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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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영화 속 '인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제든 소재든 인권은 이 책에서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는 말이다. 저자 임복희는 〈서문〉을 통해 '법정의 눈'과 '필름의 눈'을 거친 영화를 '인권의 눈'으로 읽고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책을 탈고할 때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로 잘 알려진 비틀즈의 〈블랙버드(blackbird)〉를 들었다고도 밝힌다. 폴 매카트니가 "인종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생각에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 말도 덧붙인다. 이 책에 소개되는 18개의 영화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응시한 동시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가 세상의 신뢰와 정의에 대한 믿음을 환기시켜 줄 수 있다는 들뢰즈의 바람(『시간·이미지』)이 재현된 영화 속 인권 이야기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에 글의 초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응시한, 18가지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인권의 발달 역사 순으로 인종 및 성차별을 바꾼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복지, 노동, 환경, 난민 등의 3세대 인권 문제에까지 이르며 절망에 빠지기 쉬운 우리 동시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 미국 대다수 로스쿨에서 수업 중 영화를 보면서 민사소송법 등을 공부하듯이 한국이나 미국 로스쿨 진학을 고려 중이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의 공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각 영화마다 「필름 속으로 깊이(deep into the film)」를 두고 해당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이나 제도, 법률과 판례의 추이를 추적해 영화를 보다 역동적·심층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면 미국 대다수 로스쿨의 민사소송 텍스트에 준하는 영화 〈시빌액션〉에서는 미국 민사소송 절차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책은 모두 1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앵무새 지론’, 희망의 새가 되어 날다」-로버트 멀리건 감독, 〈앵무새 죽이기〉(1962)는 1930년대 앨라바바주 법 현실 가운데 애디커스의 '앵무새지론'을 통해 '다름'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인간의 보편적 양심에 호소하는 영화다. 또 2장 「‘셀마-몽고메리 행진’, ‘아랍의 봄’에 영감을 주다」는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셀마〉(2014)를 다룬다. 1965년 마틴 루터 킹(Martine Luther King Jr.(1929~1968) 목사 등이 주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통해 흑인들도 백인들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두 영화는 인종차별을 실태를 고발하고 차별의 부당성을 속속들이 파헤친 대표적 영화로 꼽히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성(gender) 차별을 바꾼 영화들이다. 3장 「‘모드들’,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다」는 사라 게이브런 감독, 〈서프러제트〉(2015)는 영국에서 전개된 '1세대 여성주의 운동' 중 특히 1912년에서 1913년까지의 격렬한 여성 참정권 운동을 그렸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영화이름이지만 인권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영화인 듯하다. 이 기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의 일이라 새로운 관심이 대상이 될 듯하다. 4장 「‘워싱턴 포스트’, 위대한 폭로 뉴스로 역사의 초고가 되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더 포스트〉(2017)이다. 이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이전인 1970년대 〈워싱턴 포스트〉의 신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미국 정부가 숨기고 있던 '펜타곤 기밀문서'를 입수 후, 여기에 담긴 베트남 전쟁 이면의 진실을 용기있게 보도하기까지의 여졍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1964년 8월 2일 북베트남 통킹만 해상에서 미해군은 북베트남 해군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이에 북베트남 어뢰정 3척이 미해군 구축함에 반격했고, 미해군은 항공모함을 동원해 북베트남의 어뢰정 3척에 손상을 입히고 4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미국은 남베트남에 미군을 파견해 베트콩 진압에 나섰지만, 북베트남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역이용해 독립국인 북베트남을 공격하고, 전쟁을 확대한 것이다. 

맥나마라(케네디와 존슨 행정부 시절인 1960년대 미국 국방부 장관)는 당시의 상황를 그대로 기록물로 남겨 국방부 1급 기밀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펜타곤 기밀문서이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5년부터 1968년 5월까지 미국이 인도차이나에 개입한 기록을 담았다. 책임자는 맥나마라 장관이었고, 랜드연구소의 대니얼 엘스버그 연구원이 이 문서작성에 참여했다. 전직 해군장교였던 엘스버그는 처음에는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지지했으나 펜타곤 문서 작성이 끝나갈 무렵, 미국의 인도차이나 개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국의 저의를 폭로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강하게 느꼈고, 몰래 극비문서를 빼돌려 평소에 잘 알던 〈뉴욕타임즈〉의 닐 시언 기자에게 넘겼다. 〈뉴욕타임즈〉는 1971년 6월 13일 6면에 걸쳐 이 문서를 폭로해 보도했다.



이 펜타곤 문서에는 통킹만 사건을 비롯해 프랑스 점령 시의 미군의 지원, 베트남전 확대정책, 북베트남 침공 등의 극비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공식명칭 '미-베트남 관계: 1945~1967'인 이 보고서는 총 47권, 약 3,000면의 설명과 4,000면의 부속 서류로 구성되어 있고,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법률적,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영화는 엘스버그가 베트남 전쟁을 참관하고 전쟁의 충격적 실상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댄 엘스버그는 실제 전쟁과 다른 내용을 전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모종의 결심을 하고,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4명의 전임 대통령과 당시 닉슨 대통령이 30년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펜타곤 문서'의 복사본을 몰래 만든다. 미국 최초의 신문사 여성 발행인인 캐서린은 고뇌에 찬 시간 끝에 회사와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걸고 기사를 내기로 결단한다. 닉슨 정부는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워싱턴 포스트〉를 상대로 언론 탄압을 시작했고, 1심 법원에서는 〈뉴욕타임즈〉에 대해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보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모든 언론이 '펜타곤 페이퍼'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마침내 연방대법원이 6:3으로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영화는 이른바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의 단초가 된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 내 소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다섯 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침입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처럼 반전 운동과 언론 자유의 문제를 영화 전면에 내세웠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말은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이전의 사회를 다루어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스필버그는 1970년대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여성을 둘러싼 편견과 불합리에 맞선 캐서린 그레이엄의 용기와 결단을 온전히 담아냈다는 평가다. 5장은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두 번째 연방대법관으로 재임하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섰던 긴즈버그(1933~2020)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벳시 웨스트-줄리 코헨 감독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이다.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긴즈버그는 1933년 뉴욕 브루클린의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자랐고,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남편 마틴 긴즈버그와 함께 학업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 마틴의 암 진단 후 치료받는 동안 긴즈버그는 그의 과제를 도와주고 사니의 강의를 듣고 과정을 수료함벼 아이를 양육했다. 이후 콜럼비아 로스쿨로 옮겨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당시 뉴욕의그 어느 로펌도 긴즈버그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제럴드 건서 교수가 연방 판사에게 긴즈버그를 채용하지 않으면 향후 콜럼비아 학생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에 재판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후 긴즈버그는 럿거스 및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 콜럼비아 특별재판구연방항소법원 판사를 거쳐 1993년부터 2020년 사망 때까지 연방대법관으로 재직했다. 영화는 1970년대 긴즈버그가 로스쿨에서 '여성과 법' 강의를 하며 성차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 미국시민연대자유연맹의 참여 변호사로 성차별 법률의 철폐에 매진하며 미연방수정헌법 제14조 제1항의 '사람(person)'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여성도 이 평등권 조항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도록 선구적 노력을 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특히 긴즈버그는 당시 성차별 입법이 대부분 사법심사 과정에서 합리적 심사기준을 적용받아 합헌판단을 받아오던 것에 적극적으로 이견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차별적 입법이 폐지되도록 했다. 

