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분 마음챙김 - 세계적 명상스승 아잔 브람의 365일 행복 명상록
아잔 브람 지음, 여현 옮김, 각산 감수 / 느낌(느낌출판)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명상의 영어 표기는 'meditation'이다. 이 단어는 치유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약'을 의미하는 'medicine'과 '병원'을 뜻하는 'medical center'와 어원을 같이한다. 『심리학용어사전』은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transcendence)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다"고 풀이하고 있다.

명상은 어원적 풀이 외에 각 종교에서 모두 실시하는데 말은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천주교에서는 '묵상'이라 하고, 기독교에서는 명상, 불교에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참선'이란 말로도 쓰이고 그냥 명상이라고도 한다. 종교에서 모두 명상을 권유하는 것은 마음의 평온함을 얻고자 하는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명상과 함께 늘 같이 다니는 단어가 '기도'이다. 기도는 하나님 혹은 신에게 드리는 감사하고도 하고, 소원이라고도 한다.

 


 

독자는 비종교인으로서 아무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명상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배운(?0 지 2~3년 됐으나 아직 일정한 명상 자리를 따로 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일어나서 약 5분 정도 정좌하고 조용히 호흡에 집중하는 정도다. 굳이 명상으로 표현해야 할지도 쑥스럽다.

독자는 기도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공식 석상은 물론 혼자서도 어떤 일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어본 적이 없다. 종교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님께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는 기도는 낯 뜨겁다 생각해서다.

또 독자는 기도와 명상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다. 즉, 기도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꼭 이루겠다고 하나님께 약속 드리는 행위이다. 그러나 명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행위라 생각한다. 조용히 앉아(누워 있거나 서서 해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올바른 자세로 호흡에 집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고 생각하며 하루 5분 정도씩 한다.

 


 

명상에 대해 너무 잡다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 아잔 브람 스님이 세계적 명상가이기 때문이다.

아잔 브람 스님은 1951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 학위를 받았고, 23세에 방콕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태국 수도원에서 고승 아잔 차 밑에서 9년간의 수행을 마치고 호주 퍼스로 건너가 남반구 최초의 사찰을 세웠다. 그 후 그의 비전, 지도력, 봉사에 대한 열정으로 호주 커틴 대학교로부터 존 커틴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이 책에는 아잔 브람 스님이 40년 동안 종교와 국제적 영적 수행자로서의 경험에서 나온 따뜻하고 지혜로운 인용구가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명상을 통해 매일 생각의 그릇을 채울 수 있는 총 365개의 지혜로운 경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있어 원문도 같이 수록했다. 아잔 브람 스님은 어떠한 노동이든 일이 고통스러운 것은 ‘하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욕심을 부리며 갈망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마음은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얘기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아잔 브람스님의 경구를 통한 하루 1분 명상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나’ 만나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현대인은 불안, 공포의 환경에서 위태로운 삶은 살고 있다. 감정은 고조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다툼이 발생한다"고. 저자에 따르면 모든 잘못의 근원이 ‘나’에게 있음을 알지 못하고 주위 탓만 하게 된다. 부정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성향은 일상에 대한 두려움을 주고,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 삶의 악순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긍적적인 성향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긍정적인 성향이 자신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계획을 줄이고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뭔가 많은 긍정적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어둠에 대해 불평하는 것 보다는 촛불을 밝히는 것이 더 좋다.

 


 

사람들은 늘 일이 많고 바쁘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버거운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할 때 그냥 마음 편히 지내라고 얘기한다. 자신을 운전자가 아닌 승객으로 생각하고 삶의 여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냥 지켜보라고 얘기한다. 다른 방향으로 달릴 때는 볼 수 없었던 문제점들을 발견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통은 선택 사항.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명상은 내려놓음으로 얻는 비움의 행복이다.

