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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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월에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제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꺼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아직 학술적으로 정착된 용어는 아니지만,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열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로봇을 둘러싸고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로봇은 최근 대중적 관심을 듬뿍 받고 있지만, 사실상 로봇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되었다. 로봇은 오랫동안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가 20세기 후반에 산업용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후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보토피아'는 아름다운 미래다. 인간이 힘들게 해오던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물질적 풍요와 시간적 여유를 누리는 세상이다. 이와 반대로 로보칼립스는 끔찍하고 어두운 미래다. 인간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경제적 궁핍 속에서 생존을 위해 허덕여야 한다. 과연 어떤 세상이 우리를 기다릴까?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단언한다. 인류의 역사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양극단의 세계 중 하나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로봇이 가져올 변화에 잘 대응하여 찬란한 커리어를 이어갈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통찰을 게을리하다 갈 곳을 잃고 패배자로 전락할 것이다.

 


 

이 책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의 저자 제이슨 솅커는 직업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직업의 과거를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과거 산업혁명기에 일어났던 직업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자동화 시대에 겪게 될 직업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바짝 다가온 '로봇시대'에게 우리 인간의 일자리를 내주고 실업자로 전락하는가에 대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인 제이슨 솅커의 깊은 고찰이다. 뿐만 아니라 로봇의 일반화가 진행될 경우 파생되는,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 로봇과 인간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스미스(Smith)는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성이다.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800년까지, 대장장이(blacksmith)는 중세와 근세 동안 가장 흔한 직업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이 직업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나머지 그들의 성을 ‘스미스’로 지을 정도였다. 그래서 자신들의 직업이 아예 사라진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현 시대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며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산업혁명기의 사라진 대장장이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를 분석한 후 노동의 단기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의 현재와 최근 동향을 살핀다. 그런 다음 미래를 전망한다. 자동화의 부정적 영향을 크고 빠르게 받을 직종과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될 분야를 논한다. 산업혁명 속에서 사라져 간 대장장이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역량으로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며 도전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일자리의 미래를 제시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로봇과 자동화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전 지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장단점을 살피고 이 제도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교육에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로봇 시대에도 끄떡없는 일자리는 앞으로 어느 분야에 있을지를 알려 준다. 격변하는 로봇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미래 기술 산업의 도래 이후 인공지능 로봇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주어진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길거리에서 부쩍 자주 볼 수 있는 차종이 있다. 바로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일론 머스크가 만들어 낸 전기자동차 테슬라이다. 일론 머스크는 조만간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을 완성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말이 전혀 허풍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무인 자동차가 거리를 점령한다면 수많은 운전과 관련된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이렇게 자동화는 바로 우리 코앞에서 인간의 직업을 위협하고 있다. 로봇의 침공은 운전과 같은 분야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전문직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사를 써내고 환자를 진단하며 음악을 작곡하고 소설을 쓴다. 이미 바둑은 인간을 압도하고 법률적인 조언을 하며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주식 거래를 해 인간의 돈을 빼앗아 간다. 길어야 앞으로 10년 안에 과연 무사하게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두려움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제이슨 솅커에 따르면 미래의 직업은 크게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자동화로 인한 산업의 부흥과 더 많은 일자리의 창출이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산업혁명 속에서 사라져 간 대장장이(스미스)보다는, 다양한 역량으로 기술 변화를 바라보며 도전하는 이들이 바로 오늘의 노동자인 것이다. 일례로 스마트폰은 로보토피아를 실현할 손안의 상점이다. 손안의 상점이 가져다준 전자상거래 시장은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것은 로봇과 자동화로 우리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미래의 직업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보편적 기본소득의 맹점, 교육의 중요성, 로봇 시대에도 밀리지 않는 일자리 등이다. 즉 변화를 거부하기 보다 변화의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의 수정과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묘사를 진행해야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이 순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따라 들어가본다.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기업들이 세제 혜택에 반응한다는 것에는 일치한다. 증가하는 국채, 사회보장제도, 인구 통계 등의 요소는 사람을 몰아낼 정도로 자동화를 급속히 도입하도록 하는 완벽한 세금 인센티브 폭풍을 만든 예이다. 세금 장려책은 현재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 전반에 지속 가능성을 넘어 자동화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국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81년 10월 1조 달러를 넘기기까지 205년이 걸렸다면, 채 5년이 되지 않은 1986년 4월에는 2조 달러가 되었다. 국채의 비율과 비례에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상황 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보장제도에 개혁이 없다면, 점점 불어나는 미국 정부 부채와 변화하는 인구 구조가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의 세수는 복지제도와 국채에 대한 이자로 모두 나갈 것이다. 국가 부채는 잠재적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하려는 정치적 논의는 부족하다. 개혁하지 않는 복지제도는 노동시장의 로보칼립스로 가는 가장 큰 위협이다. 개혁이 없다면 급여세는 상승할 것이고 고용주와 피고용인, 그리고 자영업자들은 일할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다. 처음 사회보장제도가 탄생했을 당시 현실 정치 기반으로 편리하고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보장제도는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노동시장에 로보칼립스를 끌어들일 위협으로 작용한다. 많은 노령층에서 복지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왜 이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 것일까. 답은 인구 통계에 있다.