저자는 이 영화에 소개된 총 9건의 케이스 중 일부를 책에 소개한다. ① 1975년 와인버거 대 와이젠펠드 사건 ② 1996년 미국 대 버지니아 사건 ③ 2007년 레드베터 대 굿이어 사건 ④ 2013년 셀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 등이다. ①의 경우 와이젠펠드는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아이를 키우던 중 보육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사회보장사무소를 찾아가지만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 당시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었기 때문에 남성에게는 보육수당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긴즈버그는 이 사건이 성차별이 남성에게도 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여겨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아 승소로 이끌었다. ②는 남성 입학만을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Virginia Millitary Institute, 이하 VMI)에 대해 긴즈버그는 "여성의 특성에 대한 일반화는 대부분 여성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추측하게 하지만,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기회를 부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고, VMI가 남성과 여성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더 완벽한 연합'에 기여할 것이고, 학교나 성별 간 관계를 파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VMI가 남성만을 입학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헌법의 평등보호 조항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버지니아 주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며, "이러한 성별에 근거한 구분은 중간심사를 만족할 수 없다"고 하며 6:3으로 위헌 판결했다.


이처럼 긴즈버그는 "삶의 길을 갈 때 발자국을 남겨라. 후세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잇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라"는 생전 본인이 남긴 말을 일생 동안 그대로 실천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대변하여 타협 없이 반대 의견을 내며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정진했다."(p.60)

이 책은 외국 영화만 다룬 것은 아니다. 여섯 번째 영화(6장)에서 드디어 국내 영화가 나온다. 우리 인권과 국민의 기본권 등을 다룬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채택한 자본주의 체제는 막강한 부를 축적하는 데는 성공적인 경제체제로 자리잡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며 사회주의 세계 혁명이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된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의 막강한 도전에 직면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라고 예측돼 온 '부익부빈익빈'의 기형적 사회로 급속도로 이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자본주의는 수정자본주의 정책을 내놓고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실물적 팽창'을 누리며, 자본축적의 순환체계를 이루었다. 나아가 1970년 초반 부상한 신자유주의는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 의해 축적을 위한 국가정책 노선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위기에 빠진 적도 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세계자본주의의 지배적 축적체제로 작동하고 있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의 구 소련이 무너지며, 신자유주의에 의한 자본축적이 더 잘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빈곤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59년부터 1973년까지 즉 신자유주의가 급부상하기 이전 미국의 빈곤율은 22.4%에서 11.1%로 내려갔지만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진행되어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한 1990년대에는 오히려 증가한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영국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났고, 특히 소득의 불평등과 빈곤 증가 문제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가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거대한 부가 축적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축적된 부의 상향 집중으로 빈곤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경제 관료 집단의 형성에 힘입어 가속화되었다. 우리 국민이 6·25 이후 최대의 국가 위기설까지 나돌면서 IMF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 터다.


〈변호인〉은 신자유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실제 있었던 '1981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다.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제5공화국 정권은 집권 초기 공포정치로 통치기반을 확보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용공사건을 조작하며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다. 이 사건은 부산 지역의 민주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조작된 것으로 이들은 부마사태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1979년 10월 16일 검거되었던 사라들로 박정희 사망으로 일시 석방되었다. 그러나 신 군부는 이들이 다른 반정부세력과 연계해 계속적 활동을 하리라 보고, 1981년 9월 7일에 1차, 10월 15일에 2차로 총 22명을 구속했다. 신군부 정권은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 후, 정부 전복을 꾀하는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로 몰아갔다. 

영화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분(扮)한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이 대전지방법원 판사직을 사임 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시작한다. 부동산 등기 업무부터 세금자문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수완으로 성공하며 부산 지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송우석이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 밥값 신세를 진 국밥집 주인인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박진우(임시완 분)가 '부림 사건'에 휘말리고, 송우석은 최순애와의 인연으로 부림사건을 맡는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우리가 그토록 오래 기억하는 대사는 지금도 생생하고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마지막 공판에서 송우석은 당시 고문경감 차동영(곽도원 분)을 증인으로 신청 후, 증인석에서조차 고압적 자세와 반말로 일관하는 차경감에게 국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 이에 차경감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도 몰라?"라며 반말로 소리치자, 송우석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라고 답한다. 송우석은 "증인은 그 국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 보안 문제라고 탄압하고 짓밟았다.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드, 그 사람들 아니냐?"라고 일갈한다. 또 차경감을 가리켜 "애국자가 아니라 죄 없고 선량한 국가를 병들게 하는 버러지고 군사 정권의 하수인일 뿐"이라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애국이다"라며 독재정권과 하수인들을 규탄한다. 영화는 이후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이날 법정에 선 사람들은 모두 징역형에 처해진다. 영화는 변호인(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목으로 채택했지만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인권가 기본권의 문제를 통렬하게 노정시킨다. 


"〈변호인〉은 한국전쟁을 역사적 축으로 분단 이후 한국 사회가 국가권력 모순 양상을 드러내며 힘겹게, 작위적으로 조형된 사회로 형성되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국가권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광장에서의 연대가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p.75)


저자 : 임복희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에서 행정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Ph. D. in Law)를, 미국 코네티컷로스쿨(University of Conneticut School of Law)에서 LL.M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법과 인문학을 주제로 연구 및 강의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거제시 입법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법제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1)이며, 최근 연구논문으로는 「한국 법원의 종교 성지공간에 대한 이해: 성지 공간을 둘러싼 종교 간 갈등에 관한 두 판례들을 중심으로」(종교문화비평, 통권 제44호, 2023) 등이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오디세이북스,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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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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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소리 없는 쿠데타』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서는 책을 추천한 영국의 작가 벤저민 제파니아의 추천사를 몇 줄 인용하는 것이 독자가 긴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획기적인 책이다. 저자들은 직접 세계를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기업과 부패한 사업가들이 배후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의 투표가 얼마나 무의미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널리 읽혀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보여준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 관한 책이며, 진정한 탐사보도란 어떤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고 흥미진진하며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이하 저자)는 「추악한 진실과 희망의 불씨」란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기업을 위한 사법 및 복지제도와 기업이 활개 치는 유토피아, 기업이 운용하는 군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는지 조사할수록 또 다른 분야에 실망했다. 바로 우리가 몸담은 언론계였다."(p.351)라고 썼다. 저자는 이어 민주주의는 대중이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선출한 대표자가 생각만큼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언론이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란 질문으로 각 국가의 어지러운 질서에 대해 털어놓으며 의문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가 어떻게 국가의 행위를 제한하거나 없던 일로 만들고, 기후변화와 핵전쟁처럼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바꾸거나 환경 보호 조치를 시행해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핵무기를 만들어 돈을 벌며 관련 사업을 중단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민간 업체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좌우한다면 어떻게 될까?란 섬뜩한 의문을 내놓는다. 이어 저자는 오늘날 세계 각국은 투자 조약을 맺어 국제사법제도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보장한다.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제복지제도는 기업이 이익을 얻고 사업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경제특구처럼 민간의 손에 맡겨진 구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게 쪼개놓았다. 그리고 기업은 군대와 안보에까지 지배력을 행사한다. 오늘날 이러한 역학 관계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의 거대 기업들은 실제로 권력을 쥐고 의사 결정을 좌우하며, 새로운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친다. 이들은 국제사법제도를 적극 활용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고, 저개발국 원조라는 비즈니스로 이미지와 신용을 제고하며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제특구를 조성해 최고의 혜택을 누린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 보안 조직을 만들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책은 런던 탐사보도센터(CIJ)의 회원인 저자들이 수많은 자료를 뒤지고 전 세계 25개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취재한 결과물로서 초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를 일으키는지 생생하게 파헤친다.

