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이저 - 80대에도 40대의 젊은 몸과 뇌로 사는 사람들
이정봉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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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 100세'라는 선언과 함께 말 그대로 '100세 시대'가 대한민국에도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다. 대중가요계도 트로트 바람과 함께 수십 년 전 유행했던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가수 이애란)가 갑자기 소환돼 수년 동안 국민 최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이젠 말 그대로 〈100세 시대〉를 사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전 세계에 퍼진 공포에 노래의 유행은 쏘옥 들어갔지만... 수백만, 수천만의 희생자를 냈다는 코로나 팬데믹 보도를 뒤로 하고 코로나도 이제 조금 고개를 숙인 듯하다. 그러나 감염병 공포가 아직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많은 부분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일상은 아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옛 선조들의 말처럼 마스크와 백신으로 버티며 코로나 정국을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노화를 이기는 몸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란 말을 따라 '건강노인' 열풍이 부는 형국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타고 80대가 되어서도 40대의 젊은 몸과 뇌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 책 『슈퍼에이저』의 표제어는 그들을 가리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의학계와 건강학계는 그들을 ‘슈퍼에이저’라고 부른다. 슈퍼에이저는 뇌 기능 퇴화를 겪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보다 신체기능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꾸준히 취미 활동을 즐기는 등 ‘늙지 않는 몸’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현재 신약과 최신 치료에 대해 가장 앞선 정보를 전하는 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 이정봉은 슈퍼에이저가 결코 유전자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의학적 요법과 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노화에 관한 학계는 여러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고, 그 과정을 빠짐없이 공개하며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 책에 저자는 노화에 관한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 담았다고 선언한다.



이 책 『슈퍼에이저』에 담긴 모든 정보들은 세계적 권위의 노화 연구와 논문만을 근거한다며,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검증을 거쳤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콘텐트로 2023년 〈올해의 생명과학보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노화를 막고 슈퍼에이저로 거듭나기 위한 식단, 운동, 수면, 인간관계의 올바른 지침부터 정신 건강 관리법까지, 과학적인 증거자료와 함께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그 어느 때보다 '100세인'의 수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100세 시대〉라는 잠깐의 기쁨 뒤에 '출산율 급감'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미래 전망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출산율 저하가 가져올 혼란 사태를 정부나 당국이 예기치 못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틈도 없이 출산율 급감이 함께 닥치는 바람에 우왕좌왕 적절한 대책마저 세우지 못하고, 출산 가족에게 각종 현금 지급 등의 응급 처방만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 건강 차원에서만 본다면 악재는 또 있다. ‘가속노화’로 인한 젊은 층의 암, 치매 발병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젊은 몸과 뇌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80대에도 40대의 몸과 뇌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들을 슈퍼에이저라고 지칭한다는데 처음 듣는 독자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슈퍼에이저는 또렷한 정신과 강한 체력으로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간다. 뇌 기능 퇴화를 겪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보다 신체기능도 더 뛰어나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꾸준히 취미 활동을 즐기는 등 ‘늙지 않는 몸’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이 책과 함께 독자들은 타고난 유전자의 덫에서 해방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슈퍼에이저가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에 「불로장생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는 매우 희망적 제목의 〈추천사〉를 쓴 목인회 서울대 교수(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는 "슈퍼에이저는 결코 유전자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학적 요법과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다"며 "이 책이 식단, 운동, 수면, 인간관계의 올바른 지침부터 정신 건강 관리법까지 과학적인 증거 자료와 함께 구체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 이정봉은 오랜 기자 생활의 경험으로 건강 관련 새로운 정보에 매우 민감할 터다. 의사처럼 직접 치료에 참여하거나 연구를 함께할 수는 없지만 학계나 세계 보건의료의 흐름을 잘 알고 있을 터다. 저자는 얼마 전 유튜브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주장을 하는 영상을 접했다고 한다. 'LDL 콜레스테롤은 심장병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영상은 말하고 있었다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아마 세계 대부분의 병원은 잘못된 치료를 한 죄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알아챈 것도 의료 정보에 밝은 까닭이다. 이 유튜브는 영상 조회수가 거의 100만에 육박했고, 댓글도 "지금까지 말도 안 되는 의사들 때문에 건강을 망쳤다.",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현대 의료와 제약 기업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업 의식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저자로서는 해외까지 수많은 주장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들은 대체로 전문가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한다.

반면 반대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대개 병원의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이란다. 여기선 "LDL 콜레스테롤은 심장병 위험과 뚜렷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못 박았다는 것이다. 조금 거친 표현이지만, 과학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장병에 걸려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런 영상들은 대체로 인기가 없었으며 댓글도 공격적이 내용이 많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에 저자는 논문을 보고 사실 관계를 살폈다. 전문의의 의견도 들었다. 결론은 "LDL 콜레스테롤이 심장병과 뚜렷한 관계가 있다"는 주류 하계의 인기 없는 의견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는 점을 털어놓는다. 세상엔 수많은 거짓 정보가 떠돈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 독자들도 잘 안다. 문제는 거짓인지 사실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게 문제다. 특히 이런 거짓 정보는 90%의 진실에 10%의 독소 같은 거짓이 섞여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구별하기엔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는 「누구나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란 제목의 〈서문(여는 말)〉에서 "인간의 몸에 돼지 장기를 이식하고, 뇌에 칩을 심어 뇌파로 소통하는 시대"라고 전제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대가 어떤 과학 정보는 낡았고 어떤 정보는 뒤집혔으며 어떤 정보는 불분명하다"고 말한다. 특히 건강 관련 믿을 만한 정보, 그중에서도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과 그 근거를 알고 싶은 수요가 높아 이 책을 기획했다고 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4부 2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초저속 노화의 시대, 슈퍼에이저의 등장〉, 2부 〈슈퍼에이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3부 〈80대에 40대의 뇌와 몸으로 사는 법〉, 4부 〈노화의 미래〉 등이다. 1부는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현대 과학의 최신 방법론과 독특한 발견들을 소개한다. 어떤 물질들이 수명을 늘려주는 현대판 '불로초'가 될 것인지 짚어본다. 2부와 3부는 현대 우리들에게 가장 큰 걱정이 되는 노화와 치매에 대한 최신 과학적 연구의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 이로부터 우리가 실생활에 적용할 만한 건강 정보는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 내용들은 가장 최신의 정보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노화와 치매 분야는 무수한 연구자가 존재하고 그만큼 정보가 아주 빨리 변화하고 있기에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놀라운 뉴스들이 나올지 모른다고 말한다. 2024년 현재 이책은 치매와 노화 전략과 관련해 가장 최신의 정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역설한다. 이어 4부는 앞으로 우리 일상으로 다가올 의료의 미래 모습을 펼쳐 보인다. AI가 지배할지도 모르는 의료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는 결코 비관이나 낙관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힘으로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내 몸속 노화와 치매의 시계를 늦추는 건 개인의 힘으로 가능하다. 게대가 저속 노화를 경험할 때 나이 드는 게 더 즐겁고 매력적인 일로 변할 수 있다. 누구나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른바 노인이 되어서야 걸리던 병들이 이젠 40대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암, 치매, 노화 등은 사실 30~40대 젊은 층은 여간해선 걸리지 않는 병들이다. 대개는 노인이 되면 걸리는 병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의학이 전례 없이 발전하고 심지어 인간 수명까지 2배로 늘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데도 젊은 층이 병에 취약해지는 미스터리를 풀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초가공 식품, 비만의 증가, 식습관의 문제, 장 속 마이크로바이옴, 미세플라스틱 등 온갖 요인을 다 점검핮고 있지만 좀처럼 해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암은 보통 세포의 돌연변이에서 생긴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다. 치매는 뇌의 신경 세포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엉겨붙거나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손상을 일으키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딸기에 설탕 코팅을 해 탕후루를 만들듯, 단백질 찌꺼기들이 뇌세포를 꽁꽁 코팅해 탕후루처럼 봉해버린다. 그러면 뇌세포가 점점 사멸하고 뇌의 크기가 쪼그라든다. 기억은 감퇴하고 인지 기능, 감정 표현 능력도 망가진다. 원래 우리 몸엔 뇌세포를 망가뜨리는 잘못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시스템에도 오작동이 생긴다. 또한 이런 단백질이 엉기고 엉켜서 뇌세포에 눌러붙는 데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치매의 결과가 노년에 들어 나타나는 게 그런 이유다. 

