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보물창고 백제왕도 공주 - 웅진백제 발굴 이야기 공주가 좋다 1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엮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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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마총 발굴 이후 공주 일대 유적 발굴은 우리 역사를 새로 쓸 만큼 많은 유적 유물이 발굴된 문화유적 발굴의 쾌거로 기록되고 있다. 아직도 일제의 식민사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일거에 사그러지고 말 많은 유적 유물이 발굴됐다. 이곳이 삼국시대 백제의 도성(수도)였기에 삼국시대 유물은 물론 수많은 구석기 유물까지 쏟아져나와 당시 발굴팀은 물론 모든 국민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 '쾌거'로 볼 수도 있을 듯싶다.

이 책의 저자(충남역사문화연구원)는 '우연'으로 표현하지만 독자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발굴 시도나 발굴을 계속하면서 발견한 무령왕릉의 발굴은 우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유적 발굴팀이 유적이 유무를 미리 알고 계획적으로 발굴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독자는 우리의 역사의식이 식민사관에 머무르지 않고 삼국시대의 유적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백제 문화의 실체를 책에서만 봐왓지만 믿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저자의 '우연' 표현은 좀 더 극적인 장면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독자는 국민들이 백제의 실체를 알고 믿었기 때문에 발굴이 시작되고, 결국 그 효과를 본 것이란 생각이다.

 


 

일제는 우리 나라를 오랫동안 식민 지배함으로써 영토, 민족, 심지어 역사까지도 그들의 뜻과 사관에 맞게 재구성하고 싶었지만 우리 국민은 그 식민사관을 믿지 않았고, 결국은 신라에 이어 백제 문화의 융성함을 증명해주는 유물 발굴이 이뤄진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어본다. 이로써 오랫동안 짓눌러 왔던 일제 식민사관은 서서히 꼬리를 감추게 된다. 예컨대 식민사학자들은 한반도에 구석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일제의 사관에 따라서다. 우리 민족이 뒤늦게 한반도에 들어와 살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조작'일 뿐이라는 것이 대거 발굴된 구석기 유물이 입증해주었다. 또 백제의 의자왕이 방탕으로 나라를 망하게 한 장본인으로 역사에 기술해 놓은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승자의 입장에서 쓴 기록이고 역사란 게 입증됐다.

 


 

이 책 『역사의 보물창고 백제왕도 공주』는 흥미로운 발굴 이야기와 슬픈 역사로 가득하다. 이 지역의 주인인 백제인들이 나라의 멸망과 함께 유적으로만 남아 역사적 사실을 증명해 주기에 슬프다. 무령왕릉의 발굴은 백제 역사와 우리 선사 시대의 유물도 많이 발굴돼 우연과 의지가 만들어낸 역사적 발굴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의 ‘공주가 좋다’ 시리즈 1권인 이 책은 백제가 한성에서 밀려 내려와 공주를 수도로 삼았던 웅진백제 시대만 다룰 것 같지만, 공주의 시간은 더 길고 오래 지속된다.

한반도의 역사를 다시 쓴 석장리 구석기 유적은 ‘한반도에 구석기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던 당시의 식민사관적 통념에 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일궈낸 발굴과 고고학의 성과이기도 하다. 석장리 구석기 유적도, 일제강점기 때의 송산리 고분군 발굴도 모두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공주를 둘러싼 우연의 결정적 장면은 무령왕릉 발굴이었다. 한국 고고학사의 일대 사건으로 불리는 무령왕릉 발굴은 백제와 우리 고대사의 빛나는 영광의 시간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처럼 역사기록이 전해지지 않은 시기인 선사시대를 비롯해 삼국시대의 백제, 심지어 가까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발굴로 밝혀진 공주의 역사는 유구하고도 찬란하다. 장선리, 수촌리, 공산성, 송산리, 정지산, 대통사터 등 흥미진진한 발굴의 현장에 아로새겨진 공주의 뿌리 깊은 역사를 돌아보는 탐험을 할 수 있다.

 


 

