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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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시대예보: 호명사회』의 표제어 '호명사회'에 눈길이 먼저 간다.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던 용어이기 때문이다. 한자 직역 뜻으로는 '이름을 부르는 사회'쯤으로 이해된다. 책의 제목으로 쓸 단어는 저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편집진도 여러 가지 의미를 고려했을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시대'라면 무척 좋은 의미로 독자 개인적으로는 들린다. 저자 송길영의 전작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이미 새로운 개념의 단어 '핵개인'을 사용했다. '호명사회'도 역시 저자의 신조어인가 싶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핵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는 조직의 이름 뒤에 숨을 수도, 숨을 필요도 없는 사회다.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이 한 일에 보상을 받는 새로운 공정한 시대라는 뜻을 내포한 단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호명사회는 어디까지 왔으며,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를 제시하는 책이다. 

전작을 읽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저자 송길영에 대해 독자는 어떤 정보도 없었다. 다만 저자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시대를 읽고, 시대에 맞게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논리정연해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가지 지켜본 기억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이었다. 그는 시사평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말을 들은 바는 있다. 시사평론이라면 '정치적'인 평론이나 싶었는데 '경제'라고 했다. 경제의 흐름을 잘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기억됐다. 

저자 송길영은 지금의 시대를 왜 '호명 사회'라고 일컬었을까? 저자는 책의 앞 부분에 「예보: 호명사회」란 글에서 언급한다. "첫 번째 예보인 '핵개인의 시대'에 지능화와 고령화가 나선처럼 꼬여지며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 핵개인의 탄생을 예고했다면, 이번 두 번째 예보에서는 개인의 삶과 자각의 관점에서 핵개인의 탄생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주기적인 경제 위기를 겪으며 직업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느새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다.

학벌, 학점, 토익에 불과했던 직장 등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은 어학연수, 공모전, 제2외국어,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확장됐다. 최근에는 유치원에서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시대가 왔다고도 한다. 이렇듯 '경쟁의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경쟁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뜻이라고 저자 송길영은 진단한다. 한마디로 성공의 값이 비싸지는 것이다. 경제의 기본원칙이지만 이 경우 우리가 들이는 시간과 열정의 가치는 폭락한다. 우리가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직업이 주는 안정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생애주기는 길어지는데 직업의 생멸주기는 짧아지는 극단적 불일치 현상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당연히 취업준비생이든 직장인이든 평생 한 직장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불안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를 ‘유동화’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성이 조밀해지면서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던 일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광고대행업은 고객상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 행정, 스태프 인력 등 모든 단계에 인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와 다양한 자동화 서비스를 통해 1인 창작자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극소화’라 한다.

이처럼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현실 정년은 바뀌지 않고,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는 시대가 왔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여기에 유동화와 극소화로 조직은 점점 작아지고 개인은 점점 커지도록 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의 간판과 직책이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나보다 직업이 먼저 사라질 시대에 앞서 살아간 선배들의 조언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변한 사회 시스템과 시대정신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나의 이름을 찾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사회’의 도래다. 산업혁명 이후 팽창한 조직에서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잃었다. 이제 조직의 확장이 저물고 수축기로 접어든 시대에 우리는 조직에 가려져 있던 ‘나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예보: 호명사회」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시대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서구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불과 200년 정도의 기간에 대량생산을 하기 위한 설비 투자, 재료 수급과 운영 관리, 판매 촉진과 사후의 응대 등 경제 주체로서의 규모를 빠르게 확장했다. 이 기간에 경제의 주체가 되는 기업이나 '조직'의 팽창은 반대급부로 '개인'의 이름을 조금씩 잊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장을 넣은 장인의 표식은 기업의 브랜드로 대체되었고, 이름을 걸고 만들어내던 품질의 보증은 각종 인증마크로 바뀌었다. 전체를 관할하지 못하고 일부를 맡게 된 참여자는 장인이 아닌 노동자로 불리며, 정규화된 프로세스로 인해 항상 대체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다"(p.12~14) 

이젠 시대의 핵개인이 예전의 장인과 동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시작하고 산업혁명 이전의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을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이를 호명사회라고 칭하고 있다. 저자는 앞서 규정한 유동화와 극소화는 작은 단위 조직 사이의 협업을 독려하고 전문화로 무장한 핵개인들은 조직이라는 형식이 아니어도 다른 핵개인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더 섬세한 협업을 만들어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단위가 개인으로까지 작아질 때, 그를 부르는 호칭은 그의 이름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시뮬레이션 과잉」, 2장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 3장 「호오에서 자립을 찾다」, 4장 「선택의 연대」, 5장 「호명사회의 도래」 등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이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지 6년이 지나가고 있다.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3년 이후 60년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100달러 수준이던 경제 수준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성장세를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전무후무한 일이라고도 한다. 이에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위상이 달라졌다. 인구도 만만치 않기에 '경제대국'이란 호칭도 붙었다. 4만 달러를 쉽게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또다른 동기 부여만 있다면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달성하고 넘어서리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내보는 시점이다. 4만 달러는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과거 국민소득 1,000달러 미만일 때는 산업화 추진이나 개인의 취업에 이르기까지 선뜻 손대지 못할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잃을 게 없어서 선택은 오히려 쉬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선택에 두려움이 생겼다. 잃을 게 없던 시절과는 다르게 자칫 선택에 실패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부(富)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새롭게 생긴 것이다. 저자는 이를 '3만 달러'를 놓고 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는 선택 심리로 표현한다.

저자는 이처럼 신중한 선택의 결론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향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회에서 단기적으로 금전적 보상이 높은 직업, 사람들이 지금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모든 이들이 매달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쟁투'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유행을 따르며 뜨고 지는 주기가 빨라지자 그 눈을 과거로 돌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임을 강조한다. 잠시 사람들이 좋아해 무수히 경쟁하다가 결국은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례들이 매년 나오자 그 보상의 유효성이 더 오래 검증된 직업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의사'로 귀결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욱이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단일해지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삶의 안정성을 얻기 위한 노력이 금전이라는 수단으로 쏠렸고, 경쟁에 지친 이들이 모두 안전해 보이는 일을 탐하며 동일한 트랙의 선착순 경기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하고 있다.

