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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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카키스토크라시.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는 생경한 단어여서 눈에 더 띈다. 부족한 외국어 실력으로 유추해보려 하지만 뒷부분 '크라시(cracy)'를 보고 어떤 정치체제나 이념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고대 그리스 어의 민중을 뜻하는 '데모스(demos)'와 지배 또는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의 합성어로서, 민주주의란 곧 '민중에 의한 지배'를 말한다. 즉,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고 배웠다. 이를 토대로 '카키스토'의 뜻만 알면 어떤 단어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신조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제목 밑에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부제를 달았으니 어떤 뜻인지 윤곽을 잡힌다. 다행히 출판사 측에서 책에 끼워넣은 책 안내서에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카키스토크라시'는 '가장 어리석고 자격 없고 부도덕한 지도자들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다. 이 책 『카키스토크라시』의 저자 김명훈은 부패한 기업가들과 지도자들을 여럿 소개하면서 기울어진 사회의 지형을 촘촘히 묘사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출현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미 '잡놈'형 인간이 번창할 환경이 마련되어 있던 미국 사회를 고찰한다. 또 한국 사회가 이러한 미국 사회의 병폐를 빼닮았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 '정상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카키스토크라시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전한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지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 한다. 가치 체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분명 유의미한 독서가 될 것을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바이든 당선자는 정상적으로 1월 20일 취임했지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국민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극우 트럼프 세력이 미국 각지에 많이 남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궁극에 가서는 소멸될 것이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서늘하게 장담한다. "영원한 제국이란 없고, 강대국은 언젠가 몰락하게 되어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실패했고 '정상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가 취임한 후에 미국이 정상 국가의 모습을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p. 145) 또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1980년대부터 본격 시행된 로널드 레이건과 공화당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것이 낳은 사회 기풍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또 제2의 트럼프의 등장 혹은 트럼프 본인의 재선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시사한다.

분명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보인다.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들이 나서서 트럼프의 인품을 비판하고, 능력 부족과 비리 행적을 지적해도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라고 맞받아친다. 다시 4년이 흐른 뒤에 이들 중 얼마가 마음을 바꿀까? 트럼프의 등장이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판단은 여기서 기인한다.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바뀌면서 정말 삽시간에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의 두드러진 증상일 뿐이다. 미국이 앓고 있는 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심화된 것이다.”(p. 150) 질주하던 한 명의 ‘특출난 잡놈’을 치웠으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공정한 경쟁에서 기대하거나 수긍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을 행운이나 특혜라 생각하지 않고, 우월성의 징표로 여긴다는 점이다. 저자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천박한 인간형은 직간접적으로 사회 전반의 기풍과 풍습에 잡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열심히 사는 서민들에게 패배감과 모멸감을 주며, 급기야는 공동체 의식을 파탄시킨다”(p. 29)고 묘사하며 이들을 ‘잡놈’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잡놈’이란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을 떠나 내면의 품계를 기준으로 하여 “마음과 몸가짐이 천박한 사람”(p. 171)을 뜻한다.

“지금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운명에 가히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은 미국의 물질주의와 피상적 풍요, 겉멋, 그것의 토양을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퍼 자본주의(hyper-capitalism), 다시 말해 미국이 지금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 가장 큰 원인들만 가져갔다.”(p. 350)

많은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기업들의 독주는 “지위 불안증을 조장하고 정서적으로 망가진 소비지상주의를 정착”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능력주의 사회는 현대인들을 낮은 자존감, 경멸과 분노,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무한 경쟁과 소비의 전쟁터로 내몰”(p. 352)고 있다.

