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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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강렬하게 빛났던 과거의 순간을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되살려 내는 일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할까? 누구에게나 이런 저런 일이 있지만 선택한 순간만을 망각의 늪에서 끄집어낼 수 있을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삶의 순간을 돌아볼 여유를 되찾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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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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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3월의 마치』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지만 불가능한 방법을 실행에 옮기면서 시작된다. 바로 과거의 나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결코 쉽지 않고, 한편으론 불가능한 방법으로 생각되기 쉽다. 저자 정현아는 이를 위해 성공한 노년의 여성 배우 ‘이마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삶이라는 바다에서 무수한 파도를 넘으며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한 그녀는 세월이 남긴 깊고 묵직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마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마지막 파도로 들이닥치고, 그녀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을 누비며 유실된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과연 이마치는 수많은 예전의 자신과 재회하며 삶의 강렬했던 순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처럼 밀려오는 상실과 망각의 물결을 막아내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간직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피엔딩일까. 이 소설이 탐구하는 것은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있을 것 같다.

이 소설 작품 『3월의 마치』는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가상의 무대 위로 우리를 초대한 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갖가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한다. 독자는 특히 기억과 망각의 경계선에서 기억을 오롯이 되살려낼 수 있을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신의 영역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선 망각이란 단어에 집중해본다. 망각을 생각하면 독자는 으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갖다 주자 제우스는 크게 화를 낸다. 제우스는 인간들이 문명에 이르는 데 없어서는 아니 될 불을 일찌감치 숨겨 버렸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올리브 가지를 꺾어 태양 마차에 가까이 다가가 이글거리는 불길에 나뭇가지를 내밀어 불을 붙였고, 땅에 내려와 이 불씨를 인간들에게 전해 주었다. 제우스는 화가 났지만 불을 도로 빼앗아 올 수는 없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인간들에게 새로운 재난을 줄 궁리를 했다. 그리하여 제우스는 판도라라는 여성을 만들어 인간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제우스의 명을 받은, 손재간이 좋은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들었다. 아테나는 이 여성에게 눈처럼 눈부신 옷을 입혀 주고 베일을 씌워 주었다. 머리에는 화관을 씌워 주고 금빛 댕기를 매어 주었다.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는 이 여성에게 재치와 말재간을 주었으며,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는 그녀에게 온갖 아름다움과 함께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교태를 선사했다. 그리하여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의 판도라가 탄생했다.

제우스는 온갖 재앙이 담긴 상자 하나를 판도라에게 주면서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한 뒤, 판도라를 인간들에게 내려보냈다. 지금까지 이런 여자를 본 일이 없었던 인간들은 이 신기한 창조물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다가갔다.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주는 선물의 위험성을 미리 알았고, 동생에게 그 선물을 절대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반해 형의 충고를 잊어버리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

판도라는 어느 날 제우스가 준 상자가 생각났다. 제우스의 경고를 잊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앞서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 순간 상자 속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재난이 쏟아져 나오자, 놀란 판도라는 급히 뚜껑을 닫았다. 그리하여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았다고 그리스 신화는 전한다. 인간에게는 그 희망만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것 같다. 언젠가 독자가 읽은 신화에서는 '망각'이었다고 한다. 망각은 나쁜 것들에 속해 일찍 튀어나왔을 것이란 예상에는 맞지 않았지만 독자가 읽은 책에는 운명과 한(恨)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간에게서 기억을 빼앗아가는 망각은 나쁜 것임에 틀림없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망각'이 없다는 인간은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이전까지 인간들은 어떤 고통도 모르고 지냈지만, 이때부터 인간은 영원히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 고통을 주는 것 중에 망각을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것 중에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한 것을 대부분 기억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만일 망각이 없다면 불쾌한 일, 원한, 미움, 증오, 시기심 등 온갖 감정을 일으키는 사실들을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그리스 신화는 말하지만 독자는 망각이 ‘판도라의 상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 기억에만 묻혀 산다면 인간은 미래를 위해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마치의 언니는 6월에 태어나서 '준', 3월에 태어난 이마치는 '마치'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화려한 배우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삶은 외롭고 우울하다. 할리우드에 진출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가지 않았고, 배우로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엔 항상 외롭고 우울했다.

소설의 시작은 60세 생일날 시작된다. 예순번째 생일은 평소보다 더 이질적이다. 배우로서 엄격히 관리해온 체중이 하룻밤 사이 크게 달라진 사실을 발견한다. 이마치의 일상에 감지되는 이상 신호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몇 달 전 이사를 한 후로 기묘한 일들을 겪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기억력이 감퇴해 연기 경력에 차질이 생기더니, 혼자 사는 집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급기야 집안을 배회하는 유령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이마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몸무게를 쟀다. 그녀의 몸무게는 55킬로그램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변함없이 그 몸무게를 유지했다. 그녀는 배우였다. (…) 생일날 아침 이마치는 평소대로 몸무게를 재고 깜짝 놀랐다. 59라는 숫자가 깜빡거리다가 사라졌다. 전날까지 분명 55킬로그램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몸무게가 늘 수도 있는 걸까?"(p,7~8) 

그녀는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와 이상한 환영들을 경험하며 점점 자신의 기억이 흐려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의사로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며 점점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기억의 흐려짐과 함께 몸의 변화, 환영과 같은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삶이 무너져가는 공포가 밀려왔다. 그녀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특별한 병원을 찾아간다. 뇌의학 클리닉을 찾아가 맞춤 제작된 VR 치료를 시작하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그녀의 과거를 복원해 주었고, 마치는 잃어버린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배우로서 성공했던 순간뿐만 아니라, 사랑과 상실, 외로움과 고통이 스며든 삶을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마치는 저주가 깃든 듯한 그 집을 포기할 수 없다. 어려서 실종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수십 년째 지켜온 집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을 마친 그 집은 그녀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고급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마치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일상을 되찾으려 뇌의학 클리닉을 찾아가고, 그녀의 기억을 기반으로 맞춤 제작된 VR을 활용한 치료를 받는다. VR을 제작하기 위해 클리닉을 수차례 방문한 끝에 마지막 미팅을 앞둔 그날, 이마치는 60세가 되었고 몸무게가 전날과 달라져버렸으며 클리닉에서는 미팅이 취소되는 등 어딘가 낯선 하루를 보낸다. 아파트로 돌아온 이마치는 연이어 악몽 같은 일을 맞닥뜨린다. 엘리베이터가 전부 고장나 꼭대기 층인 60층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때 그녀는 삶의 큰 가르침을 하나 얻었다. 불가능하리만치 먼 길을 갈 때는 절대로 목표 지점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앞을 봐서도, 위를 봐서도 안 된다. 시선은 아래로, 발끝만 보면서 걷는 것이다. (…) 한없이 느리게 올라 마침내 30층을 통과했을 때 어떤 여자아이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면서 그녀의 어깨를 살짝 쳤다. 교복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애였다. 이마치는 이상한 기시감에 여자애를 흘긋 바라보다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숨이 가빠 고통스러운 느낌이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60층에 도착했을 때, 다리에는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p.72~73)