이 책의 표제어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총성 없는 전쟁' '소리 없는 쿠데타'는 실제 전장이나 쿠데타가 일어난 곳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즉,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다국적화하고 국가의 권력마저 일부 위임받은 상태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벌이고 있는 '경제 전쟁'의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적시하고 대안을 촉구한다. 이 책에는 개빈 맥페이든(Gavin MacFadyen)이란 이름의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저자들이 그와 만난 곳은 런던 중심가의 작고 분주한 식당이다. 평일 점심시간이라면 대개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시간일 터, 저자와 개빈의 사이가 친밀한 것도 아닌데도 왜 이곳에서 만나는 걸까? 사실 개빈과 저자는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사이다.

개빈은 2003년 탐사보도센터(Centre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CIJ))를 설립했고, 저자는 CIJ의 회원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 저자들은 개빈에 관한 이력을 닥치는 대로 입수해 읽었다. 그는 런던에 오기 전 미국의 민권 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니카라과 혁명을 취재했으며 최근에는 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를 적극 지지해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다. 개빈은 내부 고발자와 권력의 횡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기자들의 든든한 친구였다. 펜타곤 페이퍼(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담은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역자 주)를 유출한 대니얼 엘즈버그와 러시아의 페미니스트 핑크 밴드 푸시 라이엇은 개빈을 도와 전 세계의 내부 고발자를 변호하는 커리지 재단에 조언을 했다.



개빈은 또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기밀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 첼시 매닝을 열렬히 옹호하기도 했다. 매닝이 유출한 파일 중에는 미군 병사들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10여 명을 학살하고(희생자들 중에는 로이터 통신의 기자 두 명이 있었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었다. 이 일로 매닝은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다. 그는 2010년부터 7년간 옥살이를 했고, 때로는 감옥에서 자살하지 않도록 특별 감시를 받았으며, 유엔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환경에 갇혀 있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개빈의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책에 따르면 그들은 민주주의에서 대중의 정보접근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논할 때 추상적인 이론만 앞세우지 않았다. 개빈은 탐사보도에는 '불의와 무능', 잔혹한 행위와 비참한 현실을 향한 기자의 도덕적 분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많은 언론인이 자신의 일을 '단순히 돈을 받는 직업'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은 권력자들의 애완견 노릇을 하며 연줄을 만들고 저녁 만찬을 즐기는 데 관심이 있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열렬히 목소리를 주고 싶어 하며 위선과 착취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 대중이 권력층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빼앗기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우려했다. 개빈과 그의 동료들은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개빈의 탐사보도센터에 들어간 저자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25개국에서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 작업의 결과 보고서를 들여다본 개빈마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 내용을 조사 결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유럽의 제국들이 무너지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이어 일어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였다. 전 세계에서 기업의 권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가 세워진 것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에서 저항에 앞장선 사람들을 만나며 이 장대한 쿠데타가 오늘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들었고, 여러 사료와 문서에서 쿠데타의 기원을 찾아냈다고 밝힌다. 이 책이 오늘날 자원을 배분하고 영토를 다스리며 사법제도와 사람들의 안전까지 좌우하는 초국적 기업 제국이 어떻게 부상했는지를 다룬 안내서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은 우리나라 이야기도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란 기업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사모투자펀드(PEF)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하며 4조6,000여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게다가 론스타는 2012년 11월에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면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를 통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후 10년간의 기나긴 싸움 끝에 세계은행의 하부 기관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일부와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까지도 막대한 국부 유출과 책임 소재, 후속 조치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핵심 목표는 경제적 이윤 창출이다. 따라서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핵전쟁 등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는 환경을 위해 세계 최초로 금속 채굴을 법으로 전면 금지한 엘살바도르와 발전소의 물 이용을 둘러싼 함부르크의 선택, 핵무기 연구소의 민영화 등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나는 바다. 

이 책은 또한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의 전략적인 계획과 로비 활동, 새로운 인프라로 인해 대중이 의회와 언론을 비롯한 민주적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거대 기업 제국의 손아귀에서 풀려나 국제기구들이 추구하는 빈곤 퇴치와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저자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소리 없는 쿠데타’에 맞서려면 그에 걸맞은 야망과 조직력, 장기적 관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각종 제도와 전략을 해체하고 수많은 사람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우선적으로 보도하고 워싱턴 DC와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를 면밀히 감시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두 명의 탐사보도 기자의 작품으로, 그 목표는 ‘기업 권력과 새로운 인프라의 부상’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먼저 개발도상국이나 그곳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고 기업의 권력을 강화하는 국제기구의 등장에 주목한다. 저자들이 조사한 국제기구 중 하나는 세계은행의 하부 기관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인데, 그 첫 사례로 엘살바도르의 광산 개발이 환경과 지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또한 기업이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을 살펴본다. 이 책은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광산업 투자자들이 제기한 ‘포레스티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송도 자세히 분석한다. 3년 반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져 비교적 빨리 마무리된 소송은 언뜻 국가의 승리 같아 보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들과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비밀리에 진행된 소송과 결과 왜곡, 그리고 언론의 미온적 보도 태도 등으로 인해 어느 쪽이 승자인지조차 불투명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ISDS를 뒷받침하는 국제조약과 국제재판소의 주된 표적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선진국들이 참여한 대규모 협정이 등장하면서 역학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때 ISDS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데 앞장섰던 독일도 결국은 그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 ISDS는 선진국의 기업과 투자자가 계속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선진국 정부를 공격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각국이 수천 건의 국제투자협정을 체결해 기업에 국가를 제소할 권한을 부여한 결과, 거의 모든 국가가 소송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일반 시민들이 그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국제 원조와 개발이다. 사실상 원조 자금 중 빈곤국의 정부나 단체에 직접 전달되는 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원조 자금은 대부분 계약 업체와 하청 업체를 거치는데다 원조국은 약속한 자금을 단순히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원조 자금이 원조 대상국을 ‘위해’ 쓰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원조 예산의 수혜자는 다름 아닌 기업이다. 그런데 왜 원조 예산을 노리고 사업하는 기업의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이 책은 또한 비영리기구(NGO), 자선단체, 기업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살펴본다. 이전까지 개발원조 단체들은 대개 정부의 원조 예산에 의지했지만, 이제는 기업과의 협력을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을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캠페인 활동이 단체를 홍보하고 모금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업은 원조와 개발 활동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 원조 자금이 들어간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실패한 사업을 되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조와 개발 사업은 공공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된 경제특구를 조사한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절반 이상의 국가가 경제특구 형태로 영토 안에 별도의 구역을 만들었는데, 국제노동기구(ILO)는 3,500개가 넘는 각국의 경제특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영국 인구와 비슷한 6,6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기업은 경제특구 내에서 세금과 각종 규제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책은 1959년에 처음 발명된 섀넌 자유구역부터 오늘날 중국과 아시아권의 경제특구까지 그 변화 과정을 살핀다. 또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가 조세회피지로 탈바꿈하고 관광과 금융 서비스업이 호황을 누리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자세히 알아본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초국가 기구의 필요성이 어떻게 제안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콜롬비아와 온두라스의 준군사조직이 저지른 만행과 지역민들이 제기한 소송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기 실험실이 된 팔레스타인의 검문소와 이탈리아에서의 난민 관리가 다국적기업의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실태를 이야기한다. 민간 보안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사회 변화상과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달린 핵무기 인프라의 민영화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은 기업 윤리, 탈식민주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이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자료를 많이 담고 있다. 또한 기업 권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국제법 체계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환경, 기후변화, 금융 부패, 인권 침해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클레어 프로보스트(Claire Provost)

