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로 스타 작가 - 웹툰·웹소설·영화·드라마, 모든 장르에 먹히는 로맨스 스토리텔링
리 마이클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다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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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로 스타 작가』는 한마디로 '소설 작법'에 관한 책이다. 소설의 여러 장르 중 '로맨스' 소설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일반 소설 작법과 같은 이야기다. 사랑과 연애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문학의 일부로 있어 왔고, 꾸준히 소설의 주제와 소재로 선택됐다. 다만 로맨스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20세기 초 영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시작됐다. 밀스 앤 분이 애거사 크리스티, 잭 런던 등의 작품을 펴내며 로맨스 소설도 출간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맨스 소설 시장은 점점 커진다. 영국에서는 밀스 앤 분, 북미에서는 할리 퀸이라는 한 가지 브랜드에서 출발하여 점점 가지를 뻗어나갔다. 로맨스 소설 열풍은 이후 100여년 간 소설의 주요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영화와 TV 등장으로 소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요로 문학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 대우 받는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무렵의 나이가 청춘 때다. 사춘기 무렵부터 이성에 눈을 뜨고 관심이 커질 때가 이 무렵이니 사랑이나 연애 이야기의 독자 수요는 끊이지 않고 계속될 수 있다. 또 작가로 등단하는 사람도 대부분 로맨스 소설을 읽어봤기 때문에 '나도 쓸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들어 작가 수업에 들어가는 사람도 많다. 즉,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현상일 터다. 많이 읽어봤으니 쉽게 쓸 것 같은 느낌은 로맨스 소설이 대부분 '뻔한 이야기'여서 더 자신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로맨스로 스타 작가』의 저자 리 마이클스는 100여 권이 넘는 로맨스 소설을 출간해서 전 세계 3,500만 부 이상을 판매한 이 분야의 대가다. 이 책은 소설가 리 마이클스가 쓴 '로맨스 소설 작법서'다. 몇 년 전 『NOW WRITE 장르 글쓰기 2 : 로맨스』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됐다가 이번에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부제는 「웹툰·웹소설·영화·드라마, 모든 장르에 먹히는 로맨스 스토리텔링」이다. 웹과 영화, 드라마에서 주요 테마로 떠오르자 로맨스 소설을 써보겠다는 작가의 수요가 높은가 보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 책에서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작심하고 공개하려는 듯 아주 상세하게 성공적인 로맨스 소설을 쓰는 법을 설명한다.

분량도 450페이지에 가깝다. 로맨스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기성 작가든, 작가 지망생이든 이 책이 텍스트로 사용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란 독자의 믿음이다. 로맨스 소설 독자에게도, 타 분야의 소설 지망생들에도 이 책의 효용성은 그대로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서 다른 소설과 작법이 다를 리 없을 터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본 독자도 '나도 한 번 써볼까'에서 계획이 좀 더 구체화됐다.

 


 

이 책은 소설 작법의 기본부터 출판 판매 계약까지 원스톱 텍스트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

2장 작품을 쓰기 위한 기본

3장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기술

4장 출판계약을 위한 노하우

1장은 로맨스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장에서는 로맨스 소설이란 무엇이고 최근의 로맨스 트랜드는 어떤 것인지,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로맨스 소설의 필수 요소는 어떤 것인지 등 로맨스 소설의 일반에 대해서 다룬다. 장르성이 짙은 로맨스 소설인 만큼 로맨스 소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소설도 잘 쓸 수 있을 터. 그렇기에 저자는 첫째 장에서 로맨스 소설의 전반적인 부분을 일일이 열거한다. 순수 창작품인 소설을 쓰는 데 뭐 이렇게 공장에서 제품 만들어내듯 기본 틀에 맞춰 써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잠깐 품었으나 이내 독자의 아집은 편견임을 발견한다.

 


 

2장에서는 로맨스 소설의 필수 요소인 주인공, 갈등, 관계와 결말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설명한다.

어떤 소설이든 주인공이 매력없으면 글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 특히 로맨스 소설은 독자가 주인공에게 몰입하며 대리만족을 얻는 장르이기에 주인공의 중요성이 어느 소설보다 크다. 저자는 어떤 주인공이 매력적인지 세세히 분석하여 어떻게 주인공을 구성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소설은 아디시피 이야기 중심의 글이다. 그렇기에 갈등과 결말도 중요하다. 저자는 갈등, 관계와 결말로 파트를 나누어 어떻게 갈등을 구성해서 소설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어떤 결말을 내야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물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여기서 말한 세 가지 파트 중에서 한 가지만 빠져도 잘 쓴 로맨스 소설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세가지를 이 파트에서 탄탄히 잡고 가야 좋은 로맨스 소설을 쓸 수 있다. 사실 로맨스 소설이라 해서 일반 다른 소설과 작법상의 큰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좀더 분야에 맞게 깊은 생각이 필요할 것으로 읽힌다.