미국 인구 성장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증가한다. 이것은 사회보장제도의 자금 부족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느 누구도 미국 인구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의 출산율은 1.93명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인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황금 수(golden number)'인 2.1%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스마르크가 1889년 복지제도를 만든 이래 미국의 기대 수명은 약 40세에서 80세로 두 배가 되었지만 출산율의 감소로 치명적인 결함을 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구가 고령화되며 문제는 더욱 커진다. 노령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 상실을 의미하며, 사람이 없는 자리는 필연적으로 로봇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복지 시스템을 지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급여세가 증가한다. 하지만 노동력 문제로 인간 노동자 대신 자동화로 대체되고, 기술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안이 로봇에 급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우리는 키오스크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노동자의 사회적 참여와 더불어 최저 임금제도 로봇의 도래를 앞당긴다. 급여세가 상승하면 고용주들이 더 많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고, 총 인건비 상승을 피하고 싶은 고용주들은 자동화와 키오스크화 추진을 앞당길 것이다.

자동화를 부추기는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보편적 기본소득도 다음 네 가지의 주요 문제가 있다. 인플레이션 심화, 세금 인상,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발전 저해, 사회 분열. 보편적 기본소득제는 다분히 정치적 성향이 강한 제도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본주의를 추구하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그 바탕에 공산주의적 이념이 있다는 사실은 크게 인식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본소득에 많은 수가 찬성하는 유럽에서의 통계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각 정부에서는 무한의 화폐를 공급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되었겠지만 넘쳐나는 통화량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상시화한다면 일하지 않아도 보상받는 것과 달리 물가는 그만큼 상승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자산 보유자와 채권자에게는 좋지만 고정 수입자들에게는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문제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법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더 높은 급여세, 법인세, 재산세나 로봇 노동 급여세와 같은 새로운 세금을 창출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확실한 사실은 '세금은 오른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혜자의 노동이나 활동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부의 재분배를 위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기술 개발이나 투자, 경제 활동 전반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 때문에 로봇세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많은 기업 지도자들도 로봇세에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마트폰과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로봇세에 대한 범위도 상당히 어려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삶에서 두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졸탄 이스트반Zoltan Istvan과 같은 '특이점주의자'들과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들은 인간이 앞으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미래에는 영원히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금은 여전히 부과될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기본소득의 구현과 함께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p. 162)

 


 

