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심리학 - 사람이 가장 힘들었을 당신을 위한 관계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김진연 옮김 / 좋은날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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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과 어울리다보면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불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억지로 어울리려고 노력하기보다 거리두기를 적당히 하면 됩니다. 사생활을 인정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어울리도록 노력합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당신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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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심리학 - 사람이 가장 힘들었을 당신을 위한 관계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김진연 옮김 / 좋은날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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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살아가면서 생각, 대화, 행동 등으로 남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며 산다. 물론 문자로 표현하는 글도 소통의 좋은 방법이다. 이 모든 행위는 먼저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될 경우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소통은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소통이 단절되는 일이 많다. 이때 받는 마음의 상처는 심할 경우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교류를 하면서 나와 생각이나 마음, 행동, 감성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더 깊은 교류를 한다. 그러나 깊은 소통의 관계일수록 의견의 차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경우 마음엔 상처로 남게 된다.

이 책 『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심리』의 저자 미즈시마 히로코는 "사람으로부터 편안하게, 나답게 살아가려면 상처 받는 마음을 그냥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밖을 나서면 불편한 사람들 천지이지만, 다른 사람의 사정으로 내가 상처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 이 책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느긋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심리학 비결을 알려준다.

 


 

대인관계 치료 전문의인 저자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아도 좋다.’, ‘불편한 마음은 의지로 극복할 게 아니라 흘려버려야 한다.’라며 대인관계의 컨트롤 감각 익히기를 조언한다. 이 밖에도 싫은 사람들과 정신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 주변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요령을 통해 세상살이가 한결 편안해지는 길로 우리를 이끈다. 어쩌면 사람이 가장 힘들었을 당신에게 꼭 필요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주는 심리학 수업에 참여해본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에게서 상처 받는 진짜 이유는 상대나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 나를 제멋대로 단정 짓는 사람, 내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 도무지 대화가 안 되는 사람 등을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스트레스의 핵심이고, 그 때문에 심하게는 ‘사는 게 정말 괴롭고 힘들다’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사람 때문에 삶은 더욱 힘들어지는 법인데,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관계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 자신이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고, 상대의 부정적인 태도를 편안하게 ‘스루’(through, 흘려버리기)할 수 있으며, 어떤 것에도 불편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때 강력한 컨트롤 감각이 생겨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편안하고 당당한 나를 만들어 가는 길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불편한 마음은 불편한 대로도 괜찮다.”라며 불편 의식을 지워 주는 한편으로 대인관계 요령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리해 준다.

① 정말 싫은 사람과는, 내 영역을 단호하게 지킴으로써 정신적으로 거리를 둔다.

② 도저히 참기 어려운 상대라도 일단 흘려버린 다음에 어떻게 대할지 ‘작전’을 짠다.

③ 참견하는 사람은 내 영역에 들이지 않는다.

④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야 다른 이의 사정에도 너그러울 수 있다.

⑤ 사람은 때가 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책에 따르면 불편한 사람의 존재는 보기 싫은 사람이 한 명 있다는 사실을 넘어 그가 속한 공간, 모임마저 불편하게 하는 등 내 삶을 위축시킨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저 사람만 없었으면.’이라고 할 만큼 누군가가 불편하거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이 책은 내 안의 괜한 불편 의식을 없애줄 뿐 아니라,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마저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통해 보다 편안하면서도 진취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게끔 해준다.

사람이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또 불편하게도 한다. 한때의 불편한 마음은 상대를 더는 볼 일이 없게 된 후에도 마음속 상처로 남을 만큼 우리를 쉽사리 놔주지 않으니, 불편하고 주눅 드는 마음을 잘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 같은 일은 종교에서도 '용서' '놓아줌' 등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실행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에 따라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쉽고 실천적인 안내를 해준다. 이 책은 하룻밤에 다 읽을 정도로 대인관계의 핵심을 담고 있지만, 당장 내일부터 사람들과의 관계와 감정이 편안해지는 방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사람에게서 편안해지는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수많은 것들 중 가장 큰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람이다. 상대에게 건 기대가 커서일까. 당연한 일이다. 자신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마음이 맞는 상대는 당연히 내 마음을 이해하고 거기에 따른 말과 행동을 바라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지점에서 소통은 단절되고 교류가 끊어지며 심할 경우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되지만 내 마음에 맞는 사람만 골라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현대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나 말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내 마음에 맞는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대인 관계의 첫번째 목적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동호회 등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사람과 일상 생활하는 것 같지만 곰곰이 깊은 생각을 해보면 자신의 마음에 맞게 이들을 모두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저자의 이 책이쓰여진 이유고, 우리가 읽는 이유이다.