실제적 증거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롤 모델로 삼아 택하고 싶은 직업을 살펴보면 알게 된다고 한다. 스포츠 스타와 예능인을 거쳐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를 지나, 이제 의사로 결집하고 있다. 학원가로 유명한 동네에서 무거운 가방을 멜 수도 없어 바퀴를 달아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들의 꿈이 하나같이 '의사'가 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심지어 무리의 경쟁이 치솟는 사회는 이제 '유치원 의대 준비반'으로 현실이 되었다고 꼬집고 있다. 모두 목표가 단일한 사회에서는 같은 길을 내딛는 자로 가득찬 사회, 그리고 경쟁이 가장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 구성원의 욕망이 합의된 경쟁 인플레이션 사회가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경주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며 저출생의 구조가 고착화되고 퇴보하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한다. 독자가 '유치원 의대 준비반'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그 부분을 찾아 먼저 읽으려 목차를 찾아봤다. 1장 「시뮬레이션 과잉」에 작은 항목의 제목으로 나와 있다. '유치원까지 내려간 의대 준비반'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초등학교 아이들이 의대 간다고 학원을 드나들던 게 이젠 유치원부터 부모가 아이들에게 의대를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학습을 독려하는 것인지 실제 프로그램을 갖고 실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은 '역기능적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회피적 시뮬레이션 부작용'이라고 저자는 지칭한다. 최선의 시나리오만을 생각한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삶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 끝에는 최종적 위험 회피가 자리 잡는다고 한다. 가령 부모의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회피에 성공할지라도 이는 아이의 성장 부재로 이어지고 점차 나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계하고 있다.

4장 「선택의 연대」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한 편의 영화 이야기로 말머리를 잡는다. '경주 최씨 충렬공파 30대손'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인물 최익현은 윤종빈 감독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주인공이다. 경주에 자리 잡은 최씨, 명문가 충렬공파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비리를 저질러 면직된 공무원임에도 자랑스러운 뿌리를 연줄로 조직폭력배에 가담하고자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검사와의 인연 또한 '할부지의 9촌 동생의 손자'라는 정체 모를 촌수로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혈연이나 지연으로 사회관계를 맺었던 90년대 이전까지의 우리 사회를 꼬집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는 배움의 현장에서도,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도, 뜻을 모든 공동체에서도 '가족' 같은 관계가 기본이었다. 이 시대는 그래도 '낭만'의 시대라서 보상도 확실했다고 한다. 운명 공동체의 조직이라면 개인이 감내한 만큼의 암묵적 보상을 약속한 셈이다. 과거 세무조사를 받던 기업 임원이 장부를 들고 잠적한 뒤 감옥에 다녀와서 오히려 더 높은 자리로 영전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던 시절이니까. 한국 사회의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는 끈끈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남이가?'하는 구호가 사라진 지도 30년이 훨씬 넘었다.

저자는 사회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평등함'을 기반으로 한 '연대'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연대는 연좌의 끈을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개인의 잘못이 공동의 잘못과 같다는 공동체적 결속은 모두를 침묵하게 하는 그늘과 같은 것이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연좌를 경험해 왔다. 조선 시대 삼정(나라의정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로 토지세와 군역의 부과, 양곡 대여와 환수)의 문란으로 가족이나 이웃의 군포를 대신 납부해야 했던 족징이나 인징부터, 근래에는 학교에서 한 학생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 학급이 받았던 단체 기합 등이 그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전까지도 가까운 이들의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금융기관의 빚보증 명칭은 '연대 보증'이었다. '연대'가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된 사례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와 시스템을 창출한다. 첫 번째 도제 시스템의 몰락과 함께 나타나는 지식 전수 방식의 변화다. 두 번째는 취향을 중심으로 한 새롱누 정체성 공동체의 형성이다. 세 번째는 다정함의 중요성이다. 예전에 끈끈했던 가족 같은 관계는 그 막역함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예속과 연좌가 따라왔다. 이젠 대등함을 바탕으로 서로 감정적으로 연대하고 지지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모색되고 있다. 호명 사회의 앞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책은 호명사회에 생존하기 위한 우리 개인의 대처법, 혹은 선택이라고 할 만한 것을 제시하고 있다. 임의의 번호를 붙여 독자가 나열해 본다. ① 호오에서 길 찾기. 나의 좋음과 싫음을 뜻하는 호오(好惡)를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조예와 취향을 쌓으면 그것이 자신의 새로운 본진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나의 조예와 취향이 벼려질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자산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② 자립을 위한 도구 만들기. 장수의 혜택과 AI와 지능화의 도움은 복수의 직업, 이른바 N잡러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내고 이름을 되찾는 자립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지능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개방성과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주체성이다. ③ 느슨한 연대. 이제 세상은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연좌에서 개인의 선택이 강화된 대등한 연대로 변화한다.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는 과열되어 버리고, 너무 먼 관계는 차가워진다. 다정함과 적절한 거리감 사이에서 황금률을 찾는 느슨하지만 적절한 연대는 호명사회를 위한 전제라 할 수 있다.

④ 생존을 위한 증거주의. 지금은 각자의 업무가 단계별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누구도 자신의 업무를 숨길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모든 것들이 공유되는 ‘실시간 업무 스트리밍 시대’에는 자신을 증명할 근거를 모으려 노력해야 한다. 퇴사하였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해질 수 있는 이들의 근거가 그 증거의 집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더 일찍 적응하고 자신에 대한 기록을 모으고 있던 이들은 모든 수식어를 다 버리고도 설명 가능한 ‘이름’으로 불리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해 나갈 수 있다. ⑤ 장인 정신, 호모 아르티장. 자신의 업을 고집스레 이어가는 고유함에서 자립이 탄생하고 감춰져 있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이제 도구의 인간인 호보 파베르(homo faber)가 AI와 3D 프린터로 강화되며 장인의 인간인 호모 아르티장(homo artisan)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경지에 이르면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것으로 상승한다. 이때 자신의 일은 작업이 되고, 자신이 만든 것은 작품이 된다. 조직에서 함께한 일은 소모되지만 혼자 한 작업은 작품을 남긴다. 그 작품은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나의 이름과 함께 남는다.


