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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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주인공은 여성이고,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저자의 탐구와 고찰을 더해 세기의 사랑 일곱 가지 색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1인칭시점 소설이다. 큰 얼개는 사실이고 세부적인 대화 등은 저자의 상상이 가미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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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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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특히 미움의 대립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인 생명적 원리로는 그러한 것도 포괄한다. 사랑은 역사적·지리적으로, 또 교제 형태에서 여러 양상을 취한다.

고대 그리스에서의 사랑은 에로스로 불렸는데, 이것은 육체적인 사랑에서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동경·충동을 포함한다. 그리스도교에서의 사랑, 즉 아가페는 인격적 교제(이웃에 대한 사랑)와 신에게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이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자기희생에 의하여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르네상스에서의 사랑은 또 다시 인간 구가(謳歌)의 원동력으로 보았으나 이것은 사랑의 세속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공업화가 진척되어 가는 현대는 그 경향을 차차 강조한다.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는 데서 힌두교에서의 카마, 유교에서의 인(仁), 불교에서의 자비 등 모든 문화권에서 보인다. 또한 사랑의 표현방법은 한결같지 않으며 성애(性愛)와 우애·애국심·가족애 등 교제 형태에 따라 다르다. 교제관계가 치우칠 경우에는 이상성애(異常性愛)나 증오에 가까운 편집적(偏執的) 사랑으로 변할 수 있으나, 이것은 이미 사랑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두산백과의 풀이다. 독자가 굳이 사전의 해석을 서두에 올리는 것은 최근 사랑에 대한 개념이 너무 혼탁해지는 느낌이어서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다. 이 책 『사랑, 역사가 되다』에서의 사랑은 분명 에로스의 개념이다. 이것은 깊어질수록 아가페로 발전될수도, 편집적 사랑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자 함이다.

 


 

저자 최문정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가지 사랑의 개요(槪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세기의 사랑은 내 주변의 사랑과 다를 거라 생각했다. 다르긴 했다. 부정적인 의미로 말이다. 그들의 사랑은 내가 가진 이상적인 관념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레너드 울프는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와 결혼했다. 결혼의 기본 관계에 대한 상식 따위는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지 못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가족들이 반대하자 로버트 브라우닝과 몰래 결혼해서 도망친다. 오노 요코와 심프슨 부인의 사랑은 사랑의 가장 기본원칙인 신뢰를 깨뜨리는 불륜에서 시작되었다. 세상이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은 정략결혼으로 시작했다. 프리다 칼로는 끊임없이 바람피우는 디에고 리베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맞바람을 피웠다.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 그들의 사랑은 치정 불륜 막장극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이라 불린다. 그들의 사랑을 반가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그들이 함께하는 걸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의문과 불신을 신뢰와 선망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레너드 울프는 버지니아 울프의 월경 주기까지 신경 쓸 정도로 버지니아 울프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로버트 브라우닝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유명세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굴욕을 당하면서도 함께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방 안에서 꼼짝도 못 하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아이를 낳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오노 요코는 자신을 하찮은 스토커로 취급하는 존 레논을 미친 듯이 쫓아다닌 끝에 그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한다. 에드워드 8세는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영국의 왕위를 버렸다. 앨버트 공은 아이를 싫어하는 데다 늘 바쁜 빅토리아 여왕을 대신해 육아와 살림을 맡았다. 프리다 칼로는 여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디에고 리베라와 결국 재결합했다.”

- 〈머리말〉 중에서

 


 

저자는 일곱 가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맺음말'에서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보기에 따라 세기의 사랑일 수도, 막장극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글을 썼다는 것을 독자에게 밝힌다. 그러나 독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소망하는 것들 가운데 사랑과 행복 그리고 행운에 대해 자신을 돌아보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고 덧붙인다.

 

“진정한 사랑은 기적처럼 드물지도 모른다. 그 기적의 기회가 나를 비켜 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이라는 기적이 어디에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나처럼 다시 사랑을 믿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니까.”