가상현실 속에서 이마치는 아파트의 각 층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과거를 하나씩 마주했다. 갓 태어난 자신, 어린 시절 학대당하던 자신, 젊은 시절 배우로서 빛나던 순간의 자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절망했던 자신까지, 그녀는 과거의 모든 모습과 마주한다. 그들과 대화하며,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연민을 느끼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나고, 그녀는 그때 놓쳤던 따뜻한 순간들을 더욱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상처로 얼룩졌던 이마치는 점차 삶과 화해하는 법을 배워고 있었다. 기억을 지켜내는 것만이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해피엔딩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마치는 점차 아파트의 구조를 파악해나간다. 한 층을 한 세대가 차지하고, 현관문을 열면 그 안에는 층수에 해당하는 나이의 이마치가 당시 거주했던 집에 살고 있다. 아들을 잃고 비통에 빠진 이마치, 커리어를 포기하고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이마치, 갓 데뷔해 천부적인 연기 능력을 인정받던 이마치, 모친에게 학대당하던 이마치, 그리고 갓 태어난 이마치······. 현재의 이마치는 과거의 이마치들을 만나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꺼내놓는다. 또한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했던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증오스러웠던 어머니에게 복수하기도 하면서, 이마치는 전에 없던 충만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마치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과거의 비극적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마치의 전 생애가 담긴 세트장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이마치가 되찾아가는 과거는 이마치의 기억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녀 곁의 누군가가 이마치의 삶을 거짓으로 꾸미기도 하고, 때로는 이마치가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왜곡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이라 여기곤 하는 기나긴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에 실체가 있기는 할까. 정한아는 삶이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매 순간을 채우는 행위와 감정과 고통 그 자체로만 감각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 순간순간의 고유한 경험이 합쳐져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단 한 명의 인간을 완성한다고. 하지만 어떤 순간도 현재성을 잃고 빛바랜 후에는 더이상 삶을 휘두르지 못한다고. 그러니 과거에 더는 얽매이지 말라고. 현재의 강렬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다보면 우리는 완성될 거라고. 그렇게 정한아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건네는 말 앞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우리의 어깨는 한결 가뿐해진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p.228)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인위적으로 기억을 되살리려 했던 이마치의 노력은 헛된 꿈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 인간이 노력해 얻은 과학 지식의 한계가 아직 명백한데도 자신의 심리적 갈등이나 선택한 기억만 되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神)이 인간에게 내린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까지는 인간으로서는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을 깨닫는 것일 뿐이라고 소설은 보여주려 한 것 아닐까. 저자 정한아는 작품 마지막 〈작가의 말〉에 단초가 될 만한 말을 남기고 있다. 

"킬리만자로에 오른 적이 있다. 스물다섯 살에 떠난 탄자니아 여행에서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화만 신고 그 산에 올랐다. 수년간 체력을 단련하고, 전문 장비를 갖춰 등반에 도전한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처구니없는 최약체였다. 다들 나를 가엾게 여겨 옷을 빌려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낙오되지 않나 틈틈이 돌아봐주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아주 높은 곳에 오를 때는 발끝만 바라보고 걸어야 한다는 것도. 정상에 닿았을 때 발밑에 펼쳐진 풍경은 흡사 은총 같았다. 발톱 네 개가 빠졌는데, 고통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그때 생각을 자주 했다. 쓰고 지우고를 밥 먹듯 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정말 녹록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끝내 소설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저 설산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거라고. 살아갈수록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여기 일곱번째 책을 보탠다. 대단치 않은 소설이라고 해도 완성하고 보면 언제나 큰 기쁨이 있다. 발톱 열 개가 다 빠져도 좋을 만큼. 살면서 그러한 기쁨을 누리는 것에 숨죽여 감사하고 싶다."(p.285~286)


저자 : 정한아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건국대 국문과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작업실에 머물려 직장인과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술과 바닐라』,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장르적인 요소를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편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판타지나

SF 등의 상상력을 동원한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소재 속에서 순진무구하고 명랑한 감수성과 산뜻한 문체를 통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내게한다.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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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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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독자가 윤동주와 반 고흐의 콜라보 시화집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의 기억을 좀 더 정확히 더듬어본다면 고흐의 아몬드나무 그림의 책 표지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책도 윤동주와 고흐의 시화집 형식을 띠었다. 그 책 표지에 선택된 아몬드꽃은 독자로서는 처음 본 것이라 기억에 더 남았던 것 같다. 우리가 간식용으로 먹는 게 그 아몬드나무의 열매이다. 반 고흐가 아몬드 나무를 즐겨 그렸다는 것도 나중에 책을 통해서 알았다. 아몬드는 땅콩처럼 생긴 편도나무 열매다. 왜 고흐가 아몬드나무와 꽃을 좋아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조카에게 선물로 준 그림이 아몬드나무를 그린 작품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추위에 잘 견디거나 혹은 자손 번성을 위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라는 표제어를 가진 이 책은 우리의 광복80주년이자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특별 제작판이다. 올해 2025년이다. 국내외에서 윤동주 시인에 대한 추모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특히 윤동주가 다녔던 일본의 도시샤대학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학위 증정’이라는 예외 규정까지 만들어 학장단 회의에서 열여섯 분 전원 찬성으로 서거일인 2월 16일에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독자가 신경을 쓰지는 못했지만 이 서평을 쓴 날 기준으로 이미 행사는 끝났으리라).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학 총장은 “우리는 자유를 탄압하는 군부에서 윤동주를 지켜내지 못한 분함이 있다. 명예박사 학위는 그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윤동주 시인은 80주년이 아니더라도 이미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의 수많은 단체에서 추모하는 세계적 시인이 되었다. 따라서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윤동주 시인의 추모 열기는 올해인 2025년에 최고에 달할 것이다.