노화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노인의 병이 젊은이에게 만연한 이유를 찾는 데 필요한 작은 실마리가 한 연구에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늙은이의 병을 앓기 시작한 원인이 '젊은이들이 점점 더 빨리 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15만 명의 생물학적 나이를 조사했더니 젊은 세대일수록 더 빨리 노화한다고 2024년 4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도별 태생으로 사람들을 묶어 가속 노화 위험을 조사했다. 1950~1954년 태생에 비해 1955~1959년 태생은 가속 노화 위험이 평균 6% 높아졌다. 1960~1964년 태생과 1965~1974년 태생은 가속 노화 위험이 각각 11%, 17% 높아졌다. 즉 세대가 지날수록 점점 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에서 가속 노화 정도가 높은 사람들은 암에 걸리 위험이 17% 즈악했다. 특히 폐암, 위장암, 자궁암의 위험 증가율이 더 높았다. 이 추세를 단순 적용해보면 1974년 이후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 2000년대생으로 갈수록 노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노화를 늦춰주는 약제도 AI로 탐색한 겨과 3,500만 개 이상의 논문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노화 관련 키워드와 이를 늦추는 약제를 찾았고, 이를 다시 노화를 일으키는 병리적 특징에 적용했다. 이 결과 노화에 가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약은 '닌테다닙'이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닌테다닙 같은 약을 '세놀리틱'이라고 한다. 세놀리틱은 정상 세포는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노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킨다. 현대판 불로장생초라고 할 수 있다는 말도 빼지 않고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이 책의 본론에 해당된다. 슈퍼에이저가 탄생하는 과정, 80대의 노인이 40대의 뇌와 몸으로 사는 법 등 흥미로운 흐름과 연구 과정 등을 최근 발표한 결과물까지 포함해 게재하고 있으며 분석도 연구자 및 관련 의학 교수의 의견을 들어 정리하고 있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콜레스트롤 수치, 음주와 흡연, 식습관 등 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을 연구하고 발표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증명되는 방법은 기존에 알려진 결과를 뛰어넘는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없다기보다는 아직 단계를 밟는 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유전적 영향과 특정 물질 등이 밝혀진다 해도 노화를 늦추는 것이나 수명 연장일 뿐 원래 상태로 돌릴 방법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이를 약제화할 근거도 상실하게 된다. 막대한 돈을 들여 시판할 수가 없는 약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연구자들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의 일부 부위와 기능, 기능별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이유나 특정한 물질을 알아낼 수 없는 상태에서 연구만 거듭한다면 한 번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경우 영원히 그 길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도 연구를 시작할 수 없을 터다. 인간은 아직 100세에 도달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이 '100세인'을 탐구하는 이유는 그저 오래 사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수명 중 대부분의 기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을 알고 싶어서다. 노화의 지연은 질병의 지연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슈퍼에이저도 인간의 삶 자체를 포함해야 연구 대상이 될 터인데 이제 겨우 특성과 인간의 삶과의 연결 관계만 밝혀졌을 뿐 구체적 방법은 여전히 기존 의학계가 주장하던 식품과 휴식, 잠 등에 의한 영향 외에 유전적 영향과 운동과의 관계 등 사전에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제들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달이 우리 눈으로 작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손으로 뚝 떼어다가 자기 옆에 가져다 놓고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다. 4부 〈노화의 미래〉에서 논의되듯 지금 우리는 수명 연장보다는 건강함이 우선이고, 노화 방지보다는 노화를 저속으로 유지시킬 방법이 먼저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더 오래 유지하는 데 연구하는 것이 단순한 생명 연장보다는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터다. 


저자 : 이정봉


중앙일보 영상부 기자. 중앙일보에서 세상을 선도하는 신약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가장 앞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더중앙플러스(www.joongang.co.kr/plus)에 연재 중인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시리즈는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 보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화학분자생물학회가 주관하는 2023년 ‘올해의 생명과학보도상’을 수상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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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 - 내가 당신과 하고 싶은 것은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7
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지음, 서진 엮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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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는 국내 출판사 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한 출판사의 '읽어야 할 책'을 펴내려는 열정과 집념의 결실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스노우폭스북스는 우리나라 출판계에선 양서 출판으로 이미 명성을 얻은 출판사이다. 좋은 책을 펴낸다는 일념으로 매진하는 출판사로서는 편집자의 책 선정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결정할 것이다. 좋은 책이라는 말은 결국 많은 독자들이 결정할 문제지만 출판하기까지의 책임은 오롯이 편집자의 몫일 터, 이 시리즈 출판 기획은 편집자의 좋은 책에 대한 열정은 물론 널리 읽힐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선구안 또한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이 시리즈 발간에 출판사 측의 선정 과정에 따르면 2년 여 동안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고전 중에서 지금의 많은 사상들을 만들어 낸 시조가 되는 책들을 찾았다. 모두 1만2,000종의 도서를 검토했으며 그 중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현재까지 절판되지 않거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책 20종을 〈세기의 책〉으로 명명하고 최종 출간 시리즈로 선정했다. 

이 시리즈는 모두 5회에 걸쳐 5개 분야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2024년 7월말 현재 「경제·경영」편 4권은 이미 선보였다.(2023) 「자기계발」편 4권 중 『스스로 창조한 '나'』, 『영원히 날씬할 방법을 찾고 있어』 등 2권이 출간을 진행 중이며, 「에세이」편 중 1권이 이 책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이다.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판 예정인 이 책들의 발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책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는 Don't Sweat The Small Stuff(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의 30주년 기념 시리즈로 세계 여러 나라에 동시 출간된 2024년 개정판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영국 대표 언론사 중 한 곳인 The Daily Telegraph 기준, 135개 나라에서 출간됐으며 미국 USA 발표 기준, 90년대 가장 많이 팔린 책 2위로 기록되었다. 〈PEOPLE〉 지는 ‘가장 주목 받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리처드 칼슨을 선정했으며 오프라 윈프리쇼, CNN 등 유명 TV쇼 단골 출연자로 유명세를 펼쳤다. 이 책은 큰 카테고리에서 남녀의 이상적인 사랑을 주제로 부부사이를 논하는 듯하지만 인간관계와 나 개인의 품성을 점검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보편적인 일반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남기며 세계적인 여러 기록을 남겼다. 저자 리처드 칼슨은 이 책 출간 이후, 2006년에 새롭게 출간된 도서 홍보차 올라탄 뉴욕행 비행기에서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남녀의 사랑, 특히 오래된 연인과 부부 사이에 가장 인간적인 면을 중심에 두고 더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창조한 리처드 칼슨의 따뜻한 메시지를 함께 써낸, 평생의 반려자를 예고 없이 잃은 아내 크리스틴 칼슨은 슬픔을 이겨내 오다 매우 정교한 작업을 통해 이 책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의 30주년 단독 개정판 저자가 되었다. 이 책은 심연의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주제를 보다 아름다운 인간의 면모를 갈고 닦아 우리 삶을 더 풍족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채웠다. 100가지 사례와 저자들의 현실적이며 소박한 조언이 10개장으로 나뉘어 담겼다.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작가인 로빈 샤르마는 〈추천사〉를 통해 리처드 칼슨은 진정성, 창의성, 인간미를 모두 갖춘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칼슨의 책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삶에 영감을 주었으며, 자신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놓는다. 샤르마는 자신과 칼슨의 첫 만남을 돌아보며, 리처드의 깉은 내면과 유머스러움, 가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헌신을 차차 만남을 늘려가며 알게 됐다고 말한다. '흔치 않은 지혜와 사랑을 가진 사람'으로 그를 기억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용감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친절한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과 풍부한 삶을 갈망하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힘을 북돋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내이자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틴 칼슨(크리스)은 「남편 리처드를 대신해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썼다. "그는 심오한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재능이 있었다. 문화, 종교, 언어, 정치,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진리로써 크게 공감하는 방식의 글을 잘 썼다"고 회고한다. 또 많은 독자분들이나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도 특별한 메시지를 남겨주어 지면을 빌어 감사를 표시한다. "이 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제 삶의 바이블이에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는데, 진짜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감사 겸 응원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침대 옆에 있어요."라고 말한 오프라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크리스는 "리처드의 말은 인식을 높이고 불안을 완화해서 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지게 한다"는 독자들의 수많은 편지와 메시지는 이제 자신이 살아갈 힘이 되었다고 겸손한 표현으로 감사하고 있다.



