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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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다, 살아가는 일에 지쳐 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계획이 무산되고, 희망도 물거품이 되었다. 친구라던 이들은 초라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들떠 싸우는 인간들이 추해 보였다. 가혹한 운명이다. 그래도 어차피 죽을 것이 아니라면, 정신 차리고 다시 기운을 내든 해야지,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p. 6>


이렇게 시작하는 『산의 역사』는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 엘리제 르클뤼가 저술한 책이다. 1830년 프랑스 지롱드에서 태어난 엘리제 르클뤼는 1871년 ‘파리 코뮌’에 참여했다가 정권의 핍박을 받고 추방당해 스위스 산골에서 망명 생활을 한다. 당시 파리의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의 패배로 나폴레옹 3세의 제정 기간을 끝났지만, 보수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고, 시민들은 보수파에 대항해 ‘파리 코뮌’운동을 벌이지만 실패와 함께 많은 이들의 처형과 추방으로 끝난다.

엘리제 르클뤼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신봉자로 파리에서 내려가는 동안 스위스 산맥앞에서 산을 바라보고 느낀 감정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지질학과 지리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르클뤼는 스위스 산맥의 웅장함 앞에서 겸손해지고 인간들에게 받은 배신감과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산과 함께 위로한다.

이제 그의 곁에는 인간보다 오랜 세월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먼지와 연기와 소음에 파묻힌 대도시로부터 벗어나 기쁜 마음에 휩싸인다. 산에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일상을 맞이한다. 이제 나의 친구는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해하는 목동이다.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1830~1905)는 1871년 나폴레옹 3세의 폭압적 군주제에 반대해 일어났던 파리 코뮌 민중혁명운동에 참여했다. 그 이유로 온갖 탄압을 받던 엘리제 르클뤼는 알프스 산이 올려다보이는 스위스 산골짜기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지리에 비중을 두면서도 산이 인간과 함께 겪어온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며 자연의 중심에 우뚝 선 산을 이해하고자 했다. 자신의 소년기를 보냈던 피레네 산자락부터 프랑스 중부의 고원, 독일, 스페인 북부와 스위스의 산악을 두루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고,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기억에 새겨진 그림들을” 시적인 글로 풀어냈다.

『산의 역사』는 산의 기원과 물리적 성격은 물론 돌의 결정과 화석, 숲의 생성, 기후 변화, 산짐승의 움직임을 살피고, 산을 둘러싼 신화와 숭배, 인류와 마주한 현재의 모습까지 깊이 파헤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든 환경개발론자든 모두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깊은 사색이 있다.

르클뤼가 바라본 산은 아름다운 그림 속 풍경이나 개발을 위한 자원 또는 국경 같은 경계로서만이 아니었다. 이 책은 인간의 삶과 산이 얽힌 역사에 대한 관찰과 성찰로 넘친다. 산이 없었다면 도대체 우리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인류의 삶에서 산이 어떤 자리와 어떤 ‘의미’를 차지해왔는지 질문한다.

이 책은 인간보다 더 오래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듯이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을 산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산의 역사』가 처음 출간되었던 19세기 후반은 현대 인문지리학이 일취월장하던 시기였다. 이 책은 강과 숲 등 자연을 주제로 다룬 책들 가운데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산을 주제로 하면서도 지리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매우 쉽게 서술하기 때문이었다. 1880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던 이래, 오늘날까지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출판사에서 문고판을 비롯해 수많은 이본을 펴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산의 역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와추셋 산행』과 함께 산에 관한 고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과 문학 사이에서 쓰인 아름다운 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세기 지식인과 문인, 사상가 가운데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와 옥타브 미르보. 제임스 조이스 등이 엘리제 르클뤼의 저서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르클뤼는 방대한 『세계인문지리』 19권을 펴낸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로서 지정학,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 등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고,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생태학 이론과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개인의 자유와 모든 제도의 억압에 반대하는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뿐만 아니라 ‘자유 동거’와 ‘여성참정권’ 등 페미니즘 사상에서도 선구적 주장을 폈다.











르클뤼는 『산의 역사』에서 과학과 지리학적 시선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역사·문화적 측면의 통찰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산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저자의 경험과 위트가 듬뿍 담긴 글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산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산의 역사』에서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가 지리학자가 아닌 그저 산을 자주 오르내리는 한 사람으로서 산을 대하며 총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순수하고 절실한 고백에 대해 깊이 공감할 것이다.

그것은 1880년 『산의 역사』가 처음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프랑스 파리와 2020년 『산의 역사』 한글판이 이제야 출간된 대한민국 서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주장은 출판사의 이 책 출판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저자의 집필 의도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먼저 지금까지 산은 과연 어떻게 지구를 움직이고, 인류의 삶에 관여했을까? 산에 대해 기꺼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도 좋다.






이 책은 산의 생성과 타고난 성격과 현재의 모습을 깊이 파헤치고 있다. 교통·통신과 지구촌 여행이 제국주의 팽창정책으로 급성장했을 때, 그리고 거대하게 넓혀진 생활권을 더욱 넓히고 미지의 땅을 차지하고자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을 때, 저자는 대륙의 산맥과 마을 주변의 산들이 자원의 보고일 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서 주목했다.

『산의 역사』 이전까지 지리와 역사를 다루고 대륙과 해양을 파악했던 여러 필자는 산과 인간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거의 모든 이야기를 신들과 영웅들의 무대로만 그렸다. 산은 신화와 종교가 간직한 기적이 일어났던 신성한 장소였다.

하지만 엘리제 르클뤼는 이런 신비를 벗겼다. 그는 산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폈다. 신과 영웅의 무대가 아니라 지구촌 인간 가족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산을 바라보았다.

산은 이렇게 저자의 붓끝에서 신화의 세계에서 역사의 세계로 들어왔다. 인간이 진보하고 더욱 자유롭게 살게 되기를 굳게 믿으면서 엘리제 르클뤼는 광대무변한 자연의 중심으로서 산을 바라봤다. 산이 우리에게 베푸는 풍요로운 혜택과 나란히 그 절대적 공포와 위엄과 매력까지 날카롭게 주시했다.