 


 

이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우리는 모든 일의 결과만으로 평가받고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은 죽은 시간으로 가득 찬 관을 짊어지고 사는 것과 같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 만들어 지는 것으로, 현재를 잘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명상으로 가능하다. 명상은 현재 순간을 비판 없이 관찰하고 조용히 내 마음을 관조하는 것이다. 내가 짊어진 욕심, 불안, 걱정 들을 내려놓은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온다. 명상은 내려놓음으로 ‘나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어디선가 다 들어본 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삶의 기본과 원칙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대부분 안다. 실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저자 : 아잔 브람

 

태국에서 수행승으로 배움의 시기를 보낸 뒤 그는 불교를 가르치는 아잔 자가로를 돕기 위해 호주 퍼스에 있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협회 초청을 받아 그곳으로 갔다. 처음에는 퍼스 북쪽 교외에 자리한 오래된 집에서 아잔 자가로와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 1983년 말에 퍼스 남쪽 세르핀타인 지역 숲이 우거진 시골에 약 392,545㎡의 땅을 매입했다. 그리고 그곳에 보디냐나 수도원(스승인 아잔 차 보디냐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을 세웠다. 보디냐나 수도원은 남반구 최초의 불교사원이 되었다. 이곳은 또 오늘날 호주의 가장 큰 소승불교 수도회 본부다. 처음엔 그 지역에 아무것도 없었다. 절을 짓기 위해 퍼스에서 모금활동을 펼치던 몇몇 승려들만 있을 뿐이었다. 아잔 브라흐마는 건물 하나 없는 그곳에서 직접 벽돌 쌓는 일과 배관 및 미장일을 배워 지금까지 존재하는 수많은 건물을 세웠다. 1994년, 절의 주지로 있던 아잔 자가로가 안식년을 맞아 호주를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승복을 벗게 되자 아잔 브라흐마가 그 후임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주지 직책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다 결국 받아들였고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의 명성은 점점 널리 퍼져나갔다. 흥미 있는 데다 희망을 주는 설법으로 그는 호주의 다른 지역과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차례 초청을 받았다. 2002년에는 프놈펜에서 개최된 국제 불교회의에 중요 인사로 참가했다. 그리고 2006년 6월에는 퍼스에서 열린 불교회의를 이끌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특히 암 환자들, 수감자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쏟았다. 보디냐나에 있는 승려들은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명상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현재 아잔 브라흐마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세르핀타인에 위치한 보디냐나 수도원장,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불교협회 지도자, 빅토리아 불교협회 고문, 싱가포르 불교연맹 후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승가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모든 불교 종파를 초월한 협력을 구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반 투르게네프는 러시아의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오룔주(州) 스파스코예루토비노보에 있는 어머니의 영지(領地)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기병 장교로서 방탕과 도박으로 신세를 망치고는, 재산이 탐나서 1,000명의 농노를 거느린, 6세나 연상인 부유한 여지주(女地主)와 결혼했다. 어머니는 추한 용모에다 포악한 전제군주적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투르게네프는 어머니 영지의 농노들에 대한 동정에서 농노제를 증오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가정사정이 그가 1860년 발표한 『첫사랑』에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독자가 이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묘사한 중편(中篇) 소설로서 당시 러시아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고, 국민들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 문학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첫사랑』은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걸작이다. 섬세한 심리 묘사, 탁월한 성격 묘사, 예술적 구성의 완성미로 뭇 남성을 사로잡은 한 여성을 선명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성들과의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당시 러시아 문단뿐만 아니라 서구 세계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된 수작이다. 이 책에는 <첫사랑> 외에 <아야사>, <밀회> 등 모두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누가 봐도 첫사랑에 나타난 문체는 극찬을 받을 만큼 유려하다. 스토리와 문체, 사실적 묘사, 심리의 미묘한 변화 묘사 등 어디 한 곳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완벽한' 걸작으로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독자 개인 취향상 로맨틱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시 사회를 고려해 볼 때 가히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큼의 역작임이 분명하다. 독자는 이 소설을 30여년 전에 처음 읽었지만 이후에도 여러 번 읽은 기억이 있다. 다시 읽을 때마다 멋진 문장이 많아 소설 끝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느낌도 아마 10대, 20대 등 연령별로도 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중편소설로 짧지 않은 소설을 이렇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문장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을 터, 그의 문학적 천재성도 인정하게 한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판이어서 번역자와 출판사, 판형이 모두 달라서 원어로 읽는 맛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겠지만 누가 번역해도 그의 문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사람은 없을 듯하다.

