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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 20세기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ㅣ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임재성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사회의 요구와 타인의 기대에 무리해서 나를 맞추다 보면 어느덧 나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삶이 우리를 훈들수록 더욱 분명히 붙잡아야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기 통제는 외부 환경을 완벽히 통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면의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힘을 말한다. 그가 극한의 전쟁터와 내면의 어둠 속에서도 철학을 놓지 않았듯 우리도 삶의 소용돌이에서 진정한 나를 붙잡을 수 있다. 마흔부터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삶을 살 때다. 불확실함이 커질수록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 삶의 중심은 바같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 있다. (P.34)
마흔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시리즈 “마흔에 읽는”시리즈가 니체, 쇼펜하우어, 소크라테스 등에 이어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으로 돌아왔다. 나는 앞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로 독서모임을 하며, 앞 시리즈를 모두 읽었던터라 이번 책은 출간되기 전부터 기다렸다.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보여주어 혼란을 줄이는 것”이라 했던 비트겐슈타인이 더욱 마음 깊이 닿는 이유는, 후에 자신의 이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철학을 세우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마흔, 인생의 중반.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것은 확고한 생각을 다지는 것도 맞지만, 틀림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자세가 아닐까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장의 “마흔, 무엇이 내게 가장 중요한가”에서는 자기자신, 자기통제, 평정, 균형 등에 대해 다룬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분노를 대하는 자세. 분노를 현명하게 대하려면, 즉각적으로 반응 하지 말고 잠시 멈출 것,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하고 흘려보낼 것, 타인의 말과 태도가 내 삶을 흔들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이야기한다. 즉, 타인이나 주변환경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를 갖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라는 것. 사실 마흔즈음이 되며 이미 타인은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소화시킬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같은데,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고쳐먹는 법에 대해, 내 마음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두번째 장에 등장하는 말은 길이 될 수도, 벽이 될수도 있다는 의미의 일러스트는 한참이나 바라보게 되더라. 우리는 같은 말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듣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말이 가진 힘이 아니라 내 귀가 가진, 내 마음이 가진 힘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타인의 말을 잘 소화하는 것도, 상처의 양도 나에게 달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에 대한 그의 사유도 무척이나 감명깊었다. 이해, 사고, 깊이, 질문, 진실, 조망, 전환, 의지 등으로 나누어 생각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전환에서 “이것이 최선인지 항상 생각하라”는 말이 마흔의 우리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 않나 생각했다. 마흔. 대부분의 것들이 익숙해지기도 하고 노련해지기도 하는 시기. 결국 그것은 고인물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 익숙하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인지 확인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썩은 물”이 되어가는 지름길임을 잊지말아야겠다.
죽음을 앞두고 비트겐슈타인이 남겼다는 말,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 주시오”처럼 우리도 스스로의 삶을 멋졌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바꾸어가는데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흔의 삶을 출발하는 나에게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은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점검하게 하고, 중요한 것을 바라보게 하며, 나로 살으라고 가르친다. 감히 내가 그의 가르침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다운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