그가 지낸 산은 아름답고 맑고 고요하다. 넓은 풀밭에서 바라보는 봉우리는 비할 데 없이 첩첩이 쌓아 오린 피라미드처럼 웅장하다. 마치 거인이 손으로 다듬어서 빚은 것과 같다.

산의 기원을 무엇일까? 산에 관한 수많은 비슷한 유형의 창제설화들이 있지만, 실상은 우리 지구의 움직임 때문이다.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여 땅을 변화시킨다. 지구는 스스로를 매일 파괴하고 재건한다. 줄기차게 산을 깎아내리지만, 다른 산을 쌓아 올린다. 골짜기를 파고 다시 채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자연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언덕과 산은 천천히 만들어진다. 산을 매일 자신의 움직을 하고 시간에 맞춰 모양을 달리한다. 땅속의 커다란 변화는 지표의 모양을 크게 흔들어놓는다. 이런 운동을 통해 산의 모습은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르클뤼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피레네산맥과 북유럽의 산과 스위스 산맥의 산들을 비교함으로써 산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한다. 산의 내부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 붕괴와 암석 붕괴를 보며 인간이 행하는 일이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는다.

“인간은 특이하게 비열하다. 산짐승 가운데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짐승들에 감탄하며 찬양한다. 그런 짐승들을 왕으로 떠받들면서 수많은 자연사 책을 그 전설화 신화로 채웠다. 우선 지상의 모든 군주가 상징으로 삼았던 독수리 같은 맹금류만 봐도 그렇다. (중략) 왕은 독수리를 예찬한다. 하지만 목동은 독수리를 미워한다. 독수리는 가축의 적이므로 목동은 독수리와 죽도록 싸운다.” <p. 146>











엘리제 르클뤼는 사상가로서 현대 인류학에도 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로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박해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해진 권력과 금력 심지어 모든 개인 생활까지 독점하고 통제하려는 현대의 ‘국가’를 비판하고 ‘권력 없는 질서’라는 사회생활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아나키스트 사상가였다. 엘리제 르클뤼는 항상 개인이 소외당하지 않고서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꿈꾸었다. 『산의 역사』에서 그가 찾은 작은 산촌들은 때때로 이런 이상사회의 이미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풍요롭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산처럼 살고 싶은 한 사상가로서의 고뇌와 현실의 부조화가 낳은 걸작이라고 평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으로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생태학자로서 엘리제 르클뤼의 면모를 보여줄 뿐 아니라 현대 문화인류학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저자 : 자크 엘리제 르클뤼(JACQUES ELISEE RECLUS)


1830년 프랑스 지롱드에서 태어나 1905년 벨기에에서 사망한 자크 엘리제 르클뤼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로 벨기에 브뤼셀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고, 벨기에 누벨대학(1919년 벨기에자유대학에 흡수)을 창설했다. 엘리제 르클뤼는 방대한 《세계인문지리(LA NOUVELLE G?OGRAPHIE UNIVERSELLE, LA TERRE ET LES HOMMES)》 19권을 펴낸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로서 지정학,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 등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고,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생태학 이론과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개인의 자유와 모든 제도의 억압에 반대하는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뿐만 아니라 ‘자유 동거’와 ‘여성참정권’ 등 페미니즘 사상에서도 선구적 주장을 폈다. 《인간과 대지》, 《진화와 혁명과 아나키즘의 이상》 역시 20세기 사상사에 중요한 고전으로 손꼽힌다.


역자 : 정진국


미술평론가. 서울과 파리에서 예술과 미학을 공부했다. 쥘 미슐레의 《바다》와 《마녀》, 질 샤이에의 《황제들의 로마》, 빈센트 반 고흐의 《고흐의 편지》 등을 번역했다. 《유럽 책마을에서》, 《포토 루트 유럽》을 비롯한 기행문과 평론집 등을 내놓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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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마디로 '외로움'에 대한 고찰이다. 그리고 최근 사회 문제화되는 알코올, 약물 등의 중독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 등 외로움에 대해 원인, 과정, 결과, 대안 등에 대해 차례로 제시한다.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그렇듯이 같은 종족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생명과 안전에 이롭다는 것을 안다. 같이 함께 있을 땐 다른 포식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종족끼리 대응도 쉬워 결국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도 홀로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함께 있다보니 가족보다 큰 집단이 구성되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타인으로부터 배척되면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것이 외로움을 느끼는 생존본능을 일깨우려고 무리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상태로 몰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집단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신체 밖으로 심리 증상이 나타난다.

분노에 의한 폭력적 성향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더욱 외로움에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과 약물 등은 일시적으로 불안이나 공포심을 없애고 괴로움이나 외로움도 일시적으로 잊게 해주기 때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 단순하고 분명한 사실 속에 외로움이라는 현재 위기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이 모두 담겨 있다.





이 책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의 저자 미국 19대 공중위생보건국장인 비벡 머시 박사는 외로움을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자 원인 제공자라고 얘기한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함께 있을 때가 더 낫다.

이러한 외로움의 중심에는 여전히 연결되고자 하는 타고난 욕망이 자리 잡고 있고, 인간은 공동체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인 유대를 형성하며 서로 돕고 경험을 나누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현대 기술의 발달은 연결을 약속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동성의 향상은 기차나 비행기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가 자라온 공동체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개인의 운명을 추구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우리는 관계와 공동체보다 자신의 목표를 우선시하게 됐다. 이렇듯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의 단절과 고립이 지속된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요즘에는 흡연 문제나 감기만큼 흔한 질병인 외로움의 위험성과 나를 통제하는 힘에 대한 통찰력,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연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욕구가 단절될 경우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책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외로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연결된 하나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외로움의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건강,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기능을 잘 이해하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최초로 외로움의 기능을 밝혀내고 정의한 카치오포 박사는 인간의 사회성을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생존 방식으로 보고, 외로움을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뿌리 깊은 생화학적 경고 신호라고 정의했다.