저자 : 송길영


송길영은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상의 연유를 탐색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20여 년간 해왔다. 개인들의 행동은 무리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적응으로부터 도출됨을 이해하고, 그 합의와 변천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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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인생도 실패는 아니라고 장자가 말했다
한정주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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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 어떤 인생도 실패는 아니라고 장자가 말했다』는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의 여러 사상가 중 장자의 사상과 철학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저자 한정주가 집필했다. 장자가 활약한 시대적 배경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주나라가 낙양으로 천도한 후의 동주(東周: 기원전 771~256) 시대에는 종주권이 쇠약해짐에 따라 제후들이 세력을 추구하면서 거리낌이 없어져서 약육강식이 잇달아 일어나자 중국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춘추전국시대는 선진시대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기원전 221년의 진나라에 의한 중국 통일 이전의 시기를 뜻한다. 이 같은 시대적 혼란 속에서 역설적으로 중국의 사상과 철학은 개화결실의 시기다. 이 시대의 사상가들을 제자(諸子)라 하며, 그 학파들을 백가(百家)라 부른다. 사회·경제·정치상의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이전의 씨족제적인 사회가 해체되며, 주나라의 봉건 제도와 그에 따르는 질서가 붕괴한다. 또한, 경제적·군사적 실력자들이 각 지역에서 등장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주 왕조의 권위 실추에 따르는 제후의 독립과 대립 항쟁 속에서 통일 왕조를 기다리고 있는 시기였다. 

전국시대인 기원전 260년께에는 연·위·제·조·초·한 등 7웅이 활약하는 군웅할거 시대다. 나라간 항쟁을 이겨내고 강자로 생존해 나가는 것을 우선하는 제후국들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또는 여러 가지로 면모를 바꾸고 있는 다양한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각 나라의 왕들은 힘을 겨뤄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의 시대이다. 이때 여러 유파의 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난다. 이 시기의 대표적 학자가 춘추시대 공자의 뒤를 잇는 맹자와 도가로 분류되는 장자다. 책의 저자 한정주는 이 시대에 등장한 제자백가 중 장자의 가르침에 빠졌다고 밝힌다. 저자는 「인생의 강을 건너가는 모든 이에게」라는 제목의 〈서문(들어가는 말)〉을 통해 "철학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삶의 길잡이가 되거나 혹은 자신을 매료시켰던 철학자가 있다"고 전제한 뒤 저자의 경우 "20~30대에는 마르크스의 철학, 40대 초·중반에는 니체의 철학 그리고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른 지금에는 니체와 장자의 철학이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고 밝힌다. 장자는 삶에 지치고 사람들에 지쳐 버린 50세 후반인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부딪치면서도 길을 찾지 못한 삶의 근본 문제들을 다시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 즉, 새로운 안목과 정신의 자양분을 제공해 준 까닭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중년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태어나거나 한복판을 지나온 세대다. 일제 강점기와 동족상잔의 내전을 겪은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폐허 위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다. 이에 나라 재건에 나타난 시대적 요청이 경제 개발과 산업화다. 이때는 일밖에 몰랐다.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 노동자는 일하기 위해 '새벽별 보고 시작해 저녁별 보고 귀가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잘살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위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또는 노후를 위한 설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개미처럼 일하고 공부했다. 민주화 투쟁도 마찬가지다. 다만 산업화를 위한 독재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던 공부를 중단하고 산업 노동 현장으로 뛰어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많았다. 이는 나중에 우리의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주 세력으로 등장한다. 

저자가 50대의 나이라면 산업화 시대 출생한 태어난 분으로 추정된다. 민주화·산업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잘 알고 있을 듯하다. 자신의 철학적 경험이 토대로 대부분의 우리나라 중년 세대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음을 잘 알 것이다. 이로 인해 니체의 필요성과 장자의 철학에 빠져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자의 철학이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의 집필 취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장자의 철학을 번역·해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시대적 고민을 장자의 철학 속에서 풀어볼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이 때문에 '저자가 바라본 장자의 철학'이다. 자신이 바라본 장자의 철학임을 강조하는 것은 저자의 장자 철학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리 단언하는 것처럼 읽힌다. "장자의 말대로 그것은 '옳다고 믿으면 옳은 것이고, 옳지 않다고 믿으면 옳지 않는 것'이라는 장자의 말을 적용해 집필 내용에 대해 윤곽을 그려놓는다. 저자는 장자가 '하나의 장자'만 존재하지 않고 '수천 수만의 장자'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점이 여타 철학과는 다른 장자 철학의 독보성이고, 저자가 장자 철학에 매료된 궁극적인 이유다.

이 책은 장자의 가르침을 텍스트로 사용했다. 당연히 장자의 사상이나 철학이 묻어난다. 저자는 「세상에 현혹되지 않고 자가다운 삶을 살아가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장자의 철학은 '우화의 철학'이라고 단언한다. 다른 철학자와 달리 장자는 스스로 지어 내고 꾸며 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는 이유에서다. 장자가 지어 내고 꾸며 낸 이야기 즉, 우화를 통해 전하고자 한 철학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좋은 삶'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운 '올바른 삶'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에 저자는 올바른 삶과 좋은 삶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리고 차이점이 곧 장자의 사상과 철학의 탁월한 점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올바른 삶에는 절대적·객관적·사회적 기준이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혹은 적용되어야 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좋은 삶에는 애초에 그런 기준이 없다.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적·주관적·개인적 기준일 뿐이다. 또 올바른 삶은 자신의 가치와 기준을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올바른 삶의 가치와 기준을 자기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고 또한 무한히 확대 복제하려고 한다. 반면 좋은 삶은 자신의 가치와 기준이 고유하듯이 다른 사람의 가치와 기준 역시 고유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자기 삶의 가치와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삶은 세상(천하)의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위해 개인의 개별적 가치와 기준은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사회의 관습과 도덕 또는 규범과 규칙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생명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삶은 세상의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위해 개인의 개별적인 가치와 기준이 희생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세상을 위해 희생당해도 괜찮은 개인의 살과 생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위하는 삶이 '올바른 삶'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상을 위해 개인의 삶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큰 명예이자 영광으로 여긴다. 장자에게는 공자나 묵자처럼 세상 사람들이 숭배하는 이른바 성인군자 혹은 도덕군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것은 장자가 유가나 묵가의 철학을 비판하는가장 큰 이유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장자가 공자의 유가에서 말하는 인의 도덕과 삼강오륜 같은 관습, 도덕, 윤리, 규범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비판하는 이유다.