그림에서 자화상은 자기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말한다. 시인 윤동주는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시로 남겼다. 이 시는 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때 쓴 시로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의 현실 속에서 부끄럽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처 보듯, 우물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자아성찰의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특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독자의 기억으로는 생애 10점의 자화상을 남겼다) 유명한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병원에서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린 것이라고 책을 통해 들은 바 있다. 고흐는 걱정하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보다는 초상화가 내 상태를 더 잘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며 이 작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의 자화상은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창작에 대한 열정이 그의 눈빛에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별'에 대한 갈망도 두 예술가의 영혼을 교차하게 만든다.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라는 절창을 남겼다.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나를 꿈꾸게 한다. 나는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 갈 수는 없는 것일까.”라고 쓴 별에 대한 글에서 두 사람이 닮아있는 것을 너무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이 시화집을 보면서 독자는 두 예술가의 모습을 그려본다. 시공간이 다르지만 저변에 흐르는 감성과 예술혼은 순수하고 맑다. 우리 민족 최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일제강점기는 윤동주의 출생과 서거와 겹쳐 있다. 당시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나라 없는 엘리트 지식인으로서의 부끄러움, 참담함을 넘어 참회록으로 점철돼 있다. 

일제 강점기 시집은 정음사에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년 초판, 1955년 증보판, 1979년 증보판 그리고 윤동주 탄생 100주년기념으로 전 작품이 담긴 스타북스의 2017년 출간된 『윤동주 전 시집』으로 나뉜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이에 따르면 윤동주의 시집은 그가 죽고 3년 뒤 1948년 정음사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윤동주 시집으로는 최초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윤동주가 후배인 정병욱에게 맡긴 19편과 릿교대학에서 친구인 강처중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5편과 그 외 7편을 더 찾아 총 31편이 실려 출간 된 시집이다. 그 후 1955년 정음사에서 윤동주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증보판이 나왔다. 증보판에는 초판본에 더해 시와 산문 62편이 추가되어 총 93편이 실렸다. 추가된 시와 산문은 1948년 12월 윤동주의 여동생 윤혜원이 서울로 남하하면서 고향집에 있던 오빠의 모든 원고와 즐겨보던 책 등 유품을 가지고 와서 공개된 작품들이다.(당시 윤혜원은 감시가 심해 사진 앨범은 가져오지 못했다. 잘못하면 감시원에 발각되어 소중한 원고까지 빼앗길까 봐 앨범은 나중에 찾을 계획으로 친척집에 보관해 둔 채로 왔는데 사정이 생겨 찾지 못했다. 윤혜원은 두고두고 이를 아쉬워하며 가슴 아파 했다고 한다.)

그리고 1979년 정음사의 마지막 증보판에는 윤혜원이 용정에서 가져온 시들과 새로 발견된 윤동주의 작품 중에서 그동안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록을 보류했던 23편이 추가되어 116편이 되었다. 정음사가 없어지고 2017년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완성이거나 원고에서 삭제 표시한 시를 포함해 기존 윤동주 시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 8편을 더해 124편 전 작품을 수록한 『윤동주 전 시집』이 탄생했다.

이번에 출간된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은 영혼과 정서가 가장 닮은 두 별이 시대를 넘어 한 공간에서 만나 감동을 주는 가장 아름다운 콜라보 에디션의 시화전 북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위로와 함께 격조 높은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정서가 닮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명작 중의 명작 138편을 시와 가장 잘 어울리게 디자인하여, 보는 즐거움과 함께 독자들의 영혼에도 별이 반짝일 것이다.

반 고흐는 얼마 전 3월 16일 끝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대표작 70여점이 전시됐다. 반 고흐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하다. 그만큼 우리의 명화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화가이고 작품이다. 짧은 생애, 그것도 빈곤과, 거의 정신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가운데 불태운 예술혼이 살아 있는 작품이어서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전시답게 뜨거운 열기 속에 108일간 열렸다. 고흐는 살아생전에 그림이 팔리지 않아 고독과 빈곤 속에서 살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작품성이 인정돼 현재는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로 우뚝 서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은 천문학적 가치를 기록하며 경매장에서 팔렸다고 해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2012년 '반 고흐 in 파리' 전시 이후 12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고흐 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책 『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에도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거의 모두가 실려 있다. 고흐의 작품은 시대를 넘어 영혼과 정서가 너무 닮은 윤동주와의 콜라보를 이룬 시화집이다. 두 천재의 시와 그림이 만나 시화전을 펼치는 내용으로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 이 책에는 윤동주의 전 작품 124편과 반 고흐의 그림 138편을 담았다. 두 사람의 작품 속에 담긴 별, 자화상, 고향, 해바라기, 그리움, 부끄러움, 그리고 희망과 자아성찰의 영혼은 너무 닮아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의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이 시화집에 실린 한 편, 한 점 감상하면서 두 사람이 너무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모두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장 〈흰 그림자〉, 3장 〈밤〉, 4장 〈팔복〉, 5장 〈산울림〉, 6장 〈식권〉, 7장 〈산문〉, 8장 〈나중에 발굴된 시〉 등이다. 각 장은 제목 앞에 '#' 표시를 한 것은 시나리오 장면처럼 시각화를 암시하는 듯해 편집의 묘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프롤로그〉에는 윤동주의 시 「서시」와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바람」이 나란히 실려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함께 놓고 읽고 보고 감상하면 독자는 마치 파리의 밤 어딘가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쓴 윤동주의 싯구가 당장이라도 읊조릴 수 있을 것 같다.