비영리단체 저널리즘?사회변화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소장. 독립 언론매체 <오픈데모크라시(openDemocracy)>의 국제 조사 부문 책임자, 런던 탐사보도센터(CIJ) 회원, <가디언>의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이탈리아 토리노에 살고 있다.


저자 : 매트 켄나드(Matt Kennard)

영국의 외교정책을 조사하는 탐사보도 전문 언론 <디클래시파이드 유케이(Declassified UK)>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조사원. 런던 탐사보도센터의 회원과 이사를 지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속 기자로 워싱턴 DC, 뉴욕, 런던에서 근무했다. 지은 책으로 ??비정규군(Irregular Army)??, ??부정한 돈벌이(The Racket)?? 등이 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역자 : 윤종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황소걸음, 2020, 공역),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책세상, 2022), 《철학 논쟁》(책세상, 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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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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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법조공화국』의 저자 강준만은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중의 한 분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그가 쓴 수많은 저작은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정치, 경제, 사회의 정중앙을 겨냥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많은 국민들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청량제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는 날카로운 비판력으로, 갈등과 실패를 거듭하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갈 길을 제시했으며, 지식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대중적 영향력을 주었다. 

이 책의 주제는 왜 대한민국이 '검찰 공화국'으로 불리느냐에 대한 답을 내놓고, 진정 새롭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 등에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 국가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보다는 스스로 권력자가 되거나 권력 집단으로 존재함으로써 붙여지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다. 이 책에는 ‘검찰독재’나 ‘검찰 쿠데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얼핏 일방적인 선전·선동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검찰의 문제는 대부분 옳은 듯 보이지만 제시하는 사례들이 ‘선택적’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똑같은 성격의 행위라도 자기편에 도움이 되면 선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악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 사람들에 대한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는 정의 구현이었지만, 검찰의 무자비한 조국 수사는 검찰독재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즉, 검찰이 진영의 이익에 충실할 때에는 정의 구현이지만, 진영의 이익에 반할 때에는 ‘검찰독재’ 또는 ‘검찰 쿠데타’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진영은 ‘사법 쿠데타’, ‘연성 쿠데타’, ‘2단계 쿠데타’, ‘조용한 쿠데타’, ‘조폭 검사들의 쿠데타’ 등 다양한 용어로 윤석열을 쿠데타의 수괴로 매도하는 폭격을 퍼부었다.

이는 지난 12월 3일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와 국민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책을 비판한다. 심지어는 '내란 혐의'로 탄핵소추안이 발효돼 헌법재판소로부터 만장일치 '파면' 인용되었다. 이 인용 판결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지금은 형법상의 '내란죄'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몇달 전 야당 측에서 쿠데타 설(說)을 제기했을 때도 당사자들은 무슨 비상계엄이란 말을 꺼내느냐며, 오히려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요즘 군인들도 말을 듣지 않을 거라 일축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서울. 갑자기 TV에서 청천벽력의 말이 들려왔다.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TV 방송 계엄령 선포는 낯설었지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전쟁이 났나 보다"라는 불안감을 억누른 채 알 만한 지인들에게 정확한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독자는 전화기에 매달렸다. 방송을 켜 놓은 채다. 늘 북한으로부터의 전쟁 위협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진짜 전쟁?' 하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눈으로는 연신 TV를 주시했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아까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는 TV 뉴스에서는 전쟁은커녕 어떤 조짐도 없었다. 그저 일상의 저녁이었다. 국가 비상 사태로 계엄령을 내릴 이유는 분명 없었다. 전쟁이 아니라면 이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질 낌새는 전혀 없었다. 아닌 밤중에 웬 계엄령? 지피는 데가 전혀 없었기에 어리둥절하고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차분하게 가족들과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거나,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즐기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자정이 못된 시간이었기에 12월 유흥가나 식당 밀집지역엔 송년회 등으로 불야성이겠지만 일반 가정은 모두 잘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이 진위를 파악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 진정된 후 TV에서 다시 계엄령 선포 순간이 리플레이되어 나왔다. 이번에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듣겠다고 귀를 쫑긋 집중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에는 북한의 남침 이야기가 없었다. 폭동 이야기도 없었다. TV는 선포문에는 적힌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격한 어투로 적시하고 있었다. 전쟁이 아니란 점에 우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숨을 돌린 후 "그렇다면 왜 계엄을 선포했을지" 궁금해졌다. TV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TV는 곧 이어 국회의사당으로 비추었다.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시민들과 섞인 전투복 차림의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그날의 비상계엄은 시작됐다. 비상계엄이란 단어를 들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터라 아직도 실감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TV 화면은 국회 본청 안과 밖을 번갈아 비추고 있었다. 국회 앞 광경을 TV가 방영하고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려는데 막는 경찰이 어딨느냐?는 어느 국회의원의 호통에 머쓱한 경찰의 모습도 TV에 잡혔다. 진입하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공권력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군인들이 의사당 본청 건물로 진입하려는 듯 본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청을 사수하던 국회 내 직원과 의원 보좌관 및 비서관들과의 몸싸움에 밀려 진입에 실패하자 건물 옆으로 돌던 계엄군은 급기야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실에는 저지선을 뚫고 들어온 국회의원 상당수가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삼삼오로 모인 채 계엄 해제 의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지만 몇몇 여당 의원들도 보였다. 의결 정족수가 차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본회의실 쪽으로 뛰어들어가다 일단의 저지력에 맞섰다. 물리력으로 제지선을 뚫으려던 게엄군은 세 부족을 느꼈는지 다른 출입문을 찾는 듯 뒤로 물러났다. 막으려던 사람들은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기도 했다. 국회는 자정을 넘긴 1시를 막 넘어설 무렵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국회의장이 해제할 것을 선포했다. 즉시 해제 의결안은 대통령실로 보냈다.