그렇다면 일련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제이슨 솅커는 답을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이 로보칼립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방어수단이며, 우리가 인간을 생산적이고 사회에 참여하는 구성원으로 준비시키기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 교육의 민주화를 통해 노동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온라인 교육은 초등부터 대학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오랜 준비 기간과 짧은 점화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는 그런 촉발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을 키우기보다 우리 스스로 미래의 일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연히 얻어걸리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바뀐 현실에 적응하고 변화의 흐름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것이 대면 교육으로 이뤄졌던 2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는 너무도 다양한 학습을 비대면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이 인간관계를 단절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전환과 함께 실질적인 학습과 노력을 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이 순환, 반복하는 것처럼 일정 부분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당히 직관적인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도록 배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현실적인 문제만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때는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이야기를 따라 먼 훗날를 생각하며 큰 크림을 그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저자 : 제이슨 솅커(Jason Schenker)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와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Futurist Institute)의 회장.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43가지 평가 기준을 통해 블룸버그가 선정한 최고의 예측가다. 이 중 유로화, 영국 파운드, 러시아 루브르, 중국 위안화, 원유 가격, 천연가스 가격, 금 가격, 산업 철강 가격, 농산품 가격, 미국의 일자리 등 총 25가지 평가 기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그가 내놓은 분석들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타임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 실렸으며 CNBC, CNN, ABC, NBC, MSNBC, Fox, Fox Business, BNN, Bloomberg Germany, BBC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행사에 참석하며 민간 기업, 공기업, 산업 단체 등 다양한 행사장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다. 일의 미래, 블록체인, 비트코인, 암호화폐, 양자컴퓨터, 데이터 분석, 예측, 가짜 뉴스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나토(NATO) 및 미 정부에서 자문 역할을 했다. 출간 도서로는 21권이 있고, 이 중 11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 『금융의 미래』, 『The Promise of Blockchain』, 『Futureproof Supply Chain』, 『The Fog of Data』, 『Robot-Proof Yourself』, 『Financial Risk Management Fundamentals』, 『Midterm Economics』, 『Spikes: Growth Hacking Leadership』, 『Reading the Economic Tea Leaves』, 『Be the Shredder』, 『Not the Shred』 등이 있다. 저서 『After Shock』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래학자로 선정되었다. 현재 오스틴에 거주하면서 주 및 연방 선거의 텍사스 당선인에게 조언해 주는 초당파적 기구 텍사스 기업 리더십협의회 소속 CEO 100명 중 한 사람이다. 전미법인이사회연합에서 정부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각종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다. 텍사스 내 저명한 초당파 리더십 그룹인 텍사스 레퀴움 집행위원회의 재무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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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집 정리 -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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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 정리란 책을 왜 냈을까. 처음 왜 이런 책이 필요하지란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직접 책을 펼쳐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누구나 거쳐야 할 부모님의 노환과 죽음이다. 평범한 가정이든 특별한 가정이든 이 점은 모두에게 닥치는 문제다. 따라서 부모님의 집과 짐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는 책을 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우리 주위에도 부모님의 사후에 집 정리보다는 짐 정리로 골치 깨나 썩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독자는 '물건은 버리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게 사려 깊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짐 정리는 정작 닥치면 어려워하고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형제가 없이 혼자라면 타인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으면 귀중품이나 돈으로 환산되는 물건을 빼고는 모두 쓰레기 처리하게 된다. 사는 곳 주민센터 등에 가면 폐기물이나 가구, 이불 등을 버릴 때 사용하는 폐기물 처리 부대 같은 것을 살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처리한다. 말 그대로 쓰레기로 처리하는 것. 이것도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편리함에 길들여지는 동안 부모님의 물건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결과다.

독자도 2년여 전 어머니 상을 당했다. 그 전에 아버지 상도 당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짐을 정리하기 위해 시도했다가 동생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던 경험이 있다. 옷을 물론 이불, 침구류, 식기, 생활잡화 등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동생에게 "어떻게 그리 매몰차냐"는 힐난을 면치 못하고, 결국 그대로 방치 후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짐 정리를 못한 상태다. 더욱이 어머니는 그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물건 중 상당 부분을 그대로 장롱이고, 린넨 창고 등에 그대로 보관해오고 있었다. 이젠 삼년째를 맞아 어머님의 짐 정리를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부모님의 집 정리』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이 책은 우선 부모님의 짐은 '부모님 삶의 기록이자 증거다'고 말한다. 짐 정리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마지막 시간'이란 엄숙함을 강조한다. 이후 짐 정리의 15가지 사례를 들며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 독자들이 알맞는 방법을 채택해 '아름다운 이별'의 기회를 제공한다. 15가지 사례의 대부분이 우리의 실정과 잘 맞는다. 현대의 역사를 일본과 대한민국은 떼려야 떼놓을 수 없는 악연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부모님 세대는 물건이 귀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2차대전 후에야 비로소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경제도 물질도 풍요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에게는 물건을 '아낀다'는 사고방식이 깊이 박혀 있다. 그들에게 물건은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도 '아까워서',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며 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웃나라여서인지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경제적인 면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오히려 우리가 좀 늦은 감이 있다. 우리의 산업사회로의 이전이 1960년대 이후 시작됐으니 패전 후 건설과정의 일본에 비해 다소 늦었다고 본다. 일본은 강점기 이전에 이미 산업사회(군수산업 위주로)로 바뀌어오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무척 아끼고 때가 끼고 광이 반들반들할 때까지 썼다. 독자의 기억에도 생생한 여러 장면이 많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이처럼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아끼다 결국 버리기도 더 어렵게 된다. 언제 또 쓰임새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집안 안 보이는 곳에 잘도 쌓아두신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이 책이 제시한 집 정리 가이드와 기본규칙 11가지를 옮겨 쓴다. 몇 가지는 독자의 경우와 거의 같고, 몇 가지는 다르다. 이 책이 15개나 되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 만큼 개인적인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항목만, 자신이 원하는 항목만 발췌해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부모님 집을 정리하기 전 기억해야 할 7가지〉