마을, 도시, 지역, 국가…. 한 장소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역사서에 남은 문장들을 신중히 판단해야 하고, 남은 유물과 유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역시 신중히 헤아려 들어야 한다. 생활 속에 이어져오고 있는 것들도 제대로 들여다보는 눈이 있으면 역사의 공백을 맞추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발굴은 과감하면서 치밀한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발굴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의 실상을 이해하도록 돕고, 또 부족하거나 유실된 기록으로 인해 그 실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역사를 온전히 파악하도록 한다. 또한 왜곡된 기록에 의해 잘못 전해졌던 역사를 바로잡는 데도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축소된 우리 역사의 실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굴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 고대사의 사료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정도에 불과한데, 너무 간략한 내용이고, 또 지금 눈으로 보기엔 뭔가 황당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몇몇 대목에서는 사료로서의 가치에 의심 어린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발굴을 통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또 중국 역사서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되었던 모습들이 실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삼국시대 이전의 일이라 사료에는 아예 없는 얘기들이지만 장선리에서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낸 것도 그러하고, 《삼국지》 〈위서〉 ‘동이전’ 마한 편에 실린 수수께끼 같은 문장과 장선리에서 발견한 마한의 토실 유적을 연결지은 것은 오롯이 발굴과 고고학의 힘이었다. 나뉜 칼 반쪽으로 자신이 아들임을 입증한 고구려 유리왕 이야기나 멀리 떠나는 정인에게 손거울을 반으로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들은 그럴듯한 설화로 치부됐다.

그러다 공주 수촌리 2지역 4호 무덤과 5호 무덤, 나중에 부부의 무덤으로 확인된 곳에서 반으로 나뉜 대롱옥 유물이 각각 발견되면서 그것이 당시 유행했던 부절(符節) 문화의 징표임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발굴과 고고학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장면과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한 장소의 역사를 더 입체적으로, 더 삶에 육박하게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발굴 장소들의 이름과 그곳에 담긴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은 공주를, 또 공주가 속한 호서와 충남 지역을 더 깊고 그윽하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무령왕릉 발굴 이야기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때의 송산리 고분군 발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길고 긴 이야기가 있다. 송산리 고분군 발굴 당시 공주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가루베 지온이라는 일본인 이야기는 지금도 그 진위가 알쏭달쏭하다. 그는 정말 무령왕릉과 함께 또 하나의 벽돌무덤이었던 송산리 6호분을 도굴한 주범이었을까? 어쨌든 그도 무령왕릉은 모르고 지나갔다. 대한민국 발굴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한 순간이 그래서 가능했다. 무령왕릉 발굴의 상세한 스토리를 따라 읽으면 1971년 7월 6일부터 시작해 8일에 절정에 달한 당시 현장의 흥분이 고스란히 따라온다.

당대 최고의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도 얼마나 놀랐을까. 1500년을 완전하게 닫혀 있던,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돼 정말로 영혼의 거처 역할에 충실했던 곳에 처음 들어가다니…. 그들의 눈앞에 지금은 공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진묘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왕릉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지석이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었기에 그 흥분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겠다며 몰려와 청동숟가락을 밟아 부러뜨리기까지 한 혼란의 시간들이 우스꽝스럽지만 한편 이해가 간다. 그것은 분명 대한민국 발굴사의 일대쾌거라고 할 만한 순간이었다. 백제의 미의식과 기술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거기 담긴 또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따라 가는 것도 이 책의 취지이자 미덕이다. 왕이 왕비에게 선물했던 은제 팔찌의 이야기는 로맨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중국에서 온 동전들과 일본에서 온 금송 목관 등은 당시 백제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교역사의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온 것이 있으면 간 것이 있고, 사람과 사연들도 오갔을 것이다.