도덕적이고 관습적인 올바른 삶은 소외층 피지배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지배계층의 논리고 힘있는 자의 기준에서 내세운 사상이고 철학이라고 장자는 꼽집어 내고 있다. 일반 백성, 여성, 가난한 사람 등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삶, 즉 다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찾는 삶이다. 도덕이나 규범 또는 그 밖의 어떤 것에 종속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바라고 갈망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좋은 삶이란 장자의 철학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처럼 올바른 삶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절대적·객관적·사회적 가치와 기준이라면, 좋은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개별적·상대적·주관적·개인적 가치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장자는 올바른 삶의 가치가 지배하던 시대 좋은 삶의 가치를 역설한 거의 유일한 철학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장자의 시대에만 올바른 삶이 지배했던 것은 아니다. 장자 이전의 시대에도 그랬고, 이후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2,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올바른 삶의 관습과 도덕, 규범과 규칙에 훈육되고 또한 그것을 강요받고 그것에 복종하며 살고 있다. 다른 누군가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위해 혹은 무엇인가의 노예가 아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장자가 지어 낸 우화를 통해 질문하고 사색하고 탐구한 삶의 근본 문제를 추적하면서 좋은 삶의 길과 방법 그리고 지혜를 찾아간다. '운명, 욕망, 불안, 앎(지식), 삶과 죽음, 자유' 등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서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이제 삶의 방향은 결정되었는가?」, 2장 「무엇을 욕망하는가?」, 3장 「불안과 함께 사는 방법」, 4장 「명확하게 아는 것이 있는가?」, 5장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만드는 방법」, 6장 「자유로운 삶을 위하여」 등이다. 앞서 말한 여섯 가지 주제가 각 한 장씩 배정돼 있다. 이 여섯 가지 주제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또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 가운데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또한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근본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수백 년 동안 전쟁이 이어지는, 중국 통일 왕조가 세워지기 이전의 시기다. 일반 백성들 입장에서는 혼란과 공포의 시대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고 당장 오늘 굶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 사람들이 넘쳐 났다. 철기 시대 농경작법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법하지만 전쟁 무기로 쓰고 남은 철기가 없어 철기 농기구 보급은 전국시대 말기에나 이루어진다고 역사는 기술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죽음과 기아의 공포가 엄습하는 시대다. 일반 백성들의 일반적이 삶이다. 

오늘날 현대는 기아의 공포에서 벗어난 듯하지만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기아로 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돼 있다. 기아와 전쟁의 공포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불안의 심리는 오히려 커졌다. 늘 경쟁에 시달려야 하고, 사회의 변화는 너무 빠르다. 이런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전쟁에서 살아 남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현대인의 삶은 늘 불안하고 스트레스로 각종 정신질환 발병이 높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도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표적 정신적 우울증이란 '코로나 블루'가 생기지 않았던가.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몇 년 뒤에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려 발버둥치고, 또 다른 사람은 불안에 짓눌린 채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며 체념한다. 한쪽에서 ‘갓생(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살고자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구직 활동을 포기하며 ‘그냥 쉬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안한 현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길잡이로 삼을 만한 지혜는 없을까?

저자는 이 책 3장 「불안과 함께 사는 방법」에서 장자를 통해 '불안'을 짚어본다. 저자에 따르면 『장자』 「잡편」 ‘어부(漁父)’에 등장하는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한 사람의 우화’는 불안에 대한 반응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철학적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자신의 그림자를 무척 두려워한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서 매일 불안과 공포에 떨던 남자는 마침내 그림자를 피해 도망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먼저 그는 발걸음을 빨리하면 그림자와 멀어져 자신에게서 그림자를 떨쳐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걸음을 빨리할수록 그림자가 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자신의 몸에 바짝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발걸음이 아직 느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남자는 더 속도를 빨리해 그림자로부터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림자는 더욱 남자의 몸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그는 속도를 더 올리면 그림자가 자신의 몸에서 멀어져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자 그는 더욱 빨리 달렸고, 그렇게 해도 그림자가 몸에 붙어 있자 더욱더 속도를 내어 달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한 이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더욱 속도를 올려 달리고 또 달리다 마침내 기력이 다한 남자는 결국 숨이 멎어 죽고 말았다. 장자는 자신의 그림자가 무섭고 두려워 피해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에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탄식했다. “만약 그 사람이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면 그림자는 저절로 없어졌을 텐데······.”

이 우화는 불안이 두렵고 무서워서 벗어나려고 도망치다가 오히려 불안에 짓눌려 삶을 해치고 망가뜨리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저자는 짚어낸다. 불안은 우리가 언제 어디에 있든 삶에 항상 붙어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달리다가 목숨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가 불안을 떨쳐 내려고 하다가 오히려 불안에 질식당해 삶을 망가뜨리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자를 두려워한 남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내뱉은 장자의 철학적 메시지, 곧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면 그림자가 없어졌을 것이라는 탄식 역시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다. 그 말은 불안을 경험할 때 도망치려고 하기보다는 도리어 불안 속으로 들어가라는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그림자가 없어지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불안 속으로 들어가면 불안이 삶을 망가뜨리거나 파괴하는 힘으로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안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존재한다. 하나는 불안을 삶의 그림자 즉,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불안의 원인이 되는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의미이다. 불안은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이자 ‘자신의 삶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자기 삶의 그림자로 받아들이고, 불안을 만든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불안의 원인이 되는 자기 삶의 내면을 성찰해 봐야 한다. 그리고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깨닫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불안은 더 이상 우리의 삶을 질식시켜 망가뜨리거나 파괴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불안을 터득하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 점이 바로 삶에 ‘불안의 철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자 : 한정주