고흐가 남프랑스 생레미의 「생폴 정신병원」을 그린 그림과 윤동주의 「병원」이 나란히 놓여 있다. 독자로서는 부끄럽게도 윤동주의 시에 「병원」이라는 제목의 시를 처음 알았다. 아를에서 귀를 자르는 사건 이후 반 고흐는 1889년 5월 3일 생레미의 생폴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 입원해 있던 1년 동안 고흐는 자주 심각한 발작을 일으켰고, 발작이 멈추었을 때에는 또다시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1889년 가을과 겨울에 반 고흐는 생레미 정신병원의 실내와 정원을 그릴 수 있었는데, 이때 고흐에게 그림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존재를 지탱해 주는 마지막 보루 같은 것이었다고 후세 평자(評者)들은 말한다.

그림 앞쪽으로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옆에 남자가 한 명 있다. 뒤쪽으로는 병원 건물의 전경이 보이고, 병원 입구의 문앞에도 한 사람이 서 있다. 소나무와 땅의 거친 붓터치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림 왼쪽에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는 이미 단순한 나무가 아니고, 뒤편의 건물들과 그 위의 하늘도 눈에 보이는 대로의 사물이 아니다. 나무와 하늘, 집, 인간, 땅 등 모든 것들은 그림 속에서 하나의 움직임 속으로 끌려들어가면서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힘을 뿜어내고 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려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어 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꼽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그 자리에 누워본다.(P.30) -윤동주 「병원」 전문(全文)

시와 그림의 절묘한 조화는 분명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이지만 영혼이 통했을까. 이 시화집에 나온 시와 그림은 마치 시인과 화가가 한 시대, 같은 곳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화집을 내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하모니를 이룬다. 그것이 몇 편, 몇몇 그림에서 발견되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 책의 시와 그림은 마치 시인과 화가가 같은 사람이거나 동시대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인 것처럼 조화롭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는 이미 우리에게는 유명한 시다. 일본 땅(남의 나라) 어느 하숙집 밤비가 속살거리며 내리는 다다미 방(육첩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신의 소회를 적은 시로서 윤동주 문학의 특징 중 하나인 '참회'의 느낌을 담고 있다. 옆의 그림은 고흐가 아를에서 자신(「작업하러 가는 화가」)를 그려 자신의 생활비와 병원비를 내주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각자의 영혼에는 이처럼 애절한 무엇인가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독자로서는 다시 한 번 놀란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를 적어 볼까,//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시 : 윤동주(尹東柱)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일제 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독립의 절절한 소망을 노래한 민족시인. 우리 것이 탄압받던 시기에 우리말과 우리글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받는 조국의 현 실을 가슴 아파하는 철인이었다. 그의 사상은 짧은 시 속에 반영되어 있다. 1917년 12월 30일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윤영석과 김룡의 맏아들로 출생했다. 윤동주는 청춘 시인이다. 절친한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시 ‘동주야’에 의하면 아직 새파란 젊은이로 기억되고 있었다. 한글을 구사하면서 작품을 발표한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만주 용정과 경성 신촌 일대에서 문학청년들과 몸을 부대끼며 시를 썼기에 청춘의 고뇌가 담겨 있다. 1925년(9세) 4월 4일, 명동 소학교에 입학했다. 1927년 고종사촌인 송몽규 등과 함께 문예지 [새 명동]을 발간했다. 1931년(15세)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1932년(16세) 은진중학교에 입학했다. 1934년(18세) 12월 24일, 「삶과 죽음」, 「초한대」, 「내일은 없다」 등 3편의 시 작품을 썼고 이는 오늘 날 찾을 수 있는 윤동주 최초의 작품이다. 1935년(19세) 은진중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평양 숭실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했다. 같은 해 평양 숭실중학교 문예지 [숭실활천]에서 시 ‘공상’이 인쇄화되었다. 1936년 신사참배 강요에 항의하여 숭실학교를 자퇴하고 [카톨릭 소년]에 동시 「병아리」, 「빗자루」를, 1937년 [카톨릭 소년]에 동시 「오줌싸개 지도」, 「무얼 먹고 사나」, 「거짓부리」를 발표했다. 1938년(22세)2월 17일 광명중학교 5학년을 졸업하고 서울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문과에 입학했고 1939년 조선일보에 「유언」, 「아우의 인상화」, [소년(少年)]지에 「산울림」을 발표하였다. 처음 윤동주 시들은 노트에 봉인된 채, 인쇄되지도 않았고 신문 지면에 발표되지 않았다. 그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숨지고 난 후 동문들이 그의 노트에 있던 시를 모아 정음사에서 출판한다. 유해가 안치된 지 3년 후, 그러니까 1948년, 조선은 대한민국으로 국호가 바뀌어 혼란한 시기에 청춘 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정병욱과 윤일주에 의하여 다른 유고와 함께「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만주 북간도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5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에 「달을 쏘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를 발표하였다. 연희전문을 졸업한 후 1942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고, 6개월 후에 교토 시 도시샤 대학 문학부로 전학하였다. 1943년 7월 14일, 귀향길에 오르기 전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교토의 카모가와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이듬해 교토 지방 재판소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언도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복역 중이던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두고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로 타계하였다.


그림 : 빈센트 빌럼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영혼의 화가’로 불리는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 불꽃같은 열정과 격렬한 필치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했으며,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 브라반트 북쪽의 작은 마을에서 엄격한 칼뱅파 목사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869년에서 1875년까지는 미술품 매매점의 점원으로 일했고, 1877년에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한 후 전업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1881년 12월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1890년 7월 29일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모두 879점의 그림을 남겼다. 그리고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37년이라는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늘 고독했던 고흐는 그의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네 살 터울의 동생 테오와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668통이나 되고 그 밖에 어머니, 여동생 윌, 동료 화가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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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뿌리를 찾아서, 민주주의가 경제다
이병훈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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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서울. 갑자기 TV에서 청천벽력의 말이 들려왔다.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TV 방송 계엄령 선포는 낯설었지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전쟁이 났나 보다"라는 불안감을 억누른 채 알 만한 지인들에게 정확한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전화기에 매달렸다. 방송을 켜 놓은 채다. 늘 북한으로부터의 전쟁 위협에 시달려온 국민들은 '진짜 전쟁?' 하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눈으로는 연신 TV를 주시했다. 