무령왕비의 지석이 정지산에서 발견된 유적과 이어지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오래 전 왕과 왕비는 어떤 장례 절차를 거쳤을까. 과감한 상상력이 더해져 27개월의 그 기간을 상상해본다. 지금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문화가 존재했고, 어떤 삶의 양식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사라진 것들과 만나게 한다. 공주를 더 깊게 만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주가 좋다〉는 공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기 위해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기획하고 엮어낸 역사문화 교양 시리즈이다. 1,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고대 웅진백제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호서의 중심지이자 감영도시 공주에 새겨진 300여 년 조선의 역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와 더불어 근대 공주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1권 《역사의 보물창고 백제왕도 공주》, 2권 《호서의 중심 충청감영 공주》 의 출간을 시작으로 후속권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 :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엮음)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수집·조사·발굴하는 연구기관으로 2004년에 만들어졌다. 충남과 옛 호서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연구서 《충청남도지》 25권, 《백제문화사대계》, 《내포문화총서》 등 충남의 정체성을 밝힌 연구서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지역문화 소개 책자 등 다양한 종류의 연구 및 출간 사업을 진행했으며, 문화재 발굴과 정비 복원,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역사 대중화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문화재 발굴 사업 중 공주 지역의 장선리 마한 토실 유적, 수촌리 고분군 등의 발굴을 통해 백제 왕도가 되기 이전 공주의 역사 환경을 밝혔고, 공주 구도심의 대통사터와 정지산의 제향시설, 무령왕릉 주변의 발굴 조사로 백제사의 지평을 넓혔다. 땅 속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훼손과 멸실 위기에 처한 충남의 여러 문화자원을 찾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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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잠시 멈춤
구희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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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태국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귀동냥과 TV 영상 등을 통해 듣고 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물의 도시 방콕, 불교의 나라 태국. 더운 날씨로 적당히 게으르지만 먹고 살기에는 무난한 나라. 특히 쌀 생산량은 많아 자국의 국민들이 먹고 남을 정도여서 외국으로 수출한다고 들었다. 태국 쌀맛은 아직 못 봤지만 베트남 쌀국수는 먹어봐서 대략 어떤 맛일까는 알고 있다. 외국 가서 쌀밥이 그리워 한식당이 주위에 없을 경우 중국집을 많이 찾는데 거기서 맛본 밥맛은 우리 식성에는 잘 맞지 않은 푸슬푸슬한 밥.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태국의 수산시장에서 파는 각종 음식이 다양하고 맛있다고 한다. 식성은 개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맛있다는 사람과 맛없다는 사람, 모두 만나 들어본 바 있다. 방콕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사원과 수산시장이라는 말은 영상을 통해서도 많이 봤기 때문에 특이한 문화의 멋도 어우러져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까운 동남아시아 중에서 태국 방문객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독자의 취향에 맞는 것은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식견이 짧고 태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리라. 이 책 『방콕에서 잠시 멈춤』은 마치 명상 여행이나 스케치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줘서 관심 있게 읽게 됐다. 태국과 방콕을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 저자 구희상의 시선을 따라 충분히 즐거울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부제에 있는 '사색하며 들여다본'이란 말 더 울림이 있고, 끌림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사색한다는 것은 일반 여행과는 결이 좀 달라서다. 그러나 사유의 내용은 책에 기대만큼 나오진 않는다. 다만 방콕이란 도시와 그 주변의 여행지가 사색하기에 적당하고, 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 책은 여행자 혹은 거주자의 시선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는 인문 여행서 ‘두 번째 티켓’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라고 한다. 제목에 나온 것 가운데 관심이 가는 것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방콕에 대해 듣고 본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몇 개의 키워드를 찾아낸다. '지극히 주관적인 태국 음식', '육감적인 도시 방콕', '왕과 쿠데타, 이상한 나라의 태국 정치', '미녀와 밤문화' 등 서너 개의 눈에 띄는 문구를 손에 쥐고 재빨리 읽어나간다. 다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나오면 하나씩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노트북을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소개에 따라 방콕의 분위기나 방콕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말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소설에서 알랭 드 보통이 쓴 말이라고 한다. 저자는 친절하게 이 구절 아래 주석을 달듯이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 놓았다.

"사랑에 빠지는 건 대개 우연이 좌우한다. 우연한 시기에, 우연히 만나, 우연한 계기로 감정이 싹튼다. 이런 우연의 확률에 감탄하고 난 뒤부터는 이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희박한 확률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고."

 


 

출판사 측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썼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 되기도 하고 떠나온 고향일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하고많은 장소 중에서도 방콕을 품었다. 일주일 휴가로 다녀온 이후로도 두 번째 세 번째 방콕행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방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이다. 이유가 사라지면 그만 좋아할 것도 아니니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냐고 되묻는다. 이러한 애정과 믿음을 바탕으로 방콕의 이모저모를 떠올리며 책을 써 내려갔다.

책에는 ‘방콕’ 하면 떠오르는 태국 음식과 무에타이는 물론, 거대한 쇼핑몰과 기가 막힌 교통 체증 등 현지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아가 성적, 민족적 소수자들은 물론 방콕의 환경문제까지 ‘방콕 한 달 살기’를 두 번이나 한 사람답게 다양한 각도에서 방콕을 살펴보고자 했다. 잠시 자유로운 왕래가 어려워진 요즘, 방콕을 그리워하거나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래볼 수 있는,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권한다. 태국과 방콕을 정말 직접 가보지 못한 채 대한민국에서 '방콕'한 채 읽을 줄은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다.

 


 

도시는 늘 활기에 가득 차 있다. 생명력이 꿈틀거리고 살아있음을 표현하듯 24시간 밝다. 어둠을 감춘 채 밝은 곳만 보여준다. 대한민국 서울도 그렇다. 어둠을 몰아낸 채 24시간 활력에 차 있지만 여행객에게는 쉽게 어둠을 내주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교 문화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손님들에게 자신 집안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지 않듯이. 방콕은 태국의 수도이자 불교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태국에서는 가장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책이나 TV를 통해본 불교 사원은 왜 그렇게 화려한지 우리 대한민국의 사원들과는 확실하게 비교된다. 더욱이 황금색 탑들은 위용을 자랑하듯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다.