역사평론가, 고전연구가, 고전·역사연구회 뇌룡재雷龍齋 대표. 1966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 석산고와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사마천의 ‘사필소세史筆昭世’(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 정신과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철학을 바탕으로 역사와 고전의 현대적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인사동 한 모퉁이에서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 ‘뇌룡재’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헤드라인 뉴스》에 인문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장의 온도』, 『이덕무를 읽다』, 『율곡 인문학』, 『천자문 인문학』,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글쓰기 동서대전』, 『한국사 전쟁의 기술』,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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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읽고 쓰다 - 독서인문교육을 말하다
이금희 외 지음 / 빨강머리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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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읽고, 쓰고, 말하다. 이 책을 통해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독서인문교육 전문가 10인의 생각에서 답을 찾는다. 21세기도 4분의 1이 지나가는데 우리의 교육은 과연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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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읽고 쓰다 - 독서인문교육을 말하다
이금희 외 지음 / 빨강머리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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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책은 문자 발명 이후 인류 문명 최고의 지식 전달 매체로 떠올랐다. 고대 중국은 대나무를 다듬어 쪼개고 윗 부분에 구멍을 뚫어 안쪽에 글자를 쓰고 둘둘 말아 일정량을 묶어 책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한자 '책(冊)'은 죽간을 꿰어 놓은 모양을 본따 만들어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라는 식물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고 속을 가늘게 찢은 뒤, 엮어 말려서 다시 매끄럽게 해 종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쓰는 종이라고 할 만한 얇고 질긴 종이는 AD 105년 후한의 채륜이 발명한 것으로 이후 제지법이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문자 이전 시대는 기록과 지식 이전 방법을 우리가 말하는 언어 이외에 방법이 없었다.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서야 멀리 있는 사람과의 소통을 할 수 있었고, 시간을 초월해 후세에도 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문명은 문자-책-종이의 발명으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뛰어 넘은 지식 전달은 물론 학자들이 시간을 초월해 연구를 계속하는 결정적 기여를 한 것들이다. 종이라는 개념은 2,000년이 가까워 오는 시점인 20세기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되고 통신수단이 발전이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진전되면서 이젠 종이의 시대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형국이지만 아직까지는 '책' 하면 '종이'의 개념이 훨씬 크다. 문자, 종이, 책은 인류 문명을 불과 2,000년 만에 상상을 뛰어넘게 발전시켰다. 이에 '책'으로 통칭되는 매체는 '공부'와도 가장 밀접하게 관련어로 자리잡았다.

독자가 어렸을 때는 "공부 좀 해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곧 "책 좀 봐라"는 말과 동의어였고, 책은 곧 공부였다. 걸을 때부터는 말을 먼저 배우지만 조금만 자라면 읽고 쓰는 법을 배운다. 이때부터는 공부다. 물론 부모님이 가르치는 것이다. 원래는 초등학교 때 입학해서 한글, 숫자와 셈법 등 기초적인 것을 배웠지만 요즘에는 한글 정도는 모두 유치원 가기 전에 마스터한다. 심지어는 영어 기초도 가르친다고 들은 적도 많다. 이른바 '조기 교육'인데 요즘은 너도나도 모두 조기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라는 평이 이미 확인되었다.

이 책 『공부를 읽고 쓰다』는 대구의 초·중·고에서 독서인문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현직 교사 10명이 의기투합해 책과 '진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저자가 쓴 책의 내용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는 과정에서 각 교과목의 공부법을 빈틈 없이 촘촘히 나누어 집필했다. 이 책에는 독서인문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탄탄한 이론과 오랜 현장 경험으로 얻어낸 자신들의 비법을 알리고자 집필 분담에 의견을 모았다. 이들 저자는 '공부의 방법'을 전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과목에 '책 읽기 쓰기'를 통한 방법을 담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모두 공부한 줄 알았던 지난 세기 학생을 둔 가정에서의 부모님들의 교육 열의는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 우리 나라에는 기술 우선의 교육 방침이었고, 인문 교육은 '굶어죽는' 일로 여겨질 만큼 불균형 교육이었다. 실제로 공과대, 경영대 등은 '모셔갈' 정도로 취업도 잘 되었지만 인문계 대학 출신자들은 취업부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나마 영어 등 외국어 계열은 취업에 다소 유리했지만 국어는 산업사회에서는 도무지 쓸모있는 학문이 아니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면서도 한편으론 취업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한때는 "대학 입시에서 '국어' 시험을 없애지 않는 데에 감사할 따름"이라는 자조적이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도 어느 정도 완성되고 국민들의 소득도 올라가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가 다시 쓸모 있는 공부가 됐다. 국어 교육이나 글쓰기도 많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이 책의 저자들도 대체로 학교에서 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 등 관련학과 출신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 학과 출신이 아니라면 나름대로 독서나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들일 것이다. 이른바 작가 지망생? 이 같은 말을 하신 분들은 없지만, 이들 저자가 독서인문교육에 쏟는 열정과 노력을 보며 독자가 해본 생각이다. 남에게 가르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충분히 알아야 가르칠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 글쓰기 교육이 인성뿐만 아니라 학생의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치는 열정. 이들이 책에서 녹여낸 글에는 열정과 스스로의 노력이 땀방울처럼 송글송글 맺쳐 있다.

"미치도록 읽고 싶고, 말하고 싶고, 막 쓰고 싶게 만드는 노하우" 이들 저자가 책을 펴내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물론 출판사의 소개글에 나온 말이라 이들 저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미 오래전부터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고 있으면 불안하다. 공부와 책을 별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은 아무리 읽어도 누가 성적을 매겨주지 않기 때문일까? 수능에 반영되지 않아서일까? 요즘 학부모는 옛날과 다르다. 옛날에는 부모가 대학을 나온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적어도 대학 입학할 정도의 자녀가 있는 부모는 20세기까지는 부모 양측이 모두 대졸인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불과 20여년이 지났는데 이젠 양측 부모가 대졸이 아닌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서울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만. 그런데도 책 읽기나 글쓰기가 대학 수능에 없는 과목이란 말을 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접 점수를 반영하는 과목의 점수부터 올리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부모로선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점수를 잘 받으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으니까.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본들 돈 많이 버는 직업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식 획득은 쉽고 간편해졌다.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핸드폰으로 검색 가능하다. 조선 역대 왕의 계보나 영단어 스펠링을 굳이 달달 외워가며 암기하고 살아갈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학교 교육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얼마나 잘 외웠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수를 매긴다. 학생들의 지능이 나날이 발달하고 아는 것이 많아지자 시험은 시험대로 나날이 유형을 바꾸면서 난이도도 높인다. 오직 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되었다는 교육계 한쪽의 우려도 되새겨야 한다.

