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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타임 투 킬》, 《속죄나무》에 이은 제이크 브리건스가 등장하는 신작 '자비의 시간'이다.
자신의 이력을 토대로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글들을 실감 나게 그린 저자의 이번 장편 소설은 기존의 작품 속 주인공 제이크가 다시 펼치는 법정 소설로써 주된 내용은 청소년 살인범에 대한 변호를 맡게 된 이야기다.
갈 곳도 없이 이리저리 생활하던 엄마, 여동생 키이라, 드루 갬블은 엄마가 함께 살게 된 스튜어트 코퍼의 집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는 청소년이다.
평소엔 성실한 경찰이지만 술만 마시면 행동에 거침없는 학대와 싸움의 나날들이 연속되는 생활에서 어느 날 그는 엄마와 다투고 엄마는 정신을 잃은 상태로 죽은 것처럼 보인다.
술에 취한 그가 다음에 자신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것임을 직감한 드루는 119 신고를 하고 그를 그의 총으로 쏘면서 사건은 일급살인 사건으로 전환된다.
나이에 비해 왜소한 체격의 다 성장하지 못한 듯한 갬블의 변호를 억지로 맡게 된 제이크, 구치소에 수감된 그의 성장사와 그들 가족이 살아온 내력을 훑어보면서 본격적인 법정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드루의 죄를 어떻게 법정에서 다룰까?
미국의 재판 과정을 찬찬히 살펴볼 수도 있는 이번 작품은 혼합된 모든 이야기들을 드러낸다.
변변치 않은 엄마의 성장과 맞물린 배다른 남매, 일정 직업 없이 소년원과 교도소를 다녀온 이력의 엄마와 아들, 그런 이들의 형편이 좀체 나아질 수 없었던 근간은 무엇이며 미주리주 특성상 흑. 백 인종 간의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이번 법정에서 어떻게 배심원단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설 수 있는지를 긴 흐름으로 보인다.
저자가 그동안 꾸준히 그려온 작품 속 내용들을 생각해 보면 타임 투킬에서 보인 흑, 백 인종 간의 갈등, 유산상속을 둘러싼 이해와 갈등,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공무 수행 중이 아니더라도 살인 사건 피해자로 오른 스튜어트에 대한 1급 살인법 처벌에 대한 인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보이는가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진행으로 흐른다.
저자는 빈부의 백인 편모 가정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던 그들에게 술만 마시면 소위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보인 전직 불명예 퇴직 군인이자 경찰인 스튜어트에 대해 같은 동료란 이유로 가정 내 학대를 못 본 체 넘어가는 경찰 내부에 대한 비판 어린 시선과 더불어 자신의 다음 행보를 염두에 둔 정치적 판사에 대한 처신들은 제이크란 인물을 통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미국이란 법 체계 자체가 주마다 다른 법을 갖고 있다는 점과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에 맞는 배심원 선정에 대한 치열한 눈싸움과 법정에서 드러난 반전의 이야기는 한 소년의 인생을 걸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모든 변호를 쏟아부은 제이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경찰관이란 이유로 그가 가정 내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제외하고 사건에만 치중해 다루려는 검사 측과 살인은 분명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세상에는 살인에 해당할 만큼 비열한 짓을 저지른 자에 자에 대한 처벌은 과연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형태만 볼 것이 아닌 사건 정황 이전에 해당하는 복잡한 이들 가정사와 인간 이하의 죄를 저지른 죽은 자에 대한 연민을 생각할 수 없는 극단의 나쁜 인간이었다는 점은 법정에서 이를 다루는 법조인들의 법 해석과 배심원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른 갈림길이 변호사와 검사, 판사의 입장을 대변해 보여주고 있기에 법정 스릴러 대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죄일 수도 무죄일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사건의 본질 해석은 미국 법 체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그런 가운데 드루 사건을 통해 바라본 살인자에 대한 처벌형태를 법에서 다루는 형량대로만 따질 수 있는가에 대한 관점과 이 작품 속에서 보인 빈민 백인 가정의 모습을 통해 미국의 또 다른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제시해 보인 작품이라 추리 스릴러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이렇게 세 작품을 통해 제이크 등장은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제목이 의미하는 자비의 시간은 이렇듯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이들마다 각기 다른 자비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