아까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는 TV 뉴스에서는 전쟁은커녕 어떤 조짐도 없었다. 그저 일상의 저녁이었다. 국가 비상 사태로 계엄령을 내릴 이유는 분명 없었다. 전쟁이 아니라면 이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질 낌새는 전혀 없었다. 아닌 밤중에 웬 계엄령? 지피는 데가 전혀 없었기에 어리둥절하고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차분하게 가족들과 대화를 도란도란 나누거나,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즐기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자정이 못된 시간이었기에 12월 유흥가나 식당 밀집지역엔 송년회 등으로 불야성이겠지만 일반 가정은 모두 잘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이 진위를 파악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 진정된 후 TV에서 다시 계엄령 선포 순간이 리플레이되어 나왔다. 이번에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듣겠다고 귀를 쫑긋 집중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에는 북한의 남침 이야기가 없었다. 폭동 이야기도 없었다. TV는 선포문에는 적힌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격한 어투로 적시하고 있었다. 전쟁이 아니란 점에 우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숨을 돌린 후 "그렇다면 왜 계엄을 선포했을지" 궁금해졌다. TV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TV는 곧 이어 국회의사당으로 비추었다.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국회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시민들과 섞인 전투복 차림의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그날의 비상계엄은 시작됐다. 비상계엄이란 단어를 들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터라 아직도 실감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TV 화면은 국회 본청 안과 밖을 번갈아 비추고 있었다. 국회 앞 광경을 TV가 방영하고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려는데 막는 경찰이 어딨느냐?는 어느 국회의원의 호통에 머쓱한 경찰의 모습도 TV에 잡혔다. 진입하려는 사람과 제지하는 공권력은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군인들이 의사당 본청 건물로 진입하려는 듯 본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청을 사수하던 국회 내 직원과 의원 보좌관 및 비서관들과의 몸싸움에 밀려 진입에 실패하자 건물 옆으로 돌던 계엄군은 급기야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실에는 저지선을 뚫고 들어온 국회의원 상당수가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삼삼오로 모인 채 계엄 해제 의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로 야당 의원들이지만 몇몇 여당 의원들도 보였다. 의결 정족수가 차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본회의실 쪽으로 뛰어들어가다 일단의 저지력에 맞섰다. 물리력으로 제지선을 뚫으려던 게엄군은 세 부족을 느꼈는지 다른 출입문을 찾는 듯 뒤로 물러났다. 막으려던 사람들은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기도 했다. 국회는 자정을 넘긴 1시를 막 넘어설 무렵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국회의장이 해제할 것을 선포했다. 즉시 해제 의결안은 대통령실로 보냈다.

그날의 기억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것은 이날 계엄 선포부터, 1호 포고령, 국회 의사당 해제 의결,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모습, 선관위 직원들에게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계엄군의 모습이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계엄 해제를 발표한 것은 새벽 4시 반쯤으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을 것이다. 계엄군의 진입 시도와 철수 등이 생중계되었다. 이후 국회는 여야 별로 조사단을 구성하고 계엄 선포 자초지종에 특별위원회 조사에 들어갔다. 많은 증인들이 불려나왔다. 대부분 계엄군의 장성들이었고, 실무 영관급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국회 특별조사단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계엄 선포를 감싸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계엄 이유를 담화가 발표됐다. 짤막한 내용에 사과는 없었다. "밤에 국민들을 놀라게 한 점은 미안하다"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계엄령 선포 이유를 강변했다. 위헌 ·위법의 계엄령이 아니라 정당한 계엄령 선포였고, 야당의 정도를 넘치는 탄핵소추, 중요 정책 예산안 삭감 일괄 통과 등 거대 야당이 국정 운영을 방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회를 통해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보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는 계엄령 당시를 생중계로 지켜보았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협상이나 협의도 하지 않고 군대를 동원해 물리력으로 야당 의원의 운영을 마비시키고, 일부 극렬(?) 의원들은 체포하려 했다니. 민주 국가에서 해서는 안 될, 그래서 헌법에도 적시한 위헌 행위가 분명한데도 계엄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 고도의 통치 수단으로 말하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했다. 증거로 TV 중계한 내용과 포고령을 내밀었다. 뿐만 아니라 국회 운영을 침탈했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으며, 헌번 기관인 선관위도 침탈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선관위는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점검했으며 국회의원 체포는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이건 무슨 소린가?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몽니와 국정 운영을 못하게 할 정도로 탄핵소추를 남발해 계엄의 원인을 야당 의원들의 횡포로 계엄령을 내렸다니. 이건 위헌·불법 행위임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협치의 대상인 야당을 종북 반국가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정부 전복의 시도로 매도하다니. 아무리 앞뒤를 꿰맞춰도 잘 들어맞지 않는 궤변의 연속이다. 당연히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다. 이젠 탄핵 인용에 절차가 잘 이뤄지리라고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11차례의 변론기일을 마칠 때까지 민심을 거스리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발생했다. 구속 재판을 받언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 취소 결정이 중앙지법에서 내려졌다. 즉시 항소권이 있는 검찰은 항고하지 않았고, 일주일 내에 항고하는 권한마저 포기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다시 되살아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재대로 된 재판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허술한 기소는 곧바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도 나오는 것 아닌가? 우려와 불안의 눈들이 일제히 윤석열 구치소 석방 모습에 쏠렸다.

국민들의 집회가 지지자 측과 탄핵 찬성 측으로 갈려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극우가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도가 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막말뿐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들이 "헌재를 때려부수자"는 있을 수 없는 지지 연설을 거듭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속어 등으로 인격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다. 그들이 집회 현장에서 쏟아내는 막말은 언론에서도 스크린 처리를 하느라 애쓸 정도로 지나치다. 지난 구속영장 발부 때 서부지법으로 몰려간 폭도들의 난동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젠 그 분노는 헌재로 향하고 있다. 헌재의 평의가 예전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는 대다수 국민들은 다시 혼란 속으로 몰리고 있다. 이번 주에는 평결을 끝낼 것이란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어떤 평결이든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말만 난무할 뿐 국민들은 혼란스러운 만큼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특히 전례없는 경제 추락에 외교적 저평가, 많은 악재에 시달릴 게 뻔한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생각일 터다. 어떻게 쌓아올린 경제이고, 국방이고, 외교인가. 폐허 위에서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 매진한 결과다. 70년 세월을 말이다. 