 


 

"무겁고 축축한 밤 공기가 나의 상기된 얼굴을 스쳤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으려는 것 같은 날씽였다.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 윤곽이 연기처럼 변하여 순식간에 하늘을 덮었다. 한 줄기 바람이 우중충한 나무 사이에서 불안스럽게 몸부림치고, 먼 지평선 저쪽에서는 천둥 소리가 성난 듯이 혼자 으르렁거렸다.{p. 45)

 

'검은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서~'의 부분은 번역본이라 음미하기에 따라서는 번역이 다소 미흡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비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는 표현을 우리말에서는 쓰지 않는다. '몰려온다'든지 '새까맣게 덮였다'로 표현하는데 원본이 맞는 건지, 번역본이 맞는 건지 판단할 수 없는 독자로서는 아쉽다.

또 '한 줄기 바람이~ 몸부림치다'는 표현도 어딘가 좀 어색하다. 역시 독자가 러시아 언어를 모르니 판단할 길이 없지만 원본이 잘못됐다면 번역본에서라도 바로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제 분위기에 맞게 다소 의역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작은 소망이다.

 


 

"길에서는 먼지투성이가 된 쐐기풀 위를 하얀 나비 몇 마리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날쌔게 보이는 참새 한 마리가 가까운 데 있는, 동강이 난 붉은 벽돌 위에 앉아서 연방 온몸을 앞뒤로 돌리며 꼬리를 부채살처럼 펴고는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로 짹잭거렸다. 아직도 나를 의심쩍게 생각하는 까마귀란 놈들은 벌거숭이가 된 자작나무의 높고 높은 꼭대기에서 조용히 희롱하고, 돈스키 수도언의 종소리는 때때로 바람을 타고 은근히 서글프게 들려왔다.(p. 59)

 

주위 자연과 생물 등에 감정이입해 표현한 부분이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눈앞에 상황이 한 번에 그려질 정도로 또렷하고 적확한 단어 사용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분의기를 창출해냈다. 이 정도면 주위 사물 관찰력이 과학자나 철학자 못지 않다. '뛰어난 관찰력'으로부터 '적확하고 훌륭한 언어 구사'까지 모든 걸 갖추었기 때문에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독자의 생각이다.

 


 

누구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있을 것이다. 만해 한용운은 '날카롭다'로 표현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첫사랑의 대상이었기에 가능하다. 물론 만해의 대상은 조국이고, 빼앗긴 나라에 대한 은유적(중의적이기도 한) 표현이지만. 아무튼 첫사랑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대부분 달콤하지만은 않다. 어느 평론가는 투르게네프의 이 작품을 자전적 경험에서 나온 소설로 평하기도 했다. 너무나 첫사랑에 대한 정감이나 마음의 벅차오름, 그리고 은밀한 즐거움, 기쁨. 애타는 마음까지 모두 표현해낸 이 작품은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문학적 기교를 사용하여)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투르게네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1860년에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가 1818년생이니 대략 42세 안팎이었다. 그때 첫사랑을 경험한 것일까. 아니면 뒤늦게 첫사랑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을까.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가는 사회적 시대상에 순수하고 열오른 첫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을까. 독자로서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첫사랑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본 것만으로도 대만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1개의 중편과 3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한 작품이 없겠지만 가장 뛰어난 작품은 역시 <첫사랑>으로 독자는 꼽는다. 이어 나오는 <아아샤>도 첫사랑 못지 않은 작품이지만 독자는 첫사랑으로 기운다. 투르게네프가 더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분위기나 인물의 성격 표현이 자연스럽고 뚜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르게네프의 작중 인물이 대부분 '비정상적'임은 아마 러시아 시대상의 모습이고, 특히 여성의성격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비상삭적인 것은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독자로서는 추측해본다. 판단 근거가 없으니 '주장'이라고 할 수 없고 '추측'일 뿐이다.

러시아는 1721년 제정러시아로 출범한 나라로 제국의 토대는 '농노제'였다. 우리가 잘 아는 '조국의 아버지, 황제(임페라토르)'의 칭호를 증정하고,러시아 제국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제정 러시아는 했다. 이제 러시아는 주변의 강국과 싸우던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대국으로 안팎에 세력을 팽창시켜나간 나라다. 토대가 된 농노제에 따라 그의 어머니는 1,000여명의 농노를 거느린 대지주인데다 성격 또한 매우 독단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도 농노제를 반대하는 마음과 현실 사이의 괴리, 농노제 아래서 죽기보다 괴로운 삶을 이어가는 농노들에 대한 한없는 안타까움과 동정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창출한 인물이리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이성에 휴식을 주고 감성에 영양분을 잔뜩 준 포만감이 드는 소설이다.

