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망치 - 리더·인재·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20개의 망치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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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동양 고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한자(漢字)이다. 아마 독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옛날 동양의 많은 나라들은 자국의 고유 문자가 없을 경우 예외 없이 한자를 사용했다.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중국이었기 때문이리라. 한자를 모르고는 정치 외교가 힘들었을 것이고, 국가간 무역도 한자에 의존했을 것이다. 일부 나라들은 중국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한자에서 음과 훈을 따와 자국의 문자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자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뜻글자이어서 각 글자를 따로 익혀야 의사 교환이 가능했을 터이다. 물론 자국민도 한자를 모두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글자는 2,000여자라고 독자는 들은 바 있다.

말할 때도 사성(四聲)이 있어 발음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고 하니 처음 들어본 노래는 가사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은 바 있다. 지금이야 표준어를 사용하는 모양인데 아직도 동쪽과 서쪽 말이 달라 서로 의사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 중국은 오랫동안 자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에 정치, 경제는 물론 문화, 언어까지 그들 말대로 '세상의 중심'이었다. 우리도 독립국가의 자격으로 함께 교류했으며 조선시대부터는 스스로 군신간의 관계를 인정하는 바람에 국가의 중대사를 모두 중국 황제의 허락을 받아 처리했다고 한다. 문자의 경우 세종 때 한글을 제정 반포했으나 조선 조정 대신들의 반대와 중국의 눈치에 사용하지 못하고 선언적 의미 이상을 갖지 못했다. 모든 공문서, 심지어는 우리 조정 내의 문서도 전부 한자를 사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글은 일제강점기 때 비로소 제대로 대우받기 시작한다.

 


 

이 책 『리더의 망치』는 30여년간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를 연구해온 김영수 저자의 역작이다. 당시에는 문자를 배우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대부 계급 이상이었다. 이에 따라 책은 이들의 행동과 학문을 규정하고 실천하고 배워 뜻을 펴는 것을 가르쳤다. 수많은 선현들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에는 군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몸가짐, 세상에 큰뜻을 펼치는 것을 가르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도 공자가 군자를 대상으로 가르침을 주는 말들을 적어 책으로 낸 것이다.

군자로서의 마음가짐과 마땅히 해야 할 행동, 백성을 위하는 마음 등을 책을 읽고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자(君子)란 사대부급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리더' '지도자'를 이른다. 수많은 동양 고전을 섭렵한 저자가 오늘날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뽑아 정리해 놓은 것이 이 책이다. 예컨대 "리더는 누리는 자가 아니라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이다.", "리더가 되려면 고통과 고난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은 고전에서 찾아 오늘날 적절한 단어로 의역해 정리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오늘날 사회에 맞는 현대적 리더십의 특징은 ‘전방위 리더십’, ‘리더십의 리더’, ‘집중의 리더십에서 해체의 리더십으로의 변화’로 정리할 수 있다. ‘전방위 리더십’이란 편향되고 편협한 리더십에 대한 것으로, 쉽게 말해 따뜻한 감정을 가진 인간다운 모습을 한 리더를 염두에 둔 개념이다. 관계론의 항목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음으로 ‘리더십의 리더’란 타고난 리더나 리더라는 자리 자체로 완성된 모습을 한 리더가 아닌 끊임없이 노력하는, 즉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 무던 애를 쓰는 리더를 말한다. 자질론을 염두에 둔 개념이다. 끝으로 ‘집중의 리더십에서 해체의 리더십’은 말 그대로 모든 권력이 리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구조를 해체하여 권력과 권한을 많은 사람에게로 분산시키자는 뜻이다. 조직론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고 책 발간 취지를 밝혔다.

