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 - 숨을 쉬는 이유를 찾고자 떠난 여행의 기록
이재휘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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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는 여행 에세이다. 다만 여행 전문 작가가 글을 남기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별한' 여행을 예고하고 있다. 9살 어린 시절에 꾸었던 세계 여행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저자 이재휘의 말이다. 목적을 갖고 떠난 여행보다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훨씬 자유롭고 가슴에 남는 기억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봐야 할 것'보다는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장점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작가 김영하가 쓴 여행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생각해낸다. 그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겼기 때문에 독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출판계는 그 책이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많은 독자가 읽고자 하는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한 여행담보다 여행의 이유에 대한 글이 독자들의 독서욕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작가의 문장력이나 독자들의 독서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전업작가로서의 능력을 빼고 하는 분석일 터다. 

김영하 작가는 그 책에서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쓰고 있어 목적이 있는 글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 책은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하는 이유에 대한 사유이다.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 역시 여행의 이유를 적고 있다.



저자 이재휘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20년 후의 나에게 묻건대 이대로 산다면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15살의 자신이 물었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9살에 처음으로 꾸었던 세계여행의 꿈을 실현하지 않는다면 후일 큰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의 염증은 미래에 큰 병이 될 것 같았다. 가장 안정되고 괜찮은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이 이상의 안정과 행복이 두려워 사직서를 썼다. (중략) 

어떻게 살아도 삶에 행복보다 고난이 많다면, 아무리 잘 살아도 후회가 남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왜 살아야 하며 결혼을 하고, 새 생명을 부여할 자격은 어디에서 주어지는 걸까? 오랫동안 물어본 인생의 질문을 얻기 위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꿈을 찾기 위해, 그리고 어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p.4~5)고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여행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일상을 살다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장기간 해외 여행을 간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저지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목적도 없이, 이유만 달랑 들고, 장기 해외 여행을 감행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저자처럼 목적도 없이, 앞으로의 호구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저자에 따르면 최고의 선택을 하고 오늘을 아무리 잘 살아도 차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일말의 아쉬움은 늘 남는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다짐이다. 인생은 한 가지의 길만 갈 수 있기에 짜장면을 주문하면 짬뽕이 아쉽듯 후회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었다. 인생에는 짬짜면이 없다. 저자가 털어놓은 말이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지만.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며, 저자는 삶에게 답 없는 질문만 해오며 고뇌했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과찬을 전한다고 했다. "눈을 뜨게 해준 하루의 시작과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과거를 적당히 후회하고 미래를 적당하게 걱정하겠다. 어느 날에 찾아올 불행한 나날도 잘 견디고 이겨내길 바란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지난날의 발자취를 기쁘게 돌아보길 희망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는 「숨을 쉬는 이유를 찾고자 떠난 여행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떠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숨 쉬는 이유도 찾기 힘들 정도로 세계 여행을 떠난 저자의 심경을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가 여행에서 돌아온 후 무엇을 얻었는지, 자신의 삶을 위한 힘이 되는 경험을 쌓았는지, 아니면 찾아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일이다. 저자의 펜끝에서 독자들이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는 여행의 기간이 밝혀지지 않지만 저자가 들렀던 도시를 대충 훑어봐도 6대주를 돌아다닌 것만은 분명하다. 4개 장에 여행한 곳을 82번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져 여행지 숫자를 헤아리기에는 어렵지 않다. 4개 장에는 각각의 제목이 붙어 있다. 1장 〈머물지 못했습니다〉, 2장 〈그런데, 꿈이 무엇인가요?〉, 3장 〈향기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4장 〈숨을 쉬고 있습니다〉 등이다. 각 장의 제목을 통해 마지막 4장의 제목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로 적혀 있다. 이는 숨 쉬는 이유도 몰라서 떠난 여행 후 '숨을 쉬고 있다'는 말로 미루어 성공적 여행이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첫 여행지는 대만으로 결정했다.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가장 저렴한 비행기 가격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나라'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당장 퇴사한 자의 주머니가 가벼운 것은 아니었지만, 검소하고 겸손하게 출발하고 싶었다고 첫 여행지 선택의 이유를 밝힌다. 대만 호스텔에 도착해 샤워하고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 한다. "아무 계획도 없이 사람이 많은 쪽으로 걷다 보니 시장이 나오고 만두집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이 훌쩍 지났는데 먹은 것이 없었다. 여행의 기대와 설렘을 바닥까지 긁어먹다 보니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단다. 고등학교 때 배운 중국어 실력은 "이, 얼, 싼, 쓰!" 정도였다니 의사가 통할까? 우리 분식집에서 검지손가락 하나 들어 "일!" 하는 것처럼. 다행히 주인이 알아차리고 만두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설렘 속 여행 첫 날이 잠이 쉽게 들 리 없다. 더욱이 혼자서 가야 할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보면 불안감도 엄습했으리라. "오늘 나는 나와 첫 대화를 시작했다."고 썼다.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 페낭이다. 이어 세 번째 UAE 두바이 등에 대해 잠깐씩 들르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다 갑자기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나타난다. 4번째 여행지(책의 글 순서)다. 이곳은 독자들이 잘 알겠지만 영화 〈대부〉에서 나오는 곳이다. "시칠리아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야 〈대부〉의 배경이 시칠리아 섬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비행기에서 〈대부〉를 감상했다. 아카데미의 상을 휩쓸었다는 연출과 스토리를 말할 것도 없고 알파치노의 열연을 보니 왜 명작이라 불리는지 수긍이 갔다. 영하는 마음 깊은 곳까지 인상이 깊었는지 시칠리아 공항에 발을 내딛자 웅장한 〈대부〉의 OST가 귀를 울린다. 영화에 잠식된 선입견은 엄한 사람을 마피아로 만든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의 안주머니에는 총이 숨겨져 있을 것 같고, 수염이 덥수룩한 저 남자의 가방에는 마약이 있을 것 같다. 평소보다 더 많이 두리번거리며 도시로 가는 버스표를 끊기 위해 판매소로 향했다. 판매원은 꽤나 쌀쌀맞다. 〈대부〉의 상인은 차갑다."(p.31)

그러나 도시는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와 정반대였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깔끔하고 숙소 직원은 친절했다. 숙소 앞 시장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가지각색의 식재료가 즐비했다. 활기찬 시장을 거닐며 시칠리아의 명물인 아란치니를 한입 무니 〈대부〉의 음악이 꺼지고 안드레아 보첼리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온다. 지중해의 맛은 황홀하구나. 시칠릴아의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굉장히 맛있고 저렴했다. 옛날에 가난한 도시였ㅅ던 이유로 내장이나 부속 고기를 활용한 요리가 많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내장 요리를 찾기 쉽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맡는 부속 고기의 향은 정겨웠다.