 


 

저자 : 이반 투르게네프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손꼽히는 투르게네프는 오료르 현 스파스코에 리트비노보의 대지주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1833년 모스코바 대학 문학부에 입학, 다음 해에 페테스부르크 대학 철학부 언어학과로 옮겨 1837년 졸업했다. 1838 ~ 1841년에는 베르린 대학에서 철학, 역사, 고대어를 배우고, 진보적인 러시아 지식인들과 친교를 맺으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 1847년 <동시대인>지 제1호에 농노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역작 [사냥꾼의 일기]의 제1작이 발표되어 호평을 받았다.

1856년 장편 [루진]을 발표했다. [귀족의 소굴] 1859년, [전야] 1860년, [아버지와 아들] 1862년, [연기] 1867년, [처녀지] 1877년. 1883년 척추암으로 일생을 마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현대인의 삶은 풍족하지만 팍팍하다. 편리하지만 정감이 없다.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규제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주말이라고 특별히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의 2021년도 "올해는 더 나아지겠지" 하며 새해를 맞은 지 50일 가량 지났지만 당장 피부로 느끼는 하루는 지난해와 다름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는데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뜻대로 이뤄지는 것도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사실 삶이 그런 건지도 모른다.

어제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지만 막상 기대한 내일이 와도 오늘 같은 연속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배신 당한 오늘은 그렇게 또 지나간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늘 지루하게 느껴지고 불안과 두려움에도 민감하다.

코로나19로 장기간 느끼던 불안감은 '코로나 블루'를 만들어내더니 '코로나 레드'로 발전한다. 심리적으로 점점 압박감이 커지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예전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는 자꾸 퇴색되어 간다. 이렇듯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지친 하루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내일을 맞으며 산다.

이 책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의 화자(話者)이자 주인공인 고양이는 말한다.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네 생각에 귀를 기울여봐.”

늘어지게 낮잠 자던 고양이가 자기 옆에 와 편안히 쉬어보라고 권한다.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고양이의 삶을 보며 그동안 가면 쓰고 아닌 척, 괜찮은 척하던 모습 뒤에 숨겨진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고양이의 한마디에 뜨끔해지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발언도 서슴지 않는 고양이의 메시지는 그대로 내 삶을 바꾸는 한마디가 된다.

 


 

저자 제이미 셀먼은 반려동물 고양이에게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하는 고양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 등을 배웠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또 원하는 것을 얻는 법,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 법 등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음식, 잠, 작은 우정 등등 어떠한 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지를 아는 법까지......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명한 고양이(브룩시)에게 바치는 헌사나 다름없다.

저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편안함과 고요, 즐거움과 슬기로운 인생의 지침을 위해 예전보다도 더 많이 이웃의 고양이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백한다.

 


 

특히 브룩시는 영특한 동시에 바보같이 유치했으며, 애정에 굶주려 있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했고 평범함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새롭게 발견한 아주 중요한 점도 있다.

저자는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지극히 뛰어나다"고 밝힌다.

고양이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행동 하나하나에는 삶의 원리, 즉 살아가는 법, 사랑하는 법을 본능 속에갖고 있고 매일 습관처럼 그 원리에 따라 사는 것이다.

저자가 발견하고 배운 점을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삶의 무게를 덜고 평온한 일상을 찾기를 기대한다.

고양이 브룩시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다. 즉 자신답게 살아갈 용기와 행복한 기운을 독자들에게 불어넣어 준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삽화는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머금어질 정도이다. 친근감과 단조로움, 평온함을 모두 갖춘 게으른 듯 현명한 고양이다.

 


 

“친구야, 마음 좀 편하게 먹지 그래.

긴장 좀 늦추라고.

결코 하늘은 무너지지 않거든.”

 

“참지 마!

참아서 잘 되는 일보다

참지 않고 소신을 말했을 때 해결되는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방법은 많아.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막무가내로 떼쓰며 버릇없이 구는 시간 앞에서 의연해지자.

그냥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거야.

아주 나답게!

근사한 너답게!

 


 

네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 알지?

오늘은 유난히 신경 쓸 일 많았잖아.

이젠 쉴 때야.

널 위해서.

 

안절부절못하네.