저자는 이 책의 구성을 3개의 장(章) 자질론, 관계론, 조직론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을 나눠 설명한다. 오늘날 40대 이하로는 한자를 배우지 않아서 이해하기 까다롭기는 하지만 저자가 최대한 풀어쓰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으므로 이해하는 데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다만 한자를 잘 아는 독자들은 저자가 말하는 이상의 깊은 뜻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한자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요순시대로부터 명·청시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보내면서 청사에 길이 남은 중국 역사의 주연(主演)들인 제왕과 재상, 인재들은 자신만의 성공한 리더십을 역사의 무대에서 펼쳐보였다. ‘따로 또 같은’ 느낌의 중국 역사에서 저만의 특별한 리더십을 펼쳤던 제왕과 신하의 인재용인술은 시대마다 약간의 결이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대략 신화의 시대로 불리는 요순시대의 리더십의 주인공은 거의 우 임금과 순 임금의 도덕적 자질에 입각한 ‘양현’(우 임금과 순 임금의 선양)과 ‘납간’(요 임금의 치수사업에서의 곤을 봐준 남간 행위), ‘위공’(순 임금의 위임)이 주요 리더십 사례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편 생존과 부국강병에 나라 운명을 걸었던 백가쟁명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는 그야말로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기상천외한 다양한 리더십들이 펼쳐졌던 인재 기용의 경연장이었다. 리더십의 방식도 ‘양현’(정나라 자피의 양현, 초나라 재상 우구의 양현, 진나라 백리해의 양현)과 ‘위공’(위 문후의 위공), 남과(진 영공의 남과, 진 도공의 자책과 남과, 이혁의 질책에 ‘남과’한 노 선공), ‘납간’(강태공의 청을 받아들인 주 문왕), ‘예존’(예존을 과시한 제 환공과 관중, 포숙, 습붕, 문지기 후영을 예존한 위 공자 위무기), ‘적대’(진나라 위과의 결초보은) 등 개인의 자질과 시대의 상황에 따른 각양각색의 리더십 방식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나 수, 당나라, 한나라의 리더십의 주요 인물은 주로 제왕이 담당하는 특징이 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다양한 리더십(위공, 남과 등)과 당 태종의 자신을 돌아봐 통치에 활용하는 자질론에 입각한 리더십(명기, 예존, 문병조휼), 한나라 문제와 경제의 신범, 수당 태종의 신범, 동한 광무제의 적대 등 통일제국을 이끌어가기 위한 제왕의 리더십이 백분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송나라와 명·청시대에 이르러 제국의 리더십은 제왕이나 재상 등 몇 명이 주동된 리더십이라기보다는 제도적으로 리더십을 정착시키는 과정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나라의 과거제도의 설립에서부터 수, 당나라의 ‘천거’ 제도, 한나라 정착기의 시관, 위진남북조시대의 시험 제도 등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신분 차별 없이 공정하게 등용하고자 했던 정착기 중국의 제도로 인재 등용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과거’는 처음 유능한 인재의 선의의 경쟁을 격려하여 그들이 나라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게 하는 적극성을 자극했다. 특히 폭 넓은 하층민들에게 출세할 수 있다는 희망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포부를 갖게 만듦으로써 전에 없던 힘찬 정신적 기상을 진작시켰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인재들이 봇물 터지듯 세상을 향해 흘러나왔고, 관료 사회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인재를 구하고 기용하는 방법을 제도화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험 제도를 운용하는 묘를 살려야 한다.

- 「〈조직론〉 ‘과거’」 중에서

 


 

관계론에 해당하는 양현(讓賢), 성구(誠求), 천거(薦擧), 적대(赤待), 문명조휼(問病弔恤), 예존(禮尊), 수해 (樹楷)의 핵심은 리더의 겉으로 드러내는 자질 표현의 방법들이다. 인재에게 양보하고, 사심 없이 추천하며, 인재를 존중해 다양한 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계론의 주요 실천 덕목들이다. 관계론의 범주에 속하는 일곱 항목은 리더와 인재의 관계가 그 핵심을 이룬다. 대부분 리더가 인재를 구하고 기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인데, 리더의 자질론에서 제기된 리더십 함양의 결과에 따라 관계론의 항목도 질적인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양현’이란 자신의 직위를 자기보다 더 적합한 인재에게 양보한다는 뜻으로, 좋은 인재를 구하고 기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백성과 사회와 나라를 위한다는 ‘공심’에서 출발한다. ‘양현’을 제대로 구현한 중국 역사 인물들의 대표적인 사례들로는 요 임금과 순 임금의 선양, 제나라 포숙의 관중에게로의 양현, 춘추시대 정나라 자피의 양현, 춘추시대 초나라 재상 우구의 양현, 진나라 백리해의 양현, 춘추시대 진나라 사개와 순언, 난염의 잇따른 양현 사례들을 들 수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游)는 공을 다투는 ‘쟁공(爭功)’의 위험성에 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군수(事君數), 사욕의(斯辱矣) 붕우수(朋友數), 사소의(斯疎矣).”