 


 

제 3장에서 다루는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고, 민감한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어떻게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을 넘어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지 유용한 조언을 빼놓지 않는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번 출간된 개정판 책의 핵심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분량도 다른 파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저자는 각각의 팁을 주며 마지막에 실전연습이라는 파트를 두어 실제로 연습을 해볼 수 있게 책을 구성했다. 다른 소설 작법서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마치 실전처럼 매달려보라는 저자의 속깊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장을 주의깊게 보고 실전연습을 따라해 본다면 어느새 글쓰기 실력이 크게 늘 것이라 믿는다. 글쓰기는 어떤 분야든 많이 써보는 것처럼 좋은 방법이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쓴다 즉, '3다(多) 원칙' 동서고금을 통해 유일한 글쓰기의 왕도(王道)'다.

 


 

마지막 장에선 어떻게 출판 계약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에 투고해야 하는지, 편집자에게 어떻게 대응하는지, 어떻게 투고해야 하는지 등 실제로 출판계약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해볼 만한 경험 바탕 조언이 빛을 발한다. 로맨스 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독자라면 이 부분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면 이런 노력도 감수해야 하나보다. 독자의 생각과 다른 부분의 내용들이 많이 나와 저으기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알아두면 나중에 크게 소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로맨스로 스타 작가』는 로맨스 소설 작법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세세하게 잘 설명해 놓은 책이다. 저자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 운이 아니라 경험이고 실력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책이 꼭 로맨스 장르 소설 작가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필히 읽어야 할 책으로 꼽고 싶다.

 


 

로맨스 소설에 국한돼 설명하는 부분 중 가장 독자의 머릿속에 남은 부분은 로맨스 소설의 기본적인 필수 요소 네 가지이다.

① 사랑에 빠지는 남녀 주인공

②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갈등

③ 평생 단 하나뿐인 사랑

④ 마지막은 해피엔드

로맨스는 남녀 주인공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서로 사랑에 빠지고 결국 해피엔드를 맞이하는 이야기다. 이것이 전부다. 그러나 실제로 로맨스를 쓰는 일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시놉시스에 ‘두 사람이 서로 알아가면서 사랑에 빠진다’라고 쓰기는 쉬워도, 과정을 보여주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로맨스 소설의 독자는 책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남녀 주인공이 함께하리란 것을 안다. 그러므로 남녀 주인공이 그저 사랑에 빠지기만 해서는 흥미를 유지할 수가 없다.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하려면 남녀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해야 한다. 해피엔드가 어려워 보일수록 더욱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로맨스에 필수적인 러브신 또한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킬 때 효과적이다. 러브신이 갈등을 잠시 진정시키더라도 나중에는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성적 긴장감은 남녀 주인공 사이에 이끌림이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하고, 정말로 관능적인 로맨스를 쓰고 싶다면 작가는 성적 긴장감의 수위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로맨스 소설이 존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이 네 가지이고, 여기다 어떻게 살을 붙여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녀 주인공이 매력이 있어야 하고, 살아 숨 쉬는듯한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부록에서 구분해 놓은 것처럼 세상의 많은 로맨스는 세부 분류도 다양하다. 역사 로맨스, 리젠시, 로맨틱 코미디, 장편 현대 로맨스, 로맨틱 서스펜스, 에로티카, 시간 여행 로맨스, 인스퍼레이셔널 로맨스... 그만큼 로맨스 소설에 대한 수요가 탄탄하고 팬층이 두껍다는 반증이겠다. (p. 58)

 


 

저자 : 리 마이클스(LEIGH MICHAELS)

 

100여 권이 넘는 다양한 로맨스 소설을 출간했다. 전 세계적으로 3,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120개국에서 2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NOW WRITE 장르 글쓰기 2: 로맨스》, 《로맨틱한 인물 창작CREATING ROMANTIC CHARACTERS》을 비롯해 여러 권의 작법서를 썼다. 존슨 브리검상, 베스트 트래디셔널 로맨스상 등 다수의 로맨스 소설 관련 상을 수상했으며, 고담작가워크숍에서 로맨스 소설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역자 : 김보은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호주 매쿼리 대학교 대학원에서 통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의 시간들》, 《뉴욕에서 살아남기》, 《냉혹한 이야기》, 《사회주의 100년 1》(공역), 《사회주의 100년 2》(공역), 《어반 스케치》,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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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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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바른 것을 북돋우고, 재능이 뛰어나며, 자신에게 주어진 때를 잃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우는 사람들을 위해 열전을 짓는다.”고 하였다. 인물에 관한 열전의 경우, 행적을 서술하면서 인물의 시비와 득실을 논하였으므로 편찬자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전체 역사서에서 대체로 가장 많은 분량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보통의 열전은 한 사람의 인물을 표제로 내세워 전(傳)을 세우지만, 사적이나 행실이 같은 여러 사람들을 묶어서 종합적인 전기로 적기도 하고, 같은 유형을 개괄하여 명칭을 정하기도 하였다.혹은 다른 이의 인물에 부속하여 정리해 놓기도 하였다. 소수 민족이나 이웃 국가 혹은 각종 전문 직업을 내용으로 한 열전도 있다. 그런데 일반 문인들이 지은 전기체 산문은 열전이라 하지 않고 ‘전’이라고 부르는 게 관례였다.

