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지능이다 -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자밀 자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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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감하다'는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공감은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자적인 의미로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feeling into)는 뜻이다. 이 말은 동감(sympathy)과도 비교될 수 있는데, 동감은 '함께 느낀다'(feeling with)는 뜻이다.

공감이라는 말의 기원은 19세기 미학과 심리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 공감은 대상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작을 따라 하고 나서 관찰자가 자신의 운동 감각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추론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책 『공감은 지능이다』의 저자 자밀 자키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공감 능력이 생물학적인 것으로서, 사람마다 타고난 정도가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생각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키우고, 목적과 필요에 따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다.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공감을 선택할 기회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주고, 분열된 세계에서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뇌는 변경할 수 없이 고정된 회로가 아니며,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흔히 ‘타고난 본성’이라고 알려진 공감은 어떨까? 우리는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공감을 더 키우고, 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심리학과 뇌 과학, 신경과학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공감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키울 수 있는 기술임을 밝힌, 이 책은 실험실 안팎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 책은 공감을 주제로 했던 다른 책들과 달리 공감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연습을 통해 어떻게 이 능력을 키우고 향상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은 자키가 “시대의 획을 긋는 이 책을 통해 공감에 관한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말했으며, 『기브앤테이크』,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키가 심리학계의 빛이며 이 책은 “친절이 약함의 신호가 아니라 강함의 근원”임을 밝히는 획기적인 책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저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공감을 통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지도자였지만 이제는 증오 단체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데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사람(p. 117), 민간인과 더 평화롭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경찰들(p. 262), 집단학살을 겪고도 용서를 향해 나아가는 후투족과 투치족(p. 181), 문학작품을 통해 삶의 관점을 바꾼 전과자(p. 189), 환자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의사와 간호사 들(p. 203)의 사례는 우리가 “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p. 37)

저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해외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공감의 작동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뿐 아니라 각 개인의 경험과 구체적인 변화를 서술함으로써 공감이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의 뇌와 공감의 정도가 변한다는 사실을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1장), 우리가 공감을 선택하는 일에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2장).

그리고 외부인에 의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증오가 접촉으로 상쇄될 수 있으며(3장), 문학과 예술이 공감을 더 안전하고 즐거운 일로 만들어줄 수 있음을(4장) 설명해준다. 그리고 지나친 공감으로 지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감정과 협력할 수 있는지(5장), 시스템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꿈으로써 어떻게 사회를 더 친절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6장) 밝힌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을 낮추고 개인을 고립시킨다고 평가받는 소셜미디어와 익명성이 어떻게 공감을 증가시키고, 서로를 연결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논한다(7장). 이 모든 논의를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결국은 나와 사회, 그리고 미래에 살아갈 모든 존재에게 도움이 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다. 상대방이 나를 돕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먼저 친절하게 행동해야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또한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 활용하였다. 저자에 따르면 유년시절에 부모님이 이혼해 양쪽 집을 번갈아 다니며 머물렀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지 않고 두 분 모두와 연결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각자에게 맞추어서 친절을 베풀었고 그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자는 부모님 중 어느 한 분과도 멀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었다. 그러나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만 해석한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돕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을 도와줄까? 친절을 베풀지 않았음에도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설명을 토대로 '공감'이 의문에 대한 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감정을 함께 느낄 때, 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이 그 고통 속에 있는 것 같고 그를 도우면 자기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의 가장 큰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는 그러나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공감의 부정적 영향이다. 공감하느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는 조금 충격적이다. 이 책에 언급된 사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매일 같이 생사를 오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살아나는 신생아들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도 결국 숨을 거두는 신생아 또한 매우 많다. 여기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이러한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죽은 신생아와 그의 부모에게 공감하고 감정에 이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비참함을 느끼고 무력함에 자책한다.