- 〈맺음말〉 중에서

각 편의 소설이 끝나고 후기 형식의 〈그 뒤의 이야기〉와 〈연보〉, 평균 35컷의 도판 자료(총 257컷)와 함께 등장인물과 연관된 역사적 사실까지 펼쳐 보이고 있다. 또한 전체 2도 인쇄와 일부 컬러 인쇄(프리다 칼로)로 제작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압권은 일곱 가지 사랑의 주인공으로 직접 저자 자신을 투영시킨다. 1인칭 시점으로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 일곱 명에 감정이입이 되어 더더욱 진한 여운을 준다. 먼 나라의 남의 이야기 같은 일들을 일곱 편의 연작소설로 엮어 마치 저자의 자전소설처럼 읽히는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역사적 사실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훨씬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역사소설에서는 잘 쓰이지 않은 소설기법이다. 소설은 '허구'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저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해설하는 듯한 인상을 줄 때 독자들을 설득할 만한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자칫 소설이라는 점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아무리 작가의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칭찬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선정한 일곱 가지의 사랑은 색깔은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일곱 가지라 하여 무지개색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무지개색처럼 저마다의 다른 특성은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 가지 색일 뿐이다. '자기 희생'의 색깔.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하얀 웨딩드레스 - 빅토리아 여왕

마지막 편지 -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심프슨 블루 - 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세상에 없는 아이 - 가네코 후미코

아홉 개의 화살 - 프리다 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 - 오노 요코

 


 

일곱 가지 사랑은 테마별로 구분된 것도 아닌 듯하고 작가의 임의 선정으로 봐야 할 터 어떤 사실을 어떤 상상력으로 엮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지는 작가의 능력에 달린 일이다. 독자는 이 가운데 가장 에로스적인 사랑과 적과의 사랑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그야말로 인간 본성에 의한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아래 사진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박열(독립운동가)과 일본여인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이 가슴 아프고 절절하다. 사랑을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지고지순한 사랑, 희생적 사랑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박열과 어떻게 만났는가?” 박열은 나와 함께 세이소쿠영어학교에 다녔다. 그와 만난 건 늦겨울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벌써 봄이 온 것만 같았다. 첫사랑은 봄날 아지랑이처럼 과거의 상처까지 노곤하게 감싸 주었다. 그의 나이 스물, 내 나이 열아홉. 그해 봄 우린 도쿄의 신발 가게 2층 다다미방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내가 제시한 ‘공동 생활 서약’에 박열은 기꺼이 동의했다. (중략)

하지만 박열은 달랐다. 무정부주의에 대해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다가도 돌아서서는 조선의 독립에 관해 눈을 반짝였다. 박열을 처음 사랑하던 그 순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박열의 식민지 조선 독립운동에 휘말릴지 모른다고. 아무리 독립운동이 나의 사상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박열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타인이 될 수 없었다. 사랑하는 박열 속에는 이미 나 자신이 들어 있었다. 사랑은 자아의 확대를 의미했다. 박열이 사랑하는 조선을 나도 사랑해야만 했다.

- 「세상에 없는 아이(가네코 후미코)」 중에서

 


 

불세출의 가수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랑은 에로스적이다. 물론 두 사람의 감정에 독자가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곁으로 드러난 사실과 모습은 두 사람 사이가 열정적 사랑을 보여주는 본보기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격렬하고 치열하다. 상대의 어떤 다른 조건을 구분하지 않고 오롯이 서로를 온몸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다. 저자의 1인칭 시점으로도 이러한 두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난다.

 

아무도 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가 날 떠나갔다. 상관없었다. 세상 모두가 떠나도…. 나에겐 존이 세상이었으니까. 상관없었다. 누구의 비난도, 누구의 조롱도. 나에겐 존만이 중요했다. 나의 별, 나의 스타, 존. 존은 나의 유일한 별이었고, 난 그 별을 도는 행성이었다. 존은 나의 태양이었고, 난 태양에 묶인 지구였다. 너무 뜨겁다고 태양을 멀리할 수 없듯이, 너무 눈부시다고 태양을 가려 버릴 수 없듯이 난 존 없이 살 수 없었다. (중략)

내가 전남편들에게 준 상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아파도 울지 않았다. 내가 그랬듯이 존도 자기 사랑에 솔직할 권리가 있었다. 잃어버린 주말의 시작이었다. 난 존을 완전히 떠날 수 없었다. 술과 마약, 폭력과 난동만이 존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존은 벌써 모든 걸 가지고 있었다. 돈도 명예도 성공도. 존은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팬들, 항상 그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동료들, 언제든 섹스를 제공할 준비가 된 미인들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아내인 나까지.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오노 요코)」 중에서

 


 

에드워드 8세와 베시 월리스 위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과의 사랑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애절한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점을 생각해보면 시공을 초월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사랑은 어느 정도였을까.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독서가 되었다.