이런 풍조를 방치하고 치켜세운 끝에 작금의 위기로 내몰린 미국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 남은 시간 역시 길지 않다고 말하면서, 저자는 강력한 어조로 지금이 바로 “질 나쁜 지배층이 사회를 낭떠러지로 몰아가기 전에 다수의 상식 있는 국민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소수의 특출난 ‘잡놈’들이 불현듯이 나타나 우리 사회에 제동을 걸고, 서민들의 삶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일까? 사회 상부층의 부도덕과 탐욕은 익히 들어온 얘기다. 저자는 이 부도덕과 탐욕이 “너무도 정교하게 체계화되어” 있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카키스토크라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자의 선동으로 무장 폭도들이 의회에까지 난입하는 지경에 오게 되었는지, 그 기저 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p. 5) 즉 소위 ‘잡놈’들이 창궐하게 된 까닭에는 바탕이 되는 ‘기저 질환’이 있었으며, ‘잡놈’들의 창궐은 그에 따른 증상이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형이 유독 번창하는 사회가 어떤 형태인지 고찰한다. 그리고 나아가 건전한 시민들이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고 시도한다.

 


 

시장은 현대인에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주입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품성과 인격은 가치를 잃고, 교육 기관들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인적 자본’을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런 세태야말로 ‘카키스토크라시’가 모습을 드러낸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이런 풍조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나라에서 매일 수백만, 수천만 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권은 국민의 웰빙과 공동선이 목표인 민주주의적이 절차가 아니라 오로지 이윤만을 생각하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모리배들의 손 안에 있다.”(p. 281) 자본주의가 곧 민주주의라는 등식이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인간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혼동하는 인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간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는 학문은 갈수록 희귀해지고, 책임감, 연대감, 공익, 희생과 헌신을 배우는 학문은 주변화되어 힘을 잃고 있다. 낭떠러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꺾기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고, 저항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경제지상주의가 주창하는 ‘실용적 가치’에 상관없이 견고한 지식을 기반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내 현명한 시민을 만드는”(p. 326) 인문학 교육이라고 말한다.

 


 

저자 : 김명훈

 

1963년 서울 출생. 1974년 강남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중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모두 뉴욕에서 다녔으며, 현재까지 뉴욕에서만 45년째 살고 있다. 미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싹트기 시작하여, 이식된 삶의 온전치 못함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넘긴 기억이 없다. 코넬대에서 영문학, 컬럼비아 예술대학원에서 작문을 전공하였고, MFA(순수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로 글 쓰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한국어로도 가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이끌려 대학 졸업 후 중앙일보 뉴욕 지사에 입사했다. 덕분에 다른 진로를 택했더라면 상상하기 힘들었을 ‘본국’과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7년 동안 일하며 한국 언론과 조직 사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으며, 한국 문화의 멋과 부조리를 함께 끌어안는 요령도 터득했다. 언론사를 떠난 뒤 9년간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일했다. 2002년부터는 미국 기업의 한국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며 양국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를 지탱하는 상류의 진정한 역할과 태도에 관해 탐색한 『상류의 탄생』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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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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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있는 것을 그대로 작품에 옮기는 예술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 순간을 잡아내 찍기 때문에 '시간예술', '순간예술'이다. 또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영상예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간의 상황을 잘 잡아내 그대로 작품에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예술'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의 말대로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는 말처럼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사진 작가들은 보이도록 전하는 게 많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나 진실은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진 작가들은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예술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굳이 사진 예술에 대해 독자가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사진 예술은 예술이라기보다 기록이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진만 얘기하는 것이다. 사진으로서의 예술을 얘기하지 않는다. 즉 자신들이 본 것만 얘기하기 때문에 '사진 예술'이라 하지 않고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얘기하는데 예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이나 인체의 아름다운 장면을 찍었다고 사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사진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위해 사진 작가는 피사체로 대상을 정한 것일 뿐 사진 작가가 예술 사진을 찍었을 때는 사진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한 화가의 말대로 그래서 사진 예술은 예술의 한 범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은 당연히 포토에세이의 범주에 속한다.

 


 

사진 속의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던지고,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를 보는 이가 알아채는 순간 그 사진은 예술이 된다. 표현 방법이 순간의 장면이고,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라 해서 예술성이 없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사진에 스토리가 실리면 소설이 되고, 시적 영상미를 강조하면 시가 된다. 그림이 그렇듯 사진도 그렇다. 우리 삶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남대문 시장 상인의 거친 손, 농부나 노동자의 마디 굵은 손, 스포츠 스타들의 손발의 사진 등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관찰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 사진을 찍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너무 당연하다. 그들이 삶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가 사진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관찰자는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치열한 삶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 우리의 휴머니즘은 살아나고 당연히 감동의 감성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예술 감수성을 건드리는 작품이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 예술인가.