모로코의 낯선 도시에서는 유리창에 붙어 있는 '파리' 한 마리와 동석한 느낌이었다니 무슨 느낌일까? 독자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글은 지난날로 돌아간다. "지난날 회사생활은 나름 행복했다. 분명 여느 직장인처럼 출근은 피곤하고 월요일이 싫었다. 회사가 본가와 멀어 일요일 밤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돌아가는 기분은 휴가에서 복귀하는 이등병처럼 울적했다고 기억해 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지만. 그러나 어른이 되기 위해 내가 '나'가 되기 위해 회사생활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여행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유리창에 붙은 파리 한 마리를 보고 지난날의 자신의 회사생활에 감정이입한 것을 그제서야 독자는 눈치챈다. 



저자는 멘사에 가입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듯하다. 멘사 가입자격이 독자가 알기로는 IQ(아이큐) 150 이상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저자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나보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 갔을 때는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 친해진 스페인 친구를 만난다. 스페인어 몇 가지를 비행기 안에서 외우지만 그렇게 해서 현지에서 써 먹을 수 있을까? 사실 몇 마디 배워서 써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책이나 교재에서 배울 때 대화 순서가 자신이 직접 부딪친 대화가 오가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때부터는 히어링이 안 된다. 열심히 몇 마디 배워봤자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면 대화는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독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스페인 친구의 이름은 '싼티'라고 한다. 그의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의 환대에 음식을 다 먹기 어려울 정도로 아침저녁으로 대접해줘서 배가 부른 기억만 남았나? 친구에게 물어 '조금만'이라는 스페인어는 '뽀끼또"라고 한다. 이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발렌시아에 도착하고 닷새 간 친구집에 머무른 듯하다. 저자는 덕분에 얼굴이 굉장히 퉁퉁해졌다고 은근히 알려준다. 

이탈리아 제노바에도 갔다. 제노바는 아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제노바만에 있는 항구도시로, 영어로는 제노아(Genoa)라고 한다. 이탈리아 쪽의 리구리아해 중앙에 위치하는 이탈리아 제1의 항구이며, 밀라노·토리노와 더불어 북부 이탈리아 공업지대의 중심을 이룬다. 제노아는 리구리아 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아펜니노 산지가 바다까지 다가와 있기 때문에 시가지는 산허리에 있으며, 시를 통과하는 철도의 대부분은 터널을 지나간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 C.콜럼버스, 음악가 N.파가니니, 이탈리아 통일운동 때의 공화주의자 G.마치니 등의 출신지로서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십자군원정 무렵부터 협력하여 동지중해와 중동에 진출하였으며, 베네치아와 함께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12∼13세기에는 많은 해외식민지를 획득하고, 상업·금융업·해군력 등으로 지중해의 일대세력이 되었으며, 내륙에도 영토를 확대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저자는 무엇을 봤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한 언급보다는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기억해 낸다. 집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원하는 것은 부모님이 뭐든지 사 주셨지만 유독 컴퓨터만 시간이 오래 걸렸단다. 아마도 컴퓨터로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무렵이 아닐까 독자는 유추해 본다.



제노바를 떠나 베로나로 향한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정보를 미리 충분하게 챙기지 못해 스마트폰에 의지하려고 마음 먹는다. 과거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여서 길이 복잡하고 골목길이나 샛길이 많다.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으로도 정류장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 가는 방향만 놓고 계산해 어렵사리 다가오는 베로나행 버스를 잡을 수 있었다. 베로나는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된 곳으로, 극의 내용처럼 복잡하고 미묘하다. 비까지 내려 험난했던 베로나 가는 길로 저자의 첫 인상을 오래 남게 하는 데는 성공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엿보기 위해 도착한 이 도시에서, 저자는 도시 풍경과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았나 보다. 서둘러 짐을 챙겨 밖을 내다보니 창밖에 두 가지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하나는 공원을 끼고 펼쳐진 예쁜 건물들이고, 그 다음은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엄청난 수의 커플들이었다. 잠시 앉아 다시 유심히 살펴본다. 아무리 봐도 모든 이들이 짝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편하다고 해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에서 순도 100%의 커플들을 보니 전의를 상실한 병사처럼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베로나 시내 줄리엣의 집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려는 이들로 가득하고, 아름다운 아티제 강변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인다는 베로나에 와서 발길을 돌리기는 억울했지만 그들과 함께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 기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버스는 어디까지 가나요?" "베네치아." 마침 베로나 다음에 방문할 도시였다. 베로나에 내리지 않을 용기(?)가 생겼다. 저자의 표현은 '용기'이지만 독자가 판단하기로는 안 내릴 '명분'인 셈이다. 그렇게 저자는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들을 보고 혼자라는 이유로 쉽게 베로나를 포기해 버렸다.


여행을 할 때에는 눈보다는 귀와 코를 여는 것이 좋다. 마음의 깊은 감동은 눈으로부터 오지만 시각의 기억은 생각보다 빠르게 잊힌다. 잊고 싶지 않은 풍경이나 거리를 마주하게 되면 카메라보다는 음악을 먼저 찾는다. 눈으로 들어오는 감동과 함께 알맞은 음악을 함께 들을 때면 떡국 위 후추 같이 좋은 향신료가 된다. 노래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지마다 공항에 도착하면 새로운 향수를 뿌리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향기를 맡았을 때 각 여행지의 모든 기억과 향수가 떠오르는 것이다. 나는 청각보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기에 첫 여행 때 후각을 이용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 조금 아쉬우나 청각만으로도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하다.(p.307)


저자 : 이재휘


수학을 좋아해서 멘사에 들어갔지만 운동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 작가가 되었고, 그리워하기 위해 여행하는 유랑객입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현재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슬프고 화가 나고 울적한 순간에도 어느새 숨을 쉬고 있는 지금이 감사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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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욥선생
최주석 지음 / 한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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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인물 욥이 등장해 삶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위인들의 아포리즘을 통해 여섯 가지 문장으로 나눠 주인공의 깨달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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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욥선생
최주석 지음 / 한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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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비종교인으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 책 『굿나잇 욥선생』의 표제어 나오는 '욥'은 성경 속 인물이라는 것말 알 뿐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작은 소설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읽기 시작했다. 두꺼운 소설책이라면 추리나 공포·스릴러 물이 아니면 여간해서는 여름철에는 잘 읽지 않는다. 우선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성경 속의 인물을 등장시켜 종교를 널리 알린다는 의미에서 종교서, 혹은 전도서에 가깝다. 욥이라는 인물과 저자 최주석의 소개를 보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욥(Job)'은 가혹한 시련을 견뎌내고 믿음을 굳게 지킨 인물로서 알려진 구약성서 〈욥기〉의 주인공이다. 노아·다니엘과 더불어 예로부터 의인(義人)의 전형으로 꼽힌다고 두산백과는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욥은 잇따른 재난으로 재산과 열 명의 자녀를 모두 잃고 건강마저 잃었지만, 하느님을 저주하라는 아내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문병하러 온 세 친구는 그의 고통과 고난이 그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이 고난받는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절망 직전에 놓이는데, 이때 하느님은 그에게 지혜를 주어 하느님의 주권적 힘을 깨닫게 하였으므로 깊이 회개한다. 하느님이 그의 병을 고치고 재산도 풍성하게 하는 축복을 주었다. 독자가 알고 있는 바와 다른 점은 욥이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독자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다)