그날의 기억을 독자가, 국민들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것은 이날 계엄 선포부터, 1호 포고령, 국회 의사당 해제 의결,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모습, 선관위 직원들에게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계엄군의 모습이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것은 새벽 4시 반쯤으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을 것이다. 계엄군의 진입 시도와 철수 등이 생중계되었다. 이후 국회는 여야 별로 조사단을 구성하고 계엄 선포 자초지종에 특별위원회 조사에 들어갔다. 많은 증인들이 불려나왔다. 대부분 계엄군의 장성들이었고, 실무 영관급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국회 특별조사단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계엄 선포를 감싸고 나선 것이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의 실체에 대해서는 국회 합동조사특별위원회에서 하나씩 검은 베일이 벗겨지면서 비상계엄 명분으로 덧씌웠던 '반국가 세력'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예전에 군부 독재 정권 시절 늘 야당에 덧씌웠던 '용공분자' '좌익 세력' 이란 사실도 드러나면서 옛날 쿠데타의 주범은 군인이었지만 이번 쿠데타는 검찰 세력이 뒤에 있기에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유적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 판결을 며칠 앞두고 구속돼 있던 구속 취소 결정이 지방법원 판사의 결정으로 구속 취소되자, 다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내란죄'이기에 '즉시 항소'나 시일이 다소 소요되지만(일주일 정도) 늦게라도 구속을 지속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고 전 대통령은 관저로 되돌아갔다.


이 책에서 표제어가 기존의 '검찰 공화국'이란 말 대신 '법조 공화국'이란 말로 고쳐 쓴 것인지 저자는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관합동으로 세운 법조공화국이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법조를 우대하고 동경하는 게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소·고발과 ‘정치의 사법화’가 왕성하게 일어나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 수준이고, 대법원이 검찰과 함께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에서 탄핵안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 탄핵 인용을 결정했지만 파면을 결정한 순간까지 사법부 신뢰도 추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들이 몇 번 나왔다. 구속 취소 판결이나 검찰의 즉시 항소 포기 등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이지 않은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판사의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다는 가장 강한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기 진영이 100퍼센트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공화국 비판이 진영논리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한 진정한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6개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제2장 〈'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제3장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제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 제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제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 등이다. 저자는 법조공화국의 비극은 법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 한국 엘리트들의 특권의 수단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나의 특권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 아름답지만, 너의 특권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 추하다”고 주장하는 후안무치를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왜 법조인 출신이 한국 정치판을 휩쓰는 걸까? 법조 출신 정치인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해도 언제든지 변호사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변호사 모델’이 한국 정치판에서 잘나가는 정치인의 모델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법과 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을수록 사법고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시절의 판검사가 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그야말로 옛날 왕조 시대의 '과거 급제' 격이다.


믿을 수 없는 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법에 대한 사랑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법을 다룰 수 있는 면허는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법조공화국의 실체라는 지적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더 높았다. 특히 사법고시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적 증거’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제기한다. 사법연수원은 ‘부족주의 양성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법조인에게 특권의식과 더불어 부족주의를 키워주는 곳이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한국은 사회의 모든 활동적인 요소를 태풍의 눈인 중앙권력을 향해 치닫게 하는 ‘소용돌이 사회’다. 서울 초집중화 체제는 한국의 최대 특수성이라고 할 만하다. “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한다.” 그런데 법조 특권주의의 동력은 ‘소용돌이 사회’인데, ‘소용돌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사람들이 ‘법조 특권주의’를 비난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는가? 또한 법조공화국은 법조인이나 관(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법고시 합격자를 대하는 일반 국민의 자세와 태도도 큰 영향을 미친 ‘민관합동’의 결과다. ‘중앙과 정상을 향한 맹렬한 돌진’이 학벌주의와 결탁하면서 보통 사람들까지 ‘법조 특권주의’의 잠재적 고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잖은가? 그러니 내 가족 중에서 법조인 나오게 만들면 된다는 게 해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저자의 계속되는 지적과 주장은, 새로운 제안이 설득력을 갖추어 간다.

특히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공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부인을 자신의 우상으로 섬기면서 그 우상을 기쁘게 해주는 걸 국정 운영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온 사람으로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참패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민주당의 공격을 견디다 못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미친 짓’을 저질렀다고 역설한다. 윤석열에게는 자기객관화 능력이 없을뿐더러 ‘현실 감각’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성적인 측면에서 대선 후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설명한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충동적이고 자멸적인 사건이었다. 그가 “나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나르시시즘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자신의 ‘김건희 숭배’가 자신은 물론 김건희마저 망쳤으며, 더 나아가 정권과 나라까지 망쳤다는 것을 눈곱만큼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반지성주의 면모가 두드러져 서울 법대의 이미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법조 특권주의’의 대미를 장식할 실속형 특권주의가 바로 ‘전관예우’라는 지적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은 끈끈한 동업자 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현직 시절에 갈고 닦은 ‘원만함’이 이때에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고 구조적 결함을 끄집어 낸다. 이로 인해 전관예우가 ‘사회 신뢰를 좀먹는 암 덩어리’이자 법조계의 후진적 악습인데도 전관예우는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관예우는 “윤리도 법도 모두 비웃는 요술 단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혹 무너질 수 없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들마저 평소엔 전관예우를 맹비난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발등 위에 불이 떨어지면 전관 변호사를 구명줄처럼 여긴다는 점도 들추어 낸다. 우리 자신들도 막상 변호사를 찾을 때엔 ‘담당 검사를 잘 아느냐’, ‘담당 판사와는 어떤 사이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인간관계 또는 처세의 문제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가 너무 많다는 점도 법조계가 존경과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라고 꼽고 있다. 법조 우대와 동경이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수십 년간 줄기차게 반복되어온 전관예우와 관련된 대(對)국민사기극을 중단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모색해볼 때가 되었다고 저자는 시종일관 주장한다.


저자 : 강준만(康俊晩)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MBC의 흑역사』, 『공감의 비극』, 『정치 무당 김어준』, 『퇴마 정치』, 『정치적 올바름』, 『좀비 정치』, 『발칙한 이준석』,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부족국가 대한민국』,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8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등 300권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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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 그리고 삶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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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다 뒤돌아보면 문득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독자에게는 법정 스님이다. 그의 얼굴을 직접 보고 만난 적도 없는데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 그의 책 『무소유』를 읽을 때 감동과 벅참을 느꼈기 때문이다. 얼굴도 사진으로만 봤기에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아직도 그가 살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내적 존경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독자가 알기로 불교 세계에서만 살았던 스님이 아니다. 진실로 대중의 삶의 고통을 어루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법정 행복 그리고 삶』은 법정의 저서가 아니다. 법정의 가르침이나 심상을 저술가 김옥림의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 쓴 책이다.