크리스는 저자로서 이 책의 성격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여러분을 바로 그 온화한 친절이라는 핵심 가치로 되돌려놓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현재 상태에서 배려심 있고 진정성 있게 산다는 것, 삶에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될 것입니다. 삶은 연습이며, 여러분이 연습하는 것은 물과 햇빛을 받는 묘목처럼 자랍니다. 연습하는 것은 더 강해집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삶을 단순하게 누리는 방법과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를 더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아름답게 안내할 것입니다."(p.16)

이 책의 〈서문〉은 리처드가 생전에 있을 때 두 사람의 이름으로 쓰였다. "현재, 상대와 어떤 상태의 관계든- 문제가 있든, 적당한 사이든-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 완벽한 관계는 없으며 모든 관계는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전략으로 모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것에 대한 것이다."(존칭으로 쓰였지만 독자가 임의로 비존칭으로 바꾸었음) 두 사람은 부부로 지내면서(결혼한 지 14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서로를 사랑하고 친절하고 존중했으며 서로를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서로의 신경을 건드릴 때도 있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며 다행스럽다고 설명한다. 생활하면서 부부로서 가장 큰 장점은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서로를 나그럽게 받아들이고 약점보다는 장점에 초첨을 맞춰왔다고 밝힌다. 서로를 원망하기보다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 둘 다 옳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친절을 선택하며 너무 경직되지 않을 때, 삶은 훨씬 더 쉬워지고 더 많은 사랑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강조한다.

"삶의 대부분은 매일, 일상적이고사소한 일들로- 서로의 일상, 사소한 번거로움과 좌절, 교통 체증, 전화 무응답, 더 많은 번거로움, 혼란, 어수선함, 의견 충돌, 책임, 분실물, 소음 등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에 놓인 작은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일들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처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더 큰 일들도 잘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모두 10부 10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당신과 여전히 사랑을 꿈꿔〉, 2부 〈나도 당신도 어쩌면 사랑을 잘 몰랐던 게 아닐까〉, 3부 〈함께 있어도 외로운 ‘함께’가 되지 않도록〉, 4부 〈그래서 함께 있는 게 가장 행복한 우리가 될 수 있다면〉, 5부 〈다시 처음처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6부 〈뜨거움은 내려놓고 따스함을 채워서〉, 7부 〈비난을 멈추고 당신을 이해하고 나면〉, 8부 〈우리의 삶은 천천히 평온하게 숨 쉬듯 이어지는 행복으로〉, 9부 〈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10부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듯 당신도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등이다. 각 부에는 10개의 장이 각각 달려 있어 각 부의 주제로 수렴된다. 

1부 1장 「연인, 부부보다 친구가 될 수 있다면」에서 "저희 부부가 잘 지낼 수 있었던 딱 한 가지 이유를 꼽으라면 무엇보다 정말 좋은 친구라는 사실일 것 같아요. 우리는 아이들을 넘칠 만큼 사랑하고, 비슷한 가치관과 목표, 함께 할고 기재는 많은 친구와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요. 그리고 서로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영적 가치와 신념이 같다는 축복도 받았죠."라고 쓰고 있다. 저자는 진지할 때도 있지만 서로 쉽게 즐기고 웃길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순간을 함께 나누고 힘든 시간에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우리는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즉 부부는 좋은 친구와도 같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친구와 배우자가 삶의 다른 문제가 아니고,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 같은 모습을 가진 '관계'의 문제임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으로 바람직한 배우자는 친구와도 같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1부 3장 「사랑하는 사이의 핵심은」은 크리스가 썼다. 그녀는 이 글에서 '친절을, 매일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말한다. 친절은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감정을 키우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 크리스는 친절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거나, 우울하지만 쾌활한 척하는 게 아니라 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인이나 배우자게에 친구에게 하듯 친절을 배푸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잘 들어주고 존중하고 허락을 구하며 미안한 일이 있을 때 사과하는 것이 관계의 진전, 유지에 필요한 일이라라고 크리스는 주장한다. "연인은 서로의 거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내뱉은 것을 되돌려 받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괜찮아', '힘든 날에도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라는 미소로 바라봐 준다면 반드시 감사하고 고마운 미소가 나에게 되돌아 올 거에요."(p.43)



자기계발서나 대인 관계를 다루는 에세이의 경우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고 또 상당 부분 설득력이 높아 독자 개인들은 한 권을 모두 읽을 경우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하게 남아 있는 몇 개의 이야기나 주제를 제외하면 잘 생각나지 않는 단점 또한 갖고 있다. 이 책은 조금 다른 서술 방식을 갖고 있어 독자들에게 특별한 독서 경험을 남기게 해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부부, 연인,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발전이나 지속 등을 희망하는 차원으로 10부 100장으로 내용을 분류했다. 다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처럼 구성 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소한 독자가 느끼기로는 이전의 다른 책에 비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하나 이상의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신문의 기사처럼 한 장의 뜻을 담은 문장을 첫 문장에 담았다는 것이다. 신문 기사 '리드문'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을 이 책에 적용했다. 

「미래의 어느 날, 어떤 걸 기억할까요?」란 제목의 21장 글을 점검해본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한 삶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뭘까?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건 뭐라고 할까?" 저자와 아내가 언젠가 점심을 먹던 중에 아내가 던진 질문이라고 적었다. 당시 저자는 그 질문 자체가 참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모든 건 멀리서 바라볼 때 더 명확하고 훨씬 덜 시급해 보인이기에 진짜 중요한 것과 지금 당장 중요해 보이는 것을 구분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질문이 왜 중요한 것인지 이 장에서 펼쳐 설명한다. 물론 부부 중심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미뤄둔 일들에 대한 생각이다. "저희는 서로에 대한 사소한 불만, 성취에 대한 집작, 체중, 외모, 살고 있는 집과 집의 청결, 물질적 소유, 은행 계좌의 크기 같은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다. 이와 유사한 많은 것들이 행복한 삶에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소중한 것들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야를 넓히면 부부는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않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마음속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과거를 돌아보고 보이는 것을 관찰하세요. 운이 좋다면 우선순위, 습관, 쓸데없는 신념, 삶에 대한 태도 등 바꿔야 할 한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도 재미있는 연습이 될 수도 있죠. 이것은 당신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것입니다."(p.117)



「무조건적인 사랑을 해보세요」란 제목의 92장에서 저자는 첫 문장을 "많은 영성 철학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의 실천을 권합니다."라고 썼다. 이는 "'나는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당신은 내 사랑을 받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달라질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뜻"이라고 덧붙인다. 사랑에는 어떤 조건도 붙지 않는다는 말도 더한다. 저자는 살을 빼거나, 일정 금액을 벌거나, 내가 하는 모든 말에 동의하거나, 내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하거나, 내 목표를 모두 받아들일 필요도,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다고 말하고있는 것이다.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실수해도 괜찮고 완벽할 필요도 완벽에 가까울 필요도 없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목표가 그런 상태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글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결정적 한마디를 덧붙인다. "잃을 건 전혀 없고 얻을 건 천지인 전략 중 하나"이다.