이 책 『내란의 뿌리를 찾아서, 민주주의가 경제다』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내란의 뿌리, 내란 숙주 세력을 파헤친다. ‘더 단단한 민주주의’,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책의 저자 이병훈은 윤석열 정부 2년 8개월,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지적한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끝나고 최종 평결만 남은 상태인데 내란은 형식적으로 종식된 듯 보이지만 내란 숙주 세력이 자행하고 있는 역사쿠데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현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채 식민사관에 절어 있는 역사쿠데타 세력은 일제 강점기를 한국 근대화의 필수 과정으로 미화하고, 일제 통치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논리로 역사 왜곡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를 꼬집는 대목이다. 이를 이끄는 세력은 바로 뉴라이트 세력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경제 부문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재임 중 경제 성장률은 1% 미만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자 감세 정책을 밀어붙여 나라 살림은 빚더미에 앉았다는 것이다.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이 대목은 윤석열 정부 재임 중 쌓인 부채 전부는 아니라 누적 적자인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빚내서 나라 살림 막으려다 공적 기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독자로서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살인적'이란 표현에 동의한다. 독자는 그 시기를 지금 어렵게 넘기고 있는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이후 경제 문제, 특히 국민 경제 부분은 서민층에서 절감하고 있다. 실질임금이 줄어들었는데 최저임금은 찔끔 올랐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각 가정의 부채도 심각하게 늘었다.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출산율도 바닥 수준이다. 청년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 한국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가?

저자는 이 모든 원인이 정권 내내 ‘(가짜) 자유민주주의’라는 깡통을 소란스럽게 두드리며 철 지난 이념으로 이념전쟁을 일삼은 세력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12·3 내란의 뿌리를 캐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 민주주의가 경제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가 멸종을 직감하는 공룡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들의 목에 스스로 혁신자의 방울을 달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현재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는 사실 정치체제의 하나로 생겨나고 기능했지만 경제 부분에서도 서민들의 부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나라가 강해지고 민주주의 목적에 가깝게 다가선다. 공산주의 원조이자 모국이었던 소련이 무너진 것은 민주주의와의 경제 제도 차이에서다. 노예 신분이나 다름없는 노동자·농민들에게 땅과 일자리를 공평하게 나눠주고 똑같이 분배해서 먹고 사는 사회라는 선전은 그럴 듯하다. 이 선전은 어쩌면 지금도 먹혀 들어가고 있을 정도로 솔깃한 이야기들 아닌가. 그러나 공산주의가 100년을 넘지 못하고 붕괴된 이유는 정치적 잘못이 아니라 경제 제도로서의 허점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성장의 촉진제다. 민주주의가 단단할수록 통치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부패가 설 자리는 좁아진다. ‘더 단단한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 정치가 투명해지고 기업 환경도 투명해진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수 정권은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타령을 해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도대체 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정한단 말인가. 매국적 극우 권력이 민주주의에 ‘자유’를 덧칠한다. 정권 안보를 위한 명분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이념 상품으로 잘 포장되어 반대 세력 탄압용으로 유통되고 정당화된다. 극우 지지층은 그런 상품에 열광하며 수호해야 한다고 외친다. 반대 진영을 향해선 증오와 혐오의 애국심을 키운다. 반대 진영에겐 반국가세력이란 낙인 딱지가 붙는다. 이때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다. 한국 정치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유보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인권을 박탈하는 형태로 진행돼왔다. 극우사대주의 세력이 권력 중독에 빠질 때 내란은 불가피하다. ‘자유’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들이 ‘자유’를 가두는 일이 발생한다.

새로 등장하는 정치 지도자는 국민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고뇌하고 또 고뇌해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기본권인 ‘사회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명시적이다. 그래서 역대 보수 정권은 사회권을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 정도로 여겼다. 이제는 우리 국민이 사회권을 직접 요구하고 요구한 만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더 많은 민주주의’일 것이다. 저자의 논리에 일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아마 독자가 처음부터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체적으로 독자에게 민주주의와 경제 부분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저자 : 이병훈


대학 시절에 독문학, 철학, 사회과학을 공부했으며, 20대 후반 《미제국주의 침략사》를 써냈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발간하는 생태환경잡지 《함께 사는 길》의 기자로 활동한 후, 줄곧 인문사회과학 분야 출판사에서 편집장을 지내며 백여 종의 책을 기획 출간했다. 2017~2022년 네이버(주)로부터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콘텐츠 제작을 의뢰받아 ‘세계 대학 사전’, ‘세계 기업 사전’ 부문의 공식 필자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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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새로운 독서법
와타나베 야스히로 지음, 최윤경 옮김, 서승범 감수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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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새로운 독서법』의 저자 와타나베 야스히로는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아는 분 같다. 독자가 책을 읽을 때 느꼈던 많은 감정과 이성적 판단을 궤뚫어보듯이 책에 적시하고 있다. 책의 맨 앞에 "모처럼 샀는데 끝까지 읽을 수 없다. 집중력이 지속되지 않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구입한 책이 자꾸 쌓여서 적독(積讀)*이 된다. 열심히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빨리 읽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p.4)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독서법'은 어렵지 않다. "다 못 읽어도 된다. 집중은 끊어져도 된다. 적독해도 된다.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된다. 읽는 속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점을 실천하고 습관화할 수 있다면 곧 새로운 독서법이 자신의 것이 되고 독서는 더 즐거워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경우 사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어느 새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매우 싫어했던 적도 있어, 대학 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고 한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20살에 간다 마사노리 씨의 책을 만나 이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인생이 크게 변했다. 벤처기업 창업에 관한 일을 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80억 원의 매출을 이루었다. 독립 후 최신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독서법 ‘공명 리딩’을 만들어냈다. 이 독서법은 실제로 일본 전국에서 10살부터 91살까지 3,500명 이상이 실천하고 있다. 연간 독서량은 비즈니스서 2,000권, 문예서, 실용서 포함 연간 3,000권 이상으로, 일본 톱 5에 어김없이 들 정도의 독서가다. 