더욱 힘든 것은 이러한 일을 겪고 나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은 다시 자신을 내어줄 각오를 하면서 출근한다. 이렇게 공감하느라 지쳐버리는 '돌봄 종사자'들이 많이 위험하다. 이러한 현실을 같이 사는 가족들은 온전히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직장 내에서 하루 종일 공감하느라 지쳤지만 정작 집에 와서는 가족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달래준다. 명상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가족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등 자기만의 '자기 돌봄'을 실천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돌봄 종사자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마련되어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명상 등 자기 돌봄의 효과가 그래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다.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런 자기 돌봄의 시간을 마련해 스스로 충격을 완화시킬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또 흥미로웠던 페이지가 '공감의 넛지'를 다루는 페이지 중 사이코패스 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정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고정된 회로의 사이코패스더라도, 공감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이코패스가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어떤 느낌일지 최선을 다해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는 연구 과정이 나와 있다. 연구 결과는 사이코패스들이 미러링 반응이라는 공감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였다.

그 결과도 흥미롭다. 영화나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예측해서 효율적인 고통을 주는 지능형 사이코패스들도 있다. 그런 사이코패스들의 지능적인 예측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지만 저자의 다각도의 연구가 돋보인다는 독자의 느낌이다.

 


 

자기보호에서 출발한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장하였고 이제는 미래세대를 향하고 있다. 공감하는 마음을 진화시켜 나간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련과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의 사회는 더욱 가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부터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마음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이 사회는 공감으로 가득 찬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저자 : 자밀 자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스탠퍼드 사회 신경 과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인지 신경 과학 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심리학과 신경 과학을 이용하여 공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는 법을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지 연구한다. 학문적 연구 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요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공감, 친절, 관대함에 관한 심리학 칼럼을 저술하며 과학의 홍보 및 대중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키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가 친절함의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쳤다.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취약한 사람들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친절의 토대가 되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을 현대의 뉴노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언론의 큰 호응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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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
김경헌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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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이하 클하)는 한마디로 '실시간 음성 소통' 방식의 신개념 SNS다. 다른 SNS는 사진이나 텍스트 위주의 소통 방식을 취했지만 클하는 한 발 발전된 SNS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먼저 미국에서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1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굉장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독자는 이를 지난해 들은 바 있지만 영어가 미숙하고 당시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아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젠 책으로 나와 뒤늦게 접한 격이니 바로 가입을 하려 했지만 제약 사항이 많았다. 아마 기존 SNS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가입에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있다.

이 책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는 클하의 탄생 배경과 성장 모습, 이용자를 위한 매뉴얼, 홍보·마케팅 채널로서의 활용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소통의 본질을 탐구한다. 우리가 클하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클하에 대해 궁금한 점을 대부분 해소시켜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리가 그동안 해온 SNS로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가 있다. 페이스북은 ‘피드’를 통해 텍스트 위주의 ‘자기 알림’ 성격의 콘텐츠를 게재하는 방식이었고,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영상 등의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를 게재하는 방식이었다. 또 트위터는 텍스트 위주의 표현 방식을 취했다.

소통 방식의 주안점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반응을 체크하는 ‘피드백’ 방식은 동일하다. 때문에 이 소셜 미디어들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으로의 역할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와 ‘너’, ‘주체’와 ‘타자’가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정한 거리감과 공간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럽하우스’의 등장은 새로운 소셜 미디어의 탄생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원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기존 소셜 미디어와 차별화된 소통 방식인 ‘실시간 음성 소통’을 통해 다른 SNS에서 실시하지 못한 독특한 소통 네트워크의 구축이라 평가된다.

 


 

이 책은 새로운 소통 채널인 클하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에 상륙한 클하는 온전히 음성에 기반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기존 회원의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며, 모든 이용자는 실명으로 각자 하나의 계정만을 사용해야 한다. 기존 소셜 미디어가 지니는 이용자 접근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만큼 ‘제한성’이 가져다주는 ‘우리’라는 친밀함과 소속감, 공감성, 진정성의 가치는 더욱 증대된다. 이것이 기존 소셜 미디어와 클하가 구별되는 지점이다. 또한 클하 이용자는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방’들을 자유롭게 다니며 그 대화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다. 클하 ‘방’ 안에서의 대화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 있다. 다자간 대화를 주도하는 사회자이자 진행자인 ‘모더레이터(moderater)’, ‘발언’의 자격이 주어진 ‘스피커(speaker)’,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리스너(listener)’로 구분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리스너도 원하면 언제든 손을 들고 ‘무대’(stage)로 와 스피커가 될 수 있고, 스피커도 원하면 언제든 리스너가 있는 ‘객석’(audience)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기존 소셜 미디어와 구별되는 클하만의 독특함이다.