“나에게 가장 귀한 보물은 당신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근사한 메시지입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알면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란 사실 자체로 행복감이 들어요.(p.422)


저자 : 리처드 칼슨(Richard Carlson)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는 미국에서 100주 이상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강력한 신드롬으로 폭발적인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PEOPLE] 지는 ‘가장 주목 받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리처드 칼슨을 선정했으며 오프라 윈프리쇼, CNN 등 유명 TV쇼 단골 출연자로 유명세를 펼쳤다. 최고의 행복 만들기 전문가로 평가 받는 심리학 박사였던 저자는 지난 2006년 12월 13일, 『스크루지 길들이기』 홍보차 올라탄 뉴욕행 비행기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30년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 『Don't Sweat The Small Stuff In Love』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번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는 출간 3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 출간된 최신 개정판이다. 공동 집필자이자 평생의 친구, 사랑하는 아내였던 크리스틴 칼슨을 통해 정교하게 부분 개정됐다. 그녀는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 후 극심한 슬픔과 상실을 극복하고 삶을 재정립하는 여정을 시작으로 여성들을 위한 리트릿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사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행복만들기 전문가. 1961년 5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작가이자 연설가, 심리학박사인 그는 행복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행복 만들기 전문가이다. 그가 쓴 책 중 베스트셀러를 포함하여 20 여권은 독자들에게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이자 작가, 연설가인 그가 쓴 책《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2년간 미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그는 잡지 [PEOPLE]에 가장 주목받는 사람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투에이, CNN등의 유명 방송쇼에서 단골손님으로 초대되어왔다. 지난 2006년 12월 13일, 『스크루지 길들이기』를 홍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비행 중 폐색전이 발작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땅에서의 그의 마지막 모습은 하루하루 일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었다. 주요 저서는 부인과 함께 쓴 [사랑은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입는다]가 있고, 10대들을 위한 성공과 행복 지침서인 [성공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행복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를 비롯해 [생각의 집착을 버리면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리처드 칼슨의 행복의 원칙]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1, 2] 등이 있다.


저자 : 크리스틴 칼슨(Kristine Carlson)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은 공동 집필자이자 평생의 친구, 사랑하는 아내였던 크리스틴 칼슨을 통해 정교하게 부분 개정됐다. 그녀는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 후 극심한 슬픔과 상실을 극복하고 삶을 재정립하는 여정을 시작으로 여성들을 위한 리트릿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처드의 아내이자 25년 넘게 동반자였으며, 《여성을 위한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의 저자이다. 《사랑에서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를 리처드와 공동집필했다.


역자 : 안진환

대한민국 출판계를 대표하는 전문 번역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안진환은 35년간 국내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다수의 도서 번역을 해왔다. 그가 번역한 도서는 200여 종에 달하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도서 중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인 대표 도서로 『넛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괴짜 경제학』, 『스티브 잡스』, 『마켓 3.0』 등이 있다. 개인 저서로는 『영어실무번역』, 『한 줄만 잘 써도 COOL해지는 영작문』이 있다. 최근 전 세계 동시 출간된 『일론 머스크』의 역자다. 이번 스노우폭스북스 『세기의 책들 20선 - 천년의 지혜 시리즈』의 전체 번역 감수를 맡았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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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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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성 베드로 축일』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21권이 18년에 걸쳐 출간됐다고 하지만 각각의 권마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사건을 다루니만큼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다만 독자처럼 가톨릭이나 기독교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이나 지명 및 역사적 용어 등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실명으로 나오는 도시, 성당, 수도원 및 수도원장 이름 등에 대해서 헛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별도로 백과사전이나 교회용어사전을 찾아 뒤질 필요는 없다. 이 책 뒷 부분에 주(註)를 저자 엘리스 피터스가 따로 지면을 할애해 별도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성 베드로 축일』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사건은 슈루즈베리에 위치한 베네딕토회* 소속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수도사 평의회에서 시작되었다. 1139년 7월 30일의 일이었다. 그날은 성 베드로의 탈옥 축일*** 이틀 전이었다. 성 베드로의 이름을 내건 수도원 입장에서 이 축일은 종교적 의미에서만 아니라 수익 사업으로서도 대단히 중요한 행사였다. 아침 회의는 전적으로 축일 의식 준비에 할애되었고, 사소한 잡무는 뒤로 미뤄졌다."고 저자는 축일을 앞둔 수도원의 일상을 꽤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책의 첫 머리에 세 개의 주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 주석면에 친절하게 풀이했다.


* 베네딕토회 : 베네딕토 규칙을 바탕으로 공동 생활을 하는 가톨릭 공동체. 6세기 '누르시아의 베네딕토(성 베네딕토)'가 몬테 카시노에 창설해 전 유럽에 퍼진 수도회의 일파다. 청빈, 순결, 복종을 맹세하고 규율이 매우 엄격한 삶을 강조했다. 집단적인 예배도 중요시해, 수사들은 하루에 일곱 번씩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는 성무일도를 수행했다. 

**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 잉글랜드 슈롭셔주에 위치한 수도원으로, 원래 성 베드로에게 헌정된 작은 목조 교회였으나 11세기 후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두 사도에게 헌정한 석조 건물로 개축되었다.

*** 성 베드로의 탈옥 : 성 베드로가 헤롯 왕에 의해 감옥에 갇혔으나 한밤에 천사가 나타나 쇠사슬로 결박된 그의 몸을 풀어 탈옥시켜준 것을 기리는 축일.



이 작품은 복잡한 도시와 주변의 정세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세련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 엘리스 피터스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한다. 소설의 배경은 중세 영국 슈루즈베리라는 도시다.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슈루즈베리에서 성 베드로 축일장이 열린다. 축일장의 수익 배분을 두고 수도원과 시민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장사꾼들과 구경꾼들로 오랜만에 활기를 띤 슈루즈베리. 삼 일간의 축일장을 준비하던 중 한 거상이 알몸으로 단검에 찔려 죽는 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의 아름다운 조카딸과 캐드펠 수사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영리한 게임을 시작한다. 복잡한 정세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세련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내는 작품으로, 엘리스 피터스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유감없이 드러난 역사추리소설로 꼽힌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현재의 슈루즈베리는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드 지방 슈롭셔주의 주도(州都)다. 슈롭셔주에서는 텔포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중세 건축물이 많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전통적인 시장도시(중세에 시장 개설권을 획득한 거주지)이며 중심부 광장에는 역사적인 시장광장이 현존한다. 세번 강변에 위치하며 전통적으로 웨일즈와의 양모 거래에서 중요한 도시였다. 잉글랜드의 중요한 방어도시 역할을 했으며 에드워드 1세의 '철의 고리(Ring of Iron, 북부 웨일즈에 세운 8개의 성)'의 일부를 이뤘다. 도시에는 15~16세기의 목조건물을 포함해 660개가 넘는 역사적인 건축물이 남아 있다. 적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성채인 슈루즈베리성과 과거 베네딕트 수도원이었던 슈루즈베리 수도원은 슈루즈베리의 노르만 백작 로저 드 몽고메리가 각각 1074년과 1083년에 설립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태어나서 27년간 생활한 곳으로 웨일즈 인근 웰시 마치스로 알려진 지역에 속한 도시다라고 한다. 웨일즈 접경에서 불과 약 15km 거리에 위치해 웨일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신에게 자신을 의탁한 수도사이며,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자, 약제학 전문가이다. 이러한 캐드펠의 삶의 이력은 덜리 지역 약국의 약 조제사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저자 엘리스 피터스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보인다.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 따스함과 영적인 깊이 역시 작가 자신의 성숙한 내면을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시리즈 전편을 통해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충실히 구현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인간에 대한 신의 연민을 닮은 탐정 캐드펠의 시선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독자에게 중세의 수도원에서 저잣거리로, 안개 낀 다리 밑에서 허브밭과 약제실로 종횡무진 여행하는 재미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슈루즈베리 최고 축제 중 하나인 성 베드로 축일을 앞두고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함께 축일장 준비에 분주하다. 그런데 시 유지들이 전쟁 복구에 수도원이 일조해야 한다고 축일장 수익의 재배분을 요구하며 수도원과 시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우린 모두 적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 있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치열한 전쟁터에서 보낸 캐드펠 수사가 대꾸했다. “평화가 좋을 거라고 누가 그러오? 내가 아직 수도원장의 의중을 꿰뚫을 만큼 그 속을 아는 건 아니오. 그분의 약한 면도 본 적이 없지. 하지만 그분은 자신의 소명과 이 수도원에 대해 서약을 했소. 그러니 시간을 좀 드립시다. 당신 경우를 생각해보시오. 내가 당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을 때도 시간이 해결해주었지.” 예전 일이 떠올랐는지 캐드펠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었다. “어쨌든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요! 곧 라둘푸스 수도원장에 대한 판단이 서겠지. 자, 저 포도주 병이나 이리로 좀 건네주시오. 난 이제 들어가서 송아지에게 먹일 약을 저어야겠군. 마지막 기도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지?”(p.37-38)