“자신이 모시는 군주(리더)와 공을 다투면 틀림없이 군주의 단점을 떠들게 되어 결국은 욕을 당하게 된다. 친구와 공을 다투면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논어》 〈이인里人〉

- 「〈자질론〉 ‘위공’」 중에서

 


 

관계론에 해당하는 양현(讓賢), 성구(誠求), 천거(薦擧), 적대(赤待), 문명조휼(問病弔恤), 예존(禮尊), 수해 (樹楷)의 핵심은 리더의 겉으로 드러내는 자질 표현의 방법들이다. 인재에게 양보하고, 사심 없이 추천하며, 인재를 존중해 다양한 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계론의 주요 실천 덕목들이다. 관계론의 범주에 속하는 일곱 항목은 리더와 인재의 관계가 그 핵심을 이룬다. 대부분 리더가 인재를 구하고 기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인데, 리더의 자질론에서 제기된 리더십 함양의 결과에 따라 관계론의 항목도 질적인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포숙의 사심 없는 ‘천거’를 받아 제나라의 재상이 되었던 관중은 ‘천거’와 관련하여 “호걸(인재)들은 흔히 진흙 구덩이에서 욕을 보고 있기 때문에 제때 끌어주지 않으면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동주 열국지》)라고 했다. 관중의 말은 즉, 인재들은 사회적으로 하층부에 많기 때문에 ‘천거’를 통하지 않고는 상층에서는 알 길이 없고, 따라서 그들의 재능도 발휘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관중 자신의 절박한 경험에서 나온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 「〈관계론〉 ‘천거’」 중에서

 


 

조직론에 해당하는 시관(試官), 과거(科擧), 고적(考績), 포양 (?揚), 장상(?賞), 경벌(輕罰), 엄징(嚴懲)의 핵심은 인재의 실적 검증과 그에 따른 평가 방법에 관한 것들이다. 주요 내용은 인재 선발 시스템의 정착과 상·벌·징계에 관한 합리적인 평가 방식에 관한 것들이다. 조직론의 범주에 속하는 일곱 항목은 자질론과 관계론을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자질론과 관계론의 확장 심화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자질론과 관계론을 통해 확립된 리더와 인재의 관계를 시스템으로 뒷받침한다고 보면 된다.

‘시관’이란 말 그대로 시험관, 즉 ‘고시를 주관하는 관리’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테스트 방법이다. 시관의 역사는 한나라 정착기에 시작되었으며, 위진남북조시대에는 다양한 시험이 치러졌고, 수나라 때 와서 과거 제도로 절정에 이르렀다. 시관의 방식에는 필요에 따른 시관부터 전문적인 시관, 초임자에 대한 시관, 추천과 시험을 결합한 시관, 등급에 따라 연속적으로 실시한 시관 등 9가지 방식이 상황과 인재 기용 방식에 따라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장상’이 공에 못 미치거나 지나친 것은 모두 좋지 않다. 《한비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현명한 군주가 관직과 녹봉을 만든 것은 재능 있는 자와 공을 세운 자를 격려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원칙을 가지고 제대로 작동하면 인재는 더 큰 관직과 녹봉을 위해 힘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해 조정을 보좌하고, 공을 세운 사람은 더 큰 공을 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천하가 크게 다스려질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조직론〉 ‘장상’」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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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우울증 - 죽을 만큼 힘든데 난 오늘도 웃고 있었다
훙페이윈 지음, 강초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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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우울증은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이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환자 개인 스스로 긍정적이고 행복을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게 반복해 실천함으로써 습관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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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우울증 - 죽을 만큼 힘든데 난 오늘도 웃고 있었다
훙페이윈 지음, 강초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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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사용한 '미소우울증'이란 무슨 뜻인지 금세 알지만 생소한 단어라 일반적으로 쓰인 말은 아닌 듯싶다. 다만 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학술 용어쯤으로 읽힌다. 이 책 『미소우울증』은 저자 홍페이윈(洪培芸)이 가장 먼저 제안한 용어인 줄 모르겠지만, 백과사전에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만 등재돼 있다. 아마 저자가 제안한 또 다른 이름인 듯하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 또는 스마일 가면 증후군(일본어: スマイル?面症候群, 간단히 SMS)은 오사카 쇼인 여자 대학의 나츠메 마코토 교수가 제안한 정신 질환으로, 장기간의 부자연스러운 미소로 말미암아 우울증과 신체 질환을 발전시키는 증후군이다. 나츠메 교수는 자신의 실험 중에 대학교 학생들을 상담한 다음 수많은 학생들이 교수에게 스트레스와 화가 나는 경험과 관련되더라도 그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짜 미소를 짓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을 눈치챈 이후 이 질병을 제안하였다. 나츠메 교수는 일본의 서비스 산업에서 미소 짓기가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보았다.