생존을 위해 모여 살던 과거와 다르게, 견고한 건물 안에 살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고 어떤 종류의 단절이나 고립감에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신체적 고통까지 느낀다. 또한, 이러한 외로움 스트레스는 현대사회에 큰 문제점인 여러 만성 질병을 유발한다. 이처럼 외로움이 어떤 신체적인 증상을 유발한다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고립감이나 단절을 느끼는 여러 ‘외로움’의 순간들이 질병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인도계 내과의사였던 비벡 H. 머시는 이러한 외로움이나 단절, 고립, 차별의 경험들이 어떻게 질병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





이 같은 저자의 연구는 국가의 주요보건 사안을 결정하는 공중보건위생국장이었던 당시 저자가 국가보건의 주요 통점 중 하나로 ‘외로움’을 강조했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는 실제 임기기간에 여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외로움이 우울증이나 수면의 질 저하, 중독과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당뇨나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같은 신체적 질환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외로움으로 인한 질병은 일반적인 신체 질환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외로움이 이러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킨다면, 반대로 이러한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질병이나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이 책에서는 최근에는 감기나 흡연만큼이나 만성적인 문제인 외로움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삶을 아프게 하는지, 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풀어간다.

2018년 카이저 가족 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22%가 “외롭거나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 책의 저자인 비벡 H. 머시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미국 내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수나 흡연자의 숫자보다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분명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며(영국 성인의 23%, 일본 성인의 9%),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심각한 현상이지만 다른 공중보건 데이터에 비해 외로움 데이터는 잘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체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는’ 현상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까? 사회적 고통이 신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다 같이 모인 방 안에서 어느 순간 사람들이 자신만 배제하고 아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들이 나를 일부러 따돌리고(외면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주입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뇌를 fMRI로 찍었을 때, 뺨을 맞을 때와 같은 영역이 환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우리는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이러한 배제와 소외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사회적 소속감이 학문적(업무적) 성과나 일상에 미치는 영향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이 있었던 릴리는 중학교 1학년 때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를 자퇴한다. 릴리는 모두가 친절했지만,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경험을 한다. 릴리에겐 주변 친구들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큰 고통이었다.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의 연구는 릴리처럼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받는 고통은 실제 학문적 성과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외로움이 우리의 정신과 신체 그리고 삶에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2. 극단적인 외로움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인도에서 이주해 미국사회에 정착한 라제시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큰 병을 얻었지만, 끝내 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공대 교수직까지 올랐던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부재 그리고 다른 문화와 언어에서 오는 고립감과 상실감 속에서 괴로워하다 죽음을 택한다.

이 사례는 어린 시절 저자가 겪었던 삼촌의 이야기로, 그가 외로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네트워크의 부재와 문화적 차이, 차별이나 낙인이 어떤 과정으로 사회적 소외감을 형성해 외로움 질병을 심화시키고,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 나누어 이야기한다.


3. 외로움과 폭력은 남매 사이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집단 총기난사범에서부터 연쇄살인범까지 강력범죄자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외로움의 증거가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해온 결과, 거부당했다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거부당한 사람들은 자신을 거부했다고 느낀 상대방에게 맹렬히 분노하거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범죄집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급격히 퍼지기 시작한 외로움 팬데믹의 파괴성과 왜 우리가 지금 ‘외로움’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나간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만성적인 문제나 질병의 원인을 깊게 파고들다 보면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신체적인 질병처럼 겉으로 드러나거나 진단되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연결되기 위해서 서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첫 번째 릴리의 사례에서도 친구들은 릴리가 느낀 외로움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자 공감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시 박사는 “이처럼 연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취약성과 외로움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여전히 오프라인을 통해 접촉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기술의 발달이 연결을 약속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을 불러온다. 이동성의 향상은 기차나 비행기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내가 자라온 공동체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24시간 연결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드러내는 모습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취약성을 드러내기 힘들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의 기술을 활용해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간다.





대체 외로움은 무엇일까 언뜻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복잡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고립이라고 생각하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필요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소속된 사람들에게서 고립되거나 버려졌거나 단절됐다고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에게는 진정한 친구, 사랑하는 사람, 공동체와의 친밀감, 신뢰, 애정이 빠져 있다. <p. 34>


극심한 고통 속에서는 그 고통이 설계된 진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외로움은 우리 생존에 필수적인 무엇,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가 부족할 때 우리에게 경고를 해주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 중요한 기능을 처음 인식한 과학자들은 우리가(배고픔과 갈증에 반응하는 것처럼) 외로움에 반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에 굴복하는 대신 외로움의 지속 시간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줄일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 삶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 54>


상실의 충격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 크기 때문에 타코츠보 증후군은 그 직후 나타날 위험이 가장 높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슬픔의 충격은 에피네프린과 다른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해 심장을 팽창시키고 심장의 펌프 기능 일부를 잃게 한다. 이로 인해 혈액이 순환하지 못하면서 폐로 역류해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전신이 부어오른다. 타코츠보 증후군에 동반될 수 있는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은 심장마비와 비슷하다. 그런데 상실감은 왜 이런 호르몬 분비를 촉발할까? <p. 74>





정서적 통증과 육체적 통증을 기록하는 섬유는 뇌에서 포개져 있다. 감각 섬유가 가깝다는 것은 외로움, 상실감, 실망감이 신체적 타격이나 상처에 의해 야기되는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외면받는다고 느낄 때 뺨을 맞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면당하거나 뺨을 맞을 때 fMRI를 찍는다면 뇌의 같은 영역, 즉 배측전방대상피질이 환해질 것이다. <p. 85>


영국 역사학자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등의 학자들은 밀턴 시대에 회중 사회에서 개인주의로 나아가는 문화적 변화가 나타나 외로움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알베르티 박사는 “신이 늘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결코 진정으로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적어도 1600년대까지는 말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고립을 경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를 변화시켰다.