〈욥기〉는 욥의 고난을 통하여 하느님이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의 주(主)임을 가르치기 위하여 기록한 구약성서의 한 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총 42장으로 되어 있으며, 〈잠언〉 〈전도서〉와 함께 '지혜문학'을 이룬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이스라엘의 족장시대, 즉 아브라함 시대 직후에 있었던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주제는 고통을 통하여 인격과 믿음을 정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욥은 고난받는 경건한 이스라엘 사람의 한 모델로서 국가적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동시대인들에게 하느님(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좋은 시대의 도래를 기다리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의인이 경건한 신앙적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고 의로운 하느님을 믿으면 반드시 하느님의 복과 구원이 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라이프성경사전』에는 〈욥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적고 있다. 주인공인 욥, 그리고 욥을 찾아온 세 친구를 막론하고 당시 사람들은 고난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다는 인과응보적인 형벌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비록 〈욥기〉 끝부분에 등장하는 엘리후가 고난에는 연단적 성격이 있다는 다소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32-37장) 고대인들의 고난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욥기〉에는 고난의 원인이 무엇이며, 왜 하나님께서 욥에게 고난을 내리셨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결론 부분에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초월성과 절대 주권만이 소개될 뿐이다(38-41장). 따라서 〈욥기〉는 어찌보면 고난의 원인을 밝히는 데 있다기보다 죄를 지어 고난을 받는 자이든, 아무 이유 없이 고난에 직면한 자이든 상관없이 세상 모든 인생은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늘 하나님을 바라보며 절대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찬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훈한다 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

〈욥기〉의 저자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첫째로 본서의 제목이 주인공 ‘욥’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저자를 욥으로 보는 견해. 둘째, 유대 전승이나 탈무드를 근거하여 모세로 보는 견해. 셋째, 본서 28장과 잠언 8장의 문체가 흡사하다 하여 솔로몬으로 보는 견해. 넷째, 문체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예레미야서와 비슷하다 하여 예레미야로 보는 견해. 다섯째, 본서와 시편 88편의 분위기가 유사하다 하여 시편 88편의 저자인 헤만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저자가 인간의 고난 문제 등에 매우 예민하고 종교성이 심오한 사람이며, 〈욥기〉가 세계 문학의 걸작 중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문학성을 지닌 자이고, 동시에 당대의 뛰어난 지성인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저자 최주석은 청년시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그 경험을 계기로 삶에 대해 고난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다. 서울의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10년간 근무했다. 고난에 대한 많은 철학과 아포리즘이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욥을 통해 고난에 대한 진리를 찾고 싶었다고 한다. 목회자나 신학자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욥기를 탐독했다. 〈욥기〉라는 성경의 텍스트와 폴 투르니에, 빅터 프랭크, C.S루이스, 스캇 펙, 애나 렘키, 볼프람 슐츠 여섯 명의 학자의 사상, 그리고 양자역학의 아이디어가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교집합을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이 책에는 이 인물들뿐만 아니라 많은 위인들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크론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호텔에서 근무하지만, 크론병으로 일상과 직장생활, 모두 원만하지 못하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지만 오랜 병으로 직장 생활도 가정 생활도 위기에 닥친다. 병원의 처방으로 약을 먹어가며 꾸준히 치료하지만 의사마저 장담하지 못한다. 처음 크론병을 진단받았을 때 대학병원 교수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병으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를 담당하는 모든 장기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할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와 함께 "설사랑 복통이 대표적인 증상인데 종종 관절염도 동반하고, 소화기관을 포함해서 전신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의사에 따르면 이 병에 완치란 게 없다. 더 악화된다면 대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지긋지긋한 복통과 하루에도 화장실을 수십 번 드나드는 생활을 평생해야 한다니···. 천벌이라도 너무 가혹한 형벌이다. 이런 생각에 몇 달간 우울하고 불안에 시달려 정신과에 간 적도 있다. 

11년차 호텔리어지만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기에는 이미 틀린 것 아닌가? 호텔리어 11년 차인데 아직도 '대리' 직급을 못 벗어났다. 동기생들은 벌써 과장인데, 자신만 유독 진급이 늦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으니만큼 당장 그만두기도 어렵다. 심지어 총지배인 등 상사들에게도 이미 낙인이 찍힌 셈이다. "오노남 대리, 호텔에서 근무한다는 사람이 왜 이리 표정이 어두워? 우리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사람이 좀 밝아야지."(p.13)

호텔 근무에는 이미 마음을 비워놓고 때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병으로 인해 앞을 보면 임원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뒤를 보면 나만 의지하는 가족들이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긴 스펠링의 약 이름이 적힌 처방전만 내놓을 뿐 별 조언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출근길에 또 소식이 와서 화장실로 직행해서 휴대폰으로 동기인 박 과장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굿모닝, 미안한데 회의 좀 준비해 줄 수 있어?" 간신히 급한 일을 부탁해놓고 주인공의 눈에 들어온 화장실 안쪽 벽과 문에 붙어 있는 '장기 삽니다. 목돈 필요하신 분. 010-3422-OOOO','남남북녀. 미모의 탈북 여성과의 만남 1566-OOOO' 그때 못 보던 금박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용지에 궁서체의 글자가 인쇄된 명함이 발꿈치에 떨어진 것을 발견한다. '인생상담소 신촌역 문화공원 안'.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지난 주 신청한 6개월의 병가가 처리됐다. "오 대리, 먹여 살릴 가족이 있는 사람이 자기 몸을 잘 돌봐야지,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거야." 위로인지 연기인지 모를 이사의 말을 뒤로 하고 신촌 주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통과하다 가운데 자리 잡은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공원 한쪽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에서는 몇몇 10대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오 대리는 그 무리 속에 딸아이가 있나 싶어 슬쩍 쳐다본다. 