또 미소를 짓는 일은 서비스 산업에서 일하는 일본 여성들에게 중요한 스킬이다. 일본의 거의 모든 서비스 산업 기업들은 여성 직원이 오랜 시간 미소를 지을 것을 요구한다. 나츠메 교수는 자신의 여성 환자들이 대화의 주제가 자신들의 일터에 대한 것일 때 미소의 중요성에 관해 종종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소가 고용 여부에 관계 없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예시로 들었다. 나츠메 교수에 의하면 이 분위기는 종종 여성들이 오랜 기간 부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만들며 감정을 억제하기 시작하고 우울증에 빠지게 만든다. 이 대목은 저자 홍페이윈의 미소우울증과 흡사하다.

 


 

저자 홍페이윈은 미소우울증과 우울증의 다른 점을 설명하면서 "미소우울증은 간단히 말해서 전형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은 우울증이다. 따라서 증상이 드러나는 방식과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 이해가 크게 다르다. 일단, 미소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지 않는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죽고 싶은 마음도 드러내지 않는다. 미소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오히려 명랑하고 유쾌하다. 유머러스하고 인기가 많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미소우울증은 SNS와 1인 미디어 시대,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타인의 눈에 지나치게 예민해진 현대인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마음의 병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상담을 해온 저자는 미소우울증의 복합적인 실체를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자신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환경, 생애 주기별 특수성, 개인이 겪는 심리 문제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미소우울증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 분석해줌으로써 내 마음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는 미소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두 가지 방면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사회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다. 예를 들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세대, 성적이 매우 우수한 학생, 이혼 가정 자녀, 쇼윈도 부부, 사회적 유명인사, 인플루언서, 동성애자 등이다. 두 번째는 심리 상태로 인해 미소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지각력이 왜곡되어 있거나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사람, 심리적 방어기제가 강한 사람, 과도하게 예민한 사람, 타인에게 지나치게 공감하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한다.(「서문」 중에서)

 


 

저자는 임상 심리상담사로서 이 용어를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견뎌내 오면서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등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상태다. 이를 계기로 자신의 마음건강을 세심히 살피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자신의 우울을 철저히 숨기거나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학계는 주장한다. 이 책은 미소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우울을 감추는 미소우울증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는 미소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가리켜 ‘우울증 문제가 있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감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누구나 미소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해피 바이러스라고 불릴 만큼 밝은 사람,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등…… 겉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우울증을 감추기 위해 견고한 웃음 가면을 쓰며 사는 사람이 꽤 많다. 심리상담사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미소우울증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심리조언을 제시한다.

 


 

이 책은 3개의 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미소우울증의 원인과 우울증과의 차이점을 제시하고 성격상의 취약점, 여러 가지 증상, 예방에 많은 힘을 쏟아 이 책을 썼다. 마지막 치료의 방법은 심리적 치유 방법을 제시하고 치유를 위한 습관을 제안한다. 각 장의 키워드를 보면서 하나씩 사색을 거듭해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스스로 찾아 실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3개 장과 키워드 몇 개씩을 간추려 여기에 쓴다.

1장. 아픔을 감추기 위한 웃음

갑작스런 죽음, 해피 바이러스, 감정노동, 패배주의, 스트레스

2장.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는 미소우울증

공인, 행복가면, 가정의 책임, 모범생, 완벽주의자, 마음을 감춘 남자들, 책임, 성적소수자, 자영업자, 빈 둥지 증후군, 착한 아이

3장. 나에게 슬픔을 허락할 권리

운명의 주인, 슬픔도 나의 일부, 미워할 용기, 신가소성, 공감능력, 유연한 태도, 지금 이 순간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미소우울증의 치료 방법이자 평소 행복감을 갖고 사는 방법을 '행복을 부르는 10가지 생각'으로 정리해 놓았다.

① 우리에게는 자신을 즐겁게 할 능력이 있다.

② 외부 환경과 일상생활 속 사건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③ 연습하면 점점 더 즐거워진다.

④ 마음이 나를 속이기도 한다.

⑤ 사람들과 교류하면 즐거워진다.

⑥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더 즐거워진다.