대한민국의 절이 조용한 산 속에 은둔하듯 자리잡은 것은 조선시대 유학 장려 정책에 상대적으로 불교가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방콕은 불교가 국교라 하니 많은 혜택을 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사원이 화려하다는 것은 우리 정서와 잘 맞지 않은 방콕의 독특한 문화이리라. 인근 나라 미얀마나 라오스 등의 국가도 사회주의 시절 많은 탄압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그곳들도 사원은 크고 화려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방콕은 불교 탄압 역사도 없으니 더욱 우아하고 화려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방콕을 찾은 이유 세 가지가 재밌다. 첫 번째 방콕행은 도망이 이유였다고 한다. 현실에서 도망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하는 말로 '현실도피'다. "지금이야 꿈을 위해 살겠다며 커리어고 뭐고 다 내팽개친 대책 없는 사람이지만, 소싯적에는 바짝 엎드려 살아온 소시민이었다."는 저자는 "나쁘게 말하면 쫄보, 항상 속해 있던 조직에 순응했으며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에서 낙오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현실에 얽매여 살았는데, 여행을 가면 그 스트레스가 풀렸다."

두 번째 여행의 이유로는 '현지에서 한 달 살기"였나 보다. "약간의 권태가 찾아왔다. 일상과 여행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내 일상의 모습이 여행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리적으로만 다른 곳에 왔을 뿐, 하는 일이나 습관은 서울에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가 많지 않은 나는 평소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돌아다니고 혼자 밥을 먹고, 저녁에는 혼자 영화를 보며 쉰다. 새로움을 찾아 이역만리 와서 머물고 있는데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다시 찾은' 방콕에서 발견했다. 대학교 때 백두산에 다녀온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너 참 멋있다."는 댓글을 달아줬다. 무엇이든 댓글을 달아준 건 고마운 일이나 백두산 사진을 보고서는 사진에 나오지도 않는 내 칭찬을 하는 건 대체 무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 시절이라 무슨 얘기든 꼬아서 들었던 시기였다. 그 자만심에 가려, 나는 또 다른 내 여행의 이유를 깨달을 기회를 놓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백두산을 보여주고 싶었고, 알프스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천지의 그 장엄한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때도 공감을 얻고 싶어 했던 것이다. 저자의 술회는 아련함을 준다. 여행 많이 한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쉽게 느껴지는 향수 같은 아련함, 그런 것이다.

 


 

태국 하면 들었던 이야기는 사원, 수산시장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밤, 홍등가, 섹스관광 등으로 대표되는 '밤문화'가 항상 오르내렸다. 태국은 모계사회라 한다. 모계 사회에서 가정의 책임을 여자가 지는 것 같다. 그래서 섹스관광 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얼핏 이해가 안 되지만 남성의 무책임이 덧대져 가난한 시절 여성들이 돈벌이에 나선 것이 섹스관광 문화로 이어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굉장히 자세하게 기술돼 있지만 독자들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이야기는 줄인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꽤 심도 있게 다뤘다.

손에 쥔 키워드 중 국왕 문제가 남아 있다. 저자는 '태국의 민주화를 기원하며'란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적었다.

"2018년 12월에 처음 태국 땅을 밟았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건물 곳곳에 걸린 왕의 사진과 초상화였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벽면 한쪽을 왕의 초상화로 도색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왕이든 최고지도자든, 누군가의 사진을 도시 여기저기 걸아놓은 나라는 태국이 처음이었던 것 듯하다. 사실 처음엔 새로 즉위한 왕의 얼굴도 제대로 몰랐다. 온통 황금색으로 칠해진 그림에서 그가 왕일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국사람들이 새 국왕을 꽤 좋아하는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태국 특유의 냄새가 좋고 땀을 줄줄 흐르게 하는 뜨거운 태양도 좋다는 저자는 방콕에 큰 빚을 졌다고 술회한다. "무심코 찾은 이 도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생의 의지가 불타기 시작했으며, 뜨거운 햇빛은 얼어붙은 나의 기분을 녹여주었다. 이방인으로서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었고, 방콕 사람들은 그런 이방인도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다양한 형태로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안을 얻었다. 그들처럼 세상을 떠돌며 사는 노마드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중략) 방콕은 나의 유일한 믿을 구석이다. 곧 방콕에 다녀오면 다 괜찮아질 거라 믿으며 오늘도 하루를 버텨낸다."