이 책은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문제점을 매우 세밀하고 실천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살아가면서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로 마음이 심란할 때 한번씩 꺼내봐도 언제든 모범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할 대인 관계 기본서이다.

 


 

저자 : 미즈시마 히로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게이오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게이오대학 의학부 신경정신과에서 근무를 했으며, 현재는 대인관계 치료 전문 클리닉 원장과 모교 의학부 신경정신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또한, 애티튜디널 힐링 저팬(AHJ)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0년 6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일본 중의원 의원으로써 아동학대 방지법 개정을 비롯해 다수의 법안 수정에 힘썼다.

주요 저서로는 『분노가 단숨에 사라지는 책』, 『가까운 사람의 공격이 단숨에 사라지는 책』, 『나는 절대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다』, 『질투가 단숨에 사라지는 책』, 『여자의 인간관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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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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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작가 이인화의 불행한 일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터, 그의 개인사를 들먹이고 싶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독자는 저자가 그 고초와 고통을 오롯이 홀로 감내하고 극복해낸 사실이 반갑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그의 문학적 회복을 구원하지도 않았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 논리 속에 저자의 시간은 멈췄을지도 모른다. 그의 문학적 성과와 노력의 바탕으로 학교 강의도 맡았고, 바쁜 강의 일정으로 문학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던 게 화근일까, 아니면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중용'의 위치를 망각하고 사사로운 정이나 위계 질서의 위력 앞에 잠시 한눈을 팔았던 잘못에 대한 신(神)의 벌일까. 어쩌면 사회의 흐름에서 일탈한 행위를 꾸짖는 것일까. 독자로서는 그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며 저자가 다시 문학의 세계로 돌아와 독자를 위한 글쓰기, 세상을 위한 글쓰기 본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그런 이유로 이 책 『2061년』에 애착을 더 갖게 된다. 이 책에서 하룻동안 벌어지는 일은 저자 개인의 시간일 수도 있고, 우리 국민의 시간일 수 있고, 하루일 수 있고 영원일 수 있다는 점을 느낀다.

 


 

독자의 판단보다는 저자가 이 책 말미 「작가의 말」에 직접 쓴 글을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 인용한다.

"나는 5년 전부터 외톨이가 되었다. 직장도 없어지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일절 끊어져서 나와 사회 사이에는 무엇 하나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번민으로 밤을 지새운 뒤에 걷는 새벽길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까지 훤히 꿰뚫려 보였다.

나로부터 저 만치 멀리 떨어진 시대는 팬데믹과 인공지능이라는 두 가지 힘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 깊고 빠른 운명의 균열이 삶의 구석구석으로 뻗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이면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어떤 것, 대체불가능한 것, 그래서 이 혼돈의 시대 뒤에 출현할 새로운 것을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미래를 과학기술과 관련된 외부로부터의 거시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실현할지 선택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내재적인 것,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된 어떤 것이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문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라고 한다. 이런 알파벳을 대영제국이나 미합중국 같은 지구 문명의 중심부가 아니라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자학적 사치’라고 말해진다. 나의 이 글은 ‘문자학적 사치’에 대한 탐구이다.