역사서에 수록된 인물열전이 대체로 저명한 인물을 다루고 있는 데 반해, 일반 문인들의 전기물 속에는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기록도 많아, 인물 전기의 대상폭이 생각보다 넓었음을 알 수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간신은 동서고금 언제나 있었다. 충신이 있었던 것처럼 간신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한 시대를 살다 갔다. 역사 속의 인물들은 최후가 어떻든 그가 공직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요하고 더 교훈적이다. 이 때문에 이 책 『간신열전』은 어떻게 간신으로 역사에 남았는지를 잘 살핌으로써 공직자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면교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저자 역시 그런 뜻에서 이 책을 집필했으리라.

간신들이 역사에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은 '공직자가 공무를 행할 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후세에 남겨 공직 기강과 공직의 임무 등을 얼마나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함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쓰여진 것으로 독자는 믿고 있다. '열전(列傳)'으로 표기돼야 할 이유는 그런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사적으로 고찰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책에 따르면 간신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나라를 망친 역사 속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간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이한우의 간신열전’을 토대로,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친절한 해설을 풍부하게 추가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간신은, ‘신하’라는 신분의 문제보다는, 야심이 많은·표리부동한·사악한 사람이라는 ‘유형’에 가깝다. 이 책은 전통사회에서 제기되던 고정관념으로서의 간신론을 해체하고, 현대사회에 맞게 재구성된 간신 개념을 갖고 역사를 뒤흔든 간신들의 실상과 문제점을 짚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간신의 유형은 모두 7가지다. 나라를 통째로 빼앗은 찬신, 황음에 빠진 임금을 시해한 역신, 임금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권간, 임금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영신, 군주의 총애를 믿고 설치는 참신, 아첨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유신, 자리만 지키며 녹봉이나 축내는 구신. 역사가 이야기하는 최고의 간신은 누구일까?

진나라 2세 황제 때의 환관 조고, 고려 공민왕 때의 환관 김사행 등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간신으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시각에서 책은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는 점도 함께 밝혀서 객관적으로 간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갈공명의 간신 식별법 7가지, 간신들의 충신 저지술, 《고려사》의 제1호 간신이 된 사람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속 이야기가 가득하여 새롭게 아는 즐거움이 크다.

조선 정조 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홍국영의 다른 면모들을 볼 수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서에 대해 재발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정치권이나 국제 사회에서는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적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만큼 살아 움직이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요즘 말로는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역사서를 통해 보아도 실감나는 말이다. 동료를 중상모략하는 참신들의 방법은 다른 책에서는 자세하게 자주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역시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배가 된 부분이다.

 


 

가장 충격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간신은 '강윤충'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윤충은 충숙왕의 총애를 받아 노비를 면한 데다 수완이 좋았다. 여인들이 먼저 유혹할 정도로 외모마저 뛰어난 강윤충은충혜왕에게 여인을 은밀하게 바치며, 막강한 권력을 잡아나간다. 난을 진압하는 공도 세운 강윤충은 재상이 된다. 그는 대비 격인 충숙왕의 어머니와 간통을 하고, 본부인이 있음에도 죽은 재상의 부인 장씨와 잠자리를 한다. 놀라운 점은 장씨가 먼저 강윤충을 유혹했단 점이다.

강윤충이 저지른 행위는 여기까지라면 '간신열전'에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유념하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간다. 이후 그는 장씨에게 붙어 재산만 빼먹고 그녀를 버린다. 간통의 이유가 사랑이 아닌 재산이었다. 강윤충은 충정왕을 거쳐 공민왕까지 모시며 1품의 자리에 올랐으나 역모로 죽는다. 역모죄는 삼족을 멸족시킨다 했는데 말로만 엄중한 죄를 묻겠다는 의미인가. 그의 후손은 씨가 마를 듯하나 그의 형 강윤성의 딸이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 된다. 방번, 방석을 낳은 신덕왕후 강씨라는 사실은 놀랍다 못해 경악스럽다. 이 책에는 이처럼 놀라운 간신의 이야기가 연달아 나온다.

 


 

간신을 바라보던 백성들의 시선과 <고려사>에 언급된 악행이 상반되기도 하고, 그들에게 휘둘렸던 왕의 사정과 시대에 따라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내용도 있다. 조선 시대엔 같은 뜻으로 사용했지만 고려 시대의 환관과 내시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즉 내시는 신진 엘리트 중에서 왕의 측근인 보좌관을 맡았고, 환관은 서민과 천예(賤隸: 천한 종)의 후손 출신으로, 어려서 개에 물린 자들이 환관이 되었다고 한다. 표현을 개에 물렸다고 했을 뿐 거세를 말한 것이리라. 이 무렵 거세라는 형벌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를 반증하기도 한 것 아닐까 독자는 생각한다. 개에게 물린 아이들이 그렇게 많았나? 궁금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과거의 간신을 보며, 현재의 간신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로서는 크게 떠오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물론 지금 우리 공직사회에 간신이 없기를 더 바라지만. 아마 독자가 공직자들의 사회나 정치인들의 생각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뒷 부분에 있는 「부록」에서 '제갈량의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도 재미있다.