 


 

'사진 에세이'라고 명명된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아주 새롭지만 친근한 이국의 풍광보다는 무척 일상적이지만 낯선 우리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김규형의 감각적인 시선 속에서 우리 모두의 지금은 가장 아름답운 순간이 되는 것이다. 김규형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감정, 조용한 공간을 울리는 백색소음의 여운, 따뜻한 커피를 마신 후의 얼음물이 주는 미지근을 좋아한다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미련이 많고 이별을 싫어하고 반대된 두 가지의 중간을 좋아한다."며 "보통의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 취미이고, 인생은 앞으로 좋아하게 될 것들을 찾아내는 모험"이라고 말한다. 말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의 내용은 사진 작가, 예술가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가 예술론을 따로 배웠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예술을 인식하는 눈이 딱 예술가의 모습 그대로다. 영감을 전달하는 낯설거나 익숙한 장소(여행)와 사람들(혹은 동·식물들)에 대한 그만의 접근법도 있을 터다. 말없이 그를 따라 안내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거기에 이 책 안에는 사진 못지 않은 산문들이 즐비하다.

 


 

‘우연’이 시작한 일을 ‘꾸준함’으로 완성했다. 이 책 『사진가의 기억법』의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하는 말이다. 그에게 사진과 글은 그냥 지나치면 휘발되기 쉬운 일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이었다. 책을 쓰기 위해 원고의 첫 장을 채우던 날도, 카메라를 들고 낯선 골목을 헤매던 날에도, 혼자 머리를 자르다 망친 날도,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도 그는 어김없이 기록했다. 그렇게 기록한 순간들은 하마터면 스쳐 지나갈 뻔한 사람을 만나 친한 친구가 된 것처럼, 사라지지 않고 곁에 남아 자신의 일부가 되어주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이야기에 기록에 대한 거창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순간과 순간이 모여 기나긴 삶이 되듯, 소소한 기록의 조각들이 하루하루 쌓여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한 컷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사진처럼 보여줄 따름이다. 멈추지 않았기에 이만큼 갈 수 있었다고, 기록했기에 기억할 수 있었다고, 책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입을 모아 증언한다. 사실 그가 기록한 것은 단순히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날들의 마음일 것이다. 페이지마다 정직하고 오롯한 자세로 자리 잡은 사진과 글을 통해 독자들은 지치지 않고 기록하는 사람의 감성을 마주하게 된다.

 


 

서울 도시 곳곳을 촬영하는 프로젝트 ‘서울 스냅’을 통해 알려졌듯, 포토그래퍼 김규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소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는 카메라를 이용해 틀에 박힌 도시의 디자인을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뒤틀어버린다. 어두운 지하도의 난간이 우아하게 뻗은 라인으로 바뀌고, 고층건물에 빽빽하게 들어찬 유리창이 파란 하늘에 물든 수십 개의 눈동자처럼 보이는 일은 그의 사진에서 종종 일어나는 작은 마법이다. 방향치라는 결점 덕분에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관점을 얻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남들 눈에 이상해 보이는 결점이 뜻밖의 지점에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다.

그가 날 때부터 당당하게 ‘이상해도 괜찮아’라고 외쳤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딜 그렇게 다니니’, ‘옷은 왜 그렇게 입는 거니’, ‘왜 남들처럼 살지 못하니’…… 학창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이상하다’는 이유로 혼이 났고,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사진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날, 그는 난생처음 어머니에게 반항했다.

“엄마, 내가 이상하게 한번 살아볼게. 죄책감 갖지 않고, 즐기면서 이상하게 살아볼게요.”

그는 ‘이상함’을 갈고닦아 자신의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로 만들었다. 조금 독특하지만 멋진, 그리고 다정하기도 한 한 사람의 세계를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만나보자.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가 독자 안에 숨어 있는 유쾌한 잠재력을 깨워줄지도 모른다.