출판사 측이 소개한 저자 약력이나 그의 독서 능력은 아마 일본 내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한명의 독자로서 본받을 만하다는 점도 인정이 된다. 단 한 가지 연간 독서량(일년에 읽는 책의 평균 권수)이 3,000권이 넘는다는데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루 8~9권의 책을 읽는다는 게 가능할까? 속독법을 터득했을까? 아니면 비법이 있을까? 사실 '새로운 독서법'보다 '다독법(多讀法)'부터 배우고 싶다.

* 적독(積讀) :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것(역자 주)

독자들의 마음속을 궤뚫고 있다는 듯 저자는 「앞으로 펼쳐질 독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차분한 설명을 해나간다. 간결한 문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글의 전개가 기억속에 오래 남을 듯하다. 특히 저자는 12페이지에 걸친 〈프롤로그〉를 소주제로 나눠 깔끔하게 설명한다. 6개의 소주제로 분리 정리한다. ① 혹시 독서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가? ② 70년마다 찾아오는 시대의 전환기에는 상식이 뒤바뀐다! ③ 책은 저자의 생각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다. ④ 새로운 시대에는 답을 알기보다 물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⑤ 독서는 앞으로의 세상에 필요한 두뇌로 길러준다. ⑥ 독서 상식을 뒤엎는 '신 독서법' 등이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붙였다.) 

'독서에 대한 죄책감'을 첫 번째 단락에 넣었다. 저자는 독서의 정의를 내리는 듯한 단호한 결언을 내세운다. "독서의 의미는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을 만날 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다." 이 강렬한 문장을 첫 번째 소주제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은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을 만나게 됨으로써 생겨난다. 그래서 한 권을 읽는 데 몇 시간씩 들일 필요가 없다. 저자는 주장을 이어간다. '이 책을 더 읽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책도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권에 몇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저자는 독서는 '자유'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우리는 종종 독서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자신의 경우를 빗대어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죄책감'은 사전에 가진 의무감과도 깊이 연결된다. 앞선 방법으로 여기에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인다. 

① 한 권 전부 다 읽어야 한다. ②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제대로 읽지 않으면 안 된다. ③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 ④ 빨리 읽고 싶지만, 속독은 부자연스럽고, 그렇게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안 된다. ⑤ 독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집중해야 한다. 손에 쥐면 바로 다 읽어야 한다(적독은 부끄럽다). 저자는 차분한 자세로 주장을 정리한다. "이 책은 그런 독서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고 최신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의 학설부터 지금까지의 독서 상식과 삶에 대한 시각까지 바꾸는 한 권이다. 지금까지의 독서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부분도 있기에 '신(新) 독서법'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앞서 서술된 6개의 소주제 중 두 번째는 일본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서 우리와는 별도의 이야기다. 또 세 번째 '책은 저자의 생각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다'는 일반적으로 독서에 대한 정설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독서법'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내용이다. 이를 테면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경험을 유사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시각이나 견해와 같은 , 자신과는 다른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큰 이득이다."라는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시대와 앞으로의 시대는 무엇이 가장 다를까? 저자의 이 질문은 세 번째 소주제의 내용이다. 즉 새로운 시대에는 답을 알기보다 물음을 찾는 것이 중요핟다는 말이다. 질문의 속성은 "답이 이미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라고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사회적으로 큰 변동이 생기면,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해도 정해진 답은 없다. 그 답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있는 답을 아는 것보다 '새로운 물음'을 찾아 나름의 답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신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물음을 고찰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다른 사실을 발견해내서 물음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명하며 행동할 수 있는 스킬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릇 책이란 저자의 경험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저자가 어떻게 묻고, 어떤 답을 도출하며 그 책을 만들어냈는지 체험할 수 있다. 독서는 그 과거의 사고 과정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과는 다른 사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아주 오래된 책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이어 다섯 번째 소주제는 독서가 미래에 필요한 두뇌를 기르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조항에서는 동양의 현인 공자(孔子)의 말이 생각난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옛것을 복습하고 새 것을 알면 가히 스승이 될지니라)고 가르쳤다. 독서는 옛것을 통해 새것을 알게 되는 작업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사람을 가르칠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 와타나베 야스히로의 네 번째 조항은 이 공자의 가르침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세상이 발전한다는 것은 사회에 나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우수한 두뇌가 필요하다. 즉 세상을 이끌어가는 창의적인 인재를 말한다. 이런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곧 책이고, 독서다.

마지막 소주제가 '신 독서법'이다. 〈프롤로그〉의 결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신(新)'이라는 접두사는 우리말 '새, 새로운' 등으로 쓰이는 단어다. 일본에서 이 단어를 자주 쓴다고 알려져 있다. 한자어지만 일본어에 많이 들어가 마치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글자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독서의 새로운 상식'이란 어떤 것인지 소개하고자 '신 독서법'이라 이름 붙였다. 가장 먼저 '적독'을 언급한다. 새로운 상식으로는 적독은 전혀 문제가 없다. 잠재의식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고, 간단한 해결 방법도 있다. 다음으로 한 번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역시 내용을 읽고 잊어버려도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기억해내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읽은 후,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해도 언제나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것 역시 괜찮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 처음 읽을 때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뇌는 '올바른' 것보다 '도움이 되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지금까지의 독서 이미지가 죄책감을 느끼게 한 부분도 있다. 그러한 죄책감을 최신 뇌과학, 인지심리학의 학설을 기반으로 한 '신 독서법'으로 싹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독서가, 인생이 더욱 즐거울 수 있도록 이야기하려고 이 책을 썼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하는 내용은 '메모'다. 책을 읽으면서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메모를 해 책 사이에 꽂아두면 된다. 이 메모는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펼쳐든다면 꽤 유용한 자신만의 것이 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신 독서법 10가지를 소개한다.