오래 전 세종 이도라는 고독한 사나이가 국경을 넓혀 민족을 재구성하고 그 민족을 위해 이 글자를 만들었다. 이도는 새로운 민족의 사고에 뭔가를 새겨 넣었다. 지금 남북으로 나뉜 우리는 이 글자로부터 강력한 불꽃을 나눠 받았다. 전쟁을 겪고 갈등을 겪었지만, 우리의 결속은 그리 약하지 않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같이 죽을 사람들. 그 존명 공동체의 미래를 밝힐 횃불이 이 글자 안에 타오르고 있다. 지금 이 횃불을 높이 들어 캄캄한 밤을 밝히고 우리 힘의 결속을 세상에 꺼내놓을 때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글쓰기 주 재료는 역사다. 이는 역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을 바탕 삼아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작가적 눈과 판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전작 『영원한 제국』도 우리의 과거 조선으로 갔다. 저자는 정조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인물들에 다시 숨을 불어넣어 그들이 남긴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바 있다. 독자가 과문(寡文)으로 저자의 다른 작품을 전부 읽지 못한 점을 미리 용서를 구하고, 저자의 이번 소설 『2061년』도 역사소설의 범주에 넣어도 문제가 없을 작품으로 판단한다. 물론 얘기의 시점으로는 2061년인 가까운 미래이지만 실제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내용도 대부분이 과거 역사의 현장이고, 배경이다. 독자의 표현으로는 'SF요소의 역사소설'로 규정하고 싶다. '1896년'이란 연도의 역사적 의미는 무한하다.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변경하기 1년 전이고 일본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1년 후이다. 제물포는 지금의 인천으로 서울로 들어오는 가장 가까운 국제항 구실을 하던 곳이다.

소설의 발단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으로 설정돼 있다. 이도 문자를 쓰는 인공지능들이 이도 문자 데이터의 저작권자인 한국인들을 제거한다. 가족을 잃은 시간여행 탐사자 심재익은 최악의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1896년 조선으로 이동한다.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의 탐사자들이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1896년 제물포에서 격돌한다.

 


 

전염병 바이러스가 2013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19와 같은 추세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이 2015년 알파고, 2020년 알파폴드 투, 지피티 쓰리와 같은 추세로 발전한다. 2061년 전염성과 치명성이 극대화된 바이러스 아바돈이 출현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 지구적 인공지능 방역시스템 '이도의 무지개'가 가동된다. 이도의 무지개는 인간, 동물, 식물, 기계, 토양, 바다, 공기의 7개 영역에서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소리를 감청한다. 그리고 이 천지자연의 소리를 ‘ ?’ ‘ㅡ’ ‘ㅣ’의 3 기본 모음으로 시작하여 398억개의 분절음을 만드는 자질문자, 이도 문자로 표기하여 바이러스 변화와 전파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2061년은 세종 이도의 문자와 사상이 지배하는 이도리안 문명기. 세계의 모든 정치 세력이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로 나뉘어 있다. 세 세력은 1896년 2월 11일의 제물포로 시간여행 탐사자들을 파견한다. 탐사자들은 제물포의 일본군, 미국 선교사, 여의사, 세계어 운동가,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도박꾼, 하역 인부 사이에서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한다. 야인 여진을 민족 내부로 수용하면서 한글이라는 문자가 창제되던 과거가 소환된다.

 


 

기계 혼종인, 인체 임대인,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노름꾼, 세계공동어 운동가, 아편쟁이, 부두 하역 인부 그리고 시간여행 탐사자들. 경이로운 인물들로 가득 찬 미스터리 스릴러. 2061년에서 1896년으로, 다시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896년 2월 11일 하루 동안 영원 같은 역사가 지나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수의 이색적이며 한 번 들어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용어들을 미리 몇 개만 정리한다.

실라리엔 관통선 : 과거의 한국으로 뻗어 있는 시간 폐곡선

치명적 옛 것 : 과거 치사율이 높아 숙주를 너무 빨리 죽였던 바이러스

인체 혼종인 ; 자신의 뇌에 전자칩을 이식해 몸을 인공지능에 임대한 사람

아바돈 : 예측되는 최악의 코로나 바이러스

데모닉 : 1896년에 발생한 아바돈의 치명적 옛것

이도의 무지개 : 바이러스가 일곱가지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를 보이게 하는 것

 


 

“너희가 한 일은 고작 젊은 객기를 주체하지 못한 뚱보를 숭배한 거였어. 그 뚱보의 유일한 욕망은 총을 들고 군인들과 장난질 하는 거였고 유일한 업적은 보천보 오지로 기어와서 경찰서에 방화하고 민간인 한 명을 죽인 거였지. 멍청한 성황당 숭배였어. 너희들은 열등감과 백일몽 때문에 삶 전부를 희생했던 거야. 독립군의 무장투쟁에 대해 실제의 사실이 아니라 이렇게 되어야겠다고 바라던 이상을 투사했어. 한때 성리학에 오염되었던 인간들이라 심리적으로 너무 취약했거든. 성리학 환자였어. 세상의 짐승스러움에 상처받고 세상에는 도나 천리 같이 정연한 질서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거지. 그래서 정신적인 승리를 추구하다가 집단적으로 돌아버린 거야.(p. 334)