"공원 안에는 비틀어져 가는 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고, 낙엽이 바람에 날려 나무를 빙빙 휘감는 모양새다. 저쪽 벤치 한쪽에는 노숙자 차림의 아저씨가 보름달 빵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공원 다른편 구석에는 자그마한 천막이 있었다. 천막 입구에는 '인생상담소'라고 어설프게 프린트한 용지가 코팅된 채 걸려있었다.(p.18) 

주인공 오 대리는 그곳에서 욥을 만난다.(자신이 한 소개이지 그것을 증명할 만한 아무것도 없다) 첫 만남에서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그의 모습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인의 복장과는 달랐다. 푸른색 계통의 양복 차림. 매끈한 회색 넥타이에 금색 넥타이핀. 방금 광을 낸 듯한 번쩍이는 검은 구두. 90년대 배우 안재욱이 유행시켰던 한쪽 눈썹을 가리는 길쭉한 앞머리. 왼쪽 가슴팍에는 땡땡이 무늬의 행거칩. 동그란 안경테와 살짝 검은색이 들어간 컬러 렌즈. '이 사람 뭐지.'

이 사람은 자신을 '욥'이라고 소개한다. "마음이 힘들어서 이곳을 찾으셨군요.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곳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불안한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오 대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 설명을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 욥은 대뜸 "알 것 같다"는 대꾸다. 오 대리는 말을 이어간다. "친구들은 절 위로해 준답시고, 너보다 힘든 사람 많아, 힘내. 이런 소리를 하는데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면서 제 자신을 위로하긴 싫습니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섞어 말을 흘린다. 욥의 대답은 "그렇죠. 전 인류의 고통보다 자신의 치통이 힘든 법이니깐요." 그리고 사내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었다는 최고급 시빗 커피라도 마시는 것처럼 종이컵을 코에 대고 향을 맡으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몇 문장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p.31)



이후 이 책은 오 대리와 욥의 대화를 통해, '인생을 바꿀 몇 문장'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과정이다. 주로 인생을 바꿀 문장에 대해 욥이 설명하고 주인공 오 대리는 듣는 입장이지다. 문장은 ① 울 시간이 필요하다 ②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의미가 찾아온다 ③ 확성기 소리를 들어라 ④ 감정은 무시해야 할 때가 있다 ⑤ 근심과 불안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라 ⑥ 나의 의식이 현실을 창조한다 등이다. 이 아포리즘들은 이 책의 각 장(章)의 제목에 들어 있다. 욥이 자신의 친구들이라며 소개하는 위인들이 남긴 말들이다. 욥은 이들의 아포리즘을 들려주며 누가 언제 이 말을 했는지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오 대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할 경우 이 아포리즘을 남긴 주인공들의 고난과 운명적 상황도 상세하게 들려준다. 이 아포리즘을 남긴 위인들은 모두 욥의 친구로 등장한다. 물론 욥의 주장이지만. 독자는 비종교인이라서 〈욥기〉를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때문에 이 아포리즘들이 〈욥기〉에 담긴 내용인지, 욥의 말대로 위인 친구들의 아포리즘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욥기〉의 내용과 이 아포리즘과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오 대리는 욥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의미와 고통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욥기〉와 욥을 통한 위인들의 아포리즘에 대해 이들이 겪는 고난과 고통을 단순히 부정적인 경험으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이 점은 저자가 〈욥기〉나 이들과 관련 있는 위인들에 대해 미리 깊은 탐구가 있었을 것으로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주인공 오 대리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과의 갈등, 공황장애 등 복잡한 문제가 직면해 있지만 욥과의 만남을 통해 삶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된다. 고난은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성장과 깨달음의 기회로 인도한다는 사실도 각인한다. 

이 책은 위인들의 아포리즘을 통해 신앙과 철학적인 질문들도 밀도 있게 짚어낸다. 주인공 오 대리는 욥과의 대화를 통해 왜 고난이 존재하는지, 신이 왜 고난을 막지 않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사실은 〈욥기〉에 ‘어찌하여 의로운 자가 고난을 당하는가? 어찌하여 악인이 형통한가? 과연 하나님은 의로우신가?’ 등에 대해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과 결을 함께한다. 특히 이 책에서 욥의 묘사는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됨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욥의 사명을 대신하고 있다.



저자는 휴직한 지 석 달 만에 안내테스트가 아닌 총무팀으로 복직했다. 호텔 비품 구매 업무를 시작했고 입사 후배가 총무팀장이 된 것만 빼고는 불편할 게 없었다. 배의 통증도 덜하고, 의사는 관해기(병증이 완화된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완치는 힘들어도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최대한 호전 상태를 길게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게 의사의 조언이었다. 병세가 악화될 때는 호전될 때를 기다리고, 호전의 상태일 때는 병의 증세가 나빠질 때를 걱정하기보다 일상을 감사하고 누리기로 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양자물리학에 대한 사내의 특강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 년이 될지는 몰라도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하니 희망을 품어본다. 

어느날 신촌문화공원을 지나며 문득 사내 생각이 났다. 그 사내가 정말 성경 속 인물 욥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GEMINI라는 구글이 개발한 AI에 몯고 싶었다.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GEMINI 질문 창에 입력했다.

성경 속 인물 '욥'이 지금 이 시대에 신촌문화공원 천막 안에 존재할 수 있는가?

GEMINI는 잠시 고민이나 하는 듯 멈칫하더니 금세 답을 내렸다.

욥이 지금 이 시대에 신촌문화공원 천막 안에 존재할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양자역학에서는 개별 입자는 동시에여러 상태에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욥이 지금 이 시대에 신촌문화공원 천막 안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가 신촌문화공원 천막 안에서 욥을 만난다면, 그것은 욥이 지금 이 시대에 신촌문화공원 천막 안에 존재하는 상태가 선택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난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것입니다.(p.136~137)


저자 : 최주석


청년시절,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 경험을 계기로 삶에 대해 고난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되었다.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밥벌이’에 도움 안되는 인문학, 종교철학 관련 책을 읽으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NGO를 거쳐 서울의 호텔에서 10년간 근무했다. 고난에 대한 많은 철학과 아포리즘이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작가는 성경에 등장하는 욥을 통해 고난에 대한 진리를 찾고 싶었다. 목회자나 신학자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욥기를 탐독했다. 욥기라는 성경의 텍스트와 폴 투르니에, 빅터 프랭크, C.S루이스, 스캇 펙, 애나 렘키, 볼프람 슐츠 여섯 명의 학자의 사상, 그리고 양자역학의 아이디어가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교집합을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노동하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문학이 밥먹여 주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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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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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독자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역사 수업 때, 대학입시를 위한 역사를 배웠을 뿐 진정한 의미의 역사를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7080세대로 일컬어지는 세대는 지금 중년이 되었지만 군부 독재의 기억으로 점철돼 있다. 당시에는 역사 수업뿐만 아니라 전 과목의 수업이 "대학입시를 위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당시 학교 다닌 분들은 느꼈겠지만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도 식민사관이라 하여 일본의 시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세계사 역시 서양 문명의 시각에서 기술된 것을 교과서로 삼았다. 역사 담당 선생님들은 대입 위주로 시험에 나올 만한 사건, 내용만을 열심히 가르쳤다. 왜 역사를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도 없었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도 없었다. 그저 밑도 끝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은 암기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꼈지만 당장의 대입 때문에 마지못해 수업을 듣는 셈이다. 