저자 김옥림은 시, 소설, 동화, 동시, 인문교양,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또 에세이스트이며 인문교양 작가다. 엄청난 집필 능력으로 이미 저서가 수백 권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그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책에 대해 다시 되새겨 널리 읽히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과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위로와 용기를 북돋움이 이 책을 쓰게 했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고통에 공감하고 격려를 하는 일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저자의 집필 취지를 추론할 수 있다. 저자는 실제 집필 활동을 뒤늦게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 김옥림이 5년 전쯤 썼던 책 『법정 詩로 태어나다』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다. 독자도 재택 근무로 많은 시간이 남아서 문득 이 책을 발견하고 읽었었다. '시간 때우기'로 읽었던 『법정 詩~』는 법정 스님의 생전 말과 글을 시로 재해석해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 『법정 행복 그리고 삶』과 집필 의도가 닮았다. 저자는 "페이지마다 법정의 말은 '주어'이고 저자가 '술어'인 셈이다. 문장이 완전한 문장이 되려면 주어는 물론, 술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품격이 달라진다. 법정의 말과 글은 이미 검증된 것이고, 더 이상 잘 쓸 수 없도록 주어를 던지고 홀연히 우리로부터 멀어져갔다."고 썼다. 법정 스님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지 않으려 출판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우리와는 완전히 멀어져갈 무렵 법정 스님의 기존 저서를 다시 꺼내 한 줄 한 줄 읽어가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이미 위로받고 용기가 솟아오를 수도 있다.



이 책 『법정 행복 그리고 삶』을 펴낸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요즘 같은 때에 다시금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아서일 듯하다."고 출간 동기를 짚어낸다. 이에 따르면 이 책에는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법정 스님이 남기고 가신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는 물론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적 지혜를 망라했다. 따라서 일상에서 감정적인 어려움에 직면 해 있거나 항상 불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신감을 길러주고 지혜를 북돋워 줄 것이다. 또한 마음을 갈고닦음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자신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인생 의 안내자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이 책을 대하는 분들 모두가 삶의 주인이 되어 인생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자신만의 ‘온전한 삶의 본질’에 이르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이나 『법정 詩~』 모두 저자가 같고, 출판사도 같다. 

출판사 측은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해주는 ‘법정스님 열반 15주기’에 맞춰 법정 스님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우리의 '행복론'에 이입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의 등불이자 거울이 되어주는 법정 스님의 행복론을 저자 김옥림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데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다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을 살게 된다. 따라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펼쳐지는 인생이 달라진다. 법정 스님 열반 15주기가 되는 해에 다시금 법정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남은 나의 인생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 보길 바란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법정 스님의 말씀은 인생의 등불이자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온전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얻게 되길 바란다."

이 책은 모두 6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맘껏 사랑하고 부족함 없이 행복하라〉, 2부 〈사람이 사는 집은 따뜻하다〉, 3부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기〉, 4부 〈안락한 삶보다는 충만한 삶을 살아라〉, 5부 〈스스로를 살펴 그대만의 길을 가라〉, 6부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 마라〉 등이다. 각 부에는 22~27개의 장(章)으로 구성됐다. 1부의 경우 「근원적인 ‘나’로 돌아가라」「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따르게 하라」「좋은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최선의 법칙」「새 옷을 입기 위해서는 낡은 옷을 벗어라」「자기 분수에 자족하면서 묵묵히 삶을 가꾸기」 등 27개의 장으로 각각의 제목에 따른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글의 의미를 풀어 담았다.



저자 김옥림은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이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이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나답게 나의 꽃을 피우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다운 삶을 살면서 자신과 타인과 사회를 위해 땀과 공을 들이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자신만을 위한 삶은 아무리 우뚝하고 휘황찬란한 빛을 발한다 해도 그것은 자신만을 위한 삶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 낮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삶도 '타인을 위하고, 사회를 위한' 삶이라면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왜 그럴까. 타인과 사회를 위한 삶은 그것이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희생'과 '헌신'이 따르기 때문이며, 희생과 헌신이 높고 의연한 것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까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은 나를 헌신함으로써 아름답게 피어나는 '행복의 꽃'이기 때문에 숭고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높고 우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타인과 사회를 위해 산다는 것은 자신을 행복하게 함은 물론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밝게 만드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인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 즉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아름다운 행위이다. 그래서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일수록 우리 사회는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밝고 건강한 행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여기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나 살기도 힘들고 어려운데 의미 있는 삶을 살라고? 그것은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지, 우리 같은 사람은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최선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된다.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똑같은 조건 아래에서도 생각에 따라 그 삶의 질은 엄청난 결과를 드러내기 때문이다."(p.7~8)

"똑같은 조건 아래 살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낸 사람과 찾아내지 못한 사람은 그 삶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법정)


저자는 법정의 한마디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른 현자들의 말을 통해 법정의 말과 가르침의 진실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에 무게감을 준다. 온전한 나로 산다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과 사회를 위해 삶의 질을 높이며 살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는 주장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한다. "희생 없이 인생을 좋게 하겠다는 모든 방법은 무익한 것이다. 그런 방법은 도리어 좋게 만들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데 지나치 않는다." 또 『채근담』의 교훈도 찾아내 독자들 앞에 꺼내서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남을 이롭게 함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의 근본이다." 

저자는 "존 러스킨의 말과 『채근담』에서 보듯, 헌신과 희생을 통해 타인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은 곧 자신을 위한 삶인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에 수렴시킨다. 이 책에는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는 물론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적 지혜를 망라해 다양한 생각을 펼쳤기에, 이 책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길러주고 지혜를 북돋아 주리라 생각한다."(p.9)고 밝히고 있다. 또 마음을 갈고닦음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인생의 안내자가 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 먼저 1부 4장 「낡은 옷을 벗어라」에 대해 여기에 적어본다. 법정의 글이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철이 온다는 이 엄연한 우주질서를

이제는 더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계절 앞에서 그만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지 않으려는가?(p.24) 



저자는 이 글에 대해 차분하게 조심스럽게 글의 의미를 풀어쓴다. 우선 제목을 "새 옷을 입기 위해서는 낡은 옷을 벗어라"로 고쳐 쓴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 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라는 성경의 말을 인용한다. 이는 신약성경(마태복음 9:17)에 나오는 말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 옷을 입기 위해서는 낡은 옷을 벗어야 한다. 낡은 옷 위에 새 옷을 걸치면 새 옷이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한다고 저자는 풀어낸다. 