⑦ 매일 감사하라.

⑧ 건강한 습관이 중요하다.

⑨ 나만의 시간을 가져라.

⑩ 현재를 즐겨라.

 


 

자신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내면의 모습과 밖으로 보이는 모습의 불일치부터 인정해야 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간단히 비유해보겠다. 햇빛이 비치는데 빗방울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씨는 맑은 걸까, 흐린 걸까?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우선 그 차이를 조정하고 맞춰야 한다. 흑백논리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기쁨과 슬픔, 햇빛과 빗방울, 어느 쪽이든 모두 내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 「3장 나에게 슬픔을 허락할 권리」중에서

 

저자 : 홍페이윈(洪培芸)

 

임상 심리상담사. 대만 중위안대학에서 심리임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양심 심리치료소에 재직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인생을 바꾸는 첫걸음이자 평생의 과제라고 굳게 믿으며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추구할 방향이라고 여긴다. 여러 방송 매체와 주요 잡지에 관련 인터뷰와 칼럼 등을 꾸준히 기고하는 인기 심리상담사로 기업과 학교, 관공서 등에서도 활발하게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역자 : 강초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13·67》 《망내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S.T.E.P.스텝》 《디오게네스 변주곡》 《낯선 경험》 《등려군》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 《하버드 6가지 성공습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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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쉬운 경제학 - 영화로 배우는 50가지 생존 경제 상식
강영연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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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토록 쉬운 경제학』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부터 밴드왜건 효과와 외부 효과까지 수많은 경제학 용어를 헤집는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는 경제 용어지만 크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어의 뜻을 잘 몰라도 의미를 전해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전문적인 경제 용어를 잘 몰라도 뉴스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기자들이 기사를 쉽게 풀어쓰기 때문이다.

사실 자주 등장하는 경제 용어는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 경제 발전보다 훨씬 빠르게 경제 용어는 쏟아져 나온다. 아마 전 세계에서 경제에 대한 연구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리라. 경제학 용어는 어렵고 경제 현상은 복잡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기에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경제학이라는 낯선 길을 안내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에 착안해 겅제 전문기자들이 한마음으로 합쳤다.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매주 토요일자에 실렸던 「시네마노믹스」 코너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기생충〉으로 세대 간 소득탄력성을 설명하고 〈미안해요 리키〉로 긱 이코노미를 설명한다. 〈아이리시맨〉으로는 임금탄력성을, 〈라라랜드〉로는 가격탄력성을, 〈극한직업〉으로는 완전 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을, 〈아메리칸 셰프〉로는 밈노믹스를, 〈어벤져스〉로는 인구경제학을 설명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부터 밴드왜건 효과와 외부 효과까지 수많은 경제학 용어를 헤집는다.

누구나 책장 한 구석에는 두꺼운 책 한 권이 꽂혀 있다. 공부할 결심으로 서점을 찾아 야심차게 사서 들고 나왔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린 책이다. 경제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지만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 책, 하루하루 먼지만 쌓여가는 경제 전문 서적은 이제 작별을 고한다. 경제학 책도 영화만큼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 저자들의 지론이다. 경제학 용어는 어렵고 경제 현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워낙 경제가 어렵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자신이 경제 행위를 하는 사람인데 굳이 경제 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이젠 먹혀들지 않는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기에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경제학이라는 낯선 길을 안내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8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마다 4~10개씩 모두 50개 영화에 대해 경제적 해석을 붙이고 용어도 설명한다. 각 장의 제목도 왼쪽에 텍스트로서의 경제 용어나 실제 사용 언어를 사용했고, 오른쪽에 영화 제목처럼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끈다.

1장.빈곤 - 우리는 왜 가난해지는 걸까

2장. 일자리와 복지 - 직업이 없어 죄송합니다

3장. 사랑과 우정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4장 차별과 페미니즘 - 여자가 돈을 적게 버는 건 남자보다 능력이 없어서일까

5장 마케팅과 경쟁 -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이긴 자다

6장 기업윤리 - 합리와 윤리 사이에서

7장 정책실패와 경제위기 - 불황은 누구의 탓일까

8장 기술진보와 재난 - 진화의 끝에서 우리는 행복할까

 


 