그 세대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인문 교양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거기에 꼭 들어갔던 두 권의 역사 책이 기억난다. 하나는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 What is history?)란 책으로 E. H.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의 역사이론서 혹은 역사철학서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널드 J.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의 『역사의 연구』다. 전자는 책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남겼다. 카는 역사가의 주된 임무는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이며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역사가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그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 즉 역사가의 관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시사상식사전) 

후자는 이전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사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유기체적인 문명의 주기적인 생멸이 역사이며 또, 문명의 추진력이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 작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이후의 전통 사학에 맞서 새로운 역사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았다고 한다. 토인비는 그리스 이후 쇠퇴하였던 역사의 반복성에 빛을 부여함으로써 고대와 현대 사이에 철학적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역사의 기초를 ‘문명’에 두었다. 문명 그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포착하고, 그 생멸(生滅)이 역사이며, 그 생멸에 일정한 규칙성, 즉 발생·성장·해체의 과정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 26개의 문명권을 병행적·동시대적으로 나열하고, 이들 모두가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명하였다. 토인비는 또 문명의 추진력을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이 밖에 ‘내적·외적 프롤레타리아트’, ‘세계교회’ 등 특수한 용어에 의한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데, 19세기 이후의 전통사학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역사학의 길을 개척한 점에서 크게 주목되었다.(두산백과)



모든 학문은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과장 왜곡 없이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규명된 후 평가된 사실을 가르쳐야 배운 사람들이 역사 발전의 방향으로 학문을 지속할 수 있다. 지금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사실 이는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사관의 잘못이라고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역사를 대학입학 시험용으로 배우다보니 역사의 흐름에는 둔감하고 단편적 지식만 외워 군데군데 기워진 역사관이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요즘 출판된 역사 책을 읽어보면 과거 학창 시절에 얼마나 앝은 역사를 배웠는지 실감난다. 이젠 우리도 역사를 보는 눈이 많이 높아지고 깊어졌다는 점만으로 씁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과거 잘못된 역사 기술은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나간 사실을 안다는 즐거움보다는 잘못된 것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잘 짚어내는 일이라고 독자는 말하고 싶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잘못된 역사가 많다. 외침을 받았을 때나 식민지로 전락해 비참한 생활을 해온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독자의 주장은 이를 까발려 스스로 수치심을 자극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떳떳하게 행했던 일과 수치스러웠던 기억들까지 모두 기억해서 남겨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후손들에게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다. 돈 잘 벌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앞서 언급한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역사는 '누가 기록했느냐'보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책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세계사를 기술한 것이어서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유사 이래의 인류사는 6,000년이란 세월을 건너 우리 손에 들어온 기록들이다. 인류가 6,000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에 중점을 두고 생각을 해보면 역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전쟁 중심이나 권력자 중심의 역사는 지루하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바라보면 역사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시간과 인간의 관계가 문명에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인류 역사 최근 6,000년은 어떻게 보일까. 이 책은 6,000년 동안 인류의 삶을 '문명'이란 핵심어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그대로 '스토리'가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문명의 주인공은 서양(서유럽) 중심의 문명이라고 한다.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들 문명의 기원을 그리스·로마제국에 두고 있다는 말도 폄훼할 이유가 없다. 실제 이 책에서도 조그만 한 도시에 불과한 로마가 제국이 실현되기까지 반도 한 구석에서 500년이 넘는 세월을 숨죽이며 살았다. 그리고 절제된 생활과 부지런함으로 먹을 것을 챙기고 개인들의 힘을 키웠다. 앞선 문명을 배우기 위해 그리스를 수시로 오가며 배웠다. 좋다고 판단되면 따라 하기도 했다.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가 대제국을 건설하고 2,000년 이상을 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독자들은 책에 기술된 내용만으로 생각을 더하면 로마가 대제국으로 번성한 원인이 되는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집필 취지도 같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아닌가? 이 책은 직접적으로 지적하진 않지만 로마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했느냐로 독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또 서로마 제국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생각을 더하여 답을 찾아내도록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 제시해준다. 로마 제국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 테니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는 역사 기술 방법은 옳지 않다. 그냥 반찬과 밥을 지어 밥상에 올려놓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객관적 사실만 올려놓아도 관심 있는 독자들은 거의 모든 저자의 의도를 알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은 잘 기술된 세계사 입문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핵심 내용만 뽑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면 된다. 이 책에는 모두 63개 핵심어가 나온다. 이것만 제대로 알 수 있다면 6,000년의 세계사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저자 톰 헤드는 인문학 박사이자 역사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와 장소로 초대해 식사를 제공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로마 제국 등 세계사의 단골 소재는 물론이고 멕시코의 비밀스러운 올메카 문명과 아프리카의 중세 유적 그레이트 짐바브웨 등 우리에게 생소했던 지역의 역사까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밥상에 올린다. 독자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읽지 않아도 된다. 전부 다 읽어야 세계 문명사를 아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나 밥상에 올린 음식을 편식을 하다 보면 자칫 영양 불균형으로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가끔은 먹기 싫은 음식도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한다. 사실 못 먹어봐서 맛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현대 문명사로 들어오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반복되는 인종 차별과 백인 우월주의, 이란 민주주의의 퇴보 등 오늘날의 국제 이슈까지 알차게 담았다는 증거다. 세계사에서 꼭 들여다봐야 할 현대사가 생략된 채 책을 썼다면 일반 식당에 가서 조선시대 밥상을 차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전체 흐름이 머리에 들어온다. 사진이나 지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함께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120여 개의 컬러 이미지와 지도는 주요 국가와 사건, 인물을 부연 설명하며 역사의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문 중간중간 삽입된 ‘한 걸음 더’라는 팁 박스는 세계사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 사상, 국제 이슈, 인문 교양까지 다루어 더 알고자 하는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이 팁 박스를 잘 이용하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어떤 독자들은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기존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논란이나 이슈가 되는 이유를 더듬어 보면 뜻하지 않은 역사 인식 확대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미래를 위해 알아야 할 역사」란 제목의 〈에필로그(나오는 글)〉을 통해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 인류의 역사는 끝날 것이다'라고 썼다. 민주주의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고 갈등과 반목이 끝나면 더 이상 기록하고 연구할 만한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 전 세계는 평화는커녕 다시 분열과 갈등의 시기에 접어든 듯하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여전히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2023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연이어 발생해 무수한 희생자를 낳고 있다. 갈등의 원인을 찾고자 외신 방송과 현지 소식에 귀 기울여도 단편적인 뉴스만으로는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단서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 중 상당수는 세계사와 긴밀한 연결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사를 공부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판단력과 통찰력이 생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해묵은 갈등은 냉전 시대와 북대서양 조약,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반트 지역을 차지하고자 벌였던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을 돌아보면 된다. 역사 속에서 갈등의 이유와 화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세계사는 복잡한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준다. 세계사를 알면 세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63개의 키워드들은 그 자체로 세계사의 지식 허브 역할을 한다. 가령 「페르시아 제국」 항목을 보면, 키루스 대왕(성경의 고레스 왕)과 조로아스터교가 현대 민주주의보다 2,500년을 앞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천했다는 사실이 그저 이슬람 제국이니 무자비한 악당일 거라는 우리의 무지와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각종 매체에 나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페르시아 제국이 고대에 이미 생각보다 많은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데 감탄하게 된다. 이렇듯, 이 책에 나온 63개의 키워드를 역사의 중추 삼아 현재 일어나는 대부분의 세계사 이벤트들을 해석할 프레임까지 얻을 수 있다.