 

영국 국민들이 나를 싫어할 이유는 많았다. 나는 영국인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고, 이혼 경력도 있으며, 그때까지도 심프슨이라는 남자와 이름을 공유하는 유부녀였다. 그들은 그저 내가 부러운 것뿐이었다. 시기심, 질투심… 우스웠다. 그런 악한 감정은 사랑을 파괴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깊은 만큼 우리의 사랑에 대한 거부감과 반항심도 깊었다. 영국 국민은 날 싫어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영국 국민은 나를 공식적인 영국의 왕비로 맞아들이느니 차라리 왕실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중략)

엘리자베스 왕비는 내 이름조차 불경스럽다는 듯 나를 ‘그 여자(that woman)’라고 불렀다. 아무리 엘리자베스가 왕비라 해도 난 손윗동서였다. 그들이 날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들을 인정할 필요가 없었다. 난 엘리자베스 왕비를 미세스 템플(Mrs. Temple)이라고 불렀다. 남들이 물으면 템플(사원)처럼 심지가 굳건하다는 뜻이라고 변명했지만, 사실 그 똥고집이 싫어서 비꼬는 거였다. 게다가 엘리자베스는 셜리 템플과 비슷하게 생겼다. 기분이 좋을 때면‘쿠키’나 ‘케이크’라고 불러 주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의 취미는 과자 굽기였다. 엘리자베스도 두 딸도 과자 먹기가 또 다른 취미였다. 취미 덕분에 모두가 참으로 통통했다. 사람은 부유할수록 좋고 몸은 날씬할수록 좋다는 내 가치관과는 어긋난 취미였다.

- 「심프슨 블루(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중에서

 


디에고와의 재결합을 상징하는 그림 <뿌리, 왼쪽>과

디에고가 프리다 칼로를 위로하기 위해 그린 <가시목걸이를 한 자화상과 벌새>.

 

"틀린 사랑은 없다, 다른 사랑이 있을 뿐."

위에 소개된 일곱 가지 사랑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비난 받을 일 없는 사랑의 스캔들이다. 스캔들이 추문을 의미하지만 이것은 추문이 아니다. 뒤에 스캔들이라고 붙인 사람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셕해 폄훼된 것들이다. 일곱 가지 사랑은 모두 에절했고, 순수한 인간의 사랑 그 자체였다. 권력, 돈, 명예 등 세속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 앞엔 한낱 꿈처럼 허무한 것들이다. ;일곱 개의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라고 별제(別題)를 붙여 저자에게 선물하고 싶다. 사랑꾼 저자의 면모를 과시한 작품이라 특별한 애정이 간다. 그리고 깊고 숭고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의 기회를 준 데 대해 독자로서 뜨거운 감사를 표한다. 그의 건필을 기원한다.

 

저자 : 최문정

 

최문정(본명 유경愈景) 작가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조기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최문정 작가는 여성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삼대에 걸쳐 세 여자의 사랑과 용서, 화해의 과정을 통해 애절한 모성애를 그린 『바보엄마 1, 2』(SBS-TV 주말드라마로 방영)와 발레리나인 딸과 군인 아버지의 오래된 갈등과 뜨거운 화해를 그린 『아빠의 별』, 불우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네 자매의 뜨거운 우애를 다룬 『허스토리』(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가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백제의 딸이 일본의 태양신이 되었다는 도발적 팩션소설 『태양의 여신 1, 2』(원제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있다. 에세이로는 지치지 않고 사랑을 위해 싸웠던 세기(世紀)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 『나를 찾아 떠난 스페인』(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등 10여 권이 있다.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 편』의 최문정 작가는 오랫동안 『조선왕조실록』을 관심 있게 읽어왔다. 그러던 중 ‘성공한 자가 아니라 실패한 자의 시각에서,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작가는 나쁜 남자에 이어 좋은 남자, 나쁜 여자, 좋은 여자 편도 쓸 계획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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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부 다시, 학교 - 지식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제작진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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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코로나 19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일상이 바뀌었고, 어쩌면 예전의 일상은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 속에서 하루 하루를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어디라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다는 얘기여서 현실은 암담하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견디어 내고 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뻔하다. 정체되거나 퇴보하거나...