“소비자 경제의 성장, 종교의 영향 감소, 진화생물학의 인기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리를 갖는 전통적이고 가족주의적인 사회 대신 개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기여했다.” <p. 94>


수년 동안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폭력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해왔다. (중략) 집단 총기 난사범부터 연쇄살인범까지 강력범죄자의 배경을 조사한 결과 외로움의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극단적 폭력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외로움에 대한 드문 반응이며 폭력은 외로움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요소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만약 외로움이 어떤 사람들을 폭력으로 이끄는 요소라면 관계가 이들을 폭력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p. 207>




만약 멈춤의 힘을 잊었다면 심장이 주는 가르침을 기억하면 된다.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해 중요 기관으로 보내는 수축기와 이완되는 확장기, 이렇게 2단계로 움직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축기가 심장 활동의 중심이라고 여겨서 수축기 시간이 길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장은 이완 단계인 확장기에 관상동맥의 혈류가 증가하며 심장근육에도 산소가 공급된다. 결국 심장을 계속 뛰게 하는 것은 멈춤이다. <p. 217>


외로움이 삶에 아픈 구멍을 남길 때 고통을 마취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이용하는 유해한 행동에는 폭력, 마약, 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 섹스, 심지어 일도 공허함을 가리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임시방편들은 종종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방식으로 외로움과 연결돼 있으며 때로는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두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p. 223>


윈치 박사는 거부를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노와 슬픔 등 고통의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거부한 사람들이 증오 집단의 일원이거나, 그들이 실험에서 이미 연출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별 차이가 없었다. 즉, 거부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져도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감정적 고통을 느꼈다.

“인간은 거부를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타고나기 때문에 나를 거부한 사람들이 내가 경멸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심지어 거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가시를 뽑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거부를 당하면 상처를 입는데 상처받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사실 잘못된 행동이에요.” <p. 328>





세상에는 내가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의 관계가 있다. 그 사랑은 대부분 이전에도 있었고 바로 눈앞에서 발견한 이후로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내게 사랑의 가장 분명한 사례는 우리 아이들이었다. 테야스는 샨티가 슬퍼할 때면 동생을 안아주고 배고파하면 먹여주며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을 때는 찾고 울 땐 위로해준다. 그는 겨우 3살이지만 친절의 제스처를 본능적으로 주저 없이 보여준다. 테야스와 샨티는 모든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모두가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상기시켜준다. <p. 352~353>


저자 : 비벡 H. 머시(VIVEK H. MURTHY)


비벡 H. 머시 박사는 2014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미국의 19대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냈다. ‘국가 주치의AMERICA’S DOCTOR ’로서 오피오이드 확산, 전자담배, 정서 건강과 안녕 등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에 국가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미국 공중보건복무단 PHSCC 의 중장으로서 국가의 건강 보호에 헌신하는 6,600명의 장교들로 구성된 지원단을 지휘하며,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기도 했다.공중보건위생국장에 취임하기 전 그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과 지방보건, HIV/AIDS 교육 등 비교적 의료기반이 취약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 조직을 설립했다. 하버드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예일대에서 의학박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브리검 여성병원과 하버드의과대학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으며 이후 이곳의 교수가 됐다. 머시 박사는 현재 아내 앨리스 첸 박사, 두 자녀와 함께 워싱턴 D.C.에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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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나다움을 찾는 확실한 방법
모종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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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의 키워드는 이 책에서 저자가 키워드로 내세운 말이다.

모두 '자유'라는 단어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부르주아는 물질적 부를 축적한 가운데 삶의 개념을 바꾼 지식인이고 혁명 계층이기도 하다. 절대 왕조 시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상인계급이 부를 이루고 지식을 쌓아 일부 귀족, 신흥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사회 지도층으로 부상했다. 지배계급층이 피지배계급인 일반 시민을 억압하고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부와 권력을 모두 차지해 왕조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시민혁명으로 왕조는 막을 내리고 공화정이 등장하는 데 절대적인 힘을 보탰고, 사회 지도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이들이 내세운 기치가 자유와 평등이다. 왕가나 지배 계급의 권력 유지에 필요한 노동, 군역 등을 것들을 생산해야 하는 노예로 전락한 점에 대한 반발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사상이다. 이른바 오늘날 '주권재민'의 인식을 뿌리내리고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은 혁명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우리 사회도 비슷한 경험을 가진 민주 국가로 정착돼 감으로써 이젠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려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로 믿는다. 서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의 경험을 분석 평가하고 우리의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이에 기반하여 일과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양서다.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서구 라이프스타일의 역사에서 미래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6개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그 기원과 의미, 미래를 분석한다. 또한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와 기업을 소개하여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한다.

자신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의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때, 라이프스타일을 소명으로서 추구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은 한국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라이프스타일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와 커뮤니티를 건설할 미래 세대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시대를 열 것이다.

역사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물질을 나의 삶의 어디에 두는지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물질과 독립된 삶을 제안하는 탈물질주의는 개성, 자기표현,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윤리 등을 중시한다. 탈물질주의자가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살기 위해 예술, 자연, 공동체, 사회성, 창의성, 이동성 등의 경제적 수단을 선택한다. 그러나 탈물질주의가 그 자체로 하나의 통합된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탈물질의 삶의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가 나와 물질의 관계,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다. 그 대표적인 탈물질의 방식을 서구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도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넘어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시대에 돌입했다. 라이프스타일이 소비, 여가, 일상뿐만 아니라 일, 사업, 도시, 공동체 전반에 대해 인식하고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는 라이프스타일 설정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더욱 증폭시켰다. 일과 직장 중심으로 살면서 잊고 있었던 집, 일상, 거리, 동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원거리 이동과 대형 실내 공간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우리의 생활권이 실질적으로 집과 동네로 좁혀졌다. 그 때문에 오프라인 소비는 줄고 집 주변에서 소비하는 홈어라운드(Home Around) 지출은 증가했다.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것이 삶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여행을 떠나도 여러 지역을 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머물며 그 동네의 문화를 현지인처럼 즐기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이를 세대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트렌드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지만,

많은 창업가와 크리에이터는 지금의 변화를 사회와 경제의 근본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혁신으로 이어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의 근원과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그 본질을 통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물질을 나의 삶의 어디에 두는지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물질과 독립된 삶을 제안하는 탈물질주의는 개성, 자기표현,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윤리 등을 중시한다. 탈물질주의자가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살기 위해 예술, 자연, 공동체, 사회성, 창의성, 이동성 등의 경제적 수단을 선택한다.