이들 저자는 출판사 측의 소개글처럼 "그런 공부를 했고, 그런 공부를 가르치던 교육자들"이다. 이들의 교육 방법은 지금까지의 초·중·고교에서 가르치던 암기 위주, 입시 대비에 치우치다 보니 전인 교육을 지향하는 공교육의 목적을 벗어난 '공부 기술자' 혹은 '고득점'만을 노린 교육으로 기울어졌다. 이에 이들 저자는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교육자로서의 신념에 따라 책을 텍스트로 학생들의 지식과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실천한 분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력과 경험은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매우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 『공부를 읽고 쓰다』에 참여한 전·현직 교육자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다. "책 속에서 답을 찾고, 책으로 답하라"다.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교육, 미치도록 쓰고 싶도록 만드는 교육,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답을 찾아가는 교육 비법을 저자들이 아낌없이 방출한 이유다.

이 책 〈서문(들어가며〉에서 저자들은 공부의 의미에서 출발해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압축하고 있다. "'공부란 무엇일까요? 공부는 낯선 세계에 던지는 질문이고, 질문에 대한 탐구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공부는 읽고 말하고 쓰는 활동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교과도 다르고 가르치는 학생도 다르지만 '학생들이 함께 글을 읽고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암기하도록 가르치기보다는 더 많이 관찰하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말하고 쓰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7)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책을 쓰다〉, 2부 〈책을 말하다〉, 3부 〈책을 읽다〉 등이다. 1부에는 중등에서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진행한 책쓰기 수업의 과정, 그 효과와 유의할 점을 소개하고, 동아리 책쓰기 수업에 꼭 필요한 라포 형성과 알 깨기, 주제 탐색 방법과 책쓰기로 바뀐 인생담을 실었다. 2부에서는 초등에서 함께 책을 읽고, 말하고, 쓰는 활동을 통해 책과 사랑에 빠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중등에서는 책 읽기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학 수업, 토론학습의 구체적인 진행 방법과 토론을 통한 탐구 활동 지도 과정을 보여주는 사회 수업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3부에는 중등에서는 오랫동안 고전 읽기에 공들인 선생님이 인문 고전 읽기의 효과와 지도상 유의점 등을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한다. 사서 선생님이 진행한 다양한 도서관 활용 독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담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10명의 전·현직 교사들의 독서인문교육의 방법과 경험 사례, 그리고 그들만의 노하우가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오디오와 비디오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학교가 보이고, 교실도 보인다. 교실 안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들이 들리고, 사각사각 글 쓰는 소리가 들리고, 토닥토닥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교육 현장의 사례와 모습을 일일이 교사들이 간추리고 다듬어 다른 교육 현장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다. 10명의 저자가 각각 1장(章)씩 썼으며 3부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성적 중심의 수업이 아닌 읽고, 쓰고, 말하는 수업이 되기를 이들 저자는 말한다. 대구교육연수원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연수의 결과물임을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들은 밝힌다. 최근 이슈가 되는 어휘력과 문해력은 많은 책을 읽거나 암기한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 사회에서 올바른 자료를 분별하는 눈과 그 자료를 이해해내는 머리를 훈련하는 일은 눈앞의 과제다. 이 오랜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그 공부 비법이 이 책 『공부를 읽고 쓰다』에 있다. 


저자 : 김묘연

대구과학고등학교 국어 교사.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삶을 쓰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냥 배가 부르다. 글쓰기가 가진 마력을 잘 알고 있기에 ‘알 깨는 책쓰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책쓰기 지도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책을 엮어 출판하였으며, 책쓰기 지도 강사로 활동하며 『오만방자한 책쓰기』, 『공부를 읽고 쓰다』(공저)를 저술했다. 우수 도서로 선정된 『소녀협주곡 18번』, 『꿈의 토핑 한 조각, 희망 소스 한 방울』, 『소년 소녀 두근두근』, 『동감』, 『고삐리의 어떤 하루』, 『마음을 그리다』, 『한국 동화의 중국 나들이』를 출판했으며, 『이과생이 풀어쓴 국어 문법』, 과학시집 『시이언스』, 『순수-수에 진심을 담다』와 같이 교과와 연계한 책쓰기 도서도 있다. 전자책 발행으로 『몸으로 읽기_나만의 ‘월든’찾기』, 『삶은시 한 젓가락』, 『과학고 아이들의 과학 칼럼』이 있으며, 『산소발자국을 따라서 지구 지키기』와 같은 환경 실천 도서 출간은 물론 학생들과 환경기금 마련 기부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myossaem@naver.com


저자 : 최순나

목련꽃의 겨울눈을 함께 관찰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는 생태 교육, 삶이 있는 책쓰기 교육, 맨발로 걸으며 인성을 회복하는 맨발 걷기 교육을 실천하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반 아이들과 함께 엮은 책 『나 좀 내버려 둬』, 『강낭콩 꼬투리가 생겼어요』, 『우린 예쁜 별꽃이야』, 『벚꽃읽기』, 『맨발걷기』, 『가을찾기』, 『솜사탕 그 기억 따라』, 『1학년이 쓴 1학년 가이드북』이 있으며, 저서로 는 교단일기 『오늘 간식은 감꽃이야!』, 『아이들이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시와 그림책 수업』, 『내 아이의 첫 선생님 1, 2』, 『우리 글 쓸래요』 등이 있다.