영화 〈기생충〉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간해선 유색인종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부문에서 수상함으로써 일약 세계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고, 단박에 1,000만 관중을 돌파해 수많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미 타 영화제에서도 상을 휩쓸어 수상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상복이 터진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유명 건축가가 지은 이선균네 저택은 최상위 계층의 가족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화면마다 가득하다. 이들에게 빌붙어(?) 사는 송강호네 가족은 운전기사, 입주 가사도우미, 가정교사 등을 주인집을 속여 얻어내 이들의 동거는 시작된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줄거리를 여기에 적는다는 것마저 쑥스러울 지경이다.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경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삶을 다루지 않는 영화는 없으며 인간의 행동 가운데 경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없다. 영화를 본다는 건 또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고, 경제를 안다는 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밀착된 영화와 경제가 만났다. 낯설고 어려운 경제학을 익숙하고 흥미로운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기생충〉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송강호) 가족이 기를 쓰고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들어가려는 것은 계층이동의 욕망 때문이며, 그 집에서 벌어지는 약자 간의 피 튀기는 싸움은 결국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부(富) 역시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진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세대간 소득탄력성’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세대 간 소득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뜻이다.

이 이론과 결론이 맞는다면 대한민국의 계층이동 현실과는 다소 다른 점이 사뭇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은 예외적인가, 아니면 이론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해석하는 기자의 잘못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다만 '세대간 소득탄력성'이란 어려운 경제 용어를 풀이하기에 적절한 예인 것은 맞다. 기우 가족은 과연 계층 사다리를 타고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퀴어 영화 〈아가씨〉에서는 히데코와 숙희, 후지와라의 삼각관계를 통해 ‘보완재’ ‘대체재’의 개념을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히데코에게 숙희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필요한 후지와라의 보완재일 뿐이다. 보완재란 빵과 잼처럼 같이 소비할 때 효용이 늘어나는 재화다. 그래서 ‘협동재’라고도 한다. 그러나 히데코가 숙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숙희와 후지와라의 관계는 대체재로 바뀐다. 콜라와 사이다처럼 비슷해서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기에 ‘경쟁재’라고도 한다. 히데코가 후지와라를 버리고 숙희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50번째로 마지막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암울한 현실을 피해 가상현실(VR)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해 살아간다. 게임 속 세상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개념이다. VR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VR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VR기기 전문기업 테슬라슈트는 가상세계에서 느껴지는 손의 촉각을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글러브를 이미 2년 전에 개발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재조명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에 따르면 당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여신(與信)이었다. 장밋빛 미래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에 너도나도 빚을 내 투자와 생산을 했다.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고, 부채로 쌓아올린 경제는 튼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고 부채 상환이 불가능해진 순간 모래성은 빠르게 무너졌다. 모건스탠리 동아시아사업부는 11월 15일 모든 투자자에게 당장 떠나라는 메일을 보낸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의 만기 연장을 거절하고, 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실제 상황은 영화에 그대로 묘사된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어어진다. 외국인은 연일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해외 투자자가 빠져나가며 환율이 타격을 받았다. 11월 15일 583.8이던 종합주가지수는 IMF 구제금융 합의안에 서명한 12월 3일 379.3까지 떨어진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기간 달러당 792원에서 1,610원으로 103.2%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당시 급박하게 전개되던 정부의 정채 실패 현장과 시장에서의 패닉 상태에 빠진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 당시 뉴스도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다. 워낙 큰 사건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23년여 전의 사실인데도...

 


 

그동안 크게 부동산 증권 등 경제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도 최근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뉴스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귀동냥이나 오다가다 들은 말로 이쪽 분야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 벌 곳은 줄고, 쓸 곳은 여전하기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읽으려면 경제를 빼놓고선 말할 수 없다. 경제는 사람 사는 문제고, 사람 사는 것은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여돼 있기 때문에 외면해선 경제 흐름을 쫓아갈 수 없다. 다만 어려운 용어나 새로 생기는 용어가 많은 경제 분야는 독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경제 흐름을 쫓아가기조차 힘들다. 이제 시작한다면 남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 없이는 남들만큼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고, 발간되자마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려운 경제를 쉽게 해석하고 접근할 수 있고,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경제를 보면 이해와 기억에 저장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독자도 경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아니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하는 일이 경제와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와 관련 없어 경제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경제가 어려워 경제 공부를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용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특히 풀어쓰지 않았다면 10개 중에 하나나 제대로 이해했을까 두렵다. 이에 비해 영화는 평소 좋아하고, 익숙한 영화라는 콘텐츠로 경제를 설명해주니 우선 저항감이 없었고, 영화의 내용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도 쉽게 되었다. 왜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경제 문제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도 든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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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의 중심 충청감영 공주 - 공주에 새겨진 조선 역사 이야기 공주가 좋다 2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엮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독자는 공주에 딱 한 번 간 적이 있다. 근처 부여와 함께 일정이 잡힌 1박2일 직장 동료들과의 여행이었다. 십수년이 넘은 일이라 그때의 물가나 경제 상황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또렷이 기억을 비집고 나온다. 도착할 때가 낮이었고 초여름이니 날짜로 봐서 6월초 지금쯤이었던 것 같다. 옛 도성이어서인지 활발한 느낌보다는 고즈넉하지만 평안한 분위기였다. 역사의 격동기를 몸으로 받아낸 도시 같지 않았다.