고대 영웅 길가메시의 여정부터 중세 십자군 원정과 근대 산업 혁명을 지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세계사 속 주요 사건들의 이면에는 흥미진진한 배경과 서사가 깔려 있다. 이 이야기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되고, 온라인 게임으로 재해석되고, 교양 프로그램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세계사는 교양 지식을 쌓아주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지만 무엇보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만약 당신이 카이사르라면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할 것인가? 당신이 프랑스혁명을 주도했던 급진파 리더 로베스피에르라고 가정하고 어떤 정책을 폈을지 생각해보자.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오늘날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 냉전 체제가 유지되었을까? 이렇듯 세계사에서 건져낼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거대하고 근사한 콘텐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짓고 전달해왔다. 세계사 속 사건과 인물은 우리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주변 동료와의 스몰 톡(잡담),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티타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를 즐겁고 풍성하게 꾸며준다. 이 책은 역사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일상 속 대화를 풍성하게 꾸며주고, 더 나아가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결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안내서 역할까지 톡톡히 할 것이다.


카르타고와 로마의 분쟁은 땅, 특히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카르타고가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반도 사이의 폭 3.2킬로미터의 메시나 해협을 장악하려 하자 로마는 적의 막강한 군사력에 봉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전에 로마는 카르타고를 선제공격했고, 역사가들이 포에니 전쟁(Punic Wars)이라 부르는 세 차례의 전쟁을 치렀지요. 포에니라는 단어는 페니키아에서 왔습니다. 카르타고가 동지중해 연안에서 건너온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나라였기 때문이지요.(p.103) - 「로마 공화국: 일곱 언덕 위에 세운 도시」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러시아 제국이 붕괴된 후 건국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소련의 역사는 잔인한 탄압과 숙청 그리고 이념에 치우친 사건들로 점철되었고, 결국 해체되어 러시아와 주변국으로 나뉩니다. 그럼에도 아직 채 검증되지 않은 정치 철학 아래에서 소련은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상자를 감내하며 나치 독일을 막아냈고, 힘과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과 대적하며 40년의 냉전을 버텨내기도 했습니다.(p.263~264) - 「소비에트 연방 탄생: 공산주의를 표방한 국가」 중에서


그러나 이제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제적, 군사적 이점은 줄어들고 있지요.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중국과 일본이 세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중앙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포함한 남반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겠지요. 중동의 이슬람교가 유럽에서 지배적인 기독교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종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p.338) - 「유럽 연합의 위기: 세계주의와 국수주의」 중에서


저자 : 톰 헤드(Tom Head)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역사 스토리텔러. 종교, 사상,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어바웃닷컴(지금의 닷대시Dotdash, 전문가 검증 기반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9년간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구독자 300만인문교양 유튜브 채널 《와이즈크랙Wisecrack》에서 작가로 일하며 《조커》, 《주토피아》, 《스타워즈》에 관한 영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을 포함해 역사, 사상, 철학 등 광범위한 주제로 30여 권의 책(공저 포함)을 펴냈고, 『칼 세이건의 말Conversations with Carl Sagan』을 편집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꾸준히 글을 쓰며 대중에게 역사를 쉽게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나 뉴욕 엑셀시어 대학교에서 학사, 캘리포니아 도밍게즈힐스 주립대학교에서 인문학 석사를 마치고 호주 에디스코완대 대학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자 : 이선주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 기자, 월간지 《톱클래스》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혼자 보는 미술관』, 『매일매일 모네처럼』, 『퍼스트맨』,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애프터 라이프』,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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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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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주정뱅이 연대기』는 표제어처럼 '술꾼'의 역사를 다룬다. '술'의 역사는 조금 밋밋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테니 '술꾼(주정뱅이)'으로 바꿔 훨씬 생동감 있는 제목이 됐다. '연대기(年代記)'란 단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이라는 사전적 풀이가 맞다면 술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것은 재밌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 마크 포사이스의 집필 취지에 맞는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독자는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한때는 지나치게 마셨기에, 지금도 술에 관한 책은 유난히 눈에 띈다. 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주랴?"와 일맥상통한다. 이 책이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생각은 표제어로 쓰인 '주정뱅이'로부터 드러난다. 술의 역사라고 썼다면 쉽게 눈이 가지 않았을 터, 독서욕은 표제어부터 강렬하게 일어나게 한다. 