잉글랜드 전역에서 상인과 구경꾼들이 몰려와 슈루즈베리는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축제의 흥분에 휩싸인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과 상인들 간에 난장판이 벌어지고 그날 밤 대상인 브리스틀의 토머스가 알몸으로 단검에 찔려 죽는다. 슈루즈베리시 측은 난장판을 벌인 젊은이들의 우두머리 필립 코비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체포한다. 하지만 또 다른 절도 사건과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필립은 혐의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피해자의 아름다운 조카딸 에마 버놀드와 캐드펠 수사는 진상을 밝히기 적극적으로 나선다. 중세 때는 수도원 안팎의 사건들에 대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범죄자를 체포해 처벌하는 권한을 수도원에 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 『성 베드로 축일』에는 슈루즈베리 행사에서 벌어진 수수께끼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우리의 눈을 가리는 거짓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행정 장관 휴 베링어 부부가 피해자의 조카딸 에마를 보호하는 가운데 에마는 수상쩍은 행보를 보인다. 젊은 영주 이보 코르비에르가 사건의 주변을 맴돌면서 에마에게 접근하고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서 사건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에마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에마는 정체 모를 살인범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캐드펠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던 필립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일보 직전, 이보는 에마의 보호를 명목으로 에마를 데리고 자신의 영지로 떠난다. 화염 속에 휩싸인 음산한 저택에서 밝혀진 뜻밖의 진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성 베드로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에 방문한 사람들의 면면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 간의 치열한 전쟁 와중에 서로에 대한 정보를 은밀하게 캐내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축제를 즐기는 척하는 사람들과, 음모의 한복판에서 추악한 야욕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 그리고 정치적 입장과는 별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등 캐릭터들도 매우 직선적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성격에 맞춰 사건을 조사해가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영국 슈루즈베리 도시 풍경(사진은 현재의 모습이며 지적재산권과 관련없음)

축일장 첫 날, 내방객과 하인과 마부들로 온통 들끓고 마굿간으로는 말들이 쉴 새 없이 들락이고 있다. 캐드펠 수사와 마크 수사는 광장의 활기찬 거리를 구경한다. 작년에는 내전 중이어서 슈루즈베리로 들어올 꿈도 못 꾸었을 텐데 올해는 성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수도원장이 시내 복구에 쓰라고 수익을 떼어줄지는 미지수다. 젊은이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마크 수사에게 "보기에 즐거운 외모보다 마음"이라고 캐드펠 수사는 이른다. 그리고 영속할 마음을 지녔다고 칭찬처럼 늘어놓는다. 마크 수사는 캐드펠의 말에 기분 좋게 웃는다. 그때 반가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기의 요람을 사러온 얼라인이다. 휴 베링어는 아내에게 소식을 들었다고 전하며 포도주를 사이에 두고 회포를 푼다. 베링어도 새로운 수도원장과 시장이 맞붙은 일을 이미 알고 있다. 시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진지하게 경고도 한다.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은 것 같고, 사건은 언제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캐드펠 수사는 도움을 청하는 전갈을 받는다. 몰드에서 온 웨일즈인 로드리에게 성문 길을 안내한다. 두 사람은 활기 넘치는 광경을 내려다 보며 웨일즈어로 대화를 나눈다. 캐드펠 수사는 결사대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뒤따라 가본다. 상인들을 향해 호소하는 코비저의 말을 무시하고 일에 몰두하는 상인들 사이에 토머스가 코비저에게 주먹을 날린다. 양쪽다 성마른 사람들이라 평화롭고 품위 있는 시위는 끝나고 난투극이 시작된다. 주동자는 빠져나가고 소동은 끝을 본다.

휴와 캐드펠 수사가 대화하는데 토마스 삼촌을 찾는 에마가 찾아온다. 수색대가 꾸려지지만 소용없다. 알몸 상태의 토마스 시체는 도기 장수가 발견한다. 토마스는 칼에 찔리고 옷이 벗겨진 채 살해되고 유기되었다. 토마스에게 조롱을 당하고 모욕을 느낀 사람들이 스무 명은 된다. 금품을 노린 우발적 살인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캐드펠 수사는 생각이 깊어진다. 난동을 피우던 청년들은 이미 감옥에 있었다. 주모자인 청년이 잡혔다. 과연 필립 코비저가 범인일까? 도난 사건이 일어나고 부스가 털리는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에마를 향한 의구심과 복잡하게 얽힌 일에 캐드펠은 최선을 다한다. 그녀가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모르지만 위험에 처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캐드펠 수사는 또 억울하게 지목당한 한 청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새로운 수도원장이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베링어와 올바른 판결을 위해 협력하고, 실마리는 자신의 행적을 쫒던 필립이 찾아낸다. 캐드펠의 명석한 두뇌와 꿰뚫어 보는 눈에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십자군 전쟁 참여 기사단은 정의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아갔다. 자긍심과 정의를 향한 냉정한 이성도 가졌다. 오늘날 재판관이나 검사 등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다. 그런데 부와 출세를 위해 살인과 배신도 마다않고 벌이는 인간 쓰레기가 감히 에마를 하찮은 존재처럼 대하다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는 중세 기사단의 면모가 돋보인다. 물론 모든 기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자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전편에서 캐드펠 수사를 따뜻한 사랑과 정의로운 시선으로 악을 응징하는, 신의 심판을 대신하는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보를 신뢰와 진실로만 대해왔는데, 그가 에마를 가두다니. 도대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자신이 아름답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보가 그녀를 가지겠다는 욕심으로 이런 일을 벌일 리는 없었다. 에마가 아니라면, 결국 그가 원하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지금껏 누군가 극단적인 사건을 벌이면서까지 줄곧 손에 넣으려 애써왔던 것, 지금 그녀가 지니고 있는 바로 그것 말이다. 그것이 지나가는 곳마다 죽음이 뒤따랐다. 이보의 종복 하나가 살인을 저질렀고, 이보는 그를 그 자리에서 처단했다. 그저 금품을 노린 절도였고, 그 와중에 우발적으로 살인이 일어났다고, 그 종복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물건들이 이를 증명한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물론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구멍을 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녀는 그 시커먼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가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이보였다.(p.322)