저자 : 이인희(놀샘)

학생들이 교실에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실놀이와 8가지 보물을 찾아 떠나는 ‘놀샘 초등셀프리더십 보물찾기’를 만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랜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다시 수능을 보고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현재 학생들이 행복한 리더가 되도록 돕는 비전을 가진 초등학교 수석교사로 놀샘이라 불린다. 교실놀이, 보물찾기(초등셀프리더십), 놀이독서 등 다양한 주제로 전국의 초등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강의하고 있으며, 교육대학교 강의 평가 1위, 아이스크림 연수원 연수 1위(2015년)를 했다. 지은 책으로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실놀이』 『교실놀이, 수업에 행복을 더하다』 『보물찾기(셀프리더십 바인더)』 등이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초등학교 수석교사다. 놀이, 책, 리더십을 접목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리더가 되는 비전을 품고 산다. 2019년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했고, KBS 다큐 세상에 출연했다. 아이스크림원격연수원에서 교실놀이, 그림책놀이 연수를 개설했으며,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겸임교수다. 그림책놀이수업, 교실놀이, 셀프리더십을 주제로 두산그룹, 몽골 울란바타르대학, 3P자기경영연구소, 전국 교육연수원 및 교육청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그림책 놀이수업의 기적》, 《교실놀이, 수업에 행복을 더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등이 있다.


저자 : 박정미 구암고등학교 수석 교사.

학생과 함께 사회 현상을 탐구하며 토론을 즐기는 사회과 교사다. 학생이 토론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길을 찾아 잘 걸어가도록 지도하는 게 바람이다. 그 힘을 키워주는 수업을 위해 함께 걸어가고 있다.

pjm4764@hanmail.net


저자 : 이상철 칠성고등학교 수석 교사.

산과 바다와 사람을 사랑하고, 인문학적 배움과 실천을 갈구하는 고등학교 윤리교사다. 타자를 통해서 자아를 성장시키는 교육 문화와 배움 중심 수업을 교실에서 꽃피우고 싶어한다.

hannuri75@hanmail.net


저자 : 임정미 대구팔공중학교 수석 교사.

책쓰기를 통해 자연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과학교사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 주는 지혜를 알아가는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연을 읽고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bun310@naver.com


저자 : 박미진 왕선중학교 사서 교사.

도서관에서 책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책읽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책과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학교도서관은 우리 모두를 품어내기에 충분하다고 소신을 피력한다.

bmjean@naver.com


저자 : 박홍진 (전) 다사고등학교 교장.

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이다. 사서 교사가 있어야 학교도서관이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다사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살아가고 있다.

danggamnamu@naver.com


저자 : 이금희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인문계고, 특성화고에서 삼십여 년 국어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학생과 친한 교사가 되고 싶었고 좀 시간이 흘러서는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존재이며 채워가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 온전하여 늘 꽃피는 존재다. 선생은 그것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면 된다. 격려하고 함께 있어주면 된다. 날마다 새로운 얼굴로 질문하면서 꽃피는 학생 옆에서 나도 함께 꽃피고 싶다.

저서: 『공부를 읽고 쓰다』(2023), 『이금희의 국어수업』(2019), 『원래 책 안 읽는 아이』(2019), 『오만방자한 책쓰기』(2015), 『욕망이 말하다』(2013), 『책쓰기 꿈꾸다』(2012). 학생 저자 엮음책: 『아틀리에』(2018), 『이 삶을 살아가며』(2019), 『낡은 책방의 내일』(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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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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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은 이제 '예비 살인'에 해당하는 행위로 간주될 정도로 법률도 변했다.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 민족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배웠고, 산업화 시대까지는 음주 및 음주 사고에 대해 무척 관대했다. 웬만하면 훈방 혹은 간단한 과태료 부과의 처벌을 받았다. 산업화 시대까지는 오직 일만 하는 직장인·노동자는 퇴근 후 으레 회사 근처에서 술 한잔씩 하며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잠재웠다. 그땐 그래도 자가 운전자가 별로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 귀가했기 때문에 음주 사고가 비교적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지갑이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가장 첫 번째 유혹은 자동차였다. 이른바 '마이카 시대'라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를 정도로 승용차가 직장인들의 첫 번째 희망이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학원이나 교습소가 떼돈을 벌 정도로 경제 성장의 과실을 챙기는 첫 번째 확인 물품이 자동차가 된 것이다. 그때는 운전학원이 모두 소화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운전 교습을 해주는 뜨내기 강사들도 많았다. 독자가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운전 면허를 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주와 운전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음주하면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다. 술 마시고 운전하는 습관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우리를 길들여 갔다. 술 먹어도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논리가 같이 마신 사람들 사이에는 묵언의 합의가 된 셈이다. 더욱이 인명 사고가 아니라면, 음주운전 전과가 없을 경우 훈방 혹은 과태료였다. 음주 수치가 법이 정한 기준보다 높게 나올 경우지만. 사실 음주 측정기에 기록된 수치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늘 높다. 또 역과 사고를 냈을 경우 재판에 가더라도 사망 사고가 아니라면 초범의 경우 훈방이나 벌금 조치됐다. 재판정에서도 형량의 경감이 이뤄진다. 사망 사고만 아니라면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다. 형량 경감의 이유는 하나같이 과음으로 '심신미약' 상태라는 판결문에 적시된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음주운전 사고가 너무 잦은 것이 사회 문제로 부상됐다. 경찰의 음주 단속이 수시 혹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음주운전은 줄지 않았다. 요즘처럼 술 마시면 운전하지 않는다는 의식은 21세기 들어서야 생긴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언론도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들어서였다. 음주운전이 가장 나쁘게 인식된 것은 죄 없는 피해자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쉽게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음주 운전 사고는 한 가정을 파괴한다는 음주 운전 방지 캠페인이 벌어졌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수 있다.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갈수록 커졌다. 음주운전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례법'(윤창호법)도 생겼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현행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됐다. 또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08% 이상으로 크게 강화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후 음주운전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음주운전의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옛날 산업화 시대에는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인명 사고 없는 사고 정도로는 훈방이나 과태료였지만 이제는 공인일 경우 더욱 처벌 수위가 높다. 음주운전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경찰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독자는 이해한다. 