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격동기 역사를 잊어서일까. 도성으로서의 위엄과 활기보다는 그저 쇠락한 옛 도읍지 딱 그 느낌이었다. 도시이지만 농촌의 분위기가 훨씬 강했다. 성터로 올라가자 전경을 볼 수 있었고 날씨가 더워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로 보이진 않았다. 산으로 이어진 성터여서 우리 일행 말고 외지에서 온 여행객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광철이 아니어서 그럴 것이란 생각을 잠깐 했었던 것 같다.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교통의 요지였으니 왕도가 들어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나중에 안 얘기지만 지형이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기에 천혜의 요새처럼 산과 물이 해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호서의 중심 충청감영 공주』는 공주가 교통 요지이고 늘 역사의 현장에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많이 간직한 곳으로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조선 후기 공주는 조선을 격동시킨 여러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세개혁의 상징인 대동법 시행을 촉발한 고장이었고, 만민의 평등함을 주장하며 선교에 나섰던 천주교가 거센 탄압을 받았던 박해의 현장이었다. 외세를 물리쳐 나라와 백성을 살리자고 외치던 동학농민군이 최후의 결전을 벌인 격전지였다. 대단한 역할을 전면에서 감당해낸 도시다. 조선 후기 300여 년간 공주가 이렇게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 되었던 것은 호서의 중심이자 충청감영이 설치된,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도시였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 전국 8도에 각각 설치되었던 감영도시(지금의 도청소재지)의 하나로 공주를 들여다보면, 공주의 역사가 그만큼 새롭게 보이고, 공주의 실상과 가치를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는 게 저자(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의 말이다. 공산성과 제민천변을 오가던 감영이 지금의 사대부고 자리로 정해진 사연을 접하면 구시가지의 공간 구성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또 황새바위 성지와 우금티에서는 천주교도와 동학농민군이 지켰던 믿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전언한다. 공주가 많은 할 말을 갖고 있는 도시라고 은연중 강조하는 것으로 들린다. 저자는 공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공주의 이름을 단 곳곳에서, 산책으로 걷는 길마다 여러 시대, 여러 주인공의 이야기들이 걸음마다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조선을 격동시킨 역사의 현장 충청감영 공주로 들어가는 탐험을 시작해보자. 300여 년간 감영도시 공주가 겪었던 흥망성쇠 속에서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져간 수많은 인물과 그들이 겪었던 영광과 고통의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현재 공주는 웅진백제의 수도로 유명하지만, 공주가 오래도록 충남권(호서)의 중심도시였던 것은 백제의 수도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백제의 수도가 되었던 이유, 예를 들어 차령산맥과 금강, 계룡산과 같은 자연적인 방벽, 삼남으로 향하는 길들과 금강을 통한 수운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지리적 이점, 내포를 비롯해 호서의 비옥한 평야지대와 가깝다는 경제적 까닭 등 공주가 오래도록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고 번성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백제의 문주왕은 아버지 개로왕이 고구려 군대에 패해 한성과 한강유역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은 상태에서 나라의 운명을 건 천도를 단행했다. 그가 자리 잡은 곳이 웅진-공주였다. 고려 현종은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40만 대군의 병력으로 고려를 침공하자 남쪽 나주로 피란을 떠났다. 1011년 1월, 겨울 추위 속에 떠난 피란은 신하나 백성들의 냉대와 외면 속에서 비참했지만, 공주에서 비로소 공주절도사 김은부의 환대를 받으며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이후 다시 개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주에 들러 시간을 보냈으며, 김은부의 딸들을 왕비로 맞아들였고 그 사이에서 나온 아들들이 이후 왕이 되어 덕종, 정종, 문종으로 이어졌다.