그러나 탈물질주의가 그 자체로 하나의 통합된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탈물질의 삶의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가 나와 물질의 관계,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다.





서구 역사를 살펴보면 탈물질주의 안에 예술가 보헤미안, 문화 저항자 히피, 진보 기업가 보보, 로컬 크리에이터 힙스터, 프리랜서 노마드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모델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본 책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역사를 기반으로 물질과의 독립성과 추구하는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라이프스타일 혁신 과정은 전근대 사회의 전통 가치와 근대 사회의 물질주의가 탈산업 사회의 탈물질주의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부르주아가 물질주의를 대표한다면,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는 탈물질주의를 수용해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한 세력이다. 물질주의가 신분, 경쟁, 조직력, 노력을 강조한다면, 탈물질주의는 공통적으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19세기 보헤미안 문화에서 싹튼 탈물질주의는 20세기 실용주의, 대중문화, 저항 문화를 주도했고, 1960년대 이후 ‘라이프스타일 혁명’을 통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또 '나다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주도한 6개 타입을 보여주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할 수 있게 한다. 한번 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면 트렌드에 따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인문학적 측면에서 나다움을 찾을 때, 우리는 더 폭넓게 자신을 구성할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일과 공간을 연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많은 공감에세이가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힐링, 치유, 나다움 등의 말로 봉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사회에서 심리적인 자존감만으로 정체성을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지, 나다움이 나의 정체성에만 국한되는지를 질문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를 찾는다. 이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 연대와 커뮤니티에 관한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술 발전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발전은 이제 개인에게 반드시 물질을 선택하지 않아도 1인 기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로서 예술, 창조성, 공동체, 이동성을 자신의 중심 가치로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허용한다. 이제 하나의 직업과 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소위 ‘N잡러’가 되어 각각의 일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1960년대 이후 서구 라이프스타일 진화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서구 라이프스타일 진화의 역사와 동력에 관한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라이프스타일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생, 그리고 Z세대는 힙스터나 노마드 등 진화한 단계의 탈물질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최근의 탈물질주의가 라이프스타일 역사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질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개인과 커뮤니티의 이상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인류가 지속하는 한, 라이프스타일의 진화도 계속될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힙스터라는 말에 의문도 있었지만 저자가 제시한 힙스터의 어원을 보니 수긍이 간다. 같은 선택 상황에 검증된 걸 택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그들을 따르게 만들었구나 생각되기도 한다. 보헤미안의 반 자본주의와 자본의 필요, 그 중간에 놓인 것처럼도 느껴진다.

특히 뜻깊었던 건, 반문화, 반자본주의인 줄만 알았던 그룹들의 형성이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보헤미안의 경우 사람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부르주아들의 물질주의에 반발한 것이라고 한다. 파리의 예술가들도 이에 포함됐는데 가장 먼저 진압된 점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으로 깊은 사색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역사에 가정이란 없으니 우린 순응하고 돌아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부유한 층들의 선택에 획일화된 형태로 대량 생산된 물품이 아닌 단순과 자연 친화를 담은 가구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 부분이 위에서 언급한 듯 물질과 반물질 그 사이인데 보헤미안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 문제에 처하게 될 것이란 공감도 간다.

19세기 말에 인상파가 유행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대중에게 소개하는 딜러와 수집가가 인상파 미술을 기획했다는 게 맞는다는 부분이 독자에게는 처음으로 인식됐다. 저자가 제시한 보헤미안 부분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생태계 조성과 작가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시설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바람들이 한숨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유이지 않았을까라는 여운도 남는다. 히피와 보헤미안에 크게 매료됐던 세대는 벌써부터 감동했을 터다. 독자는 자기의 감동이 타인의 감동과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보헤미안이 먼저 감동의 싹을 틔운 것에서 한껏 매료되니 책읽기가 쉽다. 여러가지로 생각거리와 고민거리를 많이 남긴다. 우리의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이다.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하면 삶의 방식이다. 쉽게 표현하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2020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삶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못 알고 있던 라이프스타일의 본래 뜻을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특정한 삶의 형식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면 어떠한 삶으로 살아가야 할지 규정짓지 못한 채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로 감명을 주는 책이다. 단순히 서구 사회가 살아왔던 일부 시민들의 삶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책이다.

여기 제시된 여섯 가지 라이프스타일이 기존 물질적 가치관에 의한 삶이나 권력이나 명예만을 좇는 사람들에게는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라이프 스타일 운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흐름은 주류에 반하는 반 문화적인 흐름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진화 과정 가운데 보헤미안 도시의 하나인 미국의 브루클린이다. 한때는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이 동네가 지금은 작가 도시로 추앙받고 있다니 놀랍다. 이 지역이 문화 공동체가 된 이면에는 독립 서점들의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고 하니 부러운 지점이다. 보헤미안적 지역으로 입소문이 났다가도 부동산 입김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 되고 마는 우리나라 실정이 아쉽기만 하다. 저자는 홍대를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예를 들고 있지만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한국 사회도 탈물질주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물질주의를 지향하는 사고로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동력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신세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도 책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나라의 기성세대들이 시대가 바뀌고 돈이 더 이상의 가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부의 축적으로 얻어지는 물질적 풍요는 어쩌면 부르주아 정체성에서 부수적인 요소일 수 있다. 반문화로 시작한 부르주아가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기득권을 견제하고 개인의 자유에서 일의 미래를 찾는 반문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 「위기의 부르주아」 중에서


땡스북스, 유어마인드, 북티크 등 홍대 독립 서점 시장을 개척한 1세대 서점의 최근 동향을 보면 보헤미안 지구로서 홍대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들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규모를 줄였다. 이는 서점이 영업할 수 있는 장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다. 진정한 의미의 브루클린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 「힙스터 붐에 사라진 보헤미안 도시」 중에서