 

저자 : 구희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한 남자다.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는 딱 중간에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살아왔다. 한때는 이도 저도 아닌 자신에 불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 평범함을 끝까지 잃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자기 일은 스스로 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에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다른 욕심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그래도 삶을 돌아보니 항상 재미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내 마음대로, 더 자유롭게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기를 꿈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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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 - 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화병” 사용 설명서
박우희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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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 hwa-byung)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병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들만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화병으로 불리우는 게 우리말로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영어로 '화병'에 해당되는 단어가 없어 우리말 읽는 그대로 영어 철자를 사용해 옥스포트사전에 실렸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의학사전에는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병은 앞의 증세 이외에도 우울감, 식욕저하, 불면 등의 우울증상 외에도, 호흡곤란이나 심계항진, 몸 전체의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화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되나,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출현에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울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의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우울감이나 불면, 식욕저하, 의욕상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러한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이런 분노의 감정을 ‘화(火)’의 개념을 써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 『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는 할 말을 못 해서 화가 쌓이는 사람, 참는 줄도 모르고 참다가 폭발하는 사람, 뜻대로 못 해서 화가 치미는 사람 등 화병의 원인과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화’는 사람마다 울컥하는 지점과 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을 표현해도 상대가 알아주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화가 증폭되기도 한다는 것.

서양의학 백과사전에는 치료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를 통해서 화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뇌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시키는 약물들이 우선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 등에 작용하는 항우울제 역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환계 항우울제 등은 신체 증상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항우울제는 약물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에게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항우울제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2, 3주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는데도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이 책에서는 ‘천인지’ 방식을 통해 사람을 분류, 기질별로 나타나는 화의 유형과 파생되는 질병 그리고 치료법을 소개한다. 마음의 병에 특화된 ‘천인지 분류법’으로 화를 건강한 생명 에너지로 나 자신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사용하도록 이끈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화는 사람이 원인이다. 또 사람마다 화가 생기는 지점과 내는 방식, 푸는 방법도 다르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화를 다스리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유형 분류법 ‘천인지’를 소개, 사람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천’, 합리성과 사교성이 좋은 ‘인’, 의지와 실행력이 강한 ‘지’, 이 세 가지 천인지를 통해 자신과 주변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춤한 화병 치료법을 살펴본다.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팁들도 듬뿍 담았다. 특히 BTS 멤버들의 천인지를 소개해 빠른 이해를 돕고 천인지의 특징을 한껏 살린다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도 알려주어, 자신의 천인지를 열정으로 쓸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 한의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과 주요 내용을 먼저 살펴본다. 모두를 게재할 수 없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독자 임의로 선별, 여기에 싣는다.

1장-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화’

① 나는 얼마나 화가 쌓여 있을까?

② 화병은 정말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일까?

③ 화가 쌓이면 천 가지 병을 만든다

2장-천인지를 알면 화가 보인다

① 서양식 천인지, DISC

②방탄소년단의 얼굴, 말, 행동으로 보는 천인지

연예인들이 특히 공황장애를 많이 앓는 이유

3장-화를 생명 에너지로 바꾸는 천인지 3단계 건강법

① 1단계 : 화를 푸는 첫걸음은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② 2단계 : 상처 주고 화나게 하는 가족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

③ 3단계 : 나를 화나게 하는 모든 것을 내보내기

4장-화를 풀고, 화병을 치유해주는 천인지 요법

① 일대일 호흡만 잘해도 화가 풀린다

②자기 전에 하면 좋은 천인지 힐링 명상법

③ 임맥을 여는 데는 반신욕과 족욕이 좋다

④ 화를 돋우는 음식 vs 화를 풀어주는 음식



1장에 방탄소년단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대표의 말을 빌어 "음악 산업의 현실에 화를 내고 분노하며 맞서 싸운 결과가 현재의 방탄소년단"이라는 것. 화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한다면 방시혁 대표처럼 힘의 원천이 되지만 살기(殺器)로 쓴다면 결국 병이 되거나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화로 인해 생기는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건강하게 화내는 법'에 대해 천인지를 통한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2장의 키워드는 '천인지'이다. 저자에 따르면 천인지는 생각, 감정, 말, 성격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리병이 우리몸이라면 물줄기의 중심선이 ‘경락 선’이다. 흔히 우리몸에 12개의 경락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12개의 경락이 아니라 핵심 물줄기인 ‘경락 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천은 영성이어서 보이지 않는 가치적인 것을 추구하고 감각하는 에너지, 지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감각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인은 천과 지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라 말할 수 있다.