저자 : 엘리스 피터스


아가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작가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본명 에디스 파지터 Edith Pargeter)는 1913년 9월 28일 영국의 시로프셔 주에서 태어났다. 화학실 조교와 약 조제사,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는 등 그녀가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는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1963년 『죽음과, 행복한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받았고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1981년 캐드펠 시리즈의 한 권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기도 한 엘리스 피터스는, 1995년 10월 생전에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시로프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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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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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세상'이었던 중세 유럽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평화로운 곳, 수도원을 만들어 신을 받들고, 오로지 신의 말씀만을 따르며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람, 그들을 수사(修士)라는 호칭으로 불리우는 수도자들을 뜻한다. 그들은 일정 공간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엄격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그에 준하는 권한도 주어진다. 신들의 세상이었으니 모든 일이 종교적, 신의 명령으로 규제됐을 것이다. 이곳에서 움트는 인간의 탐욕과 야망, 그리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싼 피의 비극이 펼쳐진다. 이 소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1137년 중세 영국 슈롭셔주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가는 한 수사(캐드펠 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수사(修士)는 가톨릭 청빈·정결·순명을 서약하고 독신으로 '수도하는 남자'라고 앞서 언급한 대로다. 평화롭게 허브밭을 가꾸며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캐드펠 수사에게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임무가 부여된다. 부수도원장을 비롯해 귀더린으로 떠난 수사들은 귀더린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맞닥뜨리고, 급기야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가 화살에 맞아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책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연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모두 21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 엘리스 피터스는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선과 악,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등 인간사 최고 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녹아 있는 역사추리소설의 전범을 쓴, 영국 작가로서 탐정소설의 대가 코난 도일,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와 비견될 정도의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원작 시리즈 완간 30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된 한국어판이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을 만난다. 장장 18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엘리스 피터스의 역사추리소설 시리즈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 소개된 밀리언셀러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뛰어난 추리력과 인간적 매력의 소유자 캐드펠 수사를 내세운 이 시리즈는 1997년 한국에 처음 소개(『수도사의 두건』, 북하우스)된 이후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은 영국 중서부 슈롭셔의 주도 슈루즈베리에 있다. 슈루즈베리의 북부는 웨일스 지역에 접한다. 세번강에 의해서 남서부의 고지와 북동부의 평야로 나누어진다. 고지는 깊은 협곡을 사이에 끼고 웬록·뷰 등의 산지가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고, 예전에 습지대를 이루었던 평야에는 수많은 작은 하천이 흐른다. 12세기 이후에는 웨일스와 변경 제후와의 싸움 중심지가 되어 많은 성채가 구축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의 주산업은 농업으로, 밀·보리·사탕무·감자를 산출하며, 평야에서는 낙농업도 이루어진다. 슈롭셔 양(羊)의 원산지이며, 그 밖에 도기·벽돌·석탄·주철업이 활발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도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군상 하나하나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적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장미의 이름』의 엘리티즘과는 그 결이 다르다. 공포와 전율, 흥미를 동반하는 고전적 추리소설의 매력이 흘러넘치면서 살인 미스터리를 고도의 지적 게임으로 풀어가는 이 시리즈는 교묘하게 짜인 중세의 어두운 미로를 종횡무진 헤쳐가면서 강력한 흡인력으로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신에게 자신을 의탁한 수도사이며,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자, 약제학 전문가이다. 이러한 캐드펠의 삶의 이력은 덜리 지역 약국의 약 조제사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저자 엘리스 피터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 따스함과 영적인 깊이 역시 작가 자신의 성숙한 내면을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충실히 구현한 이 시리즈에서는 인간에 대한 신의 연민을 닮은 탐정 캐드펠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독자에게 중세의 수도원에서 저잣거리로, 안개 낀 다리 밑에서 허브밭과 약제실로 종횡무진 여행하는 재미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책 앞 부분에는 두 장의 중세 지도가 그려져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정세랑 소설가는 “열일곱 살에,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캐드펠 시리즈〉를 읽었는데 완전히 푹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 21세기 한국의 고등학생이 12세기 영국의 수도사에게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을까? 책을 펼치면 캐드펠 수사가 가꾸는 허브밭의 싱그러운 향이 미풍에 실려 오는 것만 같았고, 부지불식간에 이웃처럼 정이 든 마을 사람들이 삶의 우여곡절을 겪을 때는 함께 탄식했다. 그 생생한 경험을 통해 역사와 문학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른다섯 살이 되어 〈캐드펠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어졌는데, 혹시 두 번째로 읽었을 때의 감회가 예전만 못할까 걱정했었다. 기우 중의 기우였다. 열일곱 살에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잔뜩 발견하며 읽을 수 있었고, 역사추리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곤 했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시작해 역사의 큰 톱니바퀴와 힘 있게 맞물려 들어가는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했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멋진 일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고, 심혈을 다해 빚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이 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믿게 되었다.”고 추천사를 썼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과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치밀하면서도 폭넓고 깊은 추리의 세계, 중세 영국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한 명문 등 원텍스트의 묘미가 최대한 살아나도록 편집하였으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역사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책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은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한쪽 구석에는 사시사철 허브향이 풍기는 허브밭과 이 허브들로 약제를 만드는 약제실이 있다. 이 허브밭과 약제실을 책임지는 노수사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이라는 과거를 뒤로한 채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 후 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던 콜룸바누스 수사는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수도원의 명성을 드높이려면 성인의 유골을 안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로버트 부수도원장과 콜룸바누스 수사, 캐드펠 수사, 존 수사 등 네 명의 수사들은 성녀의 유골을 가지러 귀더린으로 떠난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귀더린은 자신의 지역에서 일생을 바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가겠다며 네 명의 수사가 들어서면서부터 혼란에 휩싸인다. 수사들은 생각보다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황하고, 그 와중에 이 반대파를 대표하던 영주 리샤르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평화롭게 일상을 영위하던 시골 마을에도 갈등의 불씨는 잠자고 있었고, 성녀의 유골을 둘러싸고 이 불씨가 활활 불타오른다.

리샤르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 쇼네드, 쇼네드의 연인이자 마을의 이방인 엥겔라드, 쇼네드를 짝사랑하는 페레디르 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일까? 엥겔라드가 쇼네드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리샤르트를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마을에 성녀의 분노가 내린 것일까? 콜룸바누스 수사의 발작은 정녕 위니프리스 성녀의 계시를 전하기 위한 신의 안배인가?


주민들은 리샤르트와 뜻을 같이하고 있었다. 모두의 안에서 억눌려 있던 비분한 감정이 리샤르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불같이 끓어올랐다.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외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위니프리드는 귀더린의 성녀이며, 다른 곳에 속하는 분이 아니라는 얘기였다.(p.94)


유골을 옮기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 지도자 리샤르트가 살해되면서 긴장감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이 갈등의 과정에서 인간의 탐욕과 야망, 비극은 작품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수도원이라는 성스러운 배경 속에서 믿음과 과학의 대립이 비춰지는 것은 각각이 추구하는 영역이 다른 학문이 서로 연결되기도, 대립하기도 한다는 영감을 받게 해준다. 당시 어떤 방식으로 성자로 추대되고 성유물이 되는지 미묘한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도 새로운 사실도 알게 해주는 등 거리가 멀었던 중세의 종교관이나 인간에 대한 예우가 '신들의 세상'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의 탁월한 문장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늘날 웨일스는 잉글랜드에 완전히 흡수돼 영국으로 불리지만 중세 당시에는 영혼의 숙적이라 불리었다는 사실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추가한다. 독자가 앞서 말한 대로 책 앞 부분에 있는 지도에 확실하게 나와 있지만 슈롭셔는 웨일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두 지역 간의 갈등이 이 책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스토리에 배어 있다.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 이 책뿐만 아니라 〈캐드펠 시리즈〉 전체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국경 기준으로 보면 수도원은 잉글랜드, 귀더린 마을은 웨일스 지역에 속해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앙숙 관계는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역사적 갈등과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두 지역은 갈등과 정복, 동화와 반란의 역사로 이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웨일스는 잉글랜드에 의해 여러 차례 정복되고 합병되기도 했지만, 웨일스의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은 계속해서 유지되었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웨일스 문화와 웨일스어를 재건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웨일스민족당'을 중심으로 한 지방분권 요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잉글랜드가 웨일스를 야만인과 야만국가라고 차별하는 듯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직 웨일스는 잉글랜드와 합병되지도, 종속되지도 않은 떳떳한 독립국가였으니. 1282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웨일스의 왕국은 사라진다. 열등하게 여기는 정서를 내포하는 대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두 나라간의 갈등을 저자는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주인공 캐드펠은 웨일스 출신 잉글랜드 수사이다. 어떻게 보면 사건 수사를 위해 캐들펠 수사는 중립적 위치란 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첫 번째 책의 재미로 봐서 갈수록 흥미롭고 관심 있는 많은 이야기가 기다릴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수사님들은 곧 떠나실 테니 우리가 문제를 죄다 떠안게 된 셈이죠. 수사님들을 욕하자는 건 아닙니다. 수사님들이야 물론 사명이 있는 곳으로 떠나야죠. 하지만 다들 가시고 나면 우리끼리 리샤르트 씨의 죽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 교구 주민들의 절반 정도는 여러분 베네딕토회 사람이 그분을 죽였으리라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 마을에 사는 어떤자가 원한에 못 이겨 살인을 저지른 뒤 여러분께 책임을 떠넘긴 채 시침 뚝 떼고 숨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시기 전까지 이곳은 평화로운 마을이었어요. 살인 따위는 상상조차 못 해봤지요.”(p.289)