되던 일도 안 되는 수가 있어.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우리 느긋해지자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3일 침대맡 미술관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기무라 다이지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대한민국의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최정상급의 능력과 깊이가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 특히 한류에 이어 K팝, 영화까지 세계의 주요 상을 휩쓸다시피 활발하게 세계 문화 예술을 주도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문화나 예술은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고유의 색을 갖고 있어 비교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인이 공통으로 인정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선도하는, 앞서가는 문화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이처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우리 문화 예술 영역에서 비교적 뒤진 부분이 서양 미술이 아닌가 한다. 짧은 지식으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인 줄 독자는 이미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예술 중 세계적 반열에 오를 업적을 남긴 화가나 예술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듯하다. 백남준 비디오아트 등 몇몇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분도 없지 않지만 숫적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자의 미술 지식이 낮은 이유이기 때문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우리 미술계가 상당한 수준의 미술 수준이란 것이 간접적으로나마 인지할 수 있는 단서가 포착돼 독자로서 큰 기쁨을 맛보고 있다. 뜻 있는 미술 지식인들의 서양 미술 관련 책 발간이다. 독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미술 관련 책이 코로나 1년 동안 쏟아져 나온 것이 그 이전 나온 숫자에 버금갈 정도로 많다고 알고 있다. 초등학생 등 어린이를 위한 미술 서적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서양 미술 서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출간돼 온 것 같다. 이는 우리 미술계의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줄 터 미술계의 '용틀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술관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저변 확대 시기가 끝나면 본격 미술관 러시 시대도 올 것으로 독자는 희망하고 있다. 대형 미술관이 아닌 소형 개인 미술관이나 화방 같은 수준의 미술관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의 해설이지만 한국어 출판이어서 우리에게 선보임으로써 미술계에도 영감 이상의 영향을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예술, 특히 미술에 관한 한 프랑스를 꼽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가보지 않았어도 어렸을 때부터 파리의 예술이라 하면 미술, 화가, 몽마르트, 루브르 등 연상되는 단어들이 줄줄이 떠올릴 정도로 교육을 받았다. 따로 교육을 받지는 않지만 현재의 프랑스를 생각하면 마땅한 예우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파리에는 손꼽히는 3대 미술관이 있다. 루브르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 가장 유명한 루브르 미술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루브르에는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제작된 약 6,000여 점 이상의 미술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독자도 간 적이 있어 현장 안내를 맡은 가이드의 설명으로 알 수 있다. 한 작품에 30초씩만 본다 하더라도 일주일은 걸린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루브르의 작품을 우리가 모두 알 필요도, 알 수도 없다고 이 책 『63일 침대맡 미술관』의 저자 기무라 다이지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의 회화 중 시대별, 지역별로 꼭 알아야 할 대표작 63작품을 엄선했다고 말한다. 미술에 목마른 미술 지망생과 문외한이지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쉽게 서양 미술을 이해하도록 이 책을 발간한 이유다. 이 작품들만 안다면, 그림이라고는 〈모나리자〉밖에 모르는 미술 초보자도 어디서 ‘꿇리지 않게’ 교양을 뽐낼 수 있다고 말한다. '교양을 뽐내기 위한 미술 공부'는 저자의 겸손의 표현일 듯하다. 이 책 한 권이면 루브르까지 직접 가지 않고 편하게 누워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꾸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리라.

또한 이 책은 한눈에 보기 쉽게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림에 대한 핵심 설명을 담은 구성으로 되어 있어, 순서대로 보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보아도 무방하도록 구성해 저자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이 책을 침대맡에 놓고 잠들기 전 하루 한 페이지씩 본다면, 63일 후 독자들의 교양은 한층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서양미술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미술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유럽의 역사를 아는 일이며, 그 다양성을 접하는 일이고, 그리스도교가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일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서양 미술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만 모인 루브르는 유럽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재가 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루브르 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기본적으로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다. 서양 회화는 종교화에서 발전했는데, 특히 19세기 이전에는 역사화를 정점으로 한 장르의 계층화가 뚜렷했기 때문에 회화는 주로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신화의 에피소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회화들에는 각 시대와 그 지역의 사회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이를 읽고 이해하는 지식은 서구 사회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합스부르크가가 통치했던 시대에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로 활약했는데, 그가 그린 펠리페 4세를 비롯한 왕족의 초상화는 이웃 국가인 프랑스 왕가의 초상화보다 모두 단순하고 수수해 보인다. 이는 유럽에서 첫째가는 명가인 합스부르크가에 화려한 연출은 필요 없다는 사고관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세기가 되어 베르사유 궁전에서 자라난 루이 14세의 손자가 스페인 왕으로 즉위해 펠리페 5세가 되자, 스페인 왕가의 초상화도 단번에 프랑스처럼 화려해졌다.