 


 

아름답다는 표현에 맞는 것을 발견했다면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머리와 가슴에 기록해두자.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의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변해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손에 사진기가 들려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 방법 하나를

알고 있는 셈이다.

- p.31~32, 「사진가의 기억법」 중에서

 


 

산책하거나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끔 길을 잃으면 사진으로 찍어둔 기억을 떠올려서 길을 찾곤 했다. (…) 시간이 지나고 잘못된 방향에 관한 경험이 쌓이자 골목이 익숙해졌다. 또,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걸으니 지도 없이도 최단 거리로 이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단 거리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길을 잃고 우연히 발견하던 새로운 것을 더는 발견하지 못하게 됐다. 매일 걷는 길로 가게 되고 늘 보던 풍경만 보게 됐다. 어쩌면 제일 빠른 길은 제일 예쁜 것들을 놓치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길을 헤매기로 했다.

- p.9~10, 「방향치」 중에서

 

사진 찍을 때는 뷰파인더를 통해 한참 동안 대상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정작 셔터를 눌러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 다른 곳을 본다. 친구가 이해하지 못하길래 매일매일 지켜보던 그녀에게 고백 편지를 주면서 정작 부끄러워 눈을 못 마주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줬다.

- p.14, 「딴짓」 중에서

 


 

때때로 사진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 까맣게 잊고 있던 무언가를 사진이 되살려주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은가. 정갈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캐논, 에어비앤비, 에잇세컨즈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 작업을 해온 포토그래퍼이자, 가장 일상적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기록의 도구,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작가 김규형에게 기록과 기억은 끝나지 않는 화두다. 전시와 강연, SNS 등 채널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진을 선보이는 그가 한결같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것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순간, 영원을 사로잡는 방법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것이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작은 수첩이든 노트북이든 상관없다. 기록하는 자가 누구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된 김규형 작가의 신간 에세이 『사진가의 기억법』에서 그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진가의 관점을 감성적이고 유쾌한 문체와 사진으로 선보인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진작가를 꼽으라면 독자는 이 책의 저자 김규형을 아낌없이 선택하고 싶다.

 

저자 김규형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취미였던 사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5년 캐논 플레이샷 특별상을 수상했고, 서울을 기반한 ‘서울 스냅’을 포함 서울 관련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에어비앤비, 에잇세컨즈, 삼성, 갤럭시, SK텔레콤 등 다양한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정갈하고 세련된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전시와 강의를 통해 그의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서울 스냅』, 『사진가의 기억법』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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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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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쓰는 사람'이란 별칭이 딱 들어맞는 작가가 정여울이다. 우리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를 삶과 각종 재해 등으로 지친 현대인의 불안정한 심리를 따뜻하고 평온한 글로 어루만져주고 치유해주는 작가로 알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는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심리 치유의 글을 써낸다. 물론 다른 작가들도 하루도 걸르지 않고 글을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일년을 하루같이 심리 치유의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그의 글은 진솔하고 섬세한 문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 사색과 통찰력이 바탕이 됐을 터다.