우리도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이었다는 것은 어렸을 때 역사 수업이나 예체능 수업 때 자주 들었다. 그만큼 '흥'이 있는 민족이란 뜻의 표현일 것이다.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나 인류는 '술'과 함께했다. "인류는 술과 함께 역사를 같이 했다"는 말대로 일상에서 술은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우리의 음주 문화가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이는 서양의 음주 문화와 다른 태생이었다는 단순 증거일 뿐 동양이든 서양이든 관계 없이 인류는 똑같이 술과 함께 역사를 꾸려 왔다. 이 책은 4부(部) 1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포사이스는 1장 「첫째 잔-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 첫 머리에 "우리는 인간이기 전부터 이미 술꾼이었다."는 엄포성 발언으로 시작한다. '엄포성 발언'이란 말은 독자가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알코올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45억 년 전쯤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단세포 미생물은 원시 스프 안에서 부족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리저리 떠다니며 단당류를 먹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설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사는 너무나 오래 전(지구의 나이와 같다)이어서 정확한 설명인지 모르겠지만 배설하는 성분이 맥주였던 셈이라는 게 저자의 친절한 말이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에탄올은 알코올의 주성분이라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대로다. 

이후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하여, 우리에겐 나무와 과일이 생겼다.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처럼 나무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일을 썩도록 내버려두면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고, 발효는 당과 알코올을 낳는다고 한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알코올을 즐긴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섭섭한 일이겠지만 자연 상태에서 알코올은 파티를 벌일 만큼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을 추가한다. 



저자는 1장의 서술에서 "인간은 원래 술을 마시도록 만들어졌다"고까지 주장한다. 우리는 술 마시는 일에는 정말 능숙하다. 어떤 포유류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단,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는 예외라는 말로 주의를 준다. 저자는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와 절대로 술 내기를 하지 말 것을 귀띔한다. 혹시 내기를 약속했다면, 체급을 참작해달라는 수작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하지 말아야 한다. 이 녀석들은 인간으로 치면 와인 아홉 잔쯤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마시는 놈들이라는 것이다. 술 마시는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저자는 술 마시는 동물의 종류를 이 책의 1장에서 여러 종을 제시한다. 쥐, 코끼리, 오랑우탄, 코뿔소, 개미, 개코원숭이 등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실험과 가설을 토대로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나무두더지가 술꾼으로서는 우승을 차지하지만 우리 인간도 그다지 꿀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역시 술을 마시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 천만년 전쯤 우리 선조들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너무 익어서 숲 바닥에 떨어진 향기로운 과일을 좇아 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슬쩍 내민다. 이 과일에서 당분과 알코올이 듬뿍 담겨 있다는 말은 앞서 말한 대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멀리서도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이 발달했다는 주장이다. 알코올은 우리를 당분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다고 책에 적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아페리티프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알코올의 맛, 알코올의 냄새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독자도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한잔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일을 자주 경험했다. 어쩌면 그 욕구도 배가 고플 때가 되기에 당분을 섭취하려는 뇌신경의 작용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이렇듯 배고픔과 당분 섭취, 알코올과 당분이 들어 있는 너무 익은 과일 등이 어우러져 인간은 술을 마시도록 자연선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다음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최종 진화가 남아 있었다. 술 마시는 방법의 진화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신다. 함께 마시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같이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실없는 이야기며, 비밀스런 이야기 등을 늘어놓는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는데, 이 모든 것이 진화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우리가 술에 취하는 걸 즐기는 이유는 이 모든 칼로리 섭취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옛날 '검치 호랑이'가 포식자로 군림할 때 인간이 혼자서 술 마시다 쓸데없는 만용으로 검치 호랑이에게 대들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러나 취한 사람이 스무 명이라면 배고픈 검치 호랑이라도 재고해 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살아남는 생존 본능에 따른 진화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많은 생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 책은 유사 이전 시대부터 술꾼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을 한다. 1부 〈선사〉, 2부 〈고대〉, 3부 〈중세〉, 4부 〈근대〉 등으로 나뉘었다. 1부는 앞서 말한 1장 「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와 2장 「술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다」로 이루어져 있다. 2부엔 3장 「수메르에 강림한 맥주의 여신」, 4장 「만취한 이집트인들의 축제」, 5장 「디오니소스의 후예들과 심포지엄」, 6장 「술을 경계한 중국인들」, 7장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좋은 것」,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이 기술되어 있다. 이어 3부는 9장 「암흑시대의 수도사와 건배」, 10장 「코란과 술이 흐르는 강」, 11장 「바이킹의 숨블」, 12장 「여관과 선술집과 에일하우스」, 13장 「아즈텍과 400마리의 술 취한 토끼」에 이어, 4부 14장 「런던을 휩쓴 진 광풍」, 15장 「럼 위에 세운 나라」, 16장 「카우보이 살룬」, 17장 「독재자와 보드카」, 18장 「금주법의 예상치 못한 결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의 〈에필로그〉가 「나가며 한잔-우주에서도 우리 곁에 있을 믿음직한 한 모금」, 역자의 「옮긴이와 한잔-포사이스식 ‘빅히스토리’」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독자는 고대 로마 제국을 좋아한다. 당시 로마 정치인들은 앞선 문화국인 그리스로부터 배우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책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로마'는 서로마 멸망(A.D. 476) 동로마 멸망(A.D. 1453)까지 무려 2,000년이 넘는 동안 유지됐다. 서로마 멸망으로 사실상의 로마제국이 멸망했지만 기독교 공인 제국으로서 기독교권을 결속시킨 동로마 제국은 이후 1,000년 간 더 지속되었다. 로마 제국을 이르는 말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등 정치제도 상의 개선을 거듭하며 제국을 유지했다. 강력한 군대로 시작했지만 제국이 완성된 후엔 로마 시민과 제국의 안정을 이루는 각종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최대 제국, 최고 문명국이란 칭호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권이라는 현재의 서유럽과 신대륙의 아메리카 등 많은 강대국은 자신들이 '로마의 후예'라고 내세울 정도로 로마는 서양 문명에 가장 강렬한 유산을 남겼다. 로마는 읽을수록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독자가 로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영화에서 로마 군단의 잔인함을 표현하지만 당시 문명으로서는 앞선 문명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과연 그들은 술을 어떻게 마셨을까. 이 책에서 찾아본다.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에서 짧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는 "초기 로마는 대단히 엄격했고, 술을 멀리하는 곳이었다."고 말머리를 잡는다. 로마 제국이 형성되기 전 본격 공화국 시절인 B.C. 200년경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말끔하게 면도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군인 스타일을 하고 다녔고, 워낙 물을 좋아해서, 이 영원한 도시에 영원히 물을 공급하기 위한 커다란 수도관을 짓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와인은 있었지만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았다. 로마에도 물론 와인의 신은 잉ㅆ었다. (자유로운 자라는 의미의) 리베르(Liber)라는 이름이었는데, 그다지 중요한 신은 아니었다. 그는 밀의 여신 케레스(Ceres)의 자식이었고, 언론의 자유와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로마인들은 만취한 사람들을 보면 얼굴을 찌푸리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마인들은 보기에 술에 취해 해롱대는 것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수염이 덥수룩하며 호사스러운 삶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당시 그리스인 들은 모든 면에서 로마인들과 상반되는 특징을 가진 사람들로 정의되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도 술을 적게 마셨다. 1세기 역사책 『기억에 남는 행적』(大플리니우스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기록되어 있다.