 


 

종교화의 경우 17세기 들어 성모마리아와 성인이 빈번하게 그려졌는데, 여기에는 1517년 이후 종교개혁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성서만을 절대적인 권위로 삼아온 프로테스탄트가 성상 숭배에 비판을 가하자, 가톨릭교회는 이에 맞서 종교미술을 통해 성서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양하려는 전략을 내세웠던 것이다.

한편 18세기가 되자 회화의 색채는 17세기의 중후함이 누그러지며 경쾌해졌다는 것이 저자의 귀띔이다. 왕후, 귀족 사회도 여성화되어 남성도 화장을 했으며, 그때까지는 여성적인 색조로 취급되던 파스텔 톤이나 장밋빛 의상을 즐겨 입었다. 프랑스에서도 이성에 호소하는 데생을 중시한 묘사보다 가볍고 산뜻한 색채가 특징인 로코코 회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상적인 여성상도 변화해서 17세기 루벤스가 그린 통통한 여성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인물이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이는 18세기에 음식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의 풍속화에서는 다양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한 예로 네덜란드의 풍속화 중에는 ‘음주’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네덜란드인들 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경계심을 주기 위해 그린 것이다. 그 외에 시민을 위한 훈계로써 남녀의 미묘한 심리나 도박을 그린 작품도 많다. 이처럼 명화 속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면, 당시의 역사와 종교,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독자는 이 책의 가치를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설명이어서가 아니라 특화된 내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독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 두고 있다. 우리 서점가에 쏟아져 나온 서양 미술 관련 책들이 숫적으로 굉장한 양이지만 대부분 거의 비슷한 그림을 대상에 올리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예술적으로 걸작이란 평가를 받은 작품들 위주라는 점이다. 우리 출판계가 모를 리 없지만 미술계 저변 확대와 관심을 끌기에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특화된 작품을 해설해주는 출판물은 독자가 한정돼 판매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리라. 때문에 얇은 저변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일 것으로 독자는 해석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서양 미술 태동기인지, 도약기인지 독자는 판단 내릴 지식이 부족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든 생각일 뿐이니 혹시 부족한 판단이라면 우리 출판계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독자로서는 서양 미술도 우리 화가가 부쩍 많이 나올 시기라고 희망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집콕 시대, 하루 한 페이지씩 이불 속에서 편하게 즐기는 그림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황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볼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우리와 미국 프랑스 등 서양 미술 강국과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미술인의 저변 확대라고 믿는 독자기에 이런 책 저런 책 막론하고 '그림 있는 책'은 모두 반갑다.

저자의 말 중에서 "미술이라고 하면 흔히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취미라고 생각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서양 미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미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말에 가볍게 미술관에 들러 해설을 즐기고,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기초 교양으로 배우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의 서양 미술 저변 확대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술관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또한 어려운 회화 용어를 모르더라도 그림이 주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끼기만 해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이 책에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라는 콘셉트로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서양 미술에 한 발자국 다가서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했다고 밝힌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요즘, 이른바 ‘집콕 시대’를 맞이해 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침대맡에 이 책을 두고 하루에 한 페이지씩 명화를 감상한다면 서양 미술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평온한 집콕 생활이 될 것으로 독자는 확신한다. 읽고 보다 보면 지식도 쌓고, 어떤 영감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천천히 여유 있게 예술을 즐기는 마음이 우리를 스트레스로부터, 우울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적절한 명약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그들이 자랑하는 교양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저자 : 기무라 다이지

 