일행은 고분고분 발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부수도원장을 지켜보았다. 그는 마치 발끝으로 길을 찾듯이 무성한 잡초와 들꽃들 사이로 수도복 자락을 끌며 조심스레 걸어 들어갔다. 그러곤 머뭇거리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교회의 동쪽 끝에서 일직선이 되는 곳에 자리한 곳, 잡초가 웃자란 작은 흙무더기로 가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니프리드 성녀께서는 여기 누워 계십니다.” 부수도원장이 말했다.(p.183)


교회 안에는 짙고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 열린 문으로 아침 바람이 살며시 들어오자 안을 메운 향기가 출렁거렸다. 제대 위에서는 여전히 촛불이 타올랐고, 촛대 사이에는 작은 등잔이 놓여 있었다. 제대 앞 한가운데 놓인 제대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기적의 바람이 산사나무 울타리에서 꽃들을 꺾어 단 한 송이도 흘리지 않고 제대 창문 앞까지 날아와 창 안으로 입김을 훅 불어넣어 흩어놓은 듯, 제대 위에도 관 위에도 눈처럼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기도대와 그 옆에 놓인 옷 위에도 마찬가지로 꽃잎들이 보였다.(p.320-321)


부수도원장의 분노한 얼굴에 푸른 그늘이 드리우고, 섬세한 눈꺼풀 속 눈은 질투에 차 은빛으로 번쩍였다. 그런 보잘것없는 시골에서, 성녀마저 떠나버린 그 한산한 마을에서, 비가 내리다 말고 멈춘다거나 별것 아닌 상처가 제법 낫는 정도의 사소한 이적을 뛰어넘는 기적이 어찌 감히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효험의 기적들이 어찌 그 짧은 기간 동안 모두 벌어졌단 말인가. 눈먼 자가 지팡이를 짚고 왔다가 그 지팡이를 내던진 채 돌아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p.338-339)


저자 : 엘리스 피터스


아가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작가 엘리스 피터스 Ellis Peters(본명 에디스 파지터 Edith Pargeter)는 1913년 9월 28일 영국의 시로프셔 주에서 태어났다. 화학실 조교와 약 조제사,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는 등 그녀가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녀는 1959년 46세 때 스릴러 소설 『죽음의 가면』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1963년 『죽음과, 행복한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받았고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1981년 캐드펠 시리즈의 한 권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기도 한 엘리스 피터스는, 1995년 10월 생전에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시로프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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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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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상실과 발견』은 우리 일상의 경험이 때론 삶의 전부를 흔들수도 있고, 때론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상반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았다. 이 책은 표제어부터 상반된 개념의 단어를 배치시킴으로써 책의 내용 이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저자 캐스린 슐츠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얼마 전, 결혼하게 될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누구나 언젠가 한 번은 하게 되는 경험, 사별과 만남이라는 경험을 거의 동시에 겪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 슐츠는 우리의 삶이 온통 상실과 발견으로 빚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힌다. 

우리는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잃기도 한다. 또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평생의 반려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 『상실과 발견』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안내서이자, 아주 평범한 경험 속의 빛나는 경이를 발견하는 섬세하고 따뜻한 에세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죽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현혹적이게만 느껴질 뿐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머리를 잡는다. 첫 문장에서 저자는 "나는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표현들이 늘 싫었다."고 강한 톤으로 썼다. '돌아가셨다(passed away)'라거나 '더는 우리 곁에 없다(no longer with us)', '세상을 떠났다(departed)' 같은 표현들은 비록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내게는 위안이 된 적이 전혀 없다. 이런 표현들은 요령껏 말한다는 미명으로 죽음의 충격적인 둔탁함을 외면하고,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다움이나 그리움을 불러내기보다 안전함과 친숙함을 택하는데, 내게 그런 선택은 언어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처럼, 얼버무리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강조한다. 

독자가 영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무슨 뜻인지 저자의 내용이 그대로 와서 가슴에 담긴다. 독자의 경험으로도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독자도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고, 또 친한 지인의 문상을 가서도 저자의 생각과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 위로의 말을 해야 할 때는 적절한 단어들을 찾지 못했고, 반대로 누군가의 위로를 받을 때도 상대의 모습에서 느껴진다. 그냥 그 모습 자체로 서로 알기에 서로 절을 함으로써 말을 삼가는 것을 암묵적으로 해왔다. 저자의 비난에 가까울 정도의 무게감으로 '전혀 위로되지 않은 말'에 대한 폭격에 독자가 쉽게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가 있지만 적절한 말이 없을 경우 차라리 우리의 형식처럼 '말 없는 맞절'이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가족의 사망은 사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공황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고, 고인의 체취가 아직 남겨진 집에서 그가 쓰던 물건을 바라보며 극한의 슬픔을 참아내려는 사람들은 쉽게 패닉 상태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상태를 오랫동안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독자의 경험으로 볼 때는 적어도 우리의 일상이 가족의 죽음을 애도할 그렇게 여유 있는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 저자의 경우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옮겨진 다음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어가는 동안, 저자의 직장에서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으면 이메일에 접근할 수 없다는 자동 경고 메시지들을 연달아 보냈다고 한다. 이 규칙적인 메시지들은 저자의 접근 권한이 열흘 안에, 아흐레 안에, 여드레 안에 만료되리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저자는 결국 접근 권한을 잃었고, 아버지가 사망한 뒤 고객센터 직원에게 이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느라 "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상을 치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런 표현이 나왔는데, 죽음을 에둘러 말하는 여느 말과는 달리 면피한다거나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저 슬픔 그 자체처럼 단순하고, 애달프고, 쓸쓸하게 들렸다는 것. 사별이 남긴 황폐함과 혼란스러움에 맞춤한 말이었다고 '발견'을 언급한다.

저자는 이후에 '잃었다(lost)'란 말이 그토록 적확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잃다(to lose)'라는 동사는 '슬픔(sorrow)'에 그 뿌리를 곧게 뻗고 있었고, '허망한(forlorn)'이 품은 '적적한(lorn)'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동사는 사별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 단어에서 나왔는데, 그 단어는 분리 혹은 쪼개기를 뜻하는 더 오래된 단어에 기인한다. 대상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현대적 의미는 그 후인 13세기에 출현했고, 그로부터 100여 년 뒤, '패배하다(to lose)는 승리하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우리가 실성하기(lose our hearts)' 시작한 건 16세기였고, 17세기에는 실의에 빠지게(lose our hearts)'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의 연결고리가 우리 자신의 삶과 서로의 삶으로부터 시작되어 꾸준히 확장되어온 것이다. 

저자는 상실에 관한 생각에 잠기고 어떤 유형의 상실은 사실상 긍정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놀랐다고 털어놓는다. 상실은 살면서 경험하는 수많은 낙담의 즐거운 예외에 속한다는 저자는 상실의 극단적인 한계까지 더듬어 본질에 다가간다. 이런 사항들은 본질적이고 탐욕스러운 성질이다.



상실의 영역을 확대해 들어가고 본질에 대해 사유한 가운데 어떤 상실은 왜 그토록 충격적으로 여겨지는가?에 대해 탐구해 들어간다. 저자의 가계(家係)를 중심으로 가까운 조상들의 삶을 역추적하고 사유를 지속한다. 저자 캐스린 슐츠는 근대사에서 벌어졌던 가장 전면적이고 끔찍한 끔찍한 상실을 야기한 사건인 제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의 할머니는 폴란드 중부 우치 외곽의 부락에서 나고 자랐다. 그곳은 전쟁 전에도 유대인으로 살아가기 가장 위협적인 장소였다고 알려진 곳이란 말을 전한다. 저자의 아버지가 태어나 아직 걸음마를 떼지도 않았을 무렵에 키부츠*로 보내져 몇 년간 낯선 이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아버지가 그곳에 있는 동안, 그의 가족에게는 앞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중대한 상실이 두 번 일어났다. 먼저 그의 친부가 사망했고, 어머니는 재혼했다. 이 사실을 아버지는 20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당신이 결혼하던 날 밤에 알게 되었다. 두 번째는 폴란드에 남았던 할머니의 가족 전부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것이었다. 