1.부모님의 집 정리, 이제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2.물건을 귀하게 여기던 부모님 세대 쉽게 버리지 못하니 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3.부모님의 집 안 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하라

4.정리 계획을 세우고 ‘정리 노트’를 작성한다.

5.혼자서는 어렵다.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한다

6.처분할 물건은 지역의 규정을 미리 확인한다.

7.누구나 한 번은 도중에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님의 집 정리 기본규칙 11가지〉

1. 분류한 물건을 둘 장소를 먼저 확보한다.

2. 코너를 정해 차례대로 정리한다.

3. 가족과 함께 정리할 때는 역할을 나눈다. 상대방의 처분 방법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4. 망설여지는 물건은 일단 보류하고 진행해나간다.

5. 한번에 다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 체력과 기력을 고려해 몇 번에 나눠서 정리한다.

6. 옷은 재활용법을 찾아 처분한다.

7. 한여름에는 집 정리를 피한다.

8. 추억의 물건은 유예 기간을 두고 정리한다.

9. 마음 먹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긴다.

10. 새 물건이라도 필요없으면 정리한다.

11. 혼자 사는데 많은 물건은 필요치 않다.

 


 

이 책은 의외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오며 크게 열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TV는 물론이고 경제 잡지까지도 ‘부모님의 집 정리’를 다루었고, 문화센터에서는 ‘부모님 집 정리’ 강좌가 개설되었다.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다가 부모님의 집 정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가족에 관련된 민감한 문제여서 공론화할 기회가 적었지만, 고령의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장년 세대 대부분이 안고 있는 문제다. 해결을 위한 노하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님의 집 정리’ 문제에 직면한 자식세대의 미혼율이 증가했다. 자녀가 없는 독신자도 드물지 않다. (TDB 경기동향 보고서 2018. 9. 5.) 노인 단독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독자의 생각은 그랬다. ‘정리 업체도 많은데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도 막상 부모님의 집 정리는 어려워한다는 것.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다. 대부분의 부모 세대는 물건을 버리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조차도 버리는 것을 아까워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서는 부모님의 집을 정리한 15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부모님의 집을 혼자 정리하면서 물건을 끝도 없이 내다버리다가 울어 버렸다는 사람, 늙은 부모님을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설득해 생활에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처분한 사람, 남편과 함께 여름 내내 짐을 정리한 사람, 맹렬한 속도로 정리해 이사와 집 매각까지 불과 몇 개월 만에 해치운 사람,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람, 정리하다 결국 중단해버린 사람……. 15인 15색, 같은 사례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례에서 보듯 부모님이 정리를 완강하게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은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해서 결국은 돌아가신 후 정리한 경우도 있다. 어려운 시절을 지내온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아끼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버리는 것을 죄악시한다. 또한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 마치 자신이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저항감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정리의 목적이 다르다. 자식 세대는 바닥에 물건이 많으면 위험하니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시도록 정리하려고 한다. 또 물건이 많으면 생활 공간도 좁아진다. 물건을 관리하는 것도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무엇이 위험한 것인지, 무엇이 불편한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환경의 변화도 두려워한다.

