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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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배를 타온 닐스 바크-

사랑하는 아내도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장성한 두 딸은 각자의 몫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가 오늘 이 세상 마지막 날 집안을 정리하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배의 키를 잡고 세상을 하직하려 한다.

평범하고 소시민으로서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고 가정을 꾸리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태워주고 도와주고 친구가 되고 함께 한 세월, 그가 스치는 곳마다 그를 알아보는 이들 또한 각기 사연들을 담아내면서 살아간 이들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실은 무척 힘든 삶의 일부이며 오늘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겪는 와중에 그럭저럭 잘 지나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일들이 어디 닐스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그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린 대부분의 일들이 알고 보면 그리 별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일들로 하루하루 그렇게 60대를 넘기며 살았고 사랑하는 아내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들, 때론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미처 깨닫지 못했던 행동이나 미국 사진가와 함께 엮이면서 부부간의 믿음이 자칫 불안한 가정생활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기를 넘긴 사연들, 이웃들 개개인들이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장면에서는 영혼과의 대화로 이어지며 환상과 현실의 묘한 분위기를 삶과 죽음이 마치 한 원안에 빙글빙글 돌면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선장 닐스가 바라던 바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던, 태어난 마을에서 성장해 오로지 배와 자신이 한 몸이 되어 세상의 변화에도 묵묵히 뱃길만 따라갔던 그라는 존재 자체가 평범함으로 인해 더욱 우리들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닐스가 바라본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 작품은 욘 포세의 작품처럼 유유히 자연 속에서 하나의 작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같은 국적의 작가이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낯설지 않게 다가온 부분도 많았고 닐스란 인물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이 결코 먼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손의 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진 하나의 모습으로 여겨졌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 사이사이에 행복과 불행, 분노와 화해가 있었으며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일들, 이런 모든 일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안에 사랑을 했으며 그 사랑을 지켜나가고 노력했기에 마지막까지 닐스가 기억하는 것은 '사랑'이 지닌 흔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들 역시 가장 좋았던 것을 떠올리게 되면 가장 기본 바탕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음을, 닐스가 키를 돌리면서 하나둘씩 소환해 여는 과거의 여정은 '사랑'의 길이었다.





문장 곳곳에 좋은 문구들이 많아 의미를 되새기며 읽게 되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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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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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신으로 불리는 인물에 포함되는 김시습,  영민함과 영특함의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스스로 관직을 멀리하는 삶을 산 그가 금오산에 들어가 지은 작품으로 알려진 것이 '금오신화'다.



그가 창작한 단편소설 5편이 실린 것으로 고전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문장과 현대적인 해석에 맞춰 당대에 쓰인 문학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집으로 각 작품에서 보인 여러 가지 저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만복사에서 저포로 내기를 하다

*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이생이 담장을 넘어가다

*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술에 취해 부벽정에서 놀다

*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남염부주에 가다

*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용궁의 잔치에 초대받다

* 갑집 뒤에 쓰다書甲集後




제목에서부터 연상되는 내용들은 중국의 전래 고사나 칠언시, 여기에 남녀운운지정, 불교와 도교, 현실인 듯하나 꿈이고 꿈인 듯하였으나 현실인 경계의 불분명한 시공간의 차이들은 한국고전문학에서 익숙한 배경으로도 바라볼 수도 있고 이에 담긴 작품들마다 저마다 지닌 차별화된 글을 지닌다.




오래된 한국고전문학의 옛 정취를 생각나게 한 작품이라 그 당시 읽었던 남녀가 서로의 시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함께 보낸다는 설정이 요즘엔 보기 힘든 정경이라 남다름을 다시 느껴볼 수도 있었고 그런가 하면 왕으로서 백성을 생각하고 정치를 하는 자세에서는 올곧은 생각을 보였으며 종교면에서는 무속신앙을 비롯해 저자가 생각하는 종교관에 대한 생각 또한 들어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무릇 나라는 백성의 것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천명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전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









특히 각주의 해석을 통해 본문에 대한 이해도를 넓힘으로써 대중들 눈에 맞춰 작품집에 대해 훨씬 가깝게 대할 수 있게 편집한 점도 좋았고 무릇 고전소설이라고 하면 외국 문학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고전소설을 대하는 것 또한 우리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일깨운 시간이 된다.




문득 책장을 둘러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한국고전문학 전집이 그대로 꽂혀 있고 그때를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독서로 꼽히는 문학들이란 사실에 하나둘씩 꺼내본 시간이기도 했다.




교과 부분에서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출간된 책들이  많은 만큼 문학으로서 가치를 지닌  '천년의 우리 소설'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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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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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모두 드러내놓을 수 있는 방법엔 일기장만한 것이 있을까?


타인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고 오롯이 나의 내면과 나의 모습 모두를 드러내놓을 수 있다면 말이다.



발레리아가 그랬다.