이 책 『다시, 공부 다시, 학교』는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마저 실패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코로나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미래 꿈나무들에 대한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일 터다. 코로나는 언제이든 종식될 것이다. 앞으로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그러나 교육까지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교육 관계자들은 학교 교육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잘못된 시스템이나 교육 과정, 교육 방법 등 교육에 관계된, 수많은 개선점을 찾아 과감하게 미래지향적 교육 시스템을 갗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태어나서 자립하기 전까지 모두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일은 ‘공부’다. 그런데 공부의 본질은 무엇인지, 배움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그 메커니즘을 우리는 여전히 잘 모른다. 시대에 따라 교육법이 이리저리 바뀌지만, 과연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 이제 우리의 교육 상식을 다시 뒤집어야 할 때가 왔다. 이 책을 낸 이유다.

 

"평가의 목적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이루는 성취를 촉진하는 것이다. 평가는 수업과 분리된 활동이 아니라 수업 속에서 각자의 배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순간 속에서 함꼐 호흡하고 있다."(p. 75)

 


 

이를 위해 13개국, 30여 명의 전문가, 5.000여 명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한 교육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학습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밝혀낸 결과를 기록한 책이다. 활동형 수업, 자기주도 학습, 시험과 평가, 창의성, 수포자, 학습 불안, 문해력, 수업법, 학교 공간 등 이 시대 공부와 관련된 가장 민감한 주제 9가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전 세계 교육 강국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변화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가? 대한민국 모든 학생과 교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여기에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흔히 ‘해결책이 없다’는 말로 일축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조하는 순간에도 전국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고, 그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도대체 지금 우리의 교육은 어떤 상황이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화제의 교육대기획이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일본 등 13개 교육 강국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하고, 교육학부터 인지과학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협력했으며, 학생, 교사, 학부모 3,000여 명이 설문에 참여하고, 2,000여 명이 실험과 프로젝트에 함께한 유례없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의 내용을 바탕으로 영상에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던 내용을 충실히 보완해, 교육에 대한 기존의 상식과 편견을 뒤집고 학습 메커니즘의 본질을 밝히는 데 주력힌다.

『다시, 공부 다시, 학교』는 우리 시대 교육의 가장 민감한 9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과연 활동형 수업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자기주도 학습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시험과 평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창의적인 교육은 과연 후천적으로 가능한가? 수포자와 학습 불안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문해력이 학습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 교사의 수업법은 도대체 어떠해야 하며, 온라인 시대에 학교라는 공간은 왜 중요한가? 등 논쟁적인 주제들을 과감하게 다룬다.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미국의 틸튼 스쿨, 덴마크 닐스부록 국제학교 등을 비롯한 수많은 혁신 사례를 상세하게 취재했으며, 실제 대한민국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과감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존 베어와 같은 세계적 석학들로부터 얻은 깊은 통찰에 더해 한국 교육계의 최고 전문가들의 상세한 조언과 참여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최대한 교육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학습과학, 인지심리학 등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고 실험을 통해 밝혀진 배움에 대한 놀라운 통찰들이 담겨 있다.

 

" 지금 대한민국의 학교는 '스스로 배움을 터득한다'라는 학생 중심 수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지만, 막상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은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1등급의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하엘이의 일상을 쫓아가 학생 중심 수업의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하엘이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을 다니기보다 혼자서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 교실에 있는 것과 똑같은 책걸상을 구해, 밤늦게까지 몇 시간이고 자리를 지키며 공부에 열중한다."(p. 181)

 


 

이 책은 ‘학습’이 이루어지는 주체인 학생과 교사의 입장을 양쪽에서 함께 다루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의 1부는 학습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2부는 교사, 교육계, 학부모가 고민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 그 어느 때보다 학습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시대, 공교육과 사교육의 복잡한 관계 속에 놓인 교육 주체들의 생생한 고민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학교 현장에서 ‘배움’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담았다는 것이다. ‘지금 아이들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정말 배우고 있는 걸까?’ 결국 이 책이 대답하고자 한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을 것이고, 어떤 수업법이 더 좋은지 헷갈리는 부모와 선생님들은 ‘좋은 길라잡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오늘의 해답이 여기에 있다.