 


 

저자의 말대로 클하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악명이 높다. 클하 때문에 밤을 샜다는 증언이 속출하는 요즘이다. 이 서비스의 무엇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인가? 크고 작은 방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격의 없는 진솔한 대화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소통 행위를 통해 누군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만족감에 있지 않을까 하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한 ‘방’에 모여 진정성 있는 대화로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는 소셜 미디어는 오직 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소셜 미디어는 댓글 공유를 통한 일방향적 소통 방식에 머무름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공동체’적 소속감을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므로 수많은 ‘소소한’ 방에서 이루어지는 클하만의 다양한 소통은 오늘날 ‘불통의 시대’로 언급되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로 대변되는 '거리 두기'가 음성 소통과 진정성 있는 대화로 코로나 대응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경헌, 김정원, 신영선, 신호상, 이종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클하의 생성 배경과 전개, 사용자를 위한 매뉴얼, 개인 및 기업의 홍보·마케팅 채널로서의 활용 가능성,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의견을 개진한다. 나아가 우리가 갈구하고 있던 소통과 그 본질에 대한 화두도 던지고 있다. 그리고 클하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 등을 〈특별한 방〉에서 다룸으로써 클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도 전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소셜 미디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살피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책에 따르면 초창기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간단한 소식을 전하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현실 세계의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소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북은 학교 인증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실제 관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한국의 싸이월드도 실제 인연을 기반으로 한 ‘일촌’으로 연결을 확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우리가 열광하며 밤을 새우게 했던 이 서비스들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정제된 콘텐츠를 전시하는 개인 쇼룸으로 변모해버렸다. 아름답게 포장된 공간들을 구경하며 나 또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다들 너무 행복한 것 같은데 나만 불행한 것은 아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나 또한 나의 쇼룸을 최대한 열심히 꾸며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결국 포장에 능하거나 업로드를 꾸준히 잘해내는 몇몇 사람들만 살아남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업로드 자체를 포기하며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포장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소통 방식인 클하의 등장 배경이다.

 


 

클하의 가장 큰 난관은 가입이다. 독자도 가입하려 했지만 제약이 많아 일단 뒤로 미뤘다. 클하는 1인 1계정을 원칙으로 하며, 그 계정의 정체성은 ‘사람’이어야 한다. 브랜드 계정은 커뮤니티 규칙 위반이며, 한 사람이 두 개의 계정을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원칙적으로 실명을 사용해야 하고 이름의 변경도 제한적이다. 하나의 계정을 한 명의 실존하는 존재와 일치시키기 위한 클럽하우스의 노력이 느껴진다.

실명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갖는 장단점은 너무나도 뚜렷하지만, 클하에서는 이 실존성이 안전성과 신뢰감을 부여하는 데 확실하게 기여한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신뢰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익명성이 주는 자유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춘 상태로 안전한 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가입 제한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세계에 대중화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클하는 아직까지 아이폰에서만 출시해 안드로이드 정식버전을 다운 받을 수 없다. 다운 받은 후 앱에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지만, 초대받지 않은 사용자는 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초대를 받거나 친구 중에 내 휴대폰 번호가 있고 서로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클하에서는 친구에게 푸시알림이 갈 수 있다.