"에그나티우스 메텔루스는 몽둥이를 들어 아내를 죽을 때까지 때렸다. 아내가 꽤 많은 양의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나서서 그를 고발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모든 사람은 이 행동을 금주법 위반에 대한 처벌의 훌륭한 예라고 생각했다. 와인을 과도하리만큼 마신 여성은 미덕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고, 악으로 향하는 모든 문은 여는 법이다."(p.113)

전해지는 말에는 술을 마시다가 발각된 여성을 죄다 사형에 처한다는 법은 로물루스(로마의 건국자, 케레스가 그를 키웠다고 한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에그나티우스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 아내를 좀 더 빨리 죽인 것뿐이다. 여성들은 친척들을 볼 대마다 키스해야 했는데, 이는 친척들이 냄새를 맡고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를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 모든 관습에 대한 초기 로마의 태도는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세 가지가 나쁘다. 밤, 여자, 그리고 와인이다.' 이제 우리는 기원전 186년에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저자는 로마에서 술꾼은 배척당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마인들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이들은 제국을 얻엇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적고 있다. 

로마제국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부 전체가 하나의 도시로 수렴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의 결과 지구상에 존재했던 도시 중 가장 부유한 도시가 탄생했다. 돈은 부패를 낳고, 엄청난 양의 돈은 엄청난 양의 재미를 낳는다. 그 결과는, 어린아이라도 알고 있듯이, 도덕적 타락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로마인들은 물보다 와인을 더 즐기기 시작했고 여성들의 음주마저 권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그리스 서적을 읽고 난 후에는, 마침내 술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동성애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격랑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려는 대목은 술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도구가 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유전학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강제로 금주를 시키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자신의 안전은 물론 사회 안정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시대 여러 술꾼들의 비도덕적 타락의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권력이 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로마 제국도 그 사례 중의 하나라는 점을 8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제국의 전성기에 로마 제국은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허영과 뻐기며 잘난 척하는 데 이용했으며,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 인종 차별과 계급적 대우 등 제국의 멸망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콘비비움 제도는 일종의 사교 모임인데 이 자리에 아랫사람들을 초대해 자신을 중심으로 좌우편으로 갈라 각각의 자리에 앉힌다. 자리 배치, 노예, 와인 품질, 와인 양, 음식, 와인 잔, 와인을 버리는 곳 등은 목적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한다. 자신은 비스듬히 누운 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가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라서 주인에게 아부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것. 또 집 전체는 기어다니는 노예들로 가득 찼으며 주인은 권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노예를 채찍질했다고 한다. 일일이 소개하는 일이 벅찬 듯 콘비비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페트로니우스가 쓴 『사티리콘』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7장 「독재자와 보드카」에서 1914년 차르 니콜라스 2세는 러시아 전역에서 보드카 판매를 금지했다. 1918년 차르 니콜라스 2세와 황족 모두가 예카테린부르크 시 한 지하실에서 처형되었다. 두 사실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니콜라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논쟁은 명백히 두 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러시아 병사들은 최근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병사들이 고래처럼 술을 마셔댔기 때문이었다. 다른 편에서 보자면, 국가 수입의 4분의 1이 알코올 세금에서 나왔다. 따라서 전쟁을 시작하면서 주 수입원을 갑자기 감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역사가들은 보드카가 러시아 혁명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 흥미 있는 논쟁을 많이도 벌여왔다고 주장한다. 주세가 줄어들어서 나라가 망가졌는가? 금주법은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켰는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러시아 법은 오두막에서 얼어 죽어가는 평민들에게만 적용되었다는 지적이다. 평민들은 자기들이 사랑하던 '작은 물'을 저택에서 살아가는 부자들은 여전히 마음껏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러시아 황제와 정부에게 어떤 기분이었을까?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도 여전히 보드카를 살 수 있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만 돈이 없어 사지 못할 뿐이었다는 말이다.



러시아 독재자들은 나라 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제정 러시아 때도, 혁명 후 두 번째 집권자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자신은 즐기지도 않고, 거의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스탈린도 고위 간부들의 반정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에게 수치심을 줄 목적으로 자신의 권력에 복종시키기 위해 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는 로마 제국의 부자 귀족들이 그렇듯 아랫사람들의 수치심을 자극해 권력을 지키는 방법으로 기시감마저 든다.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지녔지만 추운 날씨로 독한 술이 인기가 있었던 듯하다. 저자의 지적을 바탕으로 출판사 측의 소개글은 러시아 권력자들은 술을 이용해 자신을 권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자신이 실권으로 가는 길을 걸었던 많은 지도자들의 몰락을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권력자들은 국민이 술을 마시지 않을까 끔찍하게 걱정했다. 이반뇌제는 러시아 모든 술집을 국영화해 국가 수입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독재자 스탈린은 공포와 더불어 과음으로 소비에트 공화국을 통치했다. 고위 간부들은 매일 밤 스탈린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인사불성으로 술을 마셔야 했다. 술은 그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서로 반목하게 했으며, 실수로 본심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스탈린이 축출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술을 거부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을 잃었다. 니콜라이 로마노프가 그랬고,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그랬다.

음주가 주는 여러 해악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술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와 함께한다. 저자는 이 모순적인 관계에서 역사화되지 않은 과거의 존재들을 수면 위로 이끈다. 술은 가난한 사람의 위안이자 가난의 원인이며, 도피의 수단이자 강력한 해방의 상징이었다. 인간 사회 깊은 곳에 흔적을 남긴 술꾼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취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마크 포사이스(Mark Forsyth)


작가, 언론인이자 편집인이다. 197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언어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방대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수다쟁이’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파투 내러 돌아왔다. 지금껏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크리스마스의 수상한 관습과 그 뿌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크리스마스가 무료한 괴짜들을 위한 터무니없이 괴상하고, 특별하게 재미있는 선물! 주의하시라,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테니.

『콜린스 영어사전』의 편집자로 서문을 썼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어 단어의 어원을 다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사람을 홀려온 위대한 문장들의 비밀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문장의 맛』 등을 펴냈다.


역자 : 임상훈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작업실을 꾸려 번역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침묵을 보다』, 『설득의 심리학』, 『자본주의 대전환』, 『골드: 금의 문화사』, 『건축 다시 읽기』(공역) 등이 있으며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을 집필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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