첫째, 어떤 일을 물어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둘째,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셋째, 계책에 관해 말해보게 해서 그의 식견의 깊이를 살핀다.

넷째,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 그의 용기를 살핀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해서 그의 밑바닥 성품을 살핀다.

여섯째, 재물로 유혹해서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인간의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느냐,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해 부리는 욕심인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이런 부분은 친교를 맺을 것인가의 여부를 따질 때 필요한 것인데, 공직에서는 말해야 무엇하랴. 욕심을 제어하는 사람과 욕심을 위해 남을 위해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기 위해 제갈량이 머리를 짜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 지금 시대 간신을 말하는가? 앞서의 언급처럼 여전히 간신들이 많다는 뜻인가. 나라에는 '충신도 있고, 간신도 있다'는 역사 속의 사실이 참이라면 구별해 등용하라는 뜻일진대 과연 제갈량처럼 명쾌한 구별법을 누가 알고 있을까. 충신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지만 간신은 국가와 백성에게 막대한 손실과 피해만을 끼친다.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는 '팩트'이다. 그럼 지금도 국민들이 피해 볼대로 다 본 다음 간신을 가려내 응징할 것인가.

우리의 정치 성숙도와 민주 경험에 의해 판별될 문제가 아닌가.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잣대'만 던져주고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인 듯 보인다. 물론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독자 탓이지만.

간신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나라를 망친 역사 속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간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어떻게 간신인지 아는가? 어떤 일을 물어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 그의 용기를 살핀다. 재물로 유혹해서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약속을 통해 그의 신뢰성을 살핀다. 이는 삼국시대 명재상이었던 제갈량의 '간신 식별법'이 오늘날에도 유효할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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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 지리산 둘레길 편 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최병욱.최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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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중 등산을 취미로 갖는 분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 등산처럼 좋은 취미도 없다. 미세먼지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대한민국의 대기가 산악 지역에 가면 그나마 깨끗해서 상쾌한 기분을 맛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대기가 이렇게까지 오염된 것이 공식으로 발표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봄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나 문제되던 공기질이 이렇게 나쁜지를 알게 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다.

대도시, 도시, 군단위 지역 등으로 대기오염도가 높아지자 예전엔 시간 없고 힘들어 잘 안 가던 동네 뒷산이 그렇게 소중하게 보인 적이 없었을 터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등산을 원래 잘 다니지 않았지만 지리산은 노고단 피아골 정도로 돌아내려온 적은 있다. 마음 먹고 갔지만 지리산 종주에는 2박3일이 소요된다는 안내자 역할을 한 지인의 말대로 하루만에 독자는 생애 '위대한' 등산을 마쳤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었다. 내려와 일주일을 꼬박 다리를 절며 일해야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피아골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힘든 길이라는 것이다.

 


 

지리산은 그렇게 만만한 산이 아니다. 요즘에야 7,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한 에베레스트 산에 가는 것이 예삿일인 전문 산악인들이 많지만 그때 당시 일반인으로서는 지리산 1,915미터도 꿈의 높이였다. 더욱이 보존가치도 높아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1967년)돼 보호되고 있다. 지리산에 갔다가 지리산이 좋아 아예 눌러사는 산악인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 아름답고, 웅장하고, 식생이 훌륭한 우리의 명산이다.

여기에 둘레길이 생겼다. 지리산 정상에 오르기 힘든 분들을 위해 지리산을 감상하고,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는 트레킹 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둘러싼 3개 도(전북, 경남, 전남), 5개 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하는 295km의 장거리 도보길로 지리산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옛길, 고갯길, 숲길 등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이 지리산둘레길을 산애호가 두 형제가 다녀왔다. 산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길 나선다는 최병욱 저자다. 친동생인 최병선(바이러스 과학자)씨도 함께했다. 두 형제는 지리산둘레길을 다녀온 후 "우리나라의 산천 평야가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한다. 이곳엔 상큼한 숲의 향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역사적인 발자취, 볼거리, 먹거리 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경치 또한 일품이라고 하는데, 봄에는 갖가지 꽃들과 파릇파릇한 새싹을, 여름에는 울창한 숲을,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을, 겨울에는 흰 눈이 쌓인 설경을 만나 볼 수 있다. 즐기고 싶은 계절을 선택하여 지리산둘레길을 둘러보는 것도 도보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지리산의 품속에 안겨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이곳의 향기, 볼거리, 먹거리를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산객이나 둘레길 여행자가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두 형제는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숲이 우거져 시원한 느낌을 한가득 주었고, 솔향기와 참나무숲 내음이 피로를 풀어주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다양한 식생을 자랑하는 지리산이니 가능할 일이다. 또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는 두 형제에게 평온함을 선사했다.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어머니처럼 포근한 산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지리산둘레길 구간마다 길을 특색있게 꾸며놓아 도보 여행자의 눈길을 잡아 끈다. 그 모습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고 넉넉하다. 구간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은행나무길, 살구나무길, 개오동나 무길, 석류나무길, 구찌뽕나무길, 산수유길, 돌배나무길, 이팜나무길, 단풍나무길, 벚나무길, 꽃복숭아나무길 등을 조성해 놓아 매우 인상적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눈뿐만 아니라 입도 즐겁게 해주었다. 지리산 흑돼지와 고사리, 목통마을의 토종꿀, 고로쇠수액, 두릅, 엄나무순, 삼화실의 취나물, 정금리의 녹차밭, 섬진강의 재첩, 은어, 하동의 매실, 배, 한우고기, 산동의 산수유, 악양면의 대봉감, 광의면의 단감, 시천면의 지리산 곶감, 산청의 약초 등 모두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이곳엔 사시사철 풍성한 음식이 가득하다. 좋은 경치에 맛있는 음식까지 있는데, 이보다 행복한 여행이 또 있을까?