그 친구가 "OO이 가입했는데 수락해 줄래?"라는 문구에 대해서 승낙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이처럼 문자가 오렴 비로소 클하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에게 초대받지 못하고 누군가가 승낙을 해주지 않을 경우 클하를 이용할 수 없다. 다만 '번개장터' 등에서 초대장을 사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예전에 1만5,000원씩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가입이 완료되면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하는 창에 휴대폰 인증과 함께 대한민국 +82 국가번호를 사용해 입력을 진행하면 된다. 이때 트위터 계정 가입자라면 트위터 개인정보를 그대로 가져와도 된다고 한다. 이름과 유저 네임을 입력할 때는 @ 뒤에 영문이나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점은 트위터와 같다. 다음 썸 네임 이미지도 등록하고 팝업창에서 OK 버튼을 누르면 클하가 연락처에 접근한다는 메시지가 뜨고 이곳에서 확인을 눌러주면 사용자의 친구 리스트가 업로드된다. 모두 팔로우가 가능하고 선별 팔로우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게 영어로 되어 있고 카테고리만 20여가지 되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클하의 등장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원하는 대화, 즉 ‘대화 취향’을 알아갈 기회가 생겼다. 우리는 일상에서 ‘원하는 대화’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원하는 대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된 건 아닐까. 이는 마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사실 우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지’에 관한 충분한 고민과 경험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조건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한정된 대화 패턴만 되풀이하며 일상에 지루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좋은 대화는 막혔던 감정을 풀어주고 의식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주어 쳇바퀴 같은 삶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한다. 우리를 쉬게 하고, 또 성장하게 하는 대화의 기능을 클럽하우스에서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클하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한국 커뮤니티 운영진으로서 받는 다양한 질문들을 보면 놀랍게도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을까 두렵다’, ‘클럽하우스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에티켓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모더레이팅을 잘하고 있을까’, ‘내가 운영하는 방의 인원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질문과 걱정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부러 왜곡된 시선으로 ‘다 자기들이 얻는 게 있으니까 그렇지’라며 위악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대다수의 사람은 잘 디자인된 환경 속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마주할 경우, 상대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원하는 우리는 함께하는 상대방이 즐거울 때 당연히 나의 기분도 좋아진다.

우리는 두려움이 촉발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으나 선의의 연결을 추구하는 욕망과 공감의 욕구도 함께 가진 복합적인 존재다. 관건은 클럽하우스 서비스가 어떤 측면을 더 살려주느냐에 달려 있다."(p.140~141)

 


 

저자 : 김경헌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다국적 컨설팅 전문 회사인 맥킨지McKinsey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컨설턴트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쓰고 모잠비크와 남수단에서 수개월간 봉사하며 지냈다. 이후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실 산하 농업진흥청에서 근무했고, 귀국 후에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 망해 폐업의 쓴맛을 보았다. 두 번째 창업 도전으로 ‘빅데이터’ 관련 IT 벤처기업을 시작해 운영하다가 매각했다. 그 후 IT 기업 임원직, 비영리 재단인 엔씨문화재단 사업팀장을 거쳤고 현재는 ESG 컨설팅 및 투자사인 ‘HGI’에 몸담고 있다.

 

저자 : 검정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시대에 흐름에 마음의 흐름을 맞춰서 살다 보니 자신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엔잡러’가 되었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만큼 각각의 직업에 따른 자아가 있고, 이 자아들을 살피는 데도 관심이 많다. 포항 MBC 및 YTN 기상 캐스터, SBS [모닝 와이드] ‘연예뉴스’의 진행자로 방송 활동을 했다. 현재는 인문예술 커뮤니티 [언어의 정원] 운영자로서 독서 모임을 열어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 밖에 기업의 북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 : 신영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글로벌 IT 회사인 우버Uber의 한국 지사에서 우버이츠Uber Eats의 출시와 철수를 모두 겪은 후,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부서 이동하여 우버이츠의 ‘글로벌 프로덕트 오퍼레이션Global Product Operations’을 담당했다. 2021년부터 쿠팡에서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투 머치 토커’의 삶을 살던 중 2021년 1월 운명처럼 클럽하우스를 만나버렸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인 〈커뮤니티 클럽Community Club〉의 관리자로 활동하면서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 클럽을 설립하여 운영 중인 한국 클럽하우스의 산증인이다.