이는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생각을 새롭게 하고 그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덧붙인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낡은 생각에 매이게 된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인과 관계로 귀결한다. 저자의 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본다. 이젠 독자가 읽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해하고 기억해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이치가 이런데도 이를 잊고 낡은 생각과 낡은 관행에 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무언가를 새롭게 하고 싶다면, 그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되 새로운 생각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게 할 때 그 일은 좋은 결과를 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땐 새로운 생각으로 철저하게 무장해야 한다. 왜 그럴까. 그랬을 때 그 일은 좋은 결실을 맺게 될 확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p.25)

왜 법정 스님의 글은 다른 분이 풀어써 주는 것일까? 혹시 말을 너무 어렵게 하거나 글을 너무 현학적으로 쓰는 건 아닐까? 법정 스님을 잘 모르는 독자들이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워낙 훌륭한 말이라 곱게 갈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독자도 이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이 법정의 말과 글을 다시 풀어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은 훌륭한 말에 더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10년 2월 24일 입적 직전 법정 스님은 상좌 스님들에게 남기는 말을 통해 사망 이후 원적(圓寂)과 함께 자신 이름으로 출간된 모든 출판물을 더이상 출판하지 말고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자신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그리고 입적 후 곧바로 공개되었다. 현재 법정의 모든 저술은 〈맑고향기롭게〉 사이트에서 전자책 형태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처럼 법정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책을 절판해 달라고 했다. 이때문에 법정 사후 출판물들에 대해 고인의 유지를 받들려는 이들과 출판사간의 분쟁이 조금 있었으나, 결국 법정 스님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양보해 2010년 12월까지만 발매한 후 절판했다. 절판 결정이 나자, 『무소유』의 가격이 1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심지어 1993년판 무소유는 110만 5,000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는 희귀판인 '무소유'를 어떻게서든 '소유'하려해서 벌어진 아이러니한 해프닝이다. 이후 판매하는 법정의 책은 전부 공저거나, 다른 사람들이 법정에 대해 쓴 서적이다. 대부분 출판사들은 법정스님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온 터라 그의 유지를 받들고자 책을 재출간하지 않지만, 법정이 대한민국 출범 후 우리 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크다. 법정의 뜻을 기억하고 후세에도 남겨야 한다는 출판계와 독자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다른 몇몇 출판사들이 등장해 법정 관련 저서를 내놨다. 이 책 역시 법정이 생전에 했던 말과 글을 엮었지만 제3의 저자(김옥림)가 법정을 회상하며 기술하는 방식으로 책을 출간한 것이다. 표제어엔 법정 대표 저서인 ‘무소유’, ‘법정 스님’ 등이 들어가는 이유다. 법정스님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맑고향기롭게〉 재단 사이트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맑고향기롭게〉는 법정스님이 생전에 이끌던 봉사단체이다. 

그가 책 표제어로 쓰고, 평소 지론이기도 한 '무소유'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의미를 정의한 적이 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책 『법정 행복 그리고 삶』이 출간된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책의 출판이 오로지 수입만을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간의 사정을 알고 보니 이 책의 출판은 오히려 사명감에서 비롯됐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고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것도 좋은 독서의 목표에 이를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김옥림(金玉林)


시, 소설, 동화, 동시, 인문교양,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며 인문교양 작가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다.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다양한 주제의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날』,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를 볼 때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한 아침을 여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힘들 땐 잠깐 쉬었다가도 괜찮아』,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사랑의 결』, 『월든에서 보낸 소로의 시간』, 인문교양서 『어른들의 문장력』,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통찰력 편』, 『1일 1페이지 짧고 깊은 지식수업 365_교양 편』,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오십에 읽는 노자 도덕경』, 『철학자의 말』, 자기계발서 『명언으로 읽는 100명의 인생철학』, 『책사들의 설득력』, 『유대인 대화법』, 『인생이 깊어질수록 다가오는 것들』, 『이건희 담대한 명언』, 『나와 함께 살아갈 당신에게』,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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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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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독자가 이 소설 작품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에 주목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셰어 하우스(share house)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중년에 들어선 독자의 나이쯤엔 셰어 하우스에 사는 가까운 지인이 없다. 어쩌면 자녀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셰어 하우스에 들어가길 원한다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물론 이 책은 일본 젊은 여성들이 모여 살고, 일본의 셰어 하우스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셰어 하우스가 어떤 형태로 유지되는가에 대해 알기에는 적잖은 도움이 될 듯하다. 셰어 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 외에 거실·화장실·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 방식을 가리킨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인 가구 증가 및 미니멀라이프와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면서 점차 그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알고 있다.

셰어 하우스는 공동 생활공간이 마련돼 있어 주거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데 , 유럽·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1 인 가구 증가 및 미니멀라이프와 공유경제의 확산으로 점차 그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셰어 하우스는 한 집을 여러 사람들이 나눠 쓰는 곳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 외에 거실·화장실·주방 등은 공유하는 주거 방식을 가리킨다. 다만 최근에는 거실·주방 등 공동생활 공간은 물론 침실까지도 공유하는 '룸 셰어 하우스' 형태도 등장했다고 한다. 셰어 하우스의 진화는 어디까지 계속될지도 궁금하다. 

이 책은 여성 전용 셰어 하우스인 '송사리 하우스'에 사는 외모도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인 네 명의 입주민이 사는 모습을 바탕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의 의식도 자세히 담겼다. 그러나 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송사리 하우스 식구들은 헤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이 고작 1년뿐이다. 그런데 이대로 헤어지는가 싶었던 그 1년이 시끌벅적 다사다난하게 굴러간다. 꿈과 우정에 조바심내는 4인 4색 청춘들의 다사다난 시끌벅적 셰어 라이프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의 리더이자 멤버였던 배우 기타하라 리에다. 드라마 〈가족 게임〉, 영화 〈써니를 찾아서〉 등 다수의 연극과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활약하던 중에도 펜을 놓지 않고 타고난 문학적 재능을 활용해 이 소설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을 집필했다. 이야기를 상상하거나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꿈은 작가였다고 하니 놀랄 필요가 없는데... 뭐, 우리도 연예계에서 생활하다가 책을 쓴 배우, 가수, 화가 등 다양한 비문인 작가가 많다. 저자 기타하라 리에는 아이돌로 데뷔하고 배우 활동을 겸업하다 결혼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온 탓에 어린 시절의 꿈은 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며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경험이 오히려 무기이자 자신만의 독창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기타하라 리에는 꿈을 떠올리며 펜을 잡았다.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 연대를 바라보는 기타하라 리에의 둥글고 따뜻한 시선이 위로하듯 가슴을 울린다.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피어오르는 고민과 막막한 불안감. 셰어 하우스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위로와 친절한 응대가 이 시대 청춘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무대는 도쿄 도심에 자리한 빨간 지붕의 2층 단독주택, 현관 앞 항아리 속에서 송사리가 헤엄치고 있다. ‘송사리 하우스’란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셰어 하우스에 입주한 4명의 여성은 모두 이십 대 후반의 또래이다. 엔도 하루카, 미야타 나치, 오야이즈 가에데, 이쿠시마 유즈이다.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고민의 형태도 100가지라는데, 송사리 하우스의 입주민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갖고 있다. 1년 후에 송사리 하우스에서 퇴거해야 한다는 말을 통보받으며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의 사연과 고민을 품고 계절과 함께 흘러간다. 이 소설 작품은 4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되며, 각 장(章)에 나오는 주인공 4명의 장에서는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나'가 화자(話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화사한 벚꽃이 핀 가로수 길을 가로지르는 하루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꿈도 목표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상적인 연애를 꿈꾸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지하철역 앞에서 떨어트린 손수건을 주워주었던 남자와 우연히 술자리에서 재회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만남에 바로 사랑에 빠져들지만, 그 사랑은 달콤한 한편으로 쌉싸름하다. 4명의 주인공은 4계절을 상징하듯 각각 한 장(章)씩 차지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가 각 장(章)의 중간에 끼어 있다. 계절의 바뀜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독특하다. 하지, 처서, 입동 등 우리가 말하는 24절기 가운데 계절이 바뀌는 것을 은유로 사용한다. 찌는 듯 무더운 여름의 주인공은 나치다. 어릴 적 봤던 영화 속 배우를 동경해 연기자의 꿈을 키워 오던 나치는 작은 극장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세계적인 OTT의 오리지널 작품 조연 오디션 제의를 받지만, 노출 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노출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날이 점차 쌀쌀해지던 가을날,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가에데는 쉽사리 청혼을 승낙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게 된다면 경력을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고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한국 파견 업무 제의까지 받으며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만 한다.

