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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강연 8 - 한국 현대 문화 ㅣ 문화의 안과 밖
홍정선 외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드디어 문제의 '고전 강연 8'이다.
이번 책에서는 한국근현대문학을 다룬다. 다루는 작가는 염상섭, 서정주, 김동인, 김유정, 김동리, 이태준, 김소월, 정지용.
이 강연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국근현대문학을 다루는데 있어 김우창 교수의 그늘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다. 강사들은 김우창 교수의 이론에 따라 작가들을 해석하고, 김우창 교수의 이론을 진리인양 인용하며, 스승의 이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김우창 교수는 서정주에 대해 직접 글을 쓰는데, 그 분량도 분량이거니와(책에서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서정주의 시세계에 대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서정주의 친일행각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일단 나는 김우창 교수가 서정주에 대해 왜 직접 나서서 강연을 했는지(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서였을까?) 그리고 서정주를 제대로 다루려면 그 친일행각도 반드시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강연이었다.
물론, 나도 미당 서정주가 정말 대단한 시인인 것은 인정하고, 또 그만큼 훌륭한 시를 썼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친일행적 또한 우리 문학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인데, 또 그것이 미당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일 것인데, 이를 직접 나서서 언급을 하지 못하게 한 김우창이라는 학자에 대해 대단한 실망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훌륭한 시리즈가 한국문학에 이르러서는 엉망이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김우창이라는 스승에 대해 무조건 맹신하는 제자들의 태도가 더욱 실망스럽다. 모름지기 학자라면 스승의 그림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스승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학문을 하는 제대로 된 자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