 

검은 먼지 하늘이 온다면 너같이 교만한 자들은 보답할 가능성이 없는 좋은 사람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눈물을 흘릴 것이야. 그들의 온순하고 겸허한 말들이 네가 멸시했던 진실임을 깨달을 것이야. 왜 네 이웃과 착하게 대화하지 않느냐. 너희 무조가 무어라고 했느냐. 새벽의 여신 우얼둔이 꽃피는 해안에서 하얀 머리 산으로 달려올 때. 하일레 나무가 그 길 끝에 버들솜을 눈처럼 날리며 서 있을 때. 인간과 까치의 결혼으로 태어난 신성한 수령이 하일레 나무 앞에서 묵상에 잠겨 있을 때. 무수히 일어나는 천지자연의 소리를 들으라 하지 않았더냐.(p. 357)

 


 

조선인들은 여진족을 팔천(八賤)이라 부르면서 백정, 무당, 노비, 광대 같이 대접했다. 서북 사람에겐 벼슬도 주지 않았다. 말로만 동족이었다. 여진은 조선에게 문명의 이름으로 복속당했다. 조선이 일본에게 당한 것과 똑같은 수치를 겪었다. 내가 문명이다, 더러운 반편들아. 게을러터진 무지랭이들아. 너희는 나를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흉내 내어야 해. 그러면 나와 같아질 수는 없지만 언젠가 비슷해질 수는 있을 거야……. 오만한 대동주의와 장형의식의 끝은 언제나 최악의 결별이었다.(p. 360)

 

저자 : 이인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여 89편의 문학평론을 발표했다. 1992년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영원한 제국』『인간의 길』『초원의 향기』『시인의 별』『하늘꽃』『하비로』등 18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한국적 팩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영원한 제국』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중국, 대만, 몽골 등에 번역되었고 영화화되기도 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창작 발레 [신시21] 설치미술 [아슈켈론의 개] 오페라 [눈물 많은 초인] 영화 [청연]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온라인 게임(MMORPG) [쉔무] [길드워] 등의 스토리 작업에 참여했다. 웹전략 게임(MMORTS) [인페르노 나인]을 개발했으며 영화·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저작도구인 ‘스토리헬퍼’를 개발 중이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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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장 비야르 지음, 강대훈 옮김 / 황소걸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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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청년기는 평균수명과 여가가 늘어난 시대의 필연적 부산물로,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총체적 문제다. 이 작은 책은 그 어려운 과제를 향한 흥미로운 물음과 모색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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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장 비야르 지음, 강대훈 옮김 / 황소걸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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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는 이제 대한민국의 사회 문제를 넘어 세계의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취업이 어려워 연애, 결혼, 부모 되기 등을 포기한 '오포 세대'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회 문제로 고착화됐다. 이들은 서른 이전에 결혼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갖기 힘들다. 첫 취업과 출산, 성년기 진입 연령도 반세기 전보다 10년 이상 늦어졌다고 사회학자들은 주장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적 붕괴뿐만 아니라 정가(政街)에도 큰 문제로 불어닥쳤으며 이젠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강조하는 학자도 등장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비야르는 "청년 문제가 현대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자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됐다"고 말한다. 유동하는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그들은 4가지 청춘 수업(학업, 사랑, 여행, 노동)을 어떻게 치르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은 청년층의 어른 되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책 『기나긴 청춘』의 문제의식은 2010년부터 대한민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헬조선’에서 연애와 결혼, 취업을 포기한 채 신음하던 청년들은 그 후로 어떻게 됐을까? 무엇이 당시 청년들을 그토록 좌절케 했고, 지금 그들은 어떤 어른이 돼가고 있는가? 또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소리 없이 ‘중산층’이 사라져가는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출신 배경이 다양한 청년들은 어떤 청춘기를 보내고 있을까?

저자 장 비야르에 따르면 길어진 청년기는 평균수명과 여가가 늘어난 시대의 필연적 부산물로,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총체적 문제다. 이 작은 책은 그 어려운 과제를 향한 흥미로운 물음과 모색을 담고 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청년문제가 우리나라의 고질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경우 이미 이 문제의식이 태동한 지 50년이 지났다고 해 깜짝 놀랍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 50년 동안 독자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었고, 세계인의 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자책감에서다.