 

"일단 두 공간에서 학생들이 활동하는 비율을 살펴봤다. 삼각형 건물에서는 전체 학생의 69.4%가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건물에서는 전체 학생의 44.4%만이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활동 내용을 살펴봤다. 삼각형 건물에서는 이동하거나 대화를 하는 것 외에도 공부를 하거나 휴식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건물에서는 이동하거나 대화를 하는 데 그친 것을 알 수 있다.(pp. 273~275)

 


 

"학습은 단지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보고, 눈을 들어 칠판을 보는 일이 아니다.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 에너지를 친구, 선생님과 나눌 때 배움이 이루어지고 성장한다. 그런 행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p. 294)

 

저자 :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제작진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공 프로그램. 교육은 물론 과학, 역사, 환경, 자연, 사회를 망라하는 주제를 다루며, 과감하면서도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접근법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는 EBS 교육대기획으로 제작된 총 10부작 프로그램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일본 등 13개 교육 강국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으며, 교육학부터 인지과학에 이르는 각 분야 전문가 30여 명이 협력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 3,000여 명이 설문에 참여하고, 2,000여 명이 실험과 프로젝트에 함께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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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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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개는 늠름한 자세로 수하 개들을 향해 엄한 표정을 짓는 뒤를 돌아보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개의 모습은 우리가 얼핏 본 모습과는 다르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허무한 눈빛이기도 하다. 많은 사연을 가진 인간을로 보면 한많은 생을 되돌아보는 노인의 모습과 닮았다.

독자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 개들의 모습에서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개를 그린 사람은 인간이고 어떤 모습을 그렸는지 파악할 수만 있다면 지금 표지의 개가 투견도 아니고, 방안에서 키우는 애완견 수준은 아니다. 자세는 늠름해 보이지만 뒤돌아보는 표정엔 회한과 수심이 가득차 있다. 이 책 『소년과 개』의 저자가 작품 안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개 '다몬'의 모습은 결코 생기발랄한, 사랑 받는 모습은 아니다.

저자는 책 맨 앞에 「한국어 출간을 축하하며」라는 발문을 통해 자신의 오만했던 삶을 반성하면서 자신과 개와의 인연, 개의 은유성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개는 우리에게 늘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며, 인간적인 계산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영혼과 영혼의 소통이야말로 인류라는 어리석은 종을 구원해 줄것이라고." 밝힌다.

 


 

저자의 이력이 다채롭다. 필명이지만 이름 역시 특이하다. 원래의 이름(반도 토시히토)이 아닌 필명이 홍콩 영화스타 주성치의 이름을 거꾸로 쓴 하세 세이슈(馳星周)이다. 좋아해서 그렇다고. 일본 문단에선 '괴짜'로 통한다고 한다. 대학 문리학부를 졸업했지만 바텐더로 일하면서 작가들과 교류하다가 편집자, 서평가로 활동도 했다. 주로 뒷골목의 잔혹함을 그린 하드보일드 누아르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자신의 경험이 한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죽음을 앞둔 반려견을 위해 도쿄 생활을 접고 시골로 이사를 하며 두 마리의 애견과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개를 위한 헌사 같은 책이 된다.

옴니버스 형태로 소설이 진행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저자에겐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4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 사람과 개와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암흑가를 무대로 폭력과 배신이 난무하는 소설을 여러 작품 썼다. 그 때문인지 개에 대한 소설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부정기적으로 문예지 이곳 저곳에 형편대로 게재했다.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일본 문단에선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책으로 저자에게 그 유명한 '나오키 상'을 수여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개를 무척 좋아했나보다.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인생도 바뀐 것이다. 이사할 때도, 수상할 때도..

 


 

이 소설은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되어 버린 도시에서 살아가는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거리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고 일자리마저 없는 상황. 우연히 편의점 앞에서 만난 개의 목줄에는 '다몬'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아마도 대참사 때 주인을 잃고 떠도는 길개인 듯 싶다.

남자는 다몬을 데리고 치매인 엄마와 엄마를 돌보는 누나에게로 향한다. 오래 전 길렀던 개를 떠올린 엄마는 활기를 찾았고 남자는 그런 가족을 위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으므로.

수상한 남자 무리들이 도시를 약탈하고 그들의 도주를 돕는 일을 하게 된 남자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남자 무리 중의 한 명인 미겔이 다몬을 거두게 된다. 어려서 빈민굴에서 태어나 자란 미겔은 '쇼군'이라는 개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누나는 몸을 팔았고 미겔은 소매치기와 절도를 저지르곤 했다.