2017년 4월 4일『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 제목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뉴욕타임스』는 좋은 삶, 건강, 식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최근의 현상을 ‘1960년대 히피 문화의 승리’라 고 표현했다. 현대인은 요가와 명상만 히피의 유산으로 생각하지만, 미국 인들이 즐겨 소비하는 그래놀라, 콤부차, 아몬드 우유 등 요즘 유행하는 식 품 대다수가 히피 문화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 「마을 공동체에 살고 싶다면 히피입니다」 중에서





젊은 시절의 잡스는 히피였지만, 애플을 창업한 후 인정사정없는 자본가로 변신했다. 히피였을 때나 성공한 기업인이었을 때나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항상 이단아였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정설과 권위를 거부하고 항상 ‘다르게’ 생각했다. 그의 인생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끝없는 도전이다. 잡스의 도전은 기존 권위에 순응하지 않는 독립심과 기존의 권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

- 「히피 기업의 핵심 가치」 중에서


한국의 보보도 미국의 보보와 마찬가지로 진보 정당의 문화 엘리트를 지지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고소득층이면서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강남 좌파’를 보보 정파로 볼 수 있다. 진보 가치관과 물질적인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강남 좌파가 이상적인 엘리트의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강남 좌파는 진보 정당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서구 민주주의 경험을 따른다면 강남 좌파가 진보 정당의 주류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재인 정부를 강남 좌파로 분류할 수 있다면, 이미 주류로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 「미국 보보와 강남 좌파」 중에서


한국의 힙스터도 미국의 힙스터와 마찬가지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들은 비주류 분야에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특히 힙스터가 선호하는 도심에서 창업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산업이 로컬 문화와 가치를 창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다.

- 「한국의 힙스터는 로컬 크리에이터」 중에서





새롭게 부상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개인 자유와 느슨한 연대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을 자유롭게 만들고 개인과 타인을 선택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있어 가능해진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은 우리 사회에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미래 세대는 ‘개인의 자유는 필수, 커뮤니티는 선택’인 역동적인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나가며-개인 해방으로 진전되는 라이프스타일」 중에서


저자 :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오스틴대 조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장, 국제처장, 국제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전 세계의 매력적인 도시들을 보면서 한국의 골목길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했다. 현재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강의하면서도 틈틈이 도시의 골목을 탐방하며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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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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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렵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느낀다. 클래식 콘서트에 가서 연주나 노래를 만나도 확 닿는 느낌이 별로 없다.

예술에 직접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제외하고 일반 사람들은 '예술은 어렵다'에 쉽게 동의한다. 물론 학문도 문외한에게 느낌이나 감동을 먼저 주지 않는다. 그것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 공감이 가야 비로소 감동도 되고, 아름다움과 숨겨진 메시지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라는 제목에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이란 부제를 붙였다. 독자 입장에서 잘 된 제목이라 생각지 않는다. 제목이야 주어와 목적어가 도치됐더라도 우리와 예술을 동급으로 생각하면 크게 이상할 건 없다. 우리와 예술이 공감대를 이룬다면 문제될 것도 없다.

부제는 더 어렵게 느껴진다. 통찰이란 말도 쉽게 의미가 잡히지 않은 단어인데도 '예술적 인문학'이라니 이 무슨 언어의 향연인가. 독자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비롯됐기를 바란다. 만일 '예술이 전공한 사람들만의 전유물,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 편견 말이다.

저자는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예술 엘리트다. 작품 활동도 활발하게 함으로써 예술가로서 위치도 확고한 것 같다. 예술 엘리트인 저자가 일반 대중을 위해 책을 쓰는데 제목부터가 거부감이 드는 무지몽매한 독자들을 어떻게 설득시킬지가 사뭇 관심이 간다.





저자 임상빈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예술의 중요성, 인문학으로써의 예술, 자기 계발을 위한 예술의 세 가지다. 결론은 예술적 삶을 살고 예술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1장에서 <예술> <인문> <통찰>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서두를 연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본 작품의 이미지는 우리의 상상과 다르다. 저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실제로 봤을 때 훨씬 작았다고 회고한다. 뉴욕의 더러운 길거리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름에 충격이었다고 한다. 작품 자체가 뿜어내는 매력은 좋은 것인데 그것의 유명세에 편승해 유혹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을 상상하고 들은 것에 기초해 직접 가서 보면 실망한 점도 있을 것이다. 독자도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그 경험이 정말 있다. 모나리자를 봤을 때 그랬다. 그러나 박물관 규모는 크고 웅장한 것에는 경이롭다고 할 만큼 놀랐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며 ‘미술을 막연히 어렵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 갇혀 있는 사고방식과 죽은 지식으로 답답하게 전해지는 예술’이 안타까워 선입견을 넘어 예술의 매력을 함께 나눌 예술 인문학 시리즈를 구상했다. 앞서 선보인 첫 책에 이은 심화 편,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에서는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고 드러내는지,” “예술 작품은 어떤 도구와 요소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전시되는지, ” 또한 “예술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를 탐험한다.

이 책은 도입부에 문어체로 화두를 던진 후 ‘사방으로 튀며 생생하게’ 이어지는 다채로운 대화로 구성된다.

저자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인 아내와 딸, 다른 이들과의 대화 상황을 비롯해 여러 담론이 담겼다. 더불어 곳곳에 유년기부터 유학 시절, 현재까지의 삶을 솔직하게 녹여낸 통찰과 생각들을 풀어낸다. 편안한 이야기 속에서 ‘미학, 예술, 역사, 철학, 사상, 사회’ 등 폭넓은 지식을 아우른다.

눈으로 보며 머릿속에서 들리는 그 대화와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미술에 대한 넓어진 시야와 마음에 남는 묘한 여운을 경험하게 된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 많이 봐왔던 것이 꽤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작품에 대해 많은 듣고, 본 것도 있고, 다른 책이나 영상을 통해 배운 것도 있다. '환영'인데 실제보다 생생하게 생각되는 신기한 작품도 있다. 예술은 이렇게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나 보다.