3장에서는 화병을 푸는 '치료법'으로 3단계 건강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1단계는 화를 푸는 첫걸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단계는 화나게 하는 가족이나 동료, 친구 등 타인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용서'는 무조건 상대를 받아들이고 보듬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용서하려 시도하는 것을 뜻하며, 만약 상대가 계속 나를 힘들게 한다면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면서 마음으로는 화라는 감정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한다.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치료법을 설명한다. 1대1의 시간으로 들숨날숨을 조절하는 호흡법, 폼롤러 맛사지법, 테니스공 마사지법 등 화기가 잘 모이는 곳에 즉각적인 마사지를 통해 혈을 풀어주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저자는 천인지법이 우리 전통의 한방의학의 치료법의 하나이며 더욱 연구 발전시켜 약물 없는 마음 치료에 다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천인지법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한의학적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오히려 치료 효과도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천인지 원리 공부를 계속할 것이고 침법 원리 교육도 펼치고 있다. 또 '생명의 뿌리 찾기'와 심리공부도 곁들여 마음 치료의 길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한의학과의 연계 치료에 응용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화병이라는 마음의 병 치료에 우리 고유의 한의학(韓醫學)이 바로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말은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사람의 본질적인 에너지는 사랑 에너지다. 내 몸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모두 나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걸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중요한 것은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감정의 주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내 감정은 나의 책임이라는 것도 알길 바란다. 이 말은 내 인생은 나의 책임이고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말과 같다. 사람은 사랑이다."(p. 298)



저자 : 박우희

행복한 치유자. 동해 바닷가 동네 울산에서 태어나 현대중공업의 큰 배들과 수평선을 보며 자랐다. 한약을 좋아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한약 달이는 냄새를 줄곧 맡다가 지금은 매일 보약 먹는 한의사가 되었다. 어릴 때는 사람과 동물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엄마에게 질문하던 어린이였고 청소년기에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이 어떤지 늘 궁금해하던 여고생이었다. 그리고 커서 경희대학교에서 한방 신경정신과를 전공하게 된다. 범정 정연구 선생님께 고조선에서부터 내려온 정통 침법을 전수받고, 천인지 원리 공부에 매진하여 ‘Trinity Acupuncture’ 침법 원리 교육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라이프 코치 토니 로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 감동받은 후 토니 로빈스의 ‘Mastery University’에 등록하고 토니 로빈스 그룹의 코칭을 받았다. 버트 헬링거의 ‘가족 세우기’를 통해 생명의 뿌리 찾기와 관계의 질서를 세우는 심리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호기심이 생겨 대학원에서 신기술 공부를 시도, 한의학에 응용하려 하고 있다. 천인지연구소를 통해 셀프케어 트리니티 자기치료기 보급과 천인지 원리교육 등 한의학의 생활화와 보급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는 암 난치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인지한의원을 강남에서 개원해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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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강석 지음 / (주)에듀넷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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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발생 1년이 넘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변이를 거듭하며 더욱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백신도 개발되고 치료제도 투여하지만 일부는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는 이미 지난해 나온 얘기다.

그러나 다소 안심 되는 부분은 있다. 백신 개발 이후 예방접종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접종을 인정하고 백신을 투여할 것을 요청하는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상황 종식은 전 인류의 70% 이상 백신을 맞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니 머잖아 이는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백신만으로는 올해 안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확진자 비율은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과학 기술은 깜짝 놀랄 정도로 진척되는데 왜 바이러스에 인간은 취약한가에 대해 다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이유를 밝혀낼 때다. 전 세계 인류의 일상을 일시에 빼앗아 버리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의 정체는 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더 근원적 예방이나 치료 또는 바이러스를 절멸시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어쩌면 인류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던 감염병 바이러스를 근절시킬 대안은 없는 것인가. 수시로 침략하는 바이러스 공포로부터 완전 해방될 길은 없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이 문제는 우주 개발에 앞서 이뤄져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이 책 『NEW 바이러스 쇼크』는 21세기 인류의 가장 큰 적이 변이를 거듭하는 '신종 바이러스'라고 진단하고 팬데믹의 종말을 가져올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발간됐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나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해야 할 숙명에 처해 있는 현대인들에겐 꼭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세계적인 감염 전문가가 알려주는 신종 바이러스 대응법과 지금껏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실체를 낱낱히 밝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직접 방역 일선에 있음을 주지시키고 함께 인류 생존을 위한 발걸음을 같이 하자는 의미로 발간했다.

COVID19(콜로나 팬데믹)는 인류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류가 지금껏 쌓아온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인류는 늘 그래왔듯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답을 찾아 대장정에 나섰으면 결국은 인류의 힘으로 팬데믹 종식을 가져올 것으로 희망을 준다는 데 이 책의 발간 의의가 있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바이러스 쇼크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문지식만 나열해 놓을 경우 정작 관련 지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외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영화 상의 바이러스 침공 같은 내용, 인류의 대책 등을 다룬 책, 잘 아는 명칭 사용 등으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장-21세기 생존 패러다임,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쟁

2장-바이러스의 정체 그리고 존재 이유의 실체를 파헤쳐라

3장-바이러스 X,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4장-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팬데믹,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다