도시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싶거나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두 형제가 다녀온 지리산둘레길을 걸어보길 두 형제는 추천한다. 이곳에서 힐링은 물론 상큼한 숲 내음 향기와 아름다운 볼거리, 풍부한 먹거리를 통해 아주 만족스러운 추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리라 두 형제는 장담한다.

 

이팝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우계리 들판을 바라보았다. 서당마을의 지리산둘레길 주막갤러리에 도착해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로 더위를 식힌 다음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했다. 맥주가 이렇게도 시원할 수가 없었고, 라면도 지금까지 먹어본 라면 중 제일 맛이 좋았다. 너무 배가 고프니 시장이 반찬이라고 모든 것들이 맛있었다. 가격은 또 왜 이렇게 싼지…….(p. 150)

 


 

화개장터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륙의 산물과 남해의 해산물을 서로 교류했던 장소로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꾸며놓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었다. 8월 초순 집중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여 침수됨으로써 피해가 컸는데 주민들이 합심하여 많이 복구되어 있었다.(p. 172)

 

구례 산수유꽃축제의 본고장 인산동마을의 산동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구간 트레킹을 시작했다. 원촌초등학교를 지나 현천마을로 들어 서는 초입의 삼성마을에서 광활한 황금 들녘과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 자락이 어울려 한 폭의 멋진 산수화를 빚어냈다. 대표적인 산수 유마을인 현천마을로 오르는 길목에는 대추와 석류들이 주렁주렁 열렸고 논에는 황금빛 벼가 무르익어가고 있어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p. 224)

 

 


 

저자 : 최병욱

 

1980년 3월부터 35년간 대전동아공고, 동아마이스터고에 근무하면서 기술인력 양성에 일생을 바쳤다. ‘해외여행 20번, 백두대간종주 2회, 우리나라의 명산 등산 1,000회’를 인생의 목표로 정해 놓고, 1980년부터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2017년 6월 기준, 해외여행 24회, 백두대간종주 3회, 명산 등산 1,216회를 실시함으로서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고, 에베레스트 ABC 트레킹과 백두산도 다녀왔으며, 석가모니의 인도 성지순례도 다녀왔다. 그리고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제2의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다. 지리산둘레길, 제주도올레길, 해파랑길 완주, 코리아둘레길 4,500km 완주, 국토대장정(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블랙야크 100명산 등산, 108 사찰 탐방, 108 암자 탐방, 백만배 절하기, 지구 한바퀴(4만 km) 걷기, 책 500권 읽기, 추가로 해외여행 20번 등이다. 제2의 인생 목표 달성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수련하며 정진하고 있다.

 

저자 : 최병선

 

과학자이자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27년여 동안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에이즈 완치’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석·박사와 박사후연수도 오로지 에이즈 연구에만 몰입하였고 현재는 대한에이즈학회에서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8년 한국대표 3대 트레킹(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 해파랑길) 완주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희열을 맛본 다음 트레킹 마니아로 변신해 ‘코리아둘레길 4,500km 완주’라는 새로운 미래 목표에 도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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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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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는 행운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노후를 준비해야 할 즈음 어떻게 해야 할까에 고민하던 독자의 걱정을 이 책 한 권이 말끔히 걷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살 삶에 훨씬 무게가 실린 책이다. 물론 저자인 이나미의 삶은 안 봐도 훌륭한 지식인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니 돌아봐서 아쉬울 것도, 후회할 것도 없는 삶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만족하는 삶, 풍요로운 삶, 타인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삶을 사는 동안 그 틈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 없을 리 없다. 그의 삶은 그런 일도 모두 훌륭하게 극복하고 평온한 삶의 순간에 이르렀는데 다시 성찰하고 반성하는 많은 내용을 이 책에 실었다.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비추어 안타깝고 후회할 일이지, 보통의 삶에서 보면 매우 잘산 삶이라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게 조그만 후회도 놓치지 않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후회할 정도로 큰 과오는 없었으리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옛날 기준으로는 '장수'라는 환갑이 되어서야 조용히 삶을 관조하는 평온한 삶에 반성할 일이 얼마나 있으랴 싶다. 그러나 그의 지식과 경험으로 얻은 지성(知性)과 성품은 자신이 후회할 일도, 반성할 일도 하나 놓치지 않고 되돌아봄으로써 아름다운 나머지 삶을 살아가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독자로서는 감동이고 존경의 마음이 인다.

