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43세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일기를 쓰는 6개월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소설입니다. 남편과 아들,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네 가족의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35세부터 사무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안 맘’이라는 표현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이 책이 출간됐을 1952년에 이 책이 얼마나 새로웠을지 생각해 봅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딸인 미렐라가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당시를 잘 이해하는 작가는 화자인 발레리아와 어머니를 통해 당시의 가치에 대해 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아주 노련한 사람일 겁니다. 자꾸 곱씹게 됩니다. 73년 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오늘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독자에게 여운이 남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쓴 것처럼 자신 만의 공간과 경제적 자립이 중요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조기은퇴에 필요한 자금도 생활의 규모에 따라 제각각이니까요.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자각과 깨어있음이 아닐까 합니다. 발레리아 혹은 엄마는 자꾸 자신이 들어온 가치를 따르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으니까요.** 미렐라는 손녀 혹은 증손녀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적인 힘에 의해서 억지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거든요. 계획을 세우고 살아갈 방법을요.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나는 미렐라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몰라서,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애를 바라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다른 엄마들은 느끼는데 나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희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엄마들은 자기와는 다른 삶에 자신의 삶과 희망을 투영하고 싶어 했다. "너라도 이해해보렴." 내가 속삭였다. "나는 너무 늦은 것 같구나."
이 책에 요일이 표기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한 주일의 흐름 속에서 일기를 쓴 리듬을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요.
월급날이 주는 기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ㅎㅎ
급여 인상은 두렵고 우울한 일상을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수년 동안 나와 남편은 한 달에 단 하루, 매월 27일만 마음이 편했다. 월급날이 지나가면 다음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평생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부자들은 왜 뭐든지 할 수 있고, 온 세상이 멋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 1951년 1월 20일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