5장-팬데믹의 종말을 위하여

이 책은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다. 전작인 『바이러스 쇼크』를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신종 바이러스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그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추가했으며 팬데믹 종식을 위해 인류의 노력이 어디에 집중되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최신 연구 내용들이 더해졌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 속으로 한걸음 들어간다. 책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각종 괴소문과 유언비어가 진실인 양 날개를 달고 어김없이 등장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도 예외가 아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인포데믹 현상'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더욱 확산되었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럴듯한 논리로 공감대를 얻으면서 사람들이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는 데 있다. 대중들이 감염병 유행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어설프게 판단하고 해석하려 드는 것은 감염병을 통제하려는 국가적 노력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포데믹 현상이 지역사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제어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차단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방역 당국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인류가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도 해결이 쉽지 않을 텐데 이런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 새로운 숙주 집단에서 서식하는 데 성공한 바이러스는 숙주에 대한 병원성(치명성)을 줄이고 숙주 개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염성을 높이는, 즉 치명성과 전염성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 팬데믹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절 독감으로 순화된 사실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저자는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유사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상상 이외의 희생은 치르지 않고 종식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지 않는다. 이에 팬데믹의 종말을 위해 먼저 할 일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부터 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도 감염될 확률을 크게 감소시키며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 행위 중 하나로 개인위생을 들고 있다. 손을 비누나 손 세정제로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세균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 모두도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절감한 사실이어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후 백신이 확대 보급되어 코로나19의 종식이 앞당겨지더라도 일정 기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손 깨끗이 씻기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 : 최강석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다양한 동물바이러스 연구를, 프랑스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바이러스 감염병 연구를, 한국국제협력단 수의전문가로서 몽골 정부의 구제역 방역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등 세계동물보건기구 동물 전염병 전문가로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동물 전염병의 국제적 확산과 방지를 위하여 다양한 국제협력지원활동을 해왔다.

현재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 전문위원회 위원 및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전문가 위원 등 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감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발표하는 등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생소한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바이러스의 습격』, 『Newcastle Disease』(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동시출간), 『전염병의 위협, 두려워만 할 일인가(역서)』, 『바이러스 쇼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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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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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글쓰기 교본을 보는 느낌이다. 저자 손화신 자신의 글쓰기를 시작할 때의 동기를 포함,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하고 차분하게' 써내려 간다. 글쓰는 사람의 덕목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의 마음속을 거닐듯이 쓰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든, 가끔씩 취미로 쓰든 글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다. 어떤 글이든 살면서 자주 맞닥뜨리는 게 글쓰기다. 꼭 문학적 글이 아닌 비지니스 글쓰기도 제 1원칙은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의 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독자들의 텅 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어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들었던 글쓰기 경험을 드러내놓고, 치유의 과정을 진솔하게 진술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같은 일은 없었지만 독자는 이 책을 '글쓰기 교본'으로 삼을 작정이다. 글이 잘 써지든, 한 줄도 못 쓰고 있을 때든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글쓰기의 혹독한 과정은 글쓸 때의 독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때로는 용기도 줄 것으로 믿는다.

 


 

요즘은 '대중지성의 시대'라고 한다.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SNS를 통한 소통으로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글쓰기 책 수십 권을 읽고도 자신만의 글쓰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책을 수십 권은 읽었지만 정작 글을 써보려 하다가 얄팍한 지식과 양심 사이에서 혼란만 겪다 결국 손을 들고 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손화신 저자는 그 이유 중 하나를, ‘글을 써야 하는 내적 동기를 찾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자로서는 부끄럽게도 적확한 지적임을 수긍한다. 어떻게 그렇게 예리하게 지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적 동기를 찾은 후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끝없는 자기 성찰'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부단히 성찰한다. 또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강연과 책을 통해 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나를 알기 위해서 쓰라고 말한다. 쓰기의 본질은 자아 확립 과정에 있다.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실제로 저자는 글을 쓸수록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면서도 삶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는 경험을 했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극심한 삶의 공허를 느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찾는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게 된 이후, 현실에 부닥치며 이리저리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이에 비해 독자의 글쓰기는 뚜렷한 내적 동기도 찾지 못한 채 얄팍한 지식으로 덤비다가 한 줄도 제대로 못 쓴 채 '소질' 탓만 해댔다. 이 말은 '자기 성찰'도 없었다는 말이다. 고백컨대 도가는 글이 안 써진다고 짜증스럽게 '소질이 없나 보다'고 푸념한 채 포기한 적이 여러 번이다.