 


 

저자의 삶을 잠깐 되돌아본다. 요즘 육십이라는 나이는 퍽 애매하다. 환갑 잔치를 앞둔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던 것은 아주 옛말. 중년보다 더 중년 같은 외모에, 자식들 수발을 받기는커녕 여전히 품에 끼고 등골 빼주느라 경제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년’이라고 일컫기에는 숫자 ‘60’이 주는 노쇠함이 묵직하다.

그러니 중년도 아닌, 노년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라는 것.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노인’의 모습인지 어딜 가든 영 반겨 하지 않는 눈치라 서운한데, 입장 바꿔보면 자신들보다 더 나이 든 노인들이 달갑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아, 그런데 나도 사실 양로원 봉사는 좀 버겁다. 삼십여 년 같이 산 시어머니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노인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면서 어떻게 양심 없이 다른 노인을 찾겠는가. 어머니도 손주나 증손주가 환갑 된 딸보다는 훨씬 더 반갑고 예쁘다 하시지 않는가.

아마 이래서 아주 늙지도 않고 아주 젊지도 않은, 노인도 아니고 중년도 아닌 어중간한 이들이 그렇게 떼로 몰려다니며 카페고 식당이고 여행지를 시끄럽게 만드는 모양이다. 나이로 대우받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나이 든 사람들 섬기기도 뭐하고. 결국 다른 세대 사람들 눈살이나 찌푸리게 만드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겠다."

- 「아주 늙지도 않고, 아주 젊지도 않은」 「홀로 서는 법」(독자 요약)

 


 

이 책은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분석 심리 연구가인 이나미 박사가 육십이라는 나이를 지나며 보이는 것들, 알게 된 것들, 받아들이게 된 것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분석심리의 창시자 구스타프 칼 융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신의학자인 융은 어린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이 마치 성자가 돌보고 치료하는 모습으로 그린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다. 그는 의사로, 심리학자로, 저술가로, 작가로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성공한 여성’이다. 그와 동시에 어느 누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도 살아내고 있다.

딸, 며느리,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 말이다. 이제는 솜털 같은 손주를 둔 할머니로서의 삶도 추가되었다. 그런데도 반성할 게 남았다는 것은 그의 인품에서 비롯된 측은지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저자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에 타협해버렸던 학창 시절, 자퇴서를 품고 다녔던 의과대학 시절, 일요일도 빠지지 않고 이른 아침에 밥상을 차려드려야 했던 시부모 밑에서의 시집살이, 치매에 걸린 시부모를 모셨을 때의 처절한 나날들… 그는 젊은 날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버거워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고 한다. 한때는 집에서고 밖에서도 소처럼 일하다, 폭삭 쓰러져 입원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오히려 죽음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 아픈 부모들에 대한 부담,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대한 염치…. 그런 것들 때문에라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렇게 놓아버린 죽음에 대한 유혹들이 육십이라는 나이에 서고 보니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어쩌면 굳이 힘들게 죽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서, 아무에게도 상처나 죄의식 같은 것을 심어주지 않아도 고되고 무거운 삶을 떠날 수 있는 날이 바짝 당겨져 와 있는 느낌 때문일까? 이 어찌 성자(聖者)의 측은지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쩌다 겪은 일도 저자에게는 삶의 원칙에 적용되었나보다. 재미로 봤을 타로점도 삶의 지혜로 바꿔놓는다. 그만큼 넉넉한 품성의 소유자인 것 같다.

‘사주 타로’ 봐주는 곳에 들어가 식구들 일을 묻다가 “나는 언제 죽어요?”라고 물었다가 혼이 났다. 그런 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어찌 보면 인간적인 점쟁이였던 듯. (…) 따지고 보면 자신이 죽을 날짜를 알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사형수가 되는 것과 같다. 그때부터 죽음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알지 못하면 죽음과 관련된 난리법석과 귀찮음과 슬픔과 허무함 따위는 나와 상관없는 듯 평온하게 살 수 있지만, 나의 마지막을 확실히 알게 되면 매일 마지막을 상상하느라 죽음이라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힐 것 같다. (…)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언제 죽을지 사실 궁금하지 않다. 점쟁이에게 내가 언제쯤 죽겠냐고 물었던 것은, 그 당시 내 나름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팍팍했기 때문에 이 고생이 언제쯤 끝나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것일 게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편해진 것일까. ‘때가 되면 죽겠지.’ 하고 느긋하게 생각한다.(p. 45)

 


 