그는 국문과 박사 출신으로 우리 글과 말을 사용해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심리학으로 분류되는 많은 책을 인문학적 시점에서 써냈다. 그래서 그는 인문교양서의 판도를 바꾼 작가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1일 1페이지’는 한국인들에게 두루 널리 읽히는 이른바 '인기 작가'의 면모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자 국내 작가의 첫 책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이 출간돼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독자 중에는 그의 이름만 들어 있으면 망설임없이 책을 사는 분들도 꽤 많다. 그의 책에는 읽을거리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읽을수록 독자들의 마음은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안과 우울의 늪에 자주 빠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위한 폭넓은 지혜와 따뜻한 치유의 모음집이다. 심리학부터 책, 일상, 사람, 영화, 그림, 대화 등 7가지 주제를 통해 심리학의 주요 이론과 키워드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실제 내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365가지의 특별한 처방, ‘힐링 액션’을 소개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오늘날, 진짜 나를 만나고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고 나와 타인, 나와 세상 역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루 1분,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야말로 우리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올바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고 내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성장의 도구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는 일상의 모든 것에 있는 '진짜 나'를 발견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살피는 심리적 치유의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안내서이다. 이 책은 삶의 곳곳에서 접하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올바로 바라보고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인도한다. 내면의 아픔을 위로하고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모든 것들이 심리 수업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기 위한 ‘치유의 액션’으로서의 심리학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지적 성장의 과정이자 영적 성숙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80페이지에 달한다. 활자의 크기도 요즘 보기 드물게 사전만큼 작은 글자다. 책 표지와 다르게 책을 들추면 압박감이 들 정도로 빽빽한 글자의 홍수에 묻힐 것 같다. 원고량으로 대충 어림잡아 다른 책 두세 권 분량은 족히 나옴직하다. 에세이 식으로 그림과 사진 등을 섞여 편집한다면 대여섯 권도 가능할 것 같다. 왜 이렇게 나이든 분들이 싫어할 정도로 많은 글을 넣었을까. 저자와 편집진의 의도를 알 길 없지만 모두 독자들을 위한 배려로 읽힌다. 인간 심리는 원래 굉장히 복잡하다. 사람마다 다르고 저마다 환경마저 다른데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받아들이는 충격이 달라 반응 역시 모두 다르다는 점이 이를 대변해줄 것 같다. 이때문에 심리 치유의 한 방법으로 빽빽한 글자 속에서 인내심을 갖고 치유의 방법을 독자 스스로 찾는 것도 한 방법처럼 보인다.

심리 수업을 위한 책답게 표지 그림은 한없이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이 뿜어 나오지만. 그것은 마치 외모가 잘생기고 멋지게 치장해도 심리상태는 모두 복잡한 상황이라는 인간 본성의 표현이 아닐까도 유추해본다면 지나친 견강부회(牽强附會)인가? 이것 역시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것이기에 계속 의문만 제시해서는 본론도 못 들어가고 서평을 마쳐야 할까 두렵다. "사전처럼 읽고 또 읽고, 찾고 또 찾는 역할"을 할 책으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지난 15년간 심리학은 심리학 전문 서적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사람, 그림, 음악, 춤, 그 모든 것에 심리적 치유의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점에 주의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기한 독자의 의문을 풀어줄 글이 눈에 띈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강인해질 수 있다. '마음가면'의 저자 브레네 브라운은 자신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숨기고 있었던 약점 때문에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더 멋진 나로 보이기 위해 가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때로는 가엾게, 때로는 어여삐 여기며 오늘도 콤플렉스 덩어리인 나를 다독이며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간다."(p. 18)

저자는 이 책 심리수업이라는 말 처럼 책을 그냥 읽기만 하여도 마음의 위로나 희망이 싹 틀 수는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을 하고 나의 생각을 곁들어 나로 하여금 회복탄력성을 키우게 하려면 책을 읽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연달아서 쭉 읽었을 때와는 달리 매일 자기 전 하루를 정리하면서 한 페이지씩 책을 읽고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 만큼 의미 있는 하루의 마무리가 어디 있으랴 싶은 생각이 든다. 쭉 읽어 나갈때의 느낌도 괜찮았지만 작가의 말 들에 귀 기울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한다면 저자가 독자에게 전해주려 한, 마음이 가장 어두울 때 환하게 밝혀 줄 내면의 반딧불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가 된다.

 


 

이 책은 하루 한 장씩 365개의 심리 테라피를 담고 있다. 일년 내내 공부하는 심리 수업이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과 상처로 인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보살피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아픔을 명확히 이해하고 오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 자신의 성장의 기록이기도 한 이 책에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도움 받았던 다양한 내적 자산이 가득하다. 담담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고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온하고 부담 없이 심리학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며 스스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 책에 담긴 다채로운 심리 이야기들은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치유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에 남았던 영화, 그림, 책 이야기부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혹은 스쳐 지나간 낯선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들까지.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과 그 안에 담긴 심리학적 메시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더 이상 과거의 고통으로 힘겨워하지 않고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리는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심리학은 아픔을 치료하는 모든 힘의 다른 이름이라고 저자는 생각하는 것 같다. "심리학은 나를 치유하는 회복 탄력성이며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내적 자원을 풍요롭게 해주는 그 모든 것 들이 심리학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매일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요일별로 위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내면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법을 배우는 심리학의 조언, 책에 담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독서의 깨달음, 아프고 고통스럽거나 위로의 순간들을 통해 마음을 감싸주는 일상의 토닥임, 문학작품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한 치유를 말하는 사람의 반짝임,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 보는 영화의 속삭임, 예술 작품을 통한 그림의 손길,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대화의 향기로 나뉘어져 있다.