 

저자 : 신호상

버거킹 코리아 마케팅 총괄 담당(CMO) 상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회계학 학사,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회계학과 통계학 석사를 졸업했다. 그 후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국내외 유통, 소비재, 식품, 통신, 전자 기업의 전략, 신사업, 마케팅, 오퍼레이션operation 개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등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였다. 2017년부터 버거킹 코리아에서 CMO로서 마케팅 전략, 제품 개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다. 버거킹 〈사딸라 올데이킹〉 광고로 ‘2019 서울영상광고제’에서 동상을, ‘2020 에피 어워드 코리아Effie Awards Korea’ 식품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저자 : 이종범

웹툰 작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의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0대 시절부터 만화가의 꿈을 키워 온 자타 공인 만화키드이며 2009년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하여 2011년 심리학을 소재로 삼은 최초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연재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2011년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우수상(문화관광부 장관상), 독자만화대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에세이집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등을 저술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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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 말은요
고송이 외 지음 / Book Insight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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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대재앙에서 인류는 무엇을 배웠을까. 많은 사람들은 백신을 우선적으로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막기 위한 백신의 제조는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의학적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 앞을로도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됨에 따른 최선의 예방책이니까 코로나가 남긴 유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는 피해 예방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거리 두기'다. 거리 두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인문학적 거리 두기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정 거리(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고 인문학적 거리 두기는 '소통의 거리 두기'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인류는 그동안 일상 생활에서 친한 사람일수록 거리를 가까이 하는 경험적, 관습적 습관을 갖고 있다. 이 습관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래야 친밀도도 높아지고 돈독한 친밀감이 형성되면 두 사람 간의 소통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표정, 눈만 봐도 상대의 의도를 알아채는 관계로까지 발전된다.

 


 

소통은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것이 바탕이 돼서 사회 생활도 원활해진다. 또 대인 관계가 좋아지면 삶도 윤택하고 풍요로워진다. 소통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적 공간은 이로 인해 없어지거나 크게 제약받는 등 침해를 받게 된다. 사적 공간을 침해해도 괜찮은 사이라면 아마도 가족 관계일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관계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사적 공간까지 침해되는 것을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기서 소통 역시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적 공간까지 침해 당하면 '나'를 지키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통의 중요성 때문에 개인의 사정은 염두에 두지 않고 소통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 책 『그러니까 제 말은요』의 저자 고송이도 강요된 소통은 건강한 소통이 아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상대방과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선을 지키며, 나를 지키는 것이 진정성 있는 건강한 소통이다"며 "소통을 잘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당신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소통을 마주 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통을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해도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의문을 갖고 있다.

우리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소통을 무조건 잘하려고 하지 말자고 조언한다. 지금은 적당히 나를 지키고 상대도 지켜 주는 ‘소통의 최소한’이 필요한 시대이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소통을 잘하는 방법보다 스스로를 지키며, 상대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건강한 소통을 제안한다.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디지털 시대에 온기를 더하는 소통과 오해를 줄이고 호감을 주는 소통, 나를 지키며 나를 성찰하고 진심을 더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의 구성은 일곱개의 장(章)으로 이뤄지며 맨 먼저 현재의 소통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점부터 지적하고 생각의 전환을 주문한다. 이후 문화 차이도 통(通)하게 만드는 소통에 대해 설명하며 화(火), 역(逆), 정(情), 통(通)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의 소통에 대한 깊은 사유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온기를 전하는 소통과 관계의 새로 고침(F5, 컴퓨터 자판 : 독자 주)을 위한 소통 챌린지, 호감소통 등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정리한다. 개인적으로는 소통의 오해가 생기는 5가지 이유, 오해의 틀을 깨는 3가지 방법, 갈등해소를 위한 3가지 방법처럼 요약정리 책 같아 읽기에 매우 편하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저자의 배려로 읽힌다.