세 번째 이유는 정서적인 부분이다. 집과 물건은 삶의 기록이자 증거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지나온 시간이 담겨있기 때문에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추억이 담긴 물건, 평소 살뜰하게 모아온 취미용품, 즐겨 입던 옷가지 등 부모님의 흔적이 가득한 물건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숙제’처럼 다가왔지만 부모님과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었다는 내용은 인상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님의 집 정리’는 살아 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남겨진 물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부모님이 구입한 것인지, 대대로 물려받은 것인지, 추억의 물건인지 등 물건의 내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상황이 다르게 마련. ‘부모님의 집 정리’는 표준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진다.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은 모두 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각자 다른 형태로 부모님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양의 물건을 정리, 처분해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부모님에 대한 갖가지 감회에 젖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부모님의 집 정리가 힘든 일이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손쉽게 업체에 의뢰해 하루 만에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삶의 흔적이 가득한 물건들을 그렇게 한꺼번에 쓸어버리듯이 정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시면서 집을 정리한 경우, 부모님을 집으로 모신 경우, 부모님의 집으로 합가한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집을 정리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부모님의 집을 정리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만한 7가지, 부모님과 합가할 때 기억해 둘 것, 유료 서비스 이용의 장단점, 부모님의 집 정리 기본 규칙 11가지 등의 구체적인 팁들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앞 부분에 명기함, 독자 주) 또한 노령자를 위한 다양한 요양 시설, 치매의 초기 증상 등 가이드 팁도 실려있다.

특히 부록으로 수록된 ‘부모님의 집 정리 노트’를 활용하여 집 정리 계획부터 정리 과정, 정리 후 소회까지 하나하나 기록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시기를 조정하고, 계획을 세움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는 것은 내 삶에 대해 고민해보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가 된다. 20년, 30년 후의 내 모습을 미리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얼마나 소유해야하는지부터 나의 삶은 어떻게 정리해나갈 수 있을지 등 미래를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자도 이제 이 책의 지침이나 규칙을 이용해 짐 정리를 할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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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균형 -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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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을 지났고, 오늘부터 마지막 1년이 임기다. 적폐청산, 평등과 공정, 정의를 외치며 들어선 정부가 이젠 임기 1년만 남겨 놓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레임덕이 왔든지, 아니면 레임덕이 시작될 즈음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이어서인지 그 같은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적폐청산의 하나인 검찰개혁이 아직 말끔히 이루어지 않은 느낌이라서 찜찜하다. 공수처도 출범했지만 야당의 공세에 많이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후 존립 여부도 의문시 된다. 물론 법에 의해 출범한 공수처이니만큼 법에 의해 존폐도 결정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했던 명연설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종료된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독자는 법에 관한 서평 서두에 문재인 정부 출범과 임기, 검찰개혁을 왜 거론하는가. 법 때문이다. 독자는 법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적도 없어 법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검찰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갈등과 대립 등을 보면서 "법이 사회의 질서 유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긴 하나 보다" 하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법은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담긴 말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면 권력의 시녀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는 데 법처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고, 법관이나 검찰처럼 존경받는 기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법조계는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번 검찰개혁 갈등으로 드러난 법조계의 각종 치부는 법조인을 떠나 일반인들도 낯부끄러워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재판 거래'는 무엇이며 '공수처'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는 국민들의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낯추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의한 법조인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이익에 의한 법조인, 즉 사라져야 할 법조인 아닌가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법 얘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해가 별로 없다. 최근 1~2년은 '대한민국이 법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자조 섞인 국민의 원망이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세기, 1960~1990년 대는 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자의(恣意)라는 말은 자(恣)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의적이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데, 이현령비현령은 자의적(恣意的) 해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 법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타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고 법 집행의 법정주의를 정면으로배치되는 행위이다.

이 책 『법의 균형』이 쓰여져야 했는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법원이나 검찰 내에는 이른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고 한다.(독자는 검찰청이나 법원 청사에 직접 들어가본 적이 없어 확인은 못했지만) 이 여신상은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정의뿐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함께 상징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질서와 계율의 상징인 테미스(Themis)의 딸로서, 오늘날의 정의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여신이다.