 

“미겔에게 쇼군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고독을 치유해 주고 지루한 나날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쇼군은 가족과 마찬가지였다. 쇼군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도둑과 개」 중에서

 


 

그러다 만난 다몬에게서 쇼군의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미겔 역시 다몬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다몬은 다시 등산을 하던 남자에게 발견되어 그의 집으로 향한다. 사랑했지만 무능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의 아내. 착하지만 집안 일에 무심한 남편을 원망하던 아내는 어릴 적 할아버지가 키웠던 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몬에게 그 개의 이름을 붙여준다. 하지만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다몬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부부의 모습에서 이미 파경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부부도 다몬과 함께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할아버지. 이미 췌장암 말기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마치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온 개라고 생각했다. 앞서 간 아내를 만나기 위해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좋은 남편도 좋은 아빠도 아니었던, 언제나 산에서 사냥감을 쫓던 늙은 사냥꾼 야이치. 아내를 췌장암으로 잃고, 마지막 사냥개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자신에게 찾아온 죽음을 받아들이는 야이치의 앞에 다몬이 나타나는데. 외로움은 익숙해지는 게 아닌 버티는 것임을 깨달은 그는 다몬이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하는데…….

- 「노인과 개」 중에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기묘하게 다몬을 만나는 사람마다 죽음을 맞는다. 마치 잘 가라는 인사를 하려고 찾아든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가족에게서 오랜 전 다몬과의 인연이 밝혀진다. 다몬이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아이. 그 아이와의 해후를 위해 늘 그렇게 어디론가 향했던 것일까.

앞에서 저자 자신이 개를 키우면서 오만했던 삶을 바꾸게 되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개에 대한 사랑은 지고지순이다.

"한없이 어리석어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인간을 위해 신이 내려 준 선물이 바로 개다."

다몬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에서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아픔들을 독자들은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개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개를 의인화하는 흔한 문학적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지적 시점의 기법을 택하고 있다. 객관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누군가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했다지만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눈은 누구보다 밝다고 저자는 믿고 있는 듯하다.

 

5년 전 동일본대지진으로 집과 배를 모두 잃고 내륙으로 이사한 가족. 그날의 트라우마로 말도 웃음도 모두 잃은 아들 히카루를 보살피던 부부 앞에 나타난 개, 다몬. 우연한 만남인 줄 알았으나 마침내 밝혀진 엄청난 진실에, 부부는 놀라고 마는데. 말과 웃음을 잃어버린 소년 히카루와 다몬은 과연 어떤 인연이었을까?

- 「소년과 개」 중에서

 


 

저자 : 하세 세이슈

 

1965년 홋카이도 우라카와 초(浦河町) 태생. 홋카이도 도마코마이 히가시 고등학교, 요코하마 시립 대학 문리학부 졸업. 본명은 반도 토시히토(坂東齡人). 펜네임인 하세 세이슈는 좋아하는 홍콩 영화스타 주성치의 이름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대학 시절, 나이토 란(內藤陳. 코미디언.배우.서평가)이 경영하는 신주쿠 골든 가의 바 ‘심야 플러스’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 하면서 작가들과 접한다. 이후, 편집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가 1996년 『불야성』으로 소설가로 데뷔하였다.

데뷔작인 『불야성』으로 1996년 제1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15회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일본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제116회 나오키 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후 『야광충夜光?』(120회), 『M』(122회), 『생탄제生誕祭』(130회), 『약속의 땅에서約束の地で』(138회) 등으로 수차례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으며, 『진혼가?魂歌 - 불야성Ⅱ』로 199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부문 수상, 1999년에는 『표류가漂流街』로 제1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수상하였다. 세계 각국의 암흑사회를 살아가는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 소설을 주로 쓰면서, 주인공을 비롯한 뒷세계의 주민에 의한 사기와 모략전을 스토리의 주요 축으로 삼았다. 또한, 인간 안에 잠재된 콤플렉스라든가 성 충동, 폭력성, 무대가 되는 시대나 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리를 묘사하는 점도 특징이다.