 


 

조선 인조는 반정 공신이었던 이괄이 난을 일으키자 역시 한양을 떠나 남쪽으로 피란을 떠났다. 그가 피란지로 머물렀던 곳이 공주 공산성으로, 현종과 마찬가지로 피란길에 받았던 냉대와 외면과 달리 공주에서 따듯한 환대를 받았다. 이괄의 난은 바로 진압되었는데, 인조는 며칠 더 공주에 머무르면서 그 인연을 더욱 깊게 했다.

웅진백제 당시에 나라의 목표는 ‘갱위강국’이었다. 다시 강국이 되겠다는 이 꿈은 꿈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가 되었다. 비록 처음 공주에 자리 잡은 문주왕은 일찍 그 꿈을 접었지만, 이후 동성왕, 무령왕, 성왕을 거치며 예전의 강성한 백제가 되었다. 고려 현종도, 조선 인조도 외침과 반란이라는 극도의 혼란을 잘 수습해 다시 나라를 살필 수 있었다. 공주와 우리 역사의 좋은 인연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공주에 충청감영이 들어서면서 지금 공주와 이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조선 이전까지의 공주는 유물과 유적을 거치며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만, 충청감영의 공주는 생생하다.

지금 공산성의 주 출입구인 금서루로 오르는 길에 있는 40여 개의 공덕비가 일단 그러하다. 충청감영과 공주목과 연관이 있는 여러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비들인데, 그중 맨 앞에 있는 것은 관찰사로 머물렀던 이들의 것이다. 관찰사는 당시 호서/충청지역을 대표하는 관직이었다. 왕의 대리인이자 지역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금으로 생각하면 도지사+교육감+지역 군사령관+지역 경찰청장+지역 사법책임자 등 여러 역할을 맡았다. 이 책에서는 (충청도)관찰사가 했던 복잡다단한 일들, 조선이라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었을 그 일들의 세목을 만날 수 있다. 일의 노동강도와 스트레스가 심해 일찍 세상을 떠난 관찰사들도 많았다니 그 자리가 꼭 선망의 대상은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충청감영이 공주에 들어서면서 조선 후기 역사의 격변이 공주를 거쳐 갔다. 바로 천주교-서학과 동학이 그것이다. 공주의 황새바위 성지는 조선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격렬한 탄압과 억압의 현장 중 하나였다. 공주 우금티 고개는 동학혁명에 나선 농민군이 일본군과 관군의 신식무기에 속절없이 패배한 아픈 역사의 장소였다. 그 자신 동학군으로 나서기도 했던 김구 선생은 공주 마곡사에서 몸을 숨기며 은거한 적이 있고, 해방이 되자 공주를 찾아 동학과 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마곡사에 나무 한 그루를 심기도 했다. 김구 선생이 공산성 안의 누각에 지어준 ‘광복루’라는 이름은 이전 왕조시대의 ‘갱위강국’과 같은 꿈일 것이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가 되겠다’라는 꿈. 공주는 그런 원대한 꿈을 간직한 곳이다.

 


 

〈공주가 좋다〉는 공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기획하고 엮어낸 역사문화 교양 시리즈이다. 1,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고대 웅진백제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한편, 호서의 중심지이자 감영도시 공주에 새겨진 300여 년 조선의 역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와 더불어 근대 공주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1권 《역사의 보물창고 백제왕도 공주》, 2권 《호서의 중심 충청감영 공주》 의 출간을 시작으로 탄탄한 후속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저자 :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엮음)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수집·조사·발굴하는 연구기관으로 2004년에 만들어졌다. 충남과 옛 호서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연구서 《충청남도지》 25권, 《백제문화사대계》, 《내포문화총서》 등 충남의 정체성을 밝힌 연구서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지역문화 소개 책자 등 다양한 종류의 연구 및 출간 사업을 진행했으며, 문화재 발굴과 정비 복원,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역사 대중화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문화재 발굴 사업 중 공주 지역의 장선리 마한 토실 유적, 수촌리 고분군 등의 발굴을 통해 백제 왕도가 되기 이전 공주의 역사 환경을 밝혔고, 공주 구도심의 대통사터와 정지산의 제향시설, 무령왕릉 주변의 발굴 조사로 백제사의 지평을 넓혔다. 땅 속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훼손과 멸실 위기에 처한 충남의 여러 문화자원을 찾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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