, 『콘트라바스』, 『승부』, 『어느 독일인의 삶』 ,『9990개의 치즈』,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1백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