 


 

저자는 글쓰기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안내한다. 이를테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감을 찾고,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문체를 짓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책도 다른 글쓰기 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저자의 이러한 과정은 자아 성찰과 치유를 통한 해방감, 자존감 등 내적 동기를 북돋아 지속 가능한 글쓰기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삶을 바꾸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힘든 과정을 습관처럼 반복하고 글쓰기를 할 때마다 되풀이해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깨닫는다. 쓰는 태도와 삶의 태도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을. 이는 저자가 작가 생활을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가끔은 내적 갈등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나 심적 고통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다음 글을 쓰는 원천이 되기도 하고, 이 책의 발간 취지와 잘 맞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 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느낌과 저자의 글쓰기 과정을 알아봤지만 결론에 이르는 말이라 다소 추상적이란 느낌이다. 이제 저자를 따라 책 속으로 들어가 구체적 사실에 접근해본다.

책에 따르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때가 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문제에 부딪히거나 잡다한 일상에 지쳐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내 안과 밖의 일로 속 시끄러울 때, 글쓰기만큼 유용한 행위는 없다. 차분히 자리에 앉아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저자의 이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자가 경험한 바를 앞세우는 것은 누구나 상황에 부딪치면 경험할 수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쓰기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며 몸과 마음이 고갈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미친 듯이' 노트를 채웠다. 저자의 고백처럼, 일종의 '소생의 시간'이었다.(p. 35) 저자의 직업은 기자다. 때문에 매일 글을 쓰면서도,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시작하고 결국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과 방법을,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에서 발견했던 저자의 내밀한 경험담을 담았다.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끔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글 쓰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고, 정체하게 만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어 다시 글쓰기 여정에 나설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흔히 글을 보면 그것을 쓴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용에 글쓴이의 생각이 담기는 것은 물론, 문체나 형식에서 성격이 묻어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글쓰기와 삶은 닮았다. 나를 드러내는 글일수록 읽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생기듯,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할수록 삶이 온전해진다. 수도 없이 퇴고한 글이라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는 것처럼 지난 일에 얽매이기만 하면 자신을 소진하게 된다. 자신의 호흡으로 문장을 고르며 글의 매무새를 만지는 일은 먹고살기로 환원된 현실 속 의미 있는 발단-전개-위기-절정을 찾아내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에 따라 ‘어떤 글을 쓰는가’ 혹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와 같은 판단은 ‘어떤 삶을 사는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가’로 대체할 수 있다. 저자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을 갖는다. “삶과 글쓰기는 닮았다”라는 통찰에 이른 저자는 글을 쓰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되는’ 순간들을 찾게 된 것이었다. 쓸수록 나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의 엉킨 타래를 풀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저자는 “글 쓰듯이 살고 싶다”며 거듭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다. 이는 곧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향해 부단히 자신을 극복하고 넓혀나가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렇듯 삶과 글쓰기가 공명하는 지점을 저자는 특유의 감각적인 시선과 정갈한 문장으로 포착해낸다. 더 나아가 좋은 글쓰기의 원칙을 자기 삶에도 적용하려 노력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써야 비로소 내가 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독자에게 자문해보길 권한다. 혹시 책을 내기 위해, 뻔한 형식에 갇혀 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서 작가는 멋 부리지 않고 나다움으로만 가득 채우는 글의 힘을 담담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읊조린다.

 


 

쓴다는 행위는 특별한 일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니다. 누구나 자아를 드러내고 밝히려는 태도를 지니고서 써나간다면, 그 결과물에 관한 어떤 평가도 무의미하다. 작가의 말처럼, “글쓰기는 목적 없이도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의 일이며,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주체’의 일이다.”(p. 59) 쓰기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쓰기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 쓸 게 없다고 생각했다가도 펜이 종이에 닿는 순간, 쓸 만한 것들은 차고 넘칠 것이다.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좋다. 당신이 누구인지, 언제 무엇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지 기록하라. 쓰는 경험이 쌓이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다. 또한 상처로 얼룩진 마음을 회복하고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쓰기는 자기 인생의 무게중심을 잡는 일이다. 삶이라는 태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저자는 쓰는 사람으로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얻은 값진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 또한 누구든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펜을 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저자는 독자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후 더욱 왕성하게 글을 쓰고, 쓰기를 통해 자신과 일상에 관한 낯설고 깊이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를 응원한다. 쓰는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되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를 넘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글쓰기가 삶이고, 삶이 글쓰기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내 트라우마, 불안과 공허, 슬픔과 아픔, 우울, 상처와 후회, 부담 등을 물감 삼아 글을 쓸 것이다. 나의 어두움이 같은 어둠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희미하게나마 발 앞을 비춰주는 불빛이 될 수도 있을 테니."(p. 175)

 

"글이란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혼자와 혼자가 만나 각자의 혼자를 응원해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을 일삼으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자기 글만 정답인 양하지 않는 사람들과 쓰기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큰 행운이다.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p. 217)

 

저자 : 손화신

 

감각 있는 글을 쓰는 대중문화 기자.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중심이 잡혔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씀으로써 더욱 나다워지고 자신을 한 뼘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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