서양미술사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런던의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예술품(WORKS OF ART)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 예술, 역사, 종교, 철학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했으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를 목표로 일반 대중에게 서양 미술에 다가서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제시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가 있으며 그밖에 《명화 읽는 법(名?の?み方)》, 《인상파라는 혁명(印象派という革命)》, 《명화는 거짓말을 한다(名?は?をつく1∼3)》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어령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최고의 석학'이라는 칭호를 받은 지 오래됐다. 그의 학문적 발자취는 책을 통해서만 그를 만난 독자로서도 꽤 알고 있는 편이다. 나이도 이미 미수(米壽)에 가까운 그가 자신이 직접 쓴 책이 아닌 인터뷰이(interviewee)로 나선 것은 2021년 현재 시점은 아니다. 그의 '마지막 제자'를 자처하는 김민희 인터뷰어가 최근 5년 동안 그와 나눈 100여 시간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저자 김민희는 그의 '생각의 삶' 80년의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창조적 생각의 지도를 그려온 한국 최고의 석학 이어령의 7살 질문쟁이 꼬마 무렵부터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기까지 ‘생각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아 냈다. 이른바 '회고록'(회고 인터뷰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석학 이어령 탐구의 결정판이다.

 


 

이어령 교수는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스스로 생각하라"라고 밝힌다. 앞서 이어령 교수는 "책을 위해 기자와 인터뷰를 했지만 결코 내 자랑하는 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먼저 주문했고 "남이 자기 자랑하는 책을 누가 읽겠느냐"며 자신의 '생각이 걸어온 길'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남겨줄 것을 당부했단다. 즉, 자신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 생각을 자신의 머리로 풀어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것들이 합쳐져 창조적인 집단 지성이 생견난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온리 원'의 천재로 타고 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인물 탐구론으로 접근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책 발간 후에 인터뷰한 다른 기자가 "80년 생각이 어떤 삶이었느냐"는 질문에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게 내 인생이에요.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죠. 품었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의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호기심을 갖는 것, 그리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로 말했다.

 


 

“이 책은 남들이 아니라 내가 봐야 할 책인 게지. 김민희라는 한 놀라운 작가에 의해서 더 이상 아무 감각도 없이 굳어버린 한 사람의 묵은 흉터에서 선혈이 흐르고 아린 신경줄이 노출되는 생명감을 얻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숙연해지는 것은 내 쪽이라고. 감사해요.”

한국은 평전(評傳), 즉 한 개인의 삶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더해 평하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나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같은 책들의 출간이 매우 적은 편이다. 오히려 본인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더 많다. 평전이 많지 않은 것은 아마 탐구할 만한 인물이 많지 않고, 정치나 경제 논리에 갇혀 그 인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어령이라는 한 인물이 걸어온 치열한 80년의 분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어령 교수 역시 이 책은 회고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창조’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어령의 80년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맞지만, 고정불변의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팔딱거리는 생각들에 대한 ‘꿈틀대는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나는 내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확신범이 아니여. 확신범이라면 유언밖에 더 남겄어?”라고 말하며,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과거의 기록이 아닌 “80여 년 동안 '온리 원'의 사고를 해온 한 인간의 머릿속을 탐색”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엉뚱한 질문한다고 혼나는 게 무섭진 않으셨어요?”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어른들한테 구박도 많이 받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 혼나면 물론 무섭지. 혼나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딨겄어. 그런데 나는 이런 반응에 굴하지 않았어. 지적 호기심이 워낙 컸거든. 혼나는 걸 각오하고서라도 그 질문을 해야 했지. 어린이의 눈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경이롭게 보여요. 이름 모를 풀과 나무, 어둠 속에서 들리는 벌레 소리, 달빛 속의 그림자, 나는 그것들과 이야기하고 물으면서 그 두꺼운 껍질들을 벗기고 싶은 욕망으로 온몸이 근질거렸어요. 나만 이랬을까? 아니야. 세상 모든 아이들은 다 같아요. 다만 선생님들에게, 어른들에게 길들여지면서 호기심을 잃어버린 거지.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품었던 수수께끼를 푸는 감동을 그리스어로 ‘타우마젠(thaumazen)’이라고 해요. 타우마젠! 호기심이 해소되는 순간, 다시 말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말이야. 그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막 탄성이 나오지.”