 

[월요일] 심리학의 조언 : 내면의 상처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심리학의 주요 이론과 키워드들

[화요일] 독서의 깨달음 : 동화책에서 소설까지 다양한 책에 담긴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의 메시지

[수요일] 일상의 토닥임 : 마음을 토닥이고 상처를 감싸주는 일상의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

[목요일] 사람의 반짝임 :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만 결국 사람으로 치유되는 우리의 이야기들

[금요일] 영화의 속삭임 : 다채로운 미장센을 통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들

[토요일] 그림의 손길 : 마음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불어넣는 위대한 예술가들과 아름다운 작품들

[일요일] 대화의 향기 : 대화를 통해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의 소중함

 


 

저자 :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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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사라진 밤, 3년 전 그날의 진실이 드러난다. ‘유괴의 날‘ 추리작가 정해연의 신(新)경지, 상실과 치유의 감동 스릴러를 읽는 독자들은 즐거움과 감동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저자의 전작은 드라마로 제작 중으로 알려져 더 기대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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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쓴 정해연 작가는 추리소설로 첫 시작을 알린 『더블』 출간 이후 8년 동안 9권의 장편소설과 9권의 앤솔러지에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내면의 악의를 그리며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한 작품부터 사회문제를 다루는 무게감 있는 스릴러와 유쾌한 매력이 있는 일상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공을 거두며 한국을 대표하는 스릴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중에서도 스릴과 유머, 반전까지 모두 겸비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와 『유괴의날』은 영상화 계약을 완료 후 드라마로 제작 진행 중이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탁월한 필력을 인정받았던 저자가 『구원의 날』을 통해 또 한 번 분위기 변신을 시도했다. 전작 『유괴의 날』이 유머러스함과 강렬한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가 가득한 페이지터너라는 평을 받았다면, 이번 신작은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을 지키려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저자 역시 “여러 번이나 작품을 출간해왔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며 여느 때와 사뭇 다른 후기를 남겼다. 이렇듯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지금까지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주로 써온 작가답게 폐쇄적인 사이비 단체와의 갈등으로 스릴과 속도감도 놓치지 않았다.

 


 

이 소설은 장르 분류상 추리소설이다. 어린이 실종 사건과 유괴 사건을 연결시키고 유기적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추리소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소설도 심리 묘사가 필수적이다. 심리 묘사에 성공하면 그 추리소설은 구성력을 갖춘 작가에겐 사건의 흐름과 주변 인물과의 유기적 관계 다음으로 중요한 심리 묘사가 남겨진다. 사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설 속 단순 사건과 달리 심리 묘사가 작품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 작품의 질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이제 작가들은 소설의 화자, 즉 인칭(人稱)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소설에서 인칭의 문제는 주로 시점과 관련해 이야기된다. 시점을 크게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1인칭 시점은 다시 1인칭 주인공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나뉜다. 3인칭 시점은 다시 제한적 3인칭(작가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3인칭 시점으로 구분된다. 이 소설은 전지적 3인칭 시점이다. 심리 묘사는 화자와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표정, 말, 동작, 행동 등 일련의 표현을 통해 우회 묘사하기도 하고, 언어나 표정으로 직접 묘사도 한다. 사건에 따라 작가가 선택할 일이다. 이런 점에서 소설을 읽어나간다면 훨씬 보람 있는 독서가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먼저 사건의 개요를 살펴본다. 불꽃놀이 축제에 아들 선우를 데려간 예원은 인파 속에서 그만 아이를 잃어버린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던 남편 선준도 예원과 함께 아이를 찾지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유괴라면 요구 사항이 있을 거라는 경찰의 말을 믿고 기다리지만, 유괴범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단순히 미아가 된 거라면 왜 선우를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선우는 아직 어리지만 영리해서, 엄마 아빠의 전화번호는 물론 집 주소까지 외우고 있었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3년이 흐른다. 예원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동요 가사를 선우와 똑같이 바꾸어 부르는 아이, 로운을 보고 충동적으로 집에 데려온다. 로운이 집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선우를 알아보자 예원과 선준은 이 아이가 그들에게는 선우를 찾을 마지막 기회임을 깨닫는다.