저자는 '마술적 환영주의'라고 풀이한다. 사실적인 이미지, 느낌 오는 이미지, 다중 감각적인 느낌을 포함한 일종의 '재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의 도구적 측면, 즉 작품을 어떤 도구로 만들 것인가? 저자는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아쉽게도 미술학과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그 과목의 이수 학점수를 줄이는 추세여서 안타깝다고 한다. 저자는 입대했을 때 선임들의 자화상을 그린 예를 들고 있다. 재료의 중요성과 함께 작품을 어떤 요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전시하며 우리는 그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만이 예술품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누구나 작품을 설계하고 구상할 수 있다. 노래방세서 누구나 가수이듯 예술도 언제 어디에서나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주장에 공감하자 실제로 예술작품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불현듯 생긴다. 주입식 교육에서 교과서에 실린 미술 작품과 화가들은 나의 생활, 나의 삶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선입견이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서 천천히 읽다보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자질이나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쯤 되니 저자가 제목과 부제에서 사용한 부조화하고, 어려운 단어를 꿰맞췄다고 잠시 생각했던 독자의 오만하고 잘못된 생각을 고백한다.





독창적인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창작을 이어 온 예술가인 저자는 ‘책’이라는 매체에서도 개성을 발휘한다. 현실감 있는 ‘대화’는 낯설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마치 예술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흥미롭게 만나도록 돕는다. 나아가 인문학적 지식 전달을 넘어 독자 스스로 능동적인 사고의 주체로 삶을 돌아보며 한결 자유롭고 행복하게 예술을 누리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

이 모든 시도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는 ‘열린 사고와 대화’, ‘멀지 않은 예술’을 지향하는 저자의 순수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페이지마다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독자들과 마음을 나누려는 진심이 가득하다는 게 오롯이 전해져온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에서는 다채로운 비유와 의인화한 알레고리를 통해 예술 자신의 속마음과 예술의 절친한 친구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예술 작품은 경직된 지식과 특정한 방법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저마다 느끼는 대로 누리면 된다는 당부로 미술 감상의 높은 문턱을 낮춘다.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큐레이터이자 비평가, 인생의 감독으로서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예술가임을 강조한다. 맥락에 따라 오랜 역사를 가진 고전 작품은 물론, 최근의 현대 미술 작가와 작품들까지 폭넓은 예시들이 언급된다.

그렇게 인류와 함께 수많은 흔적으로 이어져 온 예술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꿈꾸는”, 인간을 위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목차를 살펴보면 독자들이 편하게 저자와 교감할 수 있도록 잘 구성돼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쓰려고 하는지 한눈에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이 우리에게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며,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만들어가는지, 그리고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을 설명한다. 물론 저자가 미술가이기에 미술 위주의 설명이 이어진다. 완성된 예술작품이 어떻게 전시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마무리로 책을 전개시킨다. 같은 그림이라도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또 배치에 따라 주는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본질은 같은데 놓인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찾아가는 작업이 예술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본격 이론들은 기대보다 다소 어렵다.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운 대목이 중간 중간 드러나오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철학 이야기까지 등장하여 당황할 수도 있다. 또 대화식으로 이어지는 미술 이야기에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만 독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읽는다면 마지막 책을 덮을 때는 유명 철학자의 강의보다 저술가의 어려운 말보다 훨씬 예술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는 놀라움을 맛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미술 이야기를 글로, 말로 오래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미술은 시각 예술인데 작품 자체를 보지 않고 얘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자칫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인내심을 조금만 갖고 저자의 예술론을 듣는다면 달콤하고 아름다운 작품 감상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으리라.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고.





저자 : 임상빈


1976년 서울 생으로 어려서부터 미술작가가 꿈이었다.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풀브라이트 한미교육위원단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PAINTING & PRINTMAKING)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ART & ART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귀국하여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내외의 여러 기관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세상을 살면서 깨우친 자신의 예술적인 통찰을 여러 방식의 글쓰기로 기록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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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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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첫사랑이 떠오르는 책이다. 누구나 첫사랑의 기억은 언제나 되새겨보기에 좋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감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당시엔 애써 잊었고, 이젠 흐려져가는 기억을 안간힘을 다해 잡으려는 첫사랑은 독자에게도 왔다 갔다.

이 소설은 아련한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 느낌 좋은 내용으로 생각했다. 그때 당시 '연애소설'이라 일컬어지던...

그러나 아날로그 기억은 책이 시작되자마자 사라진다. 독자의 시선을 적잖이 당황시킨다. 순간이동 등 초능력이 등장하고, 판타지적 요소가 책의 전편을 흐른다. 장르로 치면 SF판타지 소설쯤 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식 첫사랑과 아련한 아름다운 감정만 되살려주기를 바라던 독자의 바람은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산산조각났지만 스토리는 무척 신선하고 흥미롭다.

스토리공모전 중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라서 그런가? 더욱이 작가는 영화진흥공사 재외동포 대상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작 수상 작가라니 굉장히 흥미로운 스토리 구상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것으로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린의 타자기』란 제목에서 풍기는 아날로그 감성이 아닌, 내용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기린의 타자기를 받은 서영과 그녀의 딸 지하의 이야기는 순간 이동을 펼치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지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순간이동?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초능력자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초능력이지만 결코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초능력. 그런 초능력을 가진 지하는 놀랍게도 청각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하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막상 그녀의 엄마인 서영이 지하에 갇힌다는 설정을 읽으면서 굳이 지하라는 이름을 지은 의미가 무엇인지 가늠해본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암흑의 공간을 의미할까?

어느 날, 지하의 어머니 서영에게 『조용한 세상』이라는 소설책 한 권이 도착한다. 소설의 작가는 열여덟 살에 가출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살았던 딸 지하다.