 


 

대한민국 청년들만 겪고 있는 줄 알았던 문제들이 프랑스의 청년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 문제는 예방하거나 대책 수립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로 들려 정치가나 정책 관계자들에게 실망감 또한 크다. 프랑스의 청년들 또한 양극화되어 있으며, 사회 한쪽에서는 우리보다 심각한 마약을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니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로 인식된다. 물론, 그 반대쪽에는 상류층의 자제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바로 입사해 사회의 지도층이 되는 길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작은 책을 통해 이미 전 세계가 아는 문제를 길게 말하고 논쟁하고 할 시간이 없다는 뜻을 간결하게 말하고 싶은 것으로 읽힌다. 매우 무겁고 큰 문제를 이 작은 소책자에 알맹이만 담아서 전 세계에 내놓은 것으로 봐서 다른 선진국에서 모두 인지하고 있는 문제인가 보다. 문제 의식을 재점화시키는 목적인가, 아니면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간결하고 짧게 한 것인가. 지식이 짧은 독자로서는 헤아릴 길이 없지만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세계인의 문제인 것만은 분명히 인지하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책의 내용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본다. 프랑스 사회학자로서 72세의 저자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오늘날 청년세대가 '어른'이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빍힌다. 통계에 따르면 예수가 살던 무렵 인간의 평균 수명은 약 30만 시간이었다. 1900년 서구인의 일생은 50만 시간에 이르고, 한 세기 지나 현대인은 70만 시간을 살고 있다. 반면 노동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과거엔 노동이 대다수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했다.

오늘날 임금노동자, 특히 청년층의 첫 번째 관심사는 노동 외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이 꿈꾼 사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급여를 받는 일을 찾는 것이다. 이 노동관으 노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사생활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다. 10퍼센트에 불과한 근무 시간이 남은 90퍼센트의 비노동 시간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 바꿔 말하자면 비노동 시장이 우리의 노동과 창조성을 규정하며, 재택근무식 자가 생산이 개인의 수입과 인간관계에서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 새로운 사회에서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협업 활동이 중요해질 것이다. 타인과 어울림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향유하는 이런 활동이 앞으로 프랑스민주노동총연맹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새로운 시대의 '사회적 배낭 정책'이 필요한 때가 됐다.

 


 

오늘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전 세대처럼 결혼, 집, 정규직을 통해 자리 잡는 게 아니다. 이제 어른 되기는 불연속성과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짜인 사회, 즉 변화와 단절, 새 출발의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에 진입한다는 의미이다. 이 시대의 과제는 새 세대의 열망과 생활 양식에 부응할 수 있는 공공 정책을 개발하고, 개인의 나이와 경력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마련하는 일이다.

사회학자 안느 뮈젤의 표현에 따르면 선거나 사회 참여, 노동에서 '단속성의 세대' 말이다. 청년 노동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지는 다양한 논의와 협상, 보호가 필요한 문제다. 부동의 결론은 1968년 이후 50년이 지난 이후, 청년층의 자립과 어른 되기가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는 물론 사회 전체의 긴급한 정치적 현안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와는 달리 결론은 빈약한 감이 있어 아쉽다. 이 책의 말미 「결론」에서 "이제 청년들의 4가지 청춘 수업(학업, 노동, 여행, 사랑)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청년’의 법적 지위 규정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결론 짓는다.(p. 89)

 


 

서문

1. 여가 혁명 시대의 노동

2. 노동이 삶의 전부가 아닌 시대

3. 자기 시간에 대한 권한 되찾기 : 업무에서 단절될 권리

4. 유동하는 사회에서 어른 되기

5. 사회적 징검다리로서 기업의 역할

결론

 

저자 : 장 비야르(JEAN VIARD)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파리정치대학(SCIENCE PO) 교수로, 현대사회의 노동과 여가, 도시와 시골 공간의 변화, 주 35시간 노동의 효과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PENSER LES VACANCES 바캉스를 생각한다》 《LE TRIOMPHE D’UNE UTOPIE: VACANCES, LOISIRS, VOYAGES-LA REVOLUTION DES TEMPS LIBRES 여가의 혁명》, 《AU BONHEUR DES CAMPAGNES시골에서 행복》 《LE SACRE DE LA TERRE 땅의 희망》(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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