이 밖에도 나를 지키는 소통 방패와 소통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건네는 나침반처럼 일반 자기계발서의 처세술이 아닌, 나부터 지키고 일상의 행복을 만들라는 마음 단련이나 수련을 위한 조언들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저자는 원하지 않는 상황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자신으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경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의 권리와 안전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경계를 세우고 거절을 하되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은 각자 타고난 DNA와 환경적인 다양한 요소들로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의 틀, 즉 나와 상대방은 다르다는 인식과 인정을 하지 않고는 소통이 시작되기 어렵다. 저자는 이에 따라 소통의 새로 고침을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①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서 오해의 틀을 깰 수 있는 방법 3가지 ②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해소를 위한 방법 3가지 ③이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는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오해의 틀을 깨는 3가지 방법은 완곡함이 아닌 정확하게 표현하고 나만의 고정관념과 그릇된 신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첫째, '적당한 표현이 아닌 '정확한' 표현으로 바꿔라. 둘째, 고정 관념을 갖게 하는 '대표 의미'를 지워라. 셋째, 나에게만 유리한 신념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라 등 3가지다.

 


 

따뜻한 온택트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 상대방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본인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며, 분명한 메시지 전달을위해 정확한 발음으로 소통하며, 시선 맞추는 시선 처리와 표정 그리고 얼굴 뒤에 비치는 배경화면을 단색이나 깔끔한 것으로 설정하는 등 다각도의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상대를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무례한 사람들의 유형인 지배자형, 질투의 화신형, 심판자형, 무지형들에게 대처하는법도 제공한다.

"우리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진심을 담은 소통을 해야 하는 나 자신과 상대방이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내 마음을 아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이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다."(p. 265)

 

저자 : 고송이

 

(이 책의 저자는 8명의 공동저자이지만 대표 저자만 여기에 소개한다. 공동저자의 이력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에듀고(Edu Go) 기업교육연구소 대표.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를 마쳤으며,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CS컨설팅, 온라인·오프라인 사내강사양성과정을 주제로 기업과 공공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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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균형의 힘
이현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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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말하는 균형은 양쪽의 힘이 같을 때 한 쪽으로 쏠리거나 한 쪽이 파괴되는 등의 어떠한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물리적 법칙은 우주 내 모든 물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천체의 움직임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균형적이고, 밀어내는 힘도 엇비슷할 때 충돌하거나 파괴되는 일 없이 일정한 움직임이 계속된다. 이는 소우주, 우주의 한 부분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인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몸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뛰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힘들 것이다. 숨 쉬는 것도 들숨 날숨이 같아야 계속 숨을 쉴 수 있다.

이 책 『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이현주는 우리의 삶과 물리학의 물체의 특성을 접목시켜 삶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게 잘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옛날 동양에서는 과유불급과 중용이란 말이 삶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과유불급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고, 중용이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욕망을 절제해 삶의 균형을 잡으라 했고, 기독교에서도 탐욕은 죄악으로 규정했다. 모두 삶의 균형이란 시선으로 보면 같은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균형은 이처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고 균형이 무너지면 삶도 무너진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로 균형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 무의식적으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울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 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넘어지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통이 오는 것처럼 경직된 습관도 마음을 해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황에 맞게 자세를 바꿀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적응력으로 읽힌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만나온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삶에서 균형의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번아웃이 찾아온 직장인,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자꾸만 마음이 심란하고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 같은 마음의 증상은 대부분 방치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상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삶을 운용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내 마음의 균형은 잘 잡혀 있는지, 이미 흐트러진 균형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내면은 좀 더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 출판사 측의 조언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마음이 보내는 알람, ‘균형을 맞출 시간입니다’”에서는 마음의 균형이 맞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상들로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설명한다.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 중의 하나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꼬인다면, 어떤 관계는 원만한데 어떤 관계는 갈등이 생겨 힘들다면, 일상이 심심하고 지루해졌다면 균형을 점검해봐야 한다.

2장 ‘삶의 균형이 깨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에서는 불균형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나는 불안, 번아웃, 우울, 중독 등의 증상에 관해 다룬다. 차라리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업무와 휴식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3장 ‘내 삶의 가치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기’에서는 이성과 감정, 일과 휴식 등 우리가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살기를 원하고 지향하며, 그 가치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적용하고 운용함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과 조화가 필요하다.