1950년 11월 26일로 시작되는 일기장의 시작, 일기장을 사게 된 사연부터 풀어나가는 내용은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녀 자신이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고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얼핏 보면 자아의 발견 내지는 한 여자의  한풀이처럼 그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는 달리 시대만 1950년대일 뿐 현대 사회에서 사회 일원이자 아내, 주부, 엄마란 지위가  갖는 모습과 일맥 상통하는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당시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일하는 여성이란 점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삶이란 자부심도 갖지만 이것이 가족에게만 해당될 뿐 정작 자신에게 사용하는 부분에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 차이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리아의 나이가 43세라는 젊지도 늙지도 않는 중년의 여성이란 점으로 볼 때 보통은 이제는 웬만한 자녀들이 손길을 타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부부 사이도 그렇거니와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울 법도 하건만 책 속에서 그녀가 점차 느끼는 소통의 창구인 일기장에서는 다르다.



자녀들은 여전히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남편과의 관계도 그렇고 때문에 오롯이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여성이란 지위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점은  물론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이름 '발레리아'라고 자각하는 부분은 많은 시간 속에 스스로를 잊고 지냈던 자아에 대한 일깨움을 드러낸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날 저녁 일기장을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숨긴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P69




시대를 넘어서 감안하고 읽더라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뭣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대한 고단한 삶과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 내용에는 한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솔직한 마음들이었단 점에서 인상 ㅜ깊게 다가온 책이다.



국내 초역 작품인 만큼 저자의 다음 출간작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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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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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으로 독자들에게 가슴 한편에 따뜻한 여운을 남겨준 작가의 신작이다.



전 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 또한 보통 사람들의 자기 인생에 관한 이야기부터 서로가 연관되고 이끌어주면서 그린 내용들이 참 좋았다.



요즘은 유품 관리사, 장례지도사라는 직업들이 생겨서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직업의 다양성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승에서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의미와 유족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에서는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게시미안 장례식장을 통해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마나는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딜리버리 헬스 업체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진 나쓰메, 홀로 딸을 키워낸 치와코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갈등과 자신 스스로 돌아보며 미래의 삶을 생각해 보는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게 흐른다.




누군가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일들이 당사자들에겐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인생이 담긴 이야기는 어둠과 빛, 그사이에 새벽이라는 것이 있어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고 다시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통해 독자들 개인마다 각자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기도 하고 마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저마다 각자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감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부분도 좋았고 특히  저자가 전하고픈 내용들이 많이 와닿은 소설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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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수의 - 1453년 비잔티움 제국 마지막 황제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
질 패튼 월시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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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 제국 비잔티움이 제20차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통해서 로마제국이란 이름으로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진  사실을 토대로 저자의 상상과 당시 상황 속에서 분투한 이들을 그려놓은 소설이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의 현장, 그것도 이방인의 눈으로 그린 이 작품은 그동안 오스만 제국의 시선이나 비잔틴에서 살아가던 인물들의 관점이 아니란 점에서 궁금증이 들었는데, 그 당시의 위급한 상황들을 충분히 느껴 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잉글랜드 소년인 피어스 바버스가 배에 승선하고 출발한 뒤 배가 난파되면서 그만 남고 모든 이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한 사람 앞에 서게 된다.



그는 모레아주 미스트라시 영주이자 역사에서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왕으로 불리게 될 콘스탄티누스 11세였다.



그곳에서 예언을 듣게 된 뒤 황제 옆에서 시중을 들게 된 피어스는 브레티키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황제 최측근이자 보좌 신하인 스테파노스, 마누일과 함께 궁궐 생활을 하게 된다.



역사에서 공방전이란 말이 나오면 사투를 다투는 삶의 피비린내는 현장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가운데 황제란 위치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과 말들, 그를 보좌하는 이들의 마음속 충성심들은 이 작품에서 비록 점차 스러져가는 제국이지만 결코 황제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건한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브레티키가 처음부터 자신의 뜻에 반해 궁궐생활을 하게 됐을 때의 반항들은 한 인간으로서 지닌 '자유'의 의지로 보인만큼 그가 점차 황제를 보필하고 황제나 주변 장군들, 성직자들은 물론 실존 인물들의 활약이 궁궐 내에서 어떤 회의와 참담한 기분까지 겪으며 제국의 안위를 이어보고자 했는지에 대한 노력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역사에서 비중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바랑인 친위대의 활약이나 오스만 제국의 시선에서 접해봤던 당시 시대상을 반대로 비잔틴 제국의 관점으로 보니 그 역시 서로 상반된 입장과 후에 역사에서 어떤 기로의 발자취로 남게 됐는가를 생각해 보면 한 개인의 지위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주변 정세가 안타깝게 다가왔다.



실제 고증의 사료를 토대로 브레티키가 마지막까지 황제 곁에 남아 자신의 역할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석양에 저무는 해처럼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비잔티움 제국의 모습이 권력과 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떠나 아련한 잔상을 남긴다.








한 소년의 성장사이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이 마지막 비잔티움 역사의 산증인처럼 여겨지는 작품,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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