의사로서 저자는 당연히 '죽음'과 늘 가까운 곳에 서 있다.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때문이다. 그것은 의사가 되기 위해 들어간 의과대학에서 수없이 배우고 들은 얘기일 테니 자신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지라도 현실이 그렇다. 그렇게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또 깊이 생각해보았다가도 다시 멀찍이서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듯싶지만, 그의 글을 따라 읽는 동안 마음은 전혀 무겁거나 우울하거나 어두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해서 삶에 불을 켜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충만한 ‘현재’를 실감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거대한 담론이나 철학적인 내용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네 삶의 면면에 대해 소탈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 며느리, 손주가 사돈댁으로 가 꽤 오랫동안 머물 때는 해방이 되는 느낌이다. 아이 없는 집이라 썰렁해도 모든 것을 노인에게 맞추며 살 수 있다. (…) 하지만 아이와 헤어지고 나면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자꾸 보고 싶다. 아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나를 보며 쓱 웃어주는 미소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내가 뭐라 하면 답을 해주는 그 소리도 들린다. 하루하루 새로운 음절을 내며 스스로 배우고, 어떤 때는 그 소리가 낯선지 눈이 동그래지는 손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정신 차리자. 이나미. 아들, 며느리, 손주는 언젠가 내 앞에서 모두 사라져 제 갈 길 가는 별개의 존재다. 홀로 서는 법.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갈고 닦아라."(p. 20)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삶, 그쯤에 서서 생각해보는 죽음과 여러 이별,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들은 같은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아니, 공감을 넘어 삶을 ‘공유’하는 차원의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삶의 숭고함을 가슴 저릿하게 경험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이 얼마 안 있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無)’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사는 동안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썼고, 이름을 떠올리면 추억으로 미소라도 짓게 만드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요. 아름다운 지구에서의 찰나, 생겼다 없어지는 한 점 먼지에 불과한 ‘거짓말’ 같은 인생. 그럼에도 내 영혼은 나를 기억하고, 또 내가 사라진 후에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에…. 감히 이 찰나의 거짓말에 ‘멋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습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철저한 계획이나 거창한 목표는 없어도 그저 사고나 실수, 얼굴 붉힐 일 없이 넘기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다 보니, 쓸데없이 나이만 잔뜩 먹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 힘만으로 살았던 순간은 없었는데도, 투덜거리고 불안해하고 원망하며 슬퍼했던 때는 왜 그리 많았을까요. 예전 같으면 노파라는 소리를 들을 처지라, AI와 로봇과 디지털 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려니 실수도 어려움도 답답함도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의사니, 교수니, 분석가니 하는 가면을 쓰고 숙고 없이 내놓은 수십 권의 책이 많이도 쌓였네요. 아, 정말 뻔뻔하군요! 딸, 며느리, 아내, 엄마 그리고 할머니로서의 삶이 앞뒤 재지 않고 지르는 용기를 주었기 때문일까요.

앞으로는 좀 더 지혜로워져야겠습니다. 옹졸하고 부족한 저를 참아주며, 귀한 시간, 귀한 자리를 저와 함께 나눈 분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니까요. 환자로 친구로 친지로 가족으로, 제가 걸어온 길목마다 저를 성장시켜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책 출간에 부쳐 쓴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독자에게 전해져오며 전율 같은 공감과 감동을 느낀다. 또 독자도 앞으로의 삶을 자서전을 쓰는 심정으로 살기를 다짐해본다. 독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책을 읽고 감동을 느낀다. 진심으로 저자에 감사한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힘들고 지칠 때 언제나 꺼내 다시 읽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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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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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 독자들은 '어른'의 의미와 '교양'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출발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정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아주 쉬운 단어인 교양과 어른이 부조화로 자칫 전체 책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정의를 제대로 세우고, 교양은 우리가 뭘 갖춰야 하는지를 아는 게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의 의미에 의문이 가지 않을 터다. 교양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어른과 교양은 어느 부분 중복되는 뜻이 포함돼 있다. 교양이 단순한 지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듯 어른 역시 단순하게 '다 자란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두 단어의 뜻을 바탕으로 이 책의 제목인 『어른의 교양』을 의역해보면 학문과 지식을 쌓아 성인(成人)이 된 사람이 갗춰야 할 성품과 지식, 그리고 공동사회에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을 '교양인'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른의 교양이 무엇인지를 더 적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천영준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분야의 대가들과 그들의 생각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는, 즉 자신만의 생각과 교양으로 다져진 어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다섯 분야와의 대가들과의 만남은 교양인이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책의 분량으로서는 이 같은 일을 이 책이 감당하기에는 무리일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표이고 징검다리일 뿐이다. 실제 스스로가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우리 사회를 문화사회로 이끌어가는 교양인의 역할은 자신들의 실천에 달려 있음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그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다.