4장 “균형 맞추기, ‘균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에서는 자신이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균형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주변보다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생의 주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욕구와 환경의 요구를 살펴야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삶의 균형'이란 말을 대할 때 독자는 '워라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또 얼마 전부터 정부의 노동의 강도를 약화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생각난다. 워라벨은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워라밸이 등장은 오래전에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워라밸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쓴 슬로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쉽게 워라밸을 외치지만 삶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칫 '적당히'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일하기 싫으면 내세우는 구호쯤으로 폄훼할 수도 있다. 특히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논다는 개념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하다. 더욱이 돈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 남보다 잘살기 위해 24시간 일해왔던 사람들에게 워라벨은 '등 따뜻하고 배 부른 소리'라고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굳이 정부의 슬로건이 아니라도 과로나 지나친 운동, 일에서 오는 지나친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슬로건도 적당량의 일 이후에는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이지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취미 생활은 휴식의 한 방법이고 건강한 휴식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강조한 것은 상항이나 조건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자신이 변화하면 된다. 변화하기 위해선 일을 대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균형,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늘 자신을 갈고 다듬어 조금씩 나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저자 : 이현주

 

한양대학병원과 서울대학병원에서 병원 수련을 거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삼성전자 열린상담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냈으며,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상담센터 센터장을 7년간 역임하였고, 넥슨, 안랩 등에서 직장인을 상담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20년 넘게 다양한 직종과 직급의 직장인을 상담·코칭하면서 내담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하여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직장인을 위한 마음사용설명서』 『도대체 내 마음이 왜 이럴까』 『관계의 99%는 소통이다』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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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
김동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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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가 유럽의 시대라고 했다면 20세기는 미국,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아시아의 시대라는 것은 중국의 부상을 뜻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을 빼놓고 오롯이 중국의 시대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인 면만 아니라 군사 외교적 문제가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시대는 채 막을 올리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쳤다. 기존 미국의 견제뿐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 전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불시에 닥쳐온 것이다.

4차 산업시대를 앞두고 커다란 벽에 부딪친 동북아 3국 중 가장 피해가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역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이 책 『혼돈의 시대』는 이 점을 포함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대한민국의 경제 및 산업 등 다방면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어떤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할지를 제시하는 목적으로 발간되었다. 저자 김동원은 "역사적으로 2020년대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한꺼번에 맞물려 큰 변화를 초래한 시대는 드물다"며 "미중무역갈등과 유례없는 팬데믹에 기후 변화까지 지금의 시대는 긴 역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기로 기억될 것이며, 혼돈스러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통찰하고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본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골몰했던 2010년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던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으로 G1 국가인 미국의 위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경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함으로써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졌다. 양극화로 중병이 든 자본주의와 부족정치로 갈라진 각국의 정치판도 부족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2020년대를 향한 세계는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 곳곳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도대체 우리의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라도 한번쯤 가졌을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책은 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1918년 6월 하순에 시작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명의 감염자와 2,000만에서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만들었던 ‘스페인 독감’이 일어난 지 꼭 100년 만에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기준 1억 3,472만 명의 감염자와 292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계속되고 있다. 100년 만에 세계적 유행병이 재발했다는 사실만으로 2020년대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 폴라니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총체적으로 ‘거대한 전환’이라고 지칭했던 국제정치 판도를 비롯한 세계를 움직이는 틀의 전환과 비슷한 양상이 2020년대에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기적 전환기라고 할 만하다.