정의의 디케에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오늘날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Justitia)가 탄생하였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Justice는 Justitia에서 생겨났다.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여기서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악을 판별하여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사전을 찾아 옮겨 적었음, 독자주)

 


 

이 책은 법이 말하는 가치나 균형점이 무엇인지, 또한 시민과 정의, 공정과 법치주의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인 관점에서 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해당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책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며 법의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이익와 이해의 사이에서 바라본 시선(1장), 혁신과 규제 사이(2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위기와 위험 사이(3장)에서 중심점을 잡는 요건과 체계 등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법의 지배와 법을 통한 지배(4장)를 구분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부분, 점진적 변화와 전진적 자세(5장)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며 시민의 법(6장)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건 및 변수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을 요구하는 용어로 인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책은 최대한 일반적인 관점, 그리고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법을 해석하며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용어들의 정리와 내용,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분했다.

 


 

법은 공평성을 근거로 균형론을 제시하는 제도권 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또는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할 때는 법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모르니까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 호소하는 것이다. 또 법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면 자신에게 유익한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법의 균형론'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최승필은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익과 이해를 둘러싼 각자의 주장과 논쟁이 갈등의 순환을 그릴 수밖에 없기에 불합리하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중간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p. 7) 여기서 법은 ‘균형적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의에 점차 수렴된다는 것이 저자의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법학자인 저자는 ‘균형적 합의’를 위해서는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가 필요하며, 좋은 법은 곧 ‘시민의 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 최승필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Maximilians Universitat Wu_rzburg에서 2년간 경제학을 수학했다. 같은 대학에서 경제공법으로 법학 박사Dr. iur. / Magna cum Laude 학위를 받았다. 법대를 나왔지만 경제를 좋아했다. 모든 사람들이 억울한 일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은행에서 십여 년 동안 기업 분석, 외채와 국제수지 등 일을 하다가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다. 공법, 비교공법, 헌법, 토지공법, 은행법, 경제법, 환경법, 재정법, 지방자치법, 국제경제법 등의 학회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중 몇몇 학회에서는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입법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국가와 국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심판 업무도 하고 있다. 법원 및 검찰의 학술 활동에도 참여하여 실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은 공직자와 변호사 그리고 전문인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도 하고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 미국 UC버클리 대학교 로스쿨UC Berkeley Law School에서 분주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 편견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기였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연구원의 객원 펠로우로 한중 공동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법의 지도』, 『법의 균형』,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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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일홍 지음 / FIKA(피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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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면서 느낀 점이 "감성 듬뿍 담아서 서정적인 서평을 써야겠다"입니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저자에게 실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자의 그림과 이름을 매칭해서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그림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에서 여러 번 본 기억이 나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이 무척 '감성파' '로맨티스트' '사랑꾼' 같은 느낌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 같네요. 이번엔 직접 책을 쓰셨네요. 그림은 물론이고.

내용도 우리 감정 깊은 곳에 감춰진 맑고 깨끗한 영혼까지 끌어내는 것 같아요. 오래 보관하고 싶은 책입니다.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고 감정이죠. 그럴 때 대부분은 좀 즐거운 일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면 친구와 노래방 가서 마음껏 발산해버리기도 하고, 술을 마시고 횡설수설하며 '나 아닌 나'를 떠나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자는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낙관적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는 그동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며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해왔다고 하니 글로 쓸 '거리'가 무척 많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관련된 글이지 않을까 해서요.

 


 

이 책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는데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서 해냈다는 거죠. 가끔 시인들 중에 글과 그림을 함께 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지만 에세이에서는 흔치 않은 일 같아요.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이 너무 너무 잘 맞아요. 독자로 하여금 글 읽고, 그림으로 감상해서 마음에 저장할 수 있게 해주네요.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저자의 재능이 선한 영향력을 독자들에게 미치는 것 같네요.

사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대개 감수성이 짙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들 중에 예로 들면 80~90%가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사람들이에요. 마음이 여려서인지 마음의 상처도 잘 받고... 옛말에 '연애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연애하면 감성이 크게 발달하겠죠. 그러니 글을 쓰는 것이 대부분 시적으로 표현되는 것일 터, 읽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감성에 위안 받고 카타르시스도 얻고요.

 


 

연애하면 시인이 되면 연애에 실패하면 뭐가 되나요? 실패해도 시인이 되겠죠? 시는 현실을 잊으려 애쓰고, 여행으로 도피도 해보지만 역시 세월이 약이겠죠. 조금씩 옅어지는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겠지만 그동안 마음의 상처를 잘 다루어야지 자칫 함부로 다루려다가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니, 시처럼 좋은 해결책은 없을 듯해요.