반도 토시히토 명의로 『책의 잡지本の?誌』 등에 추리소설, 모험소설을 중심으로 문예활동가로 활동한 적이 있다. 존경하는 작가로 야마다 후타로, 오야부 하루히코를 언급한 적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제임스 엘로이의 『화이트 재즈』. 잡지 『플레이보이』에 시가 코너를 연재하던 무렵 시가광임을 고백하며 스스로를 ‘시가 바보’라 칭했다. 애견 마지를 위해 카루이자와에 별장을 구입하였고, 마지가 죽은 후에는 카루이자와로 주거지를 옮기고 블로그(http://www.hase-seisyu.com/)로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로 인터넷에 투고도 하며, 펑크록과 축구 광팬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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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
이광기 지음 / 다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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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인류가 놀람-공포-우울-수용의 좌절의 나날을 겪고 있다. 불과 1년만에 전 세계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과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미래학자, 의사,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우리는 다시 찾기 힘들다는 의견을 한목소리로 내면서 우울한 분위기는 더 깊어지고 있다. 이미 1억 명 이상이 감염됐고(확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백신과 치료제를 뒤늦게 부랴부랴 만들었지만 효과는 아직 의심 받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예전에 북적거리던 핫플레이스나 불야성의 유흥가는 이미 유령의 도시만큼 썰렁하고 음산하다. 과연 인류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모든 인류가 공포에 휩싸여 집안에 틀어박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 사망자는 세계 최고의 모범 방역을 보여준 대한민국에서도 수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위력을 실감하고 한없이 길어지는 코로나로 사망자가 생겨도 오히려 쉬쉬할 뿐 드러내놓고 장례 치르기도 힘들다. 가족 등 살아 있는 가족을 통해 감염될까 두려워서다. 모르고 지나갔지만 우리에게는 코로나처럼 호흡기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와 공포를 이미 두 차례나 겪었다. 다만 일부 지역이어서 팬데믹 선언을 하지 않아서 알게 모르게 오래지 않아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호흡기 감염병으로 12년 전 갑작스레 아들을 잃은 한 중견 배우가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일어서 자신 같은 불행하고 슬픈 일을 겪지 않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연기가 아닌 펜을 들어 책을 냈다.

 


 

이 책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의 저자가 그때의 심정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정서를 지닌 이들은 모두 잘 안다. 이를 극복하고 기어코 다시 일어선 아버지. 그가 배우 이광기다. 독자는 그의 아들의 죽음을 몰라서 미안하고 애도도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게 일어선 '아버지 이광기'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그것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먹먹한 가슴으로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삶에의 의지로 살아남아 코로나가 종식되는 것을 보아야겠다는 용기도 생겨난다.

어떤 힘이 아들 잃은 슬픔과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을까. 그가 여기에 써놓은 글 한 줄, 글자 한 자, 허투루 읽어서는 안 되겠다는 비장함도 생긴다. 그가 쓴 글자와 글들은 명문이 아닐지라도 그 어떤 달필의 명문장가보다 진하다. 더 가슴을 파헤친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다가 눈물을 훔치고 더 천천히 계속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글자가 잉크가 아닌 피로 쓴 것 같아서다.

 


 

'아들, 그동안 흘렸던 눈물은 결국 꽃이 되었다'는 한마디 문장에 진한 사랑의 냄새와 못다 준 사랑의 냄새가 더해진다. 꽃향기보다 진하다. 가슴도 먹먹해지고 눈물도 난다. 아이 키우는 아버지로서 이보다 슬프고 참아내기 힘든 일은 없을 터, 저자의 삶의 의지는 어떻게 발현된 것일까.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내려 간다. "유난히 예뻐서 기념으로 찍어놓은 아들의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채 한 문장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 어찌 비극 소설처럼 참담한 상황을 이겨냈을까. 그 누구도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까. 어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결국 탤런트 이광기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 책은 12년 전 어린 아들을 잃고 죽음만 생각하던 아버지 이광기의 고통 스토리이자, 그 아픔을 딛고 어느새 ‘기부와 나눔의 전도사’로 거듭난 인간 이광기의 희망 스토리이다. 그는 말한다. “삶이 꽃이라면, 죽음은 삶의 뿌리다”라고. 답답하고 지난한 이 팬데믹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가족 사랑과 더불어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야 할 이유를 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2009년 신종플루가 대한민국을 휩쓸었을 때 배우 이광기씨의 7살 아들은 갑작스런 발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고열과 구토 증세를 일으키며 갑작스런 사망 선고를 받는다. 12년 전 일인데 독자는 기억이 없다. 신종플루의 공포와 함께 '연예인 이광기의 아들 신종 플루로 사망'이라는 기사가 신문 방송에서 쏟아져 나왔다는데... 추억을 남기고 싶어 찍은 잘 생긴 아들 7살 아들의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다니... 독자도 이 글을 쓰며 자주 말줄임부호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때 상황을 머리로 유추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니 아버지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싶어서다. 또 의사마저 손을 들 줄이야, 그렇게 심각한 병일 줄이야 당연히 몰랐을 테니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터다. 내년에는 그렇게 바라던 초등학교에 간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좋아하던 아들인데.

