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리냐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101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나는 아프리카와 SF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소재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물론 이 소설은 SF의 과학적 측면보다는 사고실험에 가까운 소설이고, 이것은 여러 SF에서 시도된 방법이다. 즉,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SF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 '키리냐가'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물리친 한 아프리카국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서구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동료들과 함께 서구 열강의 지배를 물리쳤을 때 아프리카의 전통을 유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민족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외계 행성에 정착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신념과는 다르게 공동체는 변화하고, 결국 그는 그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 사회를 떠나게 된다.

일단 주인공 응가이는 공동체에서 주술을 부리는 주술사로 활동하지만, 그의 주술의 기반에는 공동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후를 조절하는 과학기술이 존재한다. 즉, 그는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도구를 손에 쥐고 자신의 신념을 일방적으로 공동체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전통에 집착하지만 그의 통치기반 자체가 전통과 같지 않다는 것을 그는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통을 중시하는 것과 사회가 정체되는 것의 차이도 무시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 숙명이고 이를 거부하던 주인공은 결국 버림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소설의 배경에는 아프리카가 유럽의 식민지 지배에서 받은 큰 상처가 숨어있는 듯 하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통치 아래에서 자신들의 전통 사회가 가진 중요한 가치를 상실했고 그것을 가슴아파한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은 그 형태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며, 인간이 편리함과 안전함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그것을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조선 말 대원군의 쇄국정책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실패했듯이 대원군도 실패했다. 하지만 대원군의 쇄국정책의 실패가 반드시 우리 사회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신념만이 반드시 진리라는 그 믿음이 오히려 공동체의 실패를 초래한다는,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교훈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신 옮김, 김성진 외 낭독 / 놀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오디오북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바바라 오코너의 작품이다.

낭독은 김성진과 원종준이 했으며 낭독의 퀄리티로 보건대 전문 성우는 아니지 싶다. 낭독과 글의 분위기가 전혀 맞지 않다ㅠ.ㅠ 낭독이 오히려 작품에의 몰입을 방해한다ㅠ.ㅠ

소설 작품 자체는 훌륭하다. 갑작스런 가난의 상황에서 한 어린아이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잘못된 선택과 그럼으로써 마주하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의 모습을 정말 잘 다루었다. 즉 어린이가 맞이한 시련과 그것을 통과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린 성장드라마다. 또한 미국 저소득층의 위기를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잘 그려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이 한 자존심강한 아이를 어디까지 밀어붙이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그 아이가 타인의 도움으로 자신이 도덕적 딜레마에서 슬기롭게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마디로 무거운 주제를 대단히 유쾌하게 풀어냈다고나 할까?

다만 현재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낀 계기이기는 하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 또한 이런 미국 저소득층의 경제적 위기가 한 몫한 탓일 것이다. 누구나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부조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이 소설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를 선정하게 되서 이번 기회에 윌리엄 포크너를 보게 되었다.

윌리엄 포크너는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인데,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왠지 손이 안가는 작가였고, 이번에 왜 내가 선뜻 손이 안갔는지 알게 되었다ㅡㅡ;; 정말 온갖 불합리와 답답함이 가슴 속 깊이에서부터 올라오는 이 힘듬....ㅡㅡ;;;

이 소설은 앤디라는, 한 가족의 부인이자 어머니가 사망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의 똥고집에 따라 온갖 소동을 벌여가며 40마일을 시신과 함께 이동하는 내용이다.

일단 이 아버지인 앤스가 물건이다. 내 독서 역사상 이렇듯 뻔뻔하고 염치없으면서도 자기중심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자식들도 거의 모두 제정상이 아니다. 정말 총체적으로 부조리하고 답답하고, 죽은 앤디의 삶이 너무나도 서글프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앤스의 한 방. 아마도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저자는 40마일을 여행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아이러니 그 자체인 마지막 한 줄. 그리고 그 한 줄로 이 소설이 예술로 승화된다.

그러나 마지막 한 줄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 너무나 짜증나서 정말 완독하기 쉽지 않았다. 더 비극은, 이 책을 추천한 회원분의 말에 의하면, 이 소설이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 그나마 독서가 수월하단다ㅡㅡ;;

내가 다시 한 번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시도할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올레타 페이지터너스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사벨 아옌데는 중남미 작가로 중남미의 여성의 삶을 시대의 역사와 함께 엮어 훌륭한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이 소설 '비올레타' 또한 칠레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사벨 아옌데의 최신간으로, 1920년 스페인 독감의 시대부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이의 칠레의 역사와 함께 그 세월을 살아간 한 여성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2020년 코로나를 힘들게 보냈듯, 1920년에 뒤늦게 중남미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은 많은 비극을 낳았다. 그 해에 태어난 비올레타는 삶을 통해 서서히 여성주의, 민주주의에 눈을 뜨게 되고, 칠레의 역사를 강타한 정치역사적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특히 정치적 혼란 속에서 불운 속에서도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냄으로서 우리가 온갖 곡절을 겪으면서도 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또한 그야말로 이사벨 아옌데다운 작품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중남미의 강인한 여성들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바 없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