인터뷰 첫날,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p. 55~56)

 


 

이어령 교수는 코로나로 1년 여 거의 공황 상태로 정신 없이 지내온 지구촌의 상황과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 관한 인터뷰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했던 듯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 1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누구에게서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저는 그것을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네 가지로 정리해 말씀 드리겠다.우선 글로벌의 역설이다. 전 세계가 촘촘하게 이어졌고 누구나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코로나 19가 비행기의 속도로 퍼졌다. 하나의 질병이 동시에 전 세계에서 발병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그 결과 봉쇄가, 로컬화가 시작됐다. 두 번째는 선진화의 역설이다. 자유의 가치, 인권의 가치가 높은 나라일수록 피해가 더 컸다. 그러나 보니 정부가 자유나 인권을 제한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등장하게 됐다. 우리가 희구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 글로벌인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추구하면 곤란해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어 세 번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호저의 딜레마이다. 호저는 고슴도치처럼 몸에 뾰족한 가시가 있다. 추우면 짐승들은 함께 모여 온기를 나누는데, 호저는 찔리니까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한다. 혼자는 춥고, 모이면 아프고, 인간도 마찬가지다. 혼자 있고 싶어하지만, 외로우니까 또 같이 있고 싶어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억지로 혼자 있게 된 사람은 더욱 외로워지고, 억지로 같이 있게 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됐다."

"우울증이 심해지는 '코로나 블루', 홧병이 생기는 '코로나 레드'로 인해 가정불화와 이혼도 늘고 있는데 마지막 네 번째는 어떤 건가요?"라는 질문에 "디지털의 역설이다. 디지털을 만능으로 알던 사람들은 '아, 디지털만 있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온라인 수업만 하면서 학교에 못 가게 되니 오히려 선생님의 지도, 친구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디지털은 '접속'하는 것이고 아날로그는 '접촉'하는 것인데, 이 둘은 같이 가야 하거든. 이것이 제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디지로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생명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는 것이 가장 귀중한 교훈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이토록 소중한 생명을 주신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로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의 원천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그동안에는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을 때 갔는데, 그런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도 알게 됐다. 자유와 생명은 같은 뜻이다. 자유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가치는 곧 자유의 가치다."

이어령 교수는 "코로나는 언젠가 간다. 이 수난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도 갈리게 된다. 경주에서도 코너워크를 할 때 순위가 바뀐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코로나라는 코너를 돌고 있다. 이 코너를 돌고 나면 이제 생명화의 시대가 펼쳐진다. 생명이 가장 중요한 테제가 되는 세상이다. 앞으로 반생명적인 것은 절대 발붙일 수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생명은 서로 같이 사는 것이다. 상생하고 공존한다. K방역 성공의 본질을 "봉쇄하지 않고 개방했는데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한국인들이 이 상생의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남을 위해 흘려주는 '눈물 한 방울'을 가졌다는 거다. 한국인의 이런 생명 사상은 위기가 왔을 때마다 발현한다"고 말을 맺었다.

 


 

저자 : 김민희(인터뷰어)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TOPCLASS)〉 편집장. 학자와 예술가, 경영자와 문화창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600여 명을 인터뷰했으며, 현재 〈톱클래스〉에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를 연재 중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동 대학원 국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줄곧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제자로, 학부 교양강의 ‘한국인과 정보 사회’, ‘한국 문화의 뉴패러다임’을, 대학원 마지막 전공강의인 ‘기호학의 이해’를 수강했다. 〈월간조선〉 〈주간조선〉 기자를 거쳤으며, 《성공신화-파버 카스텔》 《신 인재시교》를 썼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5년간 100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를 통해 탄생한 이어령 탐구의 결정판이다. 이어령 교수는 김민희에 대해 “저널리스트로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글을 쓰되,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며,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문체를 지녀 한국의 츠바이크나 앙드레 모루아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평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 시대에 새로운 불씨를 놓은 창조적 인물론 시리즈를 편찬, 평전 장르가 미약한 한국 출판계에 새 바람을 넣고 싶다는 사명감 어린 포부를 갖게 됐다.

 

인터뷰이 : 이어령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언론인이자 교육자, 행정가이자 문화기획자 등 전방위를 넘나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통섭형 지식인. 1934년생으로, 서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년 넘게 몸담았다. 28세에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데뷔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중앙일보〉 고문으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괄기획위원, 초대 문화부장관,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비마다 굵직한 모토를 한국 사회에 던져왔다. 20대에는 ‘우상의 파괴와 저항의 문학’, 30대에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론, 40대에는 일본 문화론인 ‘축소 지향의 일본인’, 50대에는 88서울올림픽 슬로건 ‘벽을 넘어서’, 60대에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70대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목을 말하는 ‘디지로그’, 80대에는 ‘생명이 자본이다’, 그리고 88세인 2020년에는 마지막으로 ‘눈물 한 방울’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