 


 

저자는 지금도 초등학교 앞으로 지나다니질 못한다고 한다. 아들 또래 아이들을 마주 할 용기가 지금도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가족들은 아들이 잠들어 있는 추모 공원에 자주 찾아간다. 가족 사진에는 늘 아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은 아직도 가족 사진을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 아들규의 빈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란다.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정신 없이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해가 바뀐지,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는지 볼 겨를이 없었고, 마음도 둘러볼 여지가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카리브해 연안의 조그맣고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 7.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 재앙으로 31만 6000여 명이 사망하고 150만여 명이 다쳤다.

이때 저자는 <사랑의 리퀘스트> 담당 PD로부터 아이티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들이 떠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음도 추스리지 못한 데다 그곳 아이티에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그 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우리 아들이 떠난 지 세 달이 다 되어가네. 살았다면 올해 여덟 살인데, 내 기억에는 여전히 일곱 살로 남아 있거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들은 일곱 살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지더라. 그런데...... 아이티, 저기 멀리 떨어져서 살지만 아들 또래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보, 아들을 돌보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위해서 챙겨주고 싶은데...... 여보, 나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거실 한편에 커다란 여행 가방이 보였다.(부부는 일심동체라니 마음이 통했나보다. 미리 가방 챙겨놓고) "그냥 가지 말고 우리 아들이 입던 옷 갖고 가. 갖고 있으면 꺼내 볼 때마다 슬프기만 하잖아. 아들 옷이 우리에겐 슬픔이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pp. 82~83)

 


 

독자로서도 마음을 챙기기가 쉽지 않은데 당사자 아빠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부부에게는 이미 아이티 구호활동에 한마음이 된 듯하다. 그것이 삶의 의지고 용기가 아니었을까. 독자는 감히 추측해본다. 그리고 그 활동은 저자가 기부와 나눔활동을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듯하다. 이 책 표지에 구호활동 중 고개를 숙이고 피로를 추스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때 아들과 대화 중이라는 것을 책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슬프고 괴롭고 아프고 마음이 병든 힘든 시절. 한 분이 내게 찾아왔습니다. 천국을 소망하며 그곳에서 만난 반가운 아이의 미소가 보입니다. 아빠, 잘하고 있지?"(p. 104)

이후 저자의 활동은 단순 현지 구호뿐만 아니라 오가며 드는 경비 등도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을 받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해간다. 동료 배우, 선후배 가리지 않고 뜻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정말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매진했다. 나눔활동의 열정도 배우 때의 열정 못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의 성격이 그런 것 같다. 그의 생활이 그것을 잘 나타내 준다. 아내와 결혼할 때도, 자신의 직업인 연기 생활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의도치 않지만 그런 열정과 선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아들을 잃었지만 삶의 의지나 사랑의 마음은 오히려 커졌다. 이 사실은 삶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특징을 저자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나 자신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었는데도 삶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뒤집어 말하면 아들을 사랑한 마음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재난이나 전쟁 등의 피해를 받아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임을 직접 경험하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 저자가 쓴 이 책 한 부분에서도 삶의 성숙도는 높아가고 있다. 아름답다 못해 영원히 빛날 것 같은 마음들이 글자들마다 배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을 듬뿍 안고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삶이 꽃이라며 죽음은 삶의 뿌리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과거를 잊고 살고 싶은 일들도 있지만,.

과거를 기억하며 살고 싶은 일도 생깁니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보고 싶을 때,

하지만 다가오는 새로운 기쁨 때문에

추억이 흐릿해집니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에 미안합니다.

붙잡고 싶어도 새로운 기쁨에

점점 잊힘에

더욱 그 기억이 그립습니다.(p. 133)

 


 

저자 : 이광기

 

1985년 KBS 드라마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했다. 〈전설의 고향〉, 〈야인시대〉, 〈정도전〉 등에 출연했으며 〈태조 왕건〉으로 데뷔 15년 만에 신인상을 타기도 했다. 또한 깨알 같은 입담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해 원조 1세대 ‘탤개맨’으로 불렸다.그런 행복을 누군가가 질투한 것일까. 어느 날 갑작스레 금쪽같은 아들 석규를 잃고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아니 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나눔과 기부에 앞장서게 된 것. ‘세상을 원망하며 매일같이 쏟아내던 눈물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구나’라는 깨달음 끝에 11년 만에 이 책의 집필도 시작되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아들을 기리며 그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끝끝내 나눔으로 승화한 그의 이야기가 내 가족을 돌아보고 이해하며 새삼 사랑한다 고백하는 계기가 되길, 나아가 작지만 강한 선한 영향력이 지금 이 시기에 얼마나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유튜브 : 이광기의 광끼채널.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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