첫째, 국제정치적으로 100년 전 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ica) 시대가 끝나고,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주도권의 혼돈기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100년 전 영국의 경제력 쇠퇴와 독일의 경제력 확대가 진행되었던 반면에 20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경제력이 팽창하는 이른바 G1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제금융 측면에서 1910년대는 금본위제의 붕괴가 진행된 시기로 금본위제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0년 전 파운드 중심의 세계금융체제 붕괴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왔던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넷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을 비롯하여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구조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충격으로 평가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IMF는 세계 경제가 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 2020년대의 상당한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각국의 정치 흐름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192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3년 독일의 히틀러)이 일어났다. 2020년대에는 영국의 브렉시트(2016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출현(2017년)으로 대표되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정치적 부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강점인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 100년 전 기술적으로는 산업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여 2020년대는 기계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나아가 ‘데이터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책에 따르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어느새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했다. 2020년대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붕괴하고 있는 기존 중심세력이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와 새로운 세력이 원하는 ‘세계 지도력’이 계속 충돌하면서 2020년대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미국의 혼란은 곧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잡을 ‘세계의 경찰’이 없는 세계의 혼란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악화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미·중 간의 무역마찰 이면에 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간의 체제 마찰을 넘어서 세계의 정치경제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양상은 ‘신냉전(The New Cold War)’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애플사가 발표한 〈2020년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2018년 45개국의 1,0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상위 200개 공급기업의 국적은 대만 46개, 중국 41개, 일본 38개, 미국 37개, 한국 13개이며, 생산에 참여한 공장은 809개로 중국 380개, 일본 126개, 미국 65개, 대만 54개, 한국 35개다. 놀랍게도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 사슬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2018년 더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이 9개, 삼성SDI 공장이 5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의 경우 소매가격 1,200달러 중 부품비용은 370달러이며, 부품 중 단일비용으로 가장 큰 부품은 액정화면이다. 이 액정화면 값 110달러가 삼성 디스플레이에 지불되며, 부품비용의 가장 큰 몫은 일본 기업들에 돌아간다. 아이폰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폭스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지만 폭스콘이 받는 조립비용은 제조비용의 6%, 제품가격의 2%에 불과하다. 애플사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애플사의 제품들은 애플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중간재의 형태로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상품들은 특정한 하나의 나라 제품이 아니라 ‘Made in the World’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은 정치·경제적으로 역세계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글로벌 가치 사슬은 다소 위축되더라도 여전히 세계 무역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화의 틀과 각국의 국내정치 간의 충돌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국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와 직면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훼손하는 국가는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적 국익을 잃을 것이며, 반면에 정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내 문제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1994년 300만 명(대부분 미국)에서 1998년 1억 명을 돌파하여 2004년 10억 명, 2010년 20억 명, 2015년 30억 명, 2019년 40억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 세계 인구가 구글 서치와 유튜브를 하루 1건 이용하고, 이메일을 33건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생활하고 생산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했다. 1960년대 컴퓨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이후 스마트폰, 현재의 데이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기술적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생산하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이른바 ‘데이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 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별도의 장(章)을 마련하여 「절망의 대한민국」과 「희망의 대한민국」를 펼쳐 보이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이같은 대한민국의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이유는 세계적 흐름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지정학적 위치에서 오는 문제, 북한의 핵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특수성, 무역대국이지만 무역의존도가 너무 높은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책에 따르면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는 한미동맹과 외교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에서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국익을 놓쳐 우왕좌왕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대외적 대응 역량의 약화는 다른 위협 요소와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 몰락의 과정이 혹자가 경고하는 '동아시아의 베네수엘라'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간신히 버티며 평생 갈등 속에 살아갈 것이다. 죽어라 열심히 경쟁하고 일해도 생산성이 매우 낮고 보람을 느끼기도 힘든 세상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자칫 잘못 대응하다가는 우리의 50~70년 전의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만일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의 존립마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생각하면 끔찍한, 일어나선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어 해결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진행되는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의 일들은 벌써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다가올 운명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정치인의 사려 깊은 행동으로도 내년의 사건에 변화를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역사 이면에 끊임없이 흐르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경향은 변화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숨겨진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론을 바꾸는 상상력과 가르침의 힘으로 이 경향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진실을 주장하고, 환상의 베일을 벗기고, 증오를 버리고, 인간의 심장을 뛰게 하고 마음을 일깨우는 그런 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뚜렷한 대응 방안은 아니지만 우선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저자 : 김동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화폐금융을 공부했다.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2000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세상 살피는 일을 익혔다. 2004년 11월부터 2007년 말까지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현장을 경험했으며, 2008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일했다. 2010년부터 2년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시사경제를 강의했다. 50여 편의 논문과 《금융 기업 구조조정 미완의 개혁》(박영철· 박경서 공저, 2000), 《화폐금융과 경제활동》(김기화 공저, 2003),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2018) 등의 저서가 있으며, 중앙일보에 《김동원의 이코노믹스》를 연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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