 

예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런 예원을 보며 선준은 자신의 감정이 무덤덤함에 놀랐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양 형사를 보았다. 이미 선준의 연락처 정도는 알고 있는 양 형사를 향해 명함을 내밀었다.

"차 수리하시고, 비용이랑...... 합의금, 연락주세요."

기가 막힌다는 듯 양 형사가 하! 숨을 크게 뱉었다.

"지금 현행범으로 잡히고 합의를 하자고요? 형사랑?"(p. 20)

 


 

소설 『구원의 날』에는 아이를 잃어버린 예원과 선준, 관심과 애정이 결핍된 아이 로운이 등장한다.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다른 아이를 유괴한 예원과 선준에게 마냥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 없는 것은 선우에 대한 간절함과 로운을 향한 그들의 진심까지도 알기 때문이다. 사건이 전개되며 스스로를 해칠 정도로 극심한 죄책감을 느끼는 예원과 로운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엄마 주희, 각각이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육아를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는, 최소한의 사회 안정망조차 부재한 한국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손쉽게 그 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의 차가운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족이라서 할 수 있는 용서와 가족이기 때문에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상황을 상상했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고마움도, 상처도 크게 느끼는 가족들. 『구원의 날』의 주인공들 역시 저마다의 이유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 용서를 통해 서로를 구원하고, 일상을 재건해낸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혹은 좋지 못한 타이밍 때문에 잡은 손을 놓치거나, 놓아버릴 때도 있지만 진심과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놓쳐버린 손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수작이다.

 


 

심리 묘사가 탁월한 저자의 두 문장만 발췌해 적는다.

로운과 병원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그녀는 지금도 꿈같았다. 그때는 정말로 눈앞에 선우가 있다고 믿었다. 저 아이가 선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저 아이가 선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 아이는 왜 나를 따라온 걸까. 예원이 엄마가 아니라는 것도, 자신이 선우가 아니라는 것도 저 아이는 알고 있었다. 왜 선우라고 부르는 내 손을 잡은 걸까. 휘둥그레졌던 로운의 눈이 가늘어졌다. 작은 눈 끝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아이답지 않은 미소였다.

“따뜻해서.”(p. 94)

 

선준은 자신을 일으키려는 경찰들의 손을 온 힘을 다해 뿌리쳤다. 그리고는 건물을 향해 달렸다. 그 누구도 이제 자신을 말릴 수 없다. 꼭 찾을 거라는 경찰의 말도, 집에 가서 연락을 기다리라는 말도, 찾고 있다는 말도 다 믿었던 3년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말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불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세상 그 어떤 권력 기관도 선우를 찾고자 하는 의욕이 부모인 자신들과 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p. 233)

 


 

저자 : 정해연

 

2013년 장편소설 《더블》을 발표하며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이코패스의 서늘한 양면성을 다룬 《더블》은 중국과 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장편소설 《악의-죽은 자의 일기》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 《너여야만 해》 《두 번째 거짓말》 《패키지》를 발표했고, 앤솔러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어위크》 《카페 홈즈에 가면?》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 《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에 참여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와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구원의 날》은 아이가 사라진 후 붕괴된 가정과, 애정과 관심이 결핍된 아이의 동행을 그렸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 현재 한국의 사회문제를 작품에 녹여냈으며, 동시에 폐쇄적인 사이비 단체와의 대치로 긴장감을 일으켜 장르적 재미를 준다. 《유괴의 날》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물었던 작가는 《구원의 날》에서 가족이기에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또 가족이기에 서로를 용서하고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그 한 가지 답을 보여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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