 


 

책에 따르면 어른의 교양이란 어른들만을 위한 매뉴얼도, 말로 젠체하며 뽐낼 수 있는 지식도 아니다. 나이를 벗어나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갖고자 하는 사람이 쌓아야 하는 최소한의 소양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평판이나 분위기 속에서도, 내 머리로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생각의 기술’이야말로 어른이 갖춰야 할 교양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을 5부로 구성한다.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5가지 개념을 ‘생각의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풀어내 설명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철학)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예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역사),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정치), 인간의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경제)까지, 불확실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지적 무기를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류의 역사 속 사상가 30인이 삶의 어둡고 축축한 길을 걸어가며 얻어낸 통찰을 ‘지적 독립’이라는 시각에서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생산적 의심을 훈련하라’는 조언에서부터 ‘갑질에 굴복하지 말라’는 통쾌한 일침까지, 독립적인 생각으로 무장한 이들의 삶을 살펴보는 일은 남과 다른 나를 만드는 첫 단계이다.

 


 

역사 속에서 잘 나오는 인물 30명의 면모는 독자들도 대개 알고 있는 분들이다. 긍정적 인물이 대부분이고 한두 명의 부정적 인물도 예로 들고 있다. 잘못된 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을 예로 든 것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있음은 물론이다.

1부 [철학]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

* 같은 것을 보고도 본질을 꿰뚫는 판단의 기술

2부 [예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

* 평범함을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관점의 기술

3부 [역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

*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

4부 [정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관계의 기술

5부 [경제]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에서부터 자신의 과거에 종속되는 경로 의존성을 이야기한 노스에 이르기까지 30명의 대가들이 던지는 화두는 저마다 다르다. 또 오늘날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될 인물도 있다. 그러나 당대에는 물론 앞으로 다시 부각될 인물이기에 여기에 끼어 들어간 인물은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모든 걸 다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들의 생각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각을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의 만의 색깔로 그려나가는 것"이다.

배우지 않고 교양인이 될 수는 없다. 교양인이 아니라 보통사람도 되기 어렵다.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정도로 우리 인류의 삶은 발전했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교양인은 없다.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 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어렵다.

자신을 다듬어가는 일은 평생에 걸친 작업이다. 기나긴 여정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가급적 빨리 시작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자신의 생각을 다듬기 시작하려는 청소년부터 아직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한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실전 인문학을 표방하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의 팍팍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적 도구라 소개한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5가지 분야를 다루면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30명의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통찰을 담았다. 어른이라면 어설픈 지식으로 가르침을 설파하는 '지식 상인'을 그만두고 진정한 교양인으로 거듭나는 일을 위해 단 하루도 배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책에 나온 대가들의 말을 따로 챙겨두었다 따로 필사본을 만들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게 배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을 삶의 정수로 보았다는 세네카를 "예측하는 습관이 삶을 바꾼다"로 저자는 소개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걱정만 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이 세네카의 습관과 잘 어울린다.

 


 

이와 같이 이 책은 30명의 대가들을 백화점식으로 열거하면서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준다각 부의 소제목으로 열거된 인물들이 한 행동과 말한 내용은 저자의 손과 머리를 거쳐 채에 1차로 걸러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의미가 깊고 넓다.

30명 대가들의 남긴 업적이나 사상, 철학 등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것들이지만 저자의 손에서 더 곱고 흡수하기 쉽게 걸러서 나온 것들이니 자칫 소화불량이 우려될 정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하듯 한 문장 한 문장을 대하면 분명 대단한 교양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만큼 쉽게 쓰였으니 물 마시듯 마셨다간 나중에 뭔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까 우려돼 독자로서 조바심이 난다. 아주 천천히 수시로 들춰보는 것을 습관을 들인다면 독자들의 교양은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잘 쓰인 책이라는 데 독자로서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긍정의 답을 말할 수 있다. 독자는 이런 책을 쓴 저자와 동시대의 사람으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된다. 독자의 '최애책'으로 꼽을 만하다.

 


 

저자 : 천영준

 

기술정책학자. 현재 기업의 홍보와 위기관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정책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글을 쓰고 활동해왔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교육학(학사), 정보산업공학(석사), 과학기술정책(박사)을 전공하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로 빅 데이터, 디지털 경제, 조직 혁신 등을 주제로 《기술 예측과 사회 변화(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개인 및 유비쿼터스 컴퓨팅(Personal and Ubiquitous Computing)》과 같은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왔다.

데이터와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인간주의’라는 개념에 천착하게 되었고, 사람의 인식과 행동 본질에 관련된 옛사람들의 연구를 추적하기 위해 고전 원문 읽기를 시작했다. 『논어(論語)』와 『군주론(Il Principe)』, 셰익스피어 희·비극 등의 텍스트를 탐독함과 동시에 깊은 성찰을 통한 치유, 중심 잡기, 홀로서기와 관련된 지성인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진정한 근대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보며, 제대로 된 근대인의 모티브를 찾기 위한 인물 분석 작업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매일경제》 《데일리한국》에 전문가 칼럼을 연재했고, 주요 기업의 사장단 회의 및 고위자 과정 등에서 강의했다. 《시사저널》 《지구와 에너지》에 리더십과 인문 고전, 갈등 관리와 관련된 글을 쓴다. 저서로 『바흐, 혁신을 말하다』와 『기술경영(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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