① 독서는 3분 정도밖에 하지 않아도 OK. ② 다 읽지 않아도 된다. 독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③ 대각선으로 읽는 것도 괜찮다. 키워드 연결 독서법은 디지털 사회의 독서법이다. ④ 꼭 긴 시간이 아니어도 좋다. 휴식 시간에 잠깐! ⑤ 손가락을 이용하면 더 집중할 수 있다. ⑥ 저자와 공명으로 다양한 견해를 취할 수 있다. ⑦ 책 읽기 전 호흡과 수분 섭취로 뇌를 활성화시킨다. ⑧ 저자의 생각은 '~란'으로 찾아 접속사 등을 통해 예측하면서 읽는다. ⑨ 독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피드백이 필수다. ⑩ '~란', '굳이', '라고 한다면'에 숨겨진 마케팅을 읽어낸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새로운 독서 지식’〉, 2장 〈창의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신 독서법’〉, 3장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고 머리가 좋아지는 ‘신 독서법’〉, 4장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한 ‘신 독서법’〉 등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서승범 나홀로비즈니스스쿨 대표는 신 독서법의 가장 큰 매력은 '독서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다도 좋고,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읽거나 관심 가는 부분에만 집중해도 된다."고 밝혔다. 즉 자유롭게 독서하는 '신 독서법'의 첫 번째는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끝까지 다 읽어야 하고, 다 읽지 않는다면 안 읽은 것만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의무감이나 죄책감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1장에서 「독서의 새로운 상식」①로 '책은 다 읽지 않아도 된다'를 꼽았다. 저자에 따르면 책을 한 번만 읽고 저자의 생각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그렇게 읽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책 전체를 다 읽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읽는 것이다. 독자를 조금이라도 행동하게 했거나, 한 줄이라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책은 꽤 괜찮았다고 할 수 있다. 

「독서의 새로운 상식」③도 독자에게는 인상적이다. "한 번 읽으면 잊지 않을 거야. 그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싶어." 이런 느낌이나 생각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 같다. 독자 역시 수없이 반복했다. 특히 시험 공부에 쫒겨 공부한 책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열심히 확실하게 몇 시간이나 걸려서 읽었음에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몇 페이지의 느낀 점조차 말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읽는 내용은 잊어도 된다. 지금부터 새로운 상식의 독서법으로 바꿀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저자는 우선, '내용을 잊어버릴 정도의 책은 오히려 잊어서 다행인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라고 귀띔한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뇌과학에서 뇌의 기능을 설명에 덧붙인다. 기억에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뇌에 들어간 정보가 저장될지는 해마가 판단한다.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정보가 전송되어 저장된다. 설레거나 편안할 때는 세타파가 나온다. 그때 해마는 정보를 저장한다. 외우겠다고 극도의 부담을 느끼는 것보다 재미있다고 느끼거나 릴렉스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의 새로운 상식」⑦도 독자에게는 깊숙이 저장됐다. '손가락을 사용하면 빨리 읽을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더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져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속독을 하려면 어려운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그렇게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속독을 위해 따로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일 것 같다. 저자는 속독을 부정하는 가장 최근의 학설을 하나 소개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이 과거 145년의 연구 데이터로부터 '속독은 가능한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읽는 속도를 높이면 읽었다는 생각만 들 뿐, 내용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속독과 관련이 있는 '뇌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습에서는 뇌파가 중요한데, 이 연구팀에서 한 조사는 '뇌파'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즉 연구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이에 저자는 앞서 「독서의 새로운 상식」①과 ④에서 이미 언급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이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고, 저자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읽는 것이 앞으로의 독서의 새로운 상식이자 '신 독서법'이라고 역설한다. 빨리 읽을 수 있어도 독자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속독 트레이닝에 대해 이 대목에서 언급한다. 이에 따르면 예전부터 '안구식 트레이닝'을 활용한 속독이 있다. 사실, 이것은 문자를 빨리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파를 컨드롤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알파파, 세타파가 학습에 좋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파는 일상에서 일어나 있는 상태=배타파(12~23Hz),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높은 집중력도 가져와 학습에 최적인 상태-알파파(8~12Hz),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해마를 활성화하며 기억력, 영감과 통찰력, 창조성도 높여주는 상태=세타파(4~8Hz)의 3가지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능력 개발의 권위자 폴 R. 쉴리 박사의 포토 리딩이라는 속독법도 안구와 호흡을 이용한 뇌파 컨트롤이 사용되고 있다.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그 효과가 널리 인정돼 있다. 


저자 : 와타나베 야스히로(渡邊康弘)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매우 싫어했던 적도 있어, 대학 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20살에 간다 마사노리 씨의 책을 만나 이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인생이 크게 변했다. 벤처기업 창업에 관한 일을 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80억 원의 매출을 이루었다. 독립 후 최신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독서법 ‘공명 리딩’을 만들어냈다. 이 독서법은 실제로 일본 전국에서 10살부터 91살까지 3,500명 이상이 실천하고 있다. 연간 독서량은 비즈니스서 2,000권, 문예서, 실용서 포함 연간 3,000권 이상으로, 일본 톱 5에 어김없이 들 정도의 독서가다. 이 방대한 독서량으로 비즈니스, 역사, 과학, 예술, 영성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독서 스킬을 통해 전문 지식을 실무에서 활용해 단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레벨이 향상되는 연수 프로그램이나 개인의 자기 실현 프로그램 등을 연달아 개발했다. 상장기업이나 벤처기업, 지방 유력기업에서 강연하기도 하고, 기업 컨설턴트도 맡고 있다. 독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고, 독서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독서문화 확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말의 힘을 높이면 꿈이 이루어진다》 등이 있다.


역자 : 최윤경

지독한 방구석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서, 영상 등의 문화를 좋아해 1년에 10번은 일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현재 편집자 겸 경제·경영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작품으로는 『진짜 부자들의 돈 쓰는 법』, 『주식 차트 실전 비법』, 『입소문 전염병』, 『일의 힌트』, 『말의 힘을 높이면 꿈이 이루어진다!』, 『1권에 20분, 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독서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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