서영은 지하가 일종의 메시지처럼 보내온 그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현재와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마침내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어 소설 『조용한 세상』속 서영과 다른 길을 선택한다. 과연 두 모녀는 암울한 현실에서 로그아웃하고 보다 나은 현실로 로그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순간이동을 펼치는 능력자로 살아가면서 ‘조용한 세상’이라는 소설을 쓴 지하와 그녀의 엄마인 서영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와 ‘조용한 세상’이라는 소설 속 소설에서 펼쳐지는 서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영의 상황은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자라면. 결혼에 도달한 과정도, 그 후에 벌어진 친정 식구들의 모습도, 그녀를 끝없이 괴롭히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독자가 아날로그 감성의 세대여서 그렇다고 생각진 않는다.소설 속 캐릭터 설정은 작가의 자유지만 그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가늠하기 어려운 건 서영의 마음이다. 모든 걸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선뜻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소설의 소재로는 충분하다. 소설 내용이기에 얼마든지 이해된다.

엄마 서영을 떠나 순간이동자로 살아가는 지하는 어떨까? 순간이동 능력을 가졌지만 순간이동을 한 후 기억을 잃어버리고 육체적으로 점점 쇠약해져가는 상황들이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가면서 그 능력이 어느 순간 그녀에게는 족쇄가 되어간다. 기린의 타자기. 엄마의 타자기로 쓴 ‘조용한 세상’에서 지하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과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을 옭아매는 무언가를 뜯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소설의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는 듯하다.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맘껏 펼쳐내라는 의미일까.





소설은 현실과 소설 속 이야기를 교차 구성하며 진행돼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충분히 준다. 상상력의 공간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리라. 작가의 이력으로 미루어 스토리에 대해선 문단에서 어느 정도 공인된 셈이다.

이 소설 '기린의 타자기'의 분량은 제법 두툼하다. 페이지 수가 대략 400페이지에 육박한다. 두께의 압박은 있지만 가독성이 좋아 쉽게 잘 읽힌다. 요즘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순간이동이라는 초능력, 환타지적인 구성도 독자에게도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분위기나 인물, 배경 묘사도 치밀하다. 단지 가끔씩 등장하는 자극적 묘사가 당혹스럽긴 했지만 작가의 계산된 수위조절이란 판단이다.

이야기의 구성은 세 가지 갈래로 이루어진다. 주인공 지하의 백일몽 속 이야기, 지하가 쓴 소설 속 이야기, 그리고 진짜 현실속 지하와 엄마 서영의 이야기가 서로 비교되고 교차되며 이루어진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스토리가 진짜 현실일까 궁금하지만 귀결을 보면 세 가지 스토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 초반의 순간이동이나 지하가 쓴 소설 속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2부에 나오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지하의 이야기는 인과 관계가 충분해 좋다.





헌옷 리폼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 가운데 꾸준히 글을 쓰는 지하의 모습은 감동적이고, 교훈적이기도 하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핍박받는 엄마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소설가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고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여운을 남기며 귀결되는 장면은 짜릿하지만 독자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시켜주기엔 조금은 미흡했다.

결론을 위한 초반의 장치들도 스릴 넘친다. 잘 짜여지고 잘 구성된 소설이란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주인공 지하를 선천적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해서 장애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의도는 매우 시사적이어서 현실을 망각한 소설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다. 여운이 남는 데 큰 몫을 하는 장치로 승화된다.

녹록치 않은 환경을 딛고 소설가로 성장해 가는 지하의 모습은 독자 보기에도 관심이 간다.

소설 '기린의 타자기'는 손에 한 번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는 장르적 묘미도 한껏 갖고 있다. 흥미롭고 잘 읽히는, 잘 빚어진 항아리를 감상하는 기분에 독자의 독서욕을 한층 자극한다. 첫사랑 같은 아련한 느낌을 기대한 독자의 요구를 저버리고(?) '홀로서기'를 하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대신 예술성 짙은 장인의 솜씨를 감상하게 해준다.





이 소설에 대한 각지의 감상평도 칭찬이 잇따른다. 소설가 서미애는 “기발한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작품. 이질적인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면서 전체 스토리를 파악할 즈음 비로소 주인공의 능력이 얼마나 기발한, 혹은 절실한 설정인지 알 수 있다.”라고 평했다.

진산 소설가는 “학대받는 어머니, 장애를 가진 딸이라는 음울한 서사를 몇 겹의 액자틀 안에 담아낸 이야기. 다중액자 구성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취했으면서도 계속 읽게 만드는 치열한 힘이 장점이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소설가 해이수는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를 기저로 평행우주론을 끌어들여 긴장미를 추구한 점, 고통스런 현실의 모델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역동성의 기재로 픽션을 활용한 점, 그리고 에피소드를 교차ㆍ중첩ㆍ병치하는 세련미를 시도한 점이 탁월하다.”고 호평했다.





저자 : 황희


2004년 미스터리 휴먼 스릴러 『썸머레인』이 영화진흥공사 재외동포 대상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제1회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공모전에서 『월요일이 없는 소년』으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부유하는 혼』으로 우수상을 수상해 네이버 웹소설에 작품을 연재했다. 그 밖에도 수많은 공모전에 당선되며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단편 수상집 『얼음 폭풍』과 장편소설 『빨간 스웨터』『월요일이 없는 소년』 『부유하는 혼』 『내일이 없는 소녀』 등이 있다. 2004년 「썸머레인」 영화진흥공사 재외동포 대상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작 당선, 2008년 시나리오 「이웃 주민 방숙자」 영화 원작 계약(시네우드 엔터테인먼트), 2011년 황금가지 좀비 문학 우수작 「잿빛 도시를 걷다」(MBC 2부작 드라마 〈나는 살아 있다〉에 모티브 제공), 2012년 장편소설 『빨간 스웨터』 출간, 2013년 미스터리 단편 수상집 『얼음 폭풍』 출간, 2014년 제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공모전 작가 부문 『월요일이 없는 소년』 대상 수상, 2016년 제1회 네이버 미스터리 소설 공모전 우수작 당선 『부유하는 혼』, 2019년 미스터리 판타지 『내일이 없는 소녀』 출간, 2019년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중장편 부문 우수상 『기린의 타자기』 그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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