할머니의 부모는 거기서 사망했고, 열 명의 형제 중 아홉 명도 마찬가지였다. 1945년 1월 27일, 수용소가 해방되었을 때 제일 맏이였던 저자의 고모할머니 에지아만이 살아서 걸어 나왔다. 이런 사실이 언제, 혹은 어떻게 할머니에게 전달되었는지, 텔아비브까지 이름별로 하나씩 도착했을 나머지 소식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저자로서는 알지 못한다. 할머니가 우치를 떠날 때 그곳에는 거의 25만 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작 9,000여 명 정도만이 전쟁에서 살아 남았다고 책에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상실의 경험한 자신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 상실의 의미를 확대하기 위해 돋보기를 들이댄다. 다시 내려오며 저자는 한 유대인 가계 전체가 잃어버린 삶이 기억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애도'의 근거로 작동한다고 설명하는 것 같다. 3부로 이뤄진 이 책 1부 〈상실〉에서 저자는 "사라진 것들을 전부 한데 모으려고 애쓰는 건 인간의 마음이 오랫동안 지녀온 '별난 습관'이라고 잘라 말한다. L. 프랭크 바움이 쓴 『즐거운 나라의 도트와 토트』에 나오는 「잃어버린 물건들의 계곡」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대부분의 필멸자들과 달리 잠시 명부로 출입하는 것이 허락되었던 오르페우스나 단테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물건들, 그리고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사람들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들에게 내세를 내어준다. 최소한 이 세계에서는 우리가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는 달콤씁쓸한 깨달음으로."(p.53)



"사랑하던 이를 잃는 경험이란 너무나 어마어마해서 한 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p.95) 이 문장은 쉽고도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상실의 슬픔 뒤에 오는 애도라는 드높은 파도가 물러나고 내적 해변에 온갖 이상한 것들만 남겨둔 채 뒤늦게서야 저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 뒤에 남겨진 모든 부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부재는 그저 달리 느껴지기 시작할 뿐, 마침내 마음이 슬픔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채워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여전히 거의 매일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모든 곳에 시선을 보낸다. 사진에서, 읽던 책에서, 내가 쓴 문장이 내는 소리와 내 생각들의 형태에서, 어머니와 언니에게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서, 낯익은 아버지 지갑(이제 아버지 곁에 있지 않게 되었으므로 안전해진)을 보면서 아버지의 부재를 마주친다. 그중 몇몇은 내 아버지였던 사람에 대해, 잠시 멈추어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는 말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증거와도 같다. 저자는 또 몇몇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울하고 애매한 감정이 든다고 말한다. 의자처럼 일상과 관련된 기념물은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환히 빛나고 있기에 저자가 밝힐 필요가 없는 '양초'라고 표현한다. 아버지와는 다르게 이런 것들은 아직 여기 존재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들을 만들어낸 사랑처럼 지속적으로. 이것이 상실의 근본적인 역설이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p.104)

책의 2부는 〈발견〉에 대해 저자의 사유를 정리하고 있다. 『트릭 미러』의 저자 지아 톨렌티노는 "슐츠는 익숙한 관념을 이리저리 돌려보아 우주적이고 경이로운 것이 되도록 한다. 그러면서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 회고록은 우연이 운명이 되고, 슬픔이 감사와 얽히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전환된다. 책을 읽으며 마치 손바닥에 그려진 대륙의 지도를 발견하는 것처럼 조용히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고 추천사를 썼다. 죽음에 관해 말하는 책은 많다. 사랑에 관해 말하는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상실과 발견』이 그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저자의 세심한 '관찰력'과 '남다른 관점' 때문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보편적인 경험을 낯설고 새롭게 들여다보기 위해 독자과 함께 여러 곳을 방문하며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들려준다. 발단은 사별할 때 상투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들에 대한 낯섦과 바로 잡으려는 저자의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소설 속에서 다루어져 온 ‘잃어버린 물건들의 계곡’, 메논의 역설, 베아트리체와 마주치는 순간 사랑에 빠졌던 단테까지, 먼 길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시선을 확보한 채 머뭇거림 없이 나아간다. 호기심과 다정함, 지성과 재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슐츠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자신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또 경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책 『상실과 발견』은 단순히 회고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생생하게,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가 된다. 상실을 통한 발견, 즉 익숙한 경험을 새로이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평범한 삶이 경이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며, 평범한 비극과 슬픔이 우리를 무너뜨려 '발견'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평범한 발견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경이를 알아챌 수 있다면 삶은 또 다른 데로 이어질 거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앤디 보로위츠는 "사랑과 상실에 대한(그리고 운석과 단테와 곰에 대한) 깊은 감성과 정교한 글쓰기가 돋보인다. 캐스린 슐츠는 자신의 삶에 관해 썼다. 여러분의 삶을 바꿀 만한 방식으로."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보로위츠는 이 책을 “가장 대담한 종류의 책이며, 바로 ‘행복한 사람의 회고록’”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고록'이라는 장르는 고통과 아픔을 다루는 장르로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나 좀처럼 희망과 회복을 말하지 않다가 책의 끝에 가서야 결말처럼 등장한다. 우리는 다른 이가 겪은 역경에서는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행복의 이야기에는 좀처럼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상실과 발견』은 이런 회고록의 전형을 깨부수는 책이라고 앤디 보로위츠는 보고 있다. 이로써 저자가 묘사하는 아주 일상적인 행복과 기쁨 속에서, 독자들은 자기 자신만의 행복과 기쁨을 찾아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넘쳐나는 냉소주의와 절망의 바다에서 이 책만 한 선택은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책은 상실을 경험해본 모든 이에게 함께 애도해 나가도록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어두운 현재에 절망하고, 포기를 선택한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변화를 안겨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의 마지막 3부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제목으로 썼다. 저자는 이 단순한 접속사의 놀라운 힘을 이야기한다. 한 단어가 다른 단어와, 한 개념이 다른 개념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우리가 세계와 연결될 때 빚어지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단어가 '그리고'라고 강조한다. '그리고'가 어두운 현재에 대한 절망과 포기를 희망과 변화를 바꿔 줄 단어로 저자가 채택한 단어다. 책의 역자 한유주는 책의 뒷 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상실〉 파트가 끝나고, 이어지는 〈발견〉, 그리고 〈그리고〉 파트에서(여기서도 '그리고'가 두 번이나 등장한다. 나는 이 접속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권능을 지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역자 주) 우리의 삶은 예기치 못한 상실로도 가득하지만, 예상할 수 없었던, 그래서 경이가 배가되는 발견으로도 충만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p.311)"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살아가면서 어떤 상실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삶은 찰나이기에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임을 유감없이,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알려준다.


대체로 나는 놀라움 쪽이 좋다. 나는 연못처럼 단순한 대상조차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수목원에서의 그날,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깨달았다. 가차 없는 상실에 직면했을 때 우리를 가장 잘 대접하는 건 슬픔이나 묵인이 아니라 주목이라는 사실을. 최소한 지금 우리가 주목하고 바꾸는 세계는 우리의 소유이고, 그걸로 됐다.(p.298)


저자 : 캐스린 슐츠


작가, 저널리스트, 비평가. 프리랜서로 글을 써오다 지금은 《뉴요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태평양 북서부 지진 위기를 다룬 기사로 내셔널매거진어워드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상실과 발견』은 전미도서상과 앤드루카네기상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2023년 람다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오류의 인문학』이 있다.


역자 : 한유주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3년 단편 『달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9년 단편 『막』으로 제43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희곡과는 다른 소설만의 고유한 장르성이 어떻게 획득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집으로 『달로』(2006), 『얼음의 책』(2009),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2011) 등이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세계문학강독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텍스트의 경계를 실험하는 문학동인 ‘루’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의 순간들』, 『작가가 작가에게』, 『교도소 도서관』, 『눈 여행자』 등을 번역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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