지난 5월 9일, 가수 김호중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일으킨 후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음주운전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의 행동들이 추가적인 법적 문제로 이어지면서 집중 조명됐다. 사건 초기 김호중은 도주 후 매니저와 통화했고, 대신 자수하게 하여 조직적인 증거 인멸 시도를 했다고 검사는 지난 30일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고 보도에 난 적이 있다. 그의 거짓 진술과 증거 인멸 시도, 조직적 은폐가 드러나 무거운 형이 구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소설 작품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음주운전과 관련한 신약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약 개발의 윤리적 잣대를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주인공 유정인은 현재 법정 의무교육 강사를 빙자하여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며 신약 ‘알모사10’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이 ‘알모사10’만 복용하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체내 알코올을 10분 만에 없애주는 약이다. 마치 떠돌이 약장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약이 개발되리라고는 독자들도 에상치 못했을 것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도 당연히 반신반의하며 광고 내용에 콧방귀를 뀌지만, 얼떨결에 ‘알모사10’의 효과를 본 사람이 생겨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만취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판매한 ‘알모사10’을 먹자 금세 혈중알콜농도 0%로 떨어져 천운으로 불시 음주 단속을 피했다는 정 사장의 경험담이 입소문을 탔다. ‘알모사10’의 영업소에는 전국 애주가들의 러브콜이 잇따른다. 마음껏 술을 마신 후에도 얼마든지 운전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들에게 면죄부가 생기며 당연히 ‘알모사10’의 판매는 급증한다. 

독자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은 믿지 않듯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 같은 '마법의 약'이 개발 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과연 ‘알모사10’은 첨단 과학 기술의 결정체일까? 그렇다면 ‘알모사10’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질문이 이 책의 전개 핵심이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아나운스멘트로 시작된다. 

"어젯밤인 7월 24일. 제주시 애월읍에서 만취자가 운전하던 빨간 스포츠카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SUV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두 차량에 탑승했던 총 7명의 인원이 모두 숨졌는데 SUV에 탑승한 사람들은 생애 첫 여행을 떠나온 일가족이었습니다."(p.7)

빨간 스포츠카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SUV와 정면충돌한 이 사고로 두 차량에 탑승했던 7명이 모두 즉사한다. 특히 SUV에는 생애 첫 가족 여행을 떠난 일가족이 타고 있었으며, 사건 후에야 스포츠카의 운전자가 만취 상태였음이 밝혀진다. 이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이고 빈번히 발생하는 음주 운전을 배경으로 단 한 번의 복용만으로 음주 운전 단속의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해주는 신약 ‘알모사10’을 판매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는 새로운 범죄 스릴러다. 주인공 유정인은 왜 ’알모사10‘을 판매하는 것일까? 그는 어떤 인생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던 것일까? 이 작품을 끌어가는 주인공이 왜 ‘알모사10’을 판매하게 됐을까? 독자들의 궁금증은 신약 개발의 윤리적 의무에 맞추어 이야기는 전개된다. 단순한 범죄의 서사를 넘어, 독자들에게 신약 개발의 윤리성을 고민하게 하는 데 집필 의도가 담겨 있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또한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분노를 적나라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음주 운전의 폐해 역시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다. 저자 김진성이 피해자의 시선에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길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작품의 저자 김진성은 이 작품을 출간하며, 전공인 화학공학과 소설의 접목을 시도해 소설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술을 마시든 좋아하지 않든 음주 폐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신약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될 뿐 피해자와 공동 사회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윤리적 문제를 저자는 제기한다. 돈이 가치 척도이자 삶의 목적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고발성 폭로도 저자의 집필 의도에 포함되어 있으리라고 이해되는 대목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로써 흥미로운 소재인 신약 ‘알모사10’는 저자의 독창적인 소설적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동시에 저자가 소설에서 창조해 낸 신약은 독자들에게 과학 기술 발전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재정립할 것을 함축하며 은근히 신약 개발에 대한 '윤리성'을 압박하고 있다. 음주 운전 약뿐일까?

이 작품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2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사고 외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한 단란한 가정이 음주 운전의 피해로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 등장한다. 어렵게 고생하며 키운 아들이 대기업에 취직하자,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지인들에게 한 턱을 낸다. 이 자리에 아들이 잠시 들러 감사의 인사하려던 참에 한 주취자가 몬 자동차가 축하연이 벌어지는 식당을 들이받고, 이 사고로 아버지는 사망하게 된다. 아들이 울부짖으며 절규하지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경찰이 출동해도 버틴다. 10분쯤 머뭇거리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 알코올 냄새를 풍기지만 음주 측정기에 나타난 알콜 혈중농도는 제로(0)다. '알모사 10'을 복용한 운전자는 음주운전 부분에서는 무죄가 된다. 이 사건으로 신약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약은 불티나게 팔린다. 약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약을 판매하는 영업직원,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의 돌변, 이를 파헤치는 형사의 심리 변화, 약을 판매하는 종교단체의 의도 등 복수와 원망이 뒤섞이며 사건이 전개된다. 음주 운전에 관한 각자의 상처들이 부딪히며 상황은 나락으로 빠져든다. 신약 '알모사 10'의 가격은 백만 원이 넘지만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짚어내고 있다. 

음주운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벌써 수십 년이 되었지만, 특별법 등 각종 음주운전 폐해를 홍보하고 계도해도 눈에 띌 만한 효과가 없는 음주운전 단속. 아직도 느슨한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신약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피해자들의 시선에서 독자들에게 음주 운전 가해자에 대한 복수와 피해자에 대한 구원의 카타르시스를 주려는 저자의 의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는 여러분들의 눈빛은 매우 다릅니다. 극과 극으로 나뉘어 있죠. 그러나 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날 어떻게 바라보든 나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지킨 거니까요.”(p.210)


저자 : 김진성


극작가 및 소설가. 서울의 한 대학에서 화학신소재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가릴 선, 들 거」로 2022년 우수과학문화상품 스토리 부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그즈음부터 이야기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대부분 좋아하지만 「블랙 미러」 시리즈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이야기에는 열광한다.

인스타그램 주소 @cham.jin_2rule.sung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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