저자의 감정 처리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감동도 받아요. 어지럽고 아픈 마음은 글로 정리해 깨끗이 카타르시스화 하면 그것 역시 한 편의 시일 거예요. 시는 독자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데 에세이 독자들은 논리적인 글에 공감하는 것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에 더 잘 빠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책 한 권을 자신의 감정이나 풀어내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훨씬 어려워지겠죠. 공감했던 독자들도 금세 잊어버릴 거구요.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하는데 형식적인 위로를 뛰어넘어 ‘나(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115가지의 다정한 진심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당신이 어떠한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더 가지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 실패하고 상처받아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누구나 공감 가능한 마음속 이야기와 따스한 조언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밤이 그만 불안하기를,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제목처럼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역경을 주고 실패를 주고 난관을 줍니다. '다른 사람은 잘 사는데 나만 왜?'란 말은 삶에서 통하지 않죠. 가까운 사람들은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성찰하는 115가지의 말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자신을 뱔견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습니다.

 


 

저자의 부드러운 충고는 책을 덮어도 귓가에 맴돕니다. 조목조목 부드럽고 함께 아파하면서 해준 말은 이제 각자의 위로와 위안을 얻고 총총히 불빛 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꾸는 '내'가 있고, '너'가 있지요. 소통하며 서로에게 속삭이듯 정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있으니까요.

저자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난관에 부딪히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서럽게 울며 출구를 찾아 헤맸을 때, 그 어떤 날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앞이 흔들리고 빛이 보이지 않던 시절이 없었다면, 이 모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채 당연해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모른다”고. “잠시 넘어져도 괜찮으니 당신의 따스한 꿈과 아름다운 사랑을 놓지말”자고. 이제 나의 안부를 물으며 내가 가진 결핍을 용서하고, 더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자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그렇게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잠들고 싶은 밤이지만, 나도 모르게 네게 연락을 할까 봐 겁이 난다. 며칠만 힘들면 무뎌지겠지 하고 깜깜한 기분을 참아보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는 게 너무 버겁다.

이 와중에도 네가 내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한다.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던 행동들을, 나를 지치게 했던 말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잘한 선택이다.

- 「결국 그리될 것들」 중에서

 

누구보다 나를 잘 알던 사람과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걸 반복하다 보면 관계의 끝을 염두에 두고 만나게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끝이 더 이상 슬퍼지지 않는다. 슬픔을 예습하는 것. 이별에 무던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앞선 노력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그게 사랑이었다. 자꾸만.

- 「그게 사랑이었다」 중에서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이미 엇갈린 관계에서 희미한 희망은 그만 품고, 애매하고 무책임한 관계에서 힘들어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너의 가치를 높여가다 보면, 분명 너처럼 멋진 사람과 영원하고 싶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지금은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자양분 같은 시간일 뿐이니, 너는 너답게 살아가기만 하면 돼.

그러니 절대 작아지지 말고, 어느 순간에도 너를 잃지 마.

- 「너를 잃지 마」 중에서

 

저자 : 일홍

 

가려운 기억들을 내내 견디며 멀쩡히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주저앉을 때, 더는 애쓰고 싶지 않을 때, 허약해진 나와 맞서야 할 때, 그럴 때면 하염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행복이 망가질까 염려되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그리고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달을 때가 있다. 당신이 여기에 있어 내가 살아간다는 것, 우리는 결국 우리라서 살아간다는 것. 이 책에 꾹꾹 눌러 적은 진심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작은 어깨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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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균형 -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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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을 지났고, 오늘부터 마지막 1년이 임기다. 적폐청산, 평등과 공정, 정의를 외치며 들어선 정부가 이젠 임기 1년만 남겨 놓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이미 레임덕이 왔든지, 아니면 레임덕이 시작될 즈음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이어서인지 그 같은 우려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적폐청산의 하나인 검찰개혁이 아직 말끔히 이루어지 않은 느낌이라서 찜찜하다. 공수처도 출범했지만 야당의 공세에 많이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후 존립 여부도 의문시 된다. 물론 법에 의해 출범한 공수처이니만큼 법에 의해 존폐도 결정될 것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했던 명연설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검찰개혁은 종료된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독자는 법에 관한 서평 서두에 문재인 정부 출범과 임기, 검찰개혁을 왜 거론하는가. 법 때문이다. 독자는 법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법에 저촉된 행위를 한 적도 없어 법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선 검찰개혁 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갈등과 대립 등을 보면서 "법이 사회의 질서 유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긴 하나 보다" 하는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법은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담긴 말이다.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지금도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면 권력의 시녀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는 데 법처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고, 법관이나 검찰처럼 존경받는 기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법조계는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까.