퇴거가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다른 입주민들이 저마다의 고민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던 유즈는 자신도 바뀔 것을 다짐한다. 사이가 소원한 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눌 결심을 했으나, 그녀가 몰랐던 이복 남동생이 유즈를 찾아오며 일이 틀어진다. 아버지가 언질도 없이 새로운 가정을 꾸렸음을 알게 된 유즈는 배신감을 느끼고 아버지와 대화할 의지마저 잃는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만날 기회가 생긴다.



20대 청춘들은 그 나이대에 할 법한 고민을 품은, 평범하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여성들이다. 청춘은 인생의 가장 좋은 때라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꿈과 희망은 한껏 날아오르고, 청춘들은 휘청거리면서도 각자가 마주한 현실을 당당하게 헤쳐나간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청춘들은 실연을 당하기도 하고 목표로 하던 꿈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아서 초조해하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청춘이 되면 가장 민감하고 예민하다. 특히 이성과 성에 대한 호기심은 극대화되는 때다. 그러나 늘 완전한 일 처리엔 미숙하다. 때문에 일과 사랑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한 오해와 갈등을 빚거나, 별것 아닌 일로 싸우고는 머쓱하게 화해한 적도 있다. 이들이 가진 고민은 모두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살아가는 송사리 하우스의 입주민들은 20대 청춘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늘 큰 기대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돼 있어 어떤 일엔 무모하리만큼 과감하게 용기를 내고, 또 어떤 땐 누가 죽인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다. 청춘들은 서로의 좋은 상담자이자 든든한 동반자이기도 하다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아군이자 등을 받쳐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적절한 거리감이 도리어 서로를 응원하게 해 주고 결정적인 순간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이들은, 분명 피는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이다.


"아무것도 없던 나라서 더욱 남아도는 공간에 흘러들어 와 준 사랑스러운 시간들. 나는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는 가족이 있다. 혈연관계는 아니고 말로 확인한 적도 없지만 확실히 이곳에 있다."(p.246) - 「제4장 이쿠시마 유즈」 중에서


소설의 역자 신유희는 책의 뒷 부분에서 「내 인생 이래서 괜찮은 걸까?」란 제목의 〈옮긴이의 말〉에서 청춘을 정의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십 년, 이십 년 혹은 평생을 좌우할 일생일대의 선택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한 끼 메뉴를 선택하는 짧은 순간에조차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내몰린다. 그러고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크고 작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p.260) 역자는 사회 초년생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대의 여성들은 주로 어떠한 선택지 앞에서 어떠한 고민들을 할까 궁금해한다. 역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송사리 하우스' 입주민의 일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늘날 청춘들의 고민과 지향, 그리고 삶에 대한 청춘들의 생각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말한다. 

또 여성 전용 셰어 하우스를 무대로 전개되는 이야기인 만큼 각자의 고민과 병행하여 등장인물들간의 관계 형성과 소소한 오해와 갈등을 풀어 나가는 과정도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4명의 주인공 중 누구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느냐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4인 4색의 이야기를 줄기기 위해서다. 독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성격, 그리고 일상을 비교하며 어떤 점을 배울지, 어떤 점에 역점을 두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읽게 되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저자의 집필 의도에까지 이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역자는 이를 위해 이 집에 사는 4명의 입주민 속에서 청춘의 셰어 하우스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현관에 늘어선 신발들만큼이나 외모도 성격도 직업도 제각각인 남남끼리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언뜻 재미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으리라. 그럼에도 이 공동생활이 큰 탈 없이 유지되는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일까? 본문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었듯이 그것은 다름 아닌 '적당한 거리감', 피차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거리감이 이 집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물론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동지애가 발휘되는 따뜻함이 있다. 같은 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어서인지 이 집에는 뭐랄까 청춘의 연장선상 같은 분위기가 엿보인다."(p.261)


4명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이 셰어 하우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송사리 하우스'라고 불리운다. 책의 뒷 부분에 가서야 별명에 대한 정확한 이유가 4장의 주인공 「이쿠시마 유즈」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현관 밖 항아리에 송사리가 헤엄치고 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아침 마음속으로 현관 밖 항아리 속 송사리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이변을 알아차렸다.

죽어 있는 송사리가 있다.

조그맣고 하얀 배 두 개가 수면에 떠 있다. 그것을 피해 다니듯 다른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송사리의 수명은 대략 2년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 송사리들이 언제부터 이 집 항아리에 살고 있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우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입주했을 거라 짐작한다.

송사리의 죽음은 이 집과의 이별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훨씬 무거워졌다."(p.208)


저자 : 기타하라 리에(北原里英)


아이치현 출신의 배우. 아이돌 그룹 AKB48의 제5기생. 2008년 AKB48의 싱글 「큰 소리 다이아몬드」로 처음으로 선발 멤버에 진입하고, 2011년부터는 파생 유닛 Not yet으로도 활동했다. 2015년, NGT48로 이적해 캡틴을 맡았다. 그 후 리얼리티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 드라마 「가족 게임」, 영화 「써니를 찾아서」 등에 출연. 2018년 4월 NGT48을 졸업. 현재는 다수의 연극 무대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다.


역자 : 신유희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 선인장』, 『도쿄타워』, 『마미야 형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벌거숭이들』, 『별사탕 내리는 밤』, 『집 떠난 뒤 맑음』,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 『태양을 기다리며』,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 1, 2』, 가쿠다 미쓰요의 『그녀의 메뉴첩』, 『가족 방랑기』,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 『벽장 속의 치요』, 가와이 간지의 『단델라이언』 외에 『금단의 팬더』, 『콜드게임』,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암 체질을 바꾸는 기적의 식습관』,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112일간의 엄마』, 『밥 빵 면』, 『은하 식당의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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