이번 검찰개혁 갈등으로 드러난 법조계의 각종 치부는 법조인을 떠나 일반인들도 낯부끄러워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재판 거래'는 무엇이며 '공수처' '검찰개혁'이라는 단어는 국민들의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낯추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의한 법조인이 아니라 자기 조직의 이익에 의한 법조인, 즉 사라져야 할 법조인 아닌가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법 얘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해가 별로 없다. 최근 1~2년은 '대한민국이 법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자조 섞인 국민의 원망이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세기, 1960~1990년 대는 법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말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자의(恣意)라는 말은 자(恣)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의적이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데, 이현령비현령은 자의적(恣意的) 해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 법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타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고 법 집행의 법정주의를 정면으로배치되는 행위이다.

이 책 『법의 균형』이 쓰여져야 했는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법원이나 검찰 내에는 이른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고 한다.(독자는 검찰청이나 법원 청사에 직접 들어가본 적이 없어 확인은 못했지만) 이 여신상은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정의뿐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함께 상징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질서와 계율의 상징인 테미스(Themis)의 딸로서, 오늘날의 정의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여신이다.

정의의 디케에 형평성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오늘날 정의의 여신인 유스티치아(Justitia)가 탄생하였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Justice는 Justitia에서 생겨났다.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여기서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악을 판별하여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 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사전을 찾아 옮겨 적었음, 독자주)

 


 

이 책은 법이 말하는 가치나 균형점이 무엇인지, 또한 시민과 정의, 공정과 법치주의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인 관점에서 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해당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책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며 법의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이익와 이해의 사이에서 바라본 시선(1장), 혁신과 규제 사이(2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위기와 위험 사이(3장)에서 중심점을 잡는 요건과 체계 등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법의 지배와 법을 통한 지배(4장)를 구분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적인 부분, 점진적 변화와 전진적 자세(5장)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며 시민의 법(6장)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건 및 변수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전문성을 요구하는 용어로 인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책은 최대한 일반적인 관점, 그리고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법을 해석하며 우리가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용어들의 정리와 내용,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분했다.

 


 

법은 공평성을 근거로 균형론을 제시하는 제도권 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또는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할 때는 법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 모르니까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 호소하는 것이다. 또 법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면 자신에게 유익한 판결이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법의 균형론'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최승필은 법이 ‘불완전한 정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익과 이해를 둘러싼 각자의 주장과 논쟁이 갈등의 순환을 그릴 수밖에 없기에 불합리하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중간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p. 7) 여기서 법은 ‘균형적 합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의에 점차 수렴된다는 것이 저자의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법학자인 저자는 ‘균형적 합의’를 위해서는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가 필요하며, 좋은 법은 곧 ‘시민의 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 최승필

 

독일 바이에른Bayern 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교Julius-Maximilians Universitat Wu_rzburg에서 2년간 경제학을 수학했다. 같은 대학에서 경제공법으로 법학 박사Dr. iur. / Magna cum Laude 학위를 받았다. 법대를 나왔지만 경제를 좋아했다. 모든 사람들이 억울한 일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은행에서 십여 년 동안 기업 분석, 외채와 국제수지 등 일을 하다가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다. 공법, 비교공법, 헌법, 토지공법, 은행법, 경제법, 환경법, 재정법, 지방자치법, 국제경제법 등의 학회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중 몇몇 학회에서는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 입법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한 국가와 국민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심판 업무도 하고 있다. 법원 및 검찰의 학술 활동에도 참여하여 실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은 공직자와 변호사 그리고 전문인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으며,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도 하고 있다. 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 미국 UC버클리 대학교 로스쿨UC Berkeley Law School에서 분주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 편견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기였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연구원의 객원 펠로우로 한중 공동